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편 - 한정원의 일기
202X년 1월 02일 (토)
오래간만에 밴 내부 세차를 했다. 안이 너무 넓어서 쓸고 닦는 데에 하루를 다 썼다. 근데 이상하게도 뒷좌석 유리창에 발자국이 엄청나게 찍혀있다. 도대체 누가 차 안에서 발길질한 거지? 제일 의심 가는 사람은 새로 들어온 남자 스타일리스트 이현호다. 설마, 아무리 그래도 근무 시간에 낮잠을 자는 건 아니겠지.
202X년 1월 28일 (목)
배우님 시사회장에서 지한이의 전 여친을 만났다! 거의 십 년 전에 봤는데도 엄청 예뻐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먼저 인사를 해오는데 한이가 티 나게 당황했다. 평소에 볼 수 없던 모습이라 귀여웠다. 여자애가 한이에게 미련이 많이 남은 듯 보여서 다시 만나보라고 했더니 질색을 했다. (ㅋㅋ귀여워~^^)
202X년 1월 29일 (금)
오늘따라 지한이가 심하게 피곤해 보였다. 운동을 과하게 했다더니 절뚝이기까지 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종종 안색도 좋지 않고, 입술도 늘 부어있는 게…. 아무래도 얘도 나이를 먹나 보다. 홍삼을 좀 사줘야지.
202X년 2월 07일 (일)
배우님이 설지현 씨와 스캔들이 났다. 사무실에 헐레벌떡 출근하니, 지한이가 배우님을 안고 토닥여주고 있었다. 우셨는지 눈이 빨개서 진짜 놀랐다. 그런 모습은 처음 봤는데 아무래도 엄청 싫으신 듯했다.
촬영장에서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아니라는 걸 알 텐데…. 괜히 내가 다 속상하다ㅠㅠ (근데 둘이 언제 그렇게 친해졌을까…?)
202X년 2월 09일 (화)
배우님이 이제 로맨스 장르는 절대 안 찍는다고 못 박으셨다. 브로맨스나 여자가 나오는 것조차 싫다고 했다. 여태 스캔들은 자주 났었는데 갑자기 이러시는 걸 보니 아무래도 이번에 충격이 많이 크셨나 보다. 하긴 뭘 해도 잘하실 거야!
202X년 2월 26일 (금)
☆비열한 낙원 대박 기원☆
새 영화 촬영에 들어갔다! 작년에 계약하신 느와르물인데 시나리오만 읽어도 흥미진진 대박 재밌다! 배우님의 배역은 마약 사범 조폭들을 일망타진할 유능한 독종 검사다. 검사복이 너무 잘 어울려서 완~전 기대 중!!^^
202X년 3월 17일 (수)
촬영 중에 사고가 있었다. 늦은 밤 빗길에 선 배우님 옆으로 범죄자 차가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이었는데, 뭔지 모를 이유로 차량이 배우님에게 돌진했다. 지켜보고 있던 지한이가 미리 낌새를 눈치채고 몸을 던지지 않았다면…. 정말로 큰 사고가 날 뻔했다.
사고 조사에 들어갔는데 차량 문제가 확실하다고 한다. 다행히 배우님은 타박상만 입었지만…. 운전하던 스태프와 지한이가 다리를 좀 다쳤다ㅜㅜ크게 다친 건 아니라는데…. 정말 걱정된다. 지금도 손이 덜덜 떨린다….
202X년 3월 18일 (목)
사고로 정신이 없었다. 배우님이 촬영장에서 계약 해지하겠다고, 고소한다며 소리 지르고 난동 피우시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정말 죽을 뻔했으니 그렇게 나오실 만도 했다. 하느님…. 왜 이런 시련을ㅠㅠ
202X년 3월 20일 (토)
배우님이 저번처럼 한이 병실에서 꼼짝을 않으신다. 그래도 전과는 다르게 지한이가 깨어 있어서 이리저리 달래니 밥도 드시고 말도 잘 들으신다…. 한이는 왼쪽 다리를 삐끗해서 당분간 깁스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나마 큰 사고로 번지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202X년 3월 31일 (수)
비열한 낙원 유 감독님이 당시 사고 현장을 생생하게 찍은 파일을 보내오셨다. 이유는 망설임 없이 뛰어온 지한이가 배우님을 밀치며 쓰러지는 장면이 너무 멋있게 찍혀서다.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마치 심혈을 기울여 만든 영화 예고편처럼 찍혔다.
유 감독님은 이런 상황에 미안하지만 본래 시나리오를 살짝 들어내고 한이를 잠깐 출연시켜도 되겠냐고 물으셨다. 지한이의 역할은…. 독불장군 외골수 검사와 평소 사이가 좋지 않은 경쟁 관계의 또 다른 검사다. (와중에 잘 어울리는 게 문제;;)
202X년 4월 03일 (토)
박 대표님의 집요한 부탁으로 지한이가 유 감독의 제안을 오케이 했다. 따로 대사도 없고 그냥 서서 얼굴만 몇 번 비추면 된다고 한다. 신기했다. 배우님도 이제 계약 해지한다는 소린 하지 않으신다. 다행이었다.
202X년 4월 22일 (목)
한이의 인기가 날로 커진다. 비열한 낙원 사고 영상이 SNS에 퍼졌는데, 아마 유 감독님이 노리신 것 같다. 팬카페 회원 수도 많이 늘었고, 배우님과 커플링? 같은 걸 엮어서 좋아하는 팬들이 엄~청 늘어났다.
※중요한 것!※ 덕분에 ‘파탈리테’ 드로즈 광고 제의가 들어왔다. 명품 브랜드에다 광고비도 엄청나서 일단 한이에게 적극 추천 중인데, 아마 안 할 것 같다…. (아까워!)
202X년 5월 30일 (일)
지한이가 파탈리테 광고 계약을 마쳤다. 심지어 배우님이랑 함께 들어가기로 했다! 안 할 줄 알았는데 신기했다. 얼마 전 재미로 하는 쇼월드 투표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남성 커플 1위에 선정된 이후 한이는 인기 급상승 중이다. 이러다 데뷔하는 건 아닐까?ㅎㅎ
컨셉은 막 샤워를 마친 두 남자인데, 드로즈에 샤워 가운만 걸치고 찍는다고…. 두 사람 합도 좋고 몸이 좋아서 멋진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
202X년 6월 28일 (월)
오래간만에 회식이었다. 실컷 먹고 떠드는데, 한이가 쓰러진 배우님을 업고 집에 돌아갔다. 전엔 술을 잘 드시는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살인적인 스케줄 때문인지 간이 많이 안 좋아지셨나 보다…. 간 건강에 좋은 약을 찾아봐야지. (배우님 건강은 내가 지키기!)
202X년 7월 10일 (토)
클라우드 서버를 정리하다가, 한이의 교복 입은 사진을 발견했다. 고등학생 때도 진짜 잘생겼었는데 풋풋함이 물씬 풍긴다, 지금은 완전 성숙해졌지만…. 언제 이렇게 다 컸는지 모르겠다. 핸드폰에 다운을 받고 보여주자 지한이가 부끄러워했다. 배우님도 귀엽다고 칭찬을 해줬다. 멋쩍어하는 공지한 귀여워~!
202X년 7월 11일 (일)
핸드폰을 잃어버렸다. 다른 건 다 잃어버려도 핸드폰은 잘 안 잃어버리는데 속상하다.
202X년 7월 12일 (월)
배우님이 보너스라며 최신 기종 핸드폰을 사 주셨다. 요즘 엄청 친절하고 다정해지신 것 같아 감사하다. 스토커도, 안티팬도 사라지고 일상이 평온해서 너무 좋다. 오래간만에 성당에 다녀와야겠다!
202X 8월 03일 (화)
배우님과 지한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보다. 오늘 하루종일 둘 사이에 냉기가 펄펄 흘렀다. 한이가 무표정한 얼굴로 틈틈이 줄담배를 피웠다. 무서웠다. 사이좋게 지내는 것 같았는데…. 무슨 일이 있는 걸까?
202X년 8월 27일 (금)
여름 휴가를 받았다. 무려 보름이다! 매니저 일은 힘들고 고단하지만, 스케줄 없을 땐 가끔 이렇게 길게 쉴 수도 있어서 너무 좋다. 별이랑 여행 계획을 짜봐야겠다!
202X년 8월 29일 (일)
SNS에 지한이와 배우님의 사진이 떴다. 외국인이 올린 건데, 한국이 아니라 괌이었다.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서 그런지~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말도 없이 단둘이 해외여행을 갈 리가 없으니 아마 닮은 사람일 것 같다. 요즘은 코스프레? 그런 것도 한다던데. 나중에 물어봐야지!
202X년 9월 06일 (월)
파탈리테 촬영을 했는데, 완~전 대박이다! 지한이가 웬만한 배우 뺨치게 잘생긴 걸 새삼 느꼈다. 그냥 무표정으로만 찍는 데도 능숙한 모델 같았다. 아니지, 훨씬 잘생겼다! 둘이 샤워 가운만 걸치고 엉켜서 누워 있는 게 이렇게 관능적일 일인지…. 내가 다 설레는 중ㅎㅎ B급 몇 컷의 기사와 댓글 반응을 보니 대박 예감이 든다♥
202X년 10월 19일 (화)
내가 뭘 본 걸까…? 한이와 배우님이 분장실 안에서 키스를 하고 있었다…. 너무 놀라서 문을 닫고 뛰어나와 버렸다. 아침에 본 건데 지금도 얼떨떨하다.
202X년 10월 20일 (수)
어제 이후로 그동안 신경 쓰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자꾸 들어온다.
1. 배우님이 검지에 끼고 다니시는 반지와 지한이의 목에 걸린 반지가 비슷한 것 같다. (옷 갈아입을 때만 볼 수 있어서 확실하지는 않다.)
2. 배우님이 지한이만 쳐다본다.
3. 지한이도 배우님만 쳐다본다. (이건 근데 원래 그랬음.)
4. 둘이 한 번씩 마주 보고 웃을 때 꿀이 떨어지는 것 같다. (주관적.)
편견은 없다. 난 한이 편이고 늘 그를 응원한다! 먼저 말을 하지 않은 걸 보니 말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아 최대한 모른 척 조심하려고 한다. 과거에 한이에게 배우님에 대해 말실수했던 것들이 떠올라 마음이 편치 않다ㅠㅠ
추가. 지금 보니까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202X년 11월 19일 (금)
겨울맞이로 2박3일 소속사 워크샵을 왔다. 스탭들은 물론 오래간만에 TAD 직원들도 함께 와서 바글바글하다. 재밌다!
202X년 11월 20일 (토)
술을 마시다가 한이를 찾으러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걸 보았다. 후다닥 나와서 혹시 나 말고 누가 볼까 봐 방문 앞에 선 채로 두 시간이나 지켰다. 소리가 자꾸 새어 나와서 떨리고 무서웠다ㅜㅜ 남자끼리도 그렇게 많이 느낄 수도 있는 거였구나…. 처음 알게 되었다.
갑자기 뜬금없는 게 궁금해진다. 누가 아래일까? 두 명 다…. 어울리지 않는데…. 심장이 벌렁거려서 잠이 오질 않는다.
202X년 12월 02일 (목)
둘이 몰래몰래 붙어 다니는 게 티 나서 너무너무 귀엽다. 보면 볼수록 진짜 귀여워ㅋㅋ (한이 담배 피울 때 따라 나감, 한이 화장실 갈 때 따라 나감, 밥 먹을 때 꼭 옆자리에서 먹음, 등등….)
202X년 12월 25일 (토)
메리 화이트 크리스마스!! 지만…. 여수로 비열한 낙원 촬영을 왔다. 이번 크리스마스도 별이와 함께 하지 못해서 미안하고 아쉽다.
촬영 쉬는 시간에 나가보니 지한이와 배우님이 눈을 맞으며 웃고 있었다. 까만 밤 가로등 불빛 아래 눈이 펑펑 와서 두 사람이 너무 예뻐 보였다. 정말로 행복해 보여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두 사람이 참 잘 어울려서 몰래 사진을 한 장 찍었는데, 나중에 내가 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꼭 선물로 주고 싶다. 정말 잘 어울리는 커플이다! 둘이 오래~오래 잘 사귀었으면 좋겠다!
Merry Christmas~♥
더블 다운 (Double Down) 외전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