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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소환된 남자-122화 (12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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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쥬르 베다의 전력(全力)이 드뮈나시안테에 도착했다. 말 그대로 전력. 비슈누는 대상을 잡는 것에 아쥬르 베다의 사활을 걸었다. 공투 사상이 퍼지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수트라(경전)가 불태워지고 있으며 카스트가 실시간으로 붕괴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손을 써야 했고,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공투교주의 목을 내거는 것이었다.

신이 죽으면 종교도 죽는다. 공투교와 공투 사상은 모두 한 남자를 시발점으로 하며, 그의 무력와 행보에 들뜨고 불타오른다.

전 인류 수배령이 내려지고서도 대상이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공투주의자들에게 힘이 되어 목숨을 걸고 투쟁하게 만들고 있었다.

“드뮈나시안테. 영어로 하면 드뮈나시의 판돈이라니. 절묘하지 않습니까.”

한 남자가 말했다. 안테(ante)는 영어로 판돈. 안테는 드뮈나시 엘프들의 고유 언어로 앞을 나타낸다.

드뮈나시안테는 드뮈나시의 앞이며, 지금은 거기에 판돈이 던져져 있었다.

인도의 명운을 건 판돈이, 세계인들이 욕심내는 판돈이. 공투교주라는 판돈이.

오기 전에 대략적인 사정은 듣고 있어 모두 상황은 알고 있었다. 위기에 빠진 드뮈나시에 그가 나타났다. 드뮈나시가 그를 끌어들인 건지, 그가 드뮈나시에 스스로 들어간 건지는 불명.

어쨌든, 드뮈나시는 마지막 판돈으로 그를 던졌고, 그 판돈은 드뮈나시의 생명을 연장함과 동시에 다른 판돈을 가진 자들을 부르고 있다.

드뮈나시안테. 드뮈나시의 앞. 드뮈나시의 판돈. 절묘한 이름이었다.

드뮈나시안테로 진입하려던 그들은 드뮈나시안테를 감싸고 있는 거대하고 강력한 결계를 눈치챘다. 그리고 보란 듯이 꼽혀있는 표지판도 발견했다.

읽을 수 있는 문자는 아니었다. 비슈누는 그게 무슨 문자인지 알았다.

비슈누가 스마트폰을 꺼내 표지판을 찍고, 문자 인식 앱과 번역 앱을 사용했다. 결과가 나왔다.

-들어오면 뒈진다.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경고였다.

“상대는 반신 하나. 어쩌면 그동안 보았던 그 어떤 반신보다 더 강할지도 모른다. 모두 방심하지 말도록.”

상대를 마법사라 착각하고 대마법사 특화 부대를 보낸 것이 잘못이었다. 상대는 녹록지 않았다. 긴장은 되었지만, 비슈누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대마법사 부대와 대무인 부대, 진명사냥꾼들까지. 야쥬르 베다가 자랑하는 전사들이 모두 모였다. 상대가 누구라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뒤에 오는 놈들은 놈의 시체를 바라보며 아쥬르 베다의 위대함을 되새기라지.

“가자! 비슈누의 신성한 빛이 우리에게 깃들 것이며, 죽어서는 비슈누의 안에서 영원한 지복을 누릴 것이다!”

결계 능력자가 강제로 결계를 찢었고, 아쥬르 베다가 결계에 진입했다.

***

텔레포트도 결계가 찢긴 자리로 이동한다. 500명에 달하는 놈들이 결계 내부로 발을 들이고 있다. 삐이. 위잉. 우웅. 십여 종류의 귓가에 울리는 경보가, 아주, 아주 시끄럽다.

빌어먹을 놈들. 보란 듯이 들어오고 있어. 경보가 울려서 시끄럽잖아. 저놈들이 결계를 침입했다는 것보다 경보를 전부 건드리면서 들어온다는 것이 더 짜증난다.

복색을 보니 저번의 인도 놈들이랑 같은 편인 것 같다.

저놈들이 뭘 믿고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진짜 모르겠다.

잠깐 생각을 해보자. 대외적으로 알려진 나에 대한 정보가 얼마나 되지?

마법사로 보인다. 존나게 쎄다. 모든 마법을 통달한 듯도 하다.

불사계열 진명인 중국 주석을 살해하고, 중국 중앙 서버(노예 통괄 시스템을 이렇게 부르더라. 참 엿같은 네이밍 센스다.)를 무너뜨렸다.

가장 중요한 핵에 대한 소문이 쏙 빠져있다. 다수를 상대할 때는 그게 제일 핵심적인 무기인데도 불구하고.

자금성에 돌입할 때 중국 군대는 폭탄을 보고 반응했는데 말이야. 자료가 유실되었나? 아니면 누가 숨겼거나.

하긴, 판타지 세계에서 핵폭탄을, 그것도 마법사가 핵을 사용하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

비축분도 많겠다. 조금 여유롭게 사용해도 될 듯하다.

앞으로 올 사람이 많은데 시대착오적인 계급사회의 잔재들에게 시간을 빼앗기면 시간이 운다.

“일단, 딱 다섯 개만 막아 봐.”

일부러 들리도록 말한다. 내 목소리에 500명의 인도 놈들이 위를 본다. 떨어지는 검은 폭탄.

“없애라!”

세 개가 사라지고, 두 개가 무언가의 힘에 감싸여 그 안에서 폭발했다. 뭔지 모르는 무기에 대해 가장 확실한 대처를 택한 거다. 그리고 훌륭히 막아냈고.

기습 효과를 빼면 핵 자체의 위력은...... 대단하긴 하지만, 뭔가 최종병기라는 인상은 떨어진다. 지구였으면 몰라도 여긴 산을 부수고 바다를 가르는 생물이 존재하는 중간계다.

그러니까, 조금 기교를 부려봤다.

놈들의 아래에서 폭발이 일어난다. 전쟁에서 나 다섯 대만 때릴게! 한다고 진짜 다섯 대만 때리겠냐.

다섯 개를 하늘에 던지고 하나를 땅 아래로 이동시켰다. 핵탄두로 된 지뢰. 핵지뢰라니 끔찍하군.

그 끔찍한 핵지뢰에 까무잡잡한 인도 놈들이 휘말린다. 비교적 약한 놈이라 후폭풍은 그렇게 크지 않다. 바람이 먼지를 날려버리고 살아남은 놈들은 100명도 안 된다.

그마저도 폭발의 여파에서 몸을 추스르느라 정신이 없다. 나는 전백귀후십귀를 들고 내려가 차분히 놈들의 목을 자른다.

편안한 수확 작업이다. 한칼에 하나, 또는 둘씩 두개골이 수확된다.

13개를 수확했을 때 정신을 차린 놈들이 자기들끼리 뭉쳤다. 갑작스러운 핵폭발에서도 버틴 인간들. 정예들만 남은 건가.

그중 하나, 풀로 만든 머리띠를 이마에 두르고 있는 놈이 나를 죽일 듯 노려본다. 그래, 언제나 언제나 너희들은 그렇지.

항상 가해자였다가 자신들이 피해자가 되면 뭐가 그리 억울한지 억장이 무너진 얼굴로 날 노려본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은 염치라는 것을 챙겨줬으면 싶다.

옛 성인들은 인의예지 4덕을 가지라 했는데, 여긴 어딜 가나 인간사지만 남는다. 사지가 몸과 분리되고 생명이 사라지고, 죽음이 범람하고, 개판이여, 개판.

앞으로 올 손님이 많다. 재미도 없는 인도 나부랭이를 상대하고 있을 시간 따위 없다.

“올 손님이 많아서, 오래는 못 놀아 주겠다. 그러니.”

빨랑 뒈져라.

땅에서 돌로 된 창이 솟아올라 남은 놈들을 꿰뚫는다. 와중에도 몇몇이 피해 반응한다. 5급 각성자 10명에 반신 둘.

반신 둘이라. 위험한 싸움은 하지 않는 주의라 둘 이사의 반신과 직접 싸운 적은 없었는데,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나라고 중간계에서 놀고만 있었던 건 아니라서.

***

야쥬르 베다의 본거지는 뉴델리에 있다. 지구의 뉴델리가 소환되는 지역에 일부는 철거하고 일부는 증축해 새롭게 쌓아 올린 도시다.

어스름한 황혼이 내리비치는 녀석. 뉴델리 외곽 일부를 완전히 감싼 야쥬르 베다의 본거지 중앙, 그들이 신을 모시기 위해 세운 신정 상공에 검은 구슬 하나가 출현했다.

구슬에 담긴 분자의 운동이 한계를 넘어섰으며 그 에너지가 일거에 사방으로 분출되었다.

뉴델리의 지상에 태양이 강림했고, 드넓은 인도의 법도를 지키던 조직, 야쥬르 베다는 사라졌다.

지구의 역사를 포함해 따져도 인도 최악의 테러 행위라 해야 할 사건. 그 사건에 일부 인도인들과 어느 사상과 종교의 지지자들은 열광했다.

“주께서 신벌을 내리신 것이 분명하다. 호기다! 몰아쳐라! 계급주의의 개돼지들에게 신의 철퇴를!”

-철퇴를!

인도 하층민이 궐기했다.

***

결계 안쪽에 장식물이 늘었다. 해골의 탑이다. 백골들이 쌓여 이룬 탑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막 만든 해골에서는 삶과 죽음의 중앙에 있는 듯, 기묘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고색창연한 예술품보다는. 이쪽이 마음에 든다.

내 가슴 높이의 해골 탑 앞에 쪼그려 앉는다. 딱 해골 하나와 눈이 마주친다. 해골이 묻는다. 뭐라 딱 잘라 표현하기 힘든 질문이다. 나는 답한다.

좆까.

내 귀에만 울리는 환청이 울렁인다. 앞으로의 학살을 떠올리고, 예견하며, 몸과 정신이 응하고 있다. 나불대는 해골들의 질문과 노래와 함성이 시끄럽다.

탑에서 해골 하나를 뽑아 부순다. 탑이 무너지고, 부서진 해골도 무너진다.

“칫.”

다시 무너진 탑을 쌓는다. 손으로 하나하나 쌓아. 꼭대기에는 이마에 다이아몬드 모양의 자국이 있는 해골을 올린다.

반신 둘도 생각 외로 싸울만했다. 둘의 능력을 합치며 내 마법에도 대항할 화망을 구성하기도 했다. 나에게 치명상을 입히기도 했다. 그래도 결정력이 없었다. 날 죽이지 못하면 모든 행위가 무의미하다.

비슈누라고 했던가? 이놈들의 대장의 해골이다. 진명의 능력으로 빛을 다루는 놈이었다. 이마의 중앙에서 빔을 쏴댔는데, 이 다이아몬드 모양의 마름모와 관계가 있나?

이 해골만 유독 빛나는 것처럼 보인다.

“후.”

가볍게 한숨을 내쉰다. 또 손님이다. 떼거지로 몰려올 건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사흘은 빠르다. 그래도 하나는 확실히 탈락시켰다. 하나를 살려둔 다음 고문으로 정보를 빼내 본진에 선물을 주었다. 인도에서 날 노리는 놈은 당분간 없겠지.

전쟁에 이기게 해준다. 여길 뚫리면 전쟁은 끝이다. 그건 이곳을 지키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마법사임을 내세우는 몸으로 방어전이 더 편하긴 하다만, 아무래도 내 취향은 영 아니다. 그래도 약속한 이상 하는 데까지는 해봐야지.

오, 이번 손님에는 아는 얼굴이 하나 있다.

알베트로. 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났던 알바트로스의 일원.

“오늘은 본체네?”

금발 미남은 대답 없이 어깨만 으쓱해 보인다.

숫자는 다섯. 반신이 둘. 5급 각성자가 셋.

그러나 내 감은 500명의 계급주의자들보다 저놈들이 더 위험하다고 말하고 있다. 5급 각성자라 해도 그사이의 실력차가 있고, 반신끼리도 마찬가지다.

5급까지 정밀하게 수준을 나눠놓고, 정작 그 위쪽 등급에서 파워 밸런스가 붕괴하고 있다. 인류를 초월한, 괴물적인 재능을 가진 일부 때문에 보편적인 기준을 뜯어고치기도 힘들겠지.

4급 각성자도 사실 희귀한 모양이니까. 싸웠다하면 상대가 5급 각성자나 반신인 내 쪽이 비정상이다.

“알바트로스의 대장이 그쪽인가?”

2미터의 우락부락한 거한에게 말을 건다. 일행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 저 거한이다.

“아니, 따지자면 행동대장쯤 되겠군.”

“그런가.”

그래서 반신인가. 저 눈빛은 사선을 수백 번은 넘어 온 눈빛이다.

“피차 긴 말은 필요 없겠지.”

행동대장이 등에 걸린 거대한 대도를 뽑는다. 날도 없이 투박하게 제련된 검은 검보다는 둔기에 가깝다.

“미리 알려주지. 내 특기는 검술이며 진명 기술은 없다. 엑스트라A 그게 내 진명이다.”

“헤리. 또 그러냐. 제발 그것 좀 그만두라니까. 자기 패 하나를 없애서 뭐가 좋다고.”

청소년으로 보이는 녀석이 행동대장을 타박한다.

“놔둬라. 이게 내 의지다. 나는 진명이 없다는 자랑스럽게 여긴다.”

“하, 재능은 넘치는 주제에.”

“진명과 재능, 둘 모두를 가진 것보다 열악하다는 것 또한 변함없지.”

저게 연기라면 둘 다 아주 능청스러운 거고, 사실이라면 저 행동대장이라는 놈은 청소년의 말대로 미련한 거다. 한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만난 반신 중, 특별한 진명을 가지지 않은 것은 저놈이 처음이다.

그것도 엑스트라A라니 주인공이 있다면 길가다 주인공에게 휘말려 죽는 역할이잖아. 그런 놈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무력의 소유자가 되다니. 대단도 하다.

그래도 내가 할 일은 변하지 않는다.

내 적으로 나타난 것들을 몽땅 죽이면 된다.

============================ 작품 후기 ============================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그러나 어디까지나 엑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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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도우 버스라는 게임이 오픈했더군요. 어딘가의 악마 게임보다 10배는 혜자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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