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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소환된 남자-119화 (119/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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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엘프가 가장 판타지적인 종족이라면, 드워프는 어떤 의미로 중간계의 종족 중 가장 인류와 맞닿은 면이 있다.

철의 가공. 인류 발전의 핵심. 그것을 극한으로 연마한자들. 그들에게 인류의 과학과 최신 기술을 쥐어 주면 뭐가 나올까.

답은 내 발아래 있다.

“저건 좀 심하지 않냐? 미국도 그렇고 동남아 연합도 그렇고.”

동남아시아 연합국, 통칭 동남아 연합.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살기 위해 뭉쳐 만든 나라의 이름이다.

그들이 드워프와 합작해 만든 무기는 로봇이었다. 유상민이 말하길 정식 명칭은 파워드 슈트, 또는 강화 외골격. 갑옷 형태의 ‘무기’로 착용자의 마력을 늘려주고 신체능력도 상승시킨다. 마법 저항력도 늘려준다.

미국의 광선총과 광선검도 위험했지만, 그건 너무 초현실적이어서 체감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건 확 하고 오네. 뒤쪽에서 포탄까지 날려대니 진짜 근미래 전장이다.

“최신 무기의 숫자가 적어 버티고는 있는데, 그것도 오래는 못 버티겠네요.”

유상민의 감상이다.

“역시 인간은 언제나 흥미로워.”

이 용가리는 여기까지 따라와 하늘에 떠 있는 내 가마의 한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다.

“너는 왜 왔냐.”

“4천 년 정도 살다 보면 만사에 흥미가 사라지는 법. 이런 유희는 귀중하지. 뭣하면 싸워도 좋다. 싸워다 죽으면 그것 또한 재미있을 것이니.”

자신의 패배를 확정하는 듯한 말투다. 용족의 감인가. 나랑 싸우면 죽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싸움은 5시간 정도 이어졌다. 장기전이군. 사람은 10분만 전력으로 달려도 지친다. 하물며 목숨이 오가는 전장에서 5시간이 잡아먹는 체력을 말할 필요도 없다. 산을 가르고 숲을 태우는 초인들이라도 5시간은 길다.

“그럼 내려가 볼까.”

가마가 하늘에서 내려간다. 엘프의 진형 쪽이다. 엘프들은 산과 숲에서 싸우지 않고, 굳이 평원을 전장으로 택했다. 이유는 짐작된다. 산과 숲은 화공에 너무 취약하다. 그냥 산물에도 타는데 마법으로 만들어진 불에는 더 약하겠지.

경계의 소리를 들으며 가마가 땅에 내려선다. 딱 맞춰 땅에서 스켈레톤이 일어나 가마를 받친다. 이거 완전 마왕의 행차시군. 이참에 마왕 컨셉을 밀어 붙여볼까. 어차피 인류와는 적대 관계니 마왕 놀음도 나쁘진 않겠다.

“누, 누구냐!”

“구원자.”

“거, 거짓말 마라. 이 사악한 마족!”

그렇게 말한 엘프의 시선은 나비를 향해 있었다. 음, 애완동물 관리가 아직 미숙한가. 왜 다들 나비만 보면 저래. 교육에 좀 더 힘써야 하나.

“드래곤은 꽤 위세가 세지?”

“당연하다.”

리베리안이 앞으로 나선다. 앞으로 내민 그의 손이 가죽을 찢고 변화한다. 붉은 파충류의 손이다.

“드, 드래곤!”

엘프의 반응은 정직하다. 놀라 자빠졌다.

“제일 높은 엘프를 불러와라. 이야기는 그다음이다.”

“아, 알겠습니다.”

제일 가까이서 우리에게 창을 들이대던 엘프가 꽁지가 빠져라 달려갔고, 곧바로 천막 중 하나로 안내되었다.

천막에 들어가자 기다리고 있던 것은 엘프 하나와 요정 하나였다. 속성 친화도가 높은 요정족은 몸의 일부가 정령의 성질을 가진다. 그래도 그들의 외모는 기본적으로 단정하다. 육체가 사상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상민은 이데아 어쩌고 하면서 설명했지만, 잘 모르겠다.

단정하다고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 앞의 엘프와 요정은 우선 아름다웠다.

“드뮈나시의 왕녀 필 하리오나라고 하옵니다. 드래곤께선 어인 일로 이런 누추한 곳을 찾아주셨나이까.”

“요정 여왕 펜이야. 그런데......”

요정여왕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요정은 팔랑팔랑 날아와 드래곤 주위를 맴돌았다. 나비 같은 날개가 흔들릴 때마다 빛가루가 떨어진다.

“킁킁. 이 냄새. 어디서 맡아봤는데...... 리베리안?”

“오랜만이군, 펜. 여왕이 되었나?”

“와, 역시!”

어른 손바닥만한 크기의 여왕이 날아가 드래곤의 얼굴에 찰싹 달라붙었다. 드래곤은 그리 싫어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별일이군.

리베리안이라는 말에 놀란 쪽은 따로 있었다. 왕녀가 흡, 하고 숨을 삼키고 놀란 눈으로 붉은 머리 올백 드래곤을 보았다.

“떨어져라.”

“좀 더.”

“짜증 내기 전에.”

목소리에 살기가 실리자 요정 여왕이 재빨리 드래곤의 얼굴에서 떨어진다. 그리고 에헤헤. 웃어넘기려 한다. 장난기 넘치는 그 모습이 이야기 속의 요정 그 자체다.

“요정 여왕이 있는데도 전쟁에서 밀린다니. 무슨 일이 있나?”

드래곤이 요정 여왕에게 물었다.

“여왕은 다른 여왕이랑 다르냐?”

내가 끼어들었다. 무슨 일인지 알아야 끼어들든지 말든지 하지. 드래곤이 대답한다.

“요정은 약하지만, 여왕은 강하다. 나랑 싸워도 일방적으로 당하진 않겠지.”

“저게?”

요정 여왕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은 미약했다. 파리처럼 손뼉으로 잡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요정은 내부마력이 아닌 외부마력과 동조한다. 내부 마력은 크게 의미가 없지.”

“호.”

작게 감탄한다. 마법은 내부의 마력을 조종해 외부의 마력을 움직이는 기술이다. 처음부터 외부 마력을 조종할 수 있다면 내부 마력, 몸에 가진 마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협지에서 이런 걸 자연검이라고 하던가?

“좋은 구경거리가 있나 따라왔는데, 생각 이상으로 흥미롭군. 펜, 네가 있는데 왜 못 이기는 거지?”

드래곤이 눈을 빛내며 묻는다. 저 눈을 보니 필요 이상으로 끼어들 것 같다. 비선실세가 되는 건 나다. 뺏으려 한다면 저놈과도 싸워야지. 속으로 다짐한다.

“그게 말이야! 인간들이 짜증나!”

요정 여왕이 손을 위로 들고 붕붕 흔든다. 완전 어린이다.

“저쪽 숲에서도! 저기 산에서도! 자꾸 불을 지르고 독을 뿌린단 말이야! 산과 숲을 지키느라 힘을 하나도 못 쓰겠어! 아, 방금도 하나 잡았다. 나쁜 녀석들!”

요정 여왕이 여기부터 저기까지 쭈욱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 방향에는 숲과 산이 있다. 그것도 상당히 방대한 양의.

그 면적 전부를 혼자의 마법으로 지키고 있단 건가? 대단한 능력이다.

“최고 전력은 게릴라에 묶여 있고, 전장은 하루하루 밀려간다. 이기긴 글렀다는 거군.”

내가 끼어든다. 요정 여왕이 날 발견하고는 눈을 크게 뜬가. 그리고 드래곤의 어깨에 숨어서 고개를 빼꼼 내민다.

“쟤 뭐야? 괴물?”

요정이 특별하긴 한가 보다. 나를 보자마자 뭔가를 느낀 모양이다.

“굳이 따지자면 구원군이지.”

어깨를 으쓱이며 말한다. 요정 여왕이 뒤늦게 나비를 발견하고는 ‘구원군? 마왕아냐?’ 라고 작게 말한다.

크게 틀린 말은 아니려나.

나는 억제하던 기운을 풀어놓는다. 무한한 밀도를 가지는 무한한 마력이 지닌 압박감이 공간을 지배한다.

왕녀가 숨을 삼키며 몸을 떨고, 요정 여왕이 덜덜 떨며 드래곤의 몸을 방패로 완전히 숨는다. 드래곤이 날 보며 눈을 빛내고 있다. 지금은 도움이 되어 놔두지만, 언젠가 저놈과는 한 번 싸우게 될 것 같다.

“전쟁을 이기게 해 줄게. 내가 원하는 건...... 뭐, 몇 개 안 돼.”

진짜 나라는 위한다면 그건 정말 별거 아닌 조건이다.

혀로 입술을 축인다. 기운을 거둔다.

벌벌 떨던 왕녀가 간신히 입을 연다.

“뭐, 뭐죠?”

“엘프의 신에 대한 것. 이왕이면 신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좋겠네.”

“여신님을?”

엘프의 신은 여신으로 통하는 건가. 수인의 신은 대체로 남신이었는데, 내가 죽인 건 여신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여신이 아닐지도 모른다. 신에게 성별이 있는지도 불분명하고.

“나는 신학자거든. 꼭 한 번 신을 직접 만나 얘기해보고 싶어.”

직접 만나 목을 뎅강 날려버릴 거다. 신을 죽이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학자라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세상에 내가 학자로 불릴 날이 오다니. 내일 세상이 망하겠어.

“조사만 하면 되는 것이옵니까?”

왕녀는 신중하다. 혼자 적진에 달려갔다 붙잡혀 역모의 시발점을 제공한 어딘가의 수인 왕국 공주랑은 확연히 다르다.

“그래. 반드시 결과를 가져올 필요는 없어. 대신. 그 연구에 이놈도 참가시킬 것.”

유상민을 대한 길드에서 빌려온 이유가 이건데, 마땅히 그래야지. 유상민도 그러고 싶다는 눈치고.

“그 정도야....... ”

“그리고 하나 더.”

왕녀의 말을 끊는다.

“내일 화전이 벌어지기 전에 그 중앙에서 자위해라.”

그리고 내 입에서 개소리가 튀어나온다.

“...네?”

“몸의 안전은 저 드래곤의 이름을 걸고 보장하겠다.”

드래곤의 이름까지 걸었다. 이름을 도용당했는데, 드래곤은 크게 신경 안 쓰고 있다. 반대로 흥미를 보인다.

“그러니까, 내일 아침.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전장의 중앙에서 알몸으로 스스로 자위해라. 자위가 뭔지 모른다는 말은 않겠지? 좀 더 쉬운 말로 해줄까. 알몸으로 수음해라.”

따지자면 수음이 더 어려운 말 같지만, 예의범절로 떡칠된 왕족에겐 수음이라는 표현이 더 쉬울지도 모른다.

“나라를 걱정한다면 그 정도는 쉽겠지?”

진정으로 나라를 위한다면 그 정도 각오는 보여줘야 한다. 한 몸 희생해 나라를 구한다면 싸게 먹히는 거지. 진짜 몸을 희생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남들의 앞에서 자위할 뿐이다.

죽음에 비하면 큰 희생도 아니다.

왕녀는 각오를 보이고 나는 눈요기하고, 윈윈이란 이런 것이다.

***

다음 날 아침. 전쟁을 앞두고 양 진영은 긴장에 휩싸여 있다. 특히 인간, 드워프 연합의 전의가 드높다. 새벽에 야습해온 300명 병력을 몰살했다.

드래곤은 심심하다며 구면인 요정 여왕을 도와 숲과 산에 헛짓거리하는 놈들을 찾는 데 힘쓰고 있다.

힘쓰고 있다 해도, 여기 앉아서 탐지 마법으로 숲을 탐지한 다음 이상한 놈이 걸리면 마법으로 격추하는 것이 전부다. 쉽게 말하지만 라팔이도 못하는 고난도 작업이다.

나라면 된다.

양측의 긴장이 팽팽한 가운데, 속이 비치는 천 하나만을 걸친 왕녀가 앞으로 나왔다.

“왕녀님?!”

“우와, 공주님이다! 저걸로 뭘 하려는 거지?”

엘프와 요정의 의문을 무시하고, 왕녀는 전장 중앙을 향해 걷는다. 그 목에는 직사각형의 에메랄드가 달린 목걸이가 매달려 있다.

나는 자위 중 왕녀의 안전을 보장한다고 말했고, 저건 그 일환이다.

왕녀는 결연한 얼굴로 천천히, 차분히 걸었다. 천 아래로 왕녀의 알몸이 그대로 드러난다. 왕녀의 몸매는 한마디로 정의 가능했다.

엘프.

엘프는 물질적 존재이며 정령적 존재이고 그 외모는 개념과 사상의 영향을 받는다. 단아함, 고결함, 요염함. 대충 이런 것들의 사상이 왕녀의 몸을 이루고 있는 듯했다.

허리를 잘록하고 둔부는 탱탱하다. 가슴도 처지지 않고 모양을 유지하며 왕녀가 걸을 때마다 흔들린다.

엘프, 드워프, 요정, 인간 할 것 없이 모두가 그 모습에 눈을 빼앗겼다.

“흥미로운 광경이군. 따라오길 잘했어.”

드래곤이 옆에서 웃고 있다. 요정 여왕과 같다. 게릴라를 잡는다고 꼭 그 장소에 있을 필요는 없다. 반신급 마법사란 대강 그런 존재다.

왕녀가 전장의 중앙에 도착했다. 왕녀의 얼굴을 발갛다. 나가기 전, 스스로 미약을 복용하는 것을 봤다. 맨정신으로 하기는 힘들겠지.

전장의 거리는 멀지 않다. 시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왕녀의 모습이 선명히 보일 것이다.

그녀가 자신의 가슴을 만지기 시작했다. 조심히 만지던 손길에 힘이 들어가고, 중앙의 연분홍 돌기를 비비고 돌리고 꼬집는다. 다른 손으로 허리를 쓸고 배를 만지며 점점 손을 아래로 향한다.

그 즈음, 왕녀는 스스로 땅에 누웠다. 적군을 향해 다리를 벌리고 한 손을 음부로 가져간다. 천은 위로 들려 옷의 기능을 상실했다. 적군 쪽에서는 훤히 드러난 음부가 모두 보일 것이다.

광기가 소용돌이치는 전장 중앙에서 때아닌 스트립쇼가 벌어지고 있다.

최고급 창관에서도 찾아보지 못할 고귀한 신분의 아리따운 여인의 스트립쇼가.

============================ 작품 후기 ============================

띠링. 엘프, 요정 연합이 왕녀를 제물로 바쳤습니다.

띠링. 제물의 의식이 완료되면 마왕이 강림합니다.

띠링. 연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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