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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황홀경 (253)화 (253/300)

달의 황홀경

253화

내리누르는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간다. 아직 다 마르지 않은 피가 이설의 목으로 흘렀다.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는 이설은 발이 아픈 것도 잊었는지 몸부림을 치고 다친 어깨를 휘두르며 우찬을 밀어냈다.

아무리 이설에게 모진 마음을 먹는다 해도 결국 지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시름시름 앓아 죽어 가는 모습에 마침내 두 손 두 발 들게 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더 강경하게 나갈 수도 있었지만 상대가 이설이기에 그럴 수 없었다. 얼마나 더 혐오감에 차오른 눈빛이 제게 향할지 생각만 해도 숨이 턱 막혔다.

“그냥 모른 척 그럴듯한 거짓말로 둘러대지 그랬느냐. 그렇게라도 울고 빌었으면 내가……!”

“시, 싫……, 흐읏!”

“전부 묻고 다시 시작할 수도 있었는데 너는 대체 왜!”

눈물과 피로 범벅이 된 베개 위에서 이설이 사정없이 머리를 흔들었다. 제대로 힘도 쓰지 못하는 팔다리는 막을 필요조차 없어 우찬은 이미 흐트러진 앞섬의 끈을 풀었다. 익숙한 살 냄새와 욕탕에 쪄 둔 약초 냄새가 달아오른 체온에 녹아 진동했다. 새까만 동공에 희미하게 초점을 잃은 우찬이 홀린 듯 이설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숨을 들이마셨다. 들끓던 화가 가라앉는 대신 그 자리를 욕정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와 채웠다.

숨이 꼴깍꼴깍 넘어가는 소리로 이설이 비명을 질렀다. 우찬은 입술이 닿은 살갗에 질척하게 침을 묻히고 이로 긁었다. 잘근잘근 씹어 빨아들이다가 더 이상 붉어질 것도 없다 싶으면 그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설은 잠깐 쉴 틈도 없이 숨을 헐떡였다. 간간이 더운 숨과 함께 터지는 가느다란 신음에 우찬이 픽 웃음을 터뜨리며 묻었던 얼굴을 들었다.

“좋은가 봐?”

“하아, 그만…… 하지 마시, 하지 마세요…….”

“이렇게 좋아하면서 왜.”

겉옷의 허리께를 배회하던 손이 벌어진 앞섬으로 쑥 들어갔다. 살점 하나 없어 빗장뼈까지 다 느껴지는 가슴팍에 툭 튀어 오른 유두를 손가락으로 비틀어 쥐었다. 펄쩍 튀어 오르는 몸과 함께 이설이 단말마의 야릇한 신음을 질렀다.

“이상하네. 전보다 더 예민해진 것 같아.”

고개가 뒤로 꺾여 신음하는 이설의 머리채를 잡아 똑바로 눕혔다. 귀에 대고 읊조리는 말에 웃음기가 걷혔다.

“궁 밖에서 내가 아닌 다른 사내의 손이라도 탄 것이냐?”

정신없는 와중에 우찬의 말은 들은 모양이었다. 불쾌한 건지 불안한 건지 알 수 없는 눈동자가 옆으로 굴러왔다. 젖은 눈이 애처로웠지만 오히려 가학성을 자극하여 숨이 달아올랐다.

무른 살이 붙은 귓불을 앞니로 잘근 씹었다. 동시에 유두를 손가락 끝에 대고 부드럽게 굴려 만져 주니 신음과 비명이 차례로 번갈아 가며 반복됐다.

“대답해야지.”

말랑했던 유두가 점점 단단해져 가는 게 손끝에서 느껴졌다. 육체의 본능을 이기기에 이설은 너무 나약하다.

“나 말고 누가 여기를,”

거추장스러운 웃옷을 옆으로 완전히 펼쳐 넘겼다. 찬 공기에 드러난 가슴에 놀랐는지 이설이 다시 옷을 여미려고 했지만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우찬은 손가락으로 못살게 굴던 유두 한쪽에 진득하게 침을 발라 혀로 올렸다.

“이렇게 만져 준 적이 있었는지 물었잖아.”

하읏, 하고 색이 다르게 터지는 신음에서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시 유두에 입술을 대고 혀를 굴렸다. 처음과 달리 단단해진 유두가 위로 바짝 솟아올랐다. 혀끝에 닿자 새어 나오는 신음이 야릇했다. 이로 물어 유두 주변을 씹고 물어뜯으려던 우찬은 생각을 바꿔 혀로 부드럽게 핥아 올리기만 했다.

생각했던 대로 비명이 차츰 물기에 축축하게 젖은 교성으로 바뀌었다. 녹진하게 녹아드는 몸이 적응하지 못하게 간간이 다른 한쪽 유두를 손가락으로 눌러 자극을 주자 어깨를 움찔 떨어댔다. 역시 몸의 반응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였다.

“이 얼굴을 보여 준 사람이 나 말고 누가 또 있나?”

뒤로 꺾은 고개 때문에 아래에서는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유두를 시작으로 쇄골을 지나 목 아래에서부터 턱을 훑고 지나가는 입술을 따라 침이 묻었다. 지금부터 이설의 몸 어느 한구석까지 입술이 지나지 않은 곳은 없게 만들 생각이다.

목을 간지럽히는 자극에 이설이 얼굴을 내리며 벌어진 입술로 짧게 호흡했다.

“답을 듣기 위해 하는 질문이었다. 대답해.”

마음과는 달리 몸이 마냥 거부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는지 이설이 수치심에 물든 얼굴로 우찬을 노려봤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노려보는 눈이라고 해봐야 아래에 자극이나 줄 뿐 전처럼 저릿한 동정심을 주지는 못했다.

이설이 맨정신에 대답하는 것을 기다리기 위해 정신없이 가슴을 지분거리던 손도 멈췄다. 겨우 한숨 돌린 이설이 숨을 고른 뒤에야 대답했다.

“폐하께는 그게 중요한 문제입니까?”

“무척.”

“제 정절을 믿지 못하시는 겁니까?”

“이 시점에 내가 네 정절이라고 믿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연모한다는 말 따위로 나를 기만하는 네 정절을?”

이설이 꽉 깨문 어금니를 덜덜 떨며 주먹으로 눈물을 비벼 닦았다. 우찬은 팔을 타고 손에서 계속 피가 흐르자 볼에 닦았다. 입꼬리 옆에서부터 광대 위까지 핏자국에 길게 이어졌다.

“하물며 네 육체의 정절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 너도 잘 알지 않아?”

순간 떨리는 눈동자가 수치심을 감추지 못해 웃음이 났지만 사실 웃을 기분은 아니었다. 안으로 살짝 패는 볼을 보니 이설은 입 안쪽 살을 어금니로 꽉 물은 것 같았다.

무표정의 우찬이 얼굴을 내려 가까이 다가갔다. 혀로 입술을 쓸어 올리고 내리고 가볍게 뗐다 붙였다 하는 것만으로도 이설이 몸에 힘을 빼는 게 느껴졌다.

가볍게 볼을 감싸 쥐고 벌어진 입술 사이로 혀를 밀어 넣었다. 금세 울퉁불퉁해진 안쪽 여린 살을 혀로 살살 쓸어 만져 풀어 줬다. 입속에 고인 침마저 달콤한 이설은 저항 한 번 하지 않고 무방비하게 입술을 내줬다.

“봐.”

살짝 입술을 떼고 이설의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버릇처럼 세게 힘을 주지 않기 위해 신경 썼다.

“네 몸은 이리 쉽게 무너져.”

이설은 아까부터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눈치였지만 망설이는 티가 역력하여 입도 한 번 뻥긋하지 못했다. 우찬은 아랑곳 않고 축축하게 젖은 입술을 앞니로 물었다 놓았다 하며 의미 없는 장난을 쳤다.

붉은 입술이 부어올라 통통해졌을 때쯤 우찬이 다시 물었다. 나른하게 뜬 눈이었는데 이상하게 칼날처럼 날카롭게 이설을 긁었다.

“하여 물었잖아. 나 말고 다른 사내와 욕정을 나눴느냐?”

“그런 일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설이 보다 분명한 발음으로 대답했다. 눈물로 얼룩지어져 있을지언정 눈빛은 단호하고 목소리는 곧고 떨림이 없었다.

만족스러운 대답에도 우찬은 별 반응 없이 이설의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매만졌다. 매끈한 입술이 침에 젖어 마찰 없이 부드러웠다.

“사실 알고 있었어.”

여상한 말투는 이설의 대답이 특별히 놀라울 것도 아니라는 듯 평이했다. 다시 이설에게 입 맞출 듯 다가갔던 입술이 볼을 지나 귓가로 향했다.

“궁에 데려온 날 이미 네 아래까지 전부 확인해 보았다. 깨끗하던데.”

이설을 궁에 데려왔던 날 다른 이가 남긴 흔적이 있는지 살펴봤다. 상처와 울혈만 가득한 몸에서 정사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우찬은 기어코 이설의 다리를 벌려 확인하고서야 의심을 거뒀다. 하지만 그깟 확인으로 이설이 완전무결하다고 할 수는 없기에, 이따금 이설이 궁 밖에서 누군가와 잠자리를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면 손끝이 저릴 할 정도로 주먹을 세게 쥐어야 겨우 화를 참을 수 있었다.

갑자기 발작하듯 몸을 일으켜 세우려는 이설을 뒤집어 눕히고 옷을 벗겼다. 앙상한 어깨에 감아 둔 흰 천에 불긋한 피가 조금 묻어 있었다. 제 억울함을 호소하며 소리 질러대던 이설은 바뀐 자세에서 우찬이 할 법한 행동을 눈치챘는지 온몸으로 저항했다.

“놓으십시오! 읏, 이거 놓으, 빨리 놓으십,”

소리를 질러 대는 이설에게 몸을 숙여 손을 배 아래로 밀어 넣었다. 납작한 배 가운데에 뚫린 작은 구멍을 만지며 다치지 않은 쪽의 어깨 쪽으로 이설을 모로 눕혔다. 그리고 웅크린 몸 뒤에 제 몸을 바짝 붙여 옴짝달싹 못 하게 다른 팔로 옭아맸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다시 확인해 볼까.”

“싫습, …다! 놓, 으세요, …하! 아윽,”

베개 위에서 도리질을 치며 소리 지르다 보니 입이 막혀 뭐라고 소리를 지르는 건지 제대로 들리지가 않았다. 어차피 들어줄 생각도 없어 우찬은 무시하고 손을 슬금슬금 아래로 내렸다. 헐거워진 아랫도리 안으로 손이 들어가자 이설은 다시 숨을 헐떡이며 아까처럼 교성을 질러 댔다.

우찬은 이설의 고개를 제 방향으로 돌리게 해서 귀 옆에 입술을 댔다. 이설은 힘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포기할 만한 대도 쉼 없이 다리를 버둥거렸다.

“가만히 있어. 다쳐.”

“차, 라리 그냥 죽, 하아……, 죽, 여주, 하읏!”

화를 돋울 소리만 골라 하는 이설을 비웃듯 고간 사이를 쓸어내리던 손이 그 위에 딱딱하게 선 성기를 쥐었다. 단단히 발기한 성기는 언제부터 이 모양을 하고 있었는지 끝이 젖어 속곳까지 흥건하게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이설이 아래로 찔끔찔끔 토해내는 점액질을 손에 잔뜩 묻혀 꺼냈다. 이설의 눈앞에 가까이 가져오자 고개가 베개에 파묻혔다.

“그새를 못 참고 네 아래 것은 또 질질 싸잖아. 내 처첩이 이리 음탕해서야.”

웃음기 없이 단조로운 목소리로 우찬은 일부러 이설의 귀 가까이에 속삭였다.

검지를 혀로 쓸어 가볍게 닦아낸 뒤 베개에 파묻힌 이설의 얼굴을 억지로 들게 해 입안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컥컥거리는 구역질을 하며 입 밖으로 뱉어 내는 침까지 모두 모아 손가락에 묻혀 꺼냈다.

침이 뚝뚝 떨어지는 손이 다시 아래로 향하자 잠시 숨을 고르던 이설이 다시 발버둥을 쳤다. 똑똑하게도, 왜 우찬이 손가락에 침을 발랐는지 알아챈 모양이었다.

우찬은 아래로 팔을 밀어 넣어 이설을 제 쪽으로 당겨 고정했다.

싫다 저항하는 이설은 정신이 반쯤 나간 듯 보였다.

“처음도 아닌데 힘 풀라는 말부터 다시 가르쳐 줘야 하나. ……다 넣을 때까지 움직이지 마.”

아직 속곳 아래에 손이 들어가기 전에 울기부터 하는 걸 무시했다. 망설임 없이 속곳 아래로 들어간 손은 성기를 쥐고 몇 번 느릿하게 흔들다 고간 사이를 파고들었다. 말랑한 볼기짝을 주물거리는 건 다음으로 미루고 우선 급한 마음에 다른 유희 없이 길고 두툼한 손가락이 엉덩이 사이 구멍을 한 번에 꿰뚫듯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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