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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장은 죽었다. 목에 구멍이 뚫려서 얼마나 단검에 힘을 줬으면 단검은 목을 뚫고 들어가 바닥에 꽂혀 있다. 저래 보여도 비싼 거다. 단검을 뽑아 챙긴 나는 중장에게 네크로맨시를 건다.
검은 마력이 중장의 몸에 간섭하고 그걸 바탕으로 뇌를....... 장악하기 전에 중장의 시체가 녹아버렸다.
“쫄따구, 설명.”
“고위 간부들의 몸에는, 적에게 정보를 발설하지 않기 위한 조치가 취해져 있다고 들었습니다.”
뭐, 이해하자. 높으신 분들이니까. 그래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아공간에서 황금 태엽를 꺼낸다.
시간을 감는 태엽, 사이코메트리 아티펙트. 단지 과거를 보여줄 뿐이지만, 장난삼아 몇 번 사용해보니 재미있는 사용법을 발견했다.
사이코메트리는 과거의 풍경을 일괄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내 기억력은 그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다.
이 장소에서 오간 대화와 이 주변에서 열람되었던 모든 자료를 얻을 수 있다. 정보와 관련된 직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이 부러워할 능력이다.
사용에 따라 내 무한의 마력보다 이쪽이 더 사기다.
금빛 태엽을 허공에 꽂고, 돌린다. 풍경이 일그러지며 환영이 펼쳐진다. 이 방뿐만 아니라, 저택 전체의 풍경이 머릿속에 들어온다.
저택 안에서 움직이는 숨 쉬는 사람, 움직이는 개미. 모든 것이 보인다.
시간이 되감기고, 대화가 오간다.
-만약, 그들이 셋이 아니라면. 셋이 아닌 하나라면 어쩔 텐가?
-군에 사표를 내고 도망가겠습니다. 아주 멀리.
최근의 대화부터.
-300만 장병도 실패했을 경우. 예상되는 적의 반격과 그에 대한 방비 계획.
-1급 기밀에 속하는 대 연금술사 전술을 지급히 요청.
중장의 손을 오간 서류나 중장의 손에서 작성된 서류.
-뇌물 장부.
같은 노골적인 것들도 저택 내부에서 작성했다면 모두 내 눈을 거쳐 머리에 저장된다.
온갖 기밀 서류가 내 머리에 들어온다.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부정부패 자료는 써먹으려면 너무 오래 걸린다. 내가 하는 것은 속도전이다.
시간을 뒤로 감는다. 일 년, 이 년, 삼 년, 사 년........
화려하던 저택이 조금씩 소박해져간다. 이 저택은 아무래도 몇 번이나 증축을 거친 모양이다.
화려한, 그러나 현재에 비하면 많이 비루한 저택에서 두 남자가 대화를 나눈다.
-중앙에서 새로운 노예 제어 아티팩트를 개발했네.
-이미 있는 노예 목걸이로 충분하지 않습니까?
-중앙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야. 솔직히 말해. 지금 사용하는 노예 목걸이는 보안이 걱정이지 않나?
-그것도 그렇습니다. 마법적 소양이 뛰어난 노예라면 스스로 목걸이를 풀고 도주하는 일도 있을 정도이니 원. 그래도 그런 노예는 아주 적지 않습니까?
-만약 그들이 다른 노예를 해방해 폭동을 일으키면 어떻게 되겠나? 중앙은 그런 일을 걱정하는 모양이야. 그래서 새로운 노예 목걸이를 만들었다네. 바로 이걸세.
남자가 손에 쥔 것은, 피오라의 목에 걸려있던 것과 같은 검은 목걸이였다.
-기존의 보안을 몇 단계나 강화한 걸세, 그리고 목걸이의 통제권은 모두 중앙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하지. 북동을 맡고 있던 군벌이 노예병으로 반란을 일으켰던 것을 고려한 모양이야. 일 년의 기한이 주어졌네. 그 안에 모든 노예의 표식을 이걸로 바꾸게.
-알겠습니다, 상장 각하.
-그럼 믿겠네. 중장.
시간이 멈춘다. 환각이 사라지고 내 정신은 현실로 되돌려진다. 허공에서 떨어지는 태엽을 땅에 떨어지기 전에 잡는다. 그리고 씨익 웃는다.
빙고.
대박을 건졌다.
***
상장을 처리하는 것은 어떤 의미로 중장보다 쉬웠다. 저택과 호위와 함께 힘으로 밀어버렸다. 불도저가 지나간 것처럼 상장이 머물던 거대한 저택은 평지로 변했다.
중국에 돌입하고 여기까지 한 시간. 내 예상으로는 중국의 영광도 앞으로 한 시간 정도면 그 빛을 잃을 듯하다.
그런 기대로 중국 중앙을 향해 텔레포트를 사용했는데, 뜻밖의 저항에 부딪혔다.
공간 좌표가 꼬여 있다. 중국 중앙 부근, 중국의 수도라 부를 수 있는 곳을 중심으로 거대한 범위로 텔레포트 방해 마법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건 어디까지나 덤.
전투 준비를 마친 수백만의 군대가 전투 준비를 이미 마친 채 대기하고 있다.
나에 대한 대책이 되어 있을 거라고, 예측은 했는데, 상상 이상의 환영이다. 벌써 저쪽에선 맞이할 사람을 보내고 있다.
들리는 대화를 도청하면 이렇다.
-목표를 발견. 역시 상대의 이동 수단은 공간계열 마법 또는 진명으로 보인다.
-임무 완료, 윈드03 휘하 중대는 귀환하겠다.
그건 안 되지. 가벼운 손짓에 벼락이 떨어지고, 날아가던 마법사들이 추락한다. 끽소리도 못한 즉사다.
텔레포트도 못하니 상공을 날아 이 영공을 돌파하는 수밖에 없다. 혼자서는 쉬운 일이다.
“돌아가 있어라.”
사랑과 피오라, 첩보팀장을 모랄쉰으로 돌려보낸다. 지금이 아니라면 늦는다. 날 확인한 직후부터, 공간 좌표가 꼬인 영역이 늘어나고 있다. 일대를 완전히 뒤덮어 내 도주를 막을 생각이겠지.
강한 적이 그냥 물러가 주면 이득 아닌가? 분명 중국 측에서도 그게 더 이득일 것이다. 그런데 날 죽이겠다는 필사적인 의사가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라팔이를 보내려는데, 라팔이 내 손을 피한다.
“나 할 일 있어.”
“할 일?”
“저 안에 알바르토스 있어. 아마, 중국 정부의 요청.”
“니들은 파견 용병이냐?”
“비슷해. 그냥 인류의 존망을 위해 움직이는 중. 요는 용사 놀이.”
어딘가 비관적으로, 조소하듯이 라팔이 말한다. 그 무표정 아래에 있는 희미한 감정은 나만이 읽을 수 있다. 이건 조금 자랑거리다.
확실히 웃기는 일이다. 한낱 개인이. 그 개인이 뭉친 단체가 뭐라고 한 종족의 존망을 걸고 움직인단 말인가. 누가 살려달라고 했나? 인류의 총의가, 짚단 무의식 비슷한 것이 ‘살고 싶다.’ 라고 말이라도 걸었냐고 묻고 싶다.
짚단 무의식, 잘못 쓴 거 아니다. 인류의 총의가 고작 몇몇 개인에게 맡겨지는 것이라면, 그 몇몇에 의해 생멸이 정해진다면 그건 그냥 서 있는 지푸라기. 짚단이다.
“세계라도 구하시겠다고? 그럼 난 마왕이라도 되나?”
“아냐?”
라팔이 고개를 갸웃한다. 부정을 못 하는 나 자신이 싫다. 내가 하는 일은 용사나 영웅이라고 불리는 놈들이 하는 일과는 완전히 대척점, 극과 극에 있으니 틀린 말도 아니다.
“내가 마왕이라면 넌 뭐냐?”
“사로잡힌 공주.”
양 허리에 손을 올린 라팔이 고개를 치켜든다. 내가 킥 웃는다.
“공주 좋아하시네. 니가 공주면 공주를 칭하는 세계 모든 인간은 정신병자일 거다.”
“마음을 사로잡혔어.”
한없이 진지한 얼굴로, 라팔이 그리 말한다. 중국군에서는 전투기와 마법사가 날아오고, 수십 발을 미사일이 이쪽을 향하고 있다. 10초 이내로 착탄 예정이다.
캬, 전장의 로맨스라. 내가 이런 짓을 하는 날이 올 줄이야. 적을 상대하기 이전에 오글거려 뒤지겠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철저하게 어울려주자.
나는 허리를 숙이고, 라팔이 예상했다는 듯이 내 멱살을 잡는다. 우리는 진하게 키스를 나눈다.
착탄까지 앞으로 5, 4.
“최속으로 돌파한다. 뒤쳐지면 버릴 거다.”
3, 2,
“남이사.”
라팔이 웃는다. 언제나 그 인형 같은 얼굴을 차지하고 있던 무표정이 사라지고, 환한 웃음이 빛을 낸다. 그 미소와 함께.
1.
적의 공격이 착탄 한다.
미사일의 연기를 방패 삼아 나는 전백귀후십귀를 뽑아 들고 달린다. 목표는 저 수도, 자금성 어딘가에 있을 노예 목걸이를 통괄하는 아티팩트.
상대는...... 천 명 내외일까?
저 수백만은 단순한 미끼고, 진짜는 저들 사이에 숨어 있을 실력자들이다. 그놈들이 저 안에 숨어서 기회를 보고 있겠지. 나에게 한 방 먹일 기회를.
그러니까 그 틈도 주지 않는다. 달려서 직선으로 뚫어낸다. 그편이 뒤에서 라팔이 따라오기도 편할 것이다.
달리며 아공간에서 핵탄두를 꺼낸다. 이상적인 형태의 폭력에게 오늘도 경외를 바치며 탄두를 전방으로 투척.
“보고서에 나와 있던 그 폭탄이다! 대응해라!”
폭발하기 직전에, 핵탄두가 깔끔하게 사라진다. 칫, 이래서 비장의 수를 자주 쓰면 안 된다. 상대가 바보가 아니라면 대응책을 마련해 버린다.
그래도 괜찮다. 핵을 쓰지 않더라도, 핵과 비슷한 위력을 가지는 기술은 얼마든지 있다. 마력을 집중한다. 동시에 마력이 소멸한다.
마력 무효화 계열! 빌어먹을. 이거 희귀한 거라며. 가는 곳마다 있냐.
그것 말고도 내 마력을 직접 빼앗아가는 놈들도 있다. 이름 붙이자면 마력 강탈 계열이라고 해야겠지.
무효화할 테면 해봐라, 뺏을 테면 뺏어라. 퍼가겠다면 얼마든지 퍼주마. 내 마력은 무한하다.
마력 소모를 무시하고, 대마법을 발동한다. 내 몸에는 번개가 휘감긴다. 번개를 몸에 감은 나는 빛살처럼 달린다.
하늘에는 몇 개인가의 운석이 떨어지고 있다.
적진까지는 멀다. 멀지만 내 속도라면 1초도 걸리지 않는다. 미사일과 총탄이 쉴 새 없이 난다. 대부분 내 옆을 스쳐 지나가고, 몇 개가 내 몸에 맞지만 그 정도로는 기별도 안 간다.
“제압반! 제압반을 뭘 하고 있나!”
“이미 뺏고 있습니다! 뺏어도 끝이 없습니다!”
“저런 괴물!”
그런 소리가 순식간에 귓가를 지나쳐간다.
일선 돌파는 쉽겠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눈을 빼앗겼다. 시야가 검게 물들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눈을 직접 공격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신경과 시각을 담당하는 뇌의 부위도 마비되고, 실시간으로 괴사한다. 그걸 탐지하고 마력으로 치료, 진명으로 추정되는 힘을 마력으로 걷어낸다.
불과 영 점 몇 초 사이에 이루어진 일이다. 눈을 뜨자 발등이 보인다. 안면을 정확히 노려오는 날카로운 발차기. 반전백귀후십귀로 다리를 자르고 목을 잘랐다.
놈은 죽고 나서도 경련한다. 내 몸을 두른 번개. 이번 폼이 아니다. 내 방어 능력은 물론, 인지 속도와 반사신경, 그리고 감각을 비약적으로 상승시켜준다.
적과 조우한다. 칼날이 닿을 거리까지 가까워진다. 나는 몸에 번개를 두른 상태로, 직선으로 달린다. 내 몸에 부딪힌 병사는 살덩어리가 되어 뒤쪽으로 흩어진다.
앞을 가로막는 것들도 즉시 분쇄된다. 무인으로 보이는 놈들이 간혹 공격해온다.
막 손이 수십 개로 늘어나고, 검 그림자가 살아 움직이거나, 손바닥에서 불을 뿜는 놈들도 있다. 그런 놈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전백귀후십귀의 먹이가 됐다.
내 속도를 따라잡아 공격해오는 점은 칭찬해줄 만하나, 내 공격을 막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죄다 쭉정이뿐이다. 마법도, 아까부터 수천 개의 마법이 나에게 간섭하려 하지만, 내 마력장도 뚫지 못한다. 마법의 폭격도 마찬가지.
조준도 제대로 되지 않은 폭렬 마법이 같은 편 병사들을 날려버리는 광경이 계속해서 연출된다.
귀찮은 건 진명들이다. 오감에 간섭하고 내 생각을 오염시킨다. 마력으로 걷어내더라도 그때마다 뇌 일부가 부쉈다가 재생되므로, 이건 고통스럽고, 귀찮다. 짜증이 쌓인다.
심지어 시공간에 간섭하는 진명도 있다. 내 발이 공간과 함께 동결되거나. 내 주변만 시간이 느리게 흐르기도 한다. 모두 마력으로 떨쳐낸다. 숫자가 많아 귀찮을 뿐이다. 오크의 신과 싸울 때에 비하면 얘들 장난이다.
다만, 인간이 진명으로 이런 일도 가능하다는 것이 조금 놀랍다.
잠깐 정신을 뒤편으로 돌린다. 라팔이는 잘 따라오고 있다. 수십 개나 되는 인형이 라팔을 둘러싸고 다가오는 모든 것을 분쇄한다.
힘들어하는 기색은 없다.
멈추지 않고 군대를 관통한다. 그리고 자금성의 성벽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세 명의 반신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어째 여기까지 너무 쉽더라니. 재수 옴 붙었다.
============================ 작품 후기 ============================
??? : 야 적 마법사라며! 칼질 잘 하잖아! 이 보고서 올린 놈 누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