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3화 〉 323화 대작
* * *
예술은 곧 감정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움직이는 물건에 돈을 지불했다.
그래서 종이에 색칠을 한 것이 수백달러로 거래가 되고 가죽과 철과 실을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러 입장권을 구매했다.
꼴림 또한 일종의 감정이었다. 포르노는 남자들을 꼴리게 만들고 그것으로 돈을 벌었다.
호사카는 포르노의 예술가였다. 어떤 때는 순수한 꼴림에 집중했다. 어떤 때는 서커스 같이 인간의 경이를 더해서 보여주었다. 어떤 때는 텔레비전 쇼 같은 즐거움을 주었다.
그리고 기쁨의 축제 2는 보고 있을때는 한 여자가 망가지는 퇴폐미로 남자들을 사정없이 꼴리게 했고 다 보고 난 이후에는 오랜 시간 가슴 속에 남을 여운을 주었다.
기쁨의 축제 2가 잘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호사카는 롬보 3의 수입과 기쁨의 축제 2의 수입으로 양 호주머니가 동시에 두둑해지고 있었다. 포르노 여배우들 사이에서 호사카의 주가도 치솟고 있었다. 원래 인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호사카가 눈만 마주쳐도 팬티가 축축하게 젖을 지경이었다.
드루 디아즈는 호사카의 품에 안겨서 질투를 하며 말했다.
“저번에 다른 여배우들과 밥을 먹는데. 엄청 웃겼어요.”
“뭐가? 재미난 이야기라도 했나?”
“호사카 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더라구요. 포르노 여배우의 남편감으로 그만한 남자가 없다고.”
“갑자기 궁금해 지는군. 더 자세히 이야기 해봐.”
드루 디아즈는 호사카의 손가락을 살짝 깨물었다. 질투 반, 애무 반의 강도였다.
“아야.”
“결국 포르노 여배우는 그 직업을 이해해줄만한 사람은 같은 업계 사람 밖에 없다고 하던데요. 섹스 잘하지. 능력 있지. 젊지.”
“잘생겼다는 소리는 안해?”
“잘생겨 보인다는 소리는 하더라구요.”
결국 호사카는 동양인이었고 서양인의 눈에 바로 잘생겨 보이기는 힘든 모양이었다. 하지만 잘생겨 보인다는 것만으로 큰 성과였다. 역시 여자는 잘나가는 남자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어 있었다.
드루 디아즈는 여배우의 흉내를 내며 말했다.
“아, 나도 호사카 씨랑 섹스하고 싶다! 내 보지로 나에게 홀딱 반하게 할텐데.”
“정말 그런 소리를 했어?”
“뭐, 대충 비슷했어요.”
드루 디아즈는 연기를 잘했고 여배우의 흉내도 잘냈다. 호사카는 키득 거리며 웃었다. 여자에게 인기가 많다는 것은 항상 기분 좋은 일이었다.
“나는 일종의 로또 같은 존재가 된 모양이군. 조만간 순회 공연을 한번 해야겠어.”
“어휴. 이 색마. 그렇게 섹스를 많이 하고도 아직 안질렸어요?”
“당연하지.”
포르노 여배우도 호사카에게 이런 감정을 가질 지경이었다.
일반인들도 비슷했다.
남자들은 미인들과 마음껏 섹스를 하면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호사카의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 여자들은 자신의 남자가 채워주지 못하는 남성성을 호사카에게서 느꼈다.
호사카는 다양한 포르노 작품에서 다양한 연기를 해왔고 그러는 와중에도 섹스를 잘하고 남자다운 모습은 잃지 않았다. 그런 일관성이 호사카의 캐릭터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호사카는 이제 미국에서 인종 차별을 그다지 느끼지 않았다. 술집을 가도 레스토랑을 가도 모든 사람들이 호사카를 알아보고 반겼다.
그리고 호사카가 인종차별을 당하면 참지 않는다는 점도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알아서 몸을 사리게 만들었다. 폭력 사태가 일어나고 재판이 벌어지면 호사카는 인종차별이라는 훌륭한 명분을 제시했다.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호사카는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였다.
롬보 3와 기쁨의 축제 2라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내고 호사카는 잠시 휴가를 즐겼다. 그리고 짧은 휴가를 마치고 돌아왔을때 레리 레이건이 호사카를 보자고 했다.
사장실에 들어가니 레리 레이건이 호사카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휴가를 좀 더 길게 줬어야 하는데. 미안하군.”
“아닙니다. 사장님이 예전에 말한 것처럼 물이 들어왔을때 저어야죠. 기쁨의 축제 2의 홍보도 열심히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정말 고맙군. 내 모든 직원들이 자네 같았으면 미스 허슬러는 단번에 GE 같은 대기업이 되었을거야.”
GE는 Good Electric이라는 회사로 1980년대 미국에서 엄청 컸던 곳이었다. 레리 레이건은 거기에 비유를 할 정도로 호사카를 칭찬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내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어. 나는 자네가 항상 한계에 부딪칠거라 생각했지. 사실 백만달러 서바이벌만 하더라도 포르노 업계에서는 혁명적인 작품 아니었나. 그걸 뛰어넘는건 쉽지 않은 일이지. 하지만 미스터 호사카는 그걸 해냈어.”
호사카는 쓰게 웃었다.
레리 레이건의 말은 지극히 현실적인 말이었다. 전세계의 도박사들에게 호사카가 백만달러 서바이벌 이후에 더 잘팔리는 포르노를 만들 수 있을까 돈을 걸게 한다면 대부분이 그럴 수 없다에 배팅을 할 것이다.
그리고 호사카는 레리 레이건이 자신을 부른 이유를 궁금해 했다.
만약 프레드릭 파인더가 말한 것처럼 레리 레이건이 자신을 계속 굴려먹기 위해서 AVN이라는 달콤한 보상을 받는 것을 계속 방해하고 있다면. 그리고 앞으로 호사카가 더 성공할 수 있을지 의심하고 있다면.
저 레리 레이건의 머리 속에서 무엇을 바라고 있고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궁금해 졌다.
“그거 들었나?”
“무슨 이야기요?”
“기쁨의 축제 2가 지금까지 자네가 만들었던 모든 작품 중에서 출시 후 일주일간 판매량이 최고라더군.”
호사카가 미스 허슬러에서 만든 포르노는 하나같이 대박을 냈다. 그리고 기쁨의 축제 2는 그 벽을 다시 한 번 넘어선 것이다.
“지금 매일 아침에 올라오는 판매량 보고서를 봐도 믿지를 못하겠어. 상상을 못하겠고 이해를 못하겠어. 자네가 만든 이 모든 일이 말이야.”
이 정도 수준이라면 미스 허슬러는 이번 년도에 무난하게 업계 2위를 달성하게 될 수준이었다.
‘업계 1위인 플레이걸은 워낙 매니아층이 튼튼해서 더 힘들겠지만.’
소비층이 비슷한 스위트룸과 미스 허슬러의 싸움은 서로 누가 상대의 밥그릇을 많이 가져오냐로 결정이 되었다. 그리고 플레이걸과 미스 허슬러의 싸움은 자기 밥그릇을 얼마나 키우느냐의 성질이었다.
호사카는 앞일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눈 앞에 있는 레리 레이건에게 말했다.
“제가 새로운 시대를 연 것일지도 모르죠.”
“그게 무슨 소리지?”
“지금까지는 모든 포르노 회사가 각자 잘하는 것을 하면서 성장하는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미국으로 건너오기 전에는 그 성장이 정체되고 있었죠.”
잘하는 것을 계속 한다. 새로운 신인을 계속 발굴한다. 이것만 반복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니 업계가 정체되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호사카는 작품성이라는 무기로 새로운 혁신을 보여주었다.
레리 레이건은 눈을 감고 자신이 받아들이기 힘든 정보를 소화하고 있었다. 그는 눈을 뜨고 말했다.
“앞으로 미스 허슬러는 자네를 좀 더 밀어주려고 하네.”
“좀 더 요?”
비록 레리 레이건의 속에 검은 마음이 들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호사카가 마음껏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밀어주는 사람이기도 했다. 호사카는 레리 레이건이 자신을 어떻게 더 밀어줄 수 있는지 궁금했다.
레리 레이건은 잠시 전화기로 비서에게 연락을 했다.
“제인 먼데일 양을 들어오라고 하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제인 먼데일이 서류 뭉치를 가지고 사장실로 들어왔다. 그녀는 즉시 본론으로 들어갔다.
“호사카 씨. 미국의 핫피플이라는 잡지를 아나요?”
“음. 처음 들어보네요.”
헬스맨이라는 잡지는 가끔 몸매 좋은 여자 사진이 실려 있어서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핫피플이라는 잡지는 처음 들어보는 것이었다.
제인 먼데일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설명을 했다. 그녀가 보기에 호사카는 섹시한 여자에만 관심을 주는 남자였다. 포르노에 집착하는 것도 그것의 발전된 형태였다. 영화에 관심을 주는 것도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여자들이 영화판으로 가기 때문으로 보였다.
“핫피플은 타임이라는 잡지를 발행하는 출판사에서 내놓은 일간지에요.”
타임은 호사카도 들어본적이 있는 미국의 유명 잡지였다. 타임을 만드는 곳에서 만드는 일간지라면 분명히 미국에서 영향력이 클게 뻔했다.
“거기는 주로 사람들에 대한 내용이 많이 실리는데 매년 섹시한 남자와 여자를 뽑는걸로 유명하죠.”
“흐음.”
“제가 거기의 기자와 연줄이 있는데 이번에 호사카 씨가 후보로 거론이 되고 있다고 한다네요. 물론 지금까지 포르노 배우가 후보로 올라온 적은 한번도 없어서 거기서도 상당한 논란이 있다고는 하지만.”
역시 미국은 가장 자유로우면서도 보수적인 청교도의 나라였다. 음지를 대표하는 포르노 배우가 미국을 대표하는 섹시 스타로 뽑힌다는게 용납이 안되는 인간이 많이 있는 모양이었다.
제인 먼데일은 자신있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레리 사장님께서 허락을 하셨으니 호사카 씨를 그 후보에 넣을 수 있게 로비를 해보죠.”
“재밌네.”
“돈도 좀 뿌려야 할거고 미국에서 일어나는 여러 셀럽들의 파티에도 참가를 해야겠죠. 기자들은 항상 그런 파티를 찍어서 올리니까. 거기서 호사카 씨가 섹시한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면 분명히 핫피플의 핫가이 순위에도 좋은 결과가 나올거에요.”
“멋진 아이디어야.”
호사카는 레리 레이건의 생각을 알 것 같았다.
레리 레이건의 입장에서는 미우나 좋으나 호사카가 자신이 가진 최고의 무기였다. 호사카가 너무 잘나가서 자신을 떠나거나 지쳐 쓰러지는 경우가 걱정되기는 하지만 끊임없이 밀어줘야 했다. 호사카가 잘나갈수록 미스 허슬러의 재산이 늘어날게 뻔하기 때문이다.
레리 레이건은 쓰게 웃으면서 말했다.
“돈은 얼마든지 들어도 좋아. 결과만 확실하게 만들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