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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소환된 남자-125화 (125/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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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냉정하게 주고받은 피해를 살핀다.

셋 정리. 하나 파괴. 반신 셋을 죽였다. 중국에서 봤던 대 반신용 병기라는 것도 하나 부쉈다.

내 피해는?

왼팔이 없고 오른손이 없다. 왼쪽 무릎 아래도 사라졌다. 전부 소멸에 의한 것으로 즉시 재생은 불가능하다. 반신으로 만든 데스 나이트 3체가 부서졌다.

1만의 데스 나이트도 반수 가량이 흙으로 돌아갔다. 앞쪽에선 재정렬을 마친 군대가 데스 나이트를 상대하고 있다. 신성력에 실시간으로 데스 나이트의 수가 줄어든다.

얼핏 내가 불리해 보이는 상황. 그러나 실제로는 아주 좋다. 불나방들은 자기가 들어앉은 곳이 불 속이라는 것을 모른다. 불길에 몸이 타들어 가는 데도 말이다.

하긴, 내 큰그림을 누가 이해하겠어. 너무 큰그림이라 대기권에서나 보이는 그림이다. 옛사람들이 지구를 평면이라고 이해했던 것과 같다. 너무 크니까 알아보지 못한다.

남은 반신의 셋. 대 반신용 병기는 몇 개가 남았는지 모르겠다. 그 사람을 냉장고에 넣어 만든 병기는 초탄만 위험하지 초탄을 피하면 위험도 자체는 높지 않다.

반신의 능력은 소멸 능력의 여자 하나. 모든 것을 부숴버리는 파괴, 이름 붙이자면 절대 파괴라고 불러야 할 것 하나. 마지막으로 그 암살자 놈이다. 능력은 은신 계열로 보인다.

조금 전까지 가만히 있다가, 셋이 죽자 쫄리는지 한 번씩 튀어나와 검을 휘두르고 다시 숨는다. 숨은 위치가 전혀 파악이 안 된다. 마법이라면 단번에 알아냈을 건데. 쳇, 이래서 진명은.

마력을 흩뿌리면 찾아질 것 같기도 한데, 남은 두 놈이 그러길 놔두질 않는다.

소멸과 파괴를 가진 두 년놈이 손발이 짝짝 맞는다. 파괴를 가진 말쑥한 놈이 돌격해오면, 내 데스 나이트가 빈틈을 노려 공격한다. 그 공격을 여자가 소멸로 지워버린다.

반대도 마찬가지. 여자가 궁지에 몰리면 남자가 달려가 검기와 마법을 가리지 않고 주먹으로 분쇄한다. 그냥 주먹질에 태산도 무너뜨릴 공격이 허무하게 부서지는 것을 보면 나도 허무해질 지경이다.

살아남은 놈들이 강하다더니, 이놈들이 그렇다. 이러다 1만의 데스 나이트가 전부 죽을 때까지 시간만 끌지도 모르겠다.

그건 안 되지.

다행인 것은 소멸에 딜레이가 있다는 점. 육감이 뛰어나다면 미세한 기척을 느끼고 공격당하기 전에 피하거나 막을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저년은 반신이 아니라 신으로 군림하고 있겠지.

서로가 서로의 공격을 견제하며 지루한 공방이 계속된다. 소멸의 여자와 파괴의 남자는 암살자의 한방을 기대하는 모양인데, 미안하지만 암살에는 이골이 난 몸이다.

잘 때는 물론이고 이런 전장에서까지. 24시간 내내 언제든 암살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 실제로 그 암살자 놈의 공격도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끝낼 때가 왔다.

심장이 맥동하며 무한한 마력을 뿜어낸다. 데스 나이트가 몸을 받쳐 빈틈을 막아낸다.

왼팔과 오른손, 왼다리가 재생된다. 소멸의 진명에 당해주는 척하는 것도 힘들었고. 팔다리 없이 싸우려니 어지간히도 힘들더라.

내가 재생할 시간을 버느라 데스 나이트들이 명을 다했다. 이제 나 혼자다. 그래도, 뭐. 이 정도야 혼자서도 가능하다.

사실, 셋 정도는 그냥 힘으로 찍어 누르면 된다. 내 순수한 마력으로는 힘들지만, 내 최고의 무기이자 신앙의 대상인 그분이자 그녀석의 도움을 받으면 이야기가 다르다.

핵탄두를 손에 든다. 여자가 소멸을 사용한다. 그러나 검은 구슬 모양의 폭탄은 사라지지 않는다. 내 마력이 진명을 방해한다.

“안 통해...?”

여자가 아연한 목소리를 내고, 남자가 한 박자 늦게 상황을 파악한다. 저 멀리 암살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암살자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상황 파악이 빠르다.

멀쩡히 재생한 내 손발. 통하지 않는 권능. 나는 비아냥 가득한 웃음을 함박웃음처럼 짓고 있을 것이다.

절대적인 파괴의 화신이 내 손에 강림하사, 적들이 몽땅 뒤질지어다.

“펑!”

장난스런 기합과는 차원이 다른, 진짜 폭음이 터진다. 너무 높은 소리라 소리라고도 부를 수 없는, 들리지도 않는 굉음과 함께 내 팔이 날아가고, 콤마 몇 초 만에 초고열의 폭풍이 방사형으로 퍼진다.

인간이 형체도 남지 않고 녹아버릴 고열 속을 움직인다. 핵을 거창하게 말하긴 해도, 그 영향은 생물에 한정된다. 반신은 생물을 초월한 생물. 예상대로, 이 폭염 속에서도 버티고 있다.

소멸 여자는 자신의 몸을 소멸의 힘으로 감싸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파괴를 가진 놈은 폭심지를 향해 주먹을 날려 고열과 열풍을 파괴해버리고 있다.

뭐야 저거, 어이가 없네. 형체가 없는 열과 바람이 주먹에 닿자 금이 가고 깨진다. 무슨 원리로 저렇게 되는 거야?

저 멀리 도망가던 암살자는 깡으로 버티고 있다. 옷이 불타버려 드러난 알몸이 참 보기 흉하다. 피부가 불타며 녹아 뼈가 드러나고 있다. 그래도 죽지는 않는다.

핵폭발 속에서도 멀쩡하다니. 괴물 새끼들.

뭐, 멀쩡히 주변을 살피고 있는 내가 할 말은 아닌가. 전백귀후십귀를 꺼낸다. 재생한 오른팔로 전백귀후십귀를 쥔다. 이 미친 검은 방사능 속에서도 멀쩡하다. 오히려 공기 중 가득한 방사능에 더 생생하다.

이 온도는 우라늄의 녹는점을 초과할 건데? 신을 베고 진화하더니 우라늄의 태생적 한계마저 극복해버렸다. 무슨 놈의 검이 이래. 주인 닮아 검도 미쳤다.

전백귀후십귀 중 후십귀 모드가 해방된다. 고농축 방사능이 검을 감싼다. 이걸 통제하지 않고 풀어버리면 지금 터진 이 폭탄이 장난으로 보일 정도의 폭발이 일어날 것이다.

666번 우라늄 소드가 이것과 같은 원리로 여신의 몸통을 날려버렸지.

방사능과 함께 집적된 마력은 진명마저 무시한다. 소멸의 진명을 뚫고 여자의 복부를 찌른다. 이 모든 일이 찰나에 이루어졌다. 표정 근육이 움직이기에 너무나 짧은 시간. 여자는 표정 대신 눈빛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한다.

어떻게?

대충 이런 눈빛이다. 나도 눈빛으로 대답한다.

그냥.

내 깊고도 깊은 뜻이 제대로 전달 되었으려나 모르겠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죽으라지.

소멸의 힘이 약해지고, 불길이 여자를 침범한다. 열풍이 가신다. 여자가 자리에 무너지고, 양팔과 양다리가 모두 불에 타 뼈만 드러난 암살자는 입으로 열심히 포션을 들이킨다.

유일하게 파괴를 가진 남자만이 자리에 서 있다.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지만, 피곤한 기색으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나도 멀쩡하지만은 않다. 옷이 모두 타버려 알몸으로 전백귀후십귀 하나만 딸랑 들고 있다. 이건 그건가? RPG게임 초고수들만 한다는 노 방어구 플레이?

내 경우는 재생 능력이 있으니 체력 무한 치트를 친 건가?

저놈들이 갑자기 불쌍해진다.

나는 다시 손에 검은 구슬을 든다.

“자, 다음 간다?”

세 반신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든다.

***

작전 책임자 잭 메이슨은 눈을 의심했다. 몇 번이나 의심하고, 눈을 닦고, 다시 봐도 눈앞에 있는 디스플레이가 변하는 일은 없었다.

전장의 상황을 간략히 표시해주는 디스플레이. 그 디스플레이가 몇 가지 사실을 가리킨다.

병사의 7할이 전사, 또는 전투불능.

대 반신용 전술 병기 3대 완파.

6명의 반신...... 사망.

그렇다, 사망. 죽었다. 반신 여섯. 인류의 관점에서 보아도 그렇고, 중간계 전체를 따져 봐도 대단한 전력이다. 정보가 풀리고 성장이 쉬워진 지금이야 비교적 보기 쉽지만, 회귀 전만 해도 인류 전체에서 반신의 숫자가 스물을 넘지 않았다.

반신이란 그런 존재다. 60억 인류 중 스물 정도가 간신히 도달하는 생물의 종착점.

그런 반신이 여섯이 몰려가 단 한 사람에게 당했다.

농담이 따로 있지.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래, 꿈이겠지. 나는 작전 중에 백일몽을 보고 있는 게야. 잭 메이슨이 자신을 합리화했다.

탕탕탕! 문이 거세게 두들겨졌다. 호접몽을 꾸고 있던 잭 메이슨이 깨어났다. 그에게 들이닥친 것은 명백한 현실이었다.

끔찍한, 상상도 하기 싫은 현실.

이 디스플레이는 잭 메이슨 직할의 작전부와 공유하고 있다. 기밀을 문제로 노크를 제외한 소리는 걸러지도록 만들어진 문이지만, 문밖에서 부하가 외치고 있을 말을 상상하긴 어렵지 않았다.

각하, 선택을 내리셔야 합니다! 각하, 어서 전술핵을!

“그래, 그런 작전이었지.......”

부하도 당황하고 있겠지만, 잭 메이슨도 당황했다. 공황이 올 것 같았다.

지독했다. 뭐가 지독한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모든 것이 지독하고 악질적이다.

잭 메이슨은 어딘가 멀었다. 자기 자신이 멀게 느껴졌고, 마치 모르는 사람 같았다. 잭 메이슨은 잭 메이슨이라는 전혀 모르는 인간이 책상 위에 던져져 있던 열쇠를 책상 서랍 둘째 칸에 숨겨진 공간에 꽂고 돌린 다음, 비밀번호를 누르고 버튼을 누르는 과정을 구경했다.

발사 직전의 핵이 공간을 타고 전장으로 날아갔다.

***

하늘에 무언가 나타났다. 그것이 환한 빛을 발하는 순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나에겐 익숙한 빛이며, 처음 보는 사람은 그 빛을 보고 신이 강림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그처럼, 그 빛은 거룩하며 신성하다. 그리고 그 후에 따라오는 위엄과 같은 파괴력은 파괴의 신이라는 이름이 어울린다.

미친놈들, 핵까지 쓰는구나.

방사능 제거 처리도 안 된 핵이다. 폭발 방사능이야 폭발과 함께 날아가지만, 버섯구름과 함께 하늘로 날아간 먼지들은...... 글쎄? 이 주변을 죽음의 땅으로 만들지 않을까?

폭발을 견뎌도 폭발과 함께 뿜어지는 방사능 원자에 버티지 못하면 피폭당해 뒤진다. 그게 핵폭탄이란 놈이다. 이걸 쏜 놈들도 아마 그 점을 노렸을 거야. 하여간 아쉽게 됐다. 내가 핵폭탄 내성이 있는 줄은 몰랐겠지. 특히 방사능에 대한 완벽 내성.

그나저나 이건 색다른 방법인데, 여길 죽음의 땅으로 만들어 생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만들면 내가 지킬 필요도 없잖아? 왕녀와 한 약속을 지킬 색다른 방법이다.

지키기 전에 지옥으로 변한 이곳에 쳐들어올 사람이 있을지도 의문이다만,

전장은 지옥으로 변했다. 살아남은 병사들은 겨우 수천. 그놈들도 방사능을 쬐어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다. 벌써 피부가 문드러지는 인간들도 보인다. 독한 놈들. 날 어지간히 죽이고 싶었나 보다.

그래도 난 더 독한 놈이다. 살아남은 병사들에게 걸어간다. 불쌍한 놈들이지만, 불쌍한 것이 살려줄 이유는 되지 않지.

“오, 오지마!”

“괴, 괴물.”

“악마다!”

“으아아아!”

차오르는 절망, 모두 타버리고 재가 되어버린 삶의 의지. 이 또한 전장의 맛이지. 타버리고 남은 재를 수확하는 건 승자의 특권이고.

걸어가는 내 뒤로 검은 안개가 퍼지며 스켈레톤이 일어선다.

“학살해라.”

조금 오글거리게 말해보았다. 무기도, 갑옷도 없는 스켈레톤은 뼈다귀만 남았기에 더 흉흉하다.

스켈레톤이 달려가고, 학살이 시작된다. 죽어가는 사람들의 숨을 끊어주는 것 정도는 해골바가지도 할 수 있다.

죽고, 죽고, 죽고. 전부 죽는다.

내가 걷는 자리에 살아 있는 놈이 없다.

저기 앞쪽에서, 지휘관으로 보이는 놈 하나가 어떤 물건에 대고 소리치고 있다.

“순간이동! 텔레포트! 왜 안 되는 거야!”

그야 내가 공간 좌표를 꼬아놨으니까. 내가 당하기만 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나도 텔레포트를 막을 줄 안다.

저건 텔레포트 아티펙트인가? 작동하지 않는 걸 보면 고장난 것이거나, 안전장치가 잘 되어 있는 물건이다. 그런데 저 형태, 어디서 봤던 것 같은데.

생각났다. 거리를 좁혀 지휘관의 면전에 대고 묻는다.

“야, 너 그거 어디서 났어.”

“사, 샀는데요.”

지휘관이 숨넘어갈 듯 대답한다.

“어디서?”

“아티펙트 상점에서.......”

샀다? 로스앤젤레스 경매장에 출품될 정도로 귀한 물건을 고작 아티펙트 상점에서?

어디서 봤다 싶었는데 저 아티펙트, 내가 훔친 뤠인 경의 아티펙트와 똑같이 생겼다.

똑같은 아티펙트가 둘? 그것도 전혀 다른 장소에서? 묘한 냄새가 난다.

============================ 작품 후기 ============================

띠링,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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