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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 이번편과 다음편은 카니발리즘. 식인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살포시 다음편 마지막 2줄만 읽어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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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늪지는 중국의 동쪽에 있다. 그러니 중국을 거쳐 가는 것이 쉽다. 검은 늪지로 바로 가고 싶어도, 거기 좌표를 모른다. 일단 중국의 중심인 자금성으로 갔다가, 동쪽으로 쭈욱 텔레포트를 사용한다는 것이 계획이다.
중간에 유상민이 두 번 토악질하고, 극심한 멀미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게 된 것만 빼면 일정은 순조롭다. 순조롭긴 무슨. 계획대로라면 오늘 안으로 검은 늪지의 초입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이게 뭐야.
“우웨에엑. 직접 겪어보면 그런 말 안 나올 걸요. 진짜로요.”
창백한 얼굴로 유상민이 말한다. 아침까지만 해도 팔팔하던 놈이 병자가 되었다.
“더 이상 이동하는 건 무리겠고. 근처에서 적당히 묵고 가자.”
“날파리부터 처리하고 싶어.”
“그래, 그럼 그것부터.”
이곳에 착지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은밀히 노리는 시선이 있었다. 은밀하다는 말은 조금 잘못됐나. 너무 수준 낮은 감시라 나는 어린이들이 장난치는 줄 알았고, 중국의 상황을 떠올렸다.
하나의 제국이 붕괴되고 새로운 세력들이 난립하는 상황. 치안은 최악을 달리고 있을 것이다.
날파리라는 소리를 날파리들이 튀어나왔다. 사방에서 튀어나온 날파리는 우릴 노리고 달려든다.
그리고 날파리는 내가 나서기도 전에 모두 죽는다. 내 좆집들이 나서니 한순간에 피떡이 된다. 라팔과 피오라의 마법이 작렬하고, 사랑이의 검술에 사람이 토막난다.
내가 너무 사기라 그렇지. 얘들도 어디가서 꿀릴 얘들은 아니다.
“치안이 이런데 숙소는 있으려나.”
“있어요. 이럴 때일수록 잘 먹고 잘 자는 게 중요한데요.”
여전히 창백한 유상민이 그렇게 단언했다. 그리고 그 말대로, 거리를 조금 돌아보니 식당과 여관 몇 개는 안에서 사람 사는 소리가 들렸다.
“봐요, 있죠? 여기는 여관도 힘 있어야 차리는 세계니까요.”
그랬지, 참. 서울에서 봤던 오지랖 아줌마의 식당도 주변 식당과 연합해서 서울이 망해가는 와중에도 살아남았었다. 그거와 비슷한 거겠지.
“빨리 들어가요.”
여관방을 두 개 잡아 쉬고 싶다는 유상민을 놔두고 다시 여관을 나온다. 식당도 하겠다. 시간도 이르겠다. 중국 본토의 음식이란 것도 먹어보고 싶었다. 식당까지 있는데 식사를 안 할 이유가 없다.
적당히 맛있는 냄새가 나는 식당을 찾아 들어가, 음식을 시킨다. 주문은 아주 심플하다.
“여기 있는 메뉴 하나씩 다 내와!”
토실토실 살찐, 돼지 같은 주방장이 주문을 받고 들어간다. 지글지글 음식 하는 소리가 들리고, 음식이 탁자 위로 차례대로 배달된다.
보기엔 전부 먹음직스럽다. 제대로 된 가게를 찾아왔다고 내심 만족한다. 그러나 그 만족감은 고기를 한 점 입에 넣자마자 사라졌다.
맛이 없느냐? 그건 아니다. 확실히 맛있다. 중식이란 이런 맛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거, 인육이다.
몇 번 먹어봐서 안다. 인육의 독특한 맛과 향이 고기에 그대로 남아 있다.
씌벌 것. 사람이 먹을 요리를 내오랬더니 사람을 요리로 내오네? 이건 무슨 개소리야.
“내가 요리를 주문하고, 추가 주문 따로 했었냐?”
“아니.”
라팔이가 아니란다. 그럼 내 잘못은 아니란 거고, 저 주방장처럼 생긴 돼지새끼 잘못이란 말이군.
“사랑아 그거 인육이다.”
“네? 아, 네.”
사랑이는 대충 대답하고는, 입 안에 있는 고기를 씹는다. 나는 기막혀 묻는다.
“그거 인육이라고.”
“조금 인육 맛이 나긴 하네요. 인육이라고 딱히 거부감은 없어요, 주인님. 전생에 성노예 할 때도 몇 번 먹어봤거든요.”
인육을 먹는 성노예 생활이라니...... 어떤 생활일지 상상이 안 된다.
맙소사. 세상에 나보다 더 미친놈이 있다니. 세상이 넓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조금 특이해도, 먹을 만해.”
우리 라팔이는 그냥 인육을 씹어 드신다.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
“으, 으으. 으우욱.......”
진성 미친년들과 달리. 살아 있는 양심, 우리 중에서 순수함과 상식을 책임지고 있는 피오라는 손가락을 자기 목구멍에 쑤셔 넣고 있다.
“넌 라미아잖아.”
인간도 아니면서 인육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어.
“저, 저도 상체는 사람이에요. 인육 같은 건...... 우욱.”
참고로 라미아의 분류는 마족이다. 인간과 전혀 다르게 분류되면서 감성은 인간에 가깝다. 피오라가 특이한 건가? 마족을 만나는 건 처음이라 모르겠다.
냠냠 인육을 씹어 먹는 두 좆집.
하긴, 꼭 먹지 말라는 법도 없나. 배고플 때 사람 잡아먹는 일은 드물지도 않고. 인간으로서 내가 정한 최소한의 선이 인육을 먹지 않겠다는 것이지만, 그건 전에 깨버렸다. 림돔팔이라는 중년 아저씨가 만든 검은 상자에 갇혔을 때 말이야.
인육 맛을 구분한 것도, 머리 한쪽에 남아 있는 내 손가락과 살점의 맛 덕분이다.
좋아, 나는 오늘 한계를 뛰어넘겠어. 나는 나를 초월한다! 내 자신을 뛰어넘겠어!
자리에 앉아 인육으로 된 음식을 먹는다. 인육이라는 사실을 머리에서 지우니 그냥 맛있는 한 끼 식사다.
“그런데 넌 뭘 하면 성노예가 인육을 다 먹냐.”
그러고 보니 난 내 좆집들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다. 맛있는 음식도 있겠다. 이 기회에 친목이나 다져볼까.
“트롤의 노예가 됐을 때 식사로 나오기도 했고, 죽기 직전에는 그거라도 먹지 않으면 굶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좆집 2호의 파란만장한 인생에 입이 다물어진다. 사랑은 남의 일이라는 양 그 사실을 담담하게 말한다. 그래서 더 무섭다.
“라팔이 너는?”
“소환되고 얼마 안 됐을 무렵. 유적에 갇힌 적이 있어. 남은 사람들끼리 서바이벌. 살기 위해 먹었어. 그때는 맛없었어.”
좆집 1호의 인생도 2호의 인생에 뒤지지 않는다. 인육을 먹어볼 기회도 없었던 내 인생이 초라하게 보인다. 과거의 나는 그 정도의 위기도 겪지 않고 뭘 하며 편하게 살았는지 자괴감 들고 괴롭다.
“주인님은요?”
사랑이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그 모습이 꼭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 같다.
“나는 전에 어디 갇혔을 때. 내 손가락을 뜯어먹었지.”
내장도 파먹었던 모양이지만, 내장의 맛은 기억나지 않는다.
만찬을 앞에 두고, 훈훈한 대화가 이어진다. 만찬은 인육으로 만들어졌고, 대화는 한니발 렉터가 듣고 줄행랑칠 내용이다.
누가 누굴 죽였니. 어떻게 죽였니. 느낌은 어땠니.
겁먹은 피오라는 의자에 앉아 혼자 오들오들 떨고 있다. 피오라의 하체를 타고 내려온 애액이 바닥에 고여 있다.
이 상황 자체에 공포를 느꼈는데, 그 공포가 쾌락을 주고 있다. 우리 피오라 참 귀엽다.
나도 라팔이도, 상당한 대식가이므로 음식이 금방 동났다. 이걸 기어이 다 먹었군. 인간에서 한 발짝 더 멀어져 버렸다. 원래부터 내 몸은 이미 인간하고는 거리가 멀었지만.
라팔이도 인간이 아니라 인형이구나.
일행 중에 ‘인간’은 사랑이랑 유상민밖에 없다. 괴물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파티다. 만약 우리가 누군가에게 죽는다면, 부검 결과에 따라 우릴 죽인 사람은 무죄 판결이 나올지도 모른다. 괴물을 죽였으니 살인죄는 아니라면서.
식사를 마친 나는 일어나 주방을 향한다.
“손님, 식사는 즐거우셨...... 잠깐, 손님?”
내가 주방에 있는 문으로 다가가자 주방장이 사색이 된다. 주방장이 날 말리는 것 보다. 내가 그 문을 여는 것이 빨랐다.
“사람의 피 냄새는 생각보다 구분하기 쉽거든.”
인육이라는 걸 몰랐다면, 그냥 동물의 냄새라고 생각했을 건데, 인육이란 걸 아니 자연스럽게 피 냄새도 맡아졌다. 질리게 맡아왔던 냄새다. 단서만 주면 향신료 냄새와 섞여 있어도 구분할 수 있다.
문 안쪽에는 사람이 갈고리에 매달려 있다. 도축장에서 보던 풍경이다. 돼지 대신 사람이 매달려 있는 도축장. 인간 도살장.
“어이, 주방장. 내가 사람이 먹을 요리를 내오라고 했지. 사람을 먹을 수 있게 내오라고 했냐?”
주방장이 중식도를 들고 날 공격한다. 사랑이 보다는 강하려나. 내 기준에서 보면 그냥 날파리다.
가뿐히 제압하고, 다시 묻는다.
“응? 어이 돼지. 무슨 깡으로 이런 요리를 내놨어.”
“마, 맛있게 먹은 주제에!”
“요리가 맛있으니까, 먹기는 먹었지.”
버리면 아깝잖아?
“미, 미친놈!”
“재료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런 요리를 내온 너는 정상이고?”
신선한 야채가 있는데 고기를 못 구할까. 아니면 고기를 안 쓰고 요리를 만들어도 된다. 난 피망도 가리지 않고 먹는다.
인육 요리를 내온 건, 그냥 이 돼지의 악의다.
“이봐, 이씨! 싱싱한 것들이 들어왔다며. 마무리는 끝났나?”
가게 입구에서 그런 소리가 들린다. 오호라. 그림이 그려진다.
“싱싱한 것들이 들어와?”
돼지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요리하다 말고 잠깐 어디 나가더니. 싱싱한 식재료가 들어왔다고 알리로 갔었구나. 난 또 바깥에서 할 작업이 있는 줄 알았지.
인육이 좋다고? 오늘 역지사지를 느끼게 해줄게.
“야, 돼지. 아직 식재료 남았지?”
마력으로 돼지를 압박한다. 절대적인 격차를 보여준다. 돼지는 반항할 의지도 잃는다.
“식재료, 있냐고.”
“네, 있습니다.......”
돼지를 풀어준다. 의아해하는 돼지에게 내가 말한다.
“요리 준비해. 만찬이다.”
홀로 나오니 예상대로의 광경이 보인다. 남녀가 섞인 무리가 내 좆집들을 노려보고 있다. 반면 내 좆집들은 조용하다. 배부른 맹수는 하룻강아지가 노려본다고 반응하지 않는다.
“이미 들었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처리하죠.”
맹수가 가만히 있으면 하룻강아지는 그걸 쫄았다고 해석하고 삽질을 시작하지. 그리고 맹수가 몸을 일으키면 끽하고 죽는다. 그런데 오늘은 하룻강아지를 죽이면 안 되는 날이다.
소중한 식재를 막 다루면 신선도가 떨어진다.
“피오라, 제압만 해.”
피오라는 여태 내 명령을 듣지 않은 적이 없다. 과연 이런 명령도 들을까 명령해보니. 확실히 듣는다.
“네, 주인님.”
아래가 흥건한 의자에서 일어난 피오라가 마법을 사용한다.
피오라의 마법에도 대처하지 못하고, 날파리들이 쓰러진다. 전부 돼지 주방장보다 약하다. 식재료 확보.
연금술로 십자가를 만든 다음, 손수 날파리들을 고정한다. 겨드랑이와 고간을 십자가와 묶었다. 주방에서 하나 훔쳐온 중식도를 손에 들고, 일대에 울리도록 확성 마법으로 말한다.
-아아. 오늘은 축제가 있으니 배고픈 사람은 이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와라. 다시 한번 말한다. 오늘은 축제가 있으니 배고픈 사람은 이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와라. 단, 오늘의 메인 재료는 인육이다. 다시 한번 말한다. 오늘의 음식 재료는 인육이다.
중식도가 기절한 날파리의 팔을 자른다. 칼날 달린 둔기에 가까운 중식도는 한 방에 팔을 날파리의 팔을 잘라버렸다. 손맛 죽이는데? 명검이 샥하고 잘리는 깔끔한 맛이라면, 이건 투박하지만 팍하는 둔중한 맛이 있다.
“끄아아아악!”
기절한 날파리가 고통에 소리치며 깨어난다. 나는 마지막으로 덧붙인다.
-오늘은 만찬이다. 음식을 먹고 싶으면 이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와라. 주재료는 인육이다.
조용하던 거리가 부산스러워진다. 사회적 약자는 어디나 있다. 내일 식사도 걱정해야 하는 인간으로서의 무언가만 포기하면 풍족한 식사가 주어진다.
내 경험에 의하면, 이럴 때 사람들은 대부분 그 무언가를 포기하더라.
한산하던 거리에 사람이 하나둘 모인다. 모두 꾀죄죄한 패배자의 몰골을 하고 있다. 그들은 불안하게 주변을 살피며, 그러나 희망을 담아 이쪽으로 다가온다.
축제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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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