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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소환된 남자-56화 (56/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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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뜻밖의 수확이다. 반역자만 따라가면 되는 일이니 이건 생각해도 일주일 후에 다시 생각하기로 하고, 우선 대한 길드에서 맡은 청부부터 처리하자.

건네받은 종이에는 목표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나와 있다. 세력부터 약점, 측근의 약점까지. 그냥 니들이 직접 처리해. 자료 많이 모았네. 다른 거 다 필요 없이 이 종이만 가지고 있어도 여기 있는 놈들을 전부 죽일 수 있겠다.

왜 나한테 이런 걸 부탁해. 내가 나서면 난장판 될 거 빤히 알면서.

꼬맹이의 사람 보는 눈은 나쁘지 않아 보였고, 내가 벌인 일도 보고받았을 테니. 내가 나서서 생길 피해는 전부 예상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는 건가? 그럼 난 마음대로 날뛰어도 되겠군.

혼자서 몇 개나 되는 세력을 짓밟는 상황. 익숙하다. 아갈리에서 많이 해봤던 짓이야.

사람 제대로 골랐어. 이런 일에 나만한 인재는 흔치 않지. 인사 담당한테 상 줘도 되겠다. 그 인사 담당이 꼬맹이랑 마현인가. 자기 자신한테 상주라지.

일주일, 쉽게 가면 충분하지만 아니라면 빡빡해질 수도 있다. 바로 움직이는 것이 좋겠지. 아침부터 돌아다닌 탓에 시간은 정오도 안 되었다.

막 아이들이 뛰어놀고 그럴 시간이다.

목록에 있는 간부 중에, 자식이 있는 놈이 둘 있더라고?

***

라팔과 함께 중앙 도시에 있는 저택을 찾는다. 일곱 개의 보석. 대한 길드에게 세종의 행정권을 위탁받은 길드다. 행정, 돈을 다루는 만큼 부조리도 많고, 돈으로 해 먹은 걸 따지면 이놈들이 제일 많이 해 먹었단다.

일곱 개의 보석인지 일곱 개의 드래x볼인지 하는 놈들이 얼마를 해먹었든 나랑은 상관없고.

중요한 건, 여기 길마란 놈이 아들이 하나 있다.

이런 미친 세계에서 아들 낳고 알콩달콩 살고 있다. 부인은 없고 아들만 달랑 있단다. 사랑을 뛰어넘은 번식 본능의 발로라고 하겠다. 아들을 얼마나 애지중지하면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게 집 안에만 가둬놓는다고 한다.

집을 투시해 그 아들이란 놈의 위치를 찾는다. 찾았다. 외딴 방에서 혼자 장난감 가지고 놀고 있다.

“라팔아 준비됐냐?”

“응.”

라팔이의 한 번 쓰다듬고, 텔레포트시킨다. 이제 라팔의 차례다.

***

텔레포트된 라팔은 우선 바뀐 환경을 확인했다. 밝은 계통의 장식이 사용된 방, 바닥에는 아이 장난감이 잔뜩 있었다. 먹고 살기 바쁜 이 시계에서 장난감이나 만드는 한가한 사람은 없다.

지구에서 보던 흔한 장난감도 사치품으로 분류되어 높은 가격을 자랑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방은 돈지랄의 방이었다.

라팔에게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그녀는 그저 이 장면을 보고 아련함을 느꼈다. 벌써 수십 년 전이었나. 그녀도 이렇게 놀았던 적이 있었다.

지구의, 평화롭던 그곳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의 잔향이 그녀의 코를 간지럽혔다. 필사적이었던 전생과, 가진 대부분을 잃은 현생의 기억에 뒤채여 멀리 사라진 그 기억.

추억의 잔향과 그것이 주는 영향은 너무나 작은 것이라 그녀의 안에서 금방 사라졌다. 어떤 식으로든 과거는 오지 않는다.

다시 한 번 회귀하더라도, 그건 과거로 간 지금의 나이지. 그때 그 과거가 아니다. 한 번의 경험으로 싫든 좋든 깨달아버린 사실이다.

과거는 영원히 과거로 남는다.

라팔은 현재에 집중하기로 했다.

어린 소년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텔레포트를 통해 갑자기 나타난 것으로 보였으니 무리도 아니다. 라팔은 자신의 외모가 어떤지 제법 객관적으로 알고 있다.

과거의 라팔은 취향과 실리를 반씩 섞어 이 인형을 만들었다. 이 비정상적일 정도의 아름다움을. 그때의 라팔은 지금의 라팔이 기억 대부분을 잃으며 사라졌지만, 그 의도만은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라팔이 소년을 향해 말했다.

“나와 함께 가지 않을래?”

멍하니 라팔을 바라보던 소년이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

라팔이 소년의 승낙을 얻은 다음은 간단하다. 텔레포트로 다시 소년을 데려오면 끝. 소년은 처음 보는 큰길이 신기한지 정신이 산만하다. 정보에 따르면 밖으로 나온 적도 몇 번 없다한다.

“요정님, 우리 어디로 가는 거예요?”

소년이 라팔에게 묻는다. 요정님이라, 그 외모를 보면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친구 하나를 더 찾으러.”

“요정님과 저는 친구예요?”

“응.”

라팔이 긍정하자 소년이 지나치게 좋아한다. 혼자 집에서만 놀던 얘가 친구는 있었겠어. 처음 사귀는 친구가 요정님이라면 좋아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슬슬 명령한 걸 마칠 때가 됐나. 핸드폰을 꺼내 사랑이에게 연락한다. 차도 있고, 오토바이도 있고, 심지어 컴퓨터도 있는데 폰이 없겠어? 비싸지만 구해두긴 예전에 구해뒀다. 그동안 쓸 일이 없어서 안 썼을 뿐이다.

참고로, 컴퓨터는 소환될 때 그대로 딸려온 걸 가져다 쓰는 정도로, 생산은 무리라고 들었다.

-여보세요? 주인님?

“준비는 끝났냐?”

-라프랄이 많이 도와줘서 겨우 끝났어요.

라프랄, 반역자에게도 조금 도움을 받기로 했다. 받을 수 있는 도움은 받은 것이 좋으니까.

“그래? 그럼 바로 거기로 보낸다.”

-네.

사랑이는 공장지구 어딘가에 있다. 충분히 탐지 가능한 범위다. 탐지 마법으로 사랑이를 찾는다.

“꼬마야, 친구 하나 더 찾아 갈 테니. 너는 거기 가서 먼저 놀고 있어라.”

“네!”

대답도 씩씩하다. 꼬마를 사랑이에게 보내고 나도 라팔이와 텔레포트 한다. 다음 목표는 집 안에만 갇혀 있는 게 아니라 바깥에서 뛰어놀기도 한다. 주로 노는 장소는 나와 있으니. 그 근처를 발로 뛰어 찾아야한다.

중앙 도시의 치안 좋은 곳에 있는 놀이터에서 표적을 찾았다. 놀이터에 있는 아이들은 모두 좋은 옷을 입고 밝게 웃고 있다.

돈 많은 부모에게서 태어나 순탄대로인 인생을 살고 있겠지. 그중 하나, 왕따 당하는 아이가 있다.

“겨우 샐러리맨의 자식 주제에 여기서 놀아? 다른 데로 꺼져.”

“꺼져라! 꺼져라!”

내가 찾는 아이는 왕따 당하는 놈이 아니라 왕따 하는 쪽이다. 그것도 왕따를 주도하는 쪽.

“네 차례긴 한데, 저런 놈도 되겠냐?”

성깔 더러운 게 저런 놈을 보면 성악설이 생각나. 어린 놈들이 악의를 쏘아대며 약한 놈을 괴롭히고 있냐. 저건 라팔이도 꼬시기 힘들어 보인다.

“해볼래.”

라팔이가 표적에게 다가간다. 표적이 먼저 라팔이를 발견한다. 그리고 라팔이에게 가서 말한다.

“너, 내꺼 해라. 나한테 대주는 걸 영광으로 생각해.”

정정한다. 성깔 더러운 게 아니라 또라이 새끼다. 여기서 태어난 놈이니 회귀한 건 아닌데, 또라이다.

왜 세계에 또라이가 이렇게 많아? 역시 이 세계는 미쳤다. 미친 세계에 미친놈이 많다고 하는 편이 논리적으로 자연스럽다.

“싫어.”

“뭐? 내가 누군지 알고.......”

프로필에는 분명 11살이라고 했었지? 그런 놈이 벌써 궁극기를 쓰고 있네. 완장 찬 놈 쓰는 궁극기 ‘내가 누군지 알아!’ 다. 모가지 힘 들어간 놈들 보면 꺾어주고 싶어지던데, 저놈 목도 꺾어버릴까. 참자, 죽이면 계획이 망한다.

모가지 꺾이고도 개기는 놈은 없던데. 꺾으면 죽으니 당연한가?

저걸 죽여? 말아? 고민하고 있으니 라팔이 먼저 나섰다. 한 발 접근한 라팔이 또라이 새끼의 뺨을 후려치자, 또라이 새끼가 허공에서 회전하며 날아간다. 튀어나온 강냉이가 하늘을 난다. 새끼라 그런지 강냉이도 새끼 강냉이다.

와우, 저런 건 영화나 만화에서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지 애비가 단련도 시켰다더니 죽지는 않았다. 그 단련이란 게 또 특이한데, 몬스터를 다 잡아놓고 마무리만 저 새끼한테 시켰다고 한다. 일종의 쩔이다.

그렇게 효율이 좋지는 않다는데 숫자로 밀어붙여서 그것도 해결. 저 애새끼는 애새끼 주제에 평범한 어른 10명 정도는 맨손으로 쳐죽일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대한 길드의 정보다.

진짜 얘들이 모아준 정보 보면 무섭다. 어디서 이런 걸 전부 알아 왔데.

애새끼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 애새끼의 비밀 호위로 보이는 인간들이 덤벼온다. 호위면 좀 강한 걸로 배치하지. 손가락 하나로 처리할 수 있는 놈들이다. 모두 한 방에 처리한다.

기절한 애새끼를 라팔이 질질 끌고 온다. 네 이름은 이제부터 애새끼다. 건방진 애새끼.

“임무 완료.”

척! 하고 라팔이 경례를 한다. 우리 라팔이 존나게 귀엽네. 이것도 꼬맹이한테 배운 거겠지. 이 순간만큼은 꼬맹이에게 엄지 척! 이다.

라팔이를 껴안고 볼에 볼을 비빈다. 라팔이도 마주 볼을 비벼온다. 보드라운 볼살이 최고다.

라팔이와 비교하니 갑자기 애새끼가 재수 없어졌으므로, 한 번 걷어차 준다. 아, 이거 갈비뼈가 몇 대 나갔다.

죽지는 않았으니 됐다.

애새끼와 라팔이를 데리고 텔레포트로 이동한다. 이동한 장소는 공장지구에 있는 폐공장이다.

사랑이에게 여길 꾸며 어린이 놀이터처럼 만들어두라고 했다.

오락실 게임기에 로봇 장난감, 맙소사. 콘솔 게임기도 있어? 저건 내가 가지고 놀아야겠다.

어쨌든, 폐공장은 어린이 방으로 훌륭히 탈바꿈했다. 나도 놀 수 있으니 어른이 방도 된다.

사랑이는 뭐하고 있나 하니, 먼저 보낸 소년이랑 오락실 게임을 하고 있다. 그냥 소년이라 부르긴 뭣하고, 쟤는 뭐라 부르지. 도련님? 도련님이 좋겠다. 순진하고 말끔한 게 딱이다.

“라팔아 넌 저기 가서 놀고 있어라.”

“주인님은?”

얘보곤 나한테 주인님이라 하라 했었지. 하도 보호자 역할만 하니 주인님 소리가 되려 어색하네.

“나는 애새끼 정신 교육좀 하고.”

“응.”

라팔이 도도도 뛰어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다. 하필 하고 있는 게임이 그거다. 내가 라팔이한테 대차게 깨졌던 그 게임. 개발릴 두 사람에게 명복을 빌어주자.

치료 마법으로 애새끼를 치료하고, 폐공장을 나온다.

유괴를 했으니 성명서도 보내야 하고 할 일이 많지만, 이 애새끼를 손보는 게 먼저다. 내가 그러고 싶다.

“야, 일어나.”

볼을 툭툭 치자 애새끼가 일어난다.

“누, 누구냐!”

누구세요, 도 아니고 누구냐, 다. 아주 정신머리가 없어.

“우리 아버지는 아란 길드의 마스터다! 이런 짓을 하고 무사할 줄 알아!”

나를 윽박지르기까지 한다.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으면 이런 11살이 탄생할까. 기이하도다, 기이해.

내 침묵을 뭐라고 이해했는지 애새끼가 기고만장해 떠든다.

“겁먹었나? 지금 나를 풀어주면 용서해주마! 곱게 말할 때 나를 풀어주는 게 좋을 거야!”

오냐, 니가 완장 차고 덤비겠다면 나도 똑같이 완장 차고 덤벼주마.

“아란? 씨발, 거기가 대한 길드 보다 크냐? 크고 쎄냐고?”

“대, 대한?”

“내 뒤가 대한이다, 새끼야. 마현 그 자식이 내 친구고.”

친구는 좀 오바고, 그냥 비즈니스 파트너 정도 된다.

“거, 거짓말 마라!”

“믿기 싫으면 믿지 마라. 근데 난 뭘 보고 니 애비가 아란 마스터라는 걸 믿어야 되냐?”

“우리 아버지는 아란 길드 마스터가 맞다!”

“말만 하지 말고 증거를 대라고 새꺄.”

“날 건드리면 아란 길드가 가만있지 않을 거다!”

“아란 길드가 날 건드리면 대한 길드가 가만있지 않겠지.”

대한 길드에서 면책특권까지 부여받은 게 이 몸이시다. 애새끼 하나 잡아도 아무런 문제도 없단 거지. 아란 길드? 어차피 내 손에 사라질 거다.

세상 물정을 알아도 너무 잘 아는 이 애새끼가 믿고 있는 병풍은 내 앞에서 전부 종이 병풍이다.

“난 말이야. 귀족놀음 하는 것들이 제일 싫어.”

특히 남의 힘을 자기 힘인 척하면서 호가호위하는 새끼들.

만약 마교가 실존한다면 난 마교 교주를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지도자로 뽑을 거다.

그놈은 적어도 자기 힘 내세워서 권력을 잡잖아? 그러다 똥 싸면 자기 목 내놓고 내려오면 되고. 얼마나 깔끔하고 좋아. 올바른 정치니 뭐니 다 때려치우고, 나한테는 그게 제일 바람직하게 보인다.

바락바락 대드는 애새끼도 마찬가지. 무력신봉주의자인 나한테 곱게 보일 리가 없다.

간단하게 시작하자.

나는 애새끼의 손톱을 뽑는다.

============================ 작품 후기 ============================

요즘은 얘들도 알거 다 아는데 봐주면 재미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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