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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천 대 일의 대치 상황. 각 잡힌 군복에 여러 훈장까지 달고 있는 중년 남자가 나에게 묻는다. 강철도 씹어 먹을 인상이다.
“마법사들은 어디 있지?”
“방금 봤잖아, 마법. 니들 방어막을 한 번에 날려버린 거 못 봤어?”
중국군의 교범에 따르면, 대 마법사용 전략은 기습적인 대마법도 막을 수 있도록 항상 군영 전체에 강력한 방어 마법을 펼칠 수 있도록 준비해둔다. 내가 함정으로 날려버린 건 그 강력한 방어 마법이다.
“중국군의 교전 교범을 알고 있나?”
중년 남자의 눈썹이 꿈틀 움직인다. 굳건한 얼굴에 동요가 이는 모습을 보니 내 기분이 흡족하다.
자랑하던 방어막이 한 번에 날아갔다. 미리 알고 준비했나? 그런 의심도 당연하다. 그리고 정답이다.
질문에 답해줄 이유는 없으므로, 냅다 달려 중년 남자를 향해 전백귀후십귀를 휘두른다. 마력도 실리지 않은 단순한 검. 남자도 그냥 팔목 방어구를 가져다 대는 것으로 방어한다.
미안. 이건 그런 걸로 막을 수 있는 허접한 무기가 아니야.
촤악. 중년 남자의 팔이 잘린다. 당황한 남자가 물러날 틈도 없이 머리까지 땄다.
마력을 쓰지 않고도 어지간한 물건은 전부 베어내고, 마력을 쓰면 조금 과장해 만물을 베어낸다. 이게 진화한 전백귀후십귀의 성능이다.
남자의 목을 따고 드러난 빈틈을 노리고 수십이 달려든다. 그것 하나하나를 모두 마법이 격추한다.
그리고 내 주변에 수백 개의 불빛이 떠오른다. 반짝거리는 불빛은 모두 강력한 마법이다.
물러서며 당황하는 사람들.
그들을 향해 나는 그들에게 좋은 정보를 알려준다.
“세 명의 반신을 상정하고, 세 개의 전략을 짰지?”
전략이 노출됐음에 당황하는 사람들이 있다. 놀라긴 이르다. 다음 내 입에서 나올 말이 진짜다.
“미안, 그거 전부 나야. 반신은 셋이 아니라 하나. 그거 전부 내가 한 일이야.”
연금술로 만든 창칼이 땅에서 솟아나고, 하늘에 먹구름이 끼고 번개가 친다. 땅에서는 죽음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미지의 세력도 없고, 세 명의 반신도 없다. 적은 딱 하나. 나 한 명. 어때. 심플하고 좋지?”
그러니까 그렇게 절망적인 표정 짓지 마.
***
양차위 중장이 이끄는 남방군 파벌은 이번 한 번에 사활을 걸었다. 뮤텐을 완전히 점령하고, 최소한 세 명의 반신 중 둘을 잡아낸다. 그렇게만 하면 300만의 군대를 잃은 것을 만회하고도 실적이 남는다.
반대로 실패하면 모두 죽음. 양차위 중장은 기본. 그 일파가 전부 숙청당할지도 모른다. 중국군은 인재에게는 너그럽지만, 실패자에게는 가혹하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 중앙군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최정예 노예병까지 끌고 왔다.
‘그런데 이게 뭐야?’
유마환 참모처장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믿을 수 없었다.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에서 직접 지시를 내리기 위해, 그리고 전장에서 직접 싸우기 위해 그도 이번 진군에 자원했다.
참모처장이라는 자리는 중장의 바로 아래. 무조건 숙청 대상이다.
실패해서 숙청당하나, 전장에서 죽으나 똑같다는 심정으로 현장에 왔다.
전생을 포함해, 그도 몇 번이나 전쟁을 치른 경험이 있다. 죽는 것도 전장에서 죽었다.
전생에 전장에서 죽고도 또 군인이 되었으니 그야말로 군인의 표본이라고 해도 될 정도. 그러나 그런 그도 이런 전장은 본적이 없다.
기존의 전쟁 교본, 또는 전술 지침이 모두 쓸모가 없다. 라스푸틴? 영국의 대마법사? 모두 개 좆이다.
저걸 보라. 홀로 자연을 다루며, 수만의 언데드를 일으키고,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창칼을 연성하는 저 모습을.
저 모든 것이 단 한 사람이 일으키는 마법이다. 마법이라는 말로도 모자라다. 이건...... 기적이다.
‘미쳤어. 완전히 미쳤어.’
최악의 상상, 떠올리기도 싫었던 최악의 상상이 현실이었다. 그 현실이 300만 군대를 가지고 놀고 있다.
교전 교범? 그딴 거 쓰레기통에나 버리라지. 그런 교범은 모두 한 분야에 뛰어난 인간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저런 괴물, 반신이라는 말도 모자란 괴물을 상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절망 속에서도 유마환 참모처장은 움직였다. 상황은 절망적이지만, 그는 뼛속까지 군인이었으며, 여기서 도망쳐봤자 중앙군의 처형부대가 자신을 쫓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할 수 있는 건 전부 한다.’
저 괴물을 죽일 수 있으면 최고고. 아니면 그냥 여기서 뼈를 묻자.
다행히 대 반신용 전술 병기는 무사하다. 아군의 반신, 검신도 건재하다.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유마환 참모처장의 머리에서 흘러갔다.
***
적당히 쫄따구를 상대하고 있으니, 거물이 뜨셨다. 거침없는 마력의 방출. 이것은 하나의 폭풍이다.
마력의 근원은 품이 넓은 흰색 옷, 도사복이라 하나? 아무튼 그런 옷을 입은 노인이다.
“반신이 상대라 해서 와봤는데, 이거 뜻밖의 소득을 얻겠어.”
허허허. 웃는 할배. 그 눈은 전백귀후십귀를 향하고 있다. 나이랑 같이 욕심도 처먹었나. 왜 남의 물건에 욕심이야.
재수 없으니 먼저 처리하고 싶은데, 틈이 없다. 서류에 있던, 검신이라는 인간이 저 할배인가? 일단 기운만보면 확실히 강하다.
마현은 워낙 잘 숨겨 다 읽을 수는 없었다. 반신의 기운을 마주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못 죽일 건 없지만, 가볍게 죽이긴 조금 힘들겠다.
“쯧. 젊은 놈이 예의가 없어.”
검신이 움직인다. 빠르게 내 뒤로 돌아오는 것을 텔레포트로 회피. 직후 검신이 검을 휘두르는 것을 보았다.
간단히 설명해, 땅이 갈라졌다. 땅이 깔끔하게 잘렸다. 상처가 수십 킬로미터는 되겠다.
대단하긴 하지만, 내가 놀랄 정도는 아니다. 내가 오크의 신과 벌였던 전투. 그게 지상에서 벌어졌으면 중간계 지도가 열 번은 바뀌었다.
저건 조금 강한 ‘평타’ 정도에 불과하다. 다른 공격이 평타에도 못 미친다는 것을 고려하면, 평타는 나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확실이 남들과 차별된다.
“잽싸기도 잽싸.”
검신이 다시 내 뒤로 돌아온다. 이번 건 움직임을 놓쳤다. 공간 계열 기술인가? 전백귀후십귀를 들어 방어한다.
끼긱. 검신의 검과 전백귀후십귀가 충돌하며 충격파가 퍼진다. 검신이 탐욕에 물든 눈으로 내 검을 본다.
“좋은 검이로고.”
“좋아 보이지? 그럼 너 가져.”
검신의 검을 뿌리치고, 전백귀후십귀를 버린다. 하늘에서 떨어진 검이 땅에 박힌다.
검신은 물론, 전장의 모두가 눈을 멀뚱히 뜬다. 그 시선을 받으며 나는 혼자 웃는다.
“가지고 싶다며? 그럼 가져.”
자자. 하고 내가 검신에게 검을 권유한다. 검신은 적의까지 버리고, 이게 무슨 일인가. 내 얼굴을 빤히 본다.
의심해라. 아무리 의심해도 나오는 건 없다. 나는 순수한 호의로, 검신에게 전백귀후십귀를 줄 생각이다.
“무슨 뜻인가?”
“검, 가지고 싶잖아? 가져, 줄게.”
검신의 시선이 가늘어진다.
“천하의 검신이 검을 무서워하시나? 마검이면 어때. 그것도 못 다뤄? 아님 말고.”
적당히 성격을 긁는다. 이거면 된다. 아공간에서 지팡이를 꺼내 들고, 마법을 난사한다.
사람이 많아도, 나한테 데미지를 주는 공격은 거의 없다. 내 내장을 터뜨렸던 그 노인 같은 방어무시 공격은 역시 흔하진 않은 모양이다.
그런 게 흔하면 나도 중간계에서 설칠 생각을 접어야지. 내 신체는 허약해서 잘 부서진단 말이다.
검신도 다시 공격에 합세하다. 주로 이 영감이 날 공격하고, 나머지는 보조밖에 못 한다. 그러다가 내가 짜증나서 마법 한 방 날려주면 펑! 바로 폭사한다.
삶이란 이렇게 덧없다. 내 앞에서 저들의 삶은 운명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내 뜻을 따르고 있다. 그러니 내가 곧 저들의 운명이다.
운명의 적수. 이건 너무 듣기 좋다.
운명의 재앙. 이게 딱이다. 난 저들의 재앙된 운명이다.
“쩝.”
저 영감만 어떻게 하면 나머지는 쉬운데 말이야.
-도와줘?
귓가로 라팔의 목소리가 들린다. 방향은 저 위쪽. 전투의 여파가 닿지 않는 위치다. 무릎을 안고 대기권 주변에 둥둥 떠 있는 라팔이 상상 돼서 작게 웃는다. 데려온 기억은 없는데, 혼자 왔나 보다.
-언제 왔냐.
-나만 버리고 갔음. 나빠.
-내가 미안했다. 그런데 도움은 필요 없다.
-응.
그걸로 대화는 끝. 느껴지는 기운도 없다. 라팔이는 마지막까지 구경만 할 생각인가 보다. 그편이 나도 좋다. 조금 오글거리게 표현하자면, 이건 내 싸움이다. 다른 사람에게 줄 마음은 없다.
싸우는 중간중간. 할배의 눈길이 땅으로 내려간다. 내가 버려둔 전백귀후십귀로 향한다.
할배는 검신이라는 거창한 별명을 가지고도 나한테 상처다운 상처도 못 주고 있다. 팔을 반쯤 베어냈던 것이 가장 큰 부상인데, 그 정도는 나한테 부상도 아니다.
끌리겠지. 전백귀후십귀에.
검신이라는 이름치고, 저 할배의 검은 좋은 검이 아니다. 명검의 축에는 분명히 든다. 그러나 전백귀후십귀에 비한다면 녹슨 검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명인은 검에 의지하지 않는다는 것은 전부 개소리다. 좋은 검이 잘 잘리는 건 당연하다. 내 몸은 녹슨 검으로 자르기에 너무 단단하다.
검사라면 전백귀후십귀에 끌릴 수밖에 없다. 저 전무후무한 광검에 눈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더더욱.
저건 광검. 미친 검인 동시에 스스로 광기를 가진, 사람을 미치게 하는 검이다.
“칫!”
검신이 혀를 찬다. 그리고 전백귀후십귀를 향해 달려간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미소 짓는다.
“조금만 시간을 벌어다오!”
검신의 다급한 외침에, 옥쇄의 각오를 한 인간과 노예들이 내 앞을 막는다. 나는 느긋하게 그들을 맞이한다.
저 할배는 저 광검을 뭐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지고의 마검? 아니면 단순히 주인을 가리는 검? 일단 자신이 있으니 나섰겠지.
검신이 전백귀후십귀의 검병에 손을 올린다. 전백귀후십귀는 조용히, 검신을 받아들인다.
너무 자연스러운 과정에 검신이 되레 당황한다. 나는 전투를 치르며 그 광경을 곁눈질로 지켜본다.
검신이 전백귀후십귀를 휘두른다. 단순한 일격. 그것에 공간이 잘린다.
아래에서 위로, 날 향해 그은 공격에 하늘 위의 구름이 두 동각난다. 덤으로 내 팔도 피를 뿜는다.
팔이 잘렸다. 이런. 저 미친 검이 드디어 하극상을 일으켰다. 웅웅 떨며 기뻐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저 미친 검을 확!
성능이 올라도 너무 올랐어. 내 마력장이 그냥 찢겨 나간다.
검신은 검의 위력에 희열을 느끼고 있다. 검을 든 그의 손이 떨린다. 좋겠지. 니가 어디 가서 신의 피를 먹인 검을 써보겠어.
검신의 공세가 강해진다. 간단히 막을 수 있는 공격도, 전백귀후십귀를 통해 휘둘러지니 달라도 너무 다르다.
검의 속도는 같지만, 참격의 속도가 다르고, 그 절삭력이 다르다. 베리어를 간단하게 찢고 들어와 내 몸에 상처를 입힌다.
사지가 잘리기도 몇 번이나 잘렸다.
저 미친 광검은 계속 웅웅 떨며 좋아한다. 인간이었다면 미친 듯이 웃고 있을 것이다. 날 닮아 미쳐도 너무 미쳤다. 하극상을 너무 좋아해. 되찾아오면 한 달 정도 똥통에 박아버리자
“그래, 너도 진짜 검사인 이 몸에게 휘둘러지는 것이 좋은 모양이구나!”
검신도 신나서 떠들며 나를 공격한다. 내 팔다리가 싹둑싹둑 잘려나가자 살아남은 사람들의 사기가 하늘을 찌른다.
쓰러뜨릴 수 있다. 뭐 그런 생각이라도 하고 있겠지.
재생이 가능해도 아픈 건 아프다. 피하면 돼지? 웃기지 마라. 못 피하니 이러고 있다. 텔레포트를 무한으로 쓸 수 있다고 모든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더럽게 아프지만, 워낙 익숙하니 그냥 잘렸구나. 라는 느낌이다. 그래도 고통과 짜증은 쌓이므로. 내 기분은 서서히 나빠진다. 조금만 참자. 그러면 재미있는 걸 볼 수 있다.
전백귀후십귀를 든 검신은 정말 검의 신이었다.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세계가 잘려나가는 착각이 들 정도로, 땅과 하늘이, 공간까지도 잘려나간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쿨럭.”
검신이 피를 토했다. 진한 검은색 피를. 그의 얼굴엔 불신이 가득하다.
“쯧쯧. 줘도 못 써요.”
방사능 면역도 없으면서 방사능 검을 휘둘러대니 그렇게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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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 장비를 면역 없이 쓰면 저렇게 됩니다. 상태이상 면역이 이래서 중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