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8화 〉 138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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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스톤 기획의 회장 이시이 준은 요즘 불안한 마음이 생겼다.
밑의 직원이 잘나가는 것은 좋다. 회사의 매출이 상승하는 것도 좋다. 자신의 꿈을 이뤄줄만큼 유능한 것은 최고였다.
하지만 그 직원이 너무 잘나간다는게 문제였다. 이시이 준은 호사카가 영화를 한 편 찍고 오겠다고 했을때 일본에서 흥행할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다. 오시마 타케시 감독이 아무리 명감독이라고 하더라도 한 감독이 평생 한번 받기도 힘든 칸 영화제의 상을 더 받아올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칸이라고 칸?’
평생 도색 잡지나 만들고 AV를 만들던 이시이 준은 상상도 해보지 못한 무대였다.
호사카가 AV 업계로 잘나갈때는 얼마든지 잡아둘 자신감이 있었다. 그 어떤 AV 회사보다 돈을 많이 줄 수 있고 어떤 AV 제작이라도 지원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호사카는 이제 영화계에서도 러브 콜을 받는 존재가 되었다. 영화계는 AV 업계보다 돈도 훨씬 많이 받을 수 있고 명예도 더 큰 곳이었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영화계로 갈 것이 분명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회사를 몇달 동안 비우고 영화를 찍게 안내버려뒀지!’
이시이 준은 앓는 가슴으로 호사카를 기다렸다. 그리고 이마이 유마와 대화를 했다. 팀장 그릇에 불과한 이마이 유마는 회장이 무슨 걱정을 하는지 모르는 표정이었다.
“호사카 군. 말이야.”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덕분에 회사 매출도 다시 상승하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그렇겠지.”
이시이 준은 이마이 유마를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좋은 AV를 만들라고 데려왔는데 그 외의 일만 이상하게 잘하는 친구였다. 그래도 잘하는 일이 많으니 데리고는 있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팀장. 자네는 걱정도 안되는건가?”
“네?”
“자, 호사카 군은 이제 영화계에서도 주목을 받는 존재가 되었어. 일본 영화 감독이 같이 일을 하자고 제의를 한다면? 아니, 할리우드에서 일본인 배우를 구한다면?”
“네?”
“바보 병신이 아닌 이상 누가 AV 배우를 계속하겠냐고! 누구나 존경하는 영화 배우를 하지!”
“아닙니다! 호사카 군은 그럴 사람이 아니에요!”
이마이 유마는 말로는 부정을 했지만 이미 다양한 일본의 영화사에서 문스톤 기획에 문의를 넣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는 호사카를 믿고 있었기 때문에 호사카의 마음이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을 못한 것이었다. 그리고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AV계가 아니라 영화계를 택하는게 당연한 일이었다.
이마이 유마가 생각을 해도 호사카는 영화계에서 탐낼만한 인재였다. 까다로운 오시마 타케시가 인정할만큼의 연기 재능이 있었다. 세계 영화계가 인증한 명성도 있었다.
“어… 저희가 붙잡을 수 있겠죠?”
“달라는건 다 줘야지. 돈은 영화계에서 주는만큼 줄 수 있어. 우리가 줄 수 없는게 문제지.”
결국 이번 일을 결정지을 것은 호사카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호사카가 회장실에 도착을 했다. 비서가 그의 도착을 안에 알리고 문을 열어주었다.
호사카는 안에 늙은이 하나와 중년 하나가 똥씹은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금방 상황을 눈치챘다. 그들은 웃으면서 표정을 재빠르게 바꾸었지만 호사카가 그들의 표정을 모두 확인한 후였다.
‘하. 인간이란 동물은 이래서.’
못나도 문제고 너무 잘나가도 문제였다. 호사카는 가끔 인간이란 동물에 회의가 느껴졌다.
‘하지만 어쩌겠어. 인간인 이상 인간들 사이에서 끼여 살아야지.’
호사카는 잠시 계산을 해보았다.
지금까지 부동산과 주식으로 불린 돈으로 AV 제작사를 하나 차리는건 일도 아니었다. 잡일을 해줄 사람으로 이마이 유마를 부르는건 가능해 보였다. 자신을 따르는 촬영 스탭과 여배우들도 꽤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귀찮단 말이지. 그 일을 처리하는 동안 AV 제작이나 다른 일은 아무것도 못할테고.’
호사카는 다시 한번 윗선을 설득하기로 했다. 자기가 섹스를 편하게 하게 해줄 사람들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셨는지 알겠네요. 제가 회사를 그만둘지 말지 고민하시는거죠?”
“아, 아니야!”
이마이 유마는 자신의 속을 들킨 것처럼 뜨끔했지만 이시이 준은 담담했다. 회장은 호사카의 그릇 크기를 알고 있었다. 호사카는 마음만 먹으면 일개 감독을 뛰어넘을 수 있는 그릇이었다.
“간단히 말하죠. 저는 AV 일을 계속 하고 싶습니다. 할겁니다.”
회장과 팀장은 이해가 되지 않는 눈치였다. 그들이 호사카의 입장이었다면 당장 영화 배우가 되었을 것이었다. 음란물을 만드는 사람은 아무리 잘나가도 결국 차별을 받는게 일본이었다.
“저는 섹스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적어도 일본에서 섹스를 마음껏 하면서 욕을 먹지 않는 직업은 AV 배우 말고는 없죠. 잘나가는 영화 배우? 섹스 많이하면 일본에서 욕 먹겠죠. 돈을 얼마나 벌든. 명성이 얼마나 있든.”
일본만큼 섹스를 좋아하면서 섹스를 많이 하는 사람을 폄하하는 나라도 없었다.
“그리고 AV 배우? 최고죠. 섹스를 얼마나 많이하든 원래 그렇다는 시선을 받을테니까.”
사람이 죽을 위기에서 돌아오면 많은 것이 바뀐다. 그리고 호사카가 자살 하기 직전에 회귀를 하고 깨달은 것이 많았다. 그 중 하나는 자신을 섹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만약 신이 다시 나타나 세계 제일의 갑부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섹스를 할 수 있는 남자의 인생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호사카는 주저 없이 섹스를 선택할 것이었다. 발기부전으로 몇십년간 고생했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런 호사카의 진심은 이시이 준과 이마이 유마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다. 사람의 말로 전달할 수 있는 진심의 크기를 초과한 모양이었다. 그들의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기도 했다.
이시이 준이 말했다.
“나도 자네의 말을 믿고 싶다네. 하지만 믿기가 힘들어. 차라리 자네가 영화계로 떠나겠다면 시원하게 보내주고 싶을정도야.”
호사카는 그냥 자신의 계좌를 확 까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그는 미래의 지식을 알고 있었고 이 지식이 있다면 돈을 얼마든지 벌어들일 수 있었다.
명예? 그냥 적당한 투자 회사를 세우는 것만으로 충족이 될 수 있는게 명예였다. 일본은 1996년 경제 불황이 시작되기 전까지 일본의 경제는 추락을 모르고 성장만 했다. 용기와 자본금이 있는 자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얼마든지 거금을 모을 수 있었다.
지금 호사카는 한달에 잘나가는 직장인의 연봉에 해당하는 돈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을 정확히 절반으로 나누어 부동산과 유망 주식에 투자를 하고 있었다.
만약 회사를 세워 전업으로 투자를 하면 그는 10년 안에 일본 제일의 금융 재벌을 만들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일본의 경제 불황이 시작되기 전에 모든 재산을 미국으로 옮기면 평생 명성과 권력, 재산을 모두 누릴 수 있을 것이었다.
영화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감독이나 배우? 일본 제일의 부자에 비하면 명성이라 말하기도 부끄러운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재벌이 되면 돈으로 여자는 살 수 있어도 여자가 먼저 섹스하고 싶어하는 남자는 되기 힘들겠지.’
그에 비하면 지금은 어떤가. 문스톤 기획의 많은 여배우들이 호사카의 능력이나 돈이 아니라 그의 자지를 원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호사카의 발기한 자지를 빨기 위해서 찾아온 것이다.
‘재벌이 되서 돈만 보고 찾아오는 여자와는 질적으로 다르지.’
하지만 호사카의 이런 마음을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호사카는 다음 설득 방법을 선택했다.
“믿음을 얻기 힘드니까… 그러면 이렇게 하시죠.”
“어떻게?”
“문스톤 기획은 회장님 것이죠?”
“그렇지.”
문스톤 기획은 이시이 준이 자신의 돈을 투자하여 지금까지 키워온 회사였다. 그의 것이었고 회사 내에서는 거의 무한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다.
“회장님이야 이제 나이도 있고 돈도 있고. 은퇴를 생각해볼 나이 아닙니까? 그리고 인생에 뭔가를 이룬 사람이 가장 걱정하는 것이 자신의 업적이 사라지지 않게 해줄 후계자의 존재이구요.”
인간은 무언가에 집착을 하는 존재였다. 뭔가를 이루지 못한 자는 목표에 집착을 했고 목표를 이룬 자는 그 업적이 사라지지 않는데 집착을 했다. 그 집착은 사람이 죽은 후에야 멈출 수 있었다.
“제가 회장님의 후계자가 되어드리죠. 문스톤 기획을 이어받아 다음 세대까지 잘 발전시키겠습니다.”
호사카는 지금 오시마 타케시라는 명감독의 후계자 자리를 걷어차고 스스로 이시이 준의 후계자가 되겠다고 제의를 한 것이었다.
“회사의 지분을 저에게 좀 주시죠. 회장님이 안심할만큼.”
“응?”
“아니면 파시는 것도 괜찮구요. 그럼 이 회사는 남의 회사가 아니라 우리의 회사가 되는거죠. 그럼 저를 좀 믿으시겠어요?”
호사카는 지금 이시이 준이 자신에게 회사를 판다고 하더라도 살 자신이 있었다. 자신의 자산이 증가하는 속도를 보면 몇년이면 문스톤 기획 정도는 고스란히 받아먹을 자신이 있었다. 이시이 준의 조그만 도움이 있다면 이 일을 더욱 쉽게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것보다 익숙한 회사를 그냥 삼키는게 훨씬 편하기는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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