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화 〉 62화 차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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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니시 고루는 오랜만에 문스톤 기획을 찾아왔다. 그리고 이마이 유마와 호사카와 함께 회의실에 착석했다.
“이야. 갑자기 쿠로키 하루 양의 참전을 독단적으로 결정지어버려서 죄송합니다. 아주 베리 쏘리 입니다!”
무라니시 고루는 이미 이시이 준 회장과 말을 끝냈는지 이마이 유마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 괜찮습니다. 방송을 하다보면 그럴때도 있는 법이죠.”
일 이야기는 빠르게 진행이 되었다.
“그럼 미안한 김에 한가지만 더 부탁합시다. 저희 쿠로키 하루 양을 1억엔 섹스 토너먼트의 마지막 순번으로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호사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라니시 고루의 말은 일리가 있는 법이었다. 원래 주인공은 가장 마지막에 등장한다고 쿠로키 하루 정도 되는 여배우라면 마지막에 나오는게 그림이 좋았다.
“그렇게 하시죠.”
“그리고 쿠로키 하루의 상대역은 어떤 여배우입니까?”
호사카 또한 이마이 유마와 미리 말을 맞춰둔 상태였다. 이마이 유마는 호시노 사키의 프로필이 있는 파일을 무라니시 고루에게 내밀었다.
무라니시 고루는 호시노 사키의 사진과 그녀의 이력을 천천히 읽어보았다.
“음… 제 기억에는 없는 여배우인데 활동은 꾸준히 했네요. 혹시 등급이 어떻게 됩니까?”
“A 등급입니다.”
무라니시 고루는 비웃음이 나올뻔 했지만 겨우 참았다.
“음… A급이요.”
어느 업계나 그렇지만 AV 업계도 재능이 중요한 세계였다. 무라니시 고루는 어느 정도 활동한 여배우가 갑자기 각성하여 높은 등급으로 올라가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었다.
“괜찮으시겠어요? 너무 자연스럽게 지는 게임이 아닐까 싶은데.”
오히려 무라니시 고루가 문스톤 기획을 걱정했다.
호사카는 그런 무라니시 고루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저희도 다 생각이 있어서 그녀를 고른 겁니다. 걱정하지 마시죠.”
“뭐, 그러시겠다면야.”
세 남자는 회의를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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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는 남은 시간 동안 호시노 사키를 어떻게 연출할까 고민했다.
사오토메 리오와 후지사키 리코의 대결의 투표 결과를 봐서 알았지만 역시 기존에 쌓인 팬층에서 나오는 투표는 무시할 수 없었다.
‘최소한 분전했다는 이미지는 남기고 싶은데…’
호사카는 호시노 사키와 쿠로키 하루를 비교해 보았다.
다른 점도 있었고 공통점도 있었다.
먼저 호시노 사키는 순둥순둥한 시골 처녀 같은 얼굴과 몸을 가지고 있었다. 남자를 안심시키는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쿠로키 하루는 도시적인 여자였다. 도시에서 잘 교육 받은 처녀의 모습이 있었다. 하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누구보다 도발적이었다. 이것이 쿠로키 하루의 매력이었다.
쿠로키 하루는 카메라 앞에서 그리고 수많은 촬영 스탭 앞에서도 100퍼센트 섹스에 몰입할 수 있는 재능의 소유자였다. 호사카는 회귀 전과 회귀 후 그 어떤 여배우에게서도 이런 집중력을 보지 못했었다.
‘아니, 오히려 다른 사람이 볼때 더 흥분을 하는 성벽을 가지고 있나?’
호사카는 호시노 사키와 쿠로키 하루를 비교해보니 어느 정도 실마리가 보이는 것 같았다. 이기지는 못해도 최소한 쉽게 지지는 않는 방법을 찾은 것 같았다.
그는 빠르게 대본을 작성하고 촬영을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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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촬영은 회사 사무실처럼 꾸며진 스튜디오에서 시작되었다.
호시노 사키는 평소 촬영때 입는 의상과는 다른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었다. 평소 그녀는 수수하고 단정한 옷을 입고 촬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촬영장 밖에서 입는 것처럼 화려한 명품을 입고 있었다.
호사카는 그런 그녀를 보고 놀라면서 말했다.
“호시노 사키 씨? 뭔가 작품이랑은 상당히 다른 모습인데요?”
호시노 사키는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모습과 정반대의 모습을 연기하느라 항상 갑갑했었다. 그녀가 호사카와 작품을 찍고 싶었던 것은 호사카와 함께라면 그녀의 진짜 모습을 작품에서도 보일 수 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역시 그녀의 예상대로 호사카는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는 선택을 했다. 호시노 사키가 알고 있는 호사카는 여배우의 숨은 매력을 발견하는 재능이 있는 남자였다.
“이게 내 진짜 모습이니까요. 실망했나요?”
“아, 아뇨.”
호사카는 그녀의 기에 눌린 사람처럼 이력서를 잠깐 뒤적거리다가 걱정이 되는 표정으로 말을 했다.
“그런데 호시노 씨는 그 쿠로키 하루가 1억엔 섹스 토너먼트에 참가하기로 한 것을 알고 계시나요? 지금 참가하시면 쿠로키 하루와 대결을 할 수 밖에 없는데요.”
무라니시 고루가 1억엔 섹스 토너먼트의 흥행을 위해서 쿠로키 하루의 참전을 활용했듯이 호사카도 이를 최대한 활용할 예정이었다.
호시노 사키는 대본에 적혀 있던대로 연기를 했다. 그녀는 쿠도 히로미만큼 노력으로 연기력을 기른 케이스는 아니었지만 나름 타고난 연기력이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과 정반대되는 역할로 AV에 계속 출연할 수 없었을 것이었다.
“알고 있죠. 그 쿠로키 하루잖아요. 현재 AV 여배우 중 가장 유명한 사람.”
“네, 그리고 최고의 여배우로 뽑히고 있는 사람이죠.”
호시노 사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지만 자만하지 않는 여자를 연기했다.
“그럼 저와 쿠로키 하루 씨의 대결이 실질적인 결승전이 되겠네요.”
“오오. 대단한 자신감인데요?”
“쿠로키 하루 씨가 굉장한 여배우라는 것은 저도 알죠. 하지만 그럴수록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거 아닐까요?”
일본 사람들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만화 같은 상황을 좋아했다.
절대적인 강자를 상대로 도전하는 용감한 여자. 이런 상황을 누가 싫어하겠는가.
호사카는 인터뷰를 통해서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내었다.
“그럼 쿠로키 하루 씨를 상대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게 있나요?”
“말로 하면 재미없죠. 행동으로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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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촬영이 끝이 났다.
보통은 바로 섹스 촬영을 하는 스튜디오로 이동을 해서 섹스를 하게 되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이번에는 호시노 사키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야 해.’
쿠로키 하루는 하나의 트렌드와 장르를 만들어낸 여자다. 그런 여자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호시노 사키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잠재력을 이끌어 내야 했다.
호사카는 호시노 사키가 쉬고 있는 여배우 대기실로 갔다. 그의 손에는 일본주 하나가 들려 있었다. 호시노 사키가 좋아하는 준마이슈였다.
호시노 사키는 호사카가 미리 말을 한대로 술을 가지고 오자 약간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거 괜찮을까?”
“이 정도 모험은 할 가치가 있지.”
AV 촬영도 엄연히 돈을 받고 일하는 프로의 세계였다. 지금까지 술을 먹고 AV에 참여한 사람은 없었다.
무엇보다 술은 사람을 실수하게 만들었다. AV 촬영 중에 실수로 한번 촬영이 중단되면 그 분위기를 이어가기 얼마나 어려운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재촬영을 하게 되면 제작비가 순식간에 추가되기도 했다.
하지만 호사카는 호시노 사키에게 술을 먹일 생각이었다.
“내가 말했지? 이번에는 쿠로키 하루의 컨셉에 정면으로 도전할거라고. 그럼 네가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섹스에 몰입해야 해.”
예전에 츠지 미유를 몰래 카메라 형식으로 속여 좋은 작품을 만든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 그 수법은 문스톤 기획에서 소문이 쫙 퍼져서 다시 한번 사용할 수 없었다.
지금 술은 몰래 카메라의 열화 버전이기는 했지만 안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었다.
호시노 사키는 결심을 굳혔다.
“만약 사고가 일어나면 네가 책임지는거다?”
“아니, 우리가 책임지는거지.”
호사카는 이럴때 돈이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몰랐다.
만약 호시노 사키가 꽐라가 되어서 촬영을 뒤집어 놓아도 호사카는 회사에 모든 손해를 배상하고 재촬영에 드는 제작비를 부담할 능력이 되었다.
회사 입장에서도 가장 잘나가는 직원이 자기 돈으로 모두 배상하겠다는데 뭐라고 할 것인가 말이다.
호시노 사키는 준마이슈의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바로 병나발을 불었다.
호사카는 그녀의 주량을 잘알았다. 이미 둘은 술을 마시면서 섹스를 하는 것도 수차례 한적이 있었다. 이 술 한 병이면 그녀를 헤롱거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호시노 사키는 술을 마시다가 중간중간에 대기실에 있는 과자를 안주삼아 주워먹었다.
호사카도 느긋하게 그녀가 술을 마시는 것을 보면서 과자를 같이 먹어주었다.
“그런데 너는 안마셔?”
“남자는 술마시면 자지가 잘 안설수도 있어.”
“재미없어.”
지금까지 철저하게 정력 관리를 한 호사카였다. 술 좀 먹는다고 자지가 안설리는 없지만 남녀 배우 중 하나는 제정신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게 그의 생각이었다.
호시노 사키는 천천히 혼자서 술을 비워나갔다.
너무 급하게 술을 먹으면 과하게 취할 수 있기 때문에 호사카는 인터뷰 촬영과 섹스 촬영 사이에 휴식 시간을 길게 잡아 놓았었다. 덕분에 호시노 사키는 적당히 알딸딸 해졌다.
여배우 대기실에 있는 조명에 그녀의 얼굴 홍조가 예쁘게 비쳤다. 술을 마시고 혈액 순환이 빨라져 나타난 변화였다.
‘여자는 술에 취하면 어쩜 이렇게 예뻐 보이는 것일까.’
화장을 짙게 받는 것보다 술을 적당히 마시는게 더 이뻐 보일때도 많았다.
호사카는 호시노 사키의 얼굴을 보고 이제 슬슬 섹스 촬영을 할때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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