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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
“저희도 사냥하게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부탁드립니다!”
사냥에서 돌아오니. 요리사들이 이런 부탁을 해온다. 아까부터 머리를 숙이고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 1분쯤 됐나? 나는 그걸 가만히 지켜보는 중이다.
“오늘은 늦었고, 내일부터 갔다 와.”
“진짜요?!”
치킨녀가 환한 얼굴로 고개를 든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 긍정한다. 사냥하면 강해진다. 사냥하고 싶다는 건 강해지고 싶다는 말과 상통한다.
무력만능주의, 무력 숭배자인 나는 강해지려는 사람을 좋아한다. 재능은 차지하고, 강해지겠다는 의지를 그 자체로 긍정하는 편이고, 도와주기도 한다.
아갈리에서 치른 마지막 전투에서 막사를 지키던 그놈, 쫄병 코스프레 하던 그놈도 강해지고 싶다는 걸 내가 키운 놈이다.
“가져가.”
아공간에서 목걸이 세 개를 꺼낸 던진다. 받아든 세 사람이 맹한 표정을 한다.
“들고 있으면 죽지는 않을 거야.”
기억하기로는 어느 국가의 왕족이 착용하던 호신용 아티팩트다. 당연히 성능도 끝내준다. 이런 장소에서는 죽고 싶어도 못 죽을 것이다.
목걸이를 받아든 세 사람은 일단 그걸 착용한다. 내가 말한다.
“배고프다.”
“밥할게요.”
삼총사는 얌전히 주방으로 들어갔다.
저녁은 한식이었다. 어제와는 또 메뉴가 달라 먹는 맛이 있었다.
***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이 뜨인다. 누구지? 난 놈인가? 소리가 난 방향을 돌아보니, 요리사 삼인방이 부스럭거리고 있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뭐해?”
“아, 사냥 갈 준비하고 있어요.”
치킨녀가 살짝 놀랐다가, 배시시 웃으며 대답한다.
“그래? 갔다 와.”
대답하고 다시 눕는다. 손목에 찬 시계를 본다. 어제 백화점에서 가져온 거다. 주인이 없으니 훔친 건 아니다. 6시 30분. 5시간 정도 잤나. 꽤 오래 잤다.
삼인방이 나가는 기척이 느껴진다. 잠시 뒤척이다, 몸을 일으킨다.
“불안해.”
내 요리사들은 심성이 독하지도 않고, 운동신경이 좋지도 않다. 저런 얘들을 등쳐먹기 딱 좋다. 등골 많이 빨아 본 내가 하는 말이니 틀림없다.
쟤들이 나갔다가 횡액 당하면 그건 고대로 내 손해다. 물가에 얘들을 내놓은 부모의 심정이다. 불안하다. 그러니 따라가 보자.
난 놈을 놔두고 가게를 나와 결계를 씌운다. 삼인방은 아직 보이는 거리에 있다. 몸을 숨기고, 셋을 쫓는다.
삼인방은 잡담을 하며 길을 살피다, 통통 벌레가 보이면 등에 메고 있던 중식 냄비로 처리한다. 전에 한번 봤던 그 장면이다. 한중이가 중식 요리사니, 저 방법을 처음 발명한 건 한중이 일지도 모르겠다.
비상식적인 이 세계의 상식도 모르는 내가 평범, 비범을 나눌 수는 없지만, 내가 봤을 때 삼인방은 지극히 평범한 방법으로 사냥을 이어간다. 무리는 피하고, 적은 수만 상대한다.
안전하게, 차근차근, 하나씩.
실전 경험도 안 쌓이고, 저럴 시간에 검이나 한 번 더 휘두르라고 하고 싶지만, 여기는 몬스터만 죽여도 강해진다. 아마도 저런 방법이 정식일 것이다.
안전하게 몬스터를 잡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저래서 어느 세월에 강해지나 싶다.
벌레와 귀신을 잡으며 장비를 맞춘 삼인방은 주인 없는 건물을 하나씩 들여다본다. 3일째부터 나타난 개거지라는 몬스터가 주로 저런 건물 안에 산다. 개거지는 이족 보행하는 추레한 몰골의 개다. 마치 현실의 거지를 개로 만들어 놓은 모습이랄까.
탐식귀 때도 그랬고, 통통 벌레 때도 느꼈지만, 몬스터 이름 하나는 끝내주게 잘 짓는다. 이름과 모습이 직관적으로 팍팍 와 닿는다.
삼인방이 개거지가 있는 건물에 돌입한다. 개거지의 포인트는 15p. 대신 숫자가 많다.
빛에 반응하거나, 우연히 같은 자리에 몰리는 탐식귀와 달리, 개거지는 선천적으로, 본능적으로 무리 짓는다. 포인트가 높으니 잡기도 힘들다는 뜻이다.
나만 해도 사냥하며 개거지에게 잡아먹히는 사람을 셋은 봤다.
간단한 수화까지 써가며, 삼인방이 개거지 소굴로 돌입한다. 장비가 갖춰지니 움직임에도 날카로움이 생긴다. 그래 봤자 내가 볼 때는 장미 가시 정도의 날카로움이다. 그것도 가시 단 하나.
몰래 숨어 지켜보니, 삼인방은 개거지도 큰 탈 없이 처리한다. 따로 연습해본 적도 없을 텐데. 연계가 잘 맞았다. 같이 요리한 게 도움이라도 된 건가?
개거지 7마리를 성공적으로 처리하고 안심하는 삼인방, 저건 실수다. 내 눈에는 아직 안 끝났다. 개거지 2마리가 교묘한 사각에 몸을 숨기고 있거든.
와플 아저씨가 안심하고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개거지가 튀어나온다. 두 마리 개거지는 동시에 한 사람을 노렸다. 엉거주춤한 와플 아저씨. 저건 중상 확정이다. 아티팩트가 없었다면 말이다.
개거지의 이빨과 발톱이 허공에서 튕겨 나오고, 나를 뺀 모두가 경악한다. 심지어 개거지도.
다음 행동은 개거지가 빠르다. 두 마리 개거지는 본능적으로 다음 공격을 이어간다. 그러나 그것도 막힌다. 한발 늦게 치킨녀와 한중이가 개거지의 뒤와 옆을 찌른다. 개거지는 발작하다 숨을 거둔다.
“뭐였어요? 아저씨, 마법사에요?”
“목걸이가 빛났는데?”
치킨녀와 한중이가 와플 아저씨에게 다가가 몸을 살핀다. 와플 아저씨는 놀란 표정으로 목걸이에 달린 보석을 만지작거리다, 꾹 쥐었다.
한중이가 입을 연다.
“다음 먹이를 찾죠.”
치킨녀와 와플 아저씨가 한중이를 따라 개거지들의 시체가 남은 집을 뒤로했다.
삼인방은 조금 대담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사냥감을 물색했고, 사냥했다. 내가 보았을 때는 적절한 행동이었다.
위험하면 목걸이가 목숨을 최소 2번은 구해준다. 행동이 과감해지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다.
저 목걸이는 내 거고, 내가 언제 달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써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써먹겠다는 건 나쁜 일이 아니다.
삼인방은 이제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다른 게 신경 쓰인다. 삼인방을 아까부터 계속 따라다니는 놈이 몇 있다. 교묘하게 숨어서 쫓는 게 이런 일의 숙련자다.
‘여긴 정말 재미있어.’
어째 사고가 끊이질 않는지 하루를 곱게 넘기는 법이 없다.
***
그 후로 몇 시간이나 나는 요리사 삼인방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삼인방은 사냥을 끝내고, 요리 재료를 찾기 위해 상점을 돌고 있었다.
“채소들은 최대한 많이 싸가야겠는데요. 가을이라 다행이지. 여름이었으면 벌써 다 상했어요.”
한중이가 커다란 가방에 각종 채소를 넣으며 말한다. 중형마트 신선칸에는 채소와 나물, 과일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시들긴 했지만, 아직 상한 걸로는 안 보인다. 적어도 내 눈에는.
“채소뿐인가. 고기도 슬슬 위험해요. 아, 아저씨. 쌀도 5kg짜리로 한 주머니 챙겨 주세요. 벌써 다 떨어졌어요.”
“알았다.”
치킨녀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가방 두 개에 고기와 생선을 따로 챙기고 있다. 생선은 수조에 살아 있는 걸 그대로 잡아다 담고 있는 모습이다.
곱게 큰 것 같았는데, 의외로 터프해서 놀란다. 아, 쟤들 회귀했지. 미래의 기억이 있다면, 굳은 일한 기억도 있을 법하다.
세 사람은 큰 가방 네 개가 꽉 찰 정도로 식재료를 챙겼다. 가게답게 치킨집에는 가게에서나 보던 대형 냉장고가 두 개나 있다. 보관할 장소 걱정은 없다.
“상하기 전에, 내일 한 번 더 오고 싶은데. 괜찮습니까?”
“내일은 밀가루도 좀 챙겼으면 하는데. 와플 재료도 다 떨어졌어.”
그렇게 삼인방은 내일도 마트에 들르기로 합의를 마친다.
저 재료들이 전부 조리되어 내 뱃속으로 들어올 것을 생각하니 가슴 속에서부터 뿌듯하다. 내가 요리사 하나는 참 잘 골랐다. 협박으로 뽑은 거지만.
마트 밖으로 나오니 열 명 정도 되는 무리가 내 요리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행하던 놈들도 저기 있네.’
마트 안까지는 안 들어와서 밖에서 기다릴 줄 알았더니. 동료를 불러온 거였다.
“묻고 싶은 게 있다. 잠시 같이 가줬으면 하는데.”
세 사람이 잠시 눈빛을 교환한다. 그리고 한중이가 한 발 앞으로 나왔다.
“무슨 일이지?”
“첫째 날 너희를 데려간 사람. 너희들의 위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
삼인방의 얼굴이 굳는다. 오호라. 나는 작게 입맛을 다신다.
나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유가 뭘까? 내 힘이 무서워서, 비위를 맞추기 위해? 그렇다면 내 하인이나 다름없는 삼인방에게 더 깍듯하겠지. 저렇게 반말 찍찍 내뱉으며 고압적으로 말하면 안 된다.
나랑 맞먹으려 하거나 나를 어떻게 해보려 할 경우, 저런 태도가 설명된다. 이런 걸 두고 하룻강아지 범 코털 뽑는다고 하던가?
가소로운 한편 궁금하기도 하다. 내가 보여준 건 내 힘의 극히 일부지만, 그것만으로도 능히 일당백을 감당한다.
일당백의 괴물을 상대로 저놈들이 어떤 수단을 준비해올지 조금 기대된다. 그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 일이고. 우선은 벌어지고 있는 일부터 수습하자.
대화가 안 통할 거라고 여긴 스토커 집단이 감히 내 요리사들에게 손대려 하고 있었다. 저 손은 내 식사를 만들 손이고, 저 가방에 담긴 식재료는 내 위장에 들어올 음식의 재료다.
함부로 다루는 건 내 혀와 위장에 대한 모독이다.
마트 위에서 뛰어내리며, 치킨녀에게 손을 뻗는 남자의 팔을 자른다. 뭘로? 손날로.
힘차게 펄떡이는 피 분수. 스토커들이 동작을 멈춘다. 한 박자 늦게 비명이 울린다. 팔 잘린 놈이 어깨를 붙잡고 땅을 구른다. 피가 땅에 번진다.
“야, 그래도 피는 안 멈춰. 일어나서 지혈해.”
라고 해도 무리인가? 무시하자.
“어떻게......?”
“내 목걸이에 내가 추적 기능도 안 달아놨을 것 같아? 덤으로 위험하면 나한테 신호가 오는 기능도 있지.”
거짓말이지만. 치킨녀는 벌어진 입이 다물지 못한다. 시선은...... 땅을 뒹굴며 살려달라고 비는 스토커에게 가 있네. 놀란 게 그쪽이냐.
“그럼, 그쪽 아가들은 무슨 볼일로 내 셰프들에게 손을 대시려 하나?”
피 묻은 손을 털어내며 묻는다. 스토커들이 주춤주춤 물러선다. 내가 서 있는 건 작은 피웅덩이 위다. 시각 효과가 저들에게 배의 위압감을 주고 있다. 아, 신발 더러워지겠네. 어디서 하나 또 훔쳐야...... 아니, 조달해야지.
“워워. 어딜.”
용감한 스토커 하나가 아직도 피 흘리며 뒹구는 동료를 구하려 하기에 손을 내밀어 저지한다. 용감한 스토커는 나를 경계하며 분한 얼굴로 뒤로 물러난다.
“질문에 대답해 보실까? 잘 대답하면 이놈은 돌려주고.”
흘린 피가 슬슬 치사량이 되어 간다. 상점에는 포션도 팔던데. 그게 있으면 아직 되돌릴 수 있다. 그리고 곧 되돌릴 수 없어질 거다.
“그쪽 세 사람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뭐? 말해, 지금, 여기서. 재들 내 부하야. 안 그래?”
요리사 삼인방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건....... 저 세 사람에게만 말해야 한다.”
대장 스토커의 일그러진 얼굴이 참으로 볼만하다.
“나한테 관심 있는 거 아니었어? 왜 질문을 못 해? 니가 내 남자냐? 니가 내 사랑이냐. 왜 말을 못 해? 말을!”
킥킥 웃으니, 저놈들이 날 미친놈 보듯이 본다. 어이, 요리사들. 니들까지 그러면 안 되잖아. 괜히 배신당한 기분인데.
“응? 궁금하던 거 그거 아냐?”
내 질문에 대장 스토커의 얼굴이 잔뜩 굳는다. 굳은 얼굴이 더 굳으니 근경색이라도 걸린 것 같다.
“아, 죽었다.”
대장 스토커가 똥폼 잡으며 표정 구기는 사이. 팔 잘려 굴러다니던 놈이 죽었다. 몸부림치다 죽어 근육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그거 때문에 꿈틀거리는 거 빼면 반응이 없다.
내가 눈을 뗀 순간, 대장 스토커가 품에서 구슬을 꺼내 땅에 던진다. 몰래 던지려 한 거겠지만, 난 눈만으로 사물을 보지 않는다. 연막이 피어올라 주변을 가린다.
“물러난다!”
스토커들이 빠르게 물러나는 게 연기를 뚫고 보인다. 담을 타고 지붕을 뛰어넘는 것이 닌자 같다. 스토커가 물러가고 연기가 걷힌다.
나는 자기 피 위에 죽어 꿈틀거리는 시체에 다가간다.
“뭐 하시게요?”
치킨녀가 묻는다.
“결국, 뭘 원하는 지 못 들었잖아. 이놈한테 듣게.”
도망가는 걸 그냥 놓아준 게 아니다. 다른 방법이 있으니까 놓쳐준 거다.
“이 사람, 죽었는데요?”
“살려야지.”
치킨녀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왜 그렇게 놀라? 네크로맨서 몰라?”
오, 방금 거 라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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