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소환된 남자-37화 (37/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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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계

‘미친놈 드디어 일낼 생각이구나.’

김찬수는 임명수와 빈민 시절부터 알고 지냈다. 여자 하나 때문에 신분상승 하겠다고 노력하던 미친놈. 빈민가 놈들은 거의 기억이 안 나는 지금도 임명수와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은 선명했다.

빈민은 가진 게 없다. 신체 능력이 부족해 사냥도 못 한다. 한 번 회귀한 다음 그 차이는 더욱 벌어졌다. 과거에 빈민이던 사람은 현재도 빈민인 경우가 많았고, 그들은 싸우는 방법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은 반면 회귀자들은 과거의 경험을 살려 더욱 강해졌으니까.

절망적인 차이를 앞에 두고, 임명수는 해냈다. 평민이 되는 것으로 모자라 안정적인 수입을 가진 모험가가 됐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김찬수와는 비교되는 일이었다.

따지자면 김찬수가 평민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임명수 덕분이다. 전투에 도움이 되는 진명을 가진 덕분에 임명수와 함께 몇몇 빈민들과 파티를 꾸려 사냥하며 빈민에서 탈출한 것이다.

그 사냥도 임명수가 다했고, 나머지가 묻어간 것에 불과했다. 그 나머지는 신서울 어딘가에서 범죄자로 살아가고 있다.

뜻하지 않게 빈민이 됐다고는 해도, 그들은 빈민가에서 살기 위해 많은 것을 익혔고, 그것들은 대부분 좋지 않은 것들이다. 제 버릇 남 못 준다고 빈민에서 벗어나서도 나머지는 범죄에 가담하며 살고 있다.

김찬수도 마찬가지다. 전생까지 합쳐 10년에 이르는 빈민가 생활은 그의 인생에서, 심장에서 죄의식을 앗아갔다.

임명수가 일을 내든, 누가 죽든. 이익만 취할 수 있다면 김찬수는 아무래도 좋았다.

***

새벽이 되었다. 나는 가만히 앉아 캠프를 지켜보고 있다. 다음 불침번이 혜지 차례다. 혜지랑 다른 배신자 차례, 이름도 모르니까 편의상 요리사라고 부르자.

시간이 됐다. 불침번이 혜지랑 요리사와 교대한다. 불침이 딱히 하는 일은 없다. 멍하니, 모닥불하고 눈싸움하는 것 정도.

“혜지 씨. 저쪽에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보고 와 주시겠어요?”

“알겠어요.”

혜지가 일어나 요리사가 가리킨 방향으로 간다. 캠핑장 기준으로 남쪽이다. 그리고 그쪽에는 아직 정신 못 차린 배신자가 있다. 상혁이를 죽이며 튄 피를 닦지도 않고 나무에 기대앉아 있다. 한 마디로 상태가 엉망이다.

배신자를 발견한 혜지가 배신자에게 다가간다.

“명수? 명수야?!”

혜지는 배신자 앞에 무릎을 꿇고 배신자를 살핀다. 그나저나 명수라는 이름이었구나. 기억해봤자 필요 없으니 잊어버리자. 잊어버리진 못하니 그냥 기억 저편에 박아버리자.

혜지는 명수의 옷을 만져도 보고, 어깨를 흔들어도 보고, 볼을 두들기기도 한다. 계속 배신자의 이름을 부르면서.

“명수야, 정신 차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상혁이, 상혁이는?”

임의 애타는 음성이 효과가 있었는지. 배신자가 드디어 반응한다.

“상... 혁이?”

혜지의 초조한 얼굴에 안도가 피어난다. 혜지가 침착하게, 또박또박 말한다.

“그래, 상혁이. 상혁이랑 그 사람은 어쩌고 너만 왔어? 그 꼴은 뭐고?”

“상혁이, 혜지.......”

“나, 혜지야. 알아보겠지?”

“혜지야!”

배신자가 벌떡 일어나 혜지를 덮친다.

“넌 내꺼야! 넌 내꺼라고! 뺏기지 않아! 넌 내꺼야!”

배신자가 거칠게 혜지의 옷을 잡아 뜯는다. 싸구려 속옷까지 뜯어버린 배신자는 거칠게 혜지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거품 물고 달려든다. 그런 말이 딱 어울린다.

혜지는 거칠게 몸부림친다. 그러나 배신자의 힘이 더 강하다.

“명수야, 왜 이러는 거야. 명수야!”

“조용히 해! 넌 내꺼야! 내 말만 들으면 돼!”

배신자가 혜지의 입술을 탐한다. 혜지의 입을 꾹 다물려 있지만, 배신자는 개의치 않고 입술을 핥고 빤다. 동시에 손을 아래로 내린다.

혜지가 기겁하며 몸부림친다. 이때까지 중 가장 격렬하다.

“안 돼! 싫어!”

눈 돌아간 배신자의 귀는 아무것도 듣지 않는다. 처음에는 벗기려다 몸부림에 계속 실패하자 아예 바지를 찢는다. 팬티도 마찬가지다. 혜지의 몸에는 천 조각만 올라가 있다. 거의 알몸이다.

배신자가 바지를 내린다. 물건은 이미 성을 내고 있다.

“싫어. 싫.......”

소리치려는 입을 배신자가 손으로 막는다. 읍읍. 억눌린 소리가 새나오지만 도움을 청하기에는 너무 작다.

배신자는 혜지의 음부에 물건을 삽입하고 허리를 움직인다.

평범한 강간이다. 정신질환자에 마음에 든 여자를 강간한다는, 드물지만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혜지는 이제 소리치지 않는다. 대신 눈물을 흘린다. 부릅뜬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려 떨어진다.

나는 조금 떨어진 나무 위에서 그 모든 것을 보고 있다.

“왜?”

내 소매를 잡아당기는 라팔에게 말을 건다. 라팔이는 혜지가 명수와 만날 때부터 내 옆에 있었다.

“기분 좋은 짓. 며칠 동안 못함.”

그냥 섹스라고 하지. 기분 좋은 짓이라고 둘러 말하니 더 야한 느낌이다. 그래서 좋은 건가? 우리 라팔이 오빠랑 기분 좋은 일 할까? 그냥 범죄군.

“며칠 됐다고 그러냐.”

“그래도.”

어째 얘는 한창때의 남자보다 더 성욕이 왕성한 것 같다. 하지만, 뭐. 나쁘진 않다. 옆에 친구들도 즐기고 있는데 손가락 빨면서 구경하면 서럽다.

라팔을 끌어안고 가슴을 주무른다. 이 변태는 벌써 준비를 끝내 놨다. 속옷도 없어. 치마 아래로 손을 넣어보니 아래쪽도 노팬티다. 잘 보니 옷도 평소와 다르다. 벗기기 쉬운 단순한 옷이다.

눈을 가늘게 뜨고 라팔을 바라본다. 어린놈이 발랑 까져가지고. 나이가 많으면 뭐해. 기억 상실이라 의미가 없는데.

“변태.”

“변태 아냐. 좆집. 의무수행.”

“그래, 너 좆집이었지.”

기분 좋은 일은 좆집의 의무이기도 하다. 제 역할에 충실한 물건이다. 말 잘 듣는 물건에게는 상을 줘야겠지.

바지 단추를 풀고 물건을 꺼냈다. 내 물건이 라팔의 다리 사이에 들어간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라팔은 양손으로 물건을 주무른다. 나 또한 손가락으로 라팔의 음부를 애무한다. 문지르고, 쑤시고, 간질이고.

살짝 강하게 움직일 때마다 라팔의 하체가 움찔 떨린다. 우리 라팔이는 할수록 감도가 좋아진다. 전과 달리 오래 애무할 필요가 없다. 그래도 내 물건 크기가 크기다 보니 충분히 적시긴 해야 한다.

“너, 인형인데 물은 왜 나오는 거냐?”

“순환계 구현했어. 내부는 인간과 거의 일치해.”

“그거 마이너스 요소 아니냐? 다치면 끝이잖아.”

“자동수복 가능. 나, 최고급 좆집.”

자기가 자기더러 좆집이라고 공언한다. 완전히 마음에 든 모양이다. 어딜 봐서 좆집이라는 역할이 마음에 드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작은 손으로 조물조물 해주니 물건이 빳빳해진다. 라팔이 쪽은 준비가 덜 됐다. 조금 더 즐겨볼까.

애무를 계속하며 남는 손으로 라팔의 얼굴을 돌려 날 보게 만든다. 나도 고개를 조금 숙여 입을 맞춘다. 작은 입술을 완전히 덮고 혀로 입술 주름 하나하나를 느낀다.

저쪽에서 혀를 얽어온다. 라팔은 몸에 힘을 풀고 나에게 편히 기댄다. 내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가끔 허리가 작게 들썩인다.

음부를 애무하던 손을 떼니 야한 실이 가늘게 이어진다. 준비는 된 것 같다.

라팔의 몸을 들고, 단번에 삽입한다. 라팔이는 허리를 쫙 펴고 눈을 반개한다. 들릴락 말락 한 신음을 낸다. 질 안쪽은 내 물건을 물결치듯 조인다.

“좋냐?”

이런 거 묻는 남자는 저질이지만, 가끔은 저질이어도 좋지 않아?

“응.”

라팔은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양손을 들어 손바닥으로 라팔의 귀를 덮는다. 천천히 손을 내린다. 턱선을 어루만지며 내려와 가느다란 목을 느끼고, 손을 라팔의 겨드랑이 밑으로 넣는다.

쇄골을 더듬으며 내려와 아담한 가슴을 만지고 지방 아래에 있는 갈비뼈를 느낀 다음 배를 지나 허리를 터치. 다시 올라가 움푹 들어간 겨드랑이를 손끝으로 톡톡 건드린다.

라팔이 간지러운지 몸을 흔든다.

허리를 움직이자 라팔의 허리도 내 움직임에 맞춰 움직인다. 그 어설프던 녀석이 이제 제법 허리를 쓸 줄 안다.

라팔이 다리를 올리더니 내 어깨로 넘긴다. 다리와 함께 몸도 돌린다. 라팔과 내가 마주 보는 자세가 된다. 내 허리에 다리를 감고 조인다. 서로의 하체가 꽈악 밀착한다. 라팔의 음부가 내 물건을 뿌리까지 삼킨다.

라팔은 그 상태로 꾸물꾸물 허리를 돌린다.

옆에서는 여전히 배신자가 허리를 흔들고 있다. 결합부에서는 하얀 거품이 새어 나온다. 이미 한 번 이상 안에 사정한 모양이다.

혜지는 반응이 없다. 눈물도 흘리지 않는다. 눈물이 타고 흘렀던 희미한 자국만이 볼에 남았다.

배신자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나도 즐기자.

야외 플레이에 옆에선 강간이라. 색다른 환경에 살짝 흥분된다.

***

“아.”

한창 즐기던 중, 라팔이 이상한 소리를 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저거.”

라팔이 가리킨 방향에는 열매가 열려 있었다. 나뭇가지에 연결된 커다란 열매다. 끈에 연결되어 있고, 팔다리 머리까지 달린 열매. 배신자다. 배신자가 목을 매고 죽어 있다.

“이건 또 뭐야?”

그렇게 혜지혜지 노래를 부르더니 혜지를 남기고 가버렸다. 혜지도 않았고, 소원성취했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거냐.

남겨진 혜지는 알몸으로 땅에 누워 있다. 눈을 감고 기절한 모습이다. 음부에서는 하얀 거품과 액체가 흘러 내려와 땅을 적시고 있다. 음부 주변에도 잔뜩 묻었다.

시체가 바람에 흔들린다. 흔들흔들. 그것이 꼭 흐르는 시간 같다. 혜지에게 집착하며 멈춰 있던 배신자의 시간.

배신자의 시간은 흐른다. 죽어서, 집착에서 벗어나서. 혜지에게서 해방되었다. 혜지만 남기고, 혜지밖에 안 남기고.

혜지의 손에는 그럼 뭐가 남나. 낸들 아냐.

“혜지야? 혜지야?”

캠프 쪽에서 사람이 온다. 시간이 꽤 지났다. 다음 불침번 시간이 되어서도 안 오니 찾으러 나온 건가.

다음 불침번은 실망이다. 저 목소리의 주인도 실망이고.

실망이가 가까워진다. 배신자의 시체가 보일만한 거리다.

“뭐야, 저건?”

차마 숨길 수 없는 당황이 드러난다. 그렇겠지. 없어진 혜지 찾으러 왔는데 흔들리는 시계추가 반겨주고 있으니까.

실망이가 시계추를 확인한다. 시계추가 누군지 알고 놀란다. 바로 이어서 땅에 있는 혜지를 발견한다.

“.......”

실망이의 저런 표정은 처음 봤다. 표정이 사라졌다. 잠깐 그러더니 오열하기 시작한다.

강간당하던 혜지가 못 다 지른 비명을 대신 질러주려는 것처럼 크고 서러운 울음이다.

캠프가 시끄러워지고, 사람들이 달려온다. 그들도 이 참상을 발견한다.

흔들리는 시체, 발가벗은 혜지. 오열하는 실망이.

나서는 사람이 있다. 같은 파티의 두 사람이다. 둘은 실망이를 토닥이며 위로한다.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 있으니 둘은 표정이 암담하되 울지 않는다.

두 사람의 몫까지 실망이가 떠맡은 느낌이다.

과거, 혜지는 친절을 베풀었고.

그 친절은 시간이 지나 혜지에게 돌아왔다.

상혁이가 죽었으며 혜지는 많은 걸 잃었다.

배신자는 혜지에게서 많은 걸 받았다.

배신자가 가져간 것들을 혜지는 돌려받을 수 없다. 그러기에 배신자는 너무 멀다.

한 번의 친절에 대한 보답.

그게 이런 식으로 돌아오기도 한다면.

난 친절 따위 개나 주련다.

============================ 작품 후기 ============================

여자가 인사해주니 자길 좋아한다고 착각한 스토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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