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화 〉 17화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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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는 츠지 미유와 함께 몸을 다듬는 연습을 하면서 계속해서 어떤 컨셉으로 데뷔작을 만들지 고민했다. 그는 이미 츠지 미유의 작품에 주연을 한 중고 신인이지만, 가능성이 있고 초반에 잘 안뜬 여자 배우는 두번 세번이고 데뷔작을 찍는게 이 바닥이었다.
‘뭔가 임팩트가 있는게 없을까.’
아는게 너무 많은 것도 탈이었다. 호사카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레전드 작품이 있었지만,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을 찝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천재 무라니시 고루가 만들고 있는 격렬한 AV 세계를 따라가면 그의 마이너 카피가 될 뿐이었다.
그리고 츠지 미유가 스쿼트를 하면서 엉덩이를 빵빵하게 만들고 있는 것을 보자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호사카는 츠지 미유에게 말을 걸었다.
“좋아. 이제 몸은 준비가 끝난 것 같군. 이제 곧 주말인가? 주말에 할 일은 있어?”
순간 츠지 미유는 호사카가 자신에게 데이트 신청이라도 하려고 그런건지 기대를 했다. 물론 그 기대는 충족되지 않았다.
“아뇨! 아, 아니! 아무 일 없는데!”
그녀는 아직 가끔 호사카에게 존대를 하고 있었다.
“좋아. 주말에 회사에서 볼까? 스튜디오에서 연습을 좀 해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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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은 회사 전체가 쉬는 날이었다. 문스톤 기획의 건물은 평일의 시끌벅적 했던 것이 거짓이었던 것처럼 조용했다.
츠지 미유는 처음으로 일요일에 출근을 해보았다.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던 회사에 오는 것은 익숙하지 않았다. 그녀는 경비원의 도움으로 건물 안의 촬영 스튜디오까지 들어왔다.
“어, 왔어?”
호사카는 마치 사무실처럼 꾸며진 촬영 공간 안에서 편하게 앉아 있었다. 그는 체크 셔츠에 청바지를 편하게 입고 있었고 마치 이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감독이나 스탭처럼 보였다.
“호사카.”
“여기 편하게 앉아.”
“촬영 공간인데 그래도 될까?”
“뭐, 어때. 우리끼리인데.”
호사카는 능숙하게 츠지 미유를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다. 츠지 미유는 주변을 둘러보며 눈치를 보았지만 넓은 스튜디오에 자신 말고는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마음을 조금 놓았다.
“오늘 예쁘게 하고 왔네?”
츠지 미유는 호사카에게 잘보이고 싶었고 수수하지만 기본에 충실한 화장을 하고 있었다. 순둥순둥한 얼굴이어서 그런지 그런 화장이 청초하게 잘어울렸다.
그리고 옷은 두껍게 입어서 글래머한 몸을 가리고 있었다. 옷을 벗기면 할리우드 여배우 같은 몸이지만 긴팔에 긴치마를 입고 있으니 마치 시장에 장을 보러 나온 젊은 처자 같기도 했다.
“아니, 그냥 평범하게 나온건데.”
호사카가 칭찬을 해주자 츠지 미유는 살짝 기분이 좋아졌다. 호사카는 그녀의 기분이 좋아진 틈을 타서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오늘 너를 왜 부른지는 알아?”
“모르겠는데? 촬영장에 익숙해지라고 그런걸까?”
“그런 것도 있지만… 지금부터는 좀 냉정하게 이야기 할게.”
“응.”
츠지 미유는 호사카와 함께 훈련을 하면서 그에 대해 굳은 믿음이 생겼었다.
호사카는 다른 남자와 다르게 함께 운동을 하면서 한번도 그녀의 몸을 음란하게 보지 않았었다. 만약 그와 하나의 작품을 해보지 않았다면 그가 자신에게 전혀 섹시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착각했을 정도였다.
멀쩡한 남자가 매일같이 젊은 여자와 있으면서 무례한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순박한 여자에게 믿음을 주기 충분했다.
“츠지는 좋은 여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지.”
“응.”
“하지만 지금의 너로는 불가능하다는게 내 결론이야.”
“그럴수가!”
츠지 미유는 냉정한 호사카의 말에 기분이 좋았던 것이 한순간에 날아가고 말았다. 호사카를 믿고 있는만큼 절망감도 컸다.
“왜? 나 운동도 열심히 하고 더 예뻐졌잖아! 너도 알잖아!”
츠지 미유는 요즘 자신감에 차 있었다. 운동을 하고 식단을 관리하니 그녀의 몸은 마치 모델처럼 아름다워 졌었다. 아니, 원래 타고난 가슴과 골반이 있으니 더 섹시했다.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모아온 자신의 변화를 볼때마다 자신감이 충전되었다.
“물론 너의 얼굴과 몸매는 S급 여배우가 되기에 충분해. 얼굴이 평범해도 몸매가 섹시하니 오히려 남자들에게 더 먹힐 수 있지. 하지만 내가 말하는 것은 너의 외모가 아니야. 너의 연기력이지.”
“연기력?”
지금까지 호사카와 츠지 미유는 비주얼만 관리해왔었다. 그래서 츠지 미유는 자신의 연기력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래, 연기력. 그 중에서 가장 큰 문제점이 있지.”
“그게 뭔데?”
“너는 여자의 진짜 오르가즘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츠지 미유는 지금 호사카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야. 나는 너랑 저번에 작품을 찍을때도… 느꼈는걸.”
그녀의 부끄러운 고백에도 호사카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내가 말하는건 진짜 오르가즘이지. 츠지 미유. 너는 남자 친구를 사귄적이 있어?”
“...없어.”
츠지 미유는 어린 시절부터 순진한 성격과 얼굴이었다. 옷은 펑퍼짐하게 입는 것을 즐겼다. 왠지 가슴이 큰게 두드러지는게 부끄러웠기 때문이었다.
남자들은 그녀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하고 접근하지 않았다. 어린 남자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예쁜 여자들에게 갔었다.
그녀의 성격상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더라도 먼저 다가가지 않았다. 그녀가 남자에게 스스로 접근한 것은 호사카가 처음이었다.
“당연히 너는 단 둘만이 온전히 서로에게 집중한 진짜 섹스를 경험해 보지 못했을거야. 사랑 같은 유치한 이야기는 하지 않을게. 하지만 진짜 섹스의 즐거움은 세상의 모든 것을 잊고 서로에게만 집중할때 나와. 너는 그것을 경험해보지 못했어. 그리고 알지도 못하는 것을 연기할 수 있을까?”
츠지 미유는 호사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실제로 그녀는 AV 배우가 되면서 다양한 남자와 다양한 섹스를 해왔다. 하지만 그 어떤 남자 배우의 뛰어난 테크닉에도 오르가즘을 느끼기 힘들었다. 호사카와 섹스를 할때도 오르가즘을 느끼기는 했으나 카메라가 있다는 생각을 모두 치울수는 없었다. 쾌락에 몸을 떨면서도 무의식 속에 있는 카메라의 존재감을 지우는건 인간이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럼 어떻게 해? 밖에 나가서 남자 친구라도 만들어? AV 여자 배우가?”
과거나 미래나 섹스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AV 배우가 애인을 만든다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애인이 다른 사람과 카메라 앞에서 섹스를 한다는 것은 어지간한 사람이 아니라면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호사카는 준비해둔 떡밥은 모두 뿌렸고 드디어 본론으로 들어갔다. 지금까지 그가 말한 것은 츠지 미유를 설득시키기 위한 밑작업에 불과했다.
“내가 말했지. 진짜 섹스의 즐거움은 사랑이 없어도 된다고. 이미 많은 남자와 여자들이 사랑 없이 섹스를 즐기고 있어. 돈을 주고 사기도 하고 아니면 불륜을 하기도 하지. 난 사랑이 있는 섹스도 중요하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겠어. 다만 사랑이 없어도 섹스는 얼마든지 재미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호사카는 회귀를 하기 전에 인생의 쓴맛 단맛 매운맛 똥맛까지 모두 겪어본 사람이었다. 그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겪어보았다.
어떤 인간은 첫사랑과 결혼하여 속궁합이 좋아 평생 한 인간과 섹스를 하고 만족하며 살았다. 어떤 인간은 타고난 외모로 수많은 이성을 유혹하고 사랑 없이 섹스의 쾌락을 즐기면서 살기도 했다. 어떤 커플은 서로를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속궁합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따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지만 몸이 잘맞는 사람과 섹스 프렌드로 지내는 인간도 있었다.
그것을 본 그의 결론은 하나였다. 사랑과 섹스는 서로 연결은 되어 있지만 완벽한 하나는 아니었다. 그곳에 우열은 없었다. 다만 스스로에게 잘맞는 섹스의 형태를 찾아갈 뿐이었다.
“...그럼?”
호사카는 츠지 미유에게 손을 내밀었다.
“네가 진짜 S급 여배우가 되고 싶다면 내가 도와줄게. 내가 너와 그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는 섹스를 할 수 있게 해줄게.”
아무리 호사카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고 그를 믿고 있는 츠지 미유라고 하더라도 망설일 수 밖에 없는 제안이었다.
다른 남자가 말했다면 츠지 미유는 즉시 거절을 했을 것이다. 자신의 몸을 노리고 개수작을 부린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제안이었다.
츠지 미유가 망설이자 호사카는 자신의 손을 집어넣었다.
“만약 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가 솔직담백하게 선택권을 오롯이 츠지 미유에게 넘기자 그녀는 용기가 났다.
“좋아. 하겠어. 아니. 잘 부탁해.”
츠지 미유는 고개를 깊이 숙였다.
섹스를 하기로 결정이 되자 츠지 미유는 잠깐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래도 촬영 스튜디오에서 사적인 섹스를 하는게 마음에 걸린 모양이었다.
“아니. 그런데 다른 곳에서 하면 안될까? 여기는 카메라도 많고… 차라리 네 방이라던가…”
“카메라가 왜?”
호사카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카메라를 만졌다.
“봐봐. 전원이 안들어와서 불도 안켜져있잖아. 그리고 내 더러운 방보다는 여기가 편하지 않아?”
호사카는 자신의 옷을 하나씩 벗어던지기 시작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마음 먹었을때 바로 실행하는게 제일이야. 사람의 마음이란건 시간을 조금만 주면 게으름을 피니까.”
호사카가 저돌적으로 나오자 츠지 미유도 그의 페이스에 말려들었다. 이미 섹스를 하겠다고 말한참이어서 자신의 말을 물릴 수도 없었다. 츠지 미유는 사방을 다시 둘러보고 이 스튜디오 안에 자신 둘과 꺼진 카메라만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녀는 자신의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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