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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소환된 남자-26화 (26/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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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계

하늘에서 마법이 비처럼 내린다. 모든 속성 모든 종류의 마법이 땅에 떨어질 때마다 폭격을 맞은 것처럼 땅에 큰 구멍이 생긴다. 그런 마법이 비처럼 떨어진다. 땅이 뒤집힌다. 마법의 여파에 흙먼지가 피어오르고, 날려가길 반복한다.

내 구멍동서, 우리의 마스터 혈 길드 마스터께서는 그 빗줄기 속에서 망나니춤을 추고 계신다. 할버드로 튕겨내고 몸을 막고 아무튼 엄청 노력하면서 날 죽이러 오고 있다.

에헤라디야 엎고 놀자. 내 목을 날려보거라-.

내 꼴도 구멍동서와 비슷하다. 난 각설이춤 추면서 가끔 동서와 칼춤도 춰주고 하며 이 마법의 빗속에서 돌아다니고 있다. 당연히 내 마법은 나에게 데미지를 주지 않는다.

에헤라디야 망나니가 각설이 잡는다.

무진장 퍼붓는 내 폭격에는 마스터도 버티지 못했다. 갈수록 움직임이 둔해지더니. 이내 무릎 꿇고 몸을 웅크리고 할버드를 위로 들어 몸을 지킨다.

이건 끝났네.

나는 마법을 멈추고 마스터에게 다가간다. 땅이 울퉁불퉁하다. 이 주변만 지표면이 수십 미터는 낮아졌다. 가장 마법이 많이 떨어진 부분은 큰 구멍이 생겨있을 정도다. 난장판이군.

집도 잃고 병력도 잃고 와이프도 반쯤 잃은 구멍동서가 참으로 처량하다.

내가 다가가자 마스터는 몸을 지키던 할버드를 치우고 상체를 일으켜 날 본다. 얼굴은 부어터졌고, 옷도 성한 곳이 없다. 그만한 마법의 폭격을 맞고 이 상태면 양호한 측이다.

“마법사였나?”

“응.”

마스터가 허탈한 표정을 한다. 마법사랑 칼춤 췄으니, 그래서 압도하지도 못했으니 얼마나 쪽팔리겠어.

주변을 둘러보니 이제 싸우는 사람은 셋밖에 없다. 알바어쩌고의 셋.

그나마 조금 남아 있던 마스터 혈의 병력도 내 마법 폭격에 전부 죽은 것 같다. 시체도 남지 않아 죽었는지도 피했는지 확실하게는 모르겠다.

저쪽은 아직도 싸우고 있나. 구멍 안에 들어와서 보이진 않는데, 대충 느끼기론 알몸 소녀가 청년과 중년 상대로 열심히 허리를 움직이고 있다. 힘내라 소녀. 두 사람을 보내버려.

“반신이라더니. 반신은 다 너처럼 약하냐?”

“나를 그렇게 봐주니 영광이군. 그런 괴물들과 내가 비교는 될 것 같으냐.”

마스터의 말에는 힘이 없다. 전부 체념한 것 같다.

“왠지 그럴 것 같더라.”

일대일로는 저 셋 중 하나도 이기기 힘들어 보이거든. 이러면 괜히 싸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싸워보고 싶었던 건 반신이지 잉여가 아니다.

헛짓했군. 헛짓했어.

“설마, 겨우 그거 때문에 길드를 무너뜨린 거냐?”

내 반응이 어땠는지 마스터가 눈을 크게 뜨고 묻는다. 장담한다. 얘 지금 뭔가 착각하고 있다.

뭐 때문이긴 뭐 때문이야. 니들 쪽에서 먼저 시비 걸었잖아. 내가 한 일이라곤 내 몸을 지킨 것밖에 없다. 니들이 공격하지 않으면 나도 가만히 넘어갈 생각이었어.

이래서 배우자를 잘 둬야 한다는 거다. 이 미련한 동서는 첩하나 잘못 골랐다가 이 꼴이다.

“니들이 먼저 시비 털어놓고 어디서 발뺌이야. 난 정당방위밖에 안 했어. 알간?”

“그런 짓을 하고도......!”

마스터가 분노에 몸을 떤다. 웃기지도 않는 그 행동에 내가 웃으며 묻는다.

“그게 그렇게 화낼 일이냐? 니들이 시비 걸었잖아. 잘 자는 사람 깨우고 지랄이야. 적반하장도 이 정도면 풍년이다, 풍년. 이것들이 개지랄을 떨어요.”

내가 한 행동은 모두 이놈들이 먼저 싸움을 걸었을 때를 대비한 것이다. 먼저 시비 걸지 않았다면 아무 일 없이 평화롭게 넘어가는 것도 가능했다. 크게 내 쪽에서 먼저 싸움 걸 생각은 없었다 이 말이야.

“네가 먼저 내 여자를 건드렸지!”

이제 마스터는 얼굴까지 붉히며 소리친다. 이거 참 웃기는 놈이야. 가해자가 피해자 놀이하고 있다. 부부가 쌍으로 뇌가 유연한가.

“그리고 그년이 날 먼저 죽이려 했지. 그년이 날 죽이는 건 괜찮고, 내가 반격해서 그 여잘 강간한 건 안 돼냐?”

캬악 퉤. 마스터의 얼굴에 침을 뱉는다. 이런 놈들은 패턴이 다 똑같아요.

자기들이 가해자일 때는 입 싹 닦고, 심지어 피해자를 죽여서 입까지 막으려 하면서 막상 자기들이 피해자가 되면 세상 불행은 다 내 거예요!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해요! 하고 노래 부르며 지껄인다.

참으로 재미있는 종자들이다.

“뭐? 난 그런 소린 한 번도.......”

“못 들었으면, 뭐?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나?”

퉤. 침을 한 번 더 뱉는다. 전후 사정도 모르고 날 공격한 거면 이놈은 더 노답이다. 거대 단체의 수장이 이렇게 생각 없이 움직이다니 더 최악이다. 이 길드 어떻게 아직 유지되는 거지?

그냥 모든 걸 힘으로 찍어 눌러 해결한 건가. 어쨌든 노답이다.

“아, 짜증나.”

이놈을 보니 삽질하던 시절의 과거의 나도 좀 떠오르고 날 괴롭히던 약삭빠른 놈들도 떠오른다. 원수에 대한 기억에 자기혐오까지 겹치니 아주 기분이 더러워진다.

발로 차니 마스터의 안면이 뭉개진다. 계속 발로 차 아예 안면을 으깨버린다. 좋은 면상이다.

눈높이를 맞추니 마스터는 공포에 잊었던 분노를 떠올렸는지 이글거리는 눈으로 날 본다. 좋아, 그 눈이 훨씬 좋네.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것보단 백배 낫다.

마스터가 앉은 자세 그대로 나에게 할버드를 휘두른다. 기껏 생각한 게 이거냐. 공격을 인식한 순간 마법이 발동한다.

보이지 않는 칼날이 마스터의 양팔을 자른다. 할버드가 땅에 떨어지고 피가 뿜어진다. 나는 마스터의 머리를 짓밟는다.

“인간이 어떻게 그렇게 획일적이냐. 조금은 창의성을 발휘해보자, 우리.”

전백귀후십귀가 뼈와 살을 가른다. 마스터의 목이 떨어지고 주인 잃은 몸이 눈물 대신 피로 운다.

마스터의 몸에서 빠져나온 무언가가 내 몸속으로 들어오려 한다. 여신 때와 같다. 나는 그때처럼 마력으로 그것을 흩어버린다. 내 예상이 맞다면 이것도 마스터의 영혼이겠지. 이때까지 죽이길 많이도 죽였는데, 왜 직접 느낀 건 두 번일까.

설마 다른 놈들이 너무 약해서 영혼이 느껴지지도 않았던 건가. 그렇다면 조심해야겠다. 나도 모르는 사이 먹으면 안 되는 것을 잔뜩 먹었다는 소리니까.

좀 더 생각해볼 사안이지만, 그건 나중에. 지금은 할 일이 있다.

머리카락을 잡고 마스터의 머리를 내 눈높이까지 든다.

부릅뜬 눈이 인상적이다. 경악, 고통, 절망, 분노, 좌절. 양쪽 눈까리에 뭘 참 많이도 담아 놨다. 좋은 생각이 났으니 이건 잠깐 맡아두자.

대가리를 아공간에 넣고 구덩이에서 나온다. 바깥에는 아직도 알몸 소녀가 남자 둘을 상대로 허리를 흔들고 있다. 몸 전체를 흔들고 있는 거지만.

남자 둘은 소녀를 상대로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소녀의 공세가 워낙 강해 소극적이라는 느낌이 안 든다. 그나마 남아 있던 건물들이 실시간으로 무너진다.

둘 다 소녀에게 정신이 팔린 모습이다. 저런 등이 찌르고 싶어지는 법이지.

전백귀후십귀가 나에게 말을 거는 기분이다. 자, 찔러. 찔러버려. 저 쌔끈한 등짝에 칼빵을 놔!

그래! 찌르자! 찔러버리자! 등짝, 등짝을 보자!

귀신처럼 이동해 중년 아재의 등에 전백귀후십귀를 꽂는다. 후십귀 모드다.

아재는 본능적으로 날 쳐낸다. 그 기세가 흉흉했으므로 나는 순순히 물러난다. 어차피 지금부터 뭘 하든 늦는다.

전백귀후십귀, 이름 참 잘 지었다. 찔리기 전이라면 모르나, 찔린 이상 늦었다. 치료한다고 해도 내가 그걸 가만 보고 있지도 않을 거다.

아저씨 오래 살았지? 이제 쉴 때도 됐잖아?

“커헉, 컥. 쿨럭쿨럭쿨럭.”

열 발도 걷기 전에 아저씨가 손으로 구멍 난 배를 감싼다. 눈에 보이는 상처가 전부가 아니다. 저 아저씨의 몸속은 장기들이 세포 단위로 부서져 있다. 어떻게 가볍게 해볼 상처가 아니란 거지.

배의 구멍을 치료해도 방사능은 여전히 몸 안에서 세포를 부수고 괴사시키고 변이시킨다. 괴사하고 변이한 세포들은 또 다른 증상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독으로 알고 치료하려고 하면 그 변화무쌍한 증상에 어쩔 줄 모르게 된다.

더구나 내 마력을 먹은 방사능의 효과는 몇 배는 빠르다.

후십귀. 열 걸음도 걷기 전에 귀신이 되리라.

“림돔파아아알!”

초록 머리가 소리 지르며 달려온다. 그 뒤에서 소녀도 쫓아온다. 저놈 저거 어그로 관리 잘못했네. 보스몹을 달고 오고 있어. 막타 뺏기기 전에 빨리 먹자. 참고로 나도 몹이다. 몹도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닙니까.

사람을 죽여야 돈도 나오고 고기도 나오고 경험치도 나와.

무방비 상태인 아저씨에게 검을 휘두른다. 보이지 않는 힘이 내 검을 막는다. 검으로는 될 것 같지가 않다. 나는 마력을 움직인다. 마력으로 찍어 누른다.

아저씨가 고통스럽게 기침하고 피를 토한다. 그래도 방벽은 굳건하다. 이거 뭐지? 강도가 예측이 안 된다. 안 부서져.

그사이 초록 머리가 근처까지 왔다. 길어 보여도 모두 찰나에 이루어진 일이다.

아저씨의 투명 방벽에 색이 입혀진다. 빛을 허용하지 않는 검은색.

그걸 보고 내 눈이 뒤집힌다.

“씹새끼가 내 눈앞에 있구나!”

저 색, 익숙한 색이다. 저걸 어찌 잊을까. 내가 저 색으로 만들어진 상자 속에서 몇 년을 지냈는데.

아저씨. 아니, 이 새끼는 내가 죽이고 만다!

폭발이 일어난다. 힘 조절? 좆까!

내 몸이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는다. 어차피 다쳐도 안 죽는다. 불꽃에 살이 타고, 충격에 뼈가 부서진다. 내장과 눈알이 터진다. 그것들은 곧장 재생된다. 살이 자라고 터졌던 장기가 다시 제자리로 가 붙는다.

더럽게 아프다. 그래도 나는 눈을 부릅뜨고 마법을 사용한다. 폭발의 중심에서도 나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필사적으로 몸을 지키는 아저씨에게만 집중한다. 검은 장벽은 내 공격을 버티고 있다.

해보자 이거지?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오늘 저 아저씨랑은 끝장을 본다. 진짜 죽는다는 소리는 아니고, 말이 그렇다고.

폭발을 뚫고 가까이 다가오는 기척이 있다. 초록 머리다. 정말로 필사적이다. 람돔팔이라고 부르는 소리가 폭발을 뚫고 들려올 정도다. 초록 머리는 반쯤 울먹이고 있다.

아저씨가 뒤에서 보조하는 형태더라니. 처음부터 이 아저씨 상태가 안 좋았던 건가. 어째 찌르기 쉽더라.

나에겐 좋은 일이다. 얼른 뒤져라 아재.

방벽이 거의 부서지려 한다. 이제 조금이다. 그러나 그 직전에 초록 머리가 도착해 아저씨를 들고 나른다.

초록 머리가 이탈하고, 그놈이 어그로 끌던 소녀가 나를 노린다. 젠장, 똥을 싸고 가다니.

그냥 보내줄 수는 없지. 나는 아공간에서 작은 공을 꺼낸다.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다.

우라늄이라는 좋은 도구를 가지고 내가 검만 만들었을까? 그럴 리가. 생각나는 대로 여러 가지를 만들었고, 당연히 우라늄하면 생각나는 그것도 있다. 이건 그 소형버전이다.

트리거를 당기고, 우라늄 구슬을 던진다. 직선으로 날아가는 공. 아저씨를 낀 초록 머리가 옆으로 피한다. 그리고 핵폭탄이 폭발한다.

열풍을 동반한 방사능이 확산하고 방사능은 다시 열에 타버린다. 달려오던 소녀도 멈추고 폭발로부터 몸을 지킨다.

“쯧.”

나는 작게 혀를 찬다. 초록 머리와 아저씨를 놓쳤다. 폭발의 열풍을 이용해 날아가 버렸다. 찾아보려고 해도 마력이 불안정해 힘들다. 기지가 제법이다. 그래도 아저씨는 확실히 보낸 것 같다.

그 몸으로 초접근 핵폭발의 방사능을 맞았다. 살기는 힘들 거다.

“앞으로 하나.”

알몸 변태 소녀 차례다. 열기 속을 소녀가 달려온다. 그 눈은 똑바로 날 주시한다. 목은 여전히 꺾인 상태인 것이 호러 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헐벗고 달려오는 미소녀 귀신이라. 한 번쯤 박아보고 싶어지는데.

검은 상자에 갇혀서 먹기도 못 먹었지만, 싸기도 못 쌌다. 내 성욕은 십수 년이나 쌓여 있다는 건가.

격렬한 전투를 치르고도 소녀의 몸은 그 자태를 유지하고 있다. 벗겨지고 짓무른 곳이 있어도 피부는 여전히 하얗고 매끄러워 보였으며 얼굴도 오밀조밀 귀엽다.

박을 구멍이 있으면 좋겠는데.

============================ 작품 후기 ============================

제가 쓰고 있지만 참..... 쓰다보면 정신이 멀리 가버리네요.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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