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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소환된 남자-12화 (1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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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

결계 안을 탐색 마법으로 살핀다. 기본적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지만, 삼한 모빌 안에는 수십의 기척이 모여 있다.

유연화의 무리는 백 명이 넘는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나를 상대하러 왔던 놈들은 백 명이 되지 않았다. 날 상대하면서 여력을 남기다니. 쟤들 딴에는 최선을 다한 거겠지만 내 입장에선 웃기는 노릇이다.

모빌 안의 기척은 시시각각 줄어간다. 내분이라도 일어났나? 그건 아닌 것 같다. 누가 난입해 모빌 안에 있는 사람을 죽이는, 그런 그림이다. 무슨 일인이 궁금해진다.

모빌로 가려다가, 엎어져 있는 유연화를 본다.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다.

증인은 많을수록 좋겠지.

***

삼한 모빌을 향해 발을 뗀다.

“흐앙, 악, 으응...!”

걸을 때마다 신음이 울린다. 내 품에 매달린 유연화의 몸이 움찔움찔 떨리고, 음부에서는 애액이 질질 새 나온다. 난 지금 유연화랑 결합한 채로 걷고 있다. 유연화는 팔과 다리는 내 몸을 꽉 안고 있다.

셔츠 너머로 커다란 가슴이 비벼지는 감촉이 기분 좋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쾌락에 절은 얼굴로 필사적으로 날 붙잡고 있는 유연화의 얼굴과, 내 가슴팍에 짓눌린 거유가 그대로 보인다. 전문 용어로 말하면 꼴릿한 광경이다.

생이별한 연인도 아니고, 이렇게 필사적으로 유연화가 날 잡고 있을 이유가 없다. 난 그냥, 한 마디 해줬을 뿐이다.

‘안 매달리면 놔두고 간다.’

유연화가 강간당하며 그녀의 명예는 땅 아래를 뚫다 못해 지옥까지 추락했고, 내가 가버리면 알몸의, 강간당한 직후인 그녀는 혼자 남는다.

혼자 남겨지면 안전할까? 흩어지고 멘붕한 오합지졸들 사이에서? 그 정도 계산할 사고능력은 유연화에게 남아 있었다.

삼한 빌라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 내가 가기 전에 몰살당하겠다.

달리기 시작하자, 내 몸은 더욱 크게 흔들렸고, 유연화에게 가해지는 쾌락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그녀는 질벽이 꿈틀꿈틀 움직여 끊임없이 내 물건을 자극하며 꾹 조여 놓아주지 않는다.

유연화는 손톱까지 세우고, 팔다리에 있는 대로 힘을 주며 버티려 한다. 허리의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불쌍하게도 느껴지는 모습이지만, 나는 오히려 즐겁다. 날 죽이려 했던 년인데, 조금 불쌍하다고 자비를 베풀어야 할 이유가 있나? 적어도 난 없다고 본다.

빌라 앞에 도착했다. 오는 사이에도 다섯이 죽었다. 대충 기척을 느끼고, 뛴다. 창문을 부수며 빌라 안쪽으로 들어가니. 여자가 남자에게 칼을 겨누고 있다.

첫날밤에 건물 옥상에서 몰이사냥하던 그 여자다. 자주 보는 것 같지만, 실제로 보는 건 2번째구나. 첫날 그 모습인 인상 깊긴 했나 보다.

여자는 내 모습을, 정확히는 나에게 매달려서 흠칫흠칫 몸을 떨며 애액을 뿜는 유연화를 본다. 당최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이해한다.

미친 짓은 상식으로 이해 못 하니 미친 짓이다.

여자가 고개를 들어 내 얼굴을 본다. 살짝 놀란 표정이 된다.

“곤란한데.”

내 말에 여자가 경계하며 뒤로 물러난다. 여전히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여자와 결합한 채로 아파트 창문으로 뛰어들어오는 사람이 있다면 나라도 저런다. 말로 설명해도 어떤 상황인지 상상이 안 가잖아.

“여기 있는 놈들은 내 먹이였다고. 이거 어떻게 책임질 거야?”

“네?”

여자가 더욱 혼란스러운 얼굴을 한다. 여자와 결합한 채로 당당히 대지를 딛고 선 놈이 먹이 운운하고 있으면 나라도 저런다. 아, 나라면 그놈 거시기를 걷어 찼으려나? 그 후에 병원에서 의사양반하고 랑데뷰 시켜줘야지. 이보시오, 의사양반. 내가 고자라니!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던 여자는 눈을 꼭 감고 고개를 도리도리 흔든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뜬다. 여자의 표정은 여전히 어지럽다. 정신 차리기 위한 행동이었던 모양인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현실이다.

그러니 현실을 일깨워주자.

“저놈들이 날 죽이려 했고, 나는 공격해오는 놈들을 죽였지. 그러면 남은 놈들도 내 거 아닌가? 이왕이면 양보해 줬으면 하는데.”

여자는 잠시 입을 꾹 다물고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시선을 올려, 내 얼굴만을 바라본다.

“당신에 관한 소문은 들었어요. 철근을 씹어 먹고, 손으로 사람 배를 뚫는다면서요?”

내가 언제 그런 괴물이 되었데? 와전되어도 너무 와전되었다. 가능하냐 아니냐를 따지면 철근을 씹어 먹고 손으로 사람 배를 뚫는 것도 가능하긴 한데.

“오해 말아요. 도발하려는 건 아니에요. 그냥 이렇게 대화나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내 표정을 어떻게 읽었는지 여자가 변명한다. 그나저나, 아까부터 유연화는 완전히 무시하고 있군. 무시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 그러면 안 돼지.

“흐아아앙!”

한 발 강하게 앞으로 딛자, 겨우 색색 숨을 고르던 유연화가 달디 단 신음을 토한다. 여자는 여전히 시선을 내리지 않는다. 걸어 여자에게 다가간다.

“흐앙. 학, 히이잉... 으읏!”

다채로운 신음을 흘리며 유연화가 내 허리를 감고 있는 다리를 조인다. 몸도 덜덜 떤다. 여자는 얼굴을 고정한 채, 눈만 아래 구석으로 내린다. 얼굴도 살짝 붉다.

“이놈들은 내 목숨을 노렸고, 내가 이겼지. 이 정도면 이놈들 목숨은 내 손에 있다고 봐도 되지 않겠어?”

“흐앙, 흐으윽! 하앙!”

진지한 이야긴데, 전혀 진지하지가 않다. 내 품에서 지금도 절정하고 있는 누구누구 씨 때문에. 정상회담 같은 곳에 이 꼴로 나가면 진지한 이야기를 모두 넘길 수 있으려나?

그런 데 나갈 때마다 항상 공기가 거북했었다. 더부룩하고, 느리기도 엄청 느려서 말이야. 거북이처럼 거북거북하다고.

여자는 잠시 생각 하더니. 입을 연다.

“당연히 그래야죠. 이미 잡은 건 용서해 주시길 바라요. 원래 여길 털 생각이었고, 틈이 보여서 털은 것뿐이니까요.”

“사람을 죽이면 뭐라도 주나? 왜 그렇게 죽이려 해?”

내 질문에 여자가 눈을 끔뻑인다.

“모르세요?”

“모르니까 묻지.”

“10명 이상을 죽이면 학살 퀘스트를 줘요. 사람을 죽일수록, 튜토리얼이 끝나고 좋은 보상을 줘요. 그리고. 또.”

여자가 대답을 망설인다. 나는 되물어 대답을 재촉한다.

“또?”

“또.......”

여자는 망하길 망설인다. 괜히 말했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사람을 죽이는 게 몬스터보다 편하잖아요. 찌르기 쉽고, 몬스터보다 상승폭도 크고.”

그 말에 잠깐 벙 찐다. 말뜻을 생각한다. 사람을 죽이는 게 몬스터 보다 편하다. 몬스터는 왜 죽이지? 강해지기 위해서.

사냥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난 놈이 뭐라고 했더라? 생물을 죽이면 그 영혼 일부를 흡수해 강해진다고 했다.

즉, 몬스터나 사람이나 생물이기만 하면 상관없다.

웃음이 입술을 비집고 나온다. 저 여자도 미친년이구나.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자연스럽게 사람을 죽이고 있다.

“그래, 그렇지. 사람이 더 쉽긴 해. 몇 배는 쉽지.”

탐식귀는 약점을 찌르지 않으면 잘 죽지 않고, 통통 벌레나 개거지는 자칫 방심하면 치명상을 입기 쉽다. 반면 사람은 웃으며 다가가 찌르면 그냥 죽는다.

웃을 필요도 없다. 경계심을 가지지 않을 정도의 친밀감만 보여주면 된다. 그렇게 다가가 푹. 이렇게 쉬울 수가! 유치원생도 이건 할 수 있겠다!

탐식귀 100마리를 잡은 사람을 죽이면, 그 몫이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는 떨어질 거다. 효율도 비교가 안 된다.

“좋아. 우리 이렇게 만난 기념으로 악수 한 번 하자고.”

내가 손을 내밀자, 여자가 경계하면서도 맞잡는다.

“별 뜻은 없어. 미인 손이나 잡아보자는 정도?”

절세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미인을 육봉에 끼운 채로 할 말은 아니네. 끼워 두기만 하면 꾹꾹 조이고, 아늑하게 감싸고, 자꾸자꾸 만져주니. 빼고 싶지가 않다.

늙어서 하나 장만하면 발기부전 걱정은 없겠다. 반대로 복상사 걱정을 해야겠지.

상품 이름은 뭐라 하지? 그것을 넣어두는 장소니까....... 좆집. 좆집이 좋겠다. 이 무슨 미친 상품명. 적절한데, 동시에 정신 나갔다. 이런 상품이 진짜 있다면, 나는 꼭 산다. 천금을 들여서라도.

“저는 그만 가야겠네요.”

여자는 내가 깬 창문으로 뛰어내려 사라졌다. 창문으로 다가가, 여자에게 말한다.

“결계 안에 있는 놈들은 다 내 꺼다!”

“알았어요!”

여자는 달려 건물 사이로 사라진다. 지킬지 안 지킬지는 모르겠다. 안 지키면 내가 죽이지 뭐. 꽤 마음에 들었는데 얌전히 있어주면 고맙겠다.

“그럼, 하려던 일을 마저 해볼까.”

마침 여자가 죽이려던 먹잇감이 그대로 남아 있다. 내가 오기 전에 여자에게 죽기 직전이었던 남자는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날 보고 있다.

남자 입장에선 나나 여자가 다 똑같이 보이겠네. 사신으로.

“보지맛!”

남자가 고개를 휙 돌린다. 아니, 잘 듣긴 했는데. 그 뜻 아니야.

“보지맛!”

자기는 안 보고 있다는 걸 어필하려는지 눈까지 가린다.

“보지맛, 봤냐고! 이년 보지맛!”

남자가 날 본다. 그 표정이 기괴하다. 저놈은 뭔가. 저건 무슨 소린가. 난 누구고, 여긴 어딘가. 대충 이런 표정이다. 등 떠밀어주면 해탈하고 멀리 가버릴 것도 같다.

“못 봤구나. 미안. 나도 맛있는 건 혼자 먹고 싶거든. 먹여줄 순 없고. 보여줄게.”

날 껴안고 있는 유연화의 몸을 빙글 돌려 땅에 내려놓는다. 결합부는 여전히 연결되어 있으니, 이러면 후배위가 된다. 유연화의 눈높이가 앉아있는 남자와 맞춰진다.

몸을 돌리기 전에 보니까 유연화는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허리를 흔드니 유연화가 까무러치고 큰 유방이 지조 없이 출렁인다. 남자의 눈은 크게 떠져 깜빡이지도 않고 그 장면을 담고 있다.

잘 기억했다가 평생 딸감으로 써먹으렴, 그 정도 가치는 있는 장면이니까. 니가 어디 가서 이런 여자를 만나겠어.

가슴을 주무르기도 하고, 자세를 바꿔 유연화가 직접 움직이게도 하고, 다양하게 즐긴다. 유연화는 반쯤 정신이 나가 정신없이 허리를 흔들고, 환희의 비명을 지른다.

기승위로 위에 올려도 혼자 잘 흔들어 가버리는 것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그동안 난 한 번도 싸지 않았다. 발정 마법의 영향으로 유연화가 지나치게 잘 가는 거다.

“하아아앙!”

안에 싸버리자 유연화가 몸을 떤다. 남자는 그동안 눈이 벌게졌다. 집중하는 모습을 보니 깜빡이지도 않은 것 같다.

남자가 잘 볼수록 나는 좋다. 저 눈은 증인(證印)이 될 거고. 저 입은 증언(證言)이 될 거다. 남자는 내 협력자가 될 거고.

“보지맛은 못 즐겨도. 먹방은 잘 봤지? 어디 가서 이런 먹방 봤어?”

남자가 고개를 젓는다. 대답 안 하는 것 정도는 이해해주자.

“더 보고 싶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 눈이 열망에 차 있다.

“난 이 세기의 먹방을 되도록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어. 이해해?”

끄덕끄덕.

유연화를 다시 들어, 안는다. 육봉은 여전히 결합되어 있다. 유연화는 자동으로 팔다리로 내 몸을 감았다. 내 몸에 매달려 허리를 음탕하게, 살랑살랑 움직인다.

“딴 놈들을 설득하기만 하면 돼. 그럼 계속 볼 수 있어. 그러다 내가 만족하면, 혹시 알아?”

남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끄덕이다 목이 나가겠다.

“자, 가자.”

한 명씩, 또는 세 명씩, 삼한 빌라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 유연화 먹방을 보여주었다. 마지막에는 거기가 아플 정도로 발기한 남자들 사이에 정신을 잃은 유연화를 던져두고 나왔다.

난 안 매달리면 놔두고 간다고 했지. 매달린다고 놔두고 가지 않는다곤 안 했다.

퍼져라. 퍼져라. 떡밥아. 퍼져라.

============================ 작품 후기 ============================

너무 정성적인 전개라 자괴감이 느껴집니다. 클리셰에서 벗어난 글을 쓰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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