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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소환된 남자-49화 (49/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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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사랑의 이야기는 평범했다.

사랑은 전생에 성노예였다. 미약에 찌들어 조교당하며 쾌락에 미쳐 살다가 죽었다.

회귀한 후에는 최대한 성적인 것들을 멀리하며 살았는데, 어제 나 때문에 그게 터져버렸단다.

실로 평범한 이야기다. 나나 라팔이에 비하면 그렇잖아? 나는 두 번 소환된 남자고, 라팔이는 죽을병에 걸려 자기 몸을 인형으로 바꾼 여자다.

그에 비하면 성노예는 평범한 축이지.

“끄, 끝났죠? 그러니까 이제 상을 주세요!”

“상?”

“그, 그. 굵은 거요.”

사랑이 내 고간을 가리킨다.

“싫어.”

내 말에 사랑이 울상이 된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라팔를 데리고 화장실을 나온다. 여기 여자 화장실이다. 화장실 주위에는 사람이 가득 몰려있다.

안에서 그렇게 떠들고 발광을 했으니. 이렇게 사람이 몰리지.

뒤에선 사랑이 급하게 쫓아온다. 바지도 제대로 입지 않아 반쯤 흘러내린다.

“너 때문이잖아. 썅년아.”

사랑의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며 나아간다. 사람들은 기겁하며 나에게서 물러난다. 정의감 높은 사람이 끼어들진 않느냐?

“아아, 주인님......! 사랑해요. 사랑해요!”

이러니 누가 끼어들겠어. 물러나는 사람도 날 보고 피하는 사람보다 사랑이를 보고 피하는 사람이 더 많다.

봐라. 이 변태에 비하면 난 정상이다. 암, 그렇고말고.

사랑을 데리고 대한 길드로 돌아온다. 이년은 오는 내내 다리 사이를 비비고 있다. 잘 보면 바지도 젖어 축축하다.

발정기 오크도 이것보다는 얌전하겠다. 오크에 발정기가 있는지는 둘째 치고.

사랑은 말하지 않아도 잘 따라온다. 제발 그 허벅지 비비는 것만 그만해줬으면 좋겠다. 나까지 변태로 몰린다.

미친년은 많이 상대해봤지만, 미친 변태는 어떻게 하면 될까. 나로서는 대책이 안 선다. 전에 말했듯 난 이런 면으로 그렇게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라서. 그러니까 다른 사람에게 맡겨버리자.

“라팔아.”

“응.”

“저 변태는 니가 관리해라.”

“응!”

귀찮아서 맡긴 건데 힘차게 대답하는 것이 엄청 기뻐 보인다. 잘못된 선택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변태도 좋아하는 눈치다. 얼굴을 붉히고 있다.

될 대로 되라지.

***

이름도 모르는 상대가 날 공격한다. 상대라 해도 투기장이 정한 상대다. 나는 저런 송사리를 내 상대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날아오는 표창을 손으로 잡아 되돌려준다. 목에 표창이 꽂힌 상대는 피를 뿜으며 쓰러진다. 잘린 팔도 붙이는 투기장에서 저걸로 죽지는 않는다.

“오늘도 역시 한 방! 휘 선수 승리!”

신입 리그가 시작되고 한 달이 지났다. 두 달 일정 중 반이 지났다. 내 상대는 항상 똑같다. 그게 누구든, 얼마나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어도 한 방. 솔직히 한 방도 아까운 놈들이다.

‘자, 오늘은 얼마 벌었으려나.’

배팅장으로 찾아가 환전구를 향한다. 날 본 직원의 얼굴이 굳는다. 한 번 싸울 때마다 수 배의 배당을 챙기지 곱게 보일 수는 없나? 수 배라는 것도 내가 건 액수에 비해서고, 실제 내가 챙기는 금액은 상당하다.

내가 배팅한 조건을 본다.

-휘 선수, 승. 경기 시작하고 4초, 목에 한 방.

승자를 맞추는 것만이 아니라, 경기가 끝나기까지의 시간, 결정타까지 나와 있다. 스톡옵션이라는 모양이다.

내 싸움이 워낙 특이하다 보니 온갖 조건이 다 있다. 몇 번째 발가락으로 상대를 처리할까? 라는 것도 봤다.

조건이 복잡할수록 당연히 배당도 높고, 나한테도 유리하다. 나는 여기 있는 모든 옵션을 실현할 수 있다.

옵션을 조합하면 경기 시작 후 0.3초 만에 상대의 목을 물어뜯어 즉사시킨다. 라는 것도 만들 수 있는데, 나한테는 이것도 어렵지 않다.

내가 스톡옵션을 걸고, 그대로 이기기만 하면 돈이 떨어진다. 돈 벌기 참 쉽다.

“경시 시작하고 4초, 목에 한 방. 전 옵션 만족.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셨으므로, 배당을 3배입니다. 현물, 지폐. 뭘로 받으시겠습니까?”

“현물.”

지폐라 해도 세종 안에서밖에 쓸 수 없다. 어딜 가든 써먹기 좋은 현물이 훨씬 낫다.

안으로 들어갔던 직원이 작은 손가방을 들고 온다. 짤그랑, 짤그랑. 금화 부딪히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이것도 나한테 큰돈은 아니다. 그냥 소소한 재미 삼아 꾸준히 하고 있다. 돈이 많아서 나쁠 건 없다.

“저것 봐, 또 저만큼이나 땄어.”

“자기가 걸고 자기가 먹는 게 어딨어. 이건 반칙이잖아.”

“힘없는 사람은 죽어야지.”

금화 가득한 손가방을 받아드는 날 향한 선망과 질투의 목소리가 들린다. 저런 놈들이, 내가 배팅만 하려고 하면 나한테 몰려 내가 어디에 거는지 훔쳐보기 바쁘니 웃긴 노릇이다.

라팔이 기다리는 대기실로 돌아가자, 몇 번 봤던 직원이 기다리고 있다. 이름은 모른다. 직원은 그냥 직원이다. 내가 직원의 이름을 알아야 할 필요도 없고.

“또 무슨 일 있냐?”

“휘 선수께선 이번 리그의 기대주, 루키로 선정되셨습니다. 그에 따른 혜택을 공지해드리기 위해 왔습니다.”

“그게 뭔데?”

“따라오십시오.”

직원을 따라 투기장 안쪽으로 들어간다. 내 옆에는 라팔이 붙어 있고, 뒤에는 사랑이, 변태녀가 뒤따라온다. 한 달이 지난 지금 변태는 보통 사람처럼 보인다. 도도하고 차가운 검객의 모습이다.

저년이 한번 스위치가 들어가면 밤새도록 울부짖는 변태라고 누가 생각할까.

직원을 따라가 도착한 곳은 호텔방이다. 그렇게밖에 설명이 안 된다. 투기장 안에 호텔이 있다. 그것도 꽤 잘 만들어진.

“신입 리그의 루키, 그리고 투기장에서 유명한 투사들에게 주어지는 개인 대기실입니다. 언제든지 쓰셔도 좋습니다.”

“아예 여기서 살아도 되고?”

“그렇습니다. 지하에는 따로 마련된 연습장이 있습니다. 그곳을 포함해, 여기서 사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현관과 거실을 주욱 둘러본다. 내 표정을 보면 아마 작게 웃고 있을 거다.

방 여기저기에 무언가가 설치되어 있다. 마력으로 만든 물건으로는 내 눈을 속일 수 없다. 저런 허접한 물건으로는 더더욱.

마법을 분석한다. 아갈리의 마법과 중간계의 마법은 체계가 다르지만, 결국엔 마력을 이용해 무언가 현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내 사기적인 연산능력을 이용해 역산 정도는 가능하다.

도청, 도촬. 감시 카메라군.

인심 쓰는 척 선수에게 방을 제공하면서 그 방안에는 감시 카메라가 깔려 있다.

유명한 투사들에게 주어지는 개인 대기실? 대단하다. 대단해. 투사들을 몰래 감시하는 것이 여기 투기장이 하는 일인가보다. 사생활을 캐내서 뭘 하려고? 할 게 너무 많아서 고민된다.

나한테 이런 방을 줬다 이거지.

“아주 좋은 방이네, 마음에 들어.”

나랑 한 판 해보자는 의지가 팍팍 느껴지는 방이다. 걸어오는 싸움을 피하면 내가 아니다. 하물며, 신도 죽이고, 용도 죽였는데 한낮 투기장이 거는 시비 정도야.

직원이 돌아가고 우리 셋이 방 안에 남는다. 나는 가볍게 방들을 살핀다.

욕실, 부엌, 침실까지. 여기도 저기도 카메라가 가득하다. 은밀하기도 은밀해 마법에 조예 있는 사람이 아니면 알지도 못하게 되어 있다.

내 투기장 상대 중에 3급 마법사란 놈도 있었는데, 그놈도 이 방에 있는 카메라를 눈치 못 챌 것 같다.

투기장 운영하면 구린 이미지밖에 안 떠오르긴 한다만, 여긴 진짜 구리다.

“라팔아.”

“왜?”

“이럴 때 쓰는 말이 뭐가 있더라? 나중에 멀리 보고 한다는 그런 뜻의.”

“큰 그림. 설계?”

“그래, 그거.”

꼬맹이한테 교습 받은 이후로 라팔이의 어휘력이 많이 좋아졌다. 어쩌면 나보다 좋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휘력이 늘어난 만큼 이상한 말도 많이 하는 게 흠이다.

“큰 그림, 큰 그림을 그려야겠어.”

투기장에 관계된 사람 전부가 들어가는 큰 그림과 설계가 필요하다. 그쪽에서 나를 먼저 그림에 넣었으니, 내가 그놈들을 그림에 넣는다 해도 놈들은 아무 말도 못 할 거다.

“거기 일 년 내내 발정난 변태.”

“네, 주인님!”

변태라는 말에 사랑이 기뻐한다. 도도하던 검사가 한 순간에 아랫입에서 물을 질질 흘리는 변태가 됐다.

“벗어.”

“네!”

그러니까, 우선. 저놈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자.

***

투기장 지하에 있는 모니터실. 수백 개의 모니터에는 실시간으로 영상이 나오고 있다. 모두 투기장 안에 있는 우대 선수용 대기실에 묵고 있는 사람들의 방을 표시한 것이다.

큰 경기가 있지 않으면 모니터실에선 할 일이 없다. 이번 신입 리그의 루키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루키의 전력, 또는 약점을 파악하기 위해 바빠지겠지만, 그것도 시간이 남았다.

하는 것 없이 지루하게 앉아 있는 것이 직업인 모니터링 요원들이 요즘 재미 붙인 영상이 있었다.

인형 같은 여자와 맞으면서 느끼는 변태가 나오는 영상. 녹화해 성인용 비디오로 팔아도 손색이 없을 영상이었다.

“와, 미친 씨발. 진짜 부럽다. 저거 몇 시간째냐?”

“말도 마라. 열 시간 째다.”

모니터실 관리자 둘은 한 방의 영상이 나오는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그들뿐만 아니라, 요즘 모니터실 관리자 모두가 관리실에 들어오면 한 영상만 본다.

휘라는 이름의 선수의 방을.

그 방에선 신음이 끊이지 않는다. 눈요기가 사라지지 않는다. 하루 종일 세 명의 남녀가 뒤엉켜 광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옷을 입지도 않고 방을 돌아다니며, 마음 내킬 때마다 관계를 맺는다.

음란한 단어를 망설임 없이 내뱉고, 속삭인다. 음탕한 열기가 가라앉지 않는다. 거실이, 욕실이, 부엌이, 모두 추잡한 체액으로 가득하다.

“씌벌, 약점을 잡아? 우리가 먼저 염장질에 돌아가시겠다.”

마력을 이용해 만든 카메라는 화질은 물론 음질도 좋다. 암케의 신음이 화면 너머에서 들려올 때마다 듣는 관리자들은 죽을 맛이었다.

“하, 내 정력이 저거 반이나 되면 얼마나 좋을까.”

“난, 내 물건이 저거 2/3만 했으면 좋겠다.”

구경거리는 여자만이 아니었다. 인형 같은 여자와 분위기 탈 줄 아는 변태 여자를 안는 남자 또한 부러움의 대상이다.

거대한 남근과 거기에서 나오는 끝을 모르는 정력은 같은 남성이라도 경외하기에 충분했다.

“대화라고 하면 건질 거라도 있지. 이건 대화도 없고.......”

“확, 영상을 뿌려버려?”

여기가 인터넷이 되는 지구였다면 가능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중간계에서 영상 매체는 극히 제한된다. 뿌리면 투기장이 선수들을 도촬하고 있다고 광고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이게 다 그 돼지 때문이야.”

“하, 그러게 말이다. 누가 투기장 공금 가져다 배팅하래? 미친놈 할 거면 좀 적당히 할 것이지.”

관리자들이 실시간으로 야동이나 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감시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선수들의 정보를 선수 본인보다 속속들이 알고 있는 투기장 측에서 배팅에 장난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그중에는 간부도 있었고, 그 간부 중 하나가 배팅으로 투기장 공금을 날려 먹었다.

그것도 상당한 액수를. 그 액수를 날려먹게 한 장본인이 바로 야동을 찍고 있는 저 남자다.

그것 말고도 승부 조작을 위해 투기장 측의 비밀 선수도 무너지고, 길드 접대용 게임도 무산되는 등. 한 사람 때문에 입은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내려진 판단이 이 실시간 감시. 수련하는 모습을 보고 약점이라도 알아오라는 의미였고, 그게 안 되면 일상생활에서 무언가 약점 잡을 만한 거라도 만들어 보라는 뜻이었다.

근데 그게 소용이 없다. 수련하는 모습은 보여주지도 않고, 생활이란 것은 성생활뿐이다. 뒷조사를 해보니 식사는 대한 길드에 가서 한단다.

식당 가듯 밥 먹으러 대한 길드에 들어갈 수 있는 놈이 왜 굳이 투기장 시설을 쓰는지 의문이다. 거기 시설이 이것보다 몇 배는 좋을 게 뻔한데.

어쨌든. 이런저런 일이 겹친 결과, 모니터실 근무자들은 주구장창 실시간으로 야동이나 보게 되었다. 그것도 더럽게 꼴리는 야동.

그것도 둘이서. 차라리 혼자라면 좋을 것을.

============================ 작품 후기 ============================

SSS급 영상을 보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남자의 무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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