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는 어둡고 고요했다. 지혁은 반듯하게 뻗은 턱선을 매만지며 정적을 가르는 한숨을 내쉬었다. 근사한 외모가 무색할 만큼 굳은 표정이 그의 불편한 심경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기다란 손가락을 테이블 위에 규칙적으로 톡, 톡, 두드리며 시간이 가는 것만을 고대하고 있는 와중이었다. 정말 시간은 더럽게도 더디게 흘렀다.
“……다음으로 Klinefelter’s syndrome, Turner syndrome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Hermaphrodite 사례에 대한 참고 자료를 보여 드리며 좀 더 자세한 설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Hermaphrodite. 양성구유를 의미하는 의료 용어다. 비뇨기과 학회에서 이런 것도 다루나? 별걸 다 하는군. 살아가면서 볼 일도 없을 망상 같은 주제에는 관심이 일지 않았다. 단상 위 발표자를 향한 백색 스포트라이트를 잠시 노려보다 이내 귀를 닫고 눈을 감았다.
학부 시절 공부에 흥미가 없던 탓에 겨우 유급을 면하며 진학했다. 때문에 지혁은 의대생이면 누구나 꿈꾼다는 피·안·성에 입성하지 못한 채 비뇨기과 전문의가 되었다. 여러 번의 비뇨기과 학술 대회에 늘 얼굴만 비추고 사라진 터라 심도 깊은 주제의 발표를 듣는 것도 처음이었다.
같은 남자 새끼의 구토를 유발할 법한 좆을 보는 것이 신물이 나고, 전립선 눌리고 싶은 빤한 속셈을 감추고 핑계를 대며 찾아오는 환자 아닌 놈들도 역겨웠다. 저와 맞지 않는 전공에 하루하루가 무료하고 넌더리가 났다.
그나마 병원이라도 개업해서 유지하지 않으면 아직 지혁 앞으로 떨어지지 않은 각종 부동산과 현물들을 영원히 제 남동생 지헌 앞으로 돌릴 거라는 조부의 협박으로 마지못해 버티고 있는 터였다.
산란된 조명이 사선으로 드리워지자 지혁의 날카로운 콧날이 엷은 빛을 갈랐다. 그 빛마저도 심기를 거슬렀다. 지혁은 마침내 참지 못하겠다는 듯 옆 의자에 걸어 둔 재킷을 집어 들고 학회장을 나섰다. 어두컴컴한 학회장 문을 박차고 나오니 밝고 따스한 햇볕이 그에게 내리쬐었다.
지겹다. 여느 때와 같은 하루였다.
* * *
금요일이지만 그리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애초에 감정 기복이 크지 않은 성정이라 그럴지 몰랐다. 지혁은 그저 차가 막혀 도로 사정이 나빠지기 전에 얼른 퇴근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병원 진료 마감 시간까지 1시간이 넘게 남아 있었으나 환자의 사정 따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늘 그랬듯이.
“오늘 진료는 이만 받도록 해요.”
“원장님, 환자 딱 1명 더 남았는데……. 정말 딱 1명이요. 어쩌죠.”
지혁의 눈치를 보면서도 할 말은 다 하는 김 간호사였다. 한지혁의 조부이자 대한민국 의료계에서 손꼽히는 H 재단을 창립한 한무태는 비서의 조카인 김 간호사를 낙하산으로 꽂아 넣어 놈팡이 같은 손자의 일상을 보고받고 있었다.
지혁 역시 이를 모르지 않았으나 조부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 당장에 이 병원 건물은 지혁의 명의였으나 그대로 만족하고 척을 질 그를 예상한 조부가 근저당을 꽤나 잡아 두었다. 쥐고 흔드는 게 싫으면 주어진 시간만은 성실히 진료를 볼 수밖에.
“……후. 1명만입니다. 들여보내요.”
“네. 상태가 많이 안 좋은 것 같더라고요. 잠시만요.”
똑똑. 낮은 노크 소리와 함께 지혁의 진료실 문이 열렸다. 김 간호사가 먼저 들어온 뒤 따라 들어온 환자는 몸이 좋지 않은지 고개를 숙인 채 비실대고 있었다.
“환자분은 여기 앉으시고, 김 간은 나가 보세요.”
“네, 원장님.”
비뇨기과 특성상 여자인 간호사가 옆에 있을 때 환자가 곤란해하며 병세를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우선 김 간호사를 먼저 내보낸 지혁은 아직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환자를 한숨을 내쉬며 달랬다. 사내새끼가 거참. 소아과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환자분.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
“오…… 오줌 눌 때, 거기가 너무 아파요.”
거기라. 애새끼도 아니고 표현력이 너무 저급했다. ……어쨌거나, 오줌 눌 때 아프다면 방광염일 가능성이 있겠군. 종종 진단하곤 하는 방광염과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남자를 바라보며 지혁이 결론 내렸다.
지혁의 말에 작게 대답한 환자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였다. 지혁은 김 간호사를 밖으로 내보냈는데도 얼굴을 들지 못하는 앞의 환자가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여자도 없는데 뭐가 그리 부끄러운 건지.
“네. 거기가 아프시구나. 소변보는 게 잦지는 않으신가요?”
“자, 잘 잡고 싸서 젖지는 않는데…….”
“……하. 젖는 걸 물어본 게 아니라, 잦게. 아니, 소변을 유독 자주 보지 않으시냐고 묻는 겁니다.”
가끔 이렇게 일상적인 대화가 안 통하는 무식한 것들이 있었다. 이런 상황을 맞닥뜨릴 때마다 그다지 좋지 않은 성격을 누르기 위해 환자를 관찰하며 주의 환기를 하곤 하는 것이 지혁의 버릇이다.
습관처럼 환자를 빤히 바라보았지만 도무지 고개를 들 생각을 하지 않는 상대방의 흰 목덜미만이 지혁의 두 눈에 가득 담겼다. 지혁은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려 조소를 만든 채 볼펜을 쥔 오른손을 바라보며 지겨운 진료를 이어 갔다. 마지막 진료니까 참아 준다.
“아. 자주 봐요……. 거기 말고 아랫배가 쑤실 때도 있고……. 아까도 조금 급해서…….”
“으음. 아무래도 방광염 증세일 것 같은데 말만 들어서는 확신하기 힘들어요. 우선적으로 검사를 좀 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거, 검사요?”
검사를 하자는 말에 여태껏 숙이고만 있던 남자의 고개가 올라가며 얼굴이 드러났다. 목덜미만큼이나 하얀 얼굴 위에 오밀조밀하게 자리 잡힌 이목구비는 무감하게 남자를 대하던 지혁의 탄성을 자아낼 정도였다.
살짝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큰 눈과 처진 눈꼬리, 끝이 동그라면서도 오뚝한 코, 무얼 바르지도 않았을진대 붉고 도톰한 입술. 도무지 남자의 얼굴이라고 하기엔 어려울 만큼 예쁜 얼굴을 가진 어린 남자가 사형 선고라도 받은 양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거, 검사는…… 싫은데…….”
환자는 경직된 표정을 한 채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겨우겨우 의견을 피력했다. 당장이라도 위압적으로 반드시 해야 한다고 하면, 울면서도 알겠다고 말할 것 같은 말투로 에둘러 거절을 하다니. 퍽 가소로웠다.
오늘은 방광 내시경까지 할 필요도 없었지만 누가 자신의 자지라도 떼어 갈 것처럼 겁먹은 채 검사라는 말 한마디에 바르르 떠는 저 얼굴을 보니 조금 놀려 주고 싶어졌다. 촉진만이라도 해야 성이 풀릴 듯한 기분이었다.
지혁은 자신의 내부에 은밀하게 갇혀 있던 가학성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느꼈다. 방금 전까지 이 시간을 지루해하던 남자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한번 놀려 먹어 볼까.
“검사하지 않으면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어요. 이걸로 합병증이 생기면 평생 고생할 수 있는데 괜찮겠어요? 나야 검사를 강제할 순 없지만 중추 신경 계통에 이상이 있어서 생긴 일이면 어떡하지? 후. 요도를 통해서 대장균이나 포도상 구균, 장구균, 협막 간균으로 감염이 된 거라면…….”
지혁은 최대한 상대가 알아듣지 못할 용어를 섞어 써 가며 상황을 긴장감 있게 몰아갔다. ‘잦다’는 단어도 못 알아듣는 수준의 상대에게 이 정도 의학 용어를 나열한다면 패닉에 빠질 게 분명했다. 역시 지혁의 예상대로 안 그래도 하얀 얼굴이 더욱 새하얗게 질려 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하…… 할게요, 검사. 비용은 비싼……가요? 그리고 비밀 꼭 지켜 주셨으면 좋겠는데…….”
“비용은 보험 처리가 돼서 크게 비싸진 않을 거예요. 이따 수납할 때 확인하시고요. 뭐, 성기 드러내는 게 부끄러울 순 있지만 같은 남자끼리 어때요. 당연히 의사는 환자의 비밀을 어디에서도 누설하지 않습니다.”
지혁은 한결 부드러운 말투와 표정으로 미소까지 지어 가며 상대를 안심시켰다.
뭐가 비밀이라는 건지. 자지가 심하게 작기라도 한가. 그런 놈들이 한둘도 아니고.
그런 생각을 하며 슬쩍 자신 앞에 놓인 환자 차트의 이름을 확인해 보았다. 차해교라. 다소 특이하긴 하지만 외모와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하기에 따라 여자 같기도, 남자 같기도 한 중성적인 이름이라 앞의 남자와 딱이었다.
이제 검사를 핑계로 무식하지만 눈길을 끄는 차해교의 아래를 벗겨 볼 생각이다.
평소 같은 남자의 성기를 볼 때마다 욕지거리가 새어 나왔는데 본인도 이해되지 않는 계획이었다. 아래도 얼굴처럼 새하얄까. 그런 생각을 하던 지혁은 왠지 모르게 입술이 마르는 듯해 혀를 꺼내 아랫입술을 적셨다.
검사할 때 사용하는 일회용 속옷을 일부러 차해교에게 주지 않았다. 환자는 베드 위에서 벗고 기다리라는 지혁의 말에 착실히 순응하며 바지와 팬티를 모두 벗은 채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잠시 후 베드와 진료실을 가르는 커튼이 걷히며 니트릴 장갑을 낀 지혁이 등장했다.
“그렇게 웅크려 있으면 아무것도 못 하죠. 차해교 씨, 엎드려 보세요.”
엎드리라는 지혁의 말에 해교는 꾸물거리다가 몸을 뒤집어 누웠다. 베개에 얼굴을 묻고 온몸을 쭉 뻗은 채 목덜미처럼 새하얀 엉덩이를 까고서.
살집이 없는 몸 중에서 유일하게 오동통한 둔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지혁에게서 피식, 하는 웃음소리가 샜다.
“하하. 그렇게 아예 누워 버리면 어떡하라는 겁니까. 환자분, 병원 처음 와요? 제가 진료할 수 있는 자세를 취해 주세요.”
“그……게 어떤 자세인지, 몰라서요…….”
“무릎을 꿇고 엎드리세요.”
“……?”
“개처럼 엎드리라고요.”
지혁의 말에 얼굴이 벌게진 해교는 양 무릎을 베드 위에 대고 팔꿈치로 몸을 기댔다. 반나체 상태로 굴욕적인 자세를 하고 있자니 부끄러워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건 진료잖아. 진료일 뿐이야. 여러 번 스스로를 세뇌하듯 되뇌던 해교가 붉게 물이 든 얼굴로 지혁의 손길을 기다렸다.
잠시 후 가벼운 한숨과 함께 지혁이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해교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검은 베드뿐이라 그는 지혁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어떡하지. 분명히 보고 놀랄 텐데. 여기서는 도저히 할 수 없다고, 큰 병원에 가라고 하면 어떡하지. 큰 병원은 더 비싸고, 시간도 오래 걸릴 텐데. 정말 큰 병에 걸렸으면 어떡하지.
해교가 ‘어떡하지’를 수십 번 반복하며 갈등하는 동안 지혁은 충격에 휩싸여 말을 잃었다.
처음에 공중에 달랑거리는 조그만 성기를 보았을 때는 그럼 그렇지, 생각했었다. 역시 작은 자지가 부끄러웠던 거군, 하고. 생각보다 더 작아서 조금 놀라긴 했지만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말랑거릴 것 같은 연한 살구색의 자지를 좀 더 가까이 보기 위해서 고개를 숙이고 다가간 순간, 자지를 감싸는 체모가 하나도 없는 것에 두 번째로 놀랐다. 면도를 하거나 제모를 한 흔적이 없는, 날 때부터 무모증일 것이 분명한 살결이었다. 혀로 핥으면 까칠한 감각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고 부드럽기만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세 번째로 지혁을 놀라게 한 것에 그는 숨을 멈추었다. 씨발. 도저히 여기 있을 게 아닌데 이게 왜 여기에 있지.
헛것을 본 건가 하고 눈을 비볐다. 그래도 그대로였다. 자지에 달린 음낭 아래 연한 분홍빛을 띤 입구가 일자로 갈라진 채 수줍게 지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보지였다. 슬쩍 보이는 보드라운 살결에 저도 모르게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잊었다. 다물린 입구에 입술을 눌러 비비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저번 주 학회에서 귓등으로 듣고 흘려 넘겼던 단어가 지혁의 머릿속을 울렸다. Hermaphrodite, Intersex, 양성구유…….
머릿속이 엉망진창으로 복잡해졌지만, 지혁은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우선 검진을 핑계로 눈앞의 자지를 잡았다.
“흐윽…….”
타인의 손에 자지가 잡히는 것은 처음인지라 자극에 놀란 해교가 몸을 떨었다. 울음 같은 신음을 내뿜음과 동시에 순식간에 아랫배가 감전된 것처럼 근육이 땅겨지고 허벅지가 들썩였다. 지혁은 자신의 자지 반의반도 안 되는 크기의 조그만 자지가 꼴에 좆이라고 움찔거리는 것을 보니 코웃음이 흘러나왔다. 색깔도, 크기도, 모양도 도무지 본인의 성기와 같은 역할의 기관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프신가요?”
짐짓 아파서 신음을 내뱉은 줄로 아는 양 물어 주었다. 그러곤 다시 한번 말간 불알을 훑고 자지 기둥 아래를 뭉근하게 쓸어내렸다. 지혁의 손길에 따라 해교의 자지가 부끄러움을 모르고 빳빳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연한 살구색의 자지와 존재감이 미미한 음낭에 본격적으로 피가 몰리면서 살갗이 진분홍빛으로 물들었다. 제깟 것도 남자라고.
“아……니요. 흡.”
“그럼요?”
“…….”
“차해교 씨. 느끼는 것 그대로 말씀해 주셔야 제대로 된 진료를 볼 수 있습니다.”
고개를 아래로 처박은 탓에 상황을 파악할 수 없는 해교의 뒤에서 니트릴 장갑을 벗으며 지혁이 말했다.
오직 지혁만이 들을 수 있었던 마른침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그가 맨손을 드러냈다. 환자를 진료할 때 단 한 번도 장갑을 벗은 적 없던 자신의 룰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장갑을 끼고 눈앞의 남자 살갗을 만지는 것이 감질났다. 이깟 장애물 없이 맨손으로 야들해 보이는 살결을 만지고픈 충동이 인 까닭이었다.
섬세하고 서늘한 지혁의 외모에 비해서는 마디가 굵고 투박한 손이 서서히 해교의 보지 입구에 이르렀다. 거칠한 촉감의 손끝이 보들보들한 보지에 닿자, 관성처럼 보지 구멍이 조여들며 해교의 입술이 벌어졌다.
“으읏.”
“차해교 씨. 여기는 왜 이렇죠?”
“흐…….”
말없이 벌린 입술을 깨문 채 베개에 이마를 비비는 해교를 바라보며 지혁이 질문했다. 지혁은 이유를 알 수 없이 자꾸만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칼을 벼린 것같이 날카로운 턱 근육이 눈에 띄게 불거졌다.
“여기가 원인일 수도 있으니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지혁은 금방이라도 해교의 아랫배에 코가 닿을 것처럼 가까이 다가간 상태로 손을 놀렸다. 지혁이 거칠게 숨을 몰아쉴 때마다 해교의 보지가 습윤해지며 떨렸다.
슬며시 갈라진 긴 틈 사이로 검지를 넣었다. 좁은 공간이 주는 따스하고 축축한 느낌에 감탄하며 지혁이 한결 더 깊이 손가락을 집어넣자, 해교가 무의식적으로 파르르 허리를 튕겼다.
“학, 흐읏!”
“이런. 여기에 좀 문제가 있나 본데.”
문제라니. 남들과 다른 몸이란 건 진작 알고 있었고, 늘 감추려 노력해 왔다. 그렇기에 오늘 이 병원에 방문한 것 역시 해교에게는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해교는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도박판에 휩쓸려 전 재산을 잃고 사라진 아버지가 변해 가는 와중에도 변함없이 당부하던 말이 있었다. 성기가 2개 달린 이런 몸은 정상이 아니니까 절대 타인에게 알려져서는 안 된다고, 그러니까 정말 죽을 것처럼 아플 때가 아니면 병원에 가지 말라고.
그리고 오늘 낮엔 그 말이 백 번은 더 떠오를 만큼, 정말 죽을 것처럼 아팠다. 지금은 좀 진정되었지만 오줌이 마려우면서 동시에 아프고, 싸면서도 남성기가 쥐어짜이는 것처럼 고통스러워 버티고 버티다 힘에 부쳐 어쩔 수 없이 병원에 발걸음을 한 거였다.
그런 와중에 여성기에 문제가 있다는 말까지 듣자 더럭 겁이 났다. 남자에게 여성기가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떠나 정말 큰 병에라도 걸린 게 아닐까, 걱정이 된 것이다.
“선생님. 무, 무슨 문제요?”
해교는 잔뜩 겁을 집어먹은 채 고개를 뒤로 돌렸다. 가슴 아래는 베드에 붙이고 엉덩이는 하늘을 향해 쭉 빼고 있는 자세라 의사 선생님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아마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의 두 성기를 살피고 있음이 분명했다.
“글쎄요. 아무래도 좀 더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
“큰 병……인가요?”
“더 보면 알 것 같아요. 더 봐도 될까요?”
“네에. 흑.”
정신없이 고개를 여러 번 끄덕였다. 너무 무서워 눈앞이 어룽거릴 지경이었다. 검사를 권유해 준 선생님이 고마웠고 잠시나마 검사를 망설였던 자신이 바보 천치같이 느껴졌다. 하마터면 정말 큰일 날 뻔하지 않았는가.
해교의 허락이 떨어지자 지혁은 한결 과감해진 손길로 그의 보지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따끈한 속살을 검지로 슬슬 훑다가 중지를 넣어 마찰을 일으켰다. 그러자 조갯살처럼 연약한 살덩이가 비벼지면서 음란하게 손가락을 죄어들었다. 지혁은 손가락 끝에서부터 몸이 달궈지는 것만 같아 아찔함을 느꼈다.
이대로는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을 보짓구멍에 푹, 쑤셔 버릴 것만 같았다. 이를 악물고 보지 초입에서 손가락 2개를 겹쳤다 떼기를 반복하자 그 자극에 보짓물이 흘러나오며 찌걱거리는 음탕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
“와…….”
작게 감탄하며 손가락을 꺼내서 검지와 중지를 떼어 내자, 두 손가락에 가득 맺힌 점성 있는 애액이 즈윽, 거미줄처럼 묻어났다. 물풀보다는 좀 더 끈적하면서 번들거리는 모습에 절로 침이 감돌았다.
저번 주 학회에서 열심히 들을 걸 그랬나. 남자 몸에 달린 보지인데도 애액까지 나오니 신기했다. 맛은 어떨까. 정액보다 점도가 약하고 투명한 것이 달큼한 맛이 날 듯도 했다.
여태껏 경험한 숱한 섹스에서 상대에게 펠라티오를 받아 본 적은 있어도, 본인이 상대방에게 해 준 적은 없었기에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리는 애액의 맛이 상상되지 않았다. 저도 모르게 혀를 내밀어 해교의 몸에서 나온 보짓물을 핥아 내려던 그는 환자가 울음을 참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하마터면 좆 될 뻔했다.
“……으음. 조금만 더 살펴보겠습니다.”
지혁은 번들거리던 욕망을 감추고 다시 검지와 중지를 해교의 보지 속으로 밀어 넣었다. 또다시 본능적으로 말랑한 속살이 지혁의 손가락에 꾸물거리며 달라붙었다. 그 유혹에 하마터면 손가락을 끝까지 처박을 뻔했다.
생각보다 구멍이 작은 듯해 손가락을 더 깊은 질구 안으로 밀어 넣는 것은 참기로 했다. 하는 짓을 봐서는 아다일 것 같은데 아무래도 손가락에 처음이 뚫리는 건 이 환자에게 너무 가혹한 일 같았다. 자신의 좆이면 몰라도.
이미 한껏 젖어 있는 보짓살을 다시 한번 쓰다듬자 해교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최대한 신음을 참으려 하는데 참을 수 없어 새어 나오는 소리라 묘하게 색정적이었다.
“흐……으.”
녹진하게 풀린 목소리가 듣기 좋았다. 한편으로는 부족하기도 했다. 좀 더 음탕한 목소리를 듣고 싶어진 탓이다.
입구 위에 조그맣게 달린 음핵을 검지 끝으로 살살 매만지며 둥글리자 한층 더 큰 신음이 비명처럼 새어 나왔다.
“힉.”
아까부터 서서히 올라붙기 시작하던 작은 자지가 어느덧 홀쭉한 해교의 배에 달라붙을 듯 우뚝하게 섰다. 처음 보았을 때 덜렁이던 모습과 상반되는, 자지로 피가 몰려 붉은 모습이 마치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 동그랗고 귀여운 귀두 끝에서는 프리컴이 슬쩍슬쩍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서, 선생니임. 흐으…….”
“네. 여기가 아픈가요?”
모르는 척 보지 입구에 붙어 있는 양 날개를 엄지와 검지로 붙잡고 살살 비비자 미칠 듯 애액이 터져 나왔다. 흐익, 하는 소리를 내며 여태껏 잘 버티고 있던 허벅지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해교가 힘이 빠져 풀썩 엎드린 채 주저앉자 그의 허벅지와 종아리 사이에 지혁의 손이 끼었다. 때문에 이번에는 의도치 않게 지혁의 손가락이 해교의 음핵을 튕기듯 쳐 냈다.
“하……으응, 응!”
엉덩이를 들썩이는 몸짓과 함께 해교의 작은 성기에서 정액이 발사됐다. 꽤 오랫동안 빼 주지 않았는지 농도가 짙고 양이 많은 모습이었다. 그 바람에 가운을 걷은 지혁의 팔뚝에도 해교의 정액이 묻어났다.
지혁은 너무나도 자극에 민감한 귀여운 몸에 실소를 머금었다. 생각보다 더 재밌어질 것 같은 예감에 온몸의 핏줄을 타고 엔도르핀이 도는 듯했다.
“서, 선생님. 죄송,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자극을 받으면 그럴 수도 있죠. 그런데…….”
지혁이 해교의 가랑이 사이에서 자신의 손가락을 빼내며 슬쩍 보지 구멍 사이를 후비듯 긁고 지나갔다. 과즙 같은 물이 톡 터져 나왔다. 해교는 집요하게 자신의 보지를 자극하는 지혁의 손가락에 간지러운 느낌과 함께 찌릿한 감각이 등골을 훑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어느새 해교의 보짓살 사이에서 애액이 줄줄 흘러 베드를 적시고 있었다.
“……꽤 물이 많네요. 어때요, 느낌이?”
“흐읏. 네에?”
방금 느낀 자극에 제대로 정신을 잡지 못한 해교가 헉헉대며 되물었다. 그러자 지혁이 여전한 미소를 띤 채 말했다.
“보지 만졌을 때요. 느낌이 어떠냐고 묻잖아요. 아파요? 보짓물은 엄청 나왔는데.”
“아…….”
보지라니. 성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해교지만 그 단어가 여자의 성기를 외설적으로 지칭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태연자약하게 여성기를 보지로 지칭하는 지혁 때문에, 그리고 평소 본인의 무식함으로 인한 콤플렉스가 심했던 까닭에 그만 해교는 보지라는 단어를 의료적으로도 통용하는 명칭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래서 그 짧은 순간 사이, 저도 전문적인 의사 선생님처럼 제 여성기를 보지라고 부르기로 마음먹었다. 종종 하곤 했던 고민을 단숨에 풀어낸 지혁을 한결 더 우러러보게 된 해교는 그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성실히 수행했다.
“흐읏, 아픈 건…… 아닌 거 같은데……. 막, 간지러워요. 그리고 느낌이 이상……해요.”
“이상하다라. 싫은 건 아니고요?”
“그건 잘 모르겠…….”
“그렇군요. 촉진만으로는 아직 병명을 확신하기는 일러요. 일단 오늘은 추가적으로 소변 검사를 더 하고 3일 뒤에 병원에 재방문하세요. 옷 입고 나가면 간호사가 안내해 줄 겁니다.”
지시를 내린 지혁이 각 티슈를 주고 베드를 떠나자 해교는 저 때문에 엉망이 된 베드 위와 자지 끝을 닦기 시작했다. 지혁이 꽤나 충분한 양의 티슈를 건넸음에도 불구하고 금세 티슈는 동이 났다. 어쩔 수 없이 해교는 침대 옆 바구니에 놓아둔 자신의 속옷을 주워 입었다. 미처 다 닦지 못한 좆물과 보짓물이 줄줄 흘러내려 엉망인 하체에 속옷을 입자 금세 팬티가 젖는 것이 느껴졌다. 입으나 마나였다.
모든 진료가 끝나자 뒤늦게 떠오른 수치심 때문에 깊은 사고를 하지 못한 해교는 머릿속 가득 얼른 집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만 떠올렸다. 대충 바지까지 마저 입고 진료실을 나서는 해교의 발걸음이 휘청거렸다.
문밖에서 해교가 김 간호사에게 소변 검사 안내를 받는 소리가 들리자 지혁은 낮은 한숨을 내뿜으며 가운을 벗어 내렸다. 어느새 지혁의 흉기 같은 자지가 터질 듯 발기해 있었다. 결코 일반적인 사이즈라고 할 수 없는 크기에 굵다란 핏줄마저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는 자지는 몽둥이 같은 위용에 걸맞게 귀두에서부터 흘러내리는 프리컴의 양도 상당했다.
지혁은 바지 지퍼를 끌러 내리고 방금 전까지 해교가 누워 있던 베드로 향했다. 베드에는 해교가 쏟아 낸 보짓물과 좆물 일부가 그를 유혹하는 것처럼 남아 있었다.
크게 한숨 들이쉬자 갓 뿌려진 따끈한 정액과 애액 냄새가 지혁의 콧속으로 밀려 들어왔다.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야했다. 지혁은 공중에 혀를 내밀어 보다가 다시 이내 입속으로 혀를 집어넣었다. 세균이 득시글할 베드에 남은 사출액을 핥아 내는 건 아무리 혼자 하는 짓이라도 비위가 상했다. 잠시 동하긴 했지만 미친 짓이었다.
오밀조밀하던 보지에 직접 입술을 대고 쭉쭉 빨아 먹는다면…… 그건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환상적일 것 같다. 털은커녕 실오라기 하나 없는 매끈하고 보드라운 피부에 혀를 갖다 대면 아마 녹아내릴지도 몰랐다.
보지 위에 나붓하게 붙어 있는 조그만 자지도 이상하리만큼 불쾌하게 느껴지지 않았으니 내친김에 귀여워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상상만으로도 아찔해진 지혁의 자지가 검붉게 변한 채 꺼떡이기 시작했다. 지혁은 눈을 감고 자신의 자지 기둥을 쥔 채 한 손으로 쓸어내렸다. 두꺼운 손날이 기둥 끝에 닿을 때마다 탁, 탁 하는 소리가 들리며 허벅지에서부터 열감이 올랐다. 이게 내 손이 아니라 차해교의 보지라면…….
방금 전까지 손아귀에 놓였다 사라진 해교의 조그만 보짓구멍에 자신의 거대한 자지를 처박는 상상을 하자 더는 커질 수 없을 것 같던 성기가 한계까지 커진 채로 찔걱이는 소리를 냈다.
양미간을 일그러뜨린 채 야릇한 감각에 집중하며 구멍 모양을 하고 있는 손가락을 더욱 좁히자, 짓이겨진 성기에서 짙은 쾌감이 쏟아졌다.
“크읏…….”
끈적한 신음과 함께 핏줄이 불거져 위압적인 모습을 자아내는 지혁의 자지에서 꿀렁이며 정액이 사출되었다. 진료용 베드 위에 지혁의 정액과 해교의 사출액이 섞여 흘러드는 모습이 혼탁한 그의 눈에 담겼다.
3일 뒤……. 3일 뒤까지 어떻게 참지. 잔뜩 흥분한 와중에도 착실히 3일 뒤 방문을 안내한 건 터럭만 하게 남아 있는 한 줄기 이성과 함께 본인의 나태함에 토, 일요일은 병원 운영을 않는 기존 방침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지혁의 성정에는 평일 5일 진료도 충분히 성가셨던 탓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애석하게도 금요일이다.
하필이면 왜 오늘이 금요일인 건지. 차해교를 만나기 전만 해도 한 주의 마무리에 안도감을 느끼던 지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뒤였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달리 한 것도 없는데 사람을 어떻게 이렇게 들었다 놨다 하지. 이성에게 꽤 인기 있는 편이라 섹스가 아닌 자위로 정액을 빼낸 것은 기억나지도 않을 만큼 오랜만이었다. 딱히 경험도 없어 보이는 차해교였기에 글자 그대로, 사람을 홀리는 데 타고났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지혁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흐트러진 아래를 정리했다. 어느새 병원 입구에 게시해 놓은 영업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 * *
소변 검사까지 마친 해교는 빠른 발걸음으로 병원 건물을 나섰지만, 시원하고 청량한 초여름 밤의 공기도 뜨거워진 그의 몸을 가라앉힐 수는 없었다. 잽싸게 움직이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릴 것만 같아서 최대한 빨리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어찌나 열심히 걸었는지 선선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얇은 셔츠가 금세 땀에 흠뻑 젖었다.
방금 전 진료의 여운으로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자꾸만 허벅지 사이가 간지러웠다. 주변에 오고 가는 사람만 아니었다면 모든 걸 놓은 채 사타구니 사이를 긁어 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집에 가는 버스를 탄 뒤에도 한동안 다리를 떨며 달구어진 몸을 가라앉히려 애쓰는 해교의 노력은 계속되었다. 그렇게 애단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내려야 할 정류장이 가까워져 오자 그제야 끊임없이 밀려오던 충동이 진정됐다. 휴. 동네에서만은 아무렇지 않은 척 걸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 * *
“다녀왔습니다.”
아무도 없는 빈집 현관문을 열며 습관적으로 인사를 했다. 역시나 오늘도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기억이 있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온 해교는 어머니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지 못했고, 아버지에게 이를 물을 용기도 없었다. 공사판을 전전하며 나온 일당으로 해교와 둘이 입에 간신히 풀칠을 하며 살던 아버지는 어느 날 동료의 꾐에 넘어가 정선 카지노에 발을 들인 이후로 눈빛이 변해 갔다.
중학생 때부터 집에 조폭들이 들이닥치는 일이 예사였고 고등학교에 입학하자 학교 정문으로 채권자들이 찾아오기도 했었다. 더 이상 의무 교육에 해당되지 않는 고등학교를 다니던 와중이었기에 해교는 큰 고민 없이 자퇴서를 제출했다. 자퇴 전날은 웬일로 판돈을 땄는지 기분이 좋았던 아버지가 아들이 내미는 서류가 무엇인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싱글벙글 사인을 해서 돌려주었다.
어차피 가난한 집안 환경 때문에 학교를 계속 다녀도 학업을 이어 가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한글도 못 떼고 입학했던 초등학교에서부터 중학교까지 내리 최하위권에 머물던 성적이었다. 해교는 본인이 공부와는 맞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 하교 후 학원에 다니던 또래들과 달리 바보상자만을 멀뚱히 몇 시간이고 바라봐서일지도 모른다.
자퇴 후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었다. 공사판이며 택배며 식당 일까지……. 지금은 본인의 체력과 적성에 가장 맞는다고 생각되는 가사 서비스직에 종사 중이다. 고객과 도우미 간 다리를 놓아 주는 애플리케이션에 피고용인으로 등록했더니 초반에는 써 주지 않던 고객들이 급할 때 한두 번씩 해교를 써먹고는 마음에 들어 다시 부르는 일이 다반사였다.
오늘은 그렇게 자주 자신을 불러 주는 집 중 한 집을 청소하다가 자지에 통증이 느껴졌었다. 누가 자지 끝을 송곳으로 쑤시는 양 끔찍하게 아팠고, 돌아서면 또다시 화장실에 가고 싶은 와중에도 정해진 시간 동안 청소를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이를 악물고 청소를 해냈다. 앱에 한번 좋지 않은 평가가 달리고 나면 다른 고객들도 다시 부르길 꺼려 하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경쾌하게 울리는 알림음에 해교가 옆자리에 놓아둔 휴대폰을 들어 화면을 확인했다. 모서리가 깨어진 낡은 스마트폰 화면에 [‘열심히해드려요’ 마스터님이 오늘 받으신 평가입니다.]라는 알림이 떴다.
[닉네임: 청담동 오 여사
별점: ★★★★★
평가: 역시 별 5개 드립니다. 입주 도우미 휴가라 간만에 불렀는데 창틀까지 꼼꼼하게 청소해 주고 갔어요ㅎㅎ 늘 믿고 맡기는 ‘열심히해드려요’ 마스터님. 다음번에도 부를게요!]
오늘 도우미로 다녀온 집의 주인아주머니가 남긴 후기였다.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최신 후기를 확인하고 마스터를 지정하기 마련이니 이 후기 덕분에 당분간 일 걱정은 없을 듯했다. 해교는 싱글벙글하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고 밥솥에 있는 밥을 팬에 부어 김치볶음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저녁에 딱히 먹을 게 없을 때면 습관적으로 해 먹는 요리 아닌 요리였다.
마트에서 할인하길래 산 카놀라유를 붓고 튀기듯이 볶아 낸 김치와 어우러진 밥을 한 숟갈 뜨려고 하는 순간, 다시금 저릿한 요의가 시작되었다. 아까 낮에 느낀 것과 같은 고통이었다.
해교는 숟가락을 놓고 기다시피 해서 좁은 화장실에 들어섰다. 아무래도 방…… 이름을 까먹었지만, 어쨌든 그 병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어떡하지.
친절한 의사 선생님이 직접 자신의 성기를 만지면서 검진해 주셨고 소변 검사도 마쳤으니 며칠 뒤에는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거라 다행이었다. 해교는 괜히 더 걱정하지 말자고 마음속으로 한참을 되뇌며 찔끔찔끔 아픔을 감내하고 오줌을 쌌다.
* * *
다음 날, 딱히 가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청소 예약이 없었던 덕에 해교는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다. 아무렇지 않게 까치집을 한 머리를 털어 내고 세수를 하려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 사타구니 근처가 축축한 느낌이 들었다. 저도 모르게 자는 사이 몽정이라도 하여 정액을 쏟아 냈나 했지만 아니었다. 남성기 근처는 깨끗했는데 여성기…… 그러니까, 보지가 원인이었다.
야한 꿈을 꾼 것 같지도 않았는데 왜 보지가 젖었을까. 평소 성욕이 많지 않았던 까닭에 보지는커녕 자지로도 자위를 거의 하지 않는 해교였기에 익숙하지 않은 현상이었다. 조심스레 팬티 안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어 축축한 입구를 만지자, 보지가 미묘히 젖은 정도가 아니라 애액으로 점철된 채 미끈거리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단 한 번도 은밀한 구멍 속으로 손가락을 넣어 볼 생각은 하지 못했기에 그저 겉만 쓰윽, 쓱 훑었는데도 자극이 되었는지 그 손길에 한층 더 많은 보짓물이 틈새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흐읏…….”
낯선 신음과 함께 손가락이 보지 겉면에 닿으니 입구가 벌름거리면서 찔걱찔걱, 은밀한 마찰음이 좁은 방 안에 퍼졌다.
처음에는 그저 얼마만큼의 보짓물이 흘러나왔는지 확인만 할 의도였다. 하지만 체모 없는 부드러운 살갗을 지그시 누를 때마다 제멋대로 아랫배 근육이 뭉치는 감각이 황홀했다. 저도 모르게 미끄덩하게 젖은 속살을 손가락 끝으로 세게 휘저으니 어느새 연한 밤색 눈동자 가득 열기가 맺히고 발끝에 힘이 들어간 채로 발등이 곱아들었다. 헐떡이는 호흡과 함께 아찔한 소름이 일었다.
“하아, 흐, 응…….”
가볍고 투박한 여름 이불이 하체에 맞닿으며 사부작거리는 소리와 동시에 성감이 피어올랐다. 스멀스멀 어디에서부터인지 출처를 알 수 없는 감질나는 쾌감이 치솟는 걸 느꼈을 때엔, 이미 자지 또한 피가 잔뜩 쏠린 채로 움찔거리며 고개를 세운 뒤였다.
문득 어제 병원에서 만났던 의사 선생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보지 만졌을 때요. 느낌이 어떠냐고 묻잖아요.〉
당시에는 부끄러워 땅을 파고 들어가고 싶기만 해서 느끼는 감각에 치중할 수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싫은 것이 아니었다. 싫다면 이렇게 자꾸만 보지를 짓이기고 문지르고 싶어질 리 없었으니까.
특별할 것도 없는 듯 표정 변화가 없던 잘생긴 의사 선생님이 거칠하고 큰 손가락 끝으로 보짓살을 비비적거리던 감각이 방금 전에 겪은 일처럼 선명하게 떠올랐다.
“아…… 후으.”
해교의 손가락이 본능대로 대음순을 오가며 야들한 살결을 문지르자, 잔뜩 성이 난 귀여운 자지 끝에서 프리컴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흥분에 잠식된 해교가 서툴게 왼손으로 자지 기둥을 붙들고 오른손으로는 보지 입구를 둥글렸다. 그러곤 눈을 감고 의사 선생님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굵은 손가락을 보지 구멍 깊숙한 구석까지 처박아 주는 상상을 했다.
“선……생니임. 흐으…….”
해교의 상상 속에서 의사 선생님은 기다란 검지와 중지를 한데 모아 거세게 퍼억, 퍽 보지 속을 쑤시고 빼내길 반복했다. 다소 난폭하게 보지를 다뤄 주는 모습을 상상하니 보지 구멍이 제멋대로 뻐끔거렸다. 작은 입술 사이로 재차 그를 불러 대며 해교는 저도 모르게 골반을 흔들었다. 이에 살집 있는 엉덩이가 버르르 떨리고 보지 입구가 욱신거리며 아우성쳤다.
마치 정말 의사 선생님이 자신을 쑤셔 주고 있는 것처럼 해교의 오른손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이성을 잃은 왼 손가락은 귀두 끝을 긁어내기라도 할 것처럼 바쁘게 귀두 갓과 기둥을 오가며 연신 깔짝였다.
“아, 하으읏……!”
순식간에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발끝에서부터 전류가 흐르는 듯하더니, 쌀알처럼 조그만 음핵이 붉게 부풀었다. 그리고 단숨에 클리토리스 오르가슴에 도달해 끈적한 애액을 쉴 새 없이 배출하는 보지에 이어 팽팽해진 자지 끝에서도 정액이 분출되었다.
납작한 배 위로 후두둑, 좆물이 기다렸다는 듯 쏟아졌고 허벅지와 엉덩이 골 사이는 뜨끈한 보짓물이 흘러넘쳐 길을 내어 엉망이었다. 그가 누워 있던 낡은 침대 시트는 말할 것도 없었다. 자지에서 뿜은 정액과 보지에서 흘러나온 애액이 사타구니를 타고 흘러 항문까지 축축했다. 기분 탓인지 항문도 보지와 함께 자지러지듯 떨리는 것 같았다.
본능에 따라 달에 한 번 정도 자지로 자위를 하긴 했지만 멀티로 자지와 보지를 다 건드려 본 적은 없었기에 이렇게 큰 쾌감을 느낀 것도 난생처음이었다.
어제의 진료가 아니었다면 보지를 건드리는 것은 감히 상상조차 해 본 적 없었을 거라고 자신할 수 있었다. 자위 후 진료해 주던 의사 선생님을 떠올리자 그에게 진료받던 순간을 상상하며 보지를 문댄 자신이 짐승같이 느껴져 고개를 떨구었지만 긴 여운은 해교를 떠나지 않았다.
“하아, 하아.”
탈력감에 휩싸인 해교가 밭은 숨을 고르며 어제의 진료를 다시 되새겼다. 그 의사 선생님은 자신의 몸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보지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침착하게 말씀해 주셨다. 분명히 흔치 않은 몸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역시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은 범인과는 다른 듯했다.
새삼 존경스러웠다. 때마침 어제 일을 나간 청담동 아파트 길 건너에 있는 병원이라 급한 마음에 들른 것뿐이었는데, 일상적인 진료인 양 태연한 그의 반응을 떠올리자 신뢰감이 퐁퐁 샘솟았다. 돌팔이가 있는 병원이었다면 동물원에 갇힌 원숭이가 된 듯 구경거리가 되었을지 몰랐다.
해교는 저는 참 운이 좋은 편이라고 중얼거리며 깊지 않은 생각을 마무리했다.
어느새 해가 중천에 떠서 좁은 반지하 방 안까지 햇살이 들이쳤다. 낡은 빌라들이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가까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조라 하루에 10분도 채 햇볕이 들지 않을 때가 많기에 이런 순간은 해교에게 소중했다. 해교는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살짝 걷힌 커튼을 마저 걷곤 자신의 방과 세상을 연결하는 조그만 창을 들여다보았다.
타닥, 타닥.
해교가 저들을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른 채 바삐 지나가는 행인들의 구둣발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창문에 고정해 둔 쇠창살 사이로 길고양이 메리가 냐옹, 하며 집 맞은편에 주차된 트럭 밑에 숨은 채로 해교와 눈이 마주쳤다.
“오늘은 밥 남은 게 진짜 조금뿐이야. 미안해.”
동물을 사랑하고 아껴 주는 해교지만 흔한 캣맘이나 캣대디처럼 고양이만을 위해 생산된 캔이나 사료를 챙겨 줄 경제적 여력이 되지 않았다. 가끔 메리처럼 피죽도 못 얻어먹고 다니는 고양이들을 위해 제가 먹고 남긴 흰 쌀을 다시 한번 끓여 간하지 않은 채 종종 제공하곤 하는 게 그에겐 최대치의 선의였다.
해교는 한숨을 내쉬며 덜어 놓은 밥 한 덩이를 데우기 시작했다. 어제 병원에서 진료받은 금액이 8,800원. 8,800원이면 라면 10개는 사 먹을 돈인데……. 몸이 얼마나 안 좋은지는 모르겠으나 자꾸 병원에 가게 될 일은 없기를 바라며 끓어오르기 시작한 냄비 옆, 엎어 둔 휴대폰을 주워 들었다.
[‘열심히해드려요’ 마스터님, 예약이 들어왔습니다.]
8,800원 때문에 우울한 마음이 싹 날아가는 예약 알림 메시지였다. 기왕이면 출장 시간도 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가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클릭했다.
[압구정동 H 아파트 402동 1404호.
일회성 가사 예약. 오전 09:00 ~ 오후 18:00.
요청 사항: ㄴㄴ
부재중 예상일 시 비밀번호를 꼭 입력해 주세요: 현관 비밀번호 0041.]
무려 9시간 동안의 청소인 덕에 평소의 두 배가량 벌 수 있는 기회였다. 보통 일회성 가사를 예약하는 경우에는 3시간이나 4시간 정도만 요구해서 오가는 시간까지 합하면 크게 버는 게 없었는데, 이렇게 시간이 길게 연장될 때는 보너스를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나저나 얼마나 집이 더러우면 일회성 청소인데 저렇게 오랜 시간 동안 사람을 부르는 걸까. 몇 년간 부지런히 가사 도우미 활동을 했지만 이렇게 한 번에 길게 부르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저야 좋지만.
* * *
이번에 의뢰된 집에 들어선 순간, 해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예약 사항에 기재된 넓은 평수를 보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눈으로라도 맛볼 생각에 기대를 했었는데 그럴 수 없는 환경이 그를 맞이한 것이다. 현관문을 여는 순간부터 강렬하게 들이닥치는 질척하고 쿰쿰한 내음에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지만, 후각보다 심하게 해교를 괴롭히는 건 시각적 자극이었다.
너른 거실 바닥 곳곳에 널브러진 콘돔과 거기서 새어 나온 정액, 여기저기 흩어진 휴지 조각들과 정체를 알 수 없지만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리게 되는 다양한 흔적들…….
청소에 앞서 심호흡이 필요할 것 같았다. 도우미 일을 하면서 다양한 군상들을 만나 보았지만 이런 경우는 흔치 않았다. 거실이 이 정도면 굳게 문이 닫힌 방들이나 화장실은 더 말할 것도 없으리라. 그나마 3시간으로 요청하지 않은 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고 말할 법했다.
흔치 않은 광경에 두통이 밀려와 엄지로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던 와중에 성기가 저릿한 느낌이 재차 들었다. 또다시 찾아온 불쾌한 요의였다.
“실례합니다. 안 계세요……?”
다행히 집주인은 이미 집에 있지 않은 듯했다. 몇 초간 응답을 기다려도 별다른 반응이 오지 않아 해교는 신발을 벗고 현관문에서 가장 가까운 방문을 열었다.
일반적인 아파트 구조상 현관문 바로 앞에 공용 욕실이 있기 마련이라 그리 행동한 것이었는데 당황스러웠다. 화장실 대신 암막 커튼이 쳐진 밀실 같은 방 안에서 꿈틀거리며 사람이 움직인 것이다.
“음……. 연제야? 왜 벌써 일어났…….”
“저, 저는 연제……가 아니고 오늘 청소하러 온 사람인데…….”
해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연제’를 찾던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거리낌 없이 다가왔다.
어두운 방에서 밝은 복도로 나온 상대는 수치심이라고는 없는 건지 아니면 이제 막 자고 일어나 본인의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는 건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신인 채로 멀뚱히 해교 앞에 섰다.
남자는 목 어귀, 가슴, 허리 할 것 없이 온통 울혈이 맺혀 피부가 울긋불긋했으며 당황해서 눈을 내리까는 해교의 시야 사이로 그의 허벅지 사이에 말라붙은 체액 자국들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아. 전에 일하던 사람이 그만뒀다더니 새로 불렀나 보네. 연제 못 봤어요?”
“네…….”
“죄지었어요? 왜 사람 얼굴을 안 보고 난리야.”
“아, 아뇨.”
그 말에 놀란 해교가 소스라치며 고개를 들자 상대는 우스운 듯 입가를 휘었다.
“진짜 청소하러 온 거 맞아요? 다른 거 하러 온 게 아니고?”
“네? 네. ‘여러분의 집사’ 앱 통해서 왔는데요. 저 이상한 사람 아니고…… 제 활동 닉네임은 ‘열심히해드려요’고요……. 어…….”
“열심히 해 드려요? 뭘? 큭.”
“청소……요.”
해교의 반응이 재미있던지 계속해서 킥킥대던 상대가 “못살아, 정말.” 하고 고개를 저으며 거실 쪽으로 사라졌다.
아, 화장실 가야 했는데. 갑자기 등장한 남자 탓에 놀라 그만 요의조차 잊었다. 따끔거리는 감각을 되새김질하며 엉거주춤 걸어서 화장실을 찾는 해교를 놀리듯 남자가 뒤에서 소리쳤다.
“그쪽도 어제 격렬한 밤 보냈나 봐요?”
“…….”
이제 한가하게 집주인이 아닌 것 같은 사람과 대화해 줄 정신도 없었다. 감쳐문 입술이 새하얗게 질린 꼴로 간신히 화장실을 찾는 해교의 등 뒤로 발랄한 웃음소리가 쏟아졌다.
화장실은 짐작보다 더 더러웠다. 거실에서 이미 많이 보았던 콘돔이 화장실 바닥에서도 발견되었다. 정말 징하다……. 해교는 화장실 벽에 묻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끈적한 액체를 찡그린 채 한번 바라보았다가 바지춤을 내렸다.
오줌 줄기가 나올 때마다 자지 끝이 얼얼했다. 힘없는 오줌 줄기를 뱉어 낸 귀두를 탈탈 털어 내고 조그만 자지를 팬티 속으로 집어넣기 전에 행동을 멈췄다. 아무래도 보지를 한번 살펴봐야 할 것 같아서였다.
다행스럽게도 어제와 다르게 보짓물이 흘러나오고 있지는 않았다. 여린 살을 젖혀 손가락으로 틈을 쓸어 보니 살짝 습하긴 했지만 팬티까지 애액이 묻어날 정도는 아니라 보지에는 큰 이상이 없는 것 같았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만약 보지마저 병에 걸린다면 자지와 보지가 같이 달린 탓에 남들이 겪는 아픔의 두 배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아플 게 분명했기에 걱정이 클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화장실에서 나오자 알몸으로 집 안을 유유히 돌아다니던 남자는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혹시라도 아직 있을까 봐 저기요, 하며 열 번 넘게 불러 대도 반응이 없는 것이, 아마 집에라도 간 듯했다.
그 사람이 찾던 연제라는 사람, 그러니까 집주인은 꽤 열정적인 여자인 것 같았다. 집 안 곳곳에 널브러진 콘돔이 해교의 추측을 뒷받침하였다. 더불어 난교 파티라도 한 듯 여기저기 섹스와 관련된 도구들이 널려 있었으나 해교의 경험치로 거기까지의 상상은 버거웠으므로, 해교는 어렴풋이 그저 놀랄 만큼 정력과 사이가 좋은 커플이 사용하는 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해교는 이제 저와 상관없는 집주인의 사생활은 그만 추정하고 청소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집 안을 꼼꼼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는데…….
다짐은 금방 어그러졌다. 가사 도우미 서비스 시스템상 청소 도구와 쓰레기봉투 등 기본적인 가사 활동을 위한 소모품은 모두 고객이 준비해 놓는 것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연제인가 하는 집주인은 꼴랑 비밀번호만 알려 준 채 아무것도 준비해 놓지 않고 집을 비웠다. 화장실 곳곳과 팬트리 구석구석까지 살펴봐도 도무지 청소용품으로 쓸 만한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흔한 쓰레기봉투까지도.
그렇다고 제가 청소용품을 사 와서 청소한다면 오늘 일당의 일부가 사라져 버릴 텐데 당연히 그러고 싶지 않았다. 해교는 한숨과 함께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애플리케이션 예약서 안에 표기된 고객 정보를 확인했다.
신호음이 몇 번 흘러도 상대는 전화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벌써 예약된 시간에서 30분이나 흘렀는데 진행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허송세월을 보내느니 맨손으로라도 치울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까 싶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환장할 만큼 더러운 집 안이 눈에 담기자 도저히 화학용품 없이는 그 어느 것도 시도하고 싶지 않았다.
망연자실한 채 응답 없는 휴대폰을 바닥에 놓아둔 뒤 앉아 있기를 한 세월, 삐빅, 전자음과 함께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집주인인 것 같았다. 구세주라도 만난 듯 반가운 마음에 뒤를 돌아보며 해교가 일어나려 하는 순간, 까칠한 저음이 현관에서 울렸다.
“뭐야. 아무것도 안 하고 놀고 있네?”
당황한 해교가 큰 눈을 굴리며 변명을 하려 입을 열기도 전에 저음의 주인은 눈썹을 삐뚜름히 만들고는 가까이 다가와 그를 내려다보았다. 집주인이 아닌가? 거리를 좁혀 자신을 내려다보는 모습이 생각보다 더 위압적인 남자였다. 얇은 반소매 티셔츠를 걸친 팔뚝의 탄탄한 근육이 눈에 띄어 해교를 움츠리게 만들었다. 운동하는 사람인가……. 얼굴은 귀엽게 생겨 가지고 몸이 무섭다…….
“그게…… 청소하려고 했었는데요, 도구가 아무것도 없어서……. 워, 원칙상 원래 고객님께서 청소 도구랑 쓰레기봉투는 준비해 주셔야 하는 게 맞거든요……. 그, 근데 집주인분이 아무것도 준비 안 하고 나가셔서…… 혹시 집주인분한테 연락 좀 해 주실 수 있나요?”
“뭐? 돈을 얼마나 받아먹는데 그것도 내가 준비해야 돼요?”
“어…… 어……? 네?”
당당한 남자의 모습에 가뜩이나 작은 해교의 목소리가 점점 더 기어들어 가기 시작했다.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었다. 이 남자가 집주인이라고? 그럼 아까 그 남자는 뭔데……. 해교의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일투성이다.
얼핏 보았지만 꽤 어려 보이는 얼굴이 많아야 제 또래, 적으면 저보다 더 어릴 듯한데 찍찍 반말 투에 뻗대기까지. 너무 속이 상했지만 가사 도우미 일을 하다 보면 이보다 더한 모멸감도 많이 느껴 봤기에 참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일이 끝난 후 별점 테러가 이어질 것이다.
일을 시작한 후 딱 한 번 화가 나서 일을 하지 못하겠다고 버티고 별점 1점이 달렸을 때가 있었다. 그 후 1달이 넘도록 새로운 일거리가 들어오지 않았었고, 그리 튼튼하지 않은 몸으로 공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간보다 앓는 시간이 더 긴 1달을 보냈다. 끔찍한 기억이었다.
해교는 말끝을 흐리며 상대방의 발끝을 내려다보았다. 딱히 자신이 잘못한 건 없어 보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당해질 수도 없었기에 눈앞의 남자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상대는 그런 해교의 비 맞은 개새끼 같은 모습에 궁금증이 일었다. 가사 서비스 도우미라고 해서 4, 50대의 제 엄마뻘이 되는 사람이 올 줄 알았는데 그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미성의 남자가 성인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저에게 겁을 집어먹은 채 낑낑대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좋아요. 쓰레기봉투? 그거 말고 또 뭐 사다 주면 돼요?”
“아…… 네. 고무장갑…… 하고요, 락스랑 베이킹 소다랑 아크릴 수세미랑 어…….”
“일단 얼굴 좀 보고 얘기하면 좋겠는데. 내 얼굴 본다고 병 옮는 것도 아니고.”
집주인, 우연제는 결 좋은 머리카락을 짜증스레 손가락으로 쓸어 올리며 말했다. 그 손길에 긴 손가락 사이로 머리카락이 흐트러지며 은은한 민트 향이 거실 공기 중에 퍼졌다. 이 상황에서도 그런 향기가 좋은지 코를 킁킁대며 어벙하게 구는 눈앞의 남자가 그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아직 채 솜털이 가시지 않은 복숭앗빛 뺨 위에 얹어진 호기심 어린 눈동자를 도르륵 굴리는 모습이 꼭 눈치를 보며 애교 부리는 개새끼 같았다. 연제는 살짝 기울여진 고개를 바로 하고 싶어 저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그의 뺨을 만질 뻔했다.
“…….”
“저기…….”
본인을 보라고 역정을 내 놓고는 정작 쳐다보았을 때 아무 말 하지 않는 연제에게 해교가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다. 여전히 쭈뼛대는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여기에 써요. 필요한 거. 그걸 어떻게 외워.”
“아……. 네.”
우연제의 최신형 휴대폰을 고이 받아 든 해교는 익숙하지 않은 자판을 사용하여 느릿하게 청소용품 목록을 적어 나가기 시작했다. 연제는 그런 해교의 굼뜬 몸짓을 가만히 내려다보다 하얗고 작은 손가락에 시선이 머물렀다. 하얀 손가락의 기본적인 생김새는 고왔는데 군데군데 자잘한 상처가 보이는 것이 꽤 고생을 한 듯했다. 하긴, 고생을 한 사람이 아닌데 여기서 이렇게 만날 리가 없긴 하지.
사업상의 이유로 해외에 거주하는 부모님이 마련해 준 본인 명의의 아파트에서 부족함 없이 자취하며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는 우연제와는 꽤 결이 다른 남자였다. 이렇게 도우미와 고용인의 관계가 아니라면 평생 만날 일이 없을 게 분명해 보였다.
굳이 따지자면 개보다는 고양잇과가 취향인데도 반반한 얼굴에 안 어울리는 맹해 보이는 행동이 어쩐지…… 아랫도리를 반응하게 만들었다. 실내 온도를 높여 둔 것도 아닌데 눈앞의 남자를 인식한 순간부터 열이 오르기 시작한 몸체 말단마다 오싹한 욕정이 들끓었다. 어릴 적부터 남자에게만 발정해 떡 치는 것이 취미나 마찬가지인 우연제에게 눈앞의 해교는 바쳐진 제물이나 다름없었다.
집안에서 붙여 준 가사 도우미가 몇 날 며칠 동안 계속되는 연제의 난잡한 섹스 라이프에 혀를 내두르고 그만둔 뒤 딱 일주일째 되는 날이다. 집 안 꼴을 외면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더는 본인도 버티기 힘들어져 우연히 알게 된 가사 도우미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처음으로 사람을 불러 보았다.
여기저기 쌓인 도우미 후기 읽는 것도 귀찮아서 가장 최근에 높은 평점을 받은 사람을 아무나 골라잡아 예약한 터였다. 가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도 참 생각이 짧았다. 이런 애들 증명사진 하나라도 박아 놓고서 일 구한다고 프로필을 올리면 수수료가 꽤나 짭짤할 텐데.
우연제는 심부름센터를 이용해 청소에 필요한 도구를 들여 해교에게 전해 준 뒤, 그나마 덜 더럽혀진 소파에 누워 휴대폰을 뒤적거렸다. 온통 어떻게 하면 우연제와 엮일 수 있을까 고심이 가득한 질척이는 메시지들 사이로 ‘여러분의 집사’ 애플리케이션에서 알림이 와 있었다.
[고객님! 집사님이 늦지 않게 도착하셨나요? 오늘 집사 활동이 끝나면 평가로 여러분의 만족도를 표현해 보세요.]
흠. 만족도 평가라……. ‘열심히해드려요’ 마스터. 뭘 열심히 해 드린다는 거야. 피식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않은 연제가 해교의 프로필을 눌러 훑었다. 출장 횟수에 비해 별점 평가가 높은 편인지 고객이 다시 찾는 횟수가 많았다. 무감한 표정으로 쭉쭉 스크롤을 내리며 과거의 평가까지 살피던 연제는 얼마 가지 않아 이 바닥의 생리를 깨달았다.
마스터가 고객의 별점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구조네.
잘 차려진 양식장 출신 물고기도 나름의 맛은 있지만…… 펄떡이는 자연산을 잡아 회 쳐 먹는 손맛에 비할 바 못 되지. 재미있는 작당을 하는지 감흥 없던 우연제의 두 눈에 이채가 돌고, 유려한 입매가 큰 호선을 그리며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 * *
“배 안 고파요?”
“네?”
또 놀란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자신을 바라보았다. 무슨 말만 하면 ‘네?’ 하며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 지겹기보단 귀여웠다. 그런 와중에도 연제는 어서 빨리 저 토끼 같은 남자를 벗겨 내 속살을 맛보고 몸 안에 자신의 자지를 쾅쾅 쑤셔 넣어 질펀하게 뒹굴고 싶은 욕구가 일었다.
얼핏 보기에도 매끄러운 피부는 입 안에 넣어 뭉개면 황홀하리만치 달콤하고 강한 전율을 선사할 것 같았다. 아무리 한창때라고는 하지만 접촉이라고는 하나도 하지 않은 상태로 발정하는 자신이 한심하면서 동시에 갈증이 일었다.
“밥은 먹고 청소해야죠.”
“아, 저 빵 가져온 거 있는데…….”
“청소를 빵심으로 하면 안 되니까 그렇죠.”
어느덧 긴장으로 굳은 해교의 목덜미를 큰 손으로 눌러 풀며 연제가 그의 귓가에 나직이 속삭였다. 연제의 따스한 숨결이 귓바퀴에 내려앉자 솜털이 바짝 일어나고 동시에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등 뒤를 감싸 안듯 다가선 채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연제가 하얀 살결 위에 자신의 입술을 얹고는 슬쩍 혀를 내었다. 뜨겁고 말캉한 혀가 본인도 알지 못하던 민감한 부위에 닿자 해교의 붉은 입술이 열리고 헐떡이는 숨 사이로 옅은 신음이 샜다.
“흐읏…….”
당장이라도 따먹고 싶은 속마음을 감춘 은근한 접촉에 서서히 해교의 몸이 달아올랐다. 낯선 성적 긴장감으로 인하여 가슴이 뛰고 온몸의 힘이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감각에 익숙했더라면 금세 우연제의 검은 속을 알아채고 대응하려 했겠지만 안타깝게도 차해교는 성적인 접촉이라고는 단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순도 100%의 하얀 백지장 같은 성 경험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자신의 품 안에서 바르작대는 해교의 떨림이 느껴지자 한층 더 흥분한 연제가 달뜬 숨을 몰아쉬며 해교의 귓불을 깨물었다. 당장이라도 귓불을 씹다 동그란 귓바퀴를 핥아 올리고, 뜨거워진 혀를 좁은 귓구멍 안에 밀어 넣어 뭉그러뜨리고 싶었다.
“아……! 응, 이상, 이상해요. 하지 마세요.”
너무 급했다. 슬슬 넘어오는 듯해 제가 먼저 선을 넘어 버렸다. 그윽하게 숨을 불어 넣는 것까지는 버티던 해교가 본격적으로 귀를 애무하고 나서자 거부 반응을 보였다.
“아, 미안. 귀가 귀여워서. 그냥 친근해서 한 장난이에요.”
방금 전 성마르던 태도를 감쪽같이 지워 낸 우연제가 씨익 웃었다. 그러곤 아직 자신의 타액에 촉촉이 젖은 해교의 귀를 한 손으로 쓱, 닦아 내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굴었다. 마치 이 이상 이 일에 대해 언급하면 그 사람이 유난인 모양새로.
“내 말 안 들으니까 장난친 거예요. 친구들이랑 이런 장난 자주 해서 별생각이 없었어요. 놀랐으면 미안해요. 밥 먹고 해요, 네? 혼자 밥 먹으면 맛없거든요. 1인이 먹기엔 많은 양을 시키기도 했고.”
“그래도 일하러 왔는데…….”
주저하는 해교의 등 뒤로 “식사 왔습니다.” 하며 쾅쾅, 현관문을 두들기는 배달원 목소리가 울렸다. 어깨를 으쓱이며 현관으로 나간 연제가 얼핏 봐도 엄청난 양의 배달 음식 포장 더미를 가득 받아 든 채 돌아왔다. 자연스레 다이닝룸 안 테이블로 향한 뒤 양팔 안에 쌓인 음식을 내려놓는 연제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저도 도와야 할 것 같은 생각에 해교 역시 빠른 걸음으로 그의 옆에 섰다.
혼자 사는 것치고 상당히 큰 식탁이 순식간에 음식으로 뒤덮였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처음 보는 음식에서부터 해교도 잘 아는 탕수육과 새우튀김까지, 중식당을 통째로 집 안에 옮겨 놓은 듯했다. 연제는 이러한 광경이 익숙한 듯 찬장에서 앞접시를 꺼내 해교 앞에 놓아 준 뒤 먹으라고 눈짓하였다.
“몇 살이에요?”
“아…….”
“나이도 못 말해 줘요? 같이 밥도 먹는 사이에.”
먹기 좋게 썰린 고기를 우물거리며 연제가 해교를 타박했다. 핀잔하는 말과는 달리 해교 앞으로 음식을 좀 더 당겨 주어 손 가기 좋게 만들면서. 타인을 대하고 배려하는 게 익숙해 보이는 모습에 어느새 저를 함부로 대했던 연제의 첫인상을 잊은 채 해교는 경계심과 긴장을 놓았다.
“저는 스물둘이에요.”
“아, 형이네. 나는 스물하나. 형이라고 해도 되죠?”
“아……. 네에.”
“좋다. 진부하지만 이것도 인연인데 우리 가볍게 반주 할까요? 안주도 많은데.”
손으로 잔 넘기는 시늉을 하며 연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태껏 여러 번 일을 나가면서 점심시간이 겹칠 때면 고객이 같이 밥을 먹자고 불러 주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반주까지 권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술을 마시고 청소를 하는 게 말이 안 돼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무리 속상한 일이 있어도 술 마실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기도 했다.
해교가 제안을 거절하기 전에 재빠르게 잔과 술병을 준비한 연제가 시원한 웃음을 지으며 의자를 끌어 그에게 다가왔다. 여태껏 보지 못한 반짝이는 눈을 하고서.
“형. 혼자 먹으면 맛없으니까 같이 먹어요. 네?”
“그, 그게…… 저는 아직 일 중이고 술…… 잘 안 먹어서요…….”
“와. 지금 이게 일하는 거예요? 휴식 시간 아닌가? 지금 형 청소하고 있어요?”
“그건 그런데…….”
“지금은 근무가 아니라 친목 도모 시간이죠. 나 서운해질라 그러네. 아까 형이 처음 청소하는 거 보자마자 딱 각이 나와서 이렇게, 벌써 별점 5개 박아 놓은 거 안 보여요?”
능글거리는 미소를 지은 연제가 본인의 휴대폰 화면을 해교에게 들이댔다. 화면엔 ‘여러분의 집사’ 애플리케이션의 평가 화면이 떠 있었고 정말 그의 말처럼 별점 5개와 함께 ‘강추’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이렇게 자신을 좋게 봐 주고 맛있는 점심까지 대접해 주는데 조금 장단은 맞춰 줄 수 있는 거 아닐까. 또래와 대화하는 것도 오랜만에다 형, 형 하며 허물없이 대하는 모습에 해교는 저도 모르게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 * *
“형.”
“네에.”
연제의 속도에 맞추어 두어 잔 마시던 해교가 금세 얼굴이 빨개진 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이미 잔뜩 취해 가는 걸 빤히 알면서도 연제는 해교에게 도수 높은 이과두주를 몇 잔 더 권했고, 어느 순간 본인이 무얼 마시는지 자각하지 못한 해교는 이를 넙죽 받아 물처럼 마시기에 이르렀다. 우연제는 통통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입술이 정신 차리지 못하고 오물대는 모습에 초조해져 저도 모르게 다리를 떨었다.
“형, 취했어요?”
“……네에.”
“형, 내가 누구예요?”
“……네에…….”
“형, 따먹어도 돼요?”
“네에…….”
반복되는 대답으로 상태를 가늠한 연제가 회심의 미소와 함께 해교의 손목을 잡아 자리에서 일으키려 했다. 그러자 손목에서 느껴지는 고통으로 인해 찡그려진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고, 동시에 연제는 감당할 수 없는 흥분에 휩싸여 그를 가벼이 안아 들고 침실로 향했다.
어찌나 취했는지 눈도 뜨지 못한 채 이리저리 휩쓸리는 몸을 침대 위에 눕힌 후, 아까부터 시선을 사로잡은 도톰한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방금 전까지 술과 음식을 잔뜩 먹은 탓에 그리 달가운 향이 나지 않을 게 분명했지만 마치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연제는 빠르게 해교의 입술을 머금고 몰아붙였다. 부드러운 입술을 가르고 거칠게 혀를 집어넣어 촉촉하고 여린 점막을 잔뜩 헤집었다.
맞닿은 혀를 비비며 게걸스럽게 빨자, 타액이 질척거리면서 섞이는 소리가 적막한 방 안에 울려 퍼졌다. 고작 키스만으로 좆이 꺼떡이며 당장 저를 처박길 염원하기 시작했다.
키스조차 처음이었던 해교가 숨 쉬기가 버거워 고개를 비틀려 하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연제에게 웃음기가 어렸다. 역시 예상한 대로 아다가 맞을 것이다.
아까 슬쩍 맛만 보았던 귀를 한 번 더 핥고 나서 목선을 타고 연제의 입술이 길을 내었다. 가늘어서 한 손에 잡힐 것만 같은 얇은 목선을 손끝으로 은근히 쓰다듬고 옴폭 팬 쇄골을 뭉근하게 문질렀다.
간지럽고 뜨거운 느낌에 웅얼대며 품에서 벗어나려 드는 해교를 가볍게 제압한 뒤 연제는 반쯤 뜬 정신없는 눈을 확인하고 실소했다.
술까지 먹여 가며 한번 따먹으려 드는 자신이 우습고 낯설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당장 휴대폰만 들어도 한번 박아 달라는 연놈들이 줄을 섰는데. 잠시 느낀 현실적인 타격감은 몽롱한 상태의 해교가 몸을 뒤척이며 얼핏 보여 준 새하얀 피부에 금세 흔적도 없이 휘발되었다.
방금 물고 빨아서 한층 더 붉어진 입술에 묻은 타액이 불편한 듯, 하얗고 오밀조밀한 손이 부지런히 꼼지락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취한 와중이라 더워서인지 단추 3개가 끌러진 셔츠가 팔뚝에 걸쳐져 가슴팍이 아슬아슬하게 드러나 연제는 저도 모르게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몸 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자 상상보다 더한 자극에 숨이 막혔다.
도색 잡지를 처음 보고 발정하는 소년이 된 양 아랫도리가 뻐근해지기 시작했다. 며칠 내리 섹스 파트너들을 불러 박아 댄 탓에 눈앞의 남자를 벗기더라도 평소처럼 동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었는데 그러한 가정이 쓸모없어지는 순간이었다.
이미 머릿속에서 한 번 가져 본 낭창한 몸 선은 둘째 치고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분홍빛 유두와 투명한 피부가 연제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당장이라도 저 셔츠를 찢어발기고 생유두를 두 눈으로 제대로 확인해 마음껏 희롱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찌익, 연제의 손에 거칠게 벗겨진 셔츠가 침대 밑에 나뒹굴고, 순백한 느낌을 자아내는 분홍빛 유두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함몰된 조그만 유두 주변은 유두에 비해서는 유독 큰 유륜이 덮고 있었고 말간 유두를 제외한 피부는 티 없이 새하얀 모습이었다.
연제는 단번에 해교의 가슴 정점을 베어 물고 혀를 굴렸다. 까슬한 혀가 들어간 돌기를 짓누르며 자극하자 해교의 허리가 뒤틀렸다. 취해서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야릇한 소름이 일어 솜털이 서는 것이 느껴졌다. 연제는 낮은 웃음소릴 내며 나머지 한쪽 젖꼭지를 검지와 엄지를 이용해 짜내듯 비틀었다.
“아응……. 싫어…….”
거침없이 살갗을 넘나드는 연제의 손길과 혀의 움직임에 파여 있던 유두가 점차 고개를 들며 모습을 드러냈다. 혀를 앞뒤로 비비적거리다 이로 돌기를 잘근 씹자, 마침내 마찰에 자극당한 젖꼭지가 음란하게 발딱 일어났다. 싫다는 말과는 다르게 몸은 솔직했다. 함몰 유두는 이런 매력이 있었다. 연제는 이를 놓치지 않고 양손으로 젖꼭지를 잡고 뽑아낼 듯 당겼다.
“히잇!”
신음을 내뱉느라 벌어진 입술 안으로 연제는 천천히 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질척한 점막과 뜨거운 혀에 손가락 끝이 슬쩍 스치자 등골이 짜릿했다. 손가락 끝에 성감대가 있다는 건 못 들어 봤는데. 셀 수 없는 섹스 경험 중에서도 겪어 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연제는 홀린 듯 해교의 입 안 깊숙이 손가락을 집어넣어 말랑한 입술을 만져도 보고 말캉한 혀를 부드럽게 쥐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해교는 본능적으로 혀를 굴려 이리저리 입 안을 돌아다녔고 그 바람에 충분히 손가락이 젖어 들자, 연제는 이제는 아래를 건드려도 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잔뜩 취해 제 몸을 어쩔 줄 모르는 해교 때문에 연제는 그의 몸을 뒤집어 박아 넣기 쉽게 배 아래에 베개를 대었다. 어느덧 팬티 한 장만 남은 하체를 가볍게 눈으로 쓸어 훑고 나서 골반에 걸쳐진 드로어즈 밴드 끝을 쥐어 단번에 몸에서 벗겨 냈다.
해교의 동그란 엉덩이가 뒤로 솟아 박기 좋은 자세가 되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살집이 있는 통통한 엉덩이 살을 양쪽으로 잡아 벌렸다. 엉덩이가 옆으로 주욱 늘어나면서 한 번도 침략받은 적 없는 연분홍빛 후장이 드러났다. 촘촘한 주름이 둘러싼 구멍이 뻐끔거리는 모습에 다소 축축해진 손가락 끝을 망설임 없이 안으로 집어넣었다. 탱탱한 살점이 갈라지며 붉은 속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흐윽……! 응, 하지…… 마아.”
“괜찮아요.”
뭐가 무서운지 눈을 꼭 감은 채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거절하는 해교에게 머뭇거리는 기색 없이 괜찮다고 말하곤, 기다란 검지로 후장 구멍 끄트머리를 휘저었다. 손가락 둘레에 알맞게 벌어진 구멍이 검지를 쫀득하게 쭈욱 빨아들였다.
처음 느끼는 이물감에 고통에 찬 신음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연제는 크게 상관하지 않고 손가락 개수를 늘려 구멍을 넓혔다. 붉은 육벽 입구에서 손가락 3개를 거침없이 푹, 푹 쑤셨다 빼자 녹진해진 구멍이 쉴 새 없이 달싹이며 손가락을 씹었다.
취한 와중에도 우는 소리를 내며 연제의 손가락을 거부하려 드는 해교의 입과는 달리 그의 구멍은 이미 질척하게 젖은 채 손가락을 꽉꽉, 쫄깃하게 물어 대고 있었다.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살갗이 마찰하며 찰박거리는 소리가 났고, 마치 유혹하듯 농익은 조임을 느끼자 연제의 허벅지에서부터 자극이 일어나 등줄기로 쾌감이 쏟아졌다.
“……씨발 년이 진짜 경험 없는 거 맞나?”
알고 보면 아다가 아닌 거 아닌가. 아다를 따먹는 건 줄 알고 나름 노력을 한 건데 아니라면 김이 샐 것 같았다. 손가락이 빠져나갈 때마다 쫀득하게 내벽이 딸려 나오고, 들어갈 때면 들러붙어 조이듯 감싸는 모습이 씹질을 꽤나 해 본 거 아닌가 싶었다.
하나 차갑게 식는 머리와는 달리 뜨끈하게 달아오른 연제의 하반신은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당장 저 오물거리는 구멍 속으로 자신을 처박아 달라며 경련하듯 들썩이고 있다.
연제는 옷 전체를 벗을 정신 없이 급한 대로 허벅지께까지 바지와 속옷을 내린 뒤 벌름거리는 구멍에 자신의 좆을 조준한 채로 선단부터 밀어 넣기 시작했다. 평소 목숨처럼 챙기던 콘돔은 미처 씌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하……읏. 윽. 아, 아파. 시러어, 시러요.”
해교의 팔 아래만 한 굵기의 검붉은 좆을 구멍 앞에 밀착하며 밀어 넣으려 하자, 그가 반항을 하기 시작했다. 취한 와중에도 선뜩하게 느껴지는 고통 때문이었다. 이대로 반항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좆 기둥을 끝까지 들이박고 싶었지만 나중에 술에서 깼을 때 강간이 아닌 화간이었다는 듯이 굴려면 최소한 후장에 피는 내지 말아야 했다.
여태껏 파트너의 구멍을 핥아 주는 짓거리를 해 본 적은 없었으나 발갛게 달아오른 채 요동치는 눈앞의 구멍을 핥는 것은 그리 나쁜 선택이 아닐 것 같았다. 얼굴조차 잘 기억나지 않는 상대들에 비해 지나치게 말간 내벽이 얼른 빨아 달라고 조르는 듯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모습이 유혹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연제는 귀두도 다 넣지 못한 자지를 아쉬운 듯 뽑아낸 뒤 붉은 혀를 뾰족하게 말아 잘 익은 구멍 주름을 핥았다. 얼굴 생김새에 어울리는 앳된 살 내음을 풍기는 입구를 지분대는 혀에 느껴지는 감각이 생각 외로 마음에 들었다.
움찔거리는 구멍을 쭙, 쮸웁 난잡하게 빨아들이자 젖은 육벽이 꿈틀대며 녹진녹진 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연제는 익어 가는 점막을 녹여 버릴 듯 두꺼운 혀로 정성 들여 구멍 전체를 빨아올렸다. 음탕한 소리와 감촉에 가뜩이나 흥분한 연제의 아랫도리가 더더욱 육중하게 몸을 불렸다.
“흐읍…… 아, 응!”
잘 뻗은 콧날을 엉덩이 사이에 박은 채로 구멍을 빠는 데 집중하자 거친 숨결이 살갗에 내려앉았다. 뜨거운 바람이 자극적이었는지 해교의 둔부가 들썩이며 허벅지가 덜덜 떨려 왔다. 흐느끼듯 뱉어 내는 신음에 한결 더 오랄이 기꺼워진 연제가 후장 안에 밀어 넣었던 혀를 꺼내어 보드라운 회음부 주변을 간질이기 시작했다.
단박에 쑤셔 넣으려 했던 질척한 살덩이가 진입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운지 프리컴을 줄줄 흘려 댔다. 꺼떡이는 자지를 외면하고 자극에 달달 경련하는 회음의 촉감을 즐기며 좀 더 아래로 길을 내던 중, 연제는 낯선 감각에 감은 눈을 뜨고 행위를 멈추게 되었다. 혀끝에 무언가 갈라진 틈이 느껴졌던 탓이다.
뭐야, 미친.
이건…….
연제는 남자의 아래를 애무하면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촉감에 혀를 떼었다. 회음을 핥는 데 열중하느라 애널에 비벼 댄 높은 콧대는 진득한 체액으로 얼룩져 번들거리고 있는 와중이었다.
어디로 보나…… 이건 보지다.
아니, 씨발……. 보지가 왜 남자 새끼한테 달려 있는 거지? 아까 얘한테 술 먹이면서 나도 같이 취한 건가. 그게 아니고서야.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부정하며 연제가 미간을 모았다.
“형.”
“으…….”
“형, 이거 뭐예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해교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자 이를 힐난하듯 연제가 짜악, 소리가 날 정도로 해교의 보지를 후려쳤다. 보짓살이 따끔한 느낌에 본능적으로 두 손을 아래로 내려 보지를 감싼 해교가 웅얼거렸다.
“흐읏, 보지……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당사자의 입에서도 보지라는 말이 나오다니.
단연코 사춘기부터 연제의 관심은 오롯이 남자에게만 향했다. 남자뿐 아니라 여자와도 떡을 칠 기회는 수없이 많이 있었지만 단 한 번도 동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보지를 실물로 보는 것은 어울리지 않게 첫 경험이었다.
“보지가 왜 너한테 달려 있어?”
“몰라, 몰라요.”
“정신 안 차리지.”
연제가 보지를 가리려 드는 해교의 손을 저지하며, 다시 한번 손바닥으로 휘갈겼다. 철썩, 하는 질펀한 소리가 울렸고, 두 번 연속 얻어맞아 홧홧해진 보지 때문에 놀란 해교가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덜덜 떨며 울먹였다. 팔이나 다리를 맞았을 때와는 다르게 얼얼한 감각에 열기가 더해져 당황스러웠다. 맞은 건 보지인데 발가락이 움찔거리고 자지가 잘게 들썩였다.
“아흑. 원래부터…… 응, 있었어요.”
연제는 해교를 취하게 만드느라 함께 들이켰던 알코올이 몽땅 날아간 것처럼 번쩍 정신이 들었다. 자지가 있는 놈이 보지까지 타고났다니 말이 되지 않는다. 미친……. 아직도 그의 말이 믿기지 않은 연제가 해교의 허리를 감싼 뒤 천장을 마주하고 눕도록 했다.
취기 때문에 어지러운지 해교가 앓는 소리를 내며 손등으로 눈을 가렸다. 얇은 발목을 한 손으로 각각 가볍게 쥔 연제가 이를 무릎 쪽으로 밀어 접어 둔부가 잘 보이는 자세를 만들었다. 거의 해교의 몸 절반을 접게 한 뒤 좀 더 자세히 아래를 관찰하기 위함이었다.
“…….”
털이라곤 보이지 않는 보들보들한 피부가 두 눈을 먼저 사로잡았다. 파트너의 성기에 붙어 있는 음모에 대해 별다른 감상을 가져 본 적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피부를 감싼 지저분한 음모를 상상하자 기분이 역했다. 그만큼이나 태생적으로 뽀송하고 민둥한, 백자지와 백보지가 어울리는 살결이다.
기본적으로 연한 살구색을 한 조그만 자지 끝은 연분홍빛이었고 그보다 더 작은 음낭과 그 아래 위치한 보지 주변 역시 비슷한 색상을 띠고 있었다. 다만 연제의 커다란 손에 두 번 얻어맞아서인지 손바닥이 닿았던 보짓살 부근이 살짝 붉게 부어 있는 상태로 옴찔거렸다.
후장이나 둔부 인근에야 털이 없는 경우가 꽤 있었기에 애무하는 와중에는 신경 쓰지 않았는데 이렇게 눕혀 놓고 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왜 애널을 핥으면서 상상하지 못했을까. 마치 이차 성징을 지나지 않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과하게 뽀얀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게 또 묘했다. 제가 남자를 상대로 성욕을 느끼는 것은 진작 알고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체모가 난 흔적이 없는, 곱고 여린 피부가 외설스러운 성기를 뒤덮고 있는 모습에 좆이 아플 만큼 발기할 줄이야.
다시 내려다보아도 여전히 앙증맞은 사이즈의 자지가 절반쯤 선 채로 덜렁이고 있었고, 그 아래에 달린 건 정말 보지가…… 맞나? 암만 보아도 믿을 수가 없다.
자지든 보지든 둘 중 하나는 가짜가 아닐까. 연제가 자그마한 자지를 큰 손으로 거침없이 주물럭거리자 외부 자극에 약한 해교의 자지가 점차 단단해지며 피가 몰렸다. 좀 더 적극적으로 귀두를 감싸는 꺼풀을 느릿하게 위아래로 문지르자 발발거리며 서서히 솟아오르기까지 했다. ……이 변화를 보면 진짜 자지가 맞는다는 건데.
자지 확인을 끝낸 연제가 보지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보지를 만지는 것은 처음이었으나 첫눈에 몸이 달았던 상대라 그런지 낯선 보지를 만지는 데에 큰 망설임은 일지 않았다. 갈라진 기다란 틈 사이를 주시하다 보니 주름이 많이 진 입술 모양의 음순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의 음낭과 비슷한 피부 결을 한참 감상하다 후장이나 보지나 둘 다 같은 구멍이라는 생각으로 중지를 슬쩍 밀어 넣었다. 동시에 두 남자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아……응!”
“허…….”
후장과는 명백히 달랐다. 이물질을 집어넣자 쫀쫀하게 조여드는 촉감은 비슷했으나 보지 안이 끈적한 물로 가득해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찔걱이는 소리와 함께 느껴지는 마찰이 야릇하고 생경했다.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흥분해 있었던 건지. 싫다는 말과는 달리 음탕한 열기가 가득한 보지 속살이 손가락에 들러붙은 채로 오므라들었다.
슬쩍 손가락을 잡아 빼자 쩌억, 쩍 질은 액체가 뒤범벅된 속살이 느껴졌고 뜨끈한 보지 내부의 온도에 전염된 것처럼 착실히 연제의 욕망이 끓어올랐다. 한결 더 뻐근해진 단단한 자지가 당장 좆집에 넣어 달라고 그악스럽게 꺼떡였다.
섹스를 할 때면 상대의 후장을 보지라 부를 때가 있었는데 대체 얘한테는 어디를 보지라고 해야 하는 건가, 하는 짧은 고민을 잠시 한 연제가 어깨를 떨며 웃었다. 이 무슨 삼류 포르노에 나올 법한 상황인 건지. 그러니까 여기는 앞보지. 후장은 뒷보지…… 뭐 그렇게 되는 건가.
“후. 형. 일단 내가 뒷보지 아다 뚫어 줄게요.”
“으응…….”
“뚫으라고 허락한 거야.”
“…….”
“어차피 나도 진짜 보지에는 박아 본 적 없으니까 형도 내 아다 따먹는 걸로 하면 되잖아. 공평하죠?”
“흐으…….”
연제는 거의 잠들다시피 해 의지가 없는 해교의 두 다리를 당겨 자신의 어깨 위에 걸친 뒤, 앞보지 입구를 좆 대가리로 문질렀다. 속살을 헤집으면 사타구니 사이를 다 젖힐 것처럼 흥건히 고인 보짓물을 윤활유 삼아 뒷보지를 뚫으려는 생각이었다. 어느새 흘러넘치는 보짓물이 하얀 침대 시트 위로 뚝뚝 떨어져 깨끗한 천에 짙은 회색 자국을 만들어 낼 지경이었다.
쯔걱, 쯔윽 하는 질펀한 소리를 내며 종마의 자지처럼 큰 좆 귀두에 해교의 보짓물이 묻어났다. 살짝 끝이 휜 좆이 검붉게 변한 채 들썩이는 모습이 흉악스러웠다. 느릿하게 허리를 움직이며 귀두 표피에 찐득한 애액을 묻히는 것만으로도 숨이 뜨거워지고 음험한 열기에 절여지는 듯했다. 후장 섹스를 할 때 자주 사용하는 타액이나 젤과는 현저히 차이 나는 점성과 촉감에 해교의 보지 입구를 뭉개던 연제가 한숨 같은 신음을 내뿜었다.
“후으…… 씨팔.”
연제가 윤기를 머금은 앞보지 입구에 거대한 좆을 아쉬운 듯 두어 번 더 툭, 툭 퉁기다가 자지의 각도를 낮추어 후장을 향해 조준했다. 뒷보지 입구에 닿자마자 굵다란 자지가 부르르 떨며 당장 치받고 싶어 난리였다.
“악!”
투둑, 하는 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역동하던 거대한 살덩이가 단번에 해교의 후장을 뚫었다. 좁은 구멍을 억지로 벌리고 들어가는 자지에 오물대던 주름이 한계까지 펴진 것으로 모자라 입구 어귀가 뜯어지며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나름 풀어 준다고 했는데도 첫 경험인 터라 연제의 말 좆을 감당하기 버거웠던 탓이다. 연제의 어깨에 오금이 걸쳐진 채라 해교의 몸뚱어리는 공중에 뜨다시피 한 상태였고, 이에 좆의 진입이 보다 수월해 연제는 자지를 밀어내는 내벽을 아랑곳 않고 가를 수 있었다.
퍽, 퍽 젖은 살끼리 맞부딪히며 쓸리는 소리를 들으며 연제가 이를 악물었다. 씨발. 죽인다. 끝내주게 좁고, 질척하고, 조이는 맛이 일품이었다.
“히……윽! 아! 악!”
열락 속을 헤매는 연제와는 달리 해교는 죽을 것같이 아팠다. 아랫배에서 느껴지는 압박감과 뒤가 찢어져 오는 고통에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 몇 번이고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다. 음낭까지 저의 후장 속으로 몽땅 박아 넣을 것처럼 쾅쾅, 자지를 박고 허리를 쳐올리는 연제에게 매달린 가냘픈 몸이 추삽질 박자에 맞추어 흔들거렸다.
“아흐읏…… 아, 아파. 아파아, 그마안……! 시러어. 흐읍.”
“후으, 후.”
자신이 무엇을 당하는지 알지 못하는 꿈결과 같은 의식 속에서도 고통만은 또렷했다. 본능적으로 바로 누운 몸을 뒤틀며 모로 누워 피하려 하자, 어림없다는 듯 연제가 잘게 허리를 쳐올리며 그 몸짓을 막았다.
연제는 좆이 퍽, 퍽 내장을 밀어 올리며 들이칠 때마다 바르작대며 도망가려 드는 해교가 가소로우면서도 귀여웠다. 부드러운 푸딩 같은 내벽이 좆 기둥을 쫄깃하게 감싸며 밀어내려 드는 느낌이 환상적이었다. 빠져나갈 때는 언제 부드러웠냐는 듯 태세를 바꾸어 빨판처럼 들러붙어 제 좆을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으읏…….”
연제는 밀려오는 고통에 힘없이 가라앉은 해교의 자지를 주시하면서 허리를 슬쩍슬쩍 돌려 가며 바삐 열점을 찾기 시작했다. 저를 거부하면서도 이 정도 맛을 내는 후장이라면 아마 오르가슴을 느낀다면 이 이상 고농도의 쾌감을 선사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내벽 여기저기를 짓누르며 박아 대던 자지가 어느 한 곳을 톡, 치고 지나가자 해교의 골반이 경련하듯 떨리며 몸이 튀었다. 연이어 자지가 스치는 구멍 어귀가 오물거리며 콱콱 성기를 짓씹었다.
“흐으…… 으응!”
해교의 등줄기를 타고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오싹한 감각이 내리쳤다. 종아리 근육이 땅기는 느낌에 저도 모르게 연제의 어깨에 매달린 다리를 끌어당겨 둘의 결합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고, 굵다란 이물질을 거부하며 밀어내던 내장 안으로 더더욱 거세게 좆이 밀려 들어왔다.
“이것 봐라……. 사람 미치게 하네.”
“아……읏!”
해교가 보채듯 몸을 당기자 연제는 방금 해교가 느낀 지점만을 집요하게 찧어 대기 시작했다. 내벽에서 좆이 빠져나갈 때 도톰하게 튀어나온 열점을 짓누르고, 들어갈 때 밀어 올리기를 반복하며 강하게 퍽, 퍽 후벼 파자 해교는 반쯤 뜬 눈을 까뒤집으며 허리를 비틀었다. 머릿속은 이미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그저 제 구멍을 휘젓는 무언가에 압도당한 채 치닫는 작열감에 흡수될 따름이다.
끔찍하리만큼 큰 쾌감이 연속적으로 일자 제가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의지와 상관없이 애널은 계속해서 적나라하게 꿈틀대며 연제의 좆을 자극했다. 아찔한 쾌감에 정복당한 뒷보지가 빠르게 개폐를 반복하자, 그 전율이 옮겨붙은 듯 앞보지에서 더욱 많은 양의 애액이 분비되어 회음부를 지나기 시작했다.
쾅쾅, 커다란 자지를 뒷보지에 박아 넣을 때마다 앞보지에서 흐르는 보짓물이 연제의 자지 뿌리에까지 치덕거리며 묻어났다. 이에 한결 더 큰 격정을 느낀 연제가 쉴 새 없이 허리 짓을 이어 나갔다. 해교는 들이치는 자극에 자지러질 듯 온몸을 떨었고, 쾌감에 잠식당한 채 고개를 젖혔다.
“힉! 아흐으……! 아아!”
느끼는 감각이 버거운 탓에 해교가 엉덩이를 흔들며 슬슬 뒤로 물러나려 하자, 연제가 이를 픽, 비웃는 웃음과 함께 빠르고 강하게 좆질을 해 댔다.
자지를 뒷보지에 박아 넣을 때면 차진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엉덩이를 뜯어낼 것처럼 꽉 그러쥔 채, 잘 짜인 복근으로 망치질을 하듯이.
엉덩이 살을 터트릴 것처럼 꽉 붙잡고 거세게 퍽퍽, 자지를 박아 넣길 반복하자, 연제의 거칠한 음모가 해교의 민둥한 앞보지에 닿아 쓸려 소름 끼치는 쾌감을 자아냈다. 억센 음모에 방울방울 애액이 묻어나 질펀해지자 아랫도리는 더더욱 열기를 내뿜었다.
살갗과 자지 털이 비벼지며 생긴 묘한 자극에 음핵이 벌겋게 부풀어 오르고, 앞보지와 뒷보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느껴지는 황홀한 감각에 허리가 달달 떨려 왔다. 이미 해교의 작은 자지는 프리컴으로 범벅이 되어 공중에서 나부끼고 있었다.
“흐응…… 아, 응, 흣.”
“윽, 씨발……. 존나.”
앞보지와 뒷보지가 절정에 닿기 직전이 되자 양쪽 구멍 모두 바쁘게 경련하기 시작했고, 특히나 잔뜩 성난 좆이 들락날락하며 직접적인 자극을 준 뒷보지는 물러진 주제에 들이박힐 때마다 쭈욱 쭉 맛있게 자지를 빨아 먹었다.
쫀득하게 자지를 조여 무는 후장 때문에 연제가 연약한 엉덩이를 쥔 손아귀에 더욱더 힘을 주었다. 그러자 그의 커다란 손가락 사이사이로 새하얀 찹쌀떡 같은 엉덩이 살이 삐져나왔다.
재빠르게 쳐올리던 허리의 속도를 늦추어 퍼억, 퍼억, 천천히 추삽질을 하다가 돌연 퍽! 뿌리까지 박아 넣자 해교가 헐떡이며 자지러졌다. 힘차게 좆을 조여 무는 후장의 떨림에 연제 역시 저를 제어하기 힘들어짐을 느꼈다.
“하아읏! 후으, 으응, 응…….”
이제는 눈을 뜨지도 못한 채 연신 달뜬 신음만을 내지르는 해교의 자지를 연제가 붙잡았다. 조그만 자지가 있는 힘껏 몸을 부풀린 채로 하늘을 향해 꺼떡이고 있었다. 장난감처럼 귀여운 자지의 밑동을 감고 단번에 귀두 끝까지 힘을 주고 쓸어 올리자, 해교가 발개진 눈꼬리에 눈물을 맺은 채로 흐느끼듯 신음을 내질렀다.
“히엑…… 흐으, 흣!”
열기에 휩쓸린 해교가 본능적으로 제 자지를 쥔 연제의 손바닥에 대고 허리 짓을 하려 들었다. 바들대며 가느다란 허리를 치대는 모습이 퍽 귀여웠던 연제는 해교의 귀두에 난 요도 구멍을 손톱 끝으로 긁어 대며 자지를 위아래로 길게 쓸었다.
손장난과 동시에 허리를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못할 만큼 강하게 뒷보지를 쑤셔 대자 한결 더 뜨거워진 내벽이 연제의 좆을 잘라 낼 것처럼 꽉꽉 물어 댔고, 이에 연제가 이마에 핏대를 세운 채 단번에 자지를 내장 끝까지 처박았다.
“히익! 흐! 아으……! 으으읏.”
“후우…….”
벅찬 숨을 내쉬는 해교의 감은 눈 위로 번쩍번쩍 별이 튀었다. 아랫배가 굳는 감각과 함께 아득하고 오싹한 쾌감이 온몸에 퍼졌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쾌감의 역치에 내던져진 채 파드득대며 떠는 얇은 몸 안으로 연제가 계속해서 제 좆을 밀어 넣었다. 한껏 더 예민해진 내벽을 질 나쁘게 건드리는 자지 때문에 해교는 연신 헐떡이며 굽혀진 발끝을 덜덜 떨고, 손에 잡힌 침대 시트를 구겨 댔다.
“아흑……!”
결코 멈추지 않을 것처럼 전립선을 내내 찔러 대는 거대한 좆에 결국 해교의 자지가 정액을 울컥 내뿜었다. 눈을 홉뜬 채 자지러지는 그 모습을 본 연제는 잠시 허리 짓을 멈추고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감상하였다.
연제의 품 안에서 하체가 구겨지듯 무릎을 접은 자세라 사출되는 정액이 몽땅 해교의 얼굴 위로 후드득 쏟아졌다. 흥분으로 새빨갛게 달아오른 자그마한 얼굴이 크림 같은 정액으로 뒤덮이는 모습에 묘한 정복욕이 끓어올랐다. 발발거리며 떨리는 숱 많은 속눈썹이 허옇고 찐득한 정액으로 인해 형체를 잃은 모습이었다.
더, 더 엉망으로 만들고 싶었다. 감당할 수 없는 쾌감에 전 채 흐느끼는 얼굴이 보고 싶었다.
연제는 와중에 보잘것없어 보이는 해교의 자지가 제 기능을 하는 것이 신기해 비죽 웃음이 새어 나왔다. 꼴에 좆이라고.
여유를 가진 채 사정의 여운으로 바르작대는 해교를 관망하다가 별안간 뿌리까지 박힌 자지를 빠듯하게 몰아붙이는 감각에 바짝 소름이 인 연제가 억눌린 신음을 내뱉었다.
“크윽…….”
해교가 정액을 사출하자 절정에 달한 뒷보지가 펄떡대며 수축과 이완을 반복해 강렬한 조임을 일으킨 것이다. 결국 연제 역시 사정에 이르렀다. 곧게 뻗은 턱선 아래의 선 굵고 우람한 목이 사출의 쾌감으로 인해 핏대를 세웠다.
내장 깊숙이 박아 넣은 좆이 팽팽하게 떨리며 정액을 내뱉고, 질척한 체액이 흐르며 자지를 감싸는 느낌이 저릿했다. 좁은 내장 속에 사출된 정액이 아래로 흘러나오려다가 거대한 좆이 구멍을 막은 탓에 갈 곳을 잃고 내벽 가득 공간을 차지했다. 배 속을 가득 채운 이물감이 싫었던 해교가 낑낑대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짜악!
“아흐윽…….”
“형. 걸레처럼 굴지 마요.”
해교의 볼기를 커다란 손바닥으로 휘갈긴 뒤, 엄하게 말을 내뱉으면서도 연제는 비죽비죽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길 수가 없었다. 그저 새하얀 엉덩이에 붉은 손바닥 자국을 내고 싶어서 댄 핑계일 뿐이었다. 그의 바람처럼 눈처럼 티 없이 하얀 엉덩이가 도톰하게 부어올라 붉어진 채로 움찔대었다.
연제는 이미 정액을 가득 뿜어낸 자지를 해교의 안에서 빼낼 생각을 하지 않은 채로 계속해서 퍽퍽 잘게 쳐올렸다. 아직도 미미하게 느껴지는 쾌감에 허리 짓을 멈출 수가 없었다.
따스하게 내장 가득, 축축이 퍼지는 정액을 느끼며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해교의 다리가 힘을 잃은 채 아래로 툭, 떨어졌다. 침대 위에 널브러진 사지가 연제의 씹질에 맞추어 힘없이 아래위로 흔들리며 계속해서 요동쳤다.
“하아.”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짜릿하고 맛있는 씹질이었다. 방금 사정했다고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건강하게 펄떡이는 연제의 자지가 다시 한번 몸체를 세우기 시작했다. 연제는 아직 해교의 뒷보지에 꽂아 둔 좆이 부푸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내벽 안에서 자지를 꺼냈다가 다시 느릿하게 쿠욱, 쿡 밀어 넣었다. 서서히 내장을 오고 가는 자지와 육벽이 맞닿으며 질척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꾹꾹 억지로 자지를 밀어 넣자, 해교 안에 잔뜩 싸 둔 정액이 쿨쩍이며 구멍 밖으로 새어 나왔다. 한없이 외설적인 그 모습을 반찬 삼아 다시금 연제의 좆이 단단하게 발기했다.
연제가 싼 정액으로 인해 한결 더 부드러워진 내장이 좆이 오가는 길을 안내하듯 내어 주었다. 들이쳤다 빠져나간 커다란 좆만큼의 길을 내어 준 속살이 다시 즈즈즉 오므라들려는 순간, 이를 두고 보지 못하겠다는 듯 또다시 연제의 자지가 거세게 쿵, 속살을 파낼 것처럼 짓찧어 격동하는 내부를 괴롭혔다. 내벽은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후…… 아, 존나 좋아…….”
지나치게 뻑뻑했던 방금 전의 섹스도 좋았지만 부드럽게 휘감기는 내벽도 색다른 맛이 있었다. 황홀경에 이른 채 재차 피스톤질을 시작하는 연제의 몸짓에, 땀으로 잔뜩 축축해진 해교가 옹알이하듯 고개를 저으며 헉헉대었다.
“흐으…… 헉, 흣, 시……러, 읏, 빼…… 으읏, 빼애.”
빼란다고 뺄 거면 애초에 넣지도 않았다. 연제는 비릿하게 웃으며 자신 앞에 펼쳐진 남자의 나신을 천천히 두 눈에 담았다. 처음 좆물을 뺄 때엔 워낙에 급해서 감상을 할 여유조차 없었던 터였다.
온통 땀에 젖은 연갈색 머리칼 아래로 하얗고 둥근 이마가 이어져 있었고 눈꺼풀을 꼭 감은 채라 지금은 볼 수 없지만, 속쌍꺼풀 진 눈두덩 아래에는 큰 동공의 밤색 눈동자가 들어앉아 있을 것이다. 질척한 정액을 취한 손으로 아무렇게나 닦아 내 조그만 얼굴 여기저기에 아직도 정액이 잔뜩 묻어 있어 외설적이다.
공을 들여 그려 낸 듯한 얼굴선을 따라 내려와 하얀 목덜미를 지나 핑크빛 유두에 눈길이 닿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새 다시 쏘옥 들어간 함몰 유두가 눈에 걸렸다. 기껏 공들여 세워 줬더니. 여전히 좆은 해교의 뒷보지에 꽂아 넣은 채로 몸을 앞으로 말아 숙인 연제가 작은 유두를 혀로 감았다. 두꺼운 혀로 유륜을 휘감은 뒤 아이가 젖을 먹는 것처럼 쪽쪽 빨아올리자 쏙 들어가 있던 젖꼭지가 튀어 오르면서 연제의 입 안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반대쪽 유두 역시 거세게 빨아들여 정점을 세웠고, 양 유두가 솟아오르자 그는 꼭지 끄트머리를 잡아 동시에 꼬집고 비틀었다. 어느새 붉게 물든 젖꼭지가 그 손길에 발발 떨며 또렷한 존재감을 세웠다.
“흐읏!”
젖꼭지에 자극을 주자 좆이 박힌 뒷보지가 움찔대며 날뛰었다. 박아 달라는 것처럼 유혹을 시작하는 뒷보지 덕에 다시 한계까지 커진 좆을 추어올려 얕게 허리 짓을 시작하려던 연제는 그새 잊고 있던 중요한 무언가를 떠올렸다.
아. 보지도 있었지.
고개를 살짝 내려 다시 한번 보지를 눈에 담았다. 음모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매끈한 피부 덕에 마치 깔끔하게 손질된 전복을 보는 듯했다. 원래 전복 요리를 좋아하는데 이제 전복을 먹을 때마다 이 순간을 떠올리게 생겼다. 잔뜩 흥분한 채였지만 짧게나마 떠오른 상황이 우스워 배를 떨며 웃자, 그 떨림이 진동이 되어 자극을 주었는지, 해교의 뒷보지가 더욱 움츠러들었다.
해교의 앞보지는 처음 보았을 때보다 붉어진 음핵을 필두로 대음순까지 통통하게 부어오른 채로 질질 보짓물을 싸 대고 있었다. 잔뜩 달뜬 음핵을 압박하듯 엄지로 꾸욱 짓누르자, 해교가 자지러지는 소리를 내며 골반을 뒤흔들었다.
“아흐……. 읏, 응.”
앞보지 역시 뒷보지처럼 느끼는 지점이 따로 있겠지. 촉감이 비슷한 듯 달랐으니 씹질을 하는 느낌도 색다른 맛일 것 같았다. 연제는 붉은 혀를 꺼내어 아랫입술을 한 번 핥았다.
이번에는 후장에서 좆을 꺼내 진짜 보지를 꿰뚫을 생각을 했다. 뭐랄까, 아주 뒤늦게 성교육을 다시 받는 기분이었다. 처음으로 보지에 자지를 꽂는 날이니 그럴 법도 했지만.
그때였다. 이제 막 자지를 보지에 박으려는 결정적인 순간에 휴대폰 벨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무시하고 계속해서 씹질을 이어 가려다가 요란한 벨 소리에 아래에 깔린 남자가 정신을 차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갈한 눈썹을 구기고 비튼 연제가 걸려 오는 전화를 수신 거부한 뒤, 입맛을 다시며 보지 입구를 바라보았다. 그는 오로지 저 보지 안에 제 좆을 처박아 넣을 생각만 한 채로 해교의 발목을 거머쥐었다.
순간, 또다시 휴대폰 벨이 울렸다.
좀 전에 수신 거부했던 전화와 같은 번호였다.
“어떤 개새끼가 이런 중요한 순간에 자꾸 전화질이야…….”
이번 전화 역시 여상히 수신 거부 버튼을 누르려 하던 때에, 같은 인터넷 전화 번호로 문자 메시지가 들어왔다는 알림이 떴다.
[07088899999
관리 사무실입니다. 방금 접촉 사고가 일어나 안내드립니다. 경비원의 목격으로 접촉 사고 후 도주하려던 상대방을 붙잡은 상황입니다. 문자 확인 시 바로 연락 바랍니다. 오후 17:58]
……이건 또 무슨 개 같은.
“네. 전화받았습니다.”
- 뒷 번호 7777 차주분 맞으신가요? 차량 조회해 보니 402동 1404호 주민분으로 나오는데…….
“……계속 말씀하세요.”
- 방문 차량이 주차를 하다가 차주분 차를 긁고 그냥 가려는 걸 순찰하던 경비원이 발견했어요. 혹시 멀리 계신가요? 보험사 부르고 상태 확인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비싼 차 같은데…….
씨팔. 하필이면 이번에 새로 뽑은 R8을 긁어 먹었다는 전화였다. 그것도 괘씸하게 물피 도주를 하려다가 딱 걸렸다는 건데 이대로 넘기는 건 우연제의 성에 차지 않았다. 감히 제 것에 흠집을 내었다면 태어난 것을 후회할 만큼 좆 되게 만들어 줘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연제는 발갛게 달아오른 채로 색색 숨을 쉬고 있는 해교를 아쉬운 듯 한번 내려다본 뒤 속옷과 바지를 끌어 올렸다. 신성하게 보지에 첫 아다가 뚫리는 중요한 순간을 방해당하니 정말 기분이 좆같았다.
반드시 동급 차량으로 렌트해서 그 개새끼를 좆 되게 하겠다 다짐하며 현관문을 나섰다.
금방 차 상태를 확인 후 모멸감 좀 주고 오면 될 거라 가벼이 생각했다. 여전히 저 남자는 보짓물로 뒤범벅이 된 보지를 열어젖힌 채 본인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 * *
해교는 밀려오는 구토감과 역한 기운에 반사적으로 눈을 떴다.
술을 얼마나 들이마신 건지 간신히 뜬 눈으로 바라보는 천장은 우글거렸고, 눈물로 짓무른 눈꼬리가 덴 것처럼 화끈거렸다. 크고 화려한 전등이 달려 있는 미색의 천장을 보아하니 제집이 아닌 것이 분명했다. 잠시 사고가 끊긴 것처럼 뇌가 작동을 하지 않아 멍하니 눈을 두어 번 더 끔뻑였다.
맞아. 청소를 하러 와서…… 집주인과 밥을 먹었고…… 그 이후는…… 기억이 없다.
“으…… 아.”
본능에 따라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허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뒤늦게 오한과 오심까지 따라붙었다. 기분 탓인지 엉덩이 주변도 얼얼하고 따끔한 느낌이었으나 토할 것 같은 역함에 자세히 신경 쓸 새가 없었다. 다시금 치미는 구토감에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마치 누가 몸에 무슨 짓을 한 것처럼 척추 마디마디마다 바늘로 찌른 듯한 고통이 몰려왔다.
술을 먹으면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나는 남의 집 침실에서 이렇게 뻗어 있는데 집주인은 어딜 간 걸까. 해교는 본인이 너무 취한 나머지 몹쓸 주사를 부려 집주인한테 얻어맞기라도 한 게 아닌가 생각이 될 정도로 격한 고통을 느꼈다. 허리부터 시작된 통증이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까지 쉬지 않고 이어져 그를 내리눌렀다.
도미노가 쓰러지듯 서서히 밀려오는 아픔에 이제야 제 몸을 살피려 시야를 바꾼 해교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게 무슨…….”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남의 침대 위에 누워 있던 상황을 깨달은 것이다.
얼른 상체를 일으켜 몸 전체를 살펴보려 해도 손가락 끝에조차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달달거리는 손끝에 몇 번이나 힘을 주어서야 겨우 팔꿈치를 침대 시트 위에 올릴 수 있었고, 단계적으로 몸을 일으키는 것이 가능해졌다. 필사적으로 침대를 벗어난 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생각을 정리해 보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겨우 몸을 세우자마자 한참 동안 속을 게워 내야만 했으므로.
“허윽, 헉.”
해교는 심한 구토 후 토사물로 더러워진 입 안을 물로 헹군 뒤, 세면대 위에 달린 거울을 바라보았다. 욕실 크기만큼이나 거대한 거울 속에 비친 얼굴 곳곳에 버석하고 하얀 점액이 말라붙어 있어 의아했다. 눈을 찡그린 채 얼굴을 좀 더 자세히 바라보려 몸을 앞으로 당기자, 차가운 도기 소재의 세면대가 골반에 닿아 생살이 저릿했다.
그 차가운 촉감에 그제야 다시 한번 제 상황을 파악하려 노력했다. 왜 헐벗은 채인지 떠오른 의문은 토하느라 정신이 팔려 잊은 채였다. 엉덩이 골과 허벅지 사이를 타고 흐르는 진득한 점성의 액체 또한.
“뭐, 뭐야 이게…….”
정액이었다. 차해교도 익히 잘 아는.
해교의 하체에 흐르는 진득한 정액은 연제의 것이었으나 그의 하찮은 상상력은 거기까지 미치지 않았다. 애초에 남자와 남자가 섹스를 할 수 있다는 명제를 머릿속 사고의 범주에 넣어 두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담이라도 온 것처럼 허리가 너무 아파 굽혀지지 않았다. 서 있는 것도 간신히 버티는 상황이라 잔뜩 부은 항문을 스스로 확인할 수 없었기에 술에 취한 채 남의 집에서 자위라도 한 게 아닌가 하는 추론만이 머릿속을 바삐 오갔다. 사타구니 사이의 정액이 아랫구멍에서 흘러나왔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워낙 엉덩이 골 사이부터 보짓물과 좆물이 뒤섞여 엉망인 터라 당연히 제 몸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어제 자고 일어났을 때 보짓물이 흥건했던 기억과 보지를 만지다가 자지까지 건드려 자위했던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도 같은 명제였다.
연제의 씹질에 한창 달아올라 흥분에 물들었던 보지 입구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자, 그 가정이 사실이라는 듯 민둥한 보짓살 전체가 애액으로 뒤덮여 번들거리고 있었다. 검지와 중지를 이용해 보지 입구에 달린 양 날개를 걷어 젖히자, 아직도 열기가 가시지 않은 보지가 예사롭지 않게 뻐끔거렸다. 간신히 음순으로 막고 있던 뜨끈한 애액이 구멍에서 새어 나와 애널에서 흘러나온 정액과 섞여 무릎께까지 뚝뚝 떨어져 내렸다.
“으흑, 읏, 어, 어떡해…….”
큰일이었다. 뒷보지가 박히면서 1발 뺐던 자지 끝에 묻어난 정액과 달뜬 보지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보짓물 덕에 의심은 확신이 되었고, 해교의 두 눈 가득 눈물이 고였다. 더 미칠 것 같은 건, 이 와중에도 보지를 매만지는 손가락이 자극이 되었는지 아랫배 근육이 바짝 긴장하면서 열기가 고이는 것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대체 집주인은 어디 간 걸까. 어쩌면 취해서 자위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기겁해서 밖으로 달아난 걸지도……. 고객의 집에서 이런 짓을 하다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형, 형 하면서 자신을 따르던 사람이었는데 그런 사람의 집에서 공개적으로 자위했다는 생각에 닿자 수치심에 얼굴이 달아오르고 고인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어쩌다가,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되어 버린 걸까.
얼마나 격정적으로 자위를 했던 건지 손가락 하나라도 까딱하지 못할 만큼 온몸이 쑤시고 아파 도저히 추가 청소는 불가능할 것 같았다. 사실 그보다는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집주인 얼굴을 볼 자신이 없는 것이 더 큰 이유이긴 했다. 너무 아깝고 아쉽지만 어느 정도 청소는 해 두었으니 오늘 의뢰는 환불을 해 주면 대강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결론을 냈다.
욕실을 벗어나는 것조차 버거웠다. 비명을 질러 대는 허리를 붙든 채 간신히 깨어났던 침실로 되돌아갔다. 바닥에 엉망으로 떨어진 옷가지를 주워 입고 도망치듯 비틀거리며 연제의 집을 나선 해교는 미처 침대 시트 위에 흔적을 남긴 저의 혈흔을 보지 못한 채였다.
* * *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얼마 되지 않아 낯선 번호로부터 계속해서 전화가 왔다. 아무도 상대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한참 동안 울리는 전화를 무시하고 받지 않았다. 이후로 몇 번씩이나 더 같은 번호로 전화가 왔다. 통화 목록을 확인해 보니 오전에 해교가 전화를 한 내역이 남아 있는, 방금 전까지 머물던 집주인의 휴대폰 번호였다.
식탁에 마주 앉은 채로 첫 술잔을 받던 기억은 선명한데 도무지 이후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유난히 살가웠고, 친절했고, 잘해 준 것 같은데…… 면목이 없었다. 청소를 하겠다고 가서는 마무리도 하고 나오지 못했다. 집주인의 호의 덕에 청소에 대한 평가로 미리 별 5개까지 받아 놓고는.
버스 창문에 머리를 콩콩 박으며 자책을 하고 있을 때, 줄곧 오던 전화 대신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확인할 것도 없이 오늘 같이 있던 집주인임이 뻔했다.
[010928394398
형. 어디예요? 갑자기 사라지면 어떡해요? 오후 19:04]
도저히 메시지에 무어라 답장할지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부끄럽고 죄스러운 감정뿐. 이럴 때는 뭐라고 해야 상대방의 화가 풀릴까. 한참을 망설이다 사과하는 마음을 가득 담은 답장을 보냈다.
[오후 19:21 죄송하다는 말박에 드릴 말이 업내요ㅠ 진짜 죄송해요…… 방 1개 빼고는 청소 거이 다 댔어요ㅠ 죄송합니다]
해교는 나지막한 한숨과 함께 ‘여러분의 집사’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오늘 일당에 대한 수취 버튼 옆 환불 버튼을 눌렀다. 이걸로 용서받긴 힘들겠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마음의 짐이 그나마 덜어질 것만 같았다.
[환불 사유: 정말 죄송해요ㅠ 다른 분 부르시면 않댈까요?? 정말 정말 죄송해요. 돈은 않받을께요ㅠ]
상대에게 환불 알림이 갔는지, 연락을 받지 않는 해교를 책망하는 것처럼 휴대폰으로 연이은 메시지가 도착했다. 해교는 외면하고 싶은 상황에서 도망치듯 휴대폰을 꺼 버렸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무엇이 그리도 서러웠던 건지 눈꼬리 가득 맺힌 눈물이 턱선을 타고 흘러 길을 내었다. 인사불성이 되어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 자신이 한심해 견딜 수가 없었다.
아직도 울컥울컥 구토감이 밀려오면서 속이 좋지 않았고, 몸은 코끼리에게 밟히기라도 한 양 뼈마디 전체가 욱신거리며 아팠다.
더군다나 오고 가는 버스비만 낭비하고, 결국 돈은 하나도 벌지 못한 셈이 아닌가. 이게 다 방…… 아직 이름을 외우지 못한, 방…… 그 병 때문에 일어난 일 같아 속상했다. 병에 걸린 게 아니고서야 갑자기 이렇게 성욕에 미쳐 날뛸 리가 없으니까.
차해교 미친놈. 대체 얼마나 심하게 자위를 해 댔으면 몸이 이 지경까지 간 거야.
집 화장실에서도 여전히 몸이 굽혀지지 않았다. 간신히 버티고 서서 전신 곳곳에 물을 뿌리니 어쩐지 이유를 알 수 없게 젖꼭지와 항문이 따끔거렸다. 물살이 그리 세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 이상해 제작한 지 너무 오래되어 닦아도, 닦아도 희뿌연 느낌이 가시지 않는 화장실 거울로 상체를 비춰 보자, 쏙 들어간 함몰 유두 끄트머리가 통통하게 부어오른 것도 같았다. 도대체 왜…….
해교는 평소와 다르게 느껴지는 낯선 유두 끄트머리를 손톱으로 슬쩍 건드렸다.
“……아흐. 으읏.”
그저 돌기를 살짝 건드렸을 뿐인데도 저릿한 쾌감에 보지가 벌렁거리고 종아리가 배배 꼬였다. 잘못 느낀 게 아닌가 싶어 손가락 끝으로 다시 한번 정점을 짓누르자, 이번에는 함몰되어 있던 젖꼭지가 슬며시 솟아올라 고개를 들었다. 젖꼭지가 주는 기이한 감각에 해교의 자지도 슬쩍슬쩍 곤두서기 시작하며 허리 아래가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제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절로 옴찔거리는 보지 구멍을 원망하며 힘을 주어 조인 찰나, 해교는 무언가를 보지에 쑤셔 넣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다.
“왜 이래, 진짜아……. 너무 이상해……. 흐윽.”
보지 안이 간질거려 견디기가 힘들었다. 무언가가 보지 안쪽을 힘껏 긁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무의식적으로 세면대에 보지를 붙인 뒤 엉덩이를 흔들고 비벼 대자, 보지 외부에 압박이 가해지면서 헐떡이는 숨이 흘러나온다.
해교는 눈을 감고 고통마저 감내하게 만드는 황홀감에 젖은 채 연신 허리를 뒤틀었다.
“으응, 으……읏, 흐으, 흣.”
비튼 건 허리인데, 상체를 받치고 버티는 허벅지가 덜덜 떨리고 근육이 땅겨 왔다. 몇 번 더 보지에 압박감을 주었다가 놓아주길 반복하던 해교가 마침내 보지에 직접 손가락을 대어 들쑤시기 시작했다. 구멍 안 깊숙이까지 손가락을 넣는 것은 무서웠기에 도톰한 보짓살을 검지와 중지로 잡아 벌린 뒤 겉을 지분거렸다. 양 날개를 마찰하자 점성 있는 보짓물과 야들야들한 살결이 맞부딪히며 쩌적, 쩌적 음란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
중지를 아래위로 오가며 재빠르게 클리토리스를 굴리자 마치 보지가 살아 숨 쉬는 것처럼 헐떡이며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보짓살이 점차 더 뜨끈해지고 손가락과 손목이 바빠지면서 해교의 숨이 거칠어졌다. 목덜미에 오소소, 오묘한 소름이 돋으며 기분 좋은 짜릿함이 척추를 타고 뇌까지 휘젓는 듯했다.
젖은 속살을 비비면 비빌수록 좁은 화장실 안에 점차 더 큰 마찰음이 울렸고, 야릇한 느낌이 들끓었다. 응, 으응…… 멈추고 싶지 않아 가느다란 신음을 내뿜으며 연한 보짓살을 이리저리 뒤적이니 쫀쫀하게 손가락에 달라붙는 보지의 감촉에 더불어 항문까지 벌름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해교가 무의식적으로 뒷보지와 앞보지 구멍을 부지런히 번갈아 가며 조이고 풀었다. 긴장한 구멍을 감싼 근육이 이완되자 피어오르는 쾌감과 함께 꼬리뼈까지 저릿해 왔다.
“아, 아흐응…… 으……우응.”
연제가 한참 동안 박아 댄 선홍빛 뒷보지가 도톰하게 부어오른 채로 경련했다. 말 좆이 잔뜩 내부를 휘저어 놓은 탓에 말랑하게 풀려 뻐끔거리듯 개폐를 반복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요염해 우연제가 봤더라면 통탄할 만한 광경이었다.
흡사 자위에 매몰된 것처럼 부지런히 손을 끄적이던 해교가 돌연 정신을 차렸다. 열심히 움직이던 손목에 발딱 선 자지가 걸린 탓이었다. 어느새 조그마한 자지가 빠듯하게 서서 손목이 자유로이 오가는 것을 방해하고 있었다.
미쳤어. 방금 그 집에서 그런 추태를 보이고도 또 이런 짓을…….
해교는 끓어오른 숨을 참아 내고 보지를 뒤적이던 손을 떼었다. 짐승도 저보다는 사리 분별력이 뛰어날 것 같아 한심했다.
간신히 보지로 몰린 열기를 걷어 내자, 이제야 젖꼭지보다 더 따끔거리던 아래를 확인해야겠다는 늦은 생각이 들었다. 도저히 집 어디에도 전신 거울이 없어 항문까지 볼 수는 없지만 사타구니 사이에 말라비틀어진 정액 자국과 알싸한 통각이 격렬했던 자위를 증명하는 것만 같아 자괴감이 밀려왔다.
자지를 흔들 때 보지를 비볐던 것처럼 항문까지 거세게 문질렀던 게 아닐까 했다. 지금도 세면대에 보지를 맞대다 결국 이성을 잃고 묘한 감각에 빠져들었으니.
구멍이라는 구멍은 다 가만두지 못하고 헤집어야 성이 풀리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자 방금 전까지 보지를 어떻게든 하고 싶어 안달 났던 스스로가 혐오스럽기까지 했다. 해교는 아직도 착실히 뜨끈한 물기를 뿜어내는 보지를 외면한 채 샤워볼로 온몸을 문질러 더러워진 몸을 닦아 내었다.
너무 울적했다.
내일은 병원에 가는 날이니까 무슨 수가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