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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밤을 건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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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 아이제나흐의 인생은 이제 곧 끝난다.

레인, 아이제나흐.

이름 두 자 외에 세상에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 그 이름조차 곧 잊힐 만한 한심한 인생이었다. 레인은 천천히 죽어 가는 머리로 자신의 일생을 단정 지었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한심한 삶에서도 단 하나의 미련이 있다면 기억 속에 짓눌려 박제된 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결국, 레인에게 실망하고 배신당했다고 믿으며 등을 돌린 그의 뒷모습이 힘겨웠던 자신의 인생보다도 더 무겁게 마지막 남은 숨을 짓눌러 왔다. 그의 등을 돌려, 자신을 다정하게 봐 주는 눈을 마주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다시 한번만 자상하게 제 이름을 불러 주는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지쳤어…….”

가당찮은 소망이었다. 삶의 끝자락에 와서는 레인의 생명과 함께 사그라지는 보잘것없는 소망이기도 했다. 피가 섞인 숨을 내뱉으며 레인은 한스럽게 중얼거렸다. 애초에 제가 괜한 욕심을 부려서 최악의 결과를 만들었다. 더 이상 무언가를 바라지 말자. 꿈도 소망도 하늘에 뜬 별처럼 레인에게는 잡히지 않는 허상일 뿐이다.

마침내 레인은 미련을 접었다. 영원히 빛날 듯이 뇌리에 강하게 박혀 있는 남자의 모습을 천천히 지웠다. 점점 저물어 가는 의식 속에서 찌꺼기 같은 미련이 가라앉았다. 그래, 더는 미련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태어나서 그저 살아가는 것이 너무도 힘들었다. 애초에 저는 태어나서는 안 되는 목숨이었다. 제 죽음에 많은 사람들이 분명 기뻐하겠지.

멀리서 낯익은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레인은 더는 귀를 기울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다가오는 죽음에 더없이 만족하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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