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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소환된 남자-109화 (109/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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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준비를 마치고 나온 라팔이가 내 모습을 보고 실눈이 된다.

나는 지금 사랑이의 등에 앉아서, 피오라를 무릎에 앉혀 하반신을 간질이고 있다. 내 손이 비늘 위를 지날 때마다 피오라의 허리가 움찔움찔 튀어 오른다. 가끔 비늘을 뜯어내기도 하므로, 피오라 입장에선 안심할 수 없는 손길이다.

그 변칙성이 참을 수 없다. 흐흐흥. 콧노래가 나온다.

찔걱. 음부에 손을 쑤시니 음란한 소리가 난다. 피오라는 손가락을 깨물고 신음을 참는 데 최선이다.

라팔이 내 뒤로 오더니, 내 등을 기어오른다. 그리고 태워주지도 않았는데 목마를 타고 내 머리를 껴안는다. 뒤통수가 따듯하다. 내 머리는 알이 아니란다. 라팔아.

우리 넷응 그렇게 엉켜서 서로의 체온을 만끽한다.

제자가 거실에 들어왔다 조용히 나가고, 나리가 그런 제자의 뒤를 총총 쫓는다.

또 그러고 있길 한참. 유상민이 들어왔다.

“뭐해요?”

“좆집들과 친목을 다지는 중이지.”

좆집과 주인 사이에 친목이 성립하는지 의문이다만.

“파견 좀 나갔다 오라던데, 어디로 가는데요?”

....... 두 놈 다. 이놈한테 아무 말도 안 했군. 이래선 진짜 부모한테 팔려가는 아이와 다를 게 없다. 불쌍한 미친놈. 니 업보가 이렇게 돌아오는구나.

“일로 와봐.”

“그 꼴을 한 사람한테 다가가기 싫은데요.”

“야, 이런 색기 있는 얘를 어디서 또 보겠어. 빨리 안 와?”

“하앙!”

가슴을 움켜쥐자 피오라의 입에서 야한 신음이 튀어나온다. 한 시간 정도 만져주니 완전히 발정해서 하반신을 내 허벅지에 비비고 있다. 반쯤 붉은 두 눈이 몽롱하다.

“별로요.”

“넌 고자냐.”

이런 얘를 두고 흥분하지 않는 남자가 어디 있어.

“전 학구적인 여자가 좋아요. 음란하기만 한 여자는 조금.”

“너보고 음란하기만 한 여자란다. 피오라, 기분이 어때?”

“전 음란한 여자가 아니...... 흐읏!”

몸을 만진 것도 아니고 목걸이를 만진 것 가지고 이러는 여자가 그렇게 주장해도 전혀 설득력 없다.

“도망치려면 언제든 도망갈 수 있었잖아. 그런데 아직 여기 있다는 사실이 네가 음란한 여자라는 것을 증명하지.”

이 목걸이에는 어떤 장치도 되어 있지 않다. 노예 목걸이는커녕, 그냥 목걸이다. 피오라는 도망치려면 얼마든지 도망칠 수 있는 위치였다.

“그... 그건.......”

“안 그래? 음란한 우리 피오라.”

“하아아아!”

목걸이를 누르니 조수를 뿜으며 성대하게 가버렸다.

피오라가 도망치지 않는 이유는 안다. 도망쳤다 잡히면 어떻게 될지 뻔히 아는데 가고 싶어도 못 가겠지. 그러나 말은 하기 나름이다. 피오라에겐 공포와 쾌락이 같은 의미니 크게 틀린 말도 아니다.

“음란한 피오라. 음란한 피오라.”

약간 뾰족한 그녀의 귀에 그렇게 계속 속삭이며, 피오라의 복부를 살살 어루만진다. 라팔이보다는 확실히 탄력 있지만, 그래도 부드럽고 고운 피부다.

옆에서 유상민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래, 우리 노답이다. 그리고 넌 그 노답들에게 팔렸어. 피도 눈물도 없는 상사들이다.

“일단 와 봐.”

“왜요?”

두말 않고 다가온 유상민의 어깨를 잡고, 바로 텔레포트를 사용한다. 북대륙 중부, 미국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장소의 좌표를 꼬맹이에게 얻었다.

“...... 이건 뭐래요?”

변한 장소를 둘러보며 유상민이 말한다.

“넌 꼬맹이랑 마현에게 팔렸어.”

내일부터 거리에 붙일 예정이라는, 내 사진이 들어간 수배서를 보여준다. 멋들어진 수배서의 위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국제 수배자.

그 아래 내 사진이 있고, 생사 불문이라는 말도 있다. 맨 아래에는 현상금이 적혀 있다.

-현상금 : 천만 달러의 현금 또는 상응하는 아티팩트.

그것만으로 유상민은 사태를 파악한다. 그리고 한숨을, 아주 깊은 한숨을 내쉰다.

“팀장님이 기어이 사람을 팔았네요. 어제는 운수가 좋더라니.”

완전히 자포자기했다. 유상민은 사태를 파악할 때만큼이나 빠르게 현실도 파악했다. 바로 평소의 태도로 돌아와 나에게 묻는다.

“목걸이 쿨타임은 사흘 정도 남았는데, 그 동안 뭐 하게요?”

“일단 엘프의 나라에서 비선실세나 해볼까 하는데.”

모랄쉰에서와 똑같은 짓을 해볼 생각이다. 나라 하나 먹고, 거기서부터 자료를 모아 신을 만날 방법을 찾는다.

그냥 중간계를 여행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어차피 신과 싸워 이겨도 끝이 아니다.

여신의 영혼이야 큰 덩어리를 확보하고 있지만, 오크의 신은 영혼이 어디로, 얼마나 흩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어딘가에서 오크의 신이 부활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영혼까지 없앨 방법을 찾지 못하면 신을 아무리 죽여도 제자리걸음이다.

여행을 하면서, 어디 끼어들 전쟁판이나 정치판이 없는지 찾을까. 이게 제일 좋은 방법 같다.

“그러니까 볼만한 비경이나 관광지는 모르냐. 유적도 좋고. 먹을 게 특산물인 장소도 좋겠다.”

“비선실세랑 관광 코스가 어떻게 이어지는데요?”

“내 머릿속에선 이 이상 명확할 수 없을 정도로 논리정연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관광지를 돌며 적당한 왕족이나 귀족을 납치한다. 엘프 건 드워프 건, 사회적 동물인 이상 사회 계급은 있겠지.

그걸 시작으로 차근차근 올라가 비선실세가 된다. 완벽한 계획이다.

내 사고를 이해하기를 포기한 유상민은 바로 자기 욕망을 드러낸다.

“어찌됐든, 가보고 싶은 유적이 있냐는 거죠?”

이 미친놈의 눈이 반짝거리는 걸 나는 처음 봤다.

유상민은 그 자리에서 커다란 지도를 펼쳤다, 몇 번 본 적이 있는 유상민의 필체로 지도 곳곳에 표기가 되어 있다.

“이 날이 오다니.”

비장하게 입을 연다.

“북대륙 유적 탐방. 잘 됐네요. 전생부터 꼭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요.”

잠시 이놈이 미친놈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것도 이런 방면으로 미친놈이라는 것을. 미친놈에게 판을 깔아주다니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

미친놈이 본색을 드러냈다. 유상민의 주도하에 우리는 팔자에도 없는 유적 탐색을 하게 되었다. 오지와 오지를 나다니며 유적을 찾고, 던전을 찾고, 던전 안에 있는 유적까지 찾았다.

사흘 동안 밀림을 헤치고 용암을 건너고, 만년설이 덮인 산을 올랐다. 스팩타클한 사흘이었다.

목걸이의 쿨타임이 끝났다. 은은한 푸른빛을 내는 목걸이를 손에 들고 유상민이 지도 앞에 앉아 집중하고 있다.

집중하고 지도를 노려보고 있으면 유적이 어디 있는지 대략적인 위치가 느껴지게 된다.

“이거, 공교로운데요.”

유상민이 가리킨 장소는 지도에도 표시되어 있는, 일명 저놈의 위시 리스트의 유적이었다.

“우연한 정보로, 있다는 것만 알고 있던 유적인데요. 이런 경우도 있네요.”

“불가능한 건 아니지.”

가려고 벼르고 있던 유적이 찾고 있던 유적이었다. 불가능한 이야기라는 생각은 안 든다. 특히 이놈이 가지고 있는 이 지도를 보고 있노라면 말이다.

지도에 표시된 장소가 수백 개나 되는데, 하나 정도 겹치는 우연은 있을만 하잖아? 뭔 놈의 위시리스트가 백 개가 넘냐.

망설일 것 없이 유적으로 향한다. 유상민의 정보에 따르면, 던전 안에 있는 유적이라고 한다.

힘들일 것도 없이 유적을 찾았다. 유적은 거대한 사원이었다. 세세한 조각이 새겨진 첨탑의 모습은 장엄하기까지 하다.

“여기냐?”

“잠깐만요.”

목걸이를 들고 집중하던 유상민이 고개를 갸웃한다.

“아닌데요?”

목걸이를 손에 쥔 유상민이 걸음을 옮긴다. 사원을 크게 한 바퀴 돌다가, 걸음을 멈춘다.

“사라졌어요.”

“뭐?”

“유적의 기척이 없어졌는데요? 그것도 갑자기. 이거, 그 지팡이도 그랬지 않아요? 로스앤젤레스에서 강탈한 그거요.”

퍼뜩 정신이 든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얻은 시스템의 비밀이 들어 있는 지팡이는 3회의 횟수를 모두 사용하자 평범한 지팡이가 되었다. 만약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면?

제길. 선수를 빼앗겼다.

내가 깨달은 시점에서 유상민은 먼저 튀어나가고 있었다. 우리도 유상민의 뒤를 쫓는다.

사원 뒤쪽에 작은 오두막이 있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을 초라한 오두막이다.

“저기냐?”

“네.”

유상민을 앞질러 오두막으로 뛰어 들어간다. 안쪽에는 이미 사람이 있다. 목표를 눈앞에서 빼앗겼다. 예상했던 차악의 경우다. 최악의 경우는 저들이 우리보다 훨씬 앞질러나가 우리가 유물을 빼앗겼는지도 모르고 빼앗기는 경우다.

이 경우는 답도 없다. 빼앗긴 줄도 모르니 다시 빼앗을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고, 그대로 저놈들 손에 유적과 유물을 전부 내줘야한다.

차악의 경우엔 얼마든지 역전의 가능성이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약탈의 가능성이.

오두막 안으로 들어간다. 적은 다섯. 여자 하나. 남자 넷. 마력으로 저들을 짓눌러버린다. 다섯이 모두 고꾸라진다. 중력이 수십 배는 강한 공간에 있는 기분일 거다.

네크로맨시는 통하지 않는 놈들이다. 세뇌 계열도 마찬가지이리라고 추측 된다. 금제까진 안 걸려 있으면 좋으련만. 그건 고문해보면 알 일이다.

여자에게 다가간다. 여기서 저년이 제일 강하다.

“여기서 뭘 얻었어? 영혼에 대해? 신을 죽이는 방법?”

“말... 할 것 같냐.”

뿌득. 손가락 하나를 밟았다. 그리고 가루가 되도록 잘근잘근 다진다. 손가락이 고깃덩어리가 된다. 뼈가 섞여서 동물도 안 먹을 고기.

여자는 비명도 지르지 않는다. 참을성 있는 사람은 아주 좋아한다. 얼마나 버틸까.

발정 마법을 걸고 이빨을 뽑았다. 피가 줄줄 나는 자리를 바늘로 찔러도 멀쩡하다.

이년의 입을 열게 하려면 꽤 힘들 것 같지만, 방법은 이미 찾았다. 여자를 놔두고 내 마력에 눌려 일어나지도 못하는 허약한 남자들 중 한명에게 다가간다.

“저 여자는요?”

뒤따라 오두막에 들어온 사랑이가 묻는다. 얼굴을 붉히고 부러운 듯 힐긋힐긋 여자에게 눈길을 주고 있다. 사랑이도 제정신은 아니다.

“더 좋은 걸 보여줄게.”

육체적인 고문으로는 입을 열지 않는 인간이 때론 존재한다. 그런 놈년은 무슨 짓을 해도 끝까지 입을 열지 않는다. 심지가 곧다 못해 굳어버린 인간이다. 굳은 심지가 부러질 때가 곧 죽을 때다.

그런 놈년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개중에는 자기 몸은 버려도 가족이나 애인은 못 버리는 족속이 있다.

이빨과 손톱이 빠져 빌빌대는 저 여자처럼.

평범하게 생긴 남자다. 찡그린 얼굴을 펴고 웃으면 인상은 좋아 보이겠다.

“흐흐흥.”

콧노래를 부르며 남자의 얼굴을 걷어찬다. 작은 힘으로 최대한 잔인하게 보이는 부위가 바로 얼굴이다.

극적으로 상처가 남는다. 코가 뭉개지고 이빨이 빠지고 잇몸이 함몰되고. 눈이라도 터지는 경우엔 징그럽기까지 하다. 치료하기도 힘들다.

흉하게 변해가는 얼굴을 보는 건 흥겨움을 안겨주기도 한다.

일격에 코가 뭉개지고, 이격에 이빨이 모조리 빠진다. 세 번째 발길질 직전. 여자가 날 말린다.

“그만. 그만!”

필사적으로 짜낸 목소리가 들린다. 당연히 목소리의 주인은 여자다.

물었군.

이 여자가 고문당할 때 향하던 시선, 또 여자를 향했던 시선. 그것들은 주의 깊게 보았다. 그리고 여자와 이 남자의 관계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괜찮아. 그대로 누워 있어도 돼. 고문할 사람은 많거든.”

발을 휘두른다. 발굽이 제대로 눈을 때렸다. 터진 눈알에서 물이 줄줄 흐른다.

“신, 신을 죽이는 방법. 영혼을 멸하는 방법을 얻었어!”

여자가 말한다.

“그건 어디 있는데?”

“어, 없어.”

“없어?”

“단서를 들고 여기 처음 도착하는 사람의 몸에 각인되는 거야.”

“그래서 그건 어디 있는데?”

여자는 난감해 어쩔 줄 모르고 있다. 어떤 각인일지 대충 알겠다.

내가 영혼을 보고 느낄 줄 알게 된 것처럼, 남에게 양도 불가능한 종류의 그런 각인이란 것이겠지.

“씨발. 씨발. 씨이발!”

개 같은! 개좆같은!

신을 죽이는 방법. 혼을 멸하는 수단. 그게 바로 앞에서 다른 놈에게 넘어갔다.

씨발 진짜!

홧김에 앞에 있던 머리통을 부셔버린다.

“안 돼에에에!”

“안 되긴 씨팔 년이. 니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알아?”

모르겠지. 나를 눈 돌아가게 했다는 건 모르겠지. 정말 오랜만에 내가 눈 돌아갔다는 건 죽어도 모르겠지.

씨이발!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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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 주의보가 내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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