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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이성을 날려버린 움직임은 짐승의 교미에 가깝다. 인간의 추한 부분을 감추지도 않고 드러낸다. 색욕이 풀풀 날려 코로 살 내음이 파고든다.
내 위에 올라탄 사랑이는 색을 탐하는 동물이다. 나에게 팔다리를 얽고, 내 몸을 핥고, 내 입술을 핥는다. 내가 혀를 내미니 사랑의 혀가 내 혀를 얽고, 감싸고 빨아들인다.
멍들 정도로 엉덩이를 강하게 치니, 돌아오는 것조차도 창부가 부르는 지르는 비명이다.
어디까지나 쾌락을 탐하는, 발정기의 암케.
자, 나는 여자를 암컷으로, 암케로 떨어뜨렸다.
부족장을 향해 눈으로 묻는다. 나는 이런 수컷이다. 너는 어떠냐?
여자를 이렇게 만족시킬 수 있느냐? 여자를 이렇게 떨어뜨릴 수 있느냐? 타락의 향기에 끌어들여 그 향에 중독시킬 수 있느냐? 그걸 넘어서 여자가 스스로 타락의 향기를 뿜어내는 극상의 암컷으로 만들 수 있느냐?
천막을 가득 감싼 이 음탕함은 누가 만든 누구의 음탕함인가. 이 자리의 주인은 누구인가.
부족장은 찡그린 얼굴로 움직이지 않는다. 대신, 그가 강간하던 여인은 홀로 수음은 시작한다.
우리를 보고, 나와 사랑이의 교미를 보고 자신의 음부를 간질이고 비비고 쑤신다. 약에 취해 본능적으로 하는 행동이다. 자기도 자기가 뭘 하는지 모를 거다. 그만큼, 저 거시기만 큰놈이 주는 쾌락이 부족하단 거겠지.
“누구 앞에서 그딴 추잡한 짓을 하는가!”
“여자 하나 만족 못 시키는 찐따의 말이라 잘 안 들리는데에?”
부족장의 얼굴이 푸르게 변한다. 오크는 화나면 얼굴이 녹색으로 변하는구나. 녹색 피부가 더 짙은 녹색이 되었다.
“당장 그 추잡한 짓거리를 그만두지 않으면 거시기를 잘라다가 네놈 후장에 쑤셔주마. 오크의 위대함을 직접 가르쳐 주겠다!”
“여자 하나 만족 못 시키는 수컷 앞에서 차릴 예의는 가지고 있지 않다, 라고 말하고 싶은데, 굿 아이디어! 너 진짜 쩐다!”
나는 잠시 허리를 멈추고 박수 친다. 브라보! 브라보!
“거시기를 잘라서 후장에 쑤셔! 그 아이디어 잘 받았다!”
나도 생각지 못했던 미친 짓이다. 아주 좋은 아이디어야. 실천을 위해서는 남자 새끼 거시기를 직접 만져야 한다는 단점이 존재하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실천할 가치가 있는 위대한 행동이다.
“덜떨어진 수컷아. 네 이름은 역사에 기록 될 거다! 중간계 역사상 전무후무한 미친 짓을 발견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그 미친 짓을 처음 실천한 사람은 바로 내가 될 것이다. 브라보! 나도 이제 역사책에 이름 한 줄 실을 수 있게 되었다.
남자는 야망을 가져야하고, 그 야망은 이름 남기는 것이 많던데, 나도 한 줄 남길 수 있게 되었다. 어디 가서도 남자라고 자랑 할 수 있겠다.
휴우, 다행이야. 중간계에서도 명성 없는 놈이라도 개무시 당하는 일은 피했다.
남자 거시기를 잘라 똥꼬에 박아넣은 최초의 인간, 진휘. 그걸 최초로 제안한 오크, 부족장.
멋들어진 한 줄이다. 이 한 줄로 인류 역사의 반을 표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시기는 성욕과 정복욕을 상징하고 그걸 잘라 똥꼬에 박아 넣었다는 것은 성관계를 의미하는 동시에 욕구가 만족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그 거시기는 자기 거시기고 잘린 거시기이니 욕망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 거시기를 박아도 박은 거시기에서 느껴져야 할 쾌감은 없다.
거시기가 잘린 고통만이 존재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인생은 고통이라는 진리요, 구멍에 거시기를 박았는데도 쾌락이 느껴지지 않는다. 느껴져야 할 쾌락도 느껴지지 않으니 무상하다. 자기 거시기를 잘라 똥꼬에 박을 정도로 쾌락에 집착하게 되면 결국 모든 것을 잃는다는 교훈까지 준다.
거시기와 똥꼬만으로 생로병사를 포함한 삶의 진리를 설명하니 이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행동이며 모든 수도자가 추구해야할 궁극의 고행이다.
여기, 이 순간, 똥꼬와 거시기의 심오함을 탐구하는 종교가 탄생하리니!
신들린 듯이 사고가 나아가고 논리가 착착 정립된다. 이게 바로 깨달음이라는 것인가. 나는 똥꼬와 거시기의 신에게 점지되어 신의 사도가 되려는 걸지도 모른다.
신은 모두 쳐 죽어야할 대상이지만, 똥꼬와 거시기의 신이. 거시기를 잘라 똥꼬에 처박는 행위의 신이 존재한다면 나는 그 신의 사도가 되어도 좋으리!
나는 기꺼이 세상 모든 개새끼의 거시기를 잘라 똥꼬에 처박고, 진리의 복음을 읊어 주리라!
거시기에서 전해지는 고통이 네 집착에서 나온 고통이요, 네 똥꼬에 박힌 거시기에서 쾌락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바로 무상함이라. 네 똥꼬와 거시기는 고통과 무상함 속에 있노라. 그것이 삶이로다.
“죽여주마, 하등 종족이!”
누군가 무한히 뻗어가는 내 상념을 방해한다. 이 기세라면 똥꼬와 거시기의 진리에 닿아 무한한 우주의 비밀을 엿보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었거늘.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오른다. 날 방해한 놈은 누구냐? 저놈이구나. 나에게 진리의 단초를 제공해준 장본인.
내 지나간 사념이 너무도 방대하고 깊어 조금 전의 일이 오래전의 일처럼 느껴진다.
“네 너를 거시기와 똥꼬교의 첫 사도로 임명하라. 주된 자께서 내 몸에 강림하여 일을 처리하사. 너는 모든 것을 영광으로 알라.”
혓바닥에 기름칠도 안 했는데 매끄러운 말이 술술 나온다. 나는 신내림 받은 게 틀림없다. 지금도 수많은 영감이 내 머릿속에서 폭죽처럼 터지며 사고의 지평이 끝없이 넓어져 간다.
나는 틀림없이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여자를 옆으로 치운 부족장이 옆에 있던 거대한 도끼를 들고 나를 공격한다.
“그래도 네 아비인데, 죽여도 되냐?”
“피로는 아비지만, 마음에선 이미 아비가 아닙니다. 다만, 그 전에 한 가지 질문만 하게 해주십시오.”
반역자가 앞으로 나가 지 아비에게 묻는다.
“아버지, 접신을 하고 싶습니다.”
“부락을 떠난 사제에게 접신 같은 행위가 용납될 것 같으냐!”
“이걸로 미련은 없습니다.”
반역자가 미련 없이 물러선다. 자유를 위해선, 혈육마저 버린다. 이놈도 확실히 미친놈이다.
가족의 허락도 맡았다. 저 우둔한 아해에게 똥꼬와 거시기의 위대함을 알려주자.
전백귀후십귀가 아공간에서 제멋대로 튀어나온다. 내가 그렇게 보이도록 불러냈다. 전백귀후십귀가 부족장의 거시기를 자른다. 잘린 거시기는 마치 생명을 가진 것처럼 꼬불꼬불 움직여 부족장의 똥꼬로 파고든다.
“그어억?!”
부족장이 괴이한 소리와 함께 쓰러진다. 양손으로 앞과 뒤를 동시에 가린다. 그런다고 잘린 거시기의 단면에서 나오는 피가 멈추는 것도 아니고, 뒷구멍의 고통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앞은 고통이고 뒤도 고통이나, 뒤에는 희미하게 쾌락이 있으니 이것이 바로 인생이리. 나는 부디 부족장이 인생의 진리를 조금이나마 깨우치기를 빌어주었다.
부족장의 추태를 보고 간 오크가 무장한 다른 오크를 몰고 온다.
“네 부족을 쓸어버리는 것도 계획이었냐?”
“그렇습니다.”
반역자는 아비를 처단할 때와는 달리 조금 괴로운 얼굴이다. 미친놈아, 미친놈아. 밝게 미친놈아. 넌 왜 그렇게 미쳤느냐.
나랑 라팔이랑 사랑이는 검게 미쳤다.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망가뜨리고 떨어진 어둠 속에서 죄책과 후회는 없고 나만이 오롯하다. 반면 반역자는 밝게 미쳤다.
밝으니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이 보이고 모든 것이 진하니 뚜렷하다. 그걸 모두 보고 기억에 담아두는 것이 반역자의 미침이고, 운명이다.
저렇게 미친놈도 많이많이 봤다. 대부분은 끝이 좋지 않았다. 빛에 삼켜져 자신이 빛이 되어 천지 구분 못 하는 진짜 광자가 되어 쑥대밭을 만들던가, 자신을 비추는 빛과 그 빛이 보여주는 광경을 이겨내지 못하고 마음을 닫고 폐인이 된다.
극히 일부, 내가 본 것 중에는 단 하나만이 밝게 미쳐 살아남았다. 아갈리에 내 옆에 있던 노인이다. 모든 후회와 죄책감과 절망을 안고도 어엿이 살아있던, 자신이 죽인 모든 것들과 우리가 벌인 모든 전장을 담담히 눈에 담던 그 노인만이 밝게 미쳐 인자하게 그 무게를 감당했다.
반역자는 노인처럼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 내 바람이다. 밝게 미쳐 제정신인 놈은 희귀하기도 할뿐더러, 그런 놈 중에서 마음 맞는 놈은 더욱 없다.
후회와 죄책을 달고 산다는 말이 나타내듯, 그런 놈들은 대게 정의의 용사를 표방하거든. 나랑은 대척점 중에서도 대척점이다. 오직 자유만을 바라는 반역자가 특이한 경우다.
빛에는 빛의 일이 있고, 어둠에는 어둠의 일이 있다.
반역자에게는 반역자의 일이 있고, 나에게는 나의 일이 있다.
반역자가 신을 만나게 해줄 때까지 그를 지키고 앞을 뚫는 것은 내 일이다.
부족장의 참사는 순식간에 좁은 부락에 퍼져, 무기를 든 오크들이 달려오고 있다.
교미에 미친 사랑이를 한구석에 던져두고 마법으로 잠재운다.
오라, 미치지 않은 것들이여. 내가 너희의 악몽이 되리라. 악몽이 되어 악몽을 꾸게 해주마.
무장한 오크들의 투기는 드높아 하늘을 찌른다. 그러나 내 패기는 하늘을 덮고 땅을 찢는다. 수만의 피와 수십만의 원혼을 먹은 내 정신을 조금이라도 맛보아라.
보고 느껴라. 이게 격의 차이다.
나에게 오기도 전에 반이 쓰러지고, 나머지 반이 간신히 나에게 무기를 겨눈다. 그 또한 상대가 안 된다.
비야 내려라.
바람아 불어라.
벼락아 때려라.
내 의지에 따라 마력이 움직이고 마력은 마법이 된다. 먹구름이 하늘을 덮고 폭풍이 몰려온다.
인간이 절대로 닿지 않는 영역, 신의 영역이라고 불리는 대자연이 내 손에 있다.
한파야 몰아쳐라.
바람아 날카로워라.
벼락아 마구 쳐라.
떨어지는 비는 우박이 되고, 날카로운 바람이 하늘 아래 존재하는 모든 것을 찢어발긴다. 떨어지는 벼락이 부락을 재로 되돌린다.
한차례 폭풍이 지나간 후에는 처참함이 남는다. 천막은 불타고 무너지고 갈기갈기 찢어져 형체로 찾아볼 수 없었고, 오크들도 비슷하다. 토막 난, 차라리 믹서기에 갈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시체들과 시체에서 흘러나온 녹색의 피가 진흙탕에 섞인다.
땅의 색은 물감으로 짜낸 듯한 옅은 초록. 가만두면 잡초라도 자랄 것 같다. 땅에 초록이 피었다네에~, 초록의 핏물이 피었다네에~.
뒤를 본다. 마냥 하얗던 제단이 햇빛을 반사하며 반짝인다. 초록 땅에서 제단이 성스럽다.
“몸풀기는 되었고. 이제 가자.”
“알겠습니다.”
“넌, 여기 있어라.”
따라오려는 라팔에게 말한다.
“왜?”
“방해되니까.”
이건 몸풀기에 불과하다. 다음 싸움은 나도 목숨을 걸어야하는 싸움. 나보다 약한 라팔이는 솔직히 짐이다.
결국 라팔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라팔의 전력을 모른다. 그래도 확실한 건 하나 있다. 내 전력을 라팔이는 버틸 수 없다.
마찬가지 이유로 사랑도 남는다.
나랑 반역자만이 제단을 오른다. 신을 떠받들기 위한 장소를, 두 반역자의 발자국이 더럽힌다. 낡은 제단에게 반역자를 막을 힘 같은 건 없다.
준비 운동은 끝났다. 비바람을 부르고 대자연을 능욕하는 행위도 나에게는 준비 운동에 불과하다.
무한의 마력.
무한이라는 두 글자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것의 의미는 절대 가볍지 않다.
이론이 아니다. 여기는 살아 숨 쉬는 현실이다. 현실에 체현된 무한. 그것이 나라는 존재다. 세계에서 가장 이질적인 자연을 거스르는 존재.
“접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저것 준비하며 반역자가 말을 시작한다.
“강신술을 익힌 오크가, 이 제단에서 제사를 치르면 한시적으로 신과 만날 수 있습니다. 그 기술로 오크의 신 앞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걸.”
반역자가 총 한 정을 나에게 내민다. 리볼버다. 딸깍. 실린더를 여니 두 발의 총탄이 장전되어 있다. 붉은 것과, 하얀 것.
“신을 죽이기 위해, 제가 이때까지 나름대로 구해본 무기입니다. 붉은 총알은 착탄 지점 주위의 시공간을 빨아들이는, 일종의 블랙홀입니다. 신의 몸을 죽이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흰 총알.”
말을 멈춘다. 반역자가 흰 탄알을 뽑아, 손가락에 든다.
“영혼을 먹는 총알. 극희 희귀한, 영혼을 다루는 진명을 가진 사람에게서 구한 것입니다.”
“신이 몸을 가지고 있고,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나?”
“자료를 가지고 필사적으로 조사했지만, 그래도 지레짐작입니다. 통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죠.”
반역자가 허탈하게 웃는다. 그렇다. 실존한다는 사실만을 알고, 그 외의 정보를 아무것도 모르는 신이라는 존재. 무슨 수단을 준비해도 신에게 통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 불안을 모두 씹어 삼키며 이놈은 오직 자유를 위해 그 미지의 존재를 죽이기 위해 칼을 갈았고.
이건 그 결과물이다. 광기의 산물이다.
총을 받아 아공간에 넣는다.
“잘 쓰지.”
쓸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만.
든든하다.
나도 준비를 한다. 아공간에서 나온 수백 개의 구체가 내 주위를 떠돈다. 모두 농축 우라늄. 통칭 핵탄두다.
수백 발의 핵폭탄과 두 발의 총알. 이것이 신과 대적할 내 무기다.
“그럼 가겠습니다.”
반역자가 제단 위에 무릎 꿇고 기도문을 읊는다. 희극의 한편 같은 기도문을 들으며, 내 몸은 흰빛에 휩싸인다.
풀 한 포기 없는 황야다. 마력에 민감한 난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다. 여긴 내가 여신을 죽인, 그 공간과 흡사한 공간이다.
“인간? 나는 분명 오크의 부름을 받고 왔을 건데.”
내 앞에는 한 마리 오크가 있다. 범접 못 할 거룩함이 오크의 몸을 감고 있다.
여신 때는 꼭지 돌아 몰랐지만, 제법 태는 난다. 저게 신. 저게 개새끼. 저게 내 원수.
떠다니던 핵탄두 하나를 손에 쥔다. 단숨에 거리를 좁혀 오크의 심장을 꿰뚫는다.
“일단 한 방 먹고 시작하자. 개새끼야.”
황야에 열풍이 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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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꼬와 거시기야 말로 위대하고 위대한 복음일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