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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3분 정도. 모두가 정신없이 왕녀의 미친 행위를 바라봤다.
인간, 드워프 연합이 움직였다.
-저건 왕녀다!
-무슨 짓인지는 몰라도 사로잡아!
-발이 빠른 사람들로 모아!
이런 대화가 오가는 것이 들리고 경장비를 찬 인간들이 달려온다.
어이쿠, 방해하면 쓰나.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 43명의 인간에게 적중한다. 모두 몸이 숯덩이로 변했다.
인간측이 술렁댄다. 내 마법이지만, 마력은 감지되지 않는다. 저건 거의 자연적인 번개에 가깝다. 정체불명의 번개에 당황하고 있으리라.
반대로 이쪽은 술렁임이 잦아든다. 신의 뜻이니 뭐니 하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왕녀의 자위가 계속된다. 내가 내민 조건은 절정에 달할 것. 조수를 뿜을 것.
후자의 조건은 뭐랄까. 시각적 자극을 위해서다. 그게 생각보다 힘들어 보인다. 왕녀는 몇 번인가 가볍게 절정하고 있지만, 그게 끝이다. 자위는 알았지만 즐긴 건 아닌 듯 미숙하다.
개발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겠고, 조수를 뿜는 것도 힘들겠지.
초조한 듯, 왕녀의 움직임이 손이 빨라진다. 경험이 적어 서툴다.
지원군을 보내줄까.
“나비야, 이리 온.”
“냐앙~.”
교태에 가까운 울음과 함께 나비가 다가왔다. 의족을 달아줬다고 해도 허벅지와 위팔이 짧아, 나비는 걸으려면 어깨와 허리, 엉덩이를 사용해야했다. 그래서 항상 가슴이 출렁이고 엉덩이가 씰룩였다.
항아리 모양의 골반이 잘록한 허리와 함께 흔들리는 모습에 엘프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이해한다. 저건 나도 조금 꼴리거든.
나비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나비가 내 손에 볼을 비빈다. 지성을 포기한 것처럼 보이는 모습. 이래 봬도 나비의 지성은 존재한다.
애완동물이 되기 전과 거의 다름이 없다. 진명도 다룰 수 있으며 미래를 한발 앞서 보던, 혼란을 예견하던 그 지혜도 여전하다. 다만, 이 행동과 이 모습과 이 형태를 나비가 직접 선택했다. 애완동물로서의 삶을.
모든 것을 잃은 나비에게는 이게 한계였고, 최선이었다. 부서지고 미쳐버린 끝에 도달한 결론.
완전히 순응하지는 못했는지 가끔 스트레스성 발작을 일으키긴 하지만.
“가서 좀 도와주고 와.”
명령은 이것으로 충분하다. 나머지는 텔레파시로 대략적인 뜻을 전달한다. 내가 나비와 소통하는 방법이다. 애완동물이 사람 말을 하면 이상하다. 그러나 나는 나비에게 진명, 특히 영혼을 다루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 사이의 절충이 텔레파시다.
“냐옹!”
나비가 쏘아붙이듯 한 번 울었다. 텔레파시로 의지가 전해진다. 내가 왜요! 내 좆집이 이랬다면 가만 안 있었겠지만, 나비는 애완동물. 앙탈 부리는 정도야 봐줄 수 있다.
“잘 하고 오면 상을 줄게.”
“냐? 냐냥!”
진짜? 정말? 이라고 묻는다.
“그래.”
“냥!”
힘찬 울음을 남기고 나비가 왕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걷는 것도 어색해하더니 이제 곧잘 뛰고 달린다.
엉덩이와 가슴이 심하게 흔들린다. 묘령의 알몸 여인이 나무로 된 의족을 네 발로 달린다. 그 비정상적인 모습에 흥분하는 놈들이 보인다. 이러나저러나, 나비도 미인이다.
왕녀에게 달려간 나비는 왕녀의 주변을 맴돈다. 왕녀는 나비의 난입에 당황한다. 나는 왕녀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하던 건 마저 끝내야지.
왕녀의 표정은 이쪽에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탐색 마법으로 왕녀의 속눈썹 하나까지 모두 보고 있다. 내 목소리에 놀랐던 왕녀의 손이 다시 움직인다.
잠깐 왕녀 주변을 돌던 나비는 왕녀의 가슴으로 입을 가져간다. 냥. 가볍게 울더니 왕녀의 가슴을 깨문다. 왕녀가 몸을 비튼다.
나비가 왕녀의 몸을 정성스럽게 핥아간다. 가슴 주변에서 그 중앙에 우뚝 선 꼭지로 갔다가 살짝 깨물고, 다시 옆가슴으로 내려가 이빨 자국을 남긴다.
그리고 갈비뼈를 타고 내려가 옆구리로 갔다가 다시 올라가 가슴 아랫부분과 밑가슴을 가지고 논다. 왕녀는 자신의 손을 움직이면서 나비의 혀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옆구리와 민감한 부분을 찌를 때마다 신음이 튀어나온다. 나비의 혀가 아래로 내려간다. 나비는 의족을 앞으로 뻗으며 엉덩이를 뒤로 빼 고개를 내린다. 고양이가 기지개를 켜는 모습 같다.
나비는 왕녀의 옆에 있고, 의족은 왕녀의 활짝 벌린 다리 아래를 지난다. 나비가 왕녀의 음부를, 드러난 콩알을 깨문다.
“흐아아앙!”
거리상 들릴 리가 없는 소리가 들린 듯했다. 그 정도로 왕녀의 반응은 극적이었다. 물론, 난 탐지 마법으로 그 소리를 모두 들었다. 좋은 신음이다.
왕녀의 등이 활처럼 휘어지며 음부에서 애액이 분수처럼 뿜어진다. 애액 일부를 뒤집어쓴 나비가 냐옹, 불쾌한 울음을 흘리며 왕녀에게서 떨어진다.
음부가 드러나도록 다리를 벌린 채 등을 젖히고 짧은 간격으로 부르르 떤다. 그리고는 힘이 빠진 듯 땅에 쓰러진다.
‘쇼’가 끝났다. 왕녀는 훌륭히 의무를 수행했고, 완수했다. 내가 조금 도와주긴 했지만, 계약 내용을 완수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계약은 상호 협조 행위. 상대가 계약을 이행했으면, 나도 계약을 이행하는 것이 도리다.
쇼도 끝났으니. 축포를 쏘아보자.
상공에 수십 개의 마법진을 만든다. 모두 대군 마법. 마법사 수십 명이 달라붙어 주문을 달달 외워야 발동하는 마법이다. 군대를 상대로 한 마법답게 그 위력은 보장되어 있다.
마법이 날아간다. 하늘로 솟구친 마력은 긴 포물선을 그리며 적 진영에 닿는다. 방어 마법? 먹는 겁니까, 그거?
멋지게 날아간 마법이 적의 방어 마법을 뚫고 적진에 직격. 피와 살과 막사 대신으로 쓰는 것으로 보이는 컨테이너들이 하늘로 떠오른다.
오, 유폭했다. 뒤쪽에서 마법보다 커다란 불기둥이 솟구쳤다. 화약고에라도 맞았나.
“전열이 무너진 적을 유린하라! 출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놈들을 대신해, 내가 대신 명령까지 내려주었다. 허둥지둥 도망가는 적을 엘프와 요정이 쫓는다. 요정들의 환술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
대군 마법 직격에 화약고 유폭. 추격전까지 당했으니 괴멸이려나.
“와아! 이겼다! 이겼다!”
요정 여왕이 박수치며 좋아한다. 그동안 어지간히 당했으니 후련하겠지.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무슨 소리. 이제 시작이다.”
드래곤도 그걸 아는 모양이다. 머리가 있으면, 또 내가 누군지 안다면 자연스럽게 돌출되는 대답이다.
간단하다.
내가 이곳에 등장한 시점에서 드뮈나시는 반쯤 끝났다. 멸망이 반쯤 확정적이다.
아주라 베다인지 아줄 베다인지 하는 놈들은 남대륙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행동을 예상하거나, 내 위치를 특정하는 능력이 저쪽에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내가 여기 전쟁에 끼어들면 그 순간부터 나를 적대하는, 나를 노리는 놈들은 반대쪽에 붙을 것이다.
알바트로스도 있을 것이고, 인류 연합이라는 거창한 놈들도 올 거고, 아마 미국도 있을 것이다. 나 하나 때문에 전쟁의 규모가 단숨에 커졌다.
저게 물러가고 나면, 몇 배나 되는 원군이 달려와 저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난 구원군인 동시에 사신이다.
왕녀와 드뮈나시가 불쌍하게 되었다. 기껏 이겼다고 좋아하는데 이 앞에 있는 것은 여전히 어둠이다.
그나마 살 방법은 내가 최대한 빠르게 여길 떠나는 것. 반 정도는 왕녀가 일을 얼마나 빨리 처리할지에 달렸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완전히 망하진 않고 반쯤 망한 것이다.
승리, 그것도 압도적인 대승. 엘프와 요정들이 환호한다. 지금 실컷 즐겨둬라. 앞으로는 웃고 떠들 시간이 없을 테니까.
기진맥진한 왕녀가 부축을 받으며 걸어온다. 지친 기색이지만, 기쁨은 숨기지 못하고 있다.
롤러코스터는 꼭대기에서 떨어질 때 제일 재밌는 것이다.
내 앞까지 온 왕녀가 옷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목 부분을 잡고 고개를 숙인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나라가, 숲이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전쟁이 끝났다고 누가 그래? 이제 막 시작이야.”
“적군은 괴멸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신지......?”
“알기 쉽게 설명해줄까.”
구깃구깃 구겨진 수배서를 주머니에서 꺼내 왕녀에게 보인다. 바보에 가까울 정도로 세계정세에 어두운 것이 아니라면, 이 얼굴 수배서를 한 번은 봤겠지.
수배서를 보고, 다시 내 얼굴을 본 왕녀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든다. 바보가 아니라 다행이다.
“잘 부탁해? 서로 잘해 보자고.”
악수를 위해 내민 손은 무시되었다. 흠, 조금 상처 받는데.
***
왕녀는 얼굴이 새파래져서 왕국으로 돌아갔다. 하루빨리 나와의 거래를 끝내고 싶겠지.
드뮈나시는 보통의 나라와는 다르다. 이름 붙이자면 산악국. 산과 숲속에 지어진 왕국이다. 게릴라의 화공에 신경 써 앞쪽의 방어를 할 수 없었던 것도 숲이 바로 삶의 터전이었기 때문이다.
뒤로는 험지를 접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방위에도 유리하다. 숲은 엘프의 영역이니 수적 열세라도 괜찮음. 가장 문제인 지역이 숲과 산으로 진입하는 여기 평원.
여기만 지키면 대충의 공성전은 이루어진다는 계산이다.
다른 접경을 지키러 엘프와 요정은 모두 철수했고, 우리 일행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우리끼리, 정확히는 거의 나 혼자서 이 방면을 방어해야 한다. 드래곤은 옆에 있으면서도 신경은 뒤쪽에 쏠려 있어 여차할 때 도움이 안 된다.
어려운 일은 아니다.
나는 마법사고, 진지 방어는 마법사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일이다.
일대를 내 마력이 뒤덮는다. 결계가 좋은 점은 마력을 오래 쌓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마법진에 따라 무한히 마력을 축적할 수 있다. 그리고 내 마력은 무한이다.
마법으로도 무공으로 깰 수 없는 결계가 간단히, 너무도 간단히 완성된다. 걱정되는 것은 진명. 그에 관한 조치로 탐지 마법을 덕지덕지 바른다. 이래도 놓치면? 그건 내 소관이 아니다.
“끝!”
“이렇게 간단히 끝내도 되는 건가요...?”
피오라는 무언가 찜찜한 얼굴로 내가 펼친 결계를 보고 있다. 완전히 투명한 결계라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결계를 넘으려는 모든 생명체를 막는다. 지하를 통해 들어오려 해도 소용없다.
“완성도가 불만이야?”
“아뇨...... 너무 완벽해서 반대로 불만이라고 할까.......”
자기 눈으로 본 광경을 믿기 힘든, 또는 싫은 모양이다. 이 결계는 술자의 역량이 문제가 아니라 마력이 문제다.
쉽게 말하면, 무식하게 마력만 써서 말도 안 되는 결계를 만들었다.
“말도 안 되는 마력이군. 너는 정말 인간인가?”
“아마도? 일단 부모님은 전부 인간인데.”
엄마는 일단 확실하다. 아빠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지만, 지구에서 태어났으니 인간이겠지. 내가 이렇게 된 건 전적으로 아갈리의 미친 노친네들 때문이다.
“대단해. 정말 대단해.”
드래곤은 연신 감탄하며 내가 만든 결계를 둘러보고 있다. 그만해라. 남자한테 칭찬받아도 안 기뻐.
결계는 나와 연결되어 있으니 이대로 멀리 떨어져도 된다. 으음. 엘프들의 왕국에 구경이나 가볼까.
***
드뮈나시의 수도는 거대한 나무였다. 하늘까지 뻗어 구름을 뚫고 솟은 나무의 이름은 세계수. 식상한 이름이다. 엘프들은 세계수에 구멍을 뚫거나, 근처 나무에 구멍을 뚫고 그 안에 집을 지었다.
나무들은 구멍을 뚫고 집을 지어도 될 정도로 충분히 두터웠다.
드뮈나시의 수도를 거닐며 말한다. 산자락 하나를 통으로 차지한 수도의 규모는 꽤 크다. 작게 잡아도 백만 명은 넘는 엘프가 살 것 같다.
“생각보다 적의가 적은데.”
나한테 향하는 적의가 생각보다 적다. 왕녀가 무슨 짓을 했는지. 또 그게 누구 때문인지 알았다면 나를 죽이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야. 소문이 퍼지지 않았나? 그건 아닐 건데, 본 사람이 너무 많았거든.
“엘프는 감수성이 풍부하지만, 그래도 이성적인 종족이다. 정당한 거래를 통해 적군을 물리쳤다면, 그 사람을 미워할 이유는 없지. 감수성 풍부한 몇 놈은 어떨지 모르지만.”
드래곤이 말한다.
“과연.”
인간의 기준에 따르면, 엘프는 인간보다 우월한 종족인 것 같다. 종족 전체의 특성이 이성적이라잖아. 이성을 덕목으로 치는 현대 사회에선 그야말로 우등종이다.
분발해라 인간. 엘프한테도 도태되고 있다.
문뜩 생각나 묻는다.
“드워프와 인간이 노리는 건 광산 자원이라고 했지. 그게 뭔데?”
광산에서 나는 물건이라 해도 여러 개가 있다. 철, 구리, 금, 석탄 등등.
적당히 물어본 거였는데, 이런 대답이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지.
“우라늄. 우라늄이라고 하더군. 듣자 하니 그걸로 만든 핵무기란 놈이 인간이 가진 무기 중 가장 강하다지.”
“음?”
우라늄 광산이 근처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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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우라늄 광산이 발견되었습니다.
띠링. 핵탄두 양산이 가능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