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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소환된 남자-102화 (10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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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괴물을 해치우고, 검은 늪지를 조사했다. 늪지는 이미 늪지라 불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운석과 괴물이 충돌하며 생겨난 여파로 늪지가 모조리 뒤집히고 흙과 섞였다. 그래서 검은 늪지의 반 이상이 그냥 조금 질척한 땅이 되었다.

마력을 빨아들이는 현상도 없어졌다. 내가 죽인 그놈이 하나의 원흉이었다는 뜻이다.

음, 이거면 검은 늪지도 사라졌군. 내가 가는 곳마다 왜 이 모양일까.

“신성력을 쓰는 몬스터. 두 명의 신 중 하나일까요? 아니면 다른 신?”

대한 길드의 별실에서, 유상민이 말한다. 신성력을 쓰는 몬스터. 유상민도 모르는 정보다. 꼬맹이와 마현도 모른단다. 회귀 전에도 없었던 새로운 종류의 몬스터다.

꼬맹이는 그 괴물의 정보를 은폐하고 잠정적으로 11등급의 등급을 매겼다. 11등급의 의미는,

반신이 동귀어진해야 겨우 상대 가능.

이란다.

내 감상을 말하자면, 반신이 4명은 뭉쳐야 겨우 이길 것 같다. 그것도 진명에 따라 다르겠지만. 하여튼, 이 진명이 모든 문제의 원흉이고 변수다.

“개인적으로는 둘 중 하나였으면 좋겠는데.”

그래야 죽일 놈이 줄어든다. 오크의 신과 싸울 때는 진짜로 한 번 죽느냐 사느냐 도박을 하기도 했다. 신과 싸우는 건 나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다. 나도 살고 싶다. 죽을 기회는 되도록 줄이고 싶은 마음이다.

“신의 숫자를 대략적으로 특정할 수 있었다는 것을 의의로 둬야겠네요. 뭐, 쟤가 한 연구가 전부 쓸모없어졌지만요.”

하하하. 유상민이 영혼 없이 웃는다. 수개월을 투자한 연구에 선구자가 있었으며, 그 선구자는 이미 수천 년 전에 연구를 끝마쳤다. 그것도 거의 완벽하게. 허탈 할만하다.

“그래서, 그 목걸이는 언제쯤 다시 쓸 수 있을 것 같냐?”

“1개월? 그 정도 걸릴 것 같은데요.”

아쉽게도 저 목걸이에는 충전 기간이라는 것이 필요했다. 내가 목걸이를 쓸 수 있게 되면 편하겠지만, 아쉽게도 그건 조금 걸릴 것 같다. 대충 한 달 정도?

연습은 하고 있는데 발전이 느려. 없는 재능을 신체 성능으로 때우는 나한테는 이게 한계였다. 이래서 재능 없는 사람은 서럽다.

나도 이렇게 서러운데 머리 나쁘고 몸도 나쁜 사람은 억울해 세상 어떻게 사나 싶다. 진지하게 자살 안 하나? 우울증에 나 같으면 벌써 틀어박혔다.

“그럼 다음인데. 마력 흡수 지형이라고 했었나? 그런 지역이 다른 곳에도 있겠지?”

“팀장님한테 기밀급 자료까지 털어왔는데, 관측된 곳만 10곳은 넘어요.”

“거참 큰일이군.”

“저한테는 좋은 일인데요?”

그래, 너한테는 좋겠지. 전혀 새로운 몬스터 개체, 그것도 반신도 씹어 먹을 개체가 대량으로 있을 가능성. 학자들은 좋아 죽겠다.

유상민은 좋을지 몰라도 나한테는 전혀 아니다.

세계의 파워 밸런스를 가뿐히 씹어 먹을 몬스터가 십여 마리. 그리고 그놈들이 전부 신성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지역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쪽도 검은 늪지와 같은 상황이라면, 그 괴물들 또한 죽여야지. 신들에게 꿍꿍이가 있다면 그걸 분쇄하는 것이야말로 내 천명이다.

“그럼 전 한 달 동안 적당히 놀고 있을게요. 그때 다시 봐요.”

유상민에 탁자에 종이 두 개를 올리고 일어선다. 마력 흡수 지형이 표시된 지도와. 그곳의 좌표가 쓰여진 종이다.

쩝, 좌표. 드디어 올 게 왔다. 나는 이때까지 아갈리의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했다. 공간 좌표 특정 방법도. 그렇게 측정된 공간 좌표도 모두 아갈리 형식이다.

그리고 이 좌표는 중간계 마법 형식에 맞춘 표기 방식을 따르고 있지. 벌써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피오라한테 맡길까? 관두자. 마법의 형식이란 것은 내 무기 중의 하나다. 같은 마법이라도 형식이 다르면 대응을 짜기도 어렵다.

내 마법은 그 자체로 반마법 대책이 된다는 뜻이다. 남에게 알릴 수는 없다.

“아아. 귀찮아.”

제자의 집으로 텔레포트해 오락방으로 간다. 오늘도 라팔이는 오락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 안 그래도 헬 난이도라 불리는 검은 영혼이라는 게임을 싸구려 무기 하나. 방어구 없음. 이라는 스펙으로 플레이하고 있다.

아마 스텟도 최저한으로, 데미지가 들어갈 정도로만 찍고 있을 것이다.

우리 같은 족속이 게임을 즐기려면 저 방법이 최선이다. 저래야 조금은 즐길 수 있다. 몬스터의 공격이 아무리 빠르면 뭐해. 현실에서 주먹질하면서 싸우는 게 수천 배는 빠르다.

나는 라팔의 뒤로 가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들어 올린다. 그리도 내 위에 살포시 올려놓는다. 그리고 컨트롤 중이던 패드를 뺏는다.

아, 뺏는 순간 죽었다. 한 대 스쳤는데 죽었어.......

“어디로 가면 되냐?”

“사다리를 올라가서 왼쪽으로.”

라팔의 말에 따라 사다리를 올라가는데, 옆에서 화살이 날아와 죽었다. 사다리를 타고 있어 패링도 못 했다.

“....... 야.”

“훗.”

라팔이 코웃음 친다.

되살아다 다시 사다리를 오른다. 타이밍을 맞춰 화살을 피하고, 간신히 사다리를 올라가니. 기다리던 몬스터가 바로 기습한다. 또 죽었다.

“....... 라팔아?”

“쿡.”

제길, 도움을 바란 내가 바보지. 오냐. 내 힘으로 깨주마. 사고 분할과 사고 가속을 동시 진행한다. 어떤 함정이라도 덤벼라. 기습, 함정, 매복. 전부 피해주마!

일? 일은 내일부터다. 하루 정도 쉬는 건 상관없잖아.

***

중간계의 공간 좌표를 아갈리식으로 바꾼다. 중간계 마법을 기초부터 공부해야하는 과정이었다. 사고 가속까지 써가며 체감 시간으로 열흘. 변환은 끝마쳤다.

계산에 걸린 객관적 시간은, 분할한 사고의 시간까지 합쳐 대략 1년. 내게 조금만 창의력이 허락되었다면 훨씬 단축되었을지도 모르는데, 무식한 내가 무식하게 계산만 거듭해 시간이 걸렸다.

“일행이 이 정도로 늘어나니 조금 귀찮은데.”

“우리 버릴 거야?”

“아니. 나는 책임감 넘치는 사람이라서. 내 끝까지 내가 관리하고, 부숴도 내가 부숴.”

라팔의 말에 피오라가 화색이 됐다가, 내 대답을 듣고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간다. 사랑이는 오히려 좋아하고 있다. 하긴, 쟤는 나한테 심장이 뽑혀도 좋아할 것 같다. 진짜 그러면 무섭겠는데.

집착이나 성벽이라는 범주를 넘어버린다.

“우리 피오라. 그렇게 버려줬으면 좋겠어요? 버. 려. 줬으면 좋겠어?”

“아, 아뇨! 절대로 그렇지 않아요! 몸도 마음도 주인님 거예요!”

피오라가 도리질한다. 언제나 말은 그렇게 해도 몸은 솔직한 피오라다. 얇은 셔츠 위로 발기한 유두의 윤곽이 그대로 보인다.

피오라는 기본적으로 노브라차림이라 튀어나온 유두가 더욱 두드러진다.

“그래, 착하지. 착해. 십자가도 필요 없고 말이야.”

십자가라는 말에 피오라가 헛구역질한다. 그날의 일을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듯하다. 초심자에겐 조금 강했나.

“가자.”

라팔이 멋대로 내 목에 올라타고, 사랑이가 팔 한쪽을 붙든다. 피오라는 소심하게 내 옷자락을 잡는다.

그 상태로 텔레포트. 마력 흡수 지역, 험지로 불리는 또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

도착하자마자 마력이 빨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신경 쓸 정도는 아니다.

탐지 마법을 땅속으로 전개하고, 투시 마법으로 땅속을 본다. 영혼을 보고 느끼는 능력으로 땅속 깊은 곳에 있는 괴물의 존재를 알아챈다.

여기도 괴물이 있다. 빙고. 내 입에 웃음이 걸린다.

“보이냐?”

“아니.”

“난 보이는데. 매롱.”

약 올리니 라팔이 작게 볼을 부풀리고 내 정수리를 툭툭 친다. 매롱의 게임에서 날 놀린 복수다. 가짜 정보를 알려주는 바람에 몇 번이나 죽었다고. 그것도 보스전 직전에!

“위로 가 있어.”

“응.”

빼앗기는 마력을 줄여주는 아티팩트. 간단히 만든 그것을 라팔에게 쥐여 주고 올려보낸다. 라팔과 피오라가 마법사니. 하늘을 나는 것 정도는 문제없다.

울창한 밀림을 내려다본다. 검은 늪지만큼은 아니지만, 여기도 개발이 제한적인 험지다.

우선 괴물을 끄집어 내볼까. 검은 늪지에서 괴물이 튀어나온 이유. 그게 뭔지는 알겠다. 유적이 내뿜는 마력. 거기에 끌려 튀어나왔을 것이라고 나는 추측하고 있다.

실험해 보면 알 일이다.

아래로 내려가 밀림의 땅을 밟은 나는 온몸으로 마력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눈에 보일 정도로 농밀한 마력이 안개처럼 떠돈다. 보는 것만으로 취해버릴 것 같은 마력이다.

자, 와라. 나는 괴물을 꿰어낸다. 땅으로 마력을 흘려보낸다. 다른 지역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양의 마력을.

움찔. 괴물이 움직인다. 마력을 더 뿜어내자 괴물이 꿈틀거리며 지상으로 부상한다. 땅을 헤집으며 나타난 놈은 유유히 하늘을 난다.

그 자태는 용처럼 보이지만, 잘 보면 그냥 지렁이다. 매끈한 비늘을 가진 거대한 지렁이. 길쭉하기만 하고 얼굴로 보이는 부분도 없다.

지렁이랑 뱀은, 실로 자르기 쉬운 구조를 하고 있다. 그런 계열 몬스터도 마찬가지다. 몸은 길쭉하고 둘레는 얇으니 허리를 칼질하기 좋다.

단단한 외피에 전백귀후십귀가 튕겨 나온다. 늪지의 그놈이 재생력이라면, 이놈은 단단함으로 승부할 모양이다.

머리로 보이는 뭉툭한 부분이 날 주시한다. 지렁이의 비늘이 칼날처럼 일어나고, 놈은 회전하며 나에게 돌진한다.

저 덩치에서 나왔다고는 믿기지 않는 속도다.

콰앙!

내가 피하자 지렁이가 땅을 뚫고 들어갔다. 땅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지렁이의 공격을 피하며, 지렁이를 관찰한다. 신성력은 역시 쓰고 있다. 신성력과 마력이 비늘에 집중되어 외피를 강화하고 있다.

단단함 몸에서 나오는 몸통 박치기만을 사용한다는 건가. 저런 질량으로 냅다 박으면 도시도 금방 철거되어 버리겠다.

마력 흡수로 마법은 잘 통하지도 않고, 접근하려 해도 저 속도라면 접근도 힘들다. 또 접근한다 해서 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렁이 주위에 가서도 문제다. 마력을 왕창 빼앗기면서 지렁에게 유효타를 먹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무식해 보이는 저 지렁이도, 뜯어보면 아주 상대하기 어려운 놈이다. 그런데 그건 나한테 해당 사항 없는 이야기다.

전백귀후십귀를 뽑는다. 검에 마력을 왕창 집어넣어 검강을 만든다. 고밀도로 뭉친 마력이 검을 감싼 것을 검강이라 부른단다. 검강이 쭉쭉 늘어난다.

수십 미터에 달하는 검강이 완성된다. 전백귀후십귀의 영향을 받은 녹색 검강이다. 나는 지렁이의 돌진을 옆으로 피하고, 지렁이의 진로에 전백귀후십귀를 가져다 댄다.

막대한 마력이 빨리지만, 무한한 내 마력으로 보충한다.

촤악.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지렁이의 몸이 반으로 갈라진다. 하늘을 나는 폭주 기관차가 반으로 잘렸다.

비명도 없이, 내장을 잔뜩 흩뿌리며 지렁이는 땅으로 추락한다. 너랑 나는 상성 면에서 최악이었다. 아무리 단단해도 전백귀후십귀의 날카로움에는 미치지 못 했다. 그것뿐이다.

유상민의 부탁대로, 나는 지렁이의 사체 일부를 챙기고 좆집들을 챙겨 다음 포인트로 이동하다.

신들이 뭘 꾸미는지는 모른다. 어쨌든 내 앞에는 신과 관련된 무언가가 있다.

그럼 박살낼 뿐이다. 모조리 박살내며 나아가면 뭐가 나와도 나오겠지.

대충 열흘에 걸쳐 지도에 표기된 마력 흡수 지형을 모두 돌았다. 하나도 빠짐없이 11등급 몬스터가 나왔고, 모두 내 손에 죽었다.

============================ 작품 후기 ============================

신과 관련된 것처럼 보이는 게 있으면 일단 부수고 본다!

작가는 저놈이 마지막에 용사에게 토벌되어도 납득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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