오늘은 차해교가 병원에 방문하기로 예정되어 있다. 재진료 전날 밤, 아니 차해교를 처음 본 그날부터 지혁은 내내 그를 진료하던 환상 같은 순간을 되새겼다. 단언컨대 한평생 단 한 번도 남자에게 성적인 욕구를 느껴 본 적 없던, 남자를 대상으로 귀엽다는 생각조차 한 적 없던 그의 가치관이 뒤바뀌던 날이었다. 지혁은 스스로가 기가 막힌 듯 옅은 조소를 삼킨 뒤 해교를 만났던 날을 다시 떠올렸다.
평소에 비해 늦게 퇴근했던 그날 밤,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동안 눈길도 주지 않았던 학술지와 논문을 뒤져 가며 양성구유와 관련한 최대한의 자료를 모았다. 기존에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던 지식이긴 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닿을 수 없는 망상 같은 주제가 아니기에 이와 연관된 어떤 정보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대체로 양성구유로 태어난 이들은 음낭을 대신해 질구가 있는 형태이지만 차해교는 조그맣지만 음낭이 남아 있고 그 아래에 질구가 있는 몸을 가졌다. 지혁은 흡사 방울처럼 달랑거리는, 미미한 크기의 음낭을 떠올리곤 입술을 깨물고 웃었다.
양성구유를 병으로 여기는 경우에는 둘 중 한쪽 성기를 제거하곤 하는데 대개 이러한 교정 과정을 통해 성감이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양성구유를 단순히 기형으로 취급해 수술하는 것은 지혁의 기준으로는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이었다.
다행히 넉넉지 못한 환경 때문인지 차해교는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은 본연의 상태로 자신을 만났다. 가벼운 손장난에도 어찌할 바 모른 채 온몸을 바르작거리던 차해교의 반응을 미루어 보아 성기가 2개 달린 만큼 남들의 배가 넘게 민감한 몸을 가진 듯해 구미가 당겼다.
한지혁은 툭하면 유산을 가지고 자신을 쥐고 흔들려 하는 조부의 성향에 처음으로 고마움을 느꼈다. 덕분에 돈 주고도 할 수 없는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생겼으니.
차해교의 등장은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지혁의 지루한 일상 속에 떨어진 흥미로운 선물이나 다름없었다.
해교와 관련한 생각들로 즐거워진 지혁이 고개를 저으며 입가에 띤 옅은 미소를 지우려는 찰나, 책상 위에 올려 둔 휴대폰이 진동하기 시작하였다.
“무슨 일이야?”
- 아, 혀엉. 우리가 꼭 무슨 일이 있어야 연락할 수 있는 사이야?
“그런 편이지.”
칼 같은 지혁의 말이 서운하지도 않은지 동생 지헌이 밝게 웃는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부모의 이혼 이후 시니컬한 성격으로 자라난 지혁과는 반대로 지헌은 꽤나 긍정적인 성격이었다. 덕분에 집안과 거의 의절한 채 지낼 뻔한 지혁을 제 아버지와 연결해 주는 중간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 다음 주말에 아버지가 얼굴 좀 봤으면 하시던데.
“굳이.”
- 어, 굳이. 형이 굳이 부르지 않으면 안 오니까 하시는 말씀 아니야. 하하.
보나 마나 결혼 타령일 것이 분명했다. 지혁의 아버지는 어떻게든 본인 사업에 이용 가치가 높은 집안과 연을 맺는 수단으로 지혁을 이용하려 들었다. 뻔한 속내를 알고도 속아 줄 만큼 효자는 아니다. 지혁은 조부의 바람대로 병원을 개원 후 유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분에 넘치는 효도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저의 의지와 무관하게 집안의 입맛대로 맞추어 사람을 만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얼핏 보기만 해도 사람을 설레게 하는 외모에 재력까지 넘치니 어떻게든 지혁과 한번 만나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지척에 널려 있었다. 옆이 비었다는 걸 알고 귀찮게 구는 이들이 넘쳐 몇 번 연애라고 명칭을 붙일 만한 관계를 만들어 본 적이 있기는 하나, 늘 상대는 저를 방치하는 지혁에게 상처를 받았고 그를 원망하는 일 또한 당연한 결과처럼 따라붙었다.
몇 번 그러한 일들을 겪고 난 후 지혁은 자신이 무성애자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상대를 향한 소유욕도, 애정이라 느낄 일말의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세월이 쌓여 지혁은 종종 서로의 성욕이 일 때마다 만나는 가벼운 관계를 선호하게 되었고 만일 상대가 그 이상의 감정을 가지려 하는 모습을 보이면 가차 없이 관계를 끊어 냈다.
길지 않은 통화를 마친 지혁이 피곤으로 굳은 승모근을 주무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자리를 뜬 서재 책상 위에는 퇴근 후 내내 들여다본 인터섹스와 관련한 자료들이 너저분하게 쌓여 있었다.
[010738423452
지혁 씨. 오늘 시간 어때요? P 호텔이요. 오후 22:13]
샤워 후 거실 소파 팔걸이에 팔꿈치를 기댄 지혁이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주말이면 지혁과 만남을 갖길 원하는 여자들 중 하나의 연락이었다. 글쎄. 메시지를 보아도 전혀 마음이, 아니 좆이 동하지 않았다. 유난히 피곤한 한 주였나 하는 생각을 하며 문자에 답장을 하지 않고 몸을 일으켜 침실로 향했다. 반질거리는 하얀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거실을 지나 침실로 향하는 지혁은 어두운 회색 계열의 나이트가운을 입은 채였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침대에 몸을 누인 후 수면에 들기를 기다렸으나 어쩐지 잠이 오지 않았다. 누운 채로 조금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지혁은 문득 퇴근 직전에 만난 환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차해교.
독특한 이름 덕에 쉽게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지혁은 숨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어느새 차해교의 쫀득하고 따끈한 보지 속살을 떠올리며 10대가 된 듯 수음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허리에 매여 있던 가운의 끈을 풀고 탄탄한 나신을 드러낸 지혁이 울퉁불퉁한 핏줄이 선 굵은 기둥을 커다란 한 손으로 움켜쥔 채 탁, 탁 느릿하게 쓸어 올렸다.
뜨거운 기둥을 감싼 뜨거운 손바닥이 터질 듯한 열기로 타올랐고 질척이는 좁은 동굴 속 부드러운 살결을 생각하자 흥분한 자지가 단단히 기립했다.
거칠게 그 속살을 젖혀 입술을 마주하면 축축하고 좁은 동굴이 달달 떨며 그를 반길 것이다. 두꺼운 혀에 심을 세운 채로 좁디좁은 안으로 살덩이를 밀어 넣으면, 꿀이라도 발라 둔 것처럼 달큼한 보짓물이 쉴 새 없이 줄줄 흘러나오겠지. 춥, 츄웁, 게걸스럽게 단 한 방울의 보짓물도 흘리지 않을 기세로 힘을 주어 미끈한 보짓살을 빨아 대면 어쩔 줄 몰라 하는 차해교가 끙끙대며 엉덩이를 들썩거릴 것이다.
하얀 사타구니를 모을 수 없도록 힘주어 벌린 채 정신없이 보지를 핥자 혀가 깔짝일 때마다 차해교의 납작한 배가 오르내리면서 격정적인 숨이 샜다. 지혁의 타액과 해교의 보짓물로 점철이 된 보지가 내부를 휘젓는 지혁의 혀를 잘라 낼 듯 꽈악 조여 댄다.
좁고 습한 공간 안을 빠듯이 채우고 살살 굴리며 돌아다니던 혀를 보지 구멍에서 꺼낸 지혁이 입구를 덮고 있는 선홍빛 날개를 슬쩍슬쩍, 천천히 스치며 차해교의 반응을 두고 본다.
야릇하게 주름진 음순과 음핵을 오가며 혀를 올려붙였다가, 다시 쓸어내리는 지혁의 행동에 아래에 깔린 해교가 고개를 저으며 헐떡였다. 하얀 얼굴이 찡그려지고 발개진 모습에서 색기가 줄줄 흘렀다. 아흑, 아, 앗…… 선생니임…… 지혁을 졸라 대는 듯한 웅얼거림에 참지 못한 지혁이 단번에 말간 보지에 제 좆을 처박는 상상을 하자, 꺼떡이던 좆에서 정액이 울컥울컥 쏟아져 나왔다.
“후으…….”
적막한 공간을 가르는 탁한 신음이 울리며 허벅지를 감싼 근육이 단단하게 일어났다. 끝 모르게 쏟아지는 좆물과 함께 짜릿한 감각이 뻐근한 아랫배를 누르고 곤두섰다. 지혁은 기분 좋은 만족감을 느끼며 손바닥에 쏟아진 하얗고 질척한 정액을 바라보았다. 점성 있는 액체 위로 발갛게 물든 차해교의 얼굴을 떠올리니 나른한 숨결이 흘러나왔다.
하루에 두 번이나 한 사람을 떠올리며 자위를 하다니, 중학생 때도 한 적 없던 일이었다.
이후 이어진 주말 동안 지혁은 그 어떤 것을 떠올려도 차해교를 진료하던 순간만큼의 쾌감도, 흥미도 느낄 수 없었다. 그랬기에 오늘 출근은 무척이나 설레고 흥분되었다. 어떤 개수작을 걸어야 그 올망졸망한 보지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아니, 보는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다. 빨고, 유린하고, 박아 대고 싶다.
이미 확인한 차해교의 검사 결과는 또렷이 방광염을 나타내었으니 이제 이를 핑계로 좀 더 자주, 더 깊게 그를 건드릴 생각에 몰두한 지혁이 이미 한계까지 밟아 내린 차량 액셀러레이터를 다시 한번 거세게 밟았다.
* * *
“……그래서 발기 부전 치료는 좀 더 인내를 가져야 합니다. 다음 방문 날짜는 밖에 나가서 안내 들으세요.”
“아이고오. 네, 네. 진짜 내가 20대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참 선생님도 아시겠지만, 그게…….”
“네. 그러시겠죠. 나가 보세요.”
기분 좋게 출근해 포문을 연 것과는 달리 오전 내내 밀려드는 환자는 죄다 발기 부전, 조루증에 시달리는 5, 60대들이었다. 거기다 제가 무슨 상관이 있다고 원래 본인이 이렇지가 않다는 둥 자기변명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 짜증스러웠다. 중년의 자지가 과거에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전혀 알고 싶지 않았다.
지혁은 권태 가득한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대체 차해교는 오늘 언제 병원에 오는 건지, 딱 봐도 멍청한 게 오늘 방문하는 걸 까먹은 건 아닌지. 아니면, 고작 8,800원의 진료비가 부담되었나.
진료비가 비싸냐고 눈치 보며 물어 대던 모습과 옷차림을 보아하니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아 보이긴 했다. 하지만 제아무리 진료와 손장난 이후 차해교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한들 처음 보는 환자에게 대뜸 진료비를 안 받는다고 할 수도 없어 짐짓 모른 체 넘긴 터였다.
밀려드는 진료 내내 해교를 떠올리며 욕설을 하던 지혁이 어느새 오후 5시를 가리키는 시곗바늘을 보고 초조한 듯 입 안의 속살을 짓씹었다. 이대로 차해교가 오지 않으면 환자 차트라도 뒤져 볼 요량이었다.
“김 간. 오늘 진료는…….”
- 네, 원장님. 오늘 온 환자 진료 다 끝났습니다. 월요일이라 힘드시죠? 오늘은 조금 일찍 퇴근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후후.
평소에는 그렇게 눈을 치켜뜨고 눈치를 주더니. 오늘은 대체 눈치를 어디에 팔아먹었는지 이른 퇴근을 장려하기까지 한다. 데이트라도 있나. 요망한 것.
지혁은 조기 퇴근을 운운하는 김 간호사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병원 인포데스크와 연결된 수화기를 내려놓고 의자에 등을 기댔다. 저도 모르게 아쉬움에 의한 한숨을 내쉬며 혹시 다른 병원에 간 건 아닌가 생각까지 하였다. 그렇다면 납치를 해서라도 다시 저의 병원으로 데려오고 싶은 심정이다.
그때 똑똑. 조심스러운 노크 소리와 함께 김 간호사가 진료실 문을 열고 빼꼼히 고개를 들이밀었다. 곤란한지 잔뜩 울상인 표정이었다.
“저…… 원장님. 한 입으로 두말해서 죄송한데…….”
“왜요?”
“환자가 1명 들어왔거든요. 저번에 소변 검사 했던 환자라 재진인데…….”
“들여보내세요. 참, 김 간호사.”
“네…… 원장님. ……죄송해요. 정말…….”
“오늘 데이트라도 있는 모양인데 급하면 먼저 퇴근해도 됩니다.”
“예?”
“월요일에 데이트까지 있는데 내가 무시할 수 없죠. 그 환자 수납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먼저 들어가 보세요. 이 실장과 막내한테도 오늘 조기 퇴근하라고 일러둬요.”
김 간호사는 저 까칠한 한지혁이 그답지 않은 직원 복지를 베푸는 것이 당황스러웠지만, 조기 퇴근이라는 말에 신이 나 두말 않고 가벼운 발걸음을 돌렸다. 당분간 한무태에게 지혁의 행실에 관한 좋지 않은 말을 전하는 것은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김 간호사의 오지랖 덕분에 자연스럽게 자신과 차해교를 제외한 모든 인원을 병원 내에서 물렸다. 지혁은 최대한 들뜬 마음을 티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해교를 맞이하였다. 대체 무엇이 그렇게 두렵고 무서운지 여전히 몸을 잔뜩 움츠린 채 진료실로 들어서는 차해교는…… 오늘도 더럽게 꼴렸다.
특별할 것도 없었다. 낡은 청바지에 목이 살짝 늘어난 노란색 반소매 티셔츠를 입어 비루하다는 감상이 우선할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무슨 재주를 부렸는지 하얀 목덜미가 그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잘 지냈어요?”
“……네에.”
“지난 며칠 동안 증세가 어땠어요?”
“아…… 그…… 어, 계속 찌릿하고 아팠어요…….”
“그래요. 여전히 자지가 아팠구나. 그럼 혹시 자지 말고 아픈 곳은 없었어요?”
지혁은 은근히 ‘보지’라는 단어를 해교가 입에 담기를 바랐다. 저 조그만 입을 옹알대며 ‘보지’라고 내뱉는다면, 당장 사회적 지위고 뭐고 다 벗어던진 채 보지 안으로 좆을 처넣어 버릴 기세로.
“…….”
“차해교 씨. 아픈 곳이 있으면 얼른 말해 줘야 해요. 이게 다 차해교 씨를 위해서라는 거 알죠.”
해교는 저를 어린아이 달래듯 다정하게 어르는 지혁의 질문을 들으며 오직 한 곳만 떠올렸다. 연제에게 뚫린 지 여태 모르고 있던 후장에서 미처 빼내지 못한 정액 때문에 하루 종일 배가 너무 아팠던 것이다. 거대한 자지를 받아 내느라 쓸리고 터진 후장 입구도 앉을 때마다 따끔거렸다.
빨리 친절하고 다정한 의사 선생님께 본인의 증상을 말해야 했다. 부끄러운 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남성기는 자지, 여성기는 보지…… 그렇다면 이 아래에 달린 구멍은 뭐라고 부르는 걸까. 또 다른 명칭이 있을 텐데.
항문이라고 말하면 될까. 괜히 잘못 불렀다가 또 무식한 티가 날까 걱정되어 뜸을 들이던 해교가 입술을 열었다.
“죄, 죄송해요. 있었는데…… 여기 아래요. 여기랑 배가 많이 아팠어요.”
“아래 어디? 보지?”
아래를 지칭하는 말을 들은 지혁의 얼굴에 화색이 감돌았다. 혹자가 보았더라면 무척이나 기분 좋은 소식을 들었다고 착각할 정도로. 보지가 아프다면 다른 핑계를 댈 것도 없이 바로 팬티를 깐 뒤 야들야들한 보짓살을 적극적으로 만질 수 있으니 그에게는 정말 좋은 소식이긴 했다.
“아……니요.”
“밑에 보지 말고 또 있어요?”
“네에…….”
김이 샜다. 보지가 아니라니.
“자지랑 보지 말고 밑에 아플 게 뭐가 있어요. 내가 전에 봤을 때 더 달린 건 없었는데. 정확히 어디요? 짚어 보세요.”
“여……기요.”
농익은 사과처럼 얼굴이 새빨개진 해교가 망설이던 손가락을 조심스레 제 엉덩이 사이를 향해 가리켰다.
저기는…… 씨발.
지혁은 평소 침대에서 사용하는 더티 토크를 꽤 즐기는 편이라 성기를 지칭하는 단어를 유아 퇴행적으로 바꾸어 쓰곤 했다. 차해교 앞에서 계속해서 외설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은 추후 침대로 가고 싶은 욕구를 넌지시 암시하는 행위였다.
그런데 지금 차해교가 가리킨 곳은 그런 그에게 상당히 난감한 부위다. 의학적으로는 항문이지만 대관절 무슨 이름을 붙여 줘야 할지 고민조차 해 본 적 없는 곳이라 당혹스러웠다.
게이뿐 아니라 이성애자 커플도 항문 성교를 하는 케이스가 은근히 있긴 하지만 정말이지 지혁에게는 관심 밖이었던 신체적 위치였다. 질구라는 기분 좋고 용도에 맞는 좆집이 이미 존재하는데 뭐 하러 배설 작용을 하는 기관까지 박아 넣는 건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항문 섹스는 평소 지혁이 포용할 수 없는 타인의 성벽 중 하나였고 직업이 비뇨기과 의사인지라 성적으로는 더더욱 혐오하는 축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런 자신과 차해교가 지금은 섹스 파트너가 아닌, 의사와 환자로 마주하고 있기에 항문에 대한 호불호를 지워 내야 하는 시점이기도 했다.
지혁은 며칠 동안 그리던 보지를 귀여워해 주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며 스스로를 설득했다. 일단 차해교를 베드로 보내 벗길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둔다면 그리 못 할 짓도 아니었다. 소변 검사 결과는 이미 나왔지만 당연히 그렇게 간단하게 결과를 알려 주지도, 치료해 주지도 않을 작정이다.
이제 니트릴 장갑은 준비할 필요도 없었다. 지혁은 고양감이 어린 표정을 간신히 삼켜 낸 뒤 무표정을 덧씌워 진료 베드를 향해 다가갔다. 차해교가 기대 있는 베드는 이 순간 때문에 오늘 내내 그 어떤 환자도 진료하지 않았다. 오롯이 지금을 위해 준비해 둔 장소에서 일전에 지혁이 알려 준 ‘개처럼 엎드리는’ 자세를 착실히 수행한 해교가 얌전히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혁은 반나체 상태의 해교를 보자마자 모든 걸 집어치우고 당장 발기를 시작한 제 좆을 보지에 처넣고 싶은 욕구가 일었다. 좆이 아플 만큼 당기고 들썩이는 게 느껴졌다.
후. 씨발. 오늘 하루 보고 말 것이 아니니 신중해야 했다. 어떻게 참은 3일인데.
“후우…….”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살집 있는 오동통한 엉덩이 골 사이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애널 바로 앞에 자리한 지혁이 날숨을 내쉬자 홧홧한 바람이 구멍으로 습하게 쏟아졌고, 이에 자극을 받은 해교의 아랫구멍이 움찔거리며 떨렸다.
어떻게 된 게…… 평소 혐오하는 항문마저 귀여웠다. 연분홍빛 주름이 옴찔대는 구멍은 파우더라도 발라 둔 듯 뽀얀 느낌을 주었다. 지혁은 주말 내내 좆을 흔들며 수음하느라 아무래도 자신의 뇌가 어떻게 되기라도 한 게 아닐까 생각하며 자조 섞인 코웃음을 쳤다. 살랑 밀려오는 따끈한 콧바람에 다시 한번 항문이 살며시 경련하며 오물거렸다.
입꼬리를 올린 채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구멍을 바라보던 지혁이 금세 눈을 좁혔다. 며칠 전 얼핏 보았을 때와 형상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초점을 맞추어 좀 더 상세히 들여다보니 뽀얀 엉덩이 살과 잘 어울리는 연분홍빛 애널 인근이 퉁퉁 부어 있었다.
동그랗고 탱탱한 볼기를 그러쥐어 당겨 둔부를 가르는 경계가 보다 세밀히 보이도록 하자 예감은 확신이 되어 갔다. 애널이 가로로 주욱 늘어나며 이를 감싸던 주름이 옅어졌다. 촘촘하던 주름의 표층 사이에 무엇에 스쳐 터진 듯한 열상이 감지되었다. 항문을 무언가로 쑤셔 대지 않은 이상 이렇게까지 구멍 입구가 부을 리가 없었다.
환자의 항문 따위 장갑을 끼지 않은 채로 만져 본 적 없지만, 차해교라면 평소 꺼리던 항문 내부를 맨손으로 휘저어도 역하지 않을 것 같았다. 지혁은 장갑을 끼지 않은 손가락을 애널 안으로 느릿하게 밀어 넣었다.
검지를 망설임 없이 삼킨 내벽의 조임에 지혁이 좁힌 눈을 크게 떴다. 입구보다는 붉은, 선홍 빛깔을 한 내벽은 오물대며 손가락 끝을 쭈욱 쭉 빨아올렸다. 마치 손가락을 감싸며 더, 더 깊은 곳으로 들어오라고 유혹하는 듯한 내벽의 조임에 홀린 지혁은 저도 모르게 검지를 손등뼈가 닿을 때까지 쑤셔 넣었다.
“힉! 하…… 흐읍.”
검지에 이어 중지까지 항문 안으로 밀어 넣자 해교가 물기 어린 목소리를 내뱉었다. 수치심과 고통에 낮게 신음하는 해교의 목소리에 자극을 받은 지혁이 좁은 틈새를 비집고 약지를 더해 무리하게 끼워 넣었다.
고작 세 손가락을 먹은 것만으로도 주름이 없어져 팽팽해진 구멍이 손가락 전체를 쪽, 빨아 당기며 압박했다. 마치 굉장히 좁고 축축한, 경험 없는 질구 속으로 손가락을 넣어 휘젓는 듯한 야릇한 느낌에 지혁이 내쉬던 숨을 멈추었다. 항문이 이런 촉감과 자극을 주는지 전혀 알지 못했던 터라 충격을 받은 모양새였다.
지혁은 손가락에 닿는 점막의 세포 전체를 하나하나 탐색할 기세로 구멍 어귀를 슬슬 문질렀다. 손가락이 오고 갈 때마다 가지 말라는 것처럼 쩍쩍 들러붙는 내벽이 욕 나오게 유혹적이었다.
세 손가락을 한 번에 빼내자 아쉬운 듯 이를 감싼 붉은 육벽이 같이 딸려 나오다 제자리로 돌아가며 입구가 스르륵 다물렸다. 미치겠다. 5분 전만 해도 항문 섹스를 하는 새끼들의 머릿속을 이해할 수 없어 이상한 성벽을 가진 놈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그들의 심정이 이해가 갈 지경이었다.
이쯤 하면 멈추어야 하는데 멈출 수 없는 손길로 부지런히 내부를 훑던 지혁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 갔다. 두툼하게 부어오른 내벽과 들썩이는 주름 사이 미세하게 난 상처로 미루어 보아 이건…… 영락없는 성관계에 의한 찰과상이라는 결론이 났다.
빌어먹게도 배가 아프다는 건, 정액을 내장에 잔뜩 싸지른 채 빼내지 않아 생긴 복통일 가능성이 컸다.
문란한 새끼가 고작 며칠 사이에 신나게 씹질을 하고 와서는 영문을 모르는 순진한 척을 해? 사람 간 보는 것도 아니고. 주말 새 난잡하게 다른 좆을 부어오를 때까지 받아먹어 놓고 태연하게 방광염 치료를 받고자 하는 차해교에 대한 배신감이 고개를 들었다. 저는 그것도 모른 채 주말 내내 차해교를 떠올리며 이 순간을 고대하고 있었다. 병신같이.
“씨팔…….”
지혁은 비록 며칠간이지만 다른 이와 섹스하지 않고 오롯이 차해교만을 떠올리며 수음에 몰두했던 스스로가 한심해 견딜 수가 없었다. 정으로 다듬은 조각 같은 입술 사이로 나직이 새어 나간 욕설에 엎드리고 있던 해교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네?”
“씹……. 차해교 씨.”
바닥을 긁을 것처럼 낮고 거친 목소리에 해교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걸까. 친절한 의사 선생님이 갑작스레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해교는 여전히 엉덩이를 비죽이 솟게 만든 자세를 유지하고 힘겹게 고개만을 돌린 채 간신히 지혁을 올려다보았다.
“네, 네. 선생님…….”
“내가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해야 해요.”
“네, 네…….”
“너 씨ㅂ…… 아니, 후. 주말에 섹스라도 했어요?”
“……네?”
“그놈의 네네 소리 집어치우고 똑바로 말해.”
화가 난 지혁이 손아귀에 쥐고 있던 해교의 엉덩이를 뜯어낼 것처럼 거세게 잡고 비틀었다. 커다란 손이 주는 악력에 엉덩이가 터져나갈 것 같아 겁이 난 해교가 허벅지를 덜덜 떨어 댔다. 좁다란 애널 역시 같이 겁을 먹고 오므라든 채로 꿈틀거렸다.
지혁은 해교의 이런 반응조차 예전처럼 귀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저 앞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새끼 앞에서도 이런 식으로 호응해서 좆을 세우게 만들었으리라는 생각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흐윽, 그게…… 무슨…… 흣, 히끅…….”
지혁의 반응에 너무 놀란 해교가 갑작스레 딸꾹질을 시작했다. 도저히 이런 분위기에서 딸꾹질을 해서는 안 되는데, 화내는 의사 선생님이 무서워 심장이 두근거리는 바람에 순식간에 시작된 딸꾹질은 그의 눈치를 보면서도 멈출 줄 몰랐다.
“흣, 히끅, 끄윽…….”
뭘 잘했다고 딸꾹질을 하는 건지. 지혁은 놀라 발발거리는 해교를 무감하게 내려다보았다. 당장 자신이 두려워 차해교가 보이는 반응에 신경 쓸 새 없이 누군가와 신나게 씹질한 결과로 엉망진창이 된 항문만이 그의 신경을 긁었다. 보지도 달린 새끼가 애널까지 써? 어지간히 사생활이 난잡한 게 아니고서야.
차해교가 제 입으로 순결하다거나, 다가오는 주말에 섹스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적이 없는데도 지혁은 그가 뒤통수를 친 것만 같은 생각에 매몰되었다. 차해교의 작태에 깜빡 속아 넘어간 자신이 한심해 참을 수가 없었다.
잔뜩 힘을 준 지혁의 손 때문에 발개진 엉덩이 사이로 어귀가 터진 주름이 오물거렸다. 지혁은 촉진을 핑계로 여전히 구멍 안에 꽂아 넣어 둔 나머지 한 손을 움직여 거세게 내부를 짓눌렀다.
“힉! 아, 으, 읏…… 끅…….”
이상했다. 진료를 위해 환자의 전립선을 몇 번 건드려 보긴 했으나 그때마다 느꼈던 역겨움이 아닌 묘한 감각이 휘몰아쳤다. 내방한 환자의 증상에 따라 전립선액이 필요한 경우가 더러 있어 지혁은 웬만한 남자의 전립선 위치쯤이야 눈을 감고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런 지혁이 의도적으로 차해교의 전립선을 찾아 손가락을 짓치자, 그 자극에 펄떡이는 내벽이 이상하리만치 생경한 감각을 선사했다.
지혁은 정의를 내리기 힘든 오묘한 느낌에 내부에 꽂힌 손가락을 재차 그악스럽게 눌렀다 떼기를 반복했다. 볼록하게 튀어나온 전립선이 생생하게 박동하는 느낌과 함께 점막이 쓸려 찌꺽이는 척척한 소리가 지혁의 귓가를 울렸다.
동시에 해교가 버거운 쾌감에 절어 저도 모르게 허리를 와락 튀었다. 간신히 세운 무릎이 떨리고 몸의 무게를 지탱하고 있는 두 팔에 힘이 빠져나가자 작은 입술 사이로 희미한 신음이 쏟아져 나왔다.
흐으으…… 끅. 해교가 베드 끄트머리에 고개를 처박고 한쪽 볼을 마구 짓이겼다. 배 속 어딘가에서 시작된 쾌감이 단숨에 자지를 지나 발끝까지 내달려 온몸을 흠뻑 적신 것만 같았다. 하아앙…… 흐윽…… 어느새 입이 헤 벌어진 채 저도 모르게 붉은 혀끝을 통해 타액까지 질질 베드 위로 흘려 대고 있었다.
하반신의 핏줄을 타고 도는 오싹한 전율에 지혁에게 붙들린 엉덩이를 살살 흔들자 말초신경 끝까지 닿았던 쾌감이 다시금 엉덩이로 되돌아와 구멍이 저릿했다. 이에 맞추어 조그마한 자지까지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씨팔. 지혁은 눈 앞에 펼쳐진 절경에 이대로 가다간 진상이고 뭐고 알아보길 포기한 채로 차해교를 엎어 놓고 박아 버릴 것 같았다. 단단해진 허벅지와 모양을 잡아 가는 제 자지를 느낀 지혁이 가까스로 이성의 끈을 붙들었다.
다그쳐서는 제대로 된 정황을 파악하기 힘들 테니 여태껏 그랬던 것처럼 호의적이고 친절한 의사의 모습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너무 기분이 좆같아서 연기하기가 힘들지만 이를 악물고 간신히 추가적인 욕설을 참아 내려 노력하였다.
“……후. 씹. 차해교 씨. 잘 들어요. 주말에 섹스한 적 있는지 물었잖아요. 이건 그러니까 아주…… 중요한 문제예요. 차해교 씨를 진료하는 데 있어서. 그러니 잘 생각하고 대답해요. 괜한 거짓말로 무마할 문제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최대한 침착하게 말하려고 애쓰지만 여전히 매서운 눈빛은 거두지 않은 지혁이 해교를 삼킬 듯이 바라보았다. 그런 지혁의 아래에서 해교는 혼란스러움에, 그리고 감당하기 힘든 쾌감에 절여져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밭은 숨을 헐떡였다.
숨통을 틔우듯 지혁이 농락하던 손가락을 치우자 해교가 여전히 딸꾹질을 멈추지 못한 채 고개를 저었다. 섹스라니. 평생 여자친구 한번 사귀어 본 적이 없는 자신이 대체 누굴 만나 섹스를 한다는 말인가. 의사 선생님은 갑자기 왜 자신을 이렇게 닦달하는 것일까. 급작스레 돌변해 버린 분위기가 너무나도 무서웠다.
“끄윽, 선…….”
여자친구도 없다고 말을 하려던 해교는 문득 지난 며칠간 부지런히 보지와 자지, 거기에 더해 항문까지 비벼 대며 자위한 나날들이 떠올라 말문이 막혔다. 특히나 의사 선생님이 항문을 검진하다 이렇게 취조하듯 무섭게 돌변한 것을 생각하면…… 선생님에게는 모든 것을 이야기해야 했다. 부끄럽지만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흡, 끅…… 그러닉, 끅, 선생…… 끅.”
이래서야 도무지 뭘 했는지 알 방법이 없지 않나. 지혁은 말을 이어 가려다가도 기도가 막혀 다음 말을 잇지 못하는 차해교를 냉정하게 바라보았다. 일단 뭐가 되든 빌어먹을 딸꾹질을 멈추게 만들어야 했다.
“후……. 딸꾹질 먼저 멈추고 이야기하죠. 돌아보세요.”
“히끅, 끅…….”
여전히 딸꾹질을 멈추지 못하는 상태로 해교가 엉덩이를 내린 뒤 지혁을 마주 보았다. 딸꾹질 때문에 호흡이 원활하지 않아서인지 피가 몰린 얼굴에 더해 눈꼬리에 눈물까지 맺혀 있는 모습이었다.
“횡격막을 자극하면 딸꾹질 멈추는 데 도움이 되거든요. 팔로 무릎을 감싸 보세요. 이렇게.”
지혁은 울먹이는 차해교의 모습에 아랫도리가 반응하는 것을 느끼며 목울대로 침을 삼켜 넘겼다. 간단하게 물을 주어 딸꾹질을 멈추게 도울 수도 있었으나 차해교에게는 이 방법이 더 어울렸다.
해교가 지혁의 말대로 허리를 말고 양팔로 무릎을 감싸자, 지혁이 해교의 얼굴 쪽으로 무릎을 밀어내고 베드에서 엉덩이를 띄웠다. 척추를 둥글게 만 채 공벌레처럼 제 몸을 감싼 해교의 발끝이 허공에 떴다.
잠시간 그 자세로 동작을 고정하니 언제 딸꾹질이 새어 나왔냐는 듯 해교의 숨이 잠잠해졌다. 해교는 딸꾹질이 멈춘 것이 신기하여 지혁의 눈치를 보던 일을 금세 잊고 상기된 목소리를 내었다.
“서, 선생님. 딸꾹질이 멈췄어요!”
지혁은 전 같으면 제법 귀엽다고 생각했을 해교의 행동에도 별다른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통통한 볼기를 공중에 띄운 채로 자지에서 보지, 회음을 지나 항문까지 몽땅 남김없이 드러낸 새하얀 하반신에 시선을 고정할 뿐이다.
다시금 축 늘어져 힘을 잃은 자지와 오늘도 역시 옅은 분홍빛을 띠고 있는, 박음직스러운 기다란 보지 입구 아래로 방금 전 지혁을 분노케 만들었던 찢어진 항문이 보였다.
저 좆같은 항문. 지혁은 해교가 팔을 풀고 자세를 바꾸려 하자 무릎을 감싼 팔을 눌러 고정하며 이를 저지했다. 다소 불편한 자세를 한 해교가 의문을 가지고 지혁을 바라보았다.
“선생님……?”
“아직 대답 안 했잖아.”
“아…….”
“대답.”
해교가 긴장한 나머지 숨을 멈추었다. 지혁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해교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그게…… 저기…… 세, 섹스를 한 게 아니라요…….”
“말해요.”
“그러니까…… 호…… 혼자……. 혼자, 자……지……랑…….”
세운 허벅지와 가슴 사이 남는 공간에 해교가 얼굴을 집어넣었다. 거북이가 등딱지 사이로 고개를 집어넣는 것처럼 쑤욱. 동시에 제 모든 치부를 벌거벗고 드러내는 듯해 오므라든 발가락이 허공에서 움찔거렸다.
“보지……랑 아래도…… 만졌어요.”
드디어 지혁이 애타게 기다리던 단어가 해교의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온몸을 웅크린 채 겨우겨우 내뱉은 말이라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도 않을 수준이었다.
지혁이 제가 의도한 대로 노골적인 단어를 자연스레 섞어 사용하는 해교를 보며 희열을 느낀 것도 잠시, 도무지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 혼란한 머릿속을 재정비했다.
그러니까 혼자 자지랑 보지를 만졌다면 자위를 했다는 거고, 그러다가 항문도 쑤셨다는 건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저 조그만 손가락 전체를 넣고 들쑤셔도 그 정도의 열상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능할 텐데. 주먹이라도 처넣은 게 아니고서야.
“누구랑. 제대로 이야기해야지.”
“누구…… 아니고, 다, 당연히 혼자요. 그냥, 혼자서…….”
“그럼 주말에 아무도 안 만났다는 말입니까.”
항문의 찰과상을 안 후로 지혁은 해교를 취조하듯 굴고 있었다. 밝히고 싶지 않은 일을 캐묻는 의사 선생님 때문에 민망한 해교도, 숨 쉴 틈 없이 질문을 쏟아 내는 지혁조차도 이러한 그의 행동이 비이성적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일……을 하러 가서 사람을 만나긴 했는데, 당연히 만지는 건 혼자 만졌어요……. 선생님…… 저 원래 어…… 밑에…… 안 만지거든요. 그런데 제가 좀 이상해진 것 같……아요.”
제 말을 듣는 의사 선생님이 미동을 보이지 않자 초조해진 해교가 입술을 깨물었다. 고개 또한 더욱더 숙어져 파묻히다시피 해 솜털 가득한 목덜미만이 지혁의 시야에 들어왔다.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아니, 깜찍하게 자신을 속여 먹었으니 이것 또한 의도된 연출일지도.
지혁은 차해교의 말에 일희일비하는 자신이 한심했다. 고작 스물둘, 만으로는 스물. 아직 스물한 번째 생일도 채 지나지 않은 핏덩이의 말에 휘둘려서는.
일단 이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믿어 준다손 친다면, 차해교는 자신이 아랫구멍으로 누군가의 좆을 받았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다. 알았더라면 이런 식으로 반응할 리 없었다.
저열한 새끼가 저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에게 무슨 짓을 한 거지. 추론을 마친 지혁의 두 눈이 형형했다. 말아 쥔 주먹 위 손등에 푸른 핏줄이 도드라졌다. 당장 누가 박아 댔는지 알아내 온몸의 뼈를 으스러뜨리고 다시는 씹질할 수 없도록 얄팍한 자지를 도려내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제가 해교에게 하려던, 혹은 앞으로 하려는 짓 역시 크게 노선을 달리하는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
“…….”
한동안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지혁의 눈치를 보며 해교가 빼꼼히 고개를 들었다. 상념에 빠진 의사 선생님은 아직도 꽤 화가 난 듯해 눈동자를 도르륵 굴리며 분위기를 파악하려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제 기분을 가늠하려 귀를 쫑긋 세운 해교의 모습에 지혁은 한 발짝 뒤로 물러나 현재 상황과 자신의 감정이 엉망으로 뒤엉켜 일으킨 소용돌이를 정리하려 들었다.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눈독 들이던 먹이를 바로 눈앞에서 빼앗긴 듯해 화가 났다. 자지가 달린 건 예기치 못한 부분이지만 이외에는 온전히 제 취향인 먹이였다. 하지만 그게 이렇게까지 추궁을 하고 화를 낼 일인가. 기분은 좆같지만 정의의 사도도 아니고 제가 뭐라고 겨우 두 번 본 남자 때문에 날뛸 생각을 했을까.
일순간 떠올랐던 얼굴 모를 씹새끼에 대한, 어울리지 않는 거창한 복수심은 집어치우고 제 욕망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먹으면서 회까닥 돌아 있던 지혁의 눈빛이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찰과상을 입은 구멍을 본 후로부터 계속해서 외면하고 싶었던 보지의 상태를 확인할 시간이 된 것이다.
밑구멍을 진창으로 만들어 놓은 새끼가 보지는 또 얼마나 엉망으로 헤집어 놓았을까. 초조한 마음에 마른침을 삼켜 내며 지혁이 해교를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보여 준 듯해 창피스러운 차해교가 여전히 몸을 만 상태로 빌빌거리며 제 눈치를 보고 있었다.
막상 상태를 확인하려 들자 조급해진 지혁이 며칠간 그리던 해교의 보지를 향해 곧장 얼굴을 들이밀었다. 다가오는 인기척에 당황한 해교가 몸을 물리려다 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베드 위에서 떨어질 뻔하였다. 삐꺽거리며 흔들리는 베드에서 떨어지려 하는 해교를 지혁이 순식간에 잡아챘다.
“흐으…….”
“조심해야지.”
흔들리는 몸을 지혁이 받아 내자 해교는 저에게 내밀어진 유일한 동아줄인 양 지혁의 옷소매를 애처롭게 붙들었다. 저와는 달리 단단한 근육으로 이루어진 아래팔이 든든하게 자신을 받쳐 주었다.
지혁은 불안해 보이는 해교와 눈을 마주한 뒤 굳혔던 입매를 풀고 눈꼬리를 접어 휘었다. 그 웃음에 해교는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꼈다. 그래, 친절하고 다정한 의사 선생님이야. 불안해할 필요 없어. 해교는 제가 붙들어 구겨진 지혁의 옷자락을 놓고 그의 진료에 방해되지 않도록 다시 무릎을 감싸 안았다.
하지만 상대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엎드린 상태에서 진료를 받는 것과 얼굴을 마주하고 진료를 받는 것은 천지 차이였다. 잘생긴 의사 선생님이 여전히 저를 붙든 채 얼굴을 둔부에 미칠 수준으로 가까이 하자 긴장으로 숨이 막혔다.
당장이라도 높은 콧대가 보짓살에 맞닿을 정도로 바투 다가왔다. 보지에 쏟아지는 지혁의 숨이 습했다. 지혁이 검지와 중지 끝을 촘촘하게 맞물린 틈새에 끼운 후 가위질하듯 살며시 벌리자, 쫀득하게 벌어지는 젖은 속살에서 애액이 뚝뚝 떨어졌다. 이미 보지는 전립선을 뒤로 거칠게 자극했을 때부터 흥건해진 상태로 지혁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씨발. 이 느낌이었다. 주말 내내 그리던 보짓살의 촉감에 흥분한 지혁이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중지를 갈고리 모양으로 만든 채 보지 입구에 걸린 클리토리스를 지나 좀 더 깊은 곳을 쩌억, 쩍 소리 내어 뒤적이자 보지 안이 짓눌리는 쾌감에 해교의 눈이 크게 벌어지며 허벅지가 바들바들 떨렸다.
뻐끔거리며 손가락을 삼킨 보지가 더, 더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 요동을 치며 보짓물을 콸콸 흘려 댔다. 전립선을 자극했던 잔열감이 전달된 보지에 노골적인 추삽질이 이어지자 눈물 섞인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흐윽…… 해교가 달달 떨며 고개를 도리질하는 모습까지 지혁을 꼴리게 만드는 데 한몫하였다.
“하, 으, 으응, 흐읏……!”
격정적이고 야한 목소리에 지혁의 자지가 단단해지기 시작하다가, 저 아닌 다른 놈과 씹질할 때 역시 내질렀을 교성이라는 생각이 들자 다시금 분노가 샘솟았다. 자신이 상관할 바 아니라고 이미 결론을 내렸는데도.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한 지혁이 손가락 끝에 힘을 주고 거칠게 보지를 뒤적거렸다. 으읏, 응, 아아앙…… 손길에 따라 해교가 연신 신음을 내지르며 후드득 허리를 떨어 댔다. 빠듯했던 보지 구멍이 지혁의 손가락 움직임에 따라 점점 더 흐물흐물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쯔걱, 쯔윽, 안을 짓쳐 오는 손가락질에 해교의 눈꼬리에 흥분에 젖은 눈물이 방울방울 매달렸다.
보지 내부에서는 뜨끈한 애액이 끊임없이 샘솟아 마침내 지혁의 손가락을 타고 손등 주변까지 보짓물로 뒤덮으며 축축하게 적셨다. 보짓물을 뒤집어써 엉망인 커다란 손이 조그만 공알을 꼬집듯 잡고 누른 뒤 두 손가락으로 보지 입구를 넓게 벌렸다.
“히에엑!”
이상했다. 내부가 괴롭혀지는 것 같아 오싹하면서도 기이한 열락에 담금질되는 것만 같았다. 진료실 안은 미미하게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었지만 너무나도 더웠다. 의사 선생님의 손가락에 완연히 벌어진 보짓구멍이 허전했다. 아래가 화끈거리다 못해 터질 것만 같은 느낌이라 누가 당장 보지 안을 어떻게 좀 해 주었으면 좋겠다.
보지 속이 들끓는 느낌에 갑갑해진 해교가 간신히 무릎을 감싸고 있던 손을 놓쳤다.
뒤로 몸이 넘어가기 직전에 양 팔꿈치가 베드에 닿으며 눕다시피 한 해교가 저도 모르는 새 엉덩이를 흔들며 지혁의 손가락에 자신의 보지를 푹푹, 맞대었다. 그 바람에 지혁은 더 이상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아도 해교의 보짓살을 휘젓는 모양새가 되었다.
오직 본능을 따르는 보지 덕에 손가락을 들이박을 때마다 지문에 보드라운 보짓살의 촉감이 느껴졌고, 이로 인해 지혁의 눈동자에 음욕이 가득 차올랐다.
보짓살이 손가락을 차지게 감싸면서 발생하는, 찔걱대는 야해 빠진 소리가 끊임없이 진료실 내에서 울렸다.
마치 지혁의 손을 자위 기구로 전락시킨 듯한 음란한 몸짓이었다. 지혁은 당장 벌주듯 제 좆을 처넣어 주말 동안 다른 새끼에게 보지를 대 준 것에 대해 혼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다 노선을 바꾸었다. 손가락을 게걸스럽게 삼키는 야들한 보짓살을 만지면서 점차 그의 기분이 나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혁은 확신했다.
후장을 짓씹듯 파헤친 좆이 보지는 건드리지 않았다. 해교의 보지는 전과 같이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하고 보들보들한 살결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이 조그만 구멍에 후장에 처박은 좆을 대었었다간 내부가 씹창이 나 있었을 것이 명백했다. 그러한 결론을 내리자, 가벼운 엉덩이를 처벌하고자 한 그의 의지는 흔적도 없이 휘발되었다.
대체 뭐 하는 새끼지. 보통 항문 섹스는 보지를 꿰뚫고 질릴 때쯤 행하는 다음 단계가 아닌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성벽이다 보니 경험 없는 제 추론이 틀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지혁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차해교의 후장에 누군가 좆을 박아 넣었단 사실은 지혁의 기분을 좆같이 만들었지만, 모든 걸 차치하고 보지가 아직 멀쩡하다는 걸 알았으니 다행이었다. 저번보다 한결 더 느끼고 과감해진 차해교의 반응까지도 나쁘지 않았다.
어느새 흥건하게 쏟아진 보짓물이 회음부를 타고 아래로 고여 베드 위에 물웅덩이를 만들어 냈다.
보지라도 건졌다는 생각에 그나마 냉정하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된 지혁이 부지런히 머리를 굴렸다. 당장이라도 내달릴 것 같은 본능을 간신히 붙들고 재빨리 계산기를 두들겨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개수작을 계획하기 시작한 것이다.
차해교에게 후장이 따였다는 말을 전한다면 아무리 눈앞의 남자가 멍청하다 한들 경계심이 생기지 않을 리 없다. 더군다나 앞으로 진료를 명목으로 자신이 할 일들 역시 경계 대상에 올라 주말간 설레 하며 상상해 본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컸다.
지혁은 어울리지 않는 정의의 사도 노릇은 하지 않기로 하고, 당장 자신에게 필요한 덫부터 치기로 마음먹었다. 후장을 뚫은 씹새끼 처리는 차해교와 레포 형성이 된 후에 천천히 해도 늦지 않았다. 아니, 굳이 필요하지 않다면 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후장이 아다여도 제가 쓸 일은 없을 테니까.
“차해교 씨. 이상하게 듣지 말고요, 진료상 필요한 질문이라 합니다. 보지로 섹스한 적 없죠?”
지혁은 계속해서 보지를 뒤적거리는 짓을 멈추지 않으면서 태연자약하게 물었다. 마치 보지를 휘젓는 일이 아무 일도 아닌 양.
긴장을 가라앉히라는 듯 커다란 손이 하얀 허벅지를 살살 쓸어내렸다. 느긋한 손길이 닿은 말랑한 허벅지가 오히려 더욱더 긴장해 엉덩이 근육까지 함께 세웠다.
빠듯하게 일어난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 덕에 지혁의 손가락을 조여 물던 보지 구멍이 더욱 좁아 들었다. 재차 엉덩이를 흔드는 해교의 눈동자는 쾌감에 절어 발갛게 달아올라 멍한 모습이었다.
“……히윽, 없어요…….”
“그래요. 잘했어요. 사실 차해교 씨는 방광염일 가능성이 크지만, 일반적인 경우와 달라요. 본인도 잘 알겠지만 이렇게 보지와 자지가 같이 달린 경우는 치료법이 난해하기도 하고 과정도 좀 더 길 겁니다. 치료를 할 때 보지에 성 경험이 있으면 더 힘들기도 하고요.”
말도 안 되는 자신의 개소리를 몸이 무너진 상태에서도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는 차해교를 보니 웃음이 흘러나와 큰일이었다. 지혁은 고개를 숙이고 끅끅대며 간신히 웃음을 참아 낸 뒤 짐짓 위엄 있는 척을 했다. 여전히 손바닥을 천장으로 향한 채, 손가락으론 보짓살을 푹, 푹 쑤시면서.
“정말 내 병원에 와서 다행이에요. 내가 보지, 자지가 같이 달린 경우에 대해 연구도 꽤 하고 있었고 이쪽으로는 명망도 높아요. 괜히 다른 병원에 가서 구경거리 되지 말고 그냥 나랑 쭉 치료했으면 하는데 차해교 씨 생각은 어때요? 나는 나라에서 연구 지원도 받아서 해교 씨 진료비는 아예 무상으로 해 줄 수 있어요.”
앞의 연구, 명망과 같은 이야기는 그저 허울일 뿐, 사실 지혁이 하고자 하는 말은 ‘진료비 무상’, ‘나랑 쭉 치료’에 있었다. 멍청한 차해교는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겠지만.
“아……흣, 무, 상이…… 요……?”
보지에서 오는 강한 자극 때문에 호흡이 가빠진 해교가 힘겹게 되물었다. 만날 때마다 한 번에 못 알아듣고 되묻는 경우가 빈번했지만 이 또한 차해교의 외모에 대입하니 백치미로 보이고 나름 꼴리는 포인트에 한몫했다. 나쁘지 않다.
보지 구멍에서 나는 찔걱이는 소리가 기꺼워 손가락을 넣고 빼는 박자를 달리하며 리듬을 만들어 대던 지혁이 무감했던 표정을 지우고 다시 친절한 웃음을 띠었다. 손장난은 이만할 때가 되었다.
“돈 안 받는단 말에 부담 가질 건 없습니다. 내가 부담하는 것도 아니고 나처럼 연구하는 사람의 환자에게 주어지는 혜택인 거니까.”
“하응…… 네에, 저는, 저는…… 으응, ……좋아요.”
어떻게든 저를 잠식한 쾌락에서 벗어나 성의 있는 대답을 하기 위해 해교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 모습이 제법 마음에 들어 두고 보고 싶었지만, 이제부터 해야 할 말은 지금처럼 대강 흘려 넘기듯 들어서는 안 됐다. 지혁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해교의 보지 안을 휘젓던 제 손가락을 서서히 꺼내었다. 달아오른 점막이 그의 손가락이 빠져나가는 것이 아쉬운지 쯔윽, 오므라들며 끈적한 보짓물을 내보냈다.
“좋다니 다행이네요. 다만 해교 씨가 꼭 약속해야 할 게 있어요. 이 연구는 극비 프로젝트이다 보니 외부에 절대 발설하면 안 된다는 조건입니다. 또 전적으로 병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임하는 거니까 하기 싫은 게 있어도 잘 참고 따라와 주었으면 좋겠어요. 중간에 포기하면 의미가 없잖아요? 그리고…….”
지혁이 제 욕심을 채우기 위해 결코 짧지 않을 진료 과정과 앞으로 해교가 해야 할 일에 대해 돼먹지 않은 설명을 해 나갔다. 췌언 수준의 허튼소리였지만 이를 알 리 없는 해교는 최대한 경청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목요연한 개소리를 끝낸 지혁이 해교의 어깨를 살살 매만졌다. 어깨에 닿는 기다란 손가락 끝이 막 쏟아 낸 뜨끈한 보짓물로 번들거렸다.
“힘 빼요. 이제 바로 앉아도 돼요.”
그 말에 해교는 극한의 긴장감에 움츠러들었던 어깨를 펴며 간신히 베드에 다리를 걸쳤다. 보지에서 느껴진 쾌감 때문에 앙증맞은 자지가 아직 열이 오른 채 살짝 솟아 있었다.
그게 부끄러워 허벅지를 틈 없이 붙여 자지를 가리려 들었다. 허둥지둥하던 해교는 자지가 샅 사이에 끼여 흔적조차 보이지 않게 되니 그제야 마음이 평안해졌다.
“혹시 이해 안 된 부분 있어요?”
“아, 아니요. 선생님, 그런데…….”
“네. 말해요.”
“제가 아팠던 거요…… 그거……. 제가 호, 혼자 만져서…… 그렇게 된 거예요?”
아. 자위했던 거 말하는구나. 꽤 열정적으로 임하긴 했나 보지. 혼자 열심히 딸 치는 게 무슨 상관이라고 그걸 여태껏 걱정했다니 우스웠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스스로 덫을 놓아 저를 제물처럼 바치려 드는 해교를, 지혁은 굳이 거절하지 않기로 했다.
제 입맛에 맞게 길들이려면 함께 있지 않을 때는 무조건 허락받은 일만 하도록 규정해 놓는 것이 좋을 터였다. 저번 주말의 좆같은 일을 예방할 겸.
“네. 맞아요. 당분간은 제가 하라는 것만 하고 계획 없이 이루어지는 자위는 참는 게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아…….”
주말 내내 아팠던 이유가 혼자 여기저기를 만져 대서였다니. 고통의 원인이 제게서 온 것을 안 해교가 시무룩해졌고, 지혁은 그런 해교의 반응을 보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생각보다 더 순진했고 생각보다 더 쉬웠다. 다시는 차해교가 저 외의 타인에게 아래를 대주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컨트롤할 자신이 생길 만큼.
“그럼 우선 방광경 검사를 진행하도록 하죠. 자리에서 일어나서 검사실로 따라오세요.”
당장 검사고 나발이고 집어치운 채로 잔뜩 젖은 음란한 보지에 제 자지를 쑤셔 넣고 허리를 털어 대고 싶었지만, 향후 진료라는 미명하에 즐길 수 있을 더 큰 보상을 생각한다면…… 참아 내야 했다. 오늘 제가 한정한 틀 안에서도 충분히 재미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간신히 사람 좋은 의사 코스프레를 이어 가던 지혁은 이미 잔뜩 쏟아져 나온 프리컴으로 인해 엉망으로 축축해진 앞섶을 느끼며 진료실을 나서다 다시 뒤를 돌았다.
“아. 차해교 씨.”
“……네!”
긴장한 해교가 바짝 군기 든 군인처럼 대답했다. 아직 군대도 안 가 봤을 어린애가 어지간히 긴장한 듯 보였다.
“굳이 바지는 다시 입을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검사실 가서도 계속 벗고 있어야 하거든요. 병원 의료진은 오늘 나만 남았으니 부끄러워할 것도 없고. 번거롭지 않아요?”
“아……. 네, 네…….”
순진하게도 제가 하는 말이라면 죽는 시늉까지 할 것 같은 차해교를 보며 지혁이 눈썹을 찡그리며 웃어 댔다. 잇따라 고개를 주억이는 모습이 다시 귀여워 보이는 순간이었다. 지혁은 따라오라는 듯 손짓하며 먼저 발을 내디뎠고, 새하얀 하체에 덕지덕지 보짓물을 묻힌 해교가 조심스레 그를 따랐다.
본래 방광경으로 요도 검사를 할 때에는 윤활제와 국소 마취제가 혼합된 액을 요도 내로 주입하기 마련이다. 요도에 처음으로 이물질이 들어가는 느낌이 상당히 고통스럽기에 진통제 주사를 투여하기도 하지만, 그런 식으로 오늘의 검사를 진행할 경우에는 정말 순수하게 진료만을 위한 검사가 된다.
당연히 한지혁은 이를 원치 않았다.
지혁은 혹시 있을지 모르는 요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최소한의 항생제와 윤활제만을 택했다. 처음에야 통증이 느껴지긴 하겠지만 요도를 좀 더 가지고 놀다 보면 곧 익숙해질 종류의 통각일 것이다. 마치 보지의 아다를 뗄 미래처럼.
양 허벅지를 온전히 벌리도록 고정하는 의자에 앉은 해교가 긴장으로 하얀 허벅지를 덜덜 떨어 댔다. 활짝 벌려진 두 다리를 오므리려 달싹여도 무릎이 의자에 고정된 채라 그럴 수 없는 상태였다.
지혁이 차가운 소독제에 적셔진 솜을 요도 입구에 문지르자 가뜩이나 겁먹은 몸이 한층 더 옹송그려진 채로 빳빳이 굳기 시작했다.
조그마한 자지가 움직이지 않도록 기둥을 그러잡는 지혁은 이번에도 장갑을 끼지 않은 채였다. 지혁의 손길이 닿자 깜짝 놀란 자지로 붉은 피가 쏠리기 시작했다. 어느덧 둥근 귀두는 발개지고 커다란 손으로 감싸 쥔 기둥은 딱딱해져 갔다.
진료상 수백, 수천 번 무감하게 봐 왔던 남자 좆인데.
크기가 작아서인지, 아니면 유난히 하얘서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차해교의 좆이라서인지 정확히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제 손에 반응하는 자지가 거슬리지 않았다.
필시 다른 좆이었다면 주제 모르는 새끼라고 못마땅하게 생각했을 터였다. 아니, 애초에 맨손으로 만질 일이 없어 이 정도로 좆이 반응하지도 않았을 테니 의미 없는 전제다.
지혁이 장난감처럼 작은 해교의 자지를 붙들고 요도 끝에 내시경을 맞대었다. 따스한 지혁의 손과는 달리 차갑고 견고한 금속의 재질이었다. 내시경이 서늘하게 요도 구멍에 맞닿자 해교가 숨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흐으……. 촉감이 무척이나 거슬렸다. 해교는 도무지 본인 앞에 펼쳐지는 끔찍한 광경을 볼 수 없어 몸을 떨어 댔다.
“조금 따끔할 거예요.”
“아……악!”
방광경이 요도를 뚫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얇은 요도 속으로 밀려 들어오는 이물감이 버거워 해교가 고개를 저으며 신음을 내질렀다. 아파. 너무 아파.
“음……. 아프겠네. 힘 빼세요. 힘주면 더 아파요.”
지혁이 음흉한 본심을 가린 채 다정히 말하였다. 기대감에 부푼, 살짝 올라간 입꼬리를 애써 끌어 내리며 말아 쥔 기둥 선단의 표피를 뭉근하게 문지르면서.
방광경을 밀어 넣던 동작을 잠시 멈춘 지혁이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은 해교의 자지를 주물럭거렸다. 덕분에 느껴지는 묘한 쾌감에 요도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미미하다고 착각한 찰나, 단번에 지혁이 요도구 안으로 방광경을 찔러 넣었다.
“흐윽, 흑! 그, 그만…… 아, 아!”
밀려오는 고통에 몸을 이리저리 비틀려 해 보아도 이런 사태를 예감한 듯 단단하게 고정해 둔 다리는 일말의 움직임도 행할 수 없었다. 자지를 쥐어짜는 것만으로도 아픈데 자지 속살에 위치해 있는 요도를 자극하니 한계를 넘는 생경한 고통이 일어날 수밖에. 기분 나쁜 압박감에 제대로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허, 흐……. 선생님! 흐, 으. 너무…… 으읏…… 너무 아파요.”
혹여 제가 지금 요도에 검사 기구를 찔러 넣는 지혁의 손이라도 건드렸다간 지금보다 더한 고통을 느끼게 될까 봐 감히 상체는 어찌하지도 못했다. 해교는 그저 눈물을 흘리며 몸을 경련할 따름이었다.
탐스럽고 보드라운 둔부가 벌벌 떨리고 고통으로 인해 쪼그라드는 자지 아래로 덩달아 수축한 듯한 보지 입구가 살짝 드러났다. 감당하기 힘든 아픔에 겁먹은 채 굳은 보지를 느른하게 내려다보던 지혁이 미소를 삼켰다. 그러고는 짐짓 해교를 위하는 척 제안했다.
“차해교 씨, 너무 아프면 마취 주사라도 놓을까요? 그런데…… 어쩌지. 마취 주사도 맞을 때는 똑같이 아픈데.”
여기서 더 아픈 건 질색이다. 아랫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내젓는 해교를 바라보던 지혁이 그의 귓불을 살짝 붙잡고 부드럽게 문질렀다. 귓불에 닿은 손이 뜨거워 해교가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리자, 지혁이 작은 웃음소리를 내며 은근하게 귓바퀴를 매만졌다. 그리고 마치 밀어를 하는 듯 듣기 좋은 중저음의 목소리를 귀에 대고 속삭였다.
“방법이 있는데. 차해교 씨만 괜찮다면.”
“흐……읏, 무슨, 무슨 방법이요?”
“요도 검사의 고통을 잊게 해 줄 쾌감을 주면 되죠. 보통 쾌감이 고통보다 더 크게 느껴지거든요.”
해교는 도통 지혁이 어떤 의미에서의 쾌감을 논하는지 쉬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지금 자신의 통각을 조절하는 것은 그의 손이라는 점만은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경제적으로 궁핍한 제 처지를 알고 먼저 나서서 무료로 진료를 해 주려는 좋은 선생님이다. 게다가 혼자서 쉽게 멈추지 못하는 딸꾹질까지 멈추게 한 모습에 전지전능한 신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자신에게 해가 되는 제안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자지 끝에서 오는 고통으로 인해 관자놀이에 식은땀까지 맺힌 해교가 지혁의 손을 구원으로 여기곤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다.
“도와 달라는 거 맞죠?”
“네, 네에…….”
요도에 걸쳐 둔 검사구를 꺼낸 지혁이 몸을 굽혀 해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해교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자신의 가랑이 앞에 자리한 지혁에게 의문을 가질 새 없이 여전히 저릿한 요도를 느끼며 괴로워하던 해교가 갑자기 느껴진 생경한 감각에 허리를 숙이고 상체를 비틀었다.
“서, 선생…… 아, 아, 아흐, 으으읏, 응……!”
“어, 으지이지 마.”
지혁이 해교의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박고 말했다. 정확하게는 보짓살에 입술을 파묻은 채로. 지혁의 입술 사이로 말이 새어 나오며 진동이 일어 보지가 간지러웠다.
“힉! 아…… 흣, 서, 언, 생님…….”
바르작대는 해교의 허벅지를 두 손으로 잡아 고정한 채 지혁이 정신없이 보지를 탐하기 시작했다. 넓게 펼쳐진 혀가 보지 전체를 한 번에 핥아 올렸다. 뭉근하게 제 존재감을 내뿜은 혀가 떨어져 나가자 보지가 따끈하게 달아올랐다. 한 번 보지를 핥고 갈급해진 지혁이 뒤이어 재차 같은 부위를 서서히 혀로 뭉그러뜨렸다.
그 한 번의 동작에 보지 구멍이 움찔거리고 해교의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아아…… 힘을 준 탓에 마른 배에 복근이 또렷하게 일어났다. 떨어져 나갔던 붉은 혀가 이번엔 세워진 채로 주욱 보지 입구를 긁어내렸다. 으으응……! 해교가 괴로운 듯 몸을 떨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심지를 세운 두꺼운 혀가 음핵부터 끝이 말린 날개 주름 끝까지, 서서히 길게 핥아 내렸다. 하으, 읏…… 놀란 해교가 지혁의 얼굴을 쥐고 밀어내려 들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묵직한 몸통 앞에서 보잘것없는 작은 몸이 최선을 다해 허우적거렸다.
열띤 해교의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지혁은 흔들림 없는 자세를 유지한 채 그저 보지를 빠는 데 몰두했다. 힘없는 하얀 손이 얼굴을 밀어내려 애썼지만 지혁의 날카로운 콧날은 이미 해교의 음핵에 닿아 있었고, 뜨끈한 보지 속살에서는 야해 빠진 냄새가 절로 흘러나와 무아지경이었다.
지혁이 망설임 없이 보짓살에 얼굴을 문지르며 여린 살갗을 뒤집어엎었다. 이어서 음핵에 코를 대고 더듬듯이 비벼 댔다. 그러자 해교의 아랫배에 바짝 힘이 들어가고 자지가 단번에 벌떡 서면서 지혁의 매끈한 이마를 퉁, 치고 올라갔다.
흐으으……. 발기하는 자지 때문에 부끄러워진 해교가 지혁을 밀어내던 손등을 들어 저의 입을 가리고 두 눈을 꼭 감았다.
“선……생님, 흐으…… 오…… 왜…….”
지혁은 해교의 보지를 빠는 데 정신이 팔려서 물음에 대답해 줄 수 없었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부드럽고 쫀득한 속살에 혓바닥이 닿자 그저 눈앞의 보짓살을 빠는 것 외에는 아무런 생각을 할 수가 없던 까닭이었다.
지혁이 볼우물이 팰 때까지 거세게 힘을 주어 보짓살을 츱, 츠읍, 쭙, 빨아 당기자 자극을 받은 보지가 해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제멋대로 펄떡이며 뭉쳤다. 게걸스럽게 연한 보지를 쭈욱 빨던 지혁의 혀가 스멀스멀 기어 다니는 뱀처럼 점차 더 깊숙한 곳으로 길을 내고 들쑤시기 시작했다.
긴장한 근육을 가르고 미끄러지듯 깊은 동굴로 들이박히는 혀가 느껴지자 해교는 저도 모르게 신음을 막던 손을 내려 지혁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쿠웅, 쿵, 보지 안에 거대한 심장이라도 달린 것처럼 박동하는 소리가 울리고 구멍이 제멋대로 늘었다 조여들었다.
이제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저 지금 이 순간, 호우처럼 퍼붓는 쾌감이 멈추지 않았으면. 제발.
두툼하고 탐욕스러운 혀가 자궁으로 향하는 내벽을 훑으며 전진했다. 혀가 닿는 곳마다 전기에 감전된 듯 저릿한 쾌감이 일고 척척한 애액이 뿜어져 나와 후끈거렸다.
닿을 수 있는 최대치의 깊은 곳까지 혀를 뻗어 핥은 후 왔던 길을 거세게 비비며 빠져나오자, 해교의 입술 사이에서 정제되지 않은 신음이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왔다.
“흐, 아, 앙, 앗, 으응……!”
부드러운 머릿결을 감싸 쥔 하얀 손이 이를 더욱 끌어당기며 보채었다. 해교의 고간 사이에 자의로 틀어박힌 지혁이 혀를 바지런히 놀려 댄 탓에 오싹한 열기가 보지 내부를 뒤덮고 곧장 아랫배를 통과해 위를 거슬러 올라왔다.
매끈한 이마를 치고 올라온 희멀건 자지는 붉은색으로 바뀌어 선액을 질질 흘려 댄 지 오래였다.
처음 겪는 버거운 쾌감에 의자에 고정된 다리가 제멋대로 튀어 나갈 것만 같았다. 진작 곱아든 발등에는 실핏줄과 힘줄이 빳빳이 섞여 섰으며 발가락이 부들거리고 있다.
정신을 다잡으려 노력해 보아도 호흡은 엉망으로 뒤엉켜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고, 제가 누구의 뒷머리를 붙들고 있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았다.
이미 의사 선생님의 입 안에 보지 전체가 우악스럽게 빨리고 있지만 더, 더 강하게 흡입되고 싶다. 손으로 만지작대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감각에 전에 없는 강력한 욕구가 일었다.
질펀하고, 오싹하고, 눅진한……. 부드러운 입술이 보지를 누르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높은 곳에서 단번에 떨어지는, 아찔한 느낌.
무의식적으로 제 사타구니 사이에 자리한 지혁의 목둘레를 허벅지로 감쌌다. 그러자 말랑한 해교의 허벅지에 의해 지혁이 한층 더 깊숙이 해교와 맞닿았다.
보지에 처박힌 얼굴이 빈틈없이 보짓물로 범벅이 되었다. 숨이 막힐 것처럼 뜨거운 보짓살과 보짓물로 얼굴 전체가 흠뻑 젖은 지혁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호흡이 매끄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을 덮은 보짓물이 기꺼웠다.
“후…….”
지혁은 발기한 해교의 자지를 무도한 손길로 잡아챘다. 흐읏, 응! 해교의 입에서 한층 더 거센 신음이 쏟아져 나오고 최대한 힘을 주어 고정된 엉덩이를 파드득 떨어 대는 것이 느껴졌다.
털이 없어 그런가. 만질수록 손에 착 감겨 왔다. 지혁이 조그만 고환을 은근하게 만지작대다가 단번에 쭈욱, 귀두 아래까지 손날을 끌어 올리자 해교가 고개를 젖히고 울부짖었다.
“아, 하윽…… 읏, 으응, 응! 선생님……!”
제멋대로 자지를 주무르는 선명한 감각에 연신 신음만 내지르던 해교의 시야가 가물거렸다. 지혁이 자지를 잡은 손을 아래위로 탁탁 움직이며 쉴 틈 없이 몰아쳤던 탓이었다.
미처 사정감을 느끼기도 전에 잔뜩 달뜬 조그만 자지에서 피익, 좆물이 세차게 쏟아져 나왔다. 버거운 사정의 전율이 보지까지 이어지자 발발 떨리는 발가락이 허공을 부유했다.
해교는 허벅지 위쪽이 자꾸 지잉 징, 울려 대는 느낌이 들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정액을 내뿜은 자지가 쾌감의 여운에 젖자 지혁이 혀로 뒤적이던 보지 구멍이 움찔거리며 절로 좁아 들었다. 경련하는 보지를 바라보기 위해 지혁이 고개를 들자, 정신없이 빨아 대던 끈적한 애액이 지혁의 입술과 해교의 보지를 이으며 주욱 얇은 실처럼 투명하게 늘어났다.
투명한 애액이 입술선 끝에 걸리자 지혁이 낮게 웃음 지으며 붉은 혀를 꺼내었다.
혀를 말아 가볍게 보짓물을 끊어 내고서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핥고 남은 체액을 매끄럽게 정돈한 뒤 맛을 음미해 보았다.
달다. 시큼하기도 하다. 그러나 역하지는 않다.
정의하자면, 야한 맛이다. 할짝이고 삼켜 낼수록 더, 더 갈급해지는 맛.
거친 숨을 내쉬는 또렷한 이목구비가 보짓물로 번들거렸다. 지혁은 정신없이 보지를 빨아 놓고도 아직 부족한지 입 안에 남은 보짓물을 남김없이 쪽 빨아 모아 목구멍 뒤로 넘겼다.
“후우…….”
“서, 선생님…… 죄, 죄송…….”
뒤늦게 제 정액이 뚝뚝 흘러내리는 지혁의 손바닥을 시야에 담은 해교가 슬그머니 눈치를 보다 고개를 숙였다.
내뱉는 사과의 말로 정적을 가르고 그를 끌어안았던 손과 다리를 푼 뒤 풀이 죽었다. 몰아쉬던 숨을 잠재우고 한참을 기다려도 의사 선생님이 말이 없자 숙였던 고개를 들었으나, 이미 맛이 가 버린 지혁의 눈동자는 초점이 돌아올 기색이 없었다.
보지를 빨면서 제가 더 흥분했다. 지혁은 왼쪽 허벅지 위에 수납해 둔 자지가 천에 걸려 솟아오르지 못해 발생한 통증에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이제야 보짓물로 세수라도 한 듯한 저의 얼굴이 느껴졌다. 잘 뻗은 턱선을 타고 흘러내린 보짓물이 지혁의 하얀 셔츠 깃을 엉망으로 적시고 있는 와중이었다.
“죄, 죄송해요, 흐, 읏…….”
“좋았어요?”
“네……?”
제 턱에 흘러내리는 보짓물을 엄지로 훔친 지혁이 이를 다시 입 안으로 밀어 넣으며 물었다.
상상했던 것보다 오묘한, 시큼하면서도 달큼한 맛이 나는 보짓물이 만족스러웠다.
애피타이저를 맛보니 메인 메뉴가 퍽 더 기대되어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다. 핀트가 나간 지혁의 입에서 정제되지 않은 말이 쏟아져 나왔다.
“보빨 좋았냐고 물었어요.”
“……보……빨이요?”
사정의 여운으로 눈이 풀린 채 한껏 흐트러진 모습을 하던 해교가 뒤늦게 반응하였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저질스러운 단어에 당황해 눈이 크게 벌어진 것이다.
그 모습에 지혁은 또다시 아랫배가 땅겨 오는 것을 느꼈다. 아까부터 터질 듯 발기한 좆이 괴로웠다. 오늘 제가 정해 놓은 한계선은 보빨까지인데.
“보지 빨리니까 좋았냐고.”
“……아.”
그러니까…… 의사 선생님이 검사를 힘들어하는 자신을 위해 손수, 보지를 빨아 주신 거였다. 정말 신기하게도 보지가 빨리는 동안 아팠던 요도에 대한 생각이 단 한 번도 나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좋았……던 거 같아요.”
홀린 듯 수줍게 고개를 끄덕인 해교가 눈길을 제 발끝으로 주었다. 자신의 체액으로 뒤덮인 선생님을 바라보는 것이 버거웠던 탓이다. 자연스레 드러난 하얀 목덜미가 버거운 성감으로 인해 땀에 젖어 있었다.
“좋았다니 다행이네요. 종종 이렇게 진료해도 되겠어요. 차해교 씨, 눈치챘겠지만 이게 일반적인 진료 과정은 아니에요. 나는 다만 최대한 해교 씨가 아프지 않은 선에서 진료를 도와주고 싶었을 뿐이고요. 의사로서 최선을 다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아…… 네에.”
“이런 진료 과정은 아까도 말했듯 철저한 비밀에 부쳐 주었으면 합니다. 다른 사람이 내 의도를 곡해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정부로부터 연구 지원을 받기는 힘들거든요.”
“…….”
“그럼 해교 씨도 나 말고 새로운 의사를 만나서 또 보지를 까야 할 거고, 재수가 없으면 그 의사가 해교 씨 보지로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겠네. 그치? 나처럼 무료 진료를 해 준다고 하지도 않을 거고. 양성구유 진료는 일반 진료보다 비용도 두 배는 넘게 청구돼요. 두 배로 힘드니까.”
“약속할게요…….”
걱정을 가장한 협박에 해교가 홀라당 넘어갔다. 지금 이 의사 선생님과 다정한 진료를 이어 가려면 제가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지혁은 일말의 의심도 비추지 않은 채 본인의 말을 모두 수용하려 드는 해교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일이 쉽게 풀릴 것 같은 예감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짐짓 예상한 것보다 거부감 없는 반응에 괜한 걱정을 한 것 같았다.
조금 더 과감하게 해도 되지 않을까. 보지에다 좆을 쑤시고 씹질을 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당장 바지 앞섶을 풀고 좆을 꺼내 들고 싶다. 사고 회로를 거치지 않은 채 발기한 자지로 손을 가져가던 지혁이 떠오르는 생각에 문득 행동을 멈추었다.
씹질하는 건 순간이고 쌓은 신뢰는 영원하다. 당장의 섹스로 기껏 쌓기 시작한 신뢰며 본인 입지가 단번에 무너질 수 있음을 잘 알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득실을 따져 볼 필요가 있었다.
지금은…… 이르다.
지속적인 갈증에 약간의 수분은 공급해 준 셈이니 며칠은 더 참을 수 있지 않을까. 완벽한 해갈은 아닐지언정.
좆같은 3일 텀을 두지 않고 연이어 더 만난다면 제가 하는 말은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으리라. 앞섶을 뚫고 나올 것 같은 자지를 간신히 외면한 지혁이 속마음을 감추고 다음 행위를 이어 가기 위해 운을 띄웠다.
“내가 보빨하면서 요도 검사를 해 주고 싶긴 한데 그러면 각도가 안 나오니까. 아쉽지만 이번엔 손으로 참아요.”
“네? 아, 흑! 흐, 아!”
해교가 미처 답하기도 전에 지혁이 몸을 일으켜 돌연 방광경을 요도 안으로 집어넣기 시작했다. 막 사정한 자지를 감싸던 따스한 손이 떨어져 나가고 차가운 방광경이 안쪽 살을 밀고 들어오자 곧바로 좆이 쪼그라들었다.
성기 끝을 누가 칼로 도려내는 것만 같은 아픔을 느낀 해교가 하체를 고정한 의자에서 벗어나려 몸을 뒤틀며 헐떡였다.
“아, 아, 흐윽…….”
천국에 데려다 놓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금 지옥으로 저를 인도한 의사 선생님이 원망스러웠다. 아픔을 참아 내려 어금니를 꽉 깨물어 댄 탓에 자지뿐 아니라 치아마저 시렸다. 와락 감은 눈을 살짝 떠 보니 고작 방광경 끄트머리만 요도 구멍에 맞추어 들어가 있을 따름이었다.
크나큰 고통과 긴장감에 땀이 가득 찬 손바닥을 휘휘 내저으며 낑낑거리는 해교를 바라본 지혁이 그 모습이 귀여워 간신히 웃음을 참아 냈다. 조금 도와줄까.
지혁이 방광경을 쥔 손 중 하나를 내렸다. 여유를 가진 손은 바로 해교의 보지로 다가가 예고 없이 손가락을 축축한 구멍 속으로 밀어 넣었다.
“흐으, 흑, 하……아, 아, 으응!”
비슷한 신음이지만 방금 전까지 고통에 절어서 낸 음성과는 분명히 결이 달랐다. 차가운 금속이 내려 앉힌 몸의 온도가 급속도로 달아올랐다. 자지에서 오는 고통에 덩달아 식었던 보지가 언제 그랬었냐는 듯 빠르게 홧홧해졌다.
지혁은 엄지로 음핵을 짓누른 상태로 검지와 중지를 이용해 대음순을 비비적거렸다. 젖은 살갗이 비벼지는 음탕한 감각에 재차 쾌감이 피어오르고 신음이 샜다. 하아앙…… 절정에 닿은 보지 구멍이 조였다 풀리기를 반복함과 동시에 지혁이 방광경 전체를 단번에 요도로 밀어 넣었다.
“히이, 이익!”
성기가 찢어지는 느낌과 함께 마침내 방광경이 온전하게 끝까지 닿았다. 깊이 파고든 방광경이 잠시 움직임을 멈추자 자지에서 스멀스멀, 오싹하게 피어오르던 느낌 또한 서서히 멎어 갔다.
섬찟한 감각이 누그러지자 해교가 슬며시 감은 눈을 떴다. 찌르르한 느낌은 여전했지만 자지 끝에서는 어떠한 혈액도 흐르지 않았다.
지혁이 잘했다는 듯 해교의 뒷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부드럽게 웃었다. 그 따스함에 해교가 긴장을 풀고 마주 웃으려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하아, 하아……. 선생님, 이제 다 됐…….”
나요……. 미처 질문을 마치기도 전에 지혁이 방광경을 살살 요도 안에서 굴리기 시작하였다. 달아오른 점막이 꿈틀대며 이물질에 들러붙었다 밀려 나갔다. 쩌억, 쩍, 얇은 길 사이를 비집고 휘젓는 금속에 해교의 아랫배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흐으읏! 이상했다. 분명히 자지 안을 돌아다니는 이물질이 불편했는데, 그래야 했는데.
얇은 방광경이 쿡쿡, 어딘가를 찌르자 마치 의사 선생님이 보지 위에 달린 조그마한 콩알을 굴렸을 때와 비슷한 전율이 일었다. 하늘에서 마른벼락이라도 내려 자지에 쏘아 댄 것처럼 바들바들, 금속에 꿰뚫린 자지가 떨려 왔다.
“하으, 아, 으읏, 서, 선생, 니임, 흑…… 이, 이상…… 하, 흣!”
지혁은 의도적으로 방광경을 이용해 계속해서 해교의 전립샘을 압박하였다. 방광경을 쭉 밀어 넣어 긁어 댔다가 다시 살살 빼낼 때마다 어쩔 줄 몰라 하며 하느작거리는 작은 몸이 보기 좋았다.
강하게 전립샘을 짓눌렀다가 슬쩍 빼내어 애타게 만들고, 그러다가 또 주변을 슬슬 문지르며 끊임없는 자극을 주는 것을 셀 수 없이 되풀이하였다.
방광경이 전립샘을 깔짝이면 척추를 타고 전류가 흐르는 느낌에 아찔해져 머리가 쭈뼛 설 지경이었다. 아까 지혁이 항문에 손가락을 넣고 거세게 짓누를 때보다 한층 더 노골적인 쾌락이 쏟아져 해교를 어지럽혔다. 하응, 흐, 아, 아앙…… 요도 안을 드나드는 방광경의 움직임에 따라 고통과 쾌락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정신없이 그를 몰아쳤다.
지혁이 손목을 살짝 비튼 채 방광경으로 한 지점을 꾸욱 자극하였다. 그러자 언제 통각을 느꼈냐는 듯 앙증맞은 자지로 짙은 사정감이 몰려왔다. 해교는 필사적으로 버티기 위해 주먹을 꼬옥 말아 쥐었다. 작은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 왔다.
당장이라도 간지러운 자지를 털어 내 정액을 쏟아 내고 싶은 본능적인 욕구와 불과 몇 분 전에 의사 선생님의 손에 정액을 쏟아 낸 과거의 제 모습이 번갈아 떠올랐다. 진료 중인데, 안 돼. 혼란한 해교가 고개를 저으며 흐느꼈다.
“선……생……니임, 아, 안 돼…… 아까 갔는……데에, 에, 흐……읍! 아…… 아……!”
간절한 목소리에도 지혁은 쉬이 방광경을 거둘 생각이 없었다. 아, 아, 아으으……! 방광경이 꽂힌 자지가 달달 떨리고 거친 숨이 쉴 틈 없이 몰아쳤다. 지혁이 좀 더 빠르고 자잘하게 방광경을 들었다 내리며 부푼 점막을 짓치자 연속해서 쏟아붓는 자극에 해교의 음낭이 굳어 갔다.
“힉……!”
홱 몸을 웅크리며 해교가 좆물을 내보내려 하였다. 하지만 납작한 아랫배가 달달 떨리기만 할 뿐 바닥에 정액이 후드득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시원하게 픽, 쏘아져야 하는 좆물이 요도를 막아선 방광경 때문에 분출되지 못한 것이다.
정염을 해방하지 못한 자지가 애처롭게 꺼떡이고 자그마한 몸이 잘게 몸부림을 치며 경련했다. 분명히 절정만큼의 쾌감을 느꼈는데. 아, 아. 가고 싶어.
요도 안을 압박하는 방광경에 점막이 바짝 들러붙었다. 차가운 금속을 녹이기라도 할 것처럼 뭉친 따끈한 점막을 비웃기라도 하듯 지혁이 손목을 돌리며 방광경의 위치를 조금씩 바꾸었다. 푸욱, 푹, 쑤셔 박히는 지점이 달라질 때마다 한 겹씩 더해 가는 열기가 몸체를 달구었다.
흐, 윽…… 잠시간 숨이 멎을 만큼의 격정적인 소름이 내리쳐 온몸이 떨렸다. 자지 안에서 시작된 팽팽한 감각에 아래가 조각날 것만 같다.
결국 지나친 쾌감이 괴로움으로 돌아왔다. 차마 싸게 해 달라는 말은 하지 못한 해교가 제 음낭이라도 쥐고 흔들려 손을 뻗었다.
“어허.”
단호한 표정의 지혁이 해교의 손을 막고 고개를 저었다. 울 것처럼 잔뜩 얼굴을 구긴 해교의 짧은 손톱이 제 손바닥에 박힌 채 부들거렸다. 차라리 차가운 이물질로 요도를 아프게 하는 게 덜 힘들 지경이었다.
기세를 몰아 지혁이 방광경을 좀 더 깊숙이 밀어 넣고 내부를 압박하자 한순간 몸이 크게 들썩이며 요도구로 전립선액이 미약하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정액보다 한결 묽고, 따끔거리는 통증을 수반한 액체가 쪼르르 흐르는 모습에 해교의 얼굴 가득 충격받은 표정이 떠올랐다.
이게 대체 뭐지.
하지만 당황은 길지 않았다. 지혁이 해교를 잠시도 쉬게 놔두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읏! 하으으……! 자꾸만 나타났다 사라지는 애타는 쾌감에 해교는 수치를 모르고 점차 허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해교가 전립선에 쏟아지는 자극에 정신이 쏠린 사이 카메라로 요도 내부 확인을 마친 지혁이 미련 없이 방광경을 주욱 길게 뽑아내었다. 요도구를 막고 있던 이물질이 사라지자마자 해교는 뒤늦게 골반을 흔들며 좆물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힉, 흐……읏! 신음도 지르지 못하고 그저 두 다리를 버둥대면서.
하늘을 향해 고정된 자지 각도 때문에 참았다 분출된 하얀 정액이 좆 기둥을 타고 우유처럼 흘러내렸다. 이에 자지를 붙든 지혁의 손등과 손날을 타고 좆물이 길을 내며 흔적을 남겼다.
분명히, 분명히 아팠는데 어째서…….
탈력감을 느끼며 낯모르는 제 반응을 뒤늦게 곱씹은 해교가 아직 열기가 가시지 않은 몸을 으슬으슬 떨어 댔다. 하얗던 몸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모습을 관찰하던 지혁의 표정이 묘했다.
방광경을 이용하여 장난질을 치는 것도 처음이긴 하지만, 이렇게 흥분하는 환자를 보고 제 좆이 서는 것 또한 처음이었다. 비뇨기 진료를 하면서 이런 식으로 누군가의 전립샘을 자극할 일이 있으리라곤 생각해 본 적 없었다.
하지만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제법 만족스러웠다. 아니, 꽤 많이.
오늘 내내 스스로를 성고문하는 행위를 이어 가는 것만 같아 헛웃음이 나왔다. 저를 괴롭게 만드는 행위인 게 확실했지만 앞으로를 생각하면 전혀 싫지 않았고, 오히려 기대될 지경이었다.
지혁은 얼추 실신한 것처럼 의자 위에 늘어진 해교를 내려다보며 그의 정액으로 엉망이 된 손등을 티슈로 닦아 내었다. 같은 남자의 정액이 분명한데 그걸 알면서도 여자의 애액을 묻힌 것처럼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여타 다른 상대와 섹스하면서 체액이 묻어난 것과 같은, 여상한 경험을 한 기분이었다.
그간 만나왔던 섹스 파트너는 늘 능숙했었고 거의 비슷한 결의 상대만 만나 왔기에 심연 속에서는 경험 없는, 혹은 경험이 많지 않은 미숙한 상대를 그다지 반기지 않았었다.
하지만 눈앞의 이 어린 남자는…… 아다인 걸 알자마자 제가 첫 경험 상대이고 싶었고, 저 아닌 누군가와 씹질을 하고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성을 잃고 날뛸 뻔했다.
거기에 더해 처음 겪는 버거운 쾌감에 팔다리를 내저으며 작은 몸을 움찔거리는 모습에 좆이 섰고, 다시 한번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들 생각까지 해 대었다.
이 하얀 몸에는 오롯이 저만이 흔적을 남기고픈 욕구가 일었다. 보빨로 보지 맛을 알게 되어 더 그랬을지 몰랐다. 거의 사라져 흔적이 남지 않았을 테지만 차해교의 몸에 누군가의 정액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는 사실이 내키지 않는다.
글쎄. 어딘가 모순적인 생각이라는 건 잘 알지만 깊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직까지는 묘한 이 소유욕을 정의 내리기 힘들지만 당분간은 차해교 덕분에 꽤 즐거운 나날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방광경으로 보니 역시 상태가 많이 안 좋아요. 앞으로 차차 치료를 하도록 하죠. 그리고 조금 불편할 텐데 잠시만 참아요.”
“……?”
지혁은 원래부터 정해진 순서인 양 방광경 기계 옆에 둔 직장 카테터를 손에 쥐었다. 그러고는 거침없이 카테터를 해교의 항문에 꽂아 넣었다. 여전히 해교는 두 다리가 의자에 고정된 상태라 훤히 둔부가 드러나 있어 진입이 쉬웠다.
“아……! 흣!”
“안을 좀 씻어 낼 거예요. 오늘 치료의 마무리랄까.”
마음 같아서는 좆물이 남은 내장을 꺼내 씻어 말린 뒤 다시 집어넣고 싶은 심정이나 그럴 순 없으니.
카테터 삽입을 한 후 호스를 연결하자 곧바로 결장에 물이 차오르며 해교의 복부가 팽창하기 시작했다. 속이 매스껍고 물로 팽팽해진 복부가 아렸다. 당장이라도 목구멍을 통해 물이 넘어올 것만 같았다. 항문을 죄는 것보다 불쾌한 속 쓰림이 더 큰 고난이었다.
“아흐윽…….”
괴로움에 굴곡진 엉덩이가 흔들릴 때마다 해교의 엉덩이 골 사이로 역류하는 액체가 투명한 관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졌다. 밀려드는 액체에 내장마저 위로 밀려 올라갈 것만 같아 해교가 파드득 몸을 떨었다. 그 모습이 퍽 애처로워 보였다.
너보다 내가 더 힘들다.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욕구가 꿈틀거려 지혁은 끊임없이 스스로와 맞서 싸워야만 했다. 해교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발발거리는 해교가 의자 팔걸이에 손을 올린 채 꼼지락대며 괴로워하자 지혁이 카테터를 쥐지 않은 반대 손으로 해교의 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얽었다. 손깍지를 낀 채 해교의 손등을 도닥여 주자 팔자로 내려앉은 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오늘 아픈 건 이제 다 끝났어요. 조금만 더 참으세요.”
“흣…… 네에……. 흐으.”
당장이라도 왈칵왈칵 쏟아져 나올 것만 같은 액체가 두려웠던 해교는 젖 먹던 힘을 다해 주름진 구멍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관자놀이에 핏줄이 설 만큼 힘을 주어도 주름 틈새를 비집고 한 방울씩 흘러내리는 투명한 물을 막아 낼 순 없었다.
해교의 아랫구멍 사이에서 또르르, 흘러내린 물이 지혁의 손등을 타고 흘렀으나 지혁은 딱히 개의치 않았다.
“……다 됐다. 이제 화장실에 가서 쏟아 내요. 수고했어요. 화장실은 옆문으로 가면 됩니다.”
제 할 일을 마친 지혁이 해교의 다리를 의자에 고정하던 벨트를 풀어 준 뒤 검사실에서 사라졌다. 해교는 도통 상황 파악을 할 수 없었지만 지금 본인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만은 명쾌하게 알 것 같아 화장실로 달려갔다.
해교가 직장을 모두 비워 내는 동안 지혁은 약품 보관 쇼케이스로 향한 뒤 문을 닫았다. 후. 씨발. 남자 새끼 관장에 왜 좆이 서는 건데? 이렇게 변태가 되어 가는 건가.
마치 후장 섹스 전 관장을 한 듯한 기분이다. 이해할 수 없었다. 평생 관심 가진 적 없던 부위에 오늘 왜 자꾸 관심을 갖는 건지.
잠시 미간을 구겼다 편 지혁이 쇼케이스를 열고 연고를 꺼냈다. 비치된 면봉을 들어 연고를 짜내려다 다시 원위치에 두고선 검사실로 발걸음을 돌리자, 해교가 다시 의자에 몸을 기댄 채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유순하게 내려앉은 눈꼬리가 붉게 달아오른 모습이 제법 유혹적이라는 생각을 한 지혁이 면봉 대신 제 검지 끝에 연고를 발라내었다.
영문을 모르는 해교와 눈을 마주친 뒤 눈꼬리를 살짝 접어 웃고는 해교의 양 오금을 잡아 상체 쪽으로 밀었다. 놀고 있는 해교의 손을 당겨 각각 제 오금을 붙잡도록 하자 마치 자의적으로 둔부를 드러내고 있는 듯한 포즈에 해교의 얼굴이 불그스름하게 달아올랐다.
“아, 아, 응!”
뻗어 있던 몸이 단숨에 튀어 올랐다. 부드럽게 후장 입구를 감아올리는 손가락 끝에 희뿌연 색상의 연고가 가득 묻어 있었다. 기다란 손가락이 끈적한 점성의 연고를 둥글리며 후장 주름마다 꼼꼼히 발라대 입구에 막이 쌓이자 또 다른 감상을 자아냈다.
마치 내장 안에 정액을 싸지른 후 빠져나간 좆의 흔적을 보는 것 같달까. 미처 후처리를 하지 않아 새어 나오는 정액을 보는 듯했는데 더럽다기보다는 자극적으로 보여 지혁은 절로 한숨이 일었다.
“으응…….”
안 돼. 또다시 자지가 설 것 같아. 해교는 입 안의 혀를 깨물며 갖은 슬픈 생각을 하려 노력하였다. 학교를 자퇴한 날, 사채업자를 만난 날, 가사 도우미 앱에서 평점 1점을 받았던 날……. 괴로운 기억을 떠올리는 게 힘이 들었지만 이 이상 의사 선생님 앞에서 추태를 보이는 것보다는 나을 듯했다.
지혁은 그런 해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빤히 안다는 듯 여유 있는 표정이었다. 기실 그가 아니라도 새빨간 얼굴, 감쳐문 입술, 꼬옥 감은 눈을 본다면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을 법했다.
후장 겉의 주름을 지분대던 손가락이 은근슬쩍 내벽 안으로 진입했다. 직장 카테터로 속을 비워 내서인지 아까보다 한결 차가워진 온도의 내벽이 지분대는 손길에 반응하며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아, 아, 흐으, 으, 응!”
착하게도 여전히 지혁이 쥐여 준 오금을 꼭 붙든 해교가 신음을 흘렸다. 도톰하게 올라온 전립선을 피해 주변을 약 올리듯 살살 훑고 지나가는 손길에 조그만 벌레가 항문 안을 기어 다니는 듯한 느낌이 일었다.
분명히 약을 바르려는 의도였다면 검지 하나로도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지혁이 손가락을 하나 더 늘려 구멍에 집어넣었다. 흐읏……. 입구부터 내벽 초입까지 지혁이 진득한 연고를 발라 두어서인지 손가락의 진입은 수월했다.
지혁이 손가락 2개를 모은 상태로 여린 내벽 점막을 살살 긁어 대었다. 육벽을 뭉그러뜨리고 짓누르니 해교의 뒷덜미로 야릇한 감각이 전달되었다. 흐응, 응…… 아응…… 어느덧 해교의 눈에는 초점이 사라졌고 몽롱함만이 남아 있었다.
한층 풀린 눈으로 낮은 신음을 내뱉던 해교가 전립선을 강하게 문지르는 손길에 아래를 조여 물었다. 팟, 하고 눈앞에 전기가 튄 것 같은 느낌에 입과 동공이 동시에 벌어졌다.
“흐윽……!”
손가락이 통과하는 항문 입구가 단숨에 수축하고 내벽 안 여린 살이 울컥대며 박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다분히 지혁이 의도한 상황이지만 이를 알지 못하는 해교는 오늘만 대체 몇 번의 수치심을 느끼는 건지 셀 수 없었지만, 또다시 어쩔 줄 몰라 하며 허리를 비틀었다.
차해교……. 정신 차려. 선생님은 저렇게 침착하게 진료를 해 주시는 데에…… 아아, 앙……. 재차 새어 나갈 것 같은 신음에 해교가 입 안 살을 꾸욱 물었다.
하지만 입술 사이로 새어 나갈 뻔한 신음은 참아 내었지만 손가락이 쑤셔졌다 나올 때마다 질은 연고가 내벽에 펴 발라지며 쩌억, 쩍 끈적한 소리가 나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다.
둘만 있는 공간에 야한 소리가 울릴 때마다 점점 더 해교의 자지로 피가 몰리기 시작했다. 이것만은 정말 안 됐다. 해교는 일어서려 탄력을 받는 자지를 외면하려는데도 달아오르는 저와는 달리 무감한 의사 선생님의 얼굴을 용기 내 바라보았다.
정말 해교의 생각처럼 지혁의 표정은 평온했다. 하지만 외적인 모습과는 달리 오늘 자지와 보지, 그리고 후장까지 골고루 성감이 올라 괴로웠던 해교뿐만이 아니라 이를 보면서도 박지 않느라 혼신의 힘을 다해 참아 냈던 그도 상당히 지쳐 있던 상황이었다.
지혁은 마지막 인내를 짜내어 해교를 지분대는 손길을 거두었다. 후장 안을 채우던 손가락이 스르륵 빠져나가려 하자 아직 절정을 맛보지 못한 내벽이 스멀스멀 이를 붙잡으려 벌름거렸다. 제멋대로 조여들었다 펴지길 반복하는 젖은 육벽의 움직임이 생생했다.
아……. 어째서. 의사 선생님이 손길을 거두는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해교는 차마 그런 티는 내지 못하고 간지러운 느낌에 잔뜩 곱아 든 발등을 서서히 펴 나갔다. 오랫동안 힘을 주어서 그런지 발등을 펴자 발끝이 저릿했다.
슬쩍 의자에 엉덩이를 비비적대며 자리에서 일어난 해교가 지혁의 지시를 기다렸다.
“항문에 상처가 좀 나 있어서 연고를 발랐어요. 오늘 고생했어요. 검사 후 1, 2일 정도 혈뇨가 발생…… 아니,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올 수 있으나 검사 때문에 그런 거니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항생제를 처방해 줄 테니 병원 아래에 있는 약국에서 약 타 가고. 당분간 약과 치료를 병행할 겁니다. 내일 병원에 또 올 수 있어요?”
“내, 내일이요?”
“일정이 따로 있어요?”
이번에도 며칠 뒤에 오라고 할 줄 알았는데. 내일은 가사 서비스 일정이 잡혀 있었다. 모든 일을 끝내고 나면 저녁 8시는 훌쩍 넘어갈 텐데 얼핏 병원 입구에서 확인한 바로는 병원 운영 시간은 저녁 6시까지였다. 치료가 급급하지만 생계가 우선이니 아무래도 내일 방문은 힘들 듯했다.
“제가…… 일이 늦게 끝나서 병원 진료 시간에 맞춰 오기가 힘들어서요.”
“일이 언제 끝나는데요?”
“어, 끝나면 8시는 넘을 것 같…….”
“저녁 8시요?”
“네에……. 그다음 날도 일이 있어서 아마 3일 뒤는 되어야…….”
“그럼 그냥 내일 와요.”
“네?”
“내일 일 끝나고, 그냥 오라고요. 병원 문 열어 둘 테니.”
고작 3일 있다가 만나니 애널이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다행히 운 좋게 보지를 사수할 수 있었지만 또다시 3일이라는 여유를 주었다가 만난다면, 이번에는 애널이 아닌 보지의 아다가 따인 후일지 몰랐다.
지혁은 무리해서라도 그런 일을 방지하고 싶었다. 어차피 진료 시간이 아닌 때에 만나는 게 더 안전하기도 했고.
차해교에게 치료를 위해서 보지를 쓰면 안 된다 언질을 주긴 했지만, 어벙하게 구는 태도와 제 후장을 따이고도 전혀 모르는,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아하니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았다.
후장은 몰라도 보지는 반드시 자신이 제일 먼저 따먹고 말리라.
다짐하는 지혁의 얼굴이 결연하게 빛났다.
“아…… 죄송스러워서요.”
“나도 퇴근 후 병원에서 따로 할 일이 있어 그러는 거니 부담 갖지 말고 일 끝나면 바로 오세요.”
“네, 네에.”
“그리고 진료비는 말했듯 수납할 필요 없어요. 아래 약국에 내려가서 항생제 타는 것도 약사에게 미리 말해 둘 테니 추가 결제 없을 겁니다.”
“아…… 가, 감사합니다.”
여태껏 꿀이라도 발라 놓은 것처럼 바닥만 바라보던 해교가 인사를 위해 고개를 들었다. 오직 지혁의 욕구 해소만을 위해 이루어진 일에 감명받은 남자의 얼굴에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미소가 걸렸다. 지혁은 티 없이 맑은, 적의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얼굴을 말을 잃고 바라보았다.
“……선생님?”
“……그럼, 내일 보죠. 진료실에서 옷 입고 가요.”
고작 항생제 복용 며칠이면 금방 끝날 초기 방광염이었다. 거기에 사적인 욕망을 담아 길고 긴, 치료를 빙자한 성적 해소를 덧씌워서일까. 방금 차해교를 보며 느낀 알 수 없는 감정에 찝찝한 마음을 가지고 검사실로 돌아간 지혁은 곧 그 생각을 지울 수밖에 없었다.
해교가 앉아 있던 진료용 의자에 남은 그의 흔적이 다시 지혁을 열여섯의 어린 욕정을 가진 소년으로 되돌렸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