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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소환된 남자-82화 (8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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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검신은 자신의 상태를 어떻게든 해보려는 것 같지만, 이미 늦었다. 일반인은 가까이만 가도 쓰러지는 검을 한 시간 이상 들고 휘둘렀다.

신이었던 여신과 오크도 육체에 구애받는다. 반신이라고 다를까.

검신이 기침하고, 기침마다 피가 섞인다.

“무, 무슨 짓을!”

땅에 떨어진 검신이 날 올려다본다. 반신이라고 으스대던 놈이 피를 토하며 내 발아래 있다. 흠, 조금 기분이 좋다.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전백귀후십귀, 저 미친 검이 전부 했다. 가끔 나한테도 반항하는 놈이 다른 놈을 주인으로 잘도 받아들이겠다. 저놈을 일반적인 마검과 비교한 시점에서 검신의 최후는 정해졌다.

온몸이 방사능에 절여져서 죽는 것으로.

“전부 내 검이 한 짓이지.”

어리석은 검신을 비웃는다. 검신은 무언가 깨달은 얼굴로, 급히 붉은 날을 가진 검에서 손을 놓는다.

심지어 저 할배는 검신이라는 거창한 이름까지 가지고 있으면서, 전백귀후십귀의 성능에 취해 전투 중 자기 몸을 살피는 것도 소홀히 했다. 이른바 광검의 광기에 취한 것이다.

검에 휘둘린 끝에 죽는 검신. 검신이라는 이름이 아깝다. 그냥 검졸로 별명을 바꿔라.

와락 일그러진 얼굴로 검신이 날 노려본다.

“병신. 지가 다루지 못해놓고, 나한테 화내냐? 욕심냈잖아. 욕심내서 줬잖아.”

줘도 못 써놓고 왜 나한테 성질이야. 노망났나.

“뭘 꼬라봐?”

땅을 뒹굴던 검 하나가 홀연히 떠오른다. 누가 말릴 새도 없이, 검이 검신의 뒷목을 찌른다. 척추를 꿰뚫고 항문 쪽으로 빠져나온 검이 땅에 박힌다. 검신의 몸도 땅에 박힌다.

필히 즉사할 치명상. 그러나 반신인 검신은 아직 살아있다.

“니가 버렸던 검에 넌 죽는 거야. 지 검에 죽는 놈이 검신? 지랄 났네.”

전백귀후십귀의 광기에 휘말리는 놈이 검신이라는 거창한 이름도 달고, 웃기는 노릇이다. 아마 대한 길드의 꼬맹이랑 싸웠어도 이것보다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놈은 침착하게 상대를 보고 조일 줄 안다. 마치 독사 같다고 해야 할까.

나는 죽어가는 노인을 마음껏 조롱한다.

상대가 준 무기를 사용하는 것도 병신이고, 그 검에 먹혀 죽다니 병신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병신이다. 병신을 뛰어넘는 병신. 상병신이다.

검신 대신 병신. 3중으로 라임이 딱딱 들어맞는다.

“응. 응? 병신아. 느낌이 어때?”

검신의 앞에서 깝죽거린다. 옆에서 검신을 돕기 위해 지원이 들어오지만, 내 베리어 하나 뚫지 못한다. 나를 앞에 두고 아직 도망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칭찬해주고 싶다.

노예병들은 도망가고 싶어도 도망 못 가는 눈치지만.

“무당이, 살아남은 자들이 이 일을 기억할 것이다.”

“그 무당도, 살아남은 놈들도. 난 살려줄 생각이 없어. 처음의 폭발 봤지? 그게 무당파에 무더기로 떨어질 거야. 그러면 몇 놈이나 살아남을까? 즐겁지 않아?”

난 정말, 순수하게 즐겁다. 핵탄두가 펑펑 터지는, 시원한 열풍이 불고 버섯구름이 짙게 피어오르는 광경은 질리지 않는다.

저항을 허락하지 않는 절대성. 이상적인 폭력은 그런 것이라고 나를 일깨워준다.

“검신, 검에 배신당한 검신. 자기 검에 죽는 기분은 어때?”

원래 나는 적과 대화하는 부류가 아닌데, 오늘은 이상하게 그러고 싶다. 반신이라는 영감의 멍청함에 드물게도 내 언어 중추가 반응하나 보다.

“어찌. 너 같은 악마가 세상에 나왔을꼬.......”

이 영감이 진짜 노망이라도 났는지 고리타분한 소리를 한다. 본업이 도사이니 이제 본업으로 돌아왔다고 표현해도 되나.

그런데 이 사이비 도사는 마지막까지 틀렸다.

“아니지. 아니야. 내가 세상에 나온 게 아니라. 세상이 날 부른 거야. 도사들은 점도 본다며, 영감이 내 점도 한 번 쳐 봐.”

“무슨.......”

검신의 숨이 꺼져간다. 반신도 척추가 박살 나면 죽나. 좋은 자료다. 생물을 초월했다지만, 육신에 묶여 있는 건 신과 똑같군.

이 동네에서 신이라고 불리는 것들은 어딘가 어설퍼. 그리스로마신화 보는 느낌이다. 거기 신들 대빵은 자기가 싸지른 씨앗도 관리 못 하는 희대의 강간마잖아.

“두 번 소환된 남자는 세 번째 세계에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검신이 눈을 크게 뜬다. 그러나 대답은 없다. 눈을 크게 뜨고 그대로 죽는다. 흠. 두 번 소환된 남자라는 단어에 반응했다.

나는 그냥 내 정체성을 나타내는 말로 쓴 건데, 다른 의미가 있는 건가.

장난 좀 치려다 미스테리 하나를 얻었다.

“자, 그럼.......”

가장 어려운 놈을 처리하고 약간 방심한 순간이었다. 이미 내 시야를 빛이 가득 채운다.

광선 계열 공격이군. 회피하자.

텔레포트? 주변 마력이 동결된 데다 공간좌표가 꼬였다. 동결을 풀고 좌표를 재계산하려면 늦는다.

마력장을 펼치고 수십 겹의 베리어를 겹쳐 배치한다. 그러나 빛에 닿는 순간 마력장이 녹아 사라진다. 한 번 봤던 현상이다. 전조도 없이 마력을 지우는 기술. 마력 무효화 계열 진명.

씌벌, 그걸 이런 식으로도 쓸 수 있냐. 이거 완전 사기다. 방어관통급의 사기야.

텔레포트 불가. 몸으로 회피해도 늦고, 마력장은 뚫렸다. 마력 무효화라도 한계는 있다. 마력을 닥치는대로 끌어서 막는다. 마력 무효화 한계를 넘기는 것에 성공했다. 일차 방어 성공. 나머지는 내 재생력에 맡기자.

빛이 눈으로 들어온다.

***

대 반신용 전술병기가 목표를 꿰뚫었다. 환한 빛의 기둥이 지평선을 관통하고, 땅에는 절제된 파괴의 흔적만이 남는다.

“해치웠나?”

그렇게 중얼거린 유마환 참모처장은 급히 자신의 입을 막았다. 합리적인 군인이라 자부하는 그이지만, 아니, 군인이기에 미신을 믿는 면도 있었다. 광기로 첨철된 전장에서 미신에라도 기대어 자아를 지탱하는 건 드문 일이 아니었다.

방금 자신이 한 대사는 전장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대사 1순위였다. 그 말을 들은 적은 반드시 살아 있다는, 그래서 부활주문이라고까지 불리는 대사.

유마환 참모처장은 고개를 저었다. 살았을 리가 없다.

그는 자신의 옆을 보았다. 열 개 가까이 되는 냉장고처럼 생긴 직사각형의 흰 상자. 그리고 그 상자와 연결된 기계장치, 기계장치는 또 반지름 150cm의 포대와 연결되어 있다.

대 반신용 전술 병기. 그것이 이 병기의 이름이다. 저 냉장고를 닮은 상자 안에는 희귀한 진명을 가진 ‘인간’이 들어있다.

마력 무효화, 공간 계열 능력, 절대명중, 입자가속 등등. 그들의 진명이 가진 힘을 모아 마력과 함께 조준, 쏘아내는 것이 바로 대 반신 병기의 정체다.

마력 무효화로 방어를 무효로 돌리고, 공간 왜곡으로 탈출을 막는다. 절대명중은 자동 추적 기능을. 입자가속은 절대적인 파괴력을.

그 위력은 이론상 반신도 버티지 못한다.

그리고 실제로 대 반신용 병기에 명중한 대상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겼나?”

“물리쳤다!”

성급한 병사들이 승리를 연호한다.

이걸로 겨우 목숨은 건졌다. 대 반신용 전술 병기의 실증도 마쳤으니. 오히려 실적이 올라갈지도 모른다. 그런 즐거운 상상을 하며, 유마환 참모처장은 손을 들고, 정식으로 승전을 선포하려고 했....... 는데, 허공에 무언가 나타났다.

절대적인 파괴의 증표가 지나간 자리에, 푸른 심장과 군데군데 떨어진 내장이 보이는, 살덩어리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나타났다.

기묘하게도 그 살덩어리는 인간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구멍투성이의, 인간이라고 부르기도 뭣한 인간의 형태를.

눈 깜짝할 사이에 구멍 사이로 혈관이 자라고 신경이 생겨나고 살이 자라난다. 으스러져가던 해골에 새살이 돋듯 새 뼈가 올라오고 그 위로 근육이 입혀진다.

하얀 이빨을 가진, 입술도 없고, 거죽도 없이 근육만 있는 입이 달싹인다.

“방금 그 한 방은 짜릿했어. 신의 일격이라도 칭해도 좋아. 내가 보증할게.”

유마환 참모처장은 자신의 실수를 자책하며 절망했다. 아, 역시 그 말은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어. 그 단어를 꺼낸 게 잘못이야.

전장의 금기를 깬 자신에 대한 혐오가 밀려왔다.

***

“방금 그 한 방은 짜릿했어. 신의 일격이라도 칭해도 좋아. 내가 보증할게.”

정말로 짜릿했다. 마력 무효화 한계를 넘기며 일차 방어 성공. 그 후 몸으로 막으며 심장에서 뿜어지는 마력으로 전신을 방어했다. 그랬는데 머리를 비롯한 전신의 상실로 이어졌다.

오크의 신이 날렸던 굵직한 공격에 필적하는 위력이다.

신과 동급의 공격을 재현해낸 인간이 대단한 걸까, 아니면 인간에게 따라잡힐 정도로 여기 신들이 한심한 걸까.

이때까지 봤던 신들의 작태를 생각하면 후자에 무게가 간다. 그런 무능에도 신들이 신으로 군림하는 건 이 세계의 시스템 때문일까?

오크의 신이 말한, 순수한 영혼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영혼이라는 물건에 대해 떡밥이 자꾸 던져진다.

고민은 나중. 일단은 앞에 있는 저것을 정리하는 것이 먼저다.

대 반신용 전술 병기를 날려버리는 건 간단했다. 낙뢰 한 방에 깔끔하게 기계가 폭발하고, 냉장고 비슷한 것들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명백한 생물의 피다. 생물을 동력으로 쓰는 병기.

비인도적, 비인간의 극치를 달리는 기술이다. 저런 걸 전술 병기라고 내놓을 정도로 중국 정부는 맛이 가 있는 모양이다.

이 세계에서 도덕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려나.

손을 뻗자, 전백귀후십귀가 내 손으로 들어온다. 바람을 타고 퍼지는 진한 방사능. 검신도 죽인 방사능이지만, 나에게는 아무렇지도 않다.

“후퇴! 후퇴하라!”

라고 외치는 훈장 주렁주렁 매단 군인을 죽이고, 도망치는 것들도 따라가 정리한다.

전장 정리 끝. 해냈다. 해내고 말았다. 반신과 대 반신용 병기가 포함된 300만 군대를 혼자서 이겨버렸다. 본격적으로 인간을 벗어나 버렸다.

전장은 의외로 깨끗하다. 처음 한 방으로 대부분을 가루로 만들어 버렸으니 당연한가. 핵폭탄 때문에 일대는 전부 황무지가 되어 있다. 황무지 사이 보이는 핏물들의 자태가 곱다.

적색, 녹색. 핏물들은 색도 모두 다르다. 인간과 수인을 빨강. 고블린, 오크 같은 놈들은 녹색. 색칠 놀이 같다.

“자, 이제 재미 볼 차례인가?”

내가 다가간 쪽에는 여자의 상반신에 뱀의 하반신을 가진 인간이 누워있다. 이런 걸 라미아라고 하지?

벗겨보니 상체와 하체가 이어지는 지점에 달릴 건 달려 있다. 일단, 인간하고 비슷하다. 좋아, 당장 해볼까.

바지를 까고, 라미아의 가슴을 주무른다. 옷은 전부 날아가고 천 쪼가리만 걸치고 있다. 커다란 가슴은 옆으로 누워 있는데도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손으로 누르니 밀어내는 탄력이 느껴진다. 명품이다.

라미아의 상체를 세워 내 품에 안고 양손으로 가슴을 마음껏 주무른다. 잘 보면 얼굴도 미인이다. 속눈썹이 길고, 이목구비가 뚜렷하다. 살짝 쳐진 눈매, 왼쪽 눈 아래 있는 눈물점이 포인트. 이렇게 보면 청초한 미녀다.

눈을 뜨면 어떤 인상으로 변할지 기대된다.

성욕, 식욕, 수면욕, 파괴욕. 인간의 4대 욕구잖아?

욕구를 충족시키는 건 중요하다. 나는 욕구를 위해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욕구에 충실한 인생 만세.

라팔이 하늘에서 내려와 나에게 들러붙는다. 내 등에 대롱대롱 매달린다.

“더럽다.”

라팔이 마법으로 내 몸을 씻어낸다. 그리고 다시 들러붙는다.

“이럼 되지?”

반박할 수 없다. 라팔이 내 목에 팔을 두르고, 내 뺨에 자기 뺨을 문지른다. 고양이 같다. 귀여워 죽겠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이 맛에 키우는 건가.

라팔이가 고양이면 사랑이는 충직한, 조금 변태적인 개가 되겠군. 포유류가 두 마리니 파충류 하나 애완동물로 들여도 괜찮을 때다.

음, 이거 상체는 사람인데 파충류로 분류해도 되나? 되겠지?

============================ 작품 후기 ============================

으음... 라미아는 분류를 뭐로 해야 할까요. 라미아목, 라미아과? 아니면 그냥 파충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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