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3화 〉 183화 카이샤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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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오면 죽이겠다!”
무라니시 고루는 일본도를 허공에 휘두르며 호사카를 위협했다. 일본도가 마지막에 향한 곳은 츠지 미유의 하얀 목덜미였다.
“정말 추함의 끝을 보여주는구나. 무라니시.”
“하하! 난 더 잃을것도 없어! 이 여자를 살리고 싶으면 네 놈의 목숨을 바쳐라! 네가 아무리 싸움을 잘한다고 하더라도 칼에는 당하지 못하겠지! 만약 계속 반항한다면 이 여자도 죽이고 너도 죽이겠다!”
무도계에서 흔히 검도 1단을 이길려면 맨손 단증은 최소 3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만큼 검을 든 자는 상대하기 힘든 것이었다. 저렇게 제대로 된 일본도는 스치기만 해도 치명상이었다.
무라니시 고루는 호사카가 겁에 질리기를 바랬다. 여자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호사카는 무라니시 고루의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호사카는 등 뒤로 손을 뻗었다.
“무라니시 네 놈이 끝까지 간다면 나도 끝까지 갈 수 밖에.”
호사카가 꺼낸 물건에 무라니시 고루와 그의 부하들은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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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가 오닉스 영상 건물로 출발하기 전에 이케다 다카하시는 걱정을 했다. 이케다 다카하시는 호사카에게 제대로 싸우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왠만한 야쿠자도 호사카에게는 당해내지 못할 것이었다.
하지만 싸움에 절대라는 것은 없었다. 무라세조가 무라니시 고루의 사탕발림에 넘어가 다수의 야쿠자가 있을수도 있었다. 호사카가 아무리 잘싸운다고 하더라도 다수의 야쿠자를 상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었다.
“정말 혼자가려고?”
“네. 이 이상 형님께 폐를 끼칠 수 없으니까요.”
“하하. 그렇군.”
이케다 다카하시는 호사카가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건 호사카의 싸움이었고 형으로서 그는 지켜보기로 했다.
“어이쿠. 오늘 물건 하나를 잊어버린 것 같은데.”
그리고 이케다 다카하시는 품에서 물건 하나를 떨어트렸다.
챠카였다.
일본의 야쿠자들은 권총을 흔히 챠카라고 불렀다. 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권총은 소련의 토카레프를 복제한 중국제 카피 54식 권총이었다.
불법으로 복제하여 수입한 물건이기 때문에 일련번호조차 없었다. 누가 잃어버린지 알 수 없었고 누가 사용해도 원주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물건이었다.
“하하. 나이가 들수록 건망증이 심해진다니까. 잃어버린건 어쩔 수 없지. 누가 주워서 잘 쓰기를 바랄 수 밖에.”
이케다 다카하시는 웃으면서 자리를 떠났다. 이것이 그가 호사카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호사카가 야쿠자 세계에 은혜를 입지 않고 떳떳하게 계속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었다.
호사카는 이 권총을 사용할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이케다 다카하시의 등에 꾸벅 머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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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 놈이 어떻게 총을?!!”
권총은 일본도와는 달랐다.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체포가 되고 감옥에 갈 수 있는 물건이었다. 야쿠자들 사이에서도 간부급은 되어야 가질 수 있었고 조직끼리 전면전을 하기 전에는 사용할 일도 없었다. 어둠의 세계에 깊숙이 관여하지 않는다면 왠만한 사람은 평생 권총을 만질 일조차 없다.
무라니시 고루는 호사카가 권총을 꺼내들자 장난감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탕!
그리고 호사카는 무라니시 고루의 눈에서 의심의 눈빛을 보자마자 진짜 총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호사카를 제외한 모든 남자들은 겁에 질렸다. 어떤 남자는 다리를 떨면서 바닥에 주저 앉기도 했다. 군대를 가지 않는 일본 남자들은 생각보다 큰 총성에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
“무라니시. 네 놈이 츠지 미유에게 조금이라도 상처를 입힌다면 넌 죽는다. 나에게 덤벼도 죽는다. 오늘 일이 밖에 새어나가도 죽는다. 네 놈이 살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밖에 없어. 츠지 미유를 나에게 안전히 돌려보내는거지.”
무라니시 고루는 이제 자신도 죽을 수 있음을 실감했다. 아무리 일본도를 가지고 있어도 총에는 당해낼 수 없었다. 전투력의 우위는 순식간에 호사카에게 쏠렸다.
무라니시 고루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몇가지 없었다.
츠지 미유를 돌려보내고 목숨만은 살아남는 것. 아니면 츠지 미유를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것이었다. 지금 호사카의 눈빛은 정말 사람 하나를 죽일만한 것이었다.
‘그래. 살자. 추하더라도 살아만 있는다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거야!’
무라니시 고루는 사장 의자를 밀었다. 밑에 바퀴가 달려 있는 의자라 츠지 미유는 죽 밀려나 호사카에게까지 갔다. 호사카는 츠지 미유를 들어서 어깨에 짊어졌다.
그리고 천천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호사카의 손에 권총이 들려 있는 이상 그 누구도 움직일 수 없었다.
**
호사카가 츠지 미유를 구한 이후에 모든 일은 빠르게 진행이 되었다. 호사카와 무라니시 고루는 오닉스 영상의 건물에서 있었던 일을 불문에 붙였다. 무라니시 고루는 납치에 폭행 사주가 걸려 있었고 호사카는 총을 사용했다. 이 일은 밖으로 알려져봐야 누구에게도 좋을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것 말고도 호사카는 무라니시 고루를 공격할 수단이 남아 있었다. 강간 AV를 제작했다는 사실이었다.
호사카는 오오에 히토미에게 변호사를 붙여주고 그녀가 처음 입원했던 병원의 의사를 증인으로 요청했다. 무라니시 고루는 큰 돈을 써서 최고의 변호사를 선임했다. 하지만 호사카도 돈이라면 밀리지 않았다.
재판은 결국 호사카의 승리였다. 무라니시 고루가 벌인 일은 증거도 증인도 너무나 명백했다.
무라니시 고루는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그는 재판장에서 끌려나가면서 외쳤다.
“저년은 창녀야! 창녀라고!”
재판장에서는 그 누구도 무라니시 고루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무라니시 고루가 고용한 변호사조차 판사의 판결이 내려지자마자 주섬주섬 짐을 싸서 재판장에서 빠져나갔다. 그 변호사조차도 무라니시 고루가 유죄를 받을 것을 예상하고 선수금을 많이 받는 식으로 계약을 했었다.
무라니시 고루는 교도소에 들어가서 일주일 동안 분통을 터트렸다. 그가 생각했을때는 아무리 생각해도 18년 징역을 받을만한 짓은 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화가 잠잠해진 다음에야 무라니시 고루는 서서히 미래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18년의 형량을 모두 채우고 밖에 나가면 그는 호호 할아버지가 될 것이었다.
‘이대로 인생을 끝낼수는 없지. 일단 쿠로키 하루에게 편지를 보내자. 돈이야 많이 남아있으니까 높은 정부 관료를 포섭하는거야. 그러면 분명히 예정보다 빨리 나갈 수 있어.’
무라니시 고루가 교도소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질때쯤 한 남자가 무라니시 고루에게 접근을 했다. 죄수들이 운동장에서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무라니시 사장?”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으니 그냥 가주겠소?”
무라니시 고루는 교도소 안의 범죄자들과 친해질 생각이 없었다. 그를 알아본 수많은 죄수들이 무라니시 고루에게 말을 걸려고 했지만 그것을 모두 거절하고 있었다. 그리고 머리를 빡빡 밀고 험악한 얼굴을 한 남자는 물러나지 않았다.
“무라세 두목님이 안부를 좀 전해 달라던데.”
“아, 무라세조의 분이셨습니까?”
무라니시 고루는 얼굴을 폈다. 무라세조라면 밖에 있을때부터 교류를 꾸준히 이어오던 야쿠자 조직이었다. 마지막에는 호사카의 뒤에 더 강한 야쿠자 조직이 있어서 츠지 미유를 납치하는데만 도움을 받았었다.
‘그래. 무라세조 정도면 감옥에서 이런저런 도움을 받기 충분하지.’
그리고 야쿠자는 무라니시 고루의 생각과는 정반대의 지령을 받고 왔었다.
“두목님이 계산이 안맞다고 하더라고.”
“계산이요?”
“호사카 켄토. 오토모조의 젊은 두목이 아끼는 동생이라고 하더라고. 야쿠자 세계와 인연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오토모조에서 우리에게 시비를 걸고자 했다면 큰일이 될뻔했어. 그런데 너는 호사카의 여자를 납치해달라고 부탁했지.”
“예? 그랬나요? 저는 몰랐습니다!”
무라니시 고루는 상황이 좋지 않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았다. 급히 간수를 찾기 위해서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어느새 야쿠자로 보이는 죄수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었다.
“무슨 사정인지 거기서는 이 일을 문제삼지 않으려고 해서 다행이야. 우리 쪽도 정말 큰 일이 날뻔했다고. 그 가격을 정산 안했다… 싶더라고.”
“네. 제가 무라세조에 그런 큰 피해를 끼쳤으면 당연히 변상을 해야죠.”
“그런데 무라니시 사장. 당신 회사는 이제 망해가고 있잖아. 직원들은 뿔뿔히 흩어지고. 우리 두목이 그런 말을 하더라고.”
“어떤?”
“푼돈을 좀 받는거보다 이번 일의 원인이 된 무라니시 고루를 정리해서 오토모조에 예의를 갖추는게 좋겠다고.”
무라니시 고루는 바지통으로 액체가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아래를 쳐다보니 그의 몸이 공포를 견디지 못하고 소변을 배출하고 있었다.
호사카가 권총을 들었을때도 무서웠지만, 평생 협박을 밥먹듯이 해온 진짜 야쿠자의 살해위협은 더 무서웠다.
“사, 살려주세요! 제발!”
야쿠자는 무라니시 고루가 큰 소리를 낼 것 같자 단숨에 무라니시 고루를 제압했다. 입을 막고 그가 자신의 고통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가지고 온 무기를 보여주었다.
플라스틱 칫솔의 손잡이에 면도날을 끼워서 만든 단검이었다. 야쿠자가 교도소 밖에서 사용하는 무기와 비교하면 허접한 무기였다. 하지만 제대로 사용할 줄 안다면 인간의 연약한 피부와 근육 정도는 얼마든지 잘라낼 수 있는 무기이기도 했다.
“끄어억!”
무라니시 고루의 입을 막은 야쿠자의 손 사이로 짓눌린 비명이 새어나왔다. 야쿠자는 단검을 솜씨 좋게 다루어 무라니시 고루의 목에 있는 경동맥을 끊어내었다. 그의 목에서 피가 사정없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크헉! 끄어억!”
무라니시 고루는 급히 손으로 자신의 목의 상처를 막아보려고 했지만 소용 없었다. 경동맥을 통해 뇌에 산소가 공급되었는데 그게 막히자 그는 순식간에 몸이 차가워지면서 뇌가 정지되고 있었다.
10초 만에 무라니시 고루는 의식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의 뇌는 손상이 일어났다. 야쿠자들은 냉정한 눈으로 차갑게 식어가는 무라니시 고루를 바라보았다.
“끝이군. 쓰레기새끼.”
3분만에 무라니시 고루는 완전히 죽었다. 어떤 의사가 와도 살려내지 못할 정도로 죽었다.
AV에 모든 인생을 던지고 누구보다 화려하게 살았던 무라니시 고루였다. 그의 끝은 칫솔과 면도날로 만들어진 초라한 단검에 의해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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