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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소환된 남자-53화 (5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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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막대한 마력이 제자의 몸으로 들어간다. 마법의 시현에 촉매를 쓰고 마법진을 그리는 것은 모두 마법을 사용하기 위한 과정이다. 그 과정 없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면, 그냥 쓰면 된다.

무한한 내 마력과 모르모트로서 개조된 신체능력은 모든 마법 행사에 있어 번거로운 과정을 건너뛸 수 있게 해준다.

설령, 그것이 네크로맨시 마법의 오의라고 해도.

내 피를 마신 제자의 몸은 피를 받아들이기 위해 재구성되었다. 환골탈태라고 해도 된다. 제자가 죽고 몇 시간이 지났지만, 몸은 쇠약하지 않았고, 몸 안에 있는 마력도 거의 그대로다.

금지된 흑마법의 마력이 제자의 몸을 되살린다. 멈췄던 심장이 뛰기 시작하고, 피부에는 혈색이 돈다. 내가 사용한 마법은 그것만이 아니다.

제자가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직후 머리를 부여잡는다.

“끄으으으......!”

검으로 난도질당하면서도 열리지 않던 입이 열린다. 고통스러운 대신 빠르게. 제자를 살리는 김에 뇌도 조금 손봤다.

뇌 기능을 강화했고, 흑마법과 네크로맨시 마법의 극의를 직접 주입했다.

내 마력을 버티지 못하고 제자의 몸이 붕괴하고 재생되길 반복한다. 내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언데드다. 겨우 몇 번 부서져서는 죽지 않는다.

제자는 죽는 것이 더 나을 고통 속에 있을 거다. 미칠 정도로 아파도 언데드니 미치진 않는다.

비슷한 상황을 겪어 봐서 알지. 그건 진짜 지옥이다.

차단막 같은 건 치지 않았다. 고아원에서 제자의 목소리를 듣고 사람이 나온다. 여덟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다. 귀염성 있는 게 나중에 크면 미인이 되겠어.

소녀는 내 제자를 발견하더니 사색이 되어 달려온다. 제자를 품에 안고, 우리에게 적의가 담긴 시선을 보낸다.

“우리 오빠를 어떻게 했어욧!”

귀염성 있고 당돌하기까지 하다.

“제자야, 니가 설명해라. 그럴 정신이 있다면.”

“나리야, 그, 그게... 그게 아니라.......”

제자의 입이 조금씩 움직인다. 그 고통 속에서도 말을 하다니. 역시 내 제자다.

“그럼 뭔데? 이 아저씨들 나쁜 아저씨 아니야?”

소녀의 시선이 애틋하다. 잘 보면 고통에 허우적대는 제자의 시선도 잘 보면 애틋함이 어려 있다.

오호라, 이놈들 그렇고 그런 관계였구만. 제자 놈이 고아원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것도 얘 때문인가. 나중에 자세히 알아보자.

“내, 스승... 크윽......!”

“스승? 어제 그랬던 그 사람?”

소녀가 묻지만, 제자는 그 이상 대답할 상태가 아니다. 다시 머리를 감싸 쥔다.

“어, 오빠 아파? 아픈 거 아픈 거 날아가라!”

유치한 구호와 함께 소녀의 몸에서 빛이 나온다. 그 빛을 본 사랑이 눈을 크게 뜬다.

“신성력...?”

“신성력이라고, 저게?”

내가 여신을 죽이고 신성력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었나?

그걸 알아보는 건 나중이다. 신성력 때문에 제자가 죽으려 한다. 쟤 언데드라고!

“꼬마야, 그거 하지 마라.”

“왜?”

“니 오래비 죽으려는 거 안 보이냐?”

잘 버티던 제자 녀석이 진짜 죽으려 한다. 소녀는 화들짝 놀라며 신성력 사용을 멈춘다. 제자도 상태가 안정된다. 십년감수했네. 기껏 살려놨더니 팀킬 당해 죽으면 그게 무슨 경우야.

제자가 진정되기까지는 두 시간 정도가 걸렸다. 중간에 소녀의 방해 아닌 방해가 없었으면 좀 더 빨랐을 것이다. 정신을 차린 제자는 초점 없는 눈으로 하늘만 보고 있다.

“제자야.”

“네, 스승님.”

그래도 대답은 똑바로 한다.

“네크로맨시의 극의를 깨우친 기분이 어떠냐?”

흑마법의 극의도 있긴 하지만, 그건 보조란 느낌이고. 제자가 가지게 된 진짜 무기는 네크로맨시다.

“너무 쉽게 얻은 것 같기도 하고, 이걸로 뭘 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실감이 안 납니다.”

“네가 하기에 따라선,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거짓말이 아니다. 네크로맨시 계열은 쓰기에 따라선 정말 무궁무진한 발전이 가능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하는 것이다.

“네 여자친구랑 알콩달콩 사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지.”

“네? 네?”

제자가 갑자기 당황한다. 옆에 있는 소녀를 확인하고는 더욱 허둥댄다. 아까는 정신이 없어서 옆에 누가 있는지도 몰랐나.

애늙은이 같던 놈이 이러니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생긴다.

“네 여자 친구는 몇 살이냐?”

“여덟 살이에요!”

소녀가 직접 대답한다. 그러는 소녀도 얼굴이 붉다. 풋풋하고 좋을 때구나.

“회귀 전에는?”

“나리는 회귀하지 않았습니다. 이곳에서 태어난 아이입니다.”

어디 보자, 제자 놈이 회귀 전에 일곱에 소환되어 열셋에 죽었으니 열셋. 회귀 후에 여덟이니 열넷인가. 그리고 소녀, 나리도 여덟 살이라고 했으니까 여섯 살 차이군........

“제자야, 쇠고랑 찬다는 말이 뭔지 알고 있냐?”

여섯 살 차이. 성인들에게는 큰 차이가 아니다. 반대로 얘들 사이에선 큰 차이다. 크다기보다 어마어마한 차이지. 그 나이 얘들이 얼마나 빨리 크는데.

“저, 저는 여덟 살입니다!”

“내용물은 열넷이잖아.”

오오, 당황한다. 내 앞에서도 당돌하게 서 있던 놈이 당황해.

“우리 오빠 괴롭히지 마세요!”

나리가 나와 제자 사이를 가로막는다. 양팔을 벌리고 눈을 꾹 감고 있다.

“오빠? 같은 나이라며?”

같은 나이인 척하면서 오빠라니. 이거 확신범이다.

“저, 그... 그게.......”

“오빠는 오빠에요! 나이가 더 많으니까!”

“나이 많다는 걸 강조까지 해가면서 그러기냐? 제자야, 쇠고랑 한 번 차볼래?”

제자는 결국 고개를 푹 숙인다.

“우리 나리가 얼마나 귀엽고 예쁜데요... 저는 그냥 여동생을 돌보는 마음으로.......”

“한 점 흑심이 없었다고 맹세할 수 있냐? 얘가 크면 어떻게 될까, 그런 생각 한 번도 안 해봤어?”

제자의 시선이 갈 곳을 잃는다. 나리가 거기에 확정타를 꽂는다.

“오빠가 크면 오빠한테 시집오라고 했어요!”

“야, 제자야.”

“귀엽잖습니까. 지금도 저렇게 귀여운데, 더 크면 어떻게 될지 빤히 보이는데 가만있을 수 없었습니다....... 조금만 침 발라 놓으면.......”

확신범이다. 첫 번째 제자는 날 신처럼 떠받드는 미친놈이었는데, 두 번째 제자도 평범하진 않다. 아주 비범해.

“오빠, 나리한테 침 발랐어?”

나리는 자기한테 뭐가 묻었는지 얼굴이며 목이며 팔이며 문지른다. 이건 귀엽구나. 우리 라팔이 반은 따라오겠다. 그래도 라팔이는 못 이겨.

그나저나 여덟 살치고는 너무 순수하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으면 어쩔 수 없나. 그것 말고 고아원에서 험한 꼴 보지 않고 잘 컸다는 것도 있겠지.

“그런데 어쩌냐, 제자야. 너 지금 언데드다.”

“네, 그건 알고 있습니다. 그게 왜요?”

“언데드가 섹스하고 애 낳고 하는 거 봤냐?”

제자의 태도 변화가 엄청나다. 해탈하기 직전의 고승 같아졌어.

“지금은 안 되지만, 네 수준이 높아지면 가능할 거다. 머리에 넣어준 지식을 찾아봐.”

혼자 골똘히 생각하던 제자는 원하는 지식을 찾았는지 비로소 안심한다. 사정을 알았으면 성장도 하고 아이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줄 걸 그랬다. 저건 그냥 심장만 뛰게 만들어 놨다. 그래도 이미 만들었으니 나머지는 스승이 내주는 숙제라는 걸로.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그거 다 개소리야. 그러니까 니가 하고 싶은 걸 해라. 힘든 일 있으면 연락하고.”

간단하게 나와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마지막으로 제자에게 한마디 하고 등을 돌린다.

“나, 진휘의 두 번째 제자다. 그 이름에 걸맞게, 미친 듯이 신나게 살아라.”

“네, 스승님!”

뒤쪽에서 제자의 힘찬 목소리가 들린다. 취향이 조금 의심되는 제자지만, 인내심 하나는 내가 인정할 정도다. 세상 살면서 험한 꼴도 많이 봤다고 하니 길에서 객사하진 않겠지.

그런 놈이 사령왕의 이름을 이은 네크로맨서라....... 어쩐지 엄청난 걸 세상에 풀어버렸다. 고아원이 마경이 될지도 모르겠다.

돌아가는 길 내내, 라팔이 내 얼굴을 보고 있다. 사랑이도 다를 게 없다.

“왜?”

“이름, 처음 들었어.”

“저도요, 한 달 가까이 지내면서 주인님 이름은 처음 들었어요.”

“그랬나?”

생각해보니 중간계에서 내 이름을 댄 적이 없다. 내가 스스로 나를 소개한 건 처음이다.

“나한테도 안 알려줬어.”

라팔이 볼을 부풀린다. 사랑은 자기가 끼어들 깜냥이 안 된다는 걸 알고 가만히 있지만, 그래도 섭섭한 눈치다.

“태성 고등학교 3학년 2반 23번 출신, 이름은 진휘. 나이는 대충 70살 쯤 된다.”

“70살?”

“70살이요?”

지구에서 나이랑 아갈리에서 먹은 나이, 그리고 림돔팔인가 하는 중년 아저씨한테 봉인 당했던 시간을 합치면 얼추 그 정도 될 거다.

“40년 정도는 검은 상자에 봉인되어 있었으니까 그 이상 묻지 마라.”

내 말에 라팔은 어딘가 납득한 표정을 하고, 사랑은 여전히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난 할 말 다 했다. 그 이상 가르쳐줄 생각은 없다.

투기장은 불타 사라졌으니, 오랜만에 대한 길드에 가서 자야겠다. 내 방이 아직 남아 있으면 좋으련만.

한 손으로 라팔의 머리를 쓰다듬고, 한 손으로 사랑의 어깨를 껴안는다. 라팔이는 나한테 반걸음 다가오고, 사랑이는 나한테 몸을 기댄다.

양손에 꽃이라. 이런 기분 내기도 가끔은 괜찮네.

***

아침 해가 떠오른다. 차재현은 어딘가 멍한 표정으로 해를 바라봤다.

‘아무렇지도 않아.’

언데드는 태양에 쥐약이라는데,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모두 변한 자신의 육체 때문이었다.

언데드 중의 언데드, 언데드의 극의를 깨우친 자들만이 될 수 있다는 사령왕. 자신의 몸은 그 사령왕의 육신이었다.

흑마법과 네크로맨시의 극의가 머리에 맴돌고 있다. 몸 안에서 마력을 움직이기만 하면, 언제든지 그 극의를 꺼낼 수도 있다. 다만, 힘을 조절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다.

숙달되어 완전히 자기 것을 만드는 데는 또 얼마나 걸릴지 까마득했다. 스승에게 전해 받은 비의는 그만큼 방대했고, 할 수 있는 일도 무궁무진했다. 하기 나름이라는 스승의 말은 사실이었다.

차재현은 많은 걸 바라지 않았다. 고아원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클 수 있다면 그걸로 족했다. 이 고아원 아이들 대부분은 중간계에서 태어나 버려진 아이들이다.

한번 인생을 구가했던 자신은 괜찮으니, 그 아이들은 제대로 독립시켜주고 싶었다.

스승에게 말했던 것처럼, 이유는 없다. 그냥 그러고 싶어서 하는 행동이다.

차재현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잠시 후, 그 방향에서 몇 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차재현이 미간을 구겼다.

신전이 망하며, 많은 고아원이 붕 떠 버렸다. 아이들만 남은 고아원은 인신매매범에게 좋은 먹잇감이다. 이 고아원도 여지없이 노려지고 있었다.

힘이 없으면, 한 몸 지키지도 못한다. 이 세상의 근본적인 좆같음이 차재현에게 강해지기를 요구했다.

“드디어 찾았다.”

차재현과 이나리를 발견한 남자들이 기분 나쁘게 웃었다.

이때까지는 망을 보다가 저들이 다가오면 꼭꼭 숨는 것으로 어떻게든 됐지만, 오늘은 들키고 말았다. 그리고 오늘부터는 들켜도 상관없다.

‘미친 듯이 신나게 살아라.’

차재현은 스승이 마지막으로 한 말을 떠올렸다. 확실히 스승은 그렇게 살고 있었다. 원샷원킬의 미친놈이라는 별명이 그걸 증명한다. 그렇다면 자신도 조금은 그렇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적어도, 고아원 아이들을 괴롭힌 저놈들에게 조금 과격하게 나가는 것 정도는 상관없을 것이다.

“일어나라.”

땅에서 언데드가 일어나 인신매매범들을 감쌌고, 차재현을 중심으로 땅이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언데드의 대지라는 마법이지만, 어쩐지 스승에게 받은 지식으로는 이런 이름이 더 친숙했다.

“데스 필드.”

인신매매범들이 검음 땅에 잡아먹혔다.

***

다음 날, 나는 다시 고아원을 찾았다. 어제는 늦어서 그냥 돌아갔지만, 그 꼬마 소녀, 나리의 신성력은 한번 조사해볼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이게 좀 이상하게 되었다. 거뭇거뭇한 땅에서 검은 연기가 생겨난다.

“데스 필드?”

고아원 주변이 죽음의 땅이 되었다.

============================ 작품 후기 ============================

"무얼 하고 있느냐 제자야?"

"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스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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