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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소환된 남자-40화 (4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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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계

씨발, 내가 언제부터 일 저지르기 전에 참았다고 이딴 고민을 하고 있냐. 그냥 저지르고 봤지.

자리에서 일어나 아저씨의 머리를 잡는다. 그대로 손에 불을 일으킨다. 머리카락에 불이 붙고 살이 익는다.

“끄아아아아아!”

“아저씨.”

아니, 이 명칭은 너무 평범한가. 더 어울리는 단어가 있었는데...... 그래, 꼰대.

“아니, 이 꼰대새끼야. 내가 호구냐? 자원봉사자야? 왜 공짜로 일해 줘야 되냐고. 응?”

탁자에 머리를 처박는다. 탁자가 부서지고, 불이 붙는다. 마력으로 붙인 불이라 쉽게 안 꺼진다.

꼰대는 계속 비명을 지른다. 뇌가 익으면 죽으려나. 그러면 안 되지. 불을 끈다. 꼰대의 머리를 땅에 처박는다. 그대로 카펫을 태우는 불이 꼰대의 얼굴 가죽을 태운다.

눈코입이 골고루 탄다. 잘도 탄다. 잘도 타. 포션으로 치료하면 재미없으니 저주도 걸어준다. 평생 이 면상으로 살아라.

“소리 그만 질러. 시끄럽잖아.”

꼰대를 일으켜 앉힌다. 비명이 멈추지 않는다. 시끄럽게.

“무슨 일이십니까!?”

문이 거칠게 열리고 길드원이 들어온다. 나는 그놈을 향해 손을 흔든다.

“빨리 경비원 불러와! 싸울 수 있는 병력은 전부 데려오라고!”

꼰대 한 말은 아니고, 내가 한 말이다. 방의 참상에 놀란 남자는 곧장 튀어나갔다.

나는 꼰대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기다린다. 꼰대 머리를 태우던 불은 꺼졌지만, 방을 태우는 불은 아직 타오르고 있다. 활활 타오르는 것이 조명이 필요 없다.

꼰대가 정신 차리기보다 먼저 바깥에서 지원이 도착한다. 무장한 사람들이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온다.

“이게 무슨 짓이냐!”

“이 꼰대가 내 기분을 잡치게 했어. 그래서 그 보상을 받는 중이지.”

“그게 무슨 소리야?”

쯧쯧. 나는 혀를 찬다. 이렇게 머리가 나빠서야 제대로 된 대화나 될까 모르겠다.

“꼰대만 넘겨주면 조용히 넘어가 주겠다고.”

나 자신을 찬양하고 싶어질 정도로 자비로운 결단이다. 랑 길드를 대표해 나와 만나러 온 사람이 날 욕했다.

랑 길드가 나한테 시비 건 것과 똑같다. 그런데 한 사람만 내주면 살려주겠다고 하니 내 자비로움에 내가 두려워진다. 나중에 부처가 되는 거 아닐까.

“볼 것도 없다. 죽여라!”

그런데 저놈들이 내 자비를 거절했다. 그럼 남는 건 뭐다? 싸움.

“하여간, 무식한 놈들은 기회를 줘도 걷어차요.”

이 정도면 무기도 필요 없다. 마법도 안 써도 된다. 다가오는 공격을 몸으로 맞는다. 맞아도 옷 하나 안 찢어진다. 마법을 쓴 건 아니다. 그냥 마력으로 몸을 감싸고 있다. 그 마력을 뚫는 공격이 없다.

“몸 전체를 막는 공격은 마력 소모가 극심할 거다. 무조건 퍼부어라!”

이게 마력을 많이 잡아먹긴 기술이긴 하다. 그런데 어쩐다. 내 마력은 무한이다. 내 심장의 순간 마력 방출량을 뛰어넘는 공격이 아니라면 안 뚫린다.

나는 공격을 맞으며 꼰대를 끌어온다. 꼰대도 쓰려고 하면 다 쓸데가 있다.

바로 인질이다.

꼰대를 인질로 잡자 공격이 멈춘다.

“이사님을 어쩔 생각이지!?”

“이사?”

이사라도 해도 내가 이사가 어떤 직책인지 어떻게 알아. 오크한테 가서 내가 미합중국 대통령이다! 외쳐봐라. 걔들이 알아듣나. 니들끼리 만든 직책을 왜 나한테 들이대.

“야. 누가 널 한 대 쳤다. 그럼 어떻게 할래?”

갑작스러운 질문에 남자가 당황한다. 나는 꼰대의 경동맥을 손가락으로 꾸욱 누르며 위협한다.

“대답 안 해? 안 하면 콱!”

“바, 반격?”

“그거랑 똑같아.”

이사인지 이산인지 하는 이 꼰대가 날 건드렸고 난 이 꼰대에게 반격하는 중이다. 이건 정당방위라고.

“그러니까 내 잘못은 없다, 이거지. 알았으면 비켜. 아니면 계속 싸울래?”

“이사님을 넘겨줄 수는 없다! 소녀, 소녀를 공격하라!”

내가 안 되니까 라팔이냐. 겉모습은 벌레 하나 못 잡을 것 같은 애를 노리다니. 솔직히 얘들이 악당 아니야?

검기(劍氣)가 라팔에게 날아가지만 겨우 그런 공격이 먹힐 리가 없다. 벌레 쫓듯이 휘두르는 손짓에 검기가 모두 사라진다.

남자가 당황하며 외친다.

“너희들은 누구냐!”

“야, 이 새끼야! 잘하는 짓이다!”

내가 소리치자 우릴 포위하던 놈들이 몇 발짝 뒤로 물러난다. 방도 좁은 데 어딜 그렇게 뒤로 가. 벽에 딱 붙어 있으니 내가 저놈들을 위협하는 그림이다.

“죽이려 할 땐 언제고 못 죽이니까 누구세요? 이것들이 쳐 돌았나. 왜? 못 이길 것 같으니까 대화를 하고 싶어? 이제야 내가 누군지 궁금해지디?”

웃기는 놈들이다. 내가 누군지 묻지도 않고 죽이려 하더니.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자 이제야 내가 누군지 묻는다. 내가 약했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죽였을 거다.

“아니, 그건......”

남자가 당황한다. 상급자를 힘으로만 뽑으니 이렇다. 적어도 전투에 말빨이 얼마나 중요한데, 다음부터는 말빨도 보고 뽑아라.

내 말빨? 아갈리 정치판에서 정치하는 놈들한테 개털리며 익혔다. 그때는 말만 잘하면 사람을 설득할 수도 있다고 믿던 때였다. 말 안 듣는 놈은 죽어도 안 듣는다는 것도 아갈리에서 배웠다.

생각하니까 또 화나네. 그렇게 지랄 떨었는데 벽보고 지랄한 거랑 다를 게 없었어.

“아니긴 뭐가 아니야. 아니면 뭐? 내가 만만해 보여서 죽이려 했다? 그게 더 개 같은데?”

“그게 아니라....... 어떤 분이신지 궁금해.......”

“즉, 내가 어디서 굴러들어온 잡놈이면 죽이겠다? 그거 어쩌나. 나 잡놈 맞아.”

명성도 없고 인맥도 없다. 그냥 굴러다니는 잡놈 맞다. 그것도 아주 개잡놈이다. 정상으로 소환된 것도 아니고 여기 신까지 죽였으니까. 개잡놈 개백정이다.

“왜, 내가 잡놈이라니 할 말 없냐? 다시 싸울래?”

“아, 아닙니다.”

내가 좀 쎈 걸 아니까 싸우기 싫다? 실컷 공격 퍼부어 놓고? 힘 있는 놈이 장땡이라 이거냐. 그럼 나도 그렇게 대해주마.

“그럼 뭐 할래?”

“대화를 하고 싶습니다.”

“싫어.”

“네?”

“내가 니들 하고 싶은 데로 해줘야 하는 이유 있어?”

남자가 입을 다문다. 그런 이유가 어디 있겠어. 자길 죽이려 하던 상대의 말을 들어줘야 하는 이유? 나도 못 찾겠다.

대가리에 뭐가 들었으면 내가 말을 들어줄 거라 생각할까. 혹시 대가리가 꽃밭인가. 막 부모의 원수도 서로 대화를 통해 화해하고 친구 먹는 그런 세계에서 사시나?

그런 세계에 살 거면 혼자 살아라. 난 내 현실을 살련다. 약육강식. 힘이 전부는 아니라도 9할 9푼쯤 되는 세계.

“난 아주 자비로운 사람이라서. 그러니까 팔 하나씩만 받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했는데 난 팔 하나만 받아갈 생각이다. 이 얼마나 자비로운 선택인가. 세상 사람들 모두가 내 선택을 존중할 거다.

바람의 칼날이 뼈와 살을 가른다. 방안과 밖에 있던 사람들의 팔이 잘린다. 팔만 아주 깔끔하게 잘랐다.

꼰대의 상의를 잡는다. 그대로 질질 끌며 복도를 걷는다. 팔 잘린 사람들은 자기 피 위에서 뒹군다.

“이런 데서 자면 감기 걸려 이 사람아.”

뒹구는 사람들을 툭툭 발로 차 복도 구석으로 굴린다. 모여서 자면 죽지는 않을 거야. 그 전에 과다출혈로 죽지 않는다면.

꼰대를 질질 끌고 건물을 나온다. 밖은 무장한 사람들이 포위하고 있다. 호의적이지는 않군.

남자가 앞으로 나온다. 저 남자가 가진 무기랑 방어구가 제일 강한 마력을 가지고 있다.

“그 사람을 내려놔라.”

“네가 길마냐?”

“그렇다.”

인성도 안 보고 간부를 뽑는 안목 없는 길마가 납셨다.

“이 사람이 나한테 못 할 짓을 해서. 좀 데려가야겠는데.”

“그 사람은 랑 길드의 이사다.”

“이사라는 게 혹시 사람보다 높은 사람이거나. 사람보다 못한 금수새끼를 가리키는 말이야?”

그거라면 내가 이해한다. 인간보다 높은 존재나 낮은 존재에게 인간의 규칙을 들이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금수는 금수끼리 살게 해줘야지. 데려와서 괴롭히면 못 쓴다.

“장 이사는 사람을 영입하기 위해 갔을 건데.”

“사람 새끼란 거구나. 존나 있는 척하네.”

사람 새끼면 사람의 규칙대로 처리해도 된다. 문제 없구만. 그런데 난 이놈이 사람새끼인지 동물새끼인지 물었지 이놈이 무슨 일 하던 놈인지 물은 게 아니다. 저놈은 대화도 제대로 못 하나?

“그게 저런 또라이라면 우리 쪽에서 사양이다. 죽이고, 장 이사를 구해라.”

“그 나물에 그 밥이었어.”

저놈 안목이 없다고 했는데, 정정한다. 안목 끝내준다. 자기랑 똑같은 놈들을 뽑아서 고위직에 앉혀 놨다.

내가 또라이? 그건 인정한다. 근데 장 이사란 놈이 먼저 지랄했다고는 생각 안 해보냐? 그쪽이 먼저 또라이를 건드려서 또라이가 설친다고는 생각 안 하냐고.

“자살 지원자는 받는다. 고통스럽게 보내주마. 경고하는데, 덤비면 살려주는 건 없을 줄 알아.”

지원자가 참 많다. 그래, 세상 살기 참 힘들지. 내가 편하게 해주마.

땅에서 가시가 솟구친다. 크고 뾰족한 가시가 자살 지원자들을 꿰뚫는다.

“마법사다! 비켜라!”

길마가 나선다. 흙으로 만든 가시창이 길마의 몸에 닿자 가루가 되어 사라진다. 저건 뭐야? 마법으로 보이진 않는다. 나도 처음 보는 현상이다.

“마력 무효계 진명. 마법 잘 안 통해.”

“진명? 상태창에 나오는 그거?”

허세용 이름이 아니라 진짜 효능이 있는 거였구나. 진명, 진명. 말만 들었지 진짜 진명을 쓰는 건 처음 봤다.

“저런 건 어떻게 상대하냐?”

“목 자르면 죽어.”

“그러냐.......”

너무 직설적인 대답이라 할 말이 없다. 길마가 지척이다. 쟤가 느린 게 아니고 우리 대화가 빠른 거다. 튜토리얼 때 본 무협지의 표현을 빌리자면 혜광심어 비슷한 마법이다.

목을 자르는 건 됐고, 다른 걸 시험해보자.

마력 무효. 마법사인 나에게는 천적인 능력이다. 한 번 싸워두면 나중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무효라 해도 한계가 있겠지. 어디까지 버틸 수 있나 볼까.”

타올라라.

땅이 타오른다. 불은 내가 자주 쓰는 마법 중 하나다. 쉽고, 강하며, 위협적이다. 마력으로 타오르는 불은 자연의 불이 가지는 까다로움이 없다. 어디서든 잘 타고, 뭐든 잘 태운다.

불길은 길마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다. 길마의 몸에 닿자마자 불이 사그라든다. 길마는 열기 때문에 몸을 사리며 다가오지 못하고 있다. 이 정도는 버틴다 이거지.

화력을 조금 높여볼까.

불길이 더 거세진다. 길마는...... 불에 탄다. 화력을 못 버티고 불에 타고 있다.

“어째서! 어째서 마법이이!”

길마가 오징어처럼 몸을 꼰다.

“야, 거기서 죽으면 안 돼! 더 버텨야지!”

그 정도 마력도 못 버티면 어떡해! 실험이 안 되잖아! 마력을 거두고 불을 끈다. 급히 다가가 길마의 상태를 살핀다.

“휴.”

화상을 심하게 입긴 했어도 살아 있다. 아공간에서 포션을 꺼내 길마에게 먹인다. 길마의 상처가 빠르게 치료된다.

“......?”

상처가 치료됨과 함께 정신을 차린 길마는 허겁지겁 자신의 몸을 만지더니 안심한다. 안심하긴 이르다. 난 아직 그만둘 생각이 없다.

“파이어!”

사그라들었던 불길이 되살아났다.

“끄아아!”

뭐야, 이것도 못 버텨? 타는 쓰레기도 아니고 잘도 탄다.

드래곤 잡을 때 썼던 마력의 1/10도 안 썼는데, 쩝. 얘 너무 약하다.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자료나 조금 얻어놓자. 마력 무효화가 어떻게 작동하는 지 알아두면 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

불을 끄고 길마를 치료한다. 그리고 다시 불로 태운다.

고통에 길마가 정신이 나갔다. 말도 못하는데 보호 본능인지 불로 태우니까 무효화는 쓴다.

마력에만 반응해서 자길 지키는 모습이 무효화 기계다. 무효화 기계.

“흥흥흥.”

기계적인 작업은 피곤하니 이렇게 콧노래도 섞어주자. 길마가 인체 실험당하고 있는데 똘마니는 뭐하고 있어? 둘러보니 똘마니는 모두 겁에 질려 다가오지도 못한다.

보스를 구하기 위해 한 몸 바칠 용감한 똘마니는 없나?

슬프다, 슬퍼.

============================ 작품 후기 ============================

어어? 강원은 이렇게 사라질 도시가 아니었는데???

쓰다보니 강원이 사라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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