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소환된 남자-4화 (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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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

몬스터와 포인트와 전기라.

몬스터, 포인트, 전기.

이 기적 같은 등식을 깨달은 나는 만세를 불렀다.

“아무래도 기뻐해도 될 것 같아!”

“네?”

치킨녀가 반문한다. 이 놀라운 일은 내 머릿속에서만 일어난 일이니 당연히 이들은 모른다. 그러니 친절히 설명해주자. 내가 어떤 기적을 맞이했고, 내 인생이 이 짧은 시간에 얼마나 달라졌는지. 더 찬란히 빛나게 되었는지!

“세계가 미친거면, 이 세계에선 미친놈이 정상이잖아? 나도 이제 정상인이다!”

실로 완벽해 흠잡을 데 없는 논리다. 외눈박이 마을에선 쌍눈박이가 병신이라고. 미친놈 세상이면 여긴 미친놈이 정상이다. 평균이다. 고로 난 평볌한 사람이다. 올레!

지구에 돌아오면 내가 정신병을 몇 개나 가지고 있을까 상담 한 번 해볼 생각이었는데, 여기 와서 말끔히 해결되었다. 그 해결책이 정말 쌈박해 감탄이 다 나온다.

내가 바뀌는 게 아니라, 세상이 바뀌었다. 내가 회전하는 게 아니라 세상이 한 바퀴 빙 돌아서 빙빙 미쳐버렸다. 누가 세상의 대갈빡을 후렸나 보다. 세상을 후린 그놈은 어떤 놈이야. 얼굴이나 보고 싶네. 감사인사 하게. 빌어먹게 감사합니다.

“우리 평범한 사람들답게 생산적인 대화를 나눠보자고. 진짜 그게 성립한다고? 몬스터가 전기로 최종환원 돼?”

“네, 네.”

치킨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다른 사람들의 반응도 보아하니 진짜 그런 거 같다. 오, 맙소사.

“그 몬스터란 건 언제 나오는데?”

“오늘 밤부터 나와요.”

그렇게 말하는 치킨녀는 뭔가 미심쩍은 얼굴이다. 그 미심쩍은 얼굴로 날 보고 있으니 내가 미심쩍은 거겠지. 다른 사람들은 모두 미래의 기억을 얻었다. 즉, 회귀했다. 그런 그들에게 이 사태는 비합리적일지언정, 비상식적이지는 않다. 상식과 합리가 괴리되다니, 괴상한 일이다.

이 사람들이 봤을 때 나는 상식도 모르고 이런 질문을 하는 것처럼 보이겠지. 딱 맞다. 이런 세계의 상식 따위. 알까보냐.

“그래? 그럼 밤까지 기다리지 뭐.”

딱히 할 것도 없으므로. 콜라를 털었던 편의점에가서 이번에는 다른 음식도 털었다. 치킨집에 있는 식재는 전부 요리해 먹어야 하는 거였다.

치킨이 제일 먹고 싶었지만, 다른 거라고 먹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들이부으니 끝없이 들어간다.

슬슬 날이 어두웠다.

“대체 언제 나와?”

“곧이요.”

치킨녀가 이번에는 질렸다는 표정을 한다. 참고로 나는 3시간 이상 한 자리 앉아 먹기만 하고 있다. 나 정도 되면 먹는 것도 끝없이 먹을 수 있다. 먹는 족족 위장에서 마력으로 분해하는 기술이 있거든. 정말 겉모습만 인간이구만.

몇 개 안 남은 삼각 김밥을 마무리하고 있으니 그것들이 왔다.

“왔네.”

한기가 대류한다. 한기는 인도에서 문으로 들어와, 편의점 안을 헤집는다. 냉기와는 다르다. 그건 엄밀히 잴 수 있는 온도다. 이건 머리칼이 쭈뼛 서는, 생물만이 느낄 수 있는 어떤 감각이다.

“하나만 더 묻자. 몬스터란 놈들은 모두 이렇게 요란하냐?”

요란한 몬스터라니. 피식자들은 도망가고, 포식자들의 먹잇감이 될 거다. 생존 경쟁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아뇨.......”

“그래, 그렇겠지.”

아까부터 해왔던 생각이 더욱 확신에 가까워진다. 이건 게임으로 따지면 그거다. 토트리얼? 도트리얼? 튜토리얼? 그래, 튜토리얼.

“이거 튜토리얼은 아니지?”

“튜토리얼입니다.”

옆에서 난 놈이 대답한다. 튜토리얼 맞단다. 구석에 앉아있던 놈이 언제 여기까지 왔데.

“구석진 곳에 숨거나 포인트로 결계부를 사지 않으면 탐식귀들은 어디든지 와요.”

치킨녀가 말한다. 이건 그거다. 지켜달라고 간접적으로 말하는 거. 나도 요리사를 죽게 내버려 둘 생각은 없다. 겨우 전기를 구할 수 있게 되었는데 죽게 놔두면 쓰나.

여러 괴물, 몬스터를 봐왔지만, 탐식귀라는 이름은 낯설다. 아갈리 대륙어와 대조하며 생각해봐도 딱히 떠오르는 이름이 없다. 뭐, 보면 알겠지.

탐식귀는 모습을 보자마자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뱀파이어처럼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진 이빨이 둥둥 떠다닌다. 입술이 있어야 할 부분에는 검은 안개가 있다. 이빨이 쉴 새 없이 딱딱 부딪힌다.

탐식귀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탐식귀 하나가 날 덮친다. 큰 이빨을 벌리고 내 머리를 먹으려 한다. 팔을 한 번 내밀어 주었다. 뒤쪽에서 비명과 숨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탐식귀는 보란 듯이 내 팔을 삼킨다. 그리고 씹는다. 잘근잘근 씹는다. 내 팔은 멀쩡하다. 그냥 간지럽다. 뒤쪽에선 또 숨 삼키고 놀라는 소리가 들린다. 과호흡 걸린 건 아닌가 싶을 정도네.

딱밤으로 이빨을 때리니 탐식귀가 흩어져 사라진다. 동시에 메시지가 나온다.

[탐식귀를 죽였습니다.]

[10p 획득.]

[포인트 상점을 열람 가능합니다.]

이 메시지 환각 아니었구나. 일주일 동안 살아남으라는 말 빼면 감감무소식이었는데.

심심하니 포인트 상점을 연다. 열겠다고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열렸다. 이것도 눈앞에 메시지처럼 나왔다. 상점을 열어본 감상은....... 일단 이것저것 많다. 대충 봐도 천 가지는 넘을 것 같다.

원하는 것은 하나였으므로 일단 전기를 찾는다.

[전기 1kw, 10p]

“1킬로와트?”

다짜고짜 1kw라고 해도 얼마인지 전혀 모르겠다. 다행히 치킨녀가 1kw가 어느 정도인지 알았다.

“400킬로와트 정도면 4인 가정에서 한 달 정도 쓸 양이에요.”

“그럼 딱 200만 벌자.”

그 정도면 일주일 정도는 에어컨 빵빵하게 틀고도 살겠지. 가을이라 에어컨도 크게 필요 없지만.

“오랜만에 몸이나 움직여볼까.”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사람 잡으며 실컷 움직이긴 했는데, 그건 운동이라기보다는 일이라는 느낌이었고. 이번에는 운동처럼 가볍게 할 생각이다.

걸어서 치킨집 밖으로 나온 다음, 가볍게 발을 박찬다.

퉁.

내 몸이 높이 떠오른다. 뭐야 이건? 아래를 내려다보며 눈살을 찌푸린다. 주변이 온통 검은색이다. 내가 있던 치킨집, 정확히는 소환됐을 때 처음 있던 그 길을 중심으로 직사각형 공간만 존재한다. 그 너머는 검은 장막이 가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튜토리얼이라더니. 맵도 제한해 놨군.

아래를 보니 탐식귀를 상대하는 사람이 몇몇 보인다. 그렇게 많이 보이지는 않는다. 바깥에는 탐식귀가 가득하다. 이러니 나오려는 인간이 없지. 바깥에서 탐식귀를 죽이고 있는 저 인간들이 이상한 거다. 적극적으로 탐식귀를 죽여 포인트를 쌓으려는 거다. 저 사람들을 기억해둘까 하다가 관뒀다. 귀찮고, 저놈들이 뭘 해도 내가 더 쌔다.

유치해 보이지만 강함은, 힘은 중요하다. 대화를 아무리 잘해도 폭력 앞에선 부질없고, 무얼하든 가장 마지막에 남는 것은 원시적인 폭력이다. 압도적인 폭력이 있다면 마지막까지 마음대로 하다 죽을 수 있다. 그것이 자유, 해방이란 놈이다.

살벌하게, 살인하게 여기저기 굴러다닌 내 나름의 철학이다.

탐식귀는 하늘을 난다. 건물 외벽이나, 옥상, 인도, 도로를 가리지 않고 둥둥 떠다니며 이빨을 딱딱 부딪친다. 탐식귀가 몰려 있는 자리를 몇 개 봐 둔다. 그리고 그중 한 곳으로 낙하한다.

하늘로 양손을 들고, 파이어! 손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몸이 가속한다. 내 몸은 빠르게 탐식귀가 몰려 있는 상가 옥상을 향한다.

다리부터 착지한다. 떠 있던 탐식귀들이 당황하는 것이 느껴진다. 머리도 없는 놈들이 생각은 어떻게 하는 걸까. 깊이 들어가면 머리 아파지니 그만두자. 일어서 주변을 둘러보니 백 마리가 넘는 탐식귀가 떠 있다. 휴우, 대박인데?

시야 한구석에 사람이 보인다. 고개를 돌리니 여자다. 움직이기 편해 보이는 활동복을 들고, 양손에는 석궁과 기다란 송곳을 들고 있다. 펜싱에서 저런 칼을 쓰는 걸 본 것도 같다. 여자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표정이다.

“아, 잡고 있었어? 미안해. 여긴 내가 먹을 거거든.”

낌새를 보아하니, 쫓기는 게 아니라 여기로 사냥 나온 모양이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건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다.

탐식귀가 덮쳐든다. 허리를 물어오는 걸 뒤로 누워 피하고, 손가락으로 툭 쳐주니 탐식귀가 죽는다. 다른 놈들도 연달아 덮쳐왔다. 간단한 작업이다. 피하고, 툭. 피하고, 툭. 탐식귀는 튜토리얼 몬스터의 수준을 넘지 않았다. 평범한 사람도 잘 보고 피하면 피할 수 있을 정도다.

반 이상 잡아놨더니. 탐식귀들이 겁먹어 다가오지 않는다. 이럴 때는 또 방법이 있지. 옥상에 손을 집어넣는다.

우직. 하고 콘크리트 덩어리를 꺼내 하늘로 던졌다. 중력에 이끌려 내려오는 콘크리트에 주먹을 휘두른다.

“빠샤!”

기합도 한 번 질러주고!

산탄처럼 흩뿌려진 콘크리트가 탐식귀의 몸을 관통한다. 공중에 떠 있던 탐식귀들이 무더기로 죽어갔다.

조금밖에 안 남은 탐식귀들이 도주를 시도한다. 마침 옥상 난간이 보여서, 난간을 뽑아 날려 하나씩 모두 잡아주었다.

[탐식귀 182마리 처지.]

[1820p 획득.]

전투가 끝나서야 메시지가 떠오른다. 이 게임인지 시스템인지를 만든 사람은 자잘한 배려도 하는구나 싶었다. 목표치는 200마리였으니까. 돌아가며 몇 마리 잡으면 될 듯하다. 미련 없이 옥상에서 발을 돌린다.

“저, 저기.......!”

여자가 뒤에서 날 부른다.

“미안, 내가 좀 급해서.

무시하고 뛰어내려 걷는다. 여자는 뛰어내리지 못한 것 같다. 쫓아온다 해도 내려올 때 즈음이면 난 없겠지. 앞으로도 만나지 말자.

***

치킨집으로 돌아오니 전투가 한창이었다.

“아차.”

나야 안전하다지만, 쟤들은 아니었다. 탐식귀가 덮치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을 깜빡했다. 다행히 죽거나 다친 사람은 없다. 소중한 인력을 써먹기도 전에 잃을 뻔했다. 앞으로 조심하자.

내 실수와는 별개로 쟤들 꽤 잘 싸운다. 조금 지켜보자. 나는 갑자기 끼어든 이방인이고, 원주민이 어떻게 싸우는지도 궁금해졌다.

넷이서 탐식귀 여섯을 상대한다. 역할은 가변적이지만, 난 놈과 요리사 하나가 주의를 끌고, 다른 둘이 공격하는 형식이다. 난 놈은 움직임도 좋았다. 공부 잘하고 운동 잘하는 놈이라니. 진짜로 난 놈이잖아.

점점 저놈을 날려줄 날이 기대된다. 어디로? 미국으로. 우리 아버지 미국 갔어! 아니야, 천국이겠지!

보아하니, 공격하며 노리는 부분이 모두 같다. 이빨과 이빨 사이의 어둠. 사람으로 치면 목젖이 있을 부분이다.

쨍그랑. 공격을 피하던 요리사가 식탁에 걸려 넘어졌고, 식탁 위에 있던 접시가 깨진다. 아차, 구경은 좋은데 내 집이 엉망이 되고 있다. 한동안 머물 장소인데 저럼 안 되지.

툭. 공기를 날려 남은 두 마리를 정리한다. 탐식귀가 죽자 네 명은 두리번 거리다 날 발견한다.

“전기 구해왔다. 그런데 이거 어떻게 쓰는 거야?”

“전기를 사고, 두꺼비집에 손대면 됩니다.”

난 놈이 대답한다. 거참 대단한 세계일세. 두꺼비집에 손대면 전기가 통한다니. 내가 언제 전기쥐가 되었지? 피카피카? 이 세상에 적응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같다.

두꺼비집을 찾아 손을 대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차. 아직 전기를 안 샀지. 상점에서 전기를 사고 두꺼비집에 다시 손을 올리니 메시지가 하나 뜬다.

[얼마나 충전하시겠습니까?]

화끈하게 가자. 200kw.

타탁. 지지직. 두꺼비집 올라가는 소리와 전자기기 켜지는 소리가 연달아 들린다. 확실히 전기가 들어왔다. 이세계에서 전등을 써볼 줄이야. 휘유. 묘한 즐거움에 휘파람을 불어본다.

전기 정도야 직접 만들 수도 있지만, 만들어도 공격밖에 할 줄 모른다. 괜히 내가 해보려다 전선 태워 먹으면 어쩌려고. 이왕이면 확실한 수단이 좋다.

두꺼비집이 있던 작은 창고에서 나오자, 가게 앞으로 검은색이 바글바글 몰려드는 것이 보인다. 전부 탐식귀다.

미친?

“탐식귀는 빛에 반응합니다.”

난 놈이 절망적인 표정을 짓는 가운데서도 설명한다. 좋아. 오늘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짓을 했어.

그런데 좀 빨리 설명하지. 다시 저놈이 싫어졌다.

============================ 작품 후기 ============================

주인공의 태세 전화은 세계 제이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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