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5화 〉 175화 카이샤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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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거짓말이야!”
쿠도 미호의 남자 팬은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그리고 쿠도 미호는 차라리 그에게 현실을 알려주는게 그에게도 좋은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잘들어요. 아이돌 산업은 환상을 믿는 순진한 사람들의 돈을 노려요. 물론 아이돌이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행복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것에 너무 과도하게 빠지지는마요. 아이돌들도 결국 욕망이 있는 인간이고 어두운 뒷면도 많으니까.”
쿠도 미호는 지금 자신이 하는 말이 편집 되지 않고 방송을 타기를 원했다. 아이돌 팬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기획사에서는 정말 싫어할 말이었다.
“그러니까 아이돌에게 돈을 너무 많이 쓰지 마요. 쓸데없이 음반 판매 순위를 올려준다고 혼자서 앨범을 백장씩 사지 말구요. 차라리 본인을 위해 쓰거나 사랑하는 가족에게 쓰거나 아니면 기부를 하세요. 아이돌에게 정말 돈을 주고 싶으면 그냥 계좌이체를 하거나 하라구요. 쓸데 없는 선물을 보내지 말고. 어차피 보관할 곳도 없어서 기획사에서 다 버리니까.”
쿠도 미호의 진심어린 말은 팬에게는 전달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는 이제 쿠도 미호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그냥 자신의 말만 할 뿐이었다.
“아니. 누가 그걸 몰라? 그래. 너희도 연애하고 싶겠지! 하지만 그걸 감추라고! 팬들의 마음이! 내 마음이 아프니까! 숨기라고! 그게 아이돌이니까! 그게 아이돌 문화니까!!!”
팬이 도리어 화를 내자 쿠도 미호도 순순히 그 화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팬이 화낼때 울먹이거나 무서워하는 아이돌이 아니었다.
“야이, 병신 새끼야! 그래! 다른 아이돌은 그렇게 살라고 그래! 하지만 나는 이제 그렇게 살기 싫다고! 너희들의 꼭두각시가 되어서 병신 같이 살기 싫다고!!!”
“이… 이… 시발년이!!”
결국 팬은 폭발했다. 그는 마이크를 들고 방청석을 나오기 시작했다. 앞에 나가있던 뉴욕부츠 2호는 급히 팬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덩치가 컸다. 살집이 있었고 두툼한 팔을 휘두르면서 앞으로 나아가자 그 누구도 막지를 못했다. 개그맨도 경비원도 다른 방청객도 그의 전진에 밀려서 넘어질 뿐이었다.
“꺄악!”
쿠도 미호는 돼지 같은 남자의 돌진에 겁에 질려 눈을 감으며 뒤로 물러났다.
“크어어어억!!!”
다른 모든 남자들이 팬의 돌진에 움찔하고 있을때, 호사카만이 앞으로 나섰다.
‘뭐야. 이 돼지 새끼는.’
호사카는 말단 중의 말단이었지만 나름 야쿠자 업계에 몸을 담았던 남자였다. 지방만 가득찬 아이돌 팬 정도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퍽!
“쿠오오옥!”
호사카의 주먹질 한번에 팬은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그는 바닥에 엎드려서 아이처럼 울고 있었다. 호사카는 PD를 손짓으로 불렀다. 호사카의 주먹질을 본 PD는 더욱 빠릿해져서 호사카의 앞으로 달려왔다.
“저 사람 끌어내고. 나중에 문제 삼으면 여배우를 보호하기 위해 정당방위를 한거라고 말해요. 카메라에 다 찍혀있을테니까.”
“넵!”
“그리고 이 장면은 팬의 얼굴만 모자이크 처리해서 방송에 내보내도 좋을것 같네요.”
“호사카 감독님이 허락만 하신다면 저희도 좋죠!”
PD 입장에서는 이만한 호재가 없었다. 지금 장면을 방송에 내기만 한다면 시청률 폭발도 꿈은 아니었다.
이후에 방송은 호사카의 의도대로 진행이 되었다. 호사카는 아이돌은 순수해야 한다는 정면으로 당당히 맞섰다.
**
심야의 업타운은 뉴욕하츠의 방송을 보고 그 감상을 이야기했다.
“이야. 굉장하네. 사실 아이돌이라는게 방송에서는 건드리기 좀 껄끄러운 구석이 있거든. 그 쪽 팬들이 워낙… 하하하.”
“우리도 심야 라디오인데 이렇게 몸을 사려야 한다니까.”
“하지만 호사카 감독은 그대로 정면돌파!”
“농담이 아니라 무라니시 감독도 이렇게까지는 하지 못했어. 이제 시대가 완전히 바뀌었다는게 실감이 나는군.”
“뭔가 굉장히 말도 안되는 예능이었는데 모두가 보는 순간 몰입을 할 수 밖에 없었지. 명작 영화를 보는 것 같았어.”
“요즘 호사카 감독의 주가는 더 올라가고 있더라니까.”
둘은 동시에 공감을 했다. 호사카는 여자 팬들이 소수 생기고는 있었지만 이번 방송 이후에 그 팬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역시 그 펀치는…”
“나는 순간 영화인줄 알았다니까?”
“여자가 위험에 처하고 비명을 지르고 그 앞에 멋지게 나서는 남자. 주먹 한방에 끝!”
“게다가 그 후의 내용도 멋졌지.”
호사카는 폭력 사태가 있는 직후에 문스톤 기획으로 보내온 극단적인 아이돌 팬들의 협박 편지를 공개했다. 단순히 폭언을 적은 편지 뿐만이 아니었다. 안에 날카로운 칼날을 부러뜨려 넣은 편지도 있었고 피로 보이는 붉은 이물질이 가득 들어 있는 편지도 있었다.
“호사카 감독은 단호하게 말했지. 이런 편지는 강력하게 처벌을 받게 하겠다고. 형사 처벌이 끝나더라도 민사로 회사 직원이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모두 보상을 받아내겠다고.”
“그것뿐만이 아니야. 회사에 소속된 여배우에 대한 공격도 회사 차원에서 대응한다지?”
“상남자네. 상남자야. 이러니 여자들이 좋아할 수 밖에 없지.”
“AV는 보지 않아도 호사카 감독은 좋다는 여자도 있더라구.”
두 개그맨은 잠시 호사카를 부러워했다.
“자, 그럼 이제 AV 판은 어떻게 흘러갈까?”
“무라니시 감독은 이제 공중파에서도 밀려 AV에서도 밀려. 계속 밀려나기만 하면 갈곳이 없을텐데 말이야.”
“공중파에서 그냥 웃기는 아저씨로는 호사카 감독을 이기기 힘들거고. 역시 AV로 설욕을 해야하는데.”
“그게 될까?”
호사카는 심야의 업타운 라디오를 들으면서 얼굴을 붉혔다. 어느 시점이 넘어가자 이 라디오 방송은 자신을 찬양하는 방송이 된 것 같았다. 그만큼 자신의 행보가 대단한 것이었지만 역시 이런 말을 다른 여자들이 보고 있을때 듣는 것은 낯 뜨거운 일이었다.
“여어. 호사카 감독님. 대단해~. 여자들도 막 좋아하고?”
호시노 사키는 장난스럽게 호사카를 툭툭 건드리며 장난을 쳤다.
“호사카 감독님. 축하해요.”
츠지 미유는 조용히 말을 했다.
그외에 다른 여자들도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이미 호사카의 집은 여자들의 숙소가 된지 오래였다. 회사와 가까웠고 필요한 것은 모두 있었다. 필요한 것에는 호사카의 자지도 포함이었다. 다들 일이 없으면 호사카의 집에서 며칠씩 자고 가는 것은 흔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근에 호사카의 여자들에 합류한 쿠도 미호가 의문을 던졌다.
“도대체 이런 심야 라디오는 왜 듣는거야? 어차피 듣는 사람도 별로 없는 방송이잖아.”
아이돌 업계에서는 무조건 큰 방송만 신경을 썼다. 아이돌에게 방송은 자신을 홍보하는 수단일 뿐이었다.
그리고 후지사키 리코는 쿠도 미호에게 그 이유를 친절하게 가르쳐주었다.
“이 라디오 방송은 AV 업계에 대해서 냉정하게 평가를 해주거든요. 지금은 호사카 감독을 칭찬만하는 것 같아도 말이에요. 가끔 자신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들어보며 어떤 장점을 더 부각시켜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단점을 없애야 하는지 알 수 있어요.”
호사카는 여자들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고 만족했다. 이곳의 여자들은 처음에는 호사카의 자지를 한번 더 먹거나 호사카의 총애를 받아 회사 생활을 더 편하게 하기 위해서 여기까지 찾아온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천천히 발전하고 있었다.
단순히 AV에 출연하는 여배우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남자를 더 꼴리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여배우가 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여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비평가의 말을 들어보는 것도 중요했다.
“다들 알겠지만. 걸러들어. 이 사람들도 틀린 말을 하기도 하니까.”
호사카의 말에 여자들은 입을 모아서 네 하고 대답을 했다. 평론가가 항상 정답인 것은 아니었다. 적당히 걸러들을 줄 알아야 했다.
호사카는 자신이 만든 유토피아를 보면서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을 떠올렸다. 탑 아이돌이 AV에 출연한다는 작품은 대박이었다. 당분간 다른 대작은 생각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만약 이 정도의 작품을 하나 더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도 두 작품이 서로 충돌하여 제살 깎아 먹기가 될 가능성이 컸다.
‘이제 슬슬 무라니시 고루와 대화를 나누어봐야겠군.’
호사카는 무라니시 고루를 굳이 죽이고 싶지 않았다. 어두운 면이 많기는 했으나 원래 AV 업계의 1인자로 호사카가 라이벌이자 스승으로 생각하던 남자였다.
그와의 대화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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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가 자신의 여자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 있을때, 무라니시 고루는 답답함에 술을 퍼마시고 있었다. 독한 양주를 아무리 들이부어도 답답함이 가시지를 않았다. 그 어떤 여자와 섹스를 하더라도 속이 시원해지지 않았다.
무라니시 고루의 변화는 쿠로키 하루가 가장 먼저 눈치챘다. 그녀는 무라니시 고루를 위로하고 응원하려고 했으나 무라니시 고루는 먼저 쿠로키 하루를 밀어내었다.
“잠깐 혼자 있을 시간을 줘.”
무라니시 고루는 자신의 능력으로 쿠로키 하루라는 미녀를 차지 한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쿠로키 하루에게만큼은 항상 최고의 남자이고 싶었다. 자신의 초라한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았다.
“알았어요. 하지만 내가 감독님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은 잊지 마세요.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무라니시 고루는 이제 술과 함께 다음 작품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또한 귀가 있었고 세상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역시 AV야. AV가 잘되어야 해.’
무라니시 고루가 현재 공중파 출연으로 짭짤한 수입을 얻고 있다지만 역시 그의 근본은 AV였다.
만약 AV에서 성공이 없다면 그는 그냥 조금 웃긴 일반인 아저씨에 불과했다. 세상에 그보다 웃긴 개그맨이 많았다. AV가 없다면 무라니시 고루를 공중파에서 써줄 PD는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무라니시 고루도 알고 있었다. 호사카 켄토는 괴물이었다.
그는 자신보다 젊었다.
그는 자신보다 정력이 좋고 섹스도 잘했다.
그는 자신보다 촬영도 잘했다.
아이디어도 연출력도 연기력도. 무엇하나 그를 이길 수 있는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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