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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소환된 남자-101화 (10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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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괴물을 거대했다. 괴물의 촉수 하나가 나무를 가뿐히 짓이긴다. 외형은 기괴하다. 네발 동물에게 앞발 대신 대량의 촉수를 달아둔 것 같은 동체. 입 부분은 뾰족하고 벌려진 사이로는 뾰족한 이빨이 수천 겹으로 나 있다.

환 공포증 환자가 보면 환장하겠다.

괴물이 고개를 든다. 검은 눈동자가 날 주시한다. 저건 몬스터라고 칭하기도 애매한. 말 그대로 괴물이다.

뭘 봐 새꺄. 화염의 창을 만들어. 눈까리에 날린다. 날아가던 창은 괴물의 주위로 갈수록 위력이 약해지더니. 괴물의 몸에 흡수된다.

칫, 마력 흡수였지. 잠깐 까먹었다. 연금술로 허공에 수백 미터 크기의 창을 만든다. 이것도 저놈의 몸체에 비하면 작아 보인다. 그래도 눈에 직접 박으면 효과는 있겠지. 이거나 처먹어라.

“꾸우우우우우!”

눈까리에 창이 박힌 괴물이 고래처럼 운다. 묵직한 고음이 귀가 아플 정도로 울린다. 괴물은 촉수로 창을 뽑아버린다. 성스러운 힘이 상처를 감싸더니, 바로 눈이 재생된다.

“꾸우우!”

끝이 아니다. 괴물이 포효하자 수백 발의 마력의 덩어리가 날 향해 날아온다. 마력을 흡수할 줄 알면 쓸 줄도 알겠지. 나는 그걸 마력으로 맞받아친다. 이 와중에도 내 마력은 계속 빨리고 있다.

마력 흡수에 신성력으로 인한 재생력. 흡수한 마력을 사용할 줄도 안다. 이 늪지는 최소 수천 년 동안 마력을 흡수하는 대지로 불리었다. 그리고 그 원인이 저놈이라면...

그 시간 동안 흡수한 마력이 얼마나 될까?

음. 아찔한데. 무한에 가까운 마력에 신성력으로 인한 불사.

저거 나잖아? 이거 미러전? 자존심 싸움인가.

엄청 귀찮게 됐다. 내가 얼마나 귀찮은지는 나도 안다. 무한한 화력을 가진 폭격. 틈을 찔러 죽였다 싶어도 재생. 심지어 머리가 날아가도 재생된다.

신은 불공평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것이 바로 나라는 존재다.

그런데 나랑 비슷한 놈이 저기 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일이 더럽게 됐다는 건 확실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을 잡을 때보다 더 고생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기에는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소중한 단서를 먹어버린 저놈을 단죄하고 말겠다.

자존심 하나 때문에 사서 고생하고 있다. 그래도 어쩌겠어. 자존심 하나로. 지 좆대로 사니까 미친놈이 미친놈이라 불리는 거다.

실익이 없는 싸움. 아니, 득보다 실이 훨씬 많을 것 같은 싸움이다.

딱 좋다. 싸울수록 화가 쌓여 화병 나겠다.

무수한 강철 창이 하늘에 생겨난다. 겁화의 불이 창을 달구고, 달궈진 창이 비처럼 내린다.

괴물도 대응한다. 무수한 마력을 쏘아낸다. 마력의 밀도에 강철 창이 소멸한다. 나도 안 할 정도의 마력 지랄이다. 그러는 주제에 정밀도는 엄청나다. 마력탄 하나에 강철 창 하나. 정확한 교환이다.

미친. 괴물 주제에 전투 센스는 수준급이다. 수천 개의 마력탄을 이만한 정밀도로 다룬다는 것은 보통이 아니다.

대체 뭐하는 놈이야? 토벌 난이도가 몇 단계 더 올라갔다. 저놈 잡는 게 반신 잡는 것보다 힘들겠다.

검신이라던 그 등신은 혼자 자멸해줘서 편했는데.

“큰놈을 족치려면 뭐가 제일 좋을까.”

그냥 큰 놈이 아니라 무지막지하게 큰 놈이고. 마법이 통하지 않는 큰 놈이다.

그러면 필요한 건 순수한 물리력인가. 그 방면에서 이보다 좋은 건 없지.

“20분 정도 걸리려나.”

나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시선은 위로 가 있지만, 너는 더 먼 곳을 보고 있다. 우주, 광활한 그곳.

그 검은 공간에는 수많은 별들과 행성들과 운석들이 중력에 따라 운행하고 있다. 메테오 마법이란 건 대체로 상공으로 큰 질량을 가진 물체를 전이 또는 생성해서, 그걸 원하는 곳으로 유도하는 마법이다. 내가 몇 번 써먹었던 메테오 스트라이크도 마찬가지.

진짜 운석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며, 그 위력도 진짜 운석과는 멀다.

내가 사용할 건 진짜 메테오. 진짜 운석을 떨어뜨릴 거다. 적당한 운석을 찾아. 끌어당긴다.

이건 대마법도 아니다. 아갈리에서는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마법이다. 원거리 마력 간섭 하나만 해도 최고급 기술인데, 그걸 지구로 끌어들여, 목표로 한 지점에 떨어뜨려야 한다.

절대적인 파괴력이 보장되는 대신, 불가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렵다.

그 파괴력이란 마력을 제외한 순수한 물리력. 마력을 무효화하는 괴물을 상대로는 최적이다.

운석이 떨어질 때까지 가만 있을 수는 없지. 운석은 마무리용. 필살기다. 내 진짜 무기는 따로 있다.

아공간에서 전백귀후십귀를 뽑으며 검은 구슬 몇 개를 꺼낸다.

마력 흡수? 좆까. 난 핵폭탄이 있다고! 핵이 최고다. 핵이 짱이다. 적은 마력으로 최고의 파괴를 실현할 수 있다. 핵이야말로 진리 중의 진리요, 방사능이야말로 빛 중의 빛이다.

“진리와 빛이 나에게 있으니 승리는 여기 임하리.”

세간에선 내가 사이비 종교 교주라는 모양이니. 조금 사이비 교주처럼 말해보았다.

터지기 직전의 핵탄두를 괴물의 몸 위로 텔레포트 시킨다. 핵탄두의 마력을 뺏어도 늦다. 이미 폭탄은 터지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터지는 순간 방사능도 함께 쬐는 특재다. 그 방사능도 24시간 정도로 소멸한다. 강한 에너지와 함께.

내가 쓰는 대부분의 방사능 무기는 방사능이 빠르게 사라지도록 해놓는다. 강하게 뿜어대는 대신, 반감기가 짧다. 아갈리에서 방사능 처리를 소홀히 했다가 피를 많이 봤다. 팀킬도 장난 아니게 했고. 트롤링은 이제 사양이다.

터져라. 펑.

폭발이 일어나며 익숙한 버섯구름이 피어오른다.

“꾸우우우!”

괴물의 비명이 넓게 늘어진다. 먼지가 걷히고 드러난 것은 삼 분의 일 정도가 날아가 있는 괴물의 몸체. 폭발 직전에 마력으로 막아서 위력이 반감되었다.

뭐, 폭발로 어떻게 살 수 있다고는 생각 안 했다. 중요한 건. 괴물의 반응이다. 정확히는 세포의 재생 반응. 신성력이 집중되며 상처 부위가 부글부글 끓고는 있지만, 재생 속도는 처음 눈을 찔렀을 때와 비교하면 많이 느리다.

자라나는 살점도 기형적이다. 신성력이 일어나 기형 세포를 원래대로 되돌리고 있다.

방사능은 통하는군. 그럼 됐다.

광검아 날뛸 시간이다.

전백귀후십귀의 족쇄를 완전히 푼다. 미친 광검이 세상에 풀려났다.

날뛰기 위해 우는 전백귀후십귀를 들고 괴물의 품으로 돌진한다. 촉수와 마력이 날아와 내 몸을 스친다. 몸을 보호하기 위한 마력장은 의미가 없다. 마력만 소모할 뿐이다.

괴물의 공격이 맨몸에 스칠 때마다 살점이 한 움큼씩 뜯긴다. 얇은 촉수가 몸을 관통하기도 한다.

아프다. 엄청, 존나 아프다.

입가에 웃음이 걸린다. 이 고통, 살아 있다는 실감. 효율만 추구하는 전투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최근 느낄 수 없었던 것이기도 하다.

하아. 내뱉는 숨이 뜨겁다. 폐와 심장이 불타는 것 같다.

전백귀후십귀를 휘두른다. 뿜어지는 방사능에 괴물의 신체가 소멸하고, 날아가는 검풍에 촉수가 잘린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많은 촉수와 마력이 날 노린다.

검에 베인 부위는 재생이 느리다. 아예 변이를 일으켜 괴물을 좀 먹는 곳도 있다. 괴물이 신성력으로 치료하려 하지만, 그것보다 변이가 퍼지는 속도가 더 빠르다. 암이 괜히 치료가 어려운 병이 아니다.

해당 부위를 잘라내면 되겠지만, 이 경우 전신을 잘라내야 하니 그것도 반쯤 자살 행위다.

“후십귀의 이름이 운다. 열 걸음 벌써 넘었잖아. 왜 안 쓰러져?”

전백귀후십귀를 도발한다. 전백귀후십귀가 더욱 미쳐 날뛰며 방사능을 뿜는다.

나는 괴물을 몸 위를 달리며, 닥치는 대로 베고 찌른다. 사방이 적이다. 아예 적의 등 위다.

괴물이 미친 듯이 마력을 뽑아간다. 이건 막지도 못하겠다. 그냥 뽑힌다. 진명 계열의 힘으로 추측된다.

빌어먹을 세상. 괴물도 진명을 쓰고 있어. 나도 못 쓰는데! 억울함과 분노가 검에 실린다.

괴물의 등을 헤집으며 성한 곳이 없도록 만들어 주었다. 무한히 쏟아지는 마력의 폭격도. 내가 등에 있어서야 제한될 수밖에 없다. 공세는 격렬하지만, 동시에 소심하다.

5분, 10분, 20분.

하늘이 붉게 변한다. 태양이 내려오는 것 같은 뜨거움이 지상에 전해진다.

왔다. 내가 부른 운석이 우주를 넘어 도착했다.

“마지막이다.”

전백귀후십귀를 깊이 찔러 넣고, 안쪽에서 방사능을 폭발시킨다. 꾸우우. 괴물이 운다. 나는 텔레포트를 사용해, 상공으로 회피하고, 그 직후 괴물의 몸에 운석이 꽂힌다.

괴물의 몸 위로 마력장 생겨나며 운석을 막는다.

“꾸우우우우!”

마력장과 운석이 격돌하는 충격에 땅거죽이 뒤집힌다. 나는 투시 마법으로 토사를 뚫고 괴물을 주시한다. 마력장이 뚫리고 운석과 충돌한 괴물의 몸은 만신창이다. 몸에 커다란 구멍이 나 있다.

그 구멍 사이에서, 팔딱이는 검은 심장이 보인다.

빙고. 나는 먼지를 뚫고 날아가 심장에 전백귀후십귀를 꽂는다. 검에 닿기 무섭게, 심장이 변이하고 썩어간다.

“꾸우우!”

단말마와 함께 괴물의 몸이 무너진다. 몸 대부분이 사라지고, 심장까지 기능을 잃은 상태로 살아남는 건 무리였던 것 같다.

나에게 들어오려는 거대한 영혼을 흩어버린다. 전에는 보이지도 않는 걸 느낌만으로 해냈는데, 영혼을 보고 느낄 수 있게 된 지금은 더 쉬워졌다.

변이한 심장을 챙기고, 기타 부속물도 조금씩 챙긴다. 유상민의 부탁이다. 내 개인적으로 이게 뭔지 흥미가 있기도 하다.

신성력을 사용하는 몬스터. 몬스터 10급 분류표에선 반신이 나서면 10급 몬스터도 홀로 토벌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놈은 반신이 파티를 짜고 덤벼야 비벼볼 만한 상대다.

토지가 된 늪지를 돌아본다. 역시, 이제는 마력을 빼앗기지 않는다. 이 주변에 한한 일인지 아니면 검은 늪지 전체가 이러한지는 모르겠다. 늪지 전체가 이랬으면 좋겠군.

이런 몬스터가 몇 마리나 우글거리면, 또 그놈들이 신과 연관되어 있다고 하면 내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니까.

***

검은 늪지 초입에 들어선 ‘조사대’는 말을 잃었다. 괴물이 날뛰고, 운석이 떨어져서, 늪지가 뒤집혔다.

늪지를 구성하는 질척한 땅이 파도치며 진동이 늪지 입구까지 전해졌다. 멍하니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사람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저기, 목적지 근처 아니야?”

다른 사람이 황급히 지도와 운석이 떨어진 자리를 번갈아 보고는 소리쳤다.

“이런 썅!”

그 한마디에 말을 잃고 있던 사람들이 정신을 차렸다.

“설마, 진짜 저기야?”

“미친, 저게 뭐야. 저런 건 정보에 없었잖아.”

“운석은 대체 뭔데. 뭐가 일어나고 있는 거야.”

조사대는 혼란에 빠졌다. 갑자기 나타난 괴물부터 땅에 떨어진 운석까지. 이해할 수 없는 일투성이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팀한테 이걸 뭐라고 설명하냐?”

“그러게.......”

괴물과 운석이 충돌해 깡그리 날아가 버렸다? 퍽이나 믿겠다.

“그 마을에서 시간을 낭비하지만 않았어도. 쩝.”

누군가 아쉬워했지만, 이미 늦은 건 늦은 일임을 모두가 알았다. 요즘 핫한 공투 사상의 창시자. 그 남자가 한 마을에 들러 미친 짓을 행했다기에 혹해 하루를 낭비하고 말았다.

다섯 사람의 팔다리를 자르고, 한 사람의 배를 갈라 수백 명을 먹였다니. 오병이어의 기적이 따로 없다.

사람의 팔다리를 자라게 하는 건 적지 않은 마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남자는 음료를 먹여 사지를 재생했다고 한다. 그런 약물은 최소 최상급 이상의 포션. 신성력이 사라진 지금 귀하디귀한 물건이다.

더욱이 배를 가르고 뜨거운 물을 부었는데도 사람을 살아 있게 한 액체에 관해서는 짐작도 가지 않는다. 전설의 엘릭서도 그 정도는 아니다.

그들도 인간인지라 어쩔 수 없는 호기심에 이끌렸고, 그 결과가 이거다. 조사해야 할 대상이 사라져버렸다.

“이거, 절대 우연은 아니겠지?”

“그럴 리가.”

이 타이밍에 본적도 없는 괴물이 없는 괴물이 나타나, 운석과 함께 산화했다. 하필 그 자리는 조사 대상이 있는 장소. 우연일 리가 없다.

그들은 하나의 결론을 도출했다. 우리와 같은 유적을 노리는 사람이 있다, 라는 결론을.

“쯧. 다른 사람도 쫓기 시작했나. 레드 오션이야.”

“우리 말고 겨우 한 그룹인데 레드 오션일 것까지는 없잖아.”

“단서가 몇 개인지도 모르는데, 경쟁자 한 명이면 충분한 레드 오션이지.”

“그런가? 우선 괴물 같은 경쟁자 하나가 생겼다는 것만 알아두자고.”

그걸 끝으로 조사대는 발을 돌렸다.

============================ 작품 후기 ============================

5분 내로 한 편더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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