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소환된 남자-98화 (98/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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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폭동으로 국가와 치안이 무너지고, 살길을 찾아 떠돌던 난민들이 보였다. 큰길 중앙에는 거대한 장작이 캠프파이어처럼 타오르고 있다. 큼직한 고기가 바비큐용 꼬치에 꽂혀 돌아가며 구워진다.

가게 안에서는 계속해서 완성된 음식이 나온다.

올라오는 구역질을 참으며 꾸역꾸역 욱여넣고, 누가 뺏어먹을까 들이켜고, 웃고 떠들며 축제처럼 즐기는 사람들까지. 난민들의 모습은 제각각이다.

모인 사람의 숫자는 삼백이 넘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얼마나 더 늘어날지 모르겠다. 고기는 무한하다. 다른 재료도 다른 가게에서 강탈해와 충분하다. 날파리들의 가게였다. 저놈들의 가게도 전부 비슷해, 고기는 인육밖에 없었다.

돼지새끼의 가게가 도축장 역할을 하며 고기를 공급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오늘은 역할이 반대다. 고기를 공급받던 놈들이. 고기를 공급하는 역할이 되었다.

“자, 고기 또 간다.”

신명 나는 기합과 함께 중식도가 휘둘러진다. 묵직한 손맛과 함께 십자가에 매달린 날파리 하나의 팔이 날아간다.

“끄아아악!”

끔찍한 비명은 덤이다. 남자의 비명 따위. 들어도 역겹기만 하다. 동정도 상대가 동정받을 만한 인간이어야 드는 거다.

난민 몇은 팔이 잘려 괴로워하는 날파리를 보고 낄낄 웃는다. 들리는 대화를 들어보면, 저놈들이 잡아먹은 사람 중에는 난민들도 있는 것 같다. 자기들을 날파리 취급하던 인간이 날파리가 되어 십자가에 매달려 있으니 퍽 유쾌하겠다.

양팔, 양다리를 전부 자르고, 내 피로 만든 엘릭서를 꺼내 날파리의 입에 가져간다. 이거면 잘린 팔다리의 재생 정도는 우습다. 먹이고 자르고, 먹이고 자르고, 단백질이 무한히 생성된다.

세계 식량 문제도 해결되겠군.

“실헝, 실헝.”

날파리가 혀 짧은 반응으로 엘릭서를 거부한다.

“그대로 두면 너 죽는다니까. 살려줄게.”

“실헝.”

“남자가 혀 짧은 소리해도 역겹기만 하니까 그냥 쳐먹어라.”

턱을 뽑아버리고 강제로 엘릭서를 먹인다. 부글부글, 상처 부위가 끓어오르며 팔다리가 돋아난다. 나에겐 익숙한 광경이지만, 다른 사람에겐 그렇지 않은지 고개를 돌리고 입을 막는 사람도 있다.

“토하면 똑같이 이렇게 만들 거다?”

그 말이 막 토하려던 여자가 올라오던 것을 삼킨다. 힘들여 먹여놨더니 토하려 하면 안 되지.

십자가에 매달린 건 다섯. 나는 돌아가며 그들의 팔다리를 자르고 엘릭서를 먹인다. 인육 많이 먹었잖아. 이제 좀 베풀기도 해야지.

“자, 피오라. 고기 보충이다.”

피오라는 떨리는 손으로 고기를 받아서 몇 개는 통구이를 돌리고 있는 라팔에게 가져다주고, 나머지는 가게의 주방으로 가져간다.

이러나저러나 말은 참 잘 듣는다.

“수인 따위가 여기가 어디라고 오는 거야!”

“죽여서 저놈도 고기로 삼으면 괜찮지 않겠어?”

고기를 공급하고 나도 좀 쉬려 하니 막 나타난 어린 수인들을 어른들이 가서 핍박하고 있다. 막 내려치려 하는 녹슨 칼을 막는다.

“끄아아악!”

팔을 잘라서. 팔이 잘린 놈이 땅을 뒹군다.

“배짱 좋다? 내가 시작한 축제에서 사람을 죽여?”

고통에 몸부림치는 난민을 보고 차갑게 말한다. 이 자리는 내가 시작한 자리고, 내가 베푸는 자리다. 규칙은 내가 정한다.

“그, 그래도 저놈들 때문에 중국이 이렇게 됐다고!”

“그래서?”

“이래서 조선족은 안 된.......”

시끄러워서 이놈 팔도 잘랐다. 중국 망한 지가 언젠데 중화사상을 들먹이고 있어. 개소리를 해도 좀 참신한 개소리를 했으면 좋겠다.

“와서 먹어라. 친구들이 더 있으면 데려오고. 여기서 싸움은 없다.”

“...네.”

소심하게 대답한 두 수인 소년은 도도도 거리 사이로 사라진다.

나는 두 놈의 멱살을 끌고 모닥불로 돌아간다. 내가 걸은 길을 따라 핏물이 쭉 그어진다. 피의 길. 내 인생을 길로 나타내면 저럴 거다.

팔 잘린 두 병신을 지혈해주고, 고통도 잠깐 없애준다. 놈들은 갑자기 사라진 고통에 의아해하며 날 본다. 걱정 마. 난 용서해준다고는 한마디도 안 했어.

연금술로 십자가를 하나 더 세우고, 처음 수인 소년에게 칼을 휘두르려던 놈을 잡아다 묶는다. 내가 뭘 하려는지 안 놈이 발작하듯 몸부림치지만, 이놈도 날파리와 다를 게 없다.

하나를 십자가에 매달고, 다른 하나에게 말한다.

“직접 폭력을 휘두르려 하지 않은 너에게는 기회를 줄게.”

나는 직접 그놈의 팔을 그놈 앞에 던진다.

“먹어. 구워먹든 회쳐 먹든 내 앞에서 그걸 먹어. 그러면 저 꼴은 면하게 해줄게.”

십자가를 눈짓하며 말한다. 놈은 자기 친구를 휙 보더니. 자기 팔을 들고 허겁지겁 불가로 다가간다. 그리고 자기 팔을 굽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 조소가 터진다.

-저 병신! 그러게 왜 나대 주는 것만 처먹으면 됐지!

사방에서 남자를 조롱한다. 유쾌한, 그리고 적당히 해학적인. 정신나간 축제의 모습이다.

아직 덜 미친 것들은 얌전히 구석에서 나오는 음식을 먹기 바쁘다.

“주인 형씨! 저쪽에 술창고가 있는데, 어때?”

“한 통에 다리 구이 하나 준다. 가져와.”

내 다리가 아니므로 얼마든지 공수표를 던져도 무관하다. 난 다리를 자르고, 내 피를 한 방울 먹이기만 하면 된다. 실질적인 내 손해는 싸구려 엘릭서 한 병뿐이다.

남들에게는 억만금의 가치를 가진 엘릭서도, 나에게는 무가치하다.

“오예!”

일당의 무리가 일어나 달려가더니, 술통을 잔뜩 가지고 왔다. 수인 소년이 열 명이 넘는 또래를 데려왔다.

시끌벅적한 축제가 새벽까지 이어진다. 배부르고 안전하니 사람들은 여기저기 곯아떨어져 잠든다. 내가 인신매매범이라면 좋다구나 했겠지만, 그럴 생각은 없다.

“라팔아. 주방에 가서 돼지새끼좀 데려와라. 팔다리 관절 뽑는 거 잊지 말고.”

“응.”

라팔이 안으로 들어가더니 움직이지도 못하는 돼지새끼를 끌고 왔다. 그동안 나는 마지막 요리를 만들 도구를 준비했다.

“여기 올려.”

불에 달군 돌판이다. 넓적한 돌판을 모닥불 위에 두고, 그걸 마법으로 달궜다.

“자, 잠깐! 음식을 만들면 목숨을 살려준다고 했잖아!”

“누가 죽인데? 나는 약속은 지키는 사람이야.”

불판에 사람을 올리면 죽는다고 누가 그래? 내 상식 속에서 사람은 불구덩이 속에 던져놔도 살아있다.

“끄아아.... 악?”

돌판에 올려진 돼지의 비명이 의문으로 바뀐다. 하나도 아프지 않으지 않을 것이다. 통각 마비 마법을 걸어뒀거든.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고 죽지 않는 건 아니다. 살이 타는 냄새가 진동한다.

나는 아공간에서 링거와 비슷한 기구를 꺼내고, 수액을 채운다. 미리 뽑아둔 순수한 내 피다. 사람을 불사로 만드는, 마력이 가득 담긴 피. 마지막으로 바늘을 돼지의 팔뚝에 꽂는다.

깨어 있는 사람들이 내가 무얼 하나 몰려든다.

나는 마지막으로 특제 요리를 할 생각이다. 고기만 먹으면 속이 안 좋잖아? 마무리로 국물을 먹어야지.

돼지의 배를 가르고, 뜨거운 물을 붓는다. 부엌에서 향신료를 가지고 와 닥치는 대로 쑤셔 넣는다. 이렇게 요리해보는 건 처음이라 잡맛이 잡아질지 나도 모르겠다.

향신료를 넣고, 마늘 비슷한 것도 좀 넣고, 약재로 보이는 것들도 좀 넣고, 남은 바비큐 고기도 좀 썰어 넣고. 이것저것 넣은 다음 보글보글 끓인다.

“이, 이게 뭐야! 내 배가! 내 배가아아!”

시끄러, 새꺄. 하나도 안 아프잖아. 통각도 다 차단해 줬는데 호들갑이야, 호들갑은. 내 피를 수혈하고 있으니 저게 다 떨어질 때까지는 죽지도 않는다.

그냥 자기 뱃속에서 스튜가 끓어가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이 돼지의 일이다. 돼지답게 덩치도 커서 10인분은 족히 나오겠네. 재료 추가하면서 계속 끓이면 계속 먹을 수 있겠다.

무한 리필 돼지 내장 스튜다.

“낄낄, 주인장. 제대로 미쳤구나. 제대로 미쳤어.”

“원숭이 뇌 요리도 먹어봤는데, 산 사람 내장 스튜는 처음이다. 비린내는 잡아질까?”

정신나간 것들이 내 주위에서 낄낄대고 비위 약한 것들은 멀찍이 도망간다.

“내 배가! 배가 끓는다아! 내 배가아아!”

저 돼지는 끝까지 호들갑이다. 남을 요리하는 건 잘하는 놈이 자기가 요리되는 건 눈 뜨고 못 보겠는 모양이다.

적당히 요리가 완성되고, 국물을 떠서 맛을 본다. 향신료를 잔뜩 넣은 덕분인지 비리진 않다. 국물이 조금 아쉽지만, 그건 계속 끓이면 될 일이고.

“먹자.”

국자가 돼지의 뱃속으로 들어간다. 건더기와 국물을 한가득 자기 그릇에 담은 사람들이 모닥불에 둘러앉아 스튜를 먹는다. 이게 스튜가 맞긴 한가? 일단 스튜라고 해두자.

날이 밝을 때까지. 도란도란 스튜를 먹으며 지들끼리 논다. 난 맛만 보고 물러서서, 저 정신 나간 놈들보고 알아서 하라고 했다.

여러 조미료가 추가된 결과, 돼지 내장 스튜는 붉은 국물의 얼큰한 맛이 되었다.

해장에는 최고라며 난민들이 스튜를 퍼먹는다. 어제 잠들었다 깨어난 난민들도, 표정을 구기면서도, 헛구역질하면서도 줄을 서 스튜를 퍼간다. 아무리 역겨워도 생존이 우선이다. 인간의 생존 본능이 얼마나 강한지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다 먹고 해산해라. 축제는 끝이다. 그릇을 줄 테니까 더 퍼가든가.”

난민들은 빈집을 뒤져, 커다란 대접을 가져와 스튜를 퍼간다. 계속 재생되므로 최악의 경우 물만 있어도 스튜는 끓일 수 있다. 고기도 나눠준다고 하니 그릇부터 보따리까지, 식량을 담을 수 있는 건 모조리 챙겨왔다.

나는 그들에게 친절을 베푼다. 인육이라는 친절을. 인육의 출처는 십자가에 걸려 있는 놈들이다.

끄아아. 하는 비명이 새벽녘의 공기를 타고 퍼진다. 돼지는 언제부턴가 울지 않게 되었다. 공허한 눈으로 스튜가 끓고 있는 자신의 배를 계속 바라보고 있다. 계속, 계속.

생물학적으로는 살아 있으니. 살려준다는 약속은 분명 지켰다. 고통도 주지 않았다. 그냥 국거리가 필요해 내장을 좀 얻었을 뿐이다.

생으로 팔다리가 잘리는 고통을 겪은, 십자가에 매달린 저놈들에 비하면 아주 얌전하고 신사적이었다. 겨우 그것도 못 버티다니. 멘탈이 너무 약하다.

축제가 끝나고, 십자가에 걸린 놈들을 풀어준다. 돼지의 몸도 상처 하나 없이 말끔하게 해주었다. 내 피를 수혈한 것으로 오히려 마력이 크게 늘었다. 지고의 기연을 얻은 것 정도는 될 것이다.

그런데 저 돼지는 내게 감사는 못 할망정 멍하니 자기 배를 만지고 있다. 시선 또한 배에 고정되어 있다.

“이게 다 뭐에요?”

하품하며 다가온 유상민이 묻는다. 쟤도 있었지. 까먹고 있었다.

“카니발리즘 페스티벌.”

사람의 다리뼈와 팔뼈가 사방에 널려 있다. 누가 봐도 사람의 뼈라고 알만한 모양이다.

“조금 남았는데, 먹을래?”

“전 사람 고기는 안 먹는데요. 제 입에는 조금 비려요.”

이 미친놈도 인육을 먹어본 적이 있긴 있는 모양이다. 인육을 먹는 게 중간계의 보편적인 교양이라도 되나? 먹어본 놈이 왜 이렇게 많아.

“멀미는 괜찮냐?”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가자.”

축제라고 내가 놀기만 한 건 아니다. 정신나간 놈들에게 검은 늪지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며 기초적인 정보는 얻었다. 늪지 주변이라 그런지 떠도는 소문이나 현지인만 아는 여러 가지를 알 수 있었다.

쾌락과 피로로 축 늘어진 피오라를 어깨에 짊어지고, 나머지 인원에게 내 몸을 잡게 한 뒤. 텔레포트를 사용한다.

목적지는 검은 늪지 안쪽. 신에 대한 단서가 있는 곳이다.

============================ 작품 후기 ============================

이번 작품의 목적은 단 하나입니다. 제가 어디까지 약을 빨수 있는가에 대한 실험.

만약 연중하는 일이 생기면 작가가 언덕 위 하얀 집에 가 있거나 철창 신세 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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