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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황홀경 (98)화 (98/300)

달의 황홀경

98화

“폐…하……, 잠시만,”

“어찌?”

“잠시만…… 하아, 잠시만 쉬었다가……,”

“그럴 여유가 있었으면 널 이렇게 울리느니 진작 멈췄겠지.”

코웃음을 친 황제가 이설의 다리를 잡아 들어 올리고 엉덩이 아래에 베개를 끼어 넣었다. 허공에 대롱대롱한 다리를 오므리지 못하게 옆으로 벌리고 나니 치부가 훤히 드러났다. 쏟아부었던 향유가 엉덩이 틈을 따라 흘러내려 베갯잇을 적셨다. 황제는 흐르는 향유를 닦아 내듯 모아 손가락을 이용해 그 안쪽으로 쑤시듯 밀어 넣었다. 이설이 다시 신음을 토하는 사이 황제는 젖은 손으로 옥경을 느릿하게 문지르며 이설 가까이 다가갔다.

“읏!”

공포로 질린 눈은 천장을 향해 있지만 아래쪽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르지는 않는다. 손가락이 들어올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고통이 아래를 꿰뚫었다. 넘치도록 발라놓은 향유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좁은 구멍을 밀고 들어오는 단단한 살덩이의 느낌이 선명해질수록 이설은 목이 찢어질 듯이 소리를 질렀다.

불에 달군 쇠꼬챙이로 고문을 당한다면 이런 기분일까. 성교에 대해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이리 고통스럽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자신이 사내이기 때문에 성교 중 이런 고역을 겪는 거란 생각이 들자 급기야 사내로 태어난 제 몸이 원망스러워지기까지 했다.

“힘 빼거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말은 저리 다정하게 하면서 정작 이설의 안으로 꾸역꾸역 들어오는 옥경은 뒤로 빠질 생각이 전 없어 보였다. 이설이라고 힘을 안 빼고 싶어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니었다. 몸의 손가락 하나까지도 모두 바짝 힘이 들어간 상태에서 다리 가운데에 성기만이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이따금 찌릿하게 찾아오던 몸의 쾌감도 사라진 지 오래다. 고통과 수치심 말고는 남은 게 없었다.

“폐하, 너… 하으, ……너무 아, 파…… 하앗―!”

“젠장.”

말랑하게 살이 오른 엉덩이를 양손으로 쥐어짜듯 잡은 황제가 별안간 그 사이를 벌렸다. 옴찔거리는 구멍에 아직 채 반도 들어가지 못한 옥경이 예고도 없이 그 안을 꿰뚫듯 들어갔다. 흥분에 겨운 신음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생각할 수 없는 이설의 비명 소리가 처절했다.

몸이 반으로 찢어진 게 아닐까 싶은 고통이 전신을 덮쳤다. 단말마의 비명 후에도 고통의 잔상은 아래에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제 다 끝난 걸까. 꿈같은 기대를 하며 천천히 고개를 내려 황제를 봤다. 제 하체 가까이에 붙은 황제는 두 사람의 접합부에 눈을 떼지 못했다. 이설이 간신히 손을 들어 아래를 가리자 황제가 매섭게 쳐 냈다.

“이 좋은 광경을 가리면 쓰나.”

가벼운 웃음을 흘리며 황제가 슬슬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몸이 갈라지는 고통이 그나마 사그라들 때쯤이었는데 이설은 다시 헉헉거리는 숨을 뱉으며 나약한 비명을 질렀다.

황제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그의 옥경이 젖은 내벽 사이를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뜨겁고 단단한 것이 제 몸 안을 휘저으며 점점 팽창하는 것 같다. 느릿하던 허리 짓이 점점 빨라지고 황제의 고환이 이설의 엉덩이 아랫부분과 세게 맞닿았다. 향유에 젖은 살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외설적으로 들렸다.

이설은 제 신음 소리에 뒤섞여 나는 그 소리의 정체를 혼자 깨달은 뒤 소리가 나지 않도록 엉덩이를 뒤로 빼려고 했지만 황제는 오히려 허벅지를 잡아 종아리를 어깨 양쪽에 걸쳐 몸을 더 바짝 밀착시켰다. 안정적인 자세를 찾은 황제는 더 이상 지체할 게 없었다. 은은한 등불에 비친 검은 눈동자가 어느새 이설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하아, 하앗……, 폐하 천, 천천히……,”

쉬지 않고 질러대던 이설의 비명이 잦아들었다. 말과 말 사이에 호흡이 처음보다 안정됐다는 걸 이설도 느꼈다. 아픈 건 그대로지만 황제 어깨에 다리를 걸치고 나니 자세가 한결 편해졌다. 온몸에 힘을 빼고 황제가 휘두르는 대로 몸을 내맡겨야 몸이 덜 아프다는 걸 깨달았다.

아직 눈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눈물을 손등으로 훔쳐 닦았다. 황제가 허리를 세게 쳐올리면 이설은 저도 모르게 내벽을 바짝 조이며 허리를 튕겨 올렸다. 입술 새로 새어 나오는 야릇한 신음은 덤이었다. 같은 행동을 몇 차례 반복할 때쯤 황제가 갑자기 옥경을 휙 빼 버렸다.

“내가 처음이 맞느냐?”

“……예?”

별안간 비어버린 아래가 허전해졌다. 축 늘어진 몸이 황제의 팔에 붙잡혀 반쯤 일어나 강제로 앉혀졌다. 황제는 뒤로 넘어갈 듯 아슬아슬하게 앉아 있는 이설의 허리를 한 손으로 바짝 끌어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머리를 받쳤다.

반쯤 풀린 눈이 흐리멍덩하게 황제를 봤다. “예?” 하고 되묻는 말은 황제가 하는 말을 듣지 못해서가 아니라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서였다.

“나 말고 다른 이와 색사를 치른 적이 있는지 물었다.”

“없, 없습니다.”

“사내든 여인이든?”

색사 중 난데없이 이런 걸 왜 묻는지 알 길 없는 이설은 당황하여 말을 더듬기는 했지만 거짓을 고하지는 않았다. 장난을 치거나 저를 창피하게 하려고 묻는 게 아니라는 건 황제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매섭게 저를 노려보며 묻는 황제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탓하지도 않는다. 어정쩡하게 몸을 받치고 있던 팔을 들어 황제의 목에 조심스럽게 둘렀다. 황제는 미동도 없이 이설만 주시했다.

“입을 맞춘 것도 정을 나눈 것도, 전부 폐하가 처음입니다.”

쉰 목소리로 조용히 읊조리는 이설이 가만히 황제를 바라봤다. 허리에 감싼 황제의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서서히 느껴졌다.

“마음을 준 자는 있었느냐?”

“그 또한 없었습니다.”

이설이 고민 없이 즉각 대답했다.

“그럼 이제 전부 내게 주면 되겠구나.”

이설은 대답 대신 황제를 더 꽉 끌어안으려고 했지만 그럴 틈이 없었다. 황제가 이설을 끌어안은 채로 상체를 숙여 이설을 눕혔다. 아래로 내려간 손이 무얼 하는지는 금세 알아챘다. 처음보다 덜 하긴 했지만 여전히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 비명은 황제가 입을 맞추며 사라졌다.

귀두 끝이 음문을 열고 들어간 뒤에도 뿌리까지 닿는 데 한참이었다. 철퍽거리는 살 부딪히는 소리가 반복적으로 이설의 귀를 자극했다. 음탕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하아.”

입술을 떼며 황제가 한숨처럼 길게 신음했다. 서로의 입술 사이에 길에 늘어진 타액이 보였다. 이설은 그게 부끄러워 황제의 목을 바짝 끌어당겨 안기려고 했지만 황제가 허락하지 않았다. 시야에 오직 이설만 담으려는 듯 황제는 이설의 얼굴에 바짝 붙은 채로 하체를 쉼 없이 박아 댔다.

“조금 더 빨리, 후우…, 너를 안았어야 했어.”

“흣, 하아…, 흐읏!”

“초야만 치렀어도, 이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을 텐데.”

짧은 호흡을 뱉으며 황제가 뚝뚝 끊어지는 말투로 혼잣말했다. 이설은 대답할 여유조차 없었다. 아랫배가 뭉근하게 성기 끝으로 피가 몰리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다시 무언가를 배출하고 싶은 욕구가 슬슬 피어오른다.

어느 지점이라고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이따금 마른하늘의 날벼락처럼 온몸의 감각이 번쩍 뜨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이설은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전율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단시간동안 일어난 몸이 변화가 좋은 징조는 아닐 거라고 생각해 티내지 않으려고 했건만 황제는 이제 어떻게 하면 이설이 몸을 부들부들 떨며 색에 젖은 신음을 지르는지 알아챈 것 같았다.

입안에 텁텁하게 마르면 황제가 입을 맞춰 진득한 타액으로 혀를 적셨다. 그래도 이설의 타는 갈증은 해소되지 않아 오히려 더 괴롭기만 했다.

“폐하 아래가……, 아래가 너무 이상합니다아…….”

괴로움을 참지 못하고 이설이 끝내 황제에게 울먹이며 매달렸다. 볼에 범벅이 된 눈물을 혀로 핥아 올리며 황제는 듣지 못한 척 했다. 이설은 황제가 일부러 저를 무시하는 걸 알면서도 그럴수록 황제를 더 꽉 끌어안았다.

“…하아……, 제발 폐하… 흐읍, 도와, 주세요…….”

숨이 넘어가기 일보 직전이었다. 허공에 덜렁거리는 다리까지 벌벌 떨리는 이설은 이제 수치심도 다 남의 얘기였다. 황제만이 자신을 이 참을 수 없는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 줄 수 있었다.

황제가 이설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춘 뒤 서서히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성기를 황제가 손에 쥐자 엉덩이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얼핏 황제가 눈썹을 찡그리는 걸 봤다. 이대로 자신을 그냥 놓아버릴 것 같아 덜컥 겁이 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쉬이, 계속 울기만 하면 어찌하느냐.”

“제발, 제발…….”

같은 말만 반복하는 이설은 정신이 헤까닥 돌아 버리기 직전이었다. 차라리 황제가 계속해서 아래를 박아 댔으면 그 자극에라도 휩쓸릴 수 있었을 텐데 어느 순간부터는 황제가 속도를 늦추면서 이도 저도 아닌 자극만 온몸을 간지럽혔다.

황제는 몸을 배배 꼬며 어찌할 바를 모르는 이설의 성기를 슬며시 쓸어내렸다.

“낮에 말해 준 내 이름을 아직 기억하느냐?”

“예에…….”

“불러 보아라.”

숨이 꼴깍꼴깍 넘어가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해서는 될 말과 안 될 말은 아직 구별할 수 있는 상태였다. 황제의 명에 이설이 울상을 하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자 황제가 별수 없다는 듯 이설의 성기에서 손을 떼고 허리 짓만 느릿하게 이어갔다.

아예 빼면 모를까, 내벽을 긁어내리는 황제의 옥경이 생생하게 느껴지면서도 그게 성에 차지 않는 괴로움과, 이런 괴로움을 느낀다는 자체에 자멸감을 느낀 이설이 통곡을 하듯 목 놓아 울었다. 하지만 황제는 욕정이 가득한 눈으로 이설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

부드러운 목소리가 이설을 어르고 달랬다. 자지러지게 울어 재끼는 이설의 성기 끝에서 뿌연 액이 울컥울컥 토해지듯 나왔다. 황제가 그 부분을 손가락으로 비벼 만지자 이설이 경기하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벙긋거리는 입이 분명 무슨 말을 전하려고 했다. 황제가 슬쩍 상체를 기울였다.

“으으…찬, 우, 흐으……,”

“잘 들리지 않는데.”

“우, 우… 우찬 님…… 하으, 우찬 님 제발……,”

갓난쟁이의 옹알이에 가까운 말소리였지만 이설로써는 그게 최선이었다. 눈물이 앞을 가려 이제 황제는 보이지도 않았다. 눈물을 훔칠 기운도 없었다.

다행히 곧 성기에 적당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동시에 음문을 지나 내벽을 꽉 채운 황제의 옥경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체할 수 없는 자극은 금세 온몸의 쾌감으로 번졌다.

“아앗!”

절정에 다다라 자지러질 듯 허리를 튕겨내며 열이 오른 신음을 내는 이설을 보며 황제가 낮은 신음을 흘렸다. 그 소리에 이설이 황제의 허리를 감싼 다리에 바짝 힘을 주어 당겼다. 그리고 그 순간 이설의 성기에서 희뿌연 정액이 배출되며 황제의 맨 가슴에 흘러내렸다. 뚝뚝 떨어지는 점액질을 손으로 쓰윽 닦아 내며 황제가 설핏 웃었다.

순식간에 녹초가 된 몸을 일으켜 세울 힘조차 없었다. 이제 다 끝난 걸까.

황제가 천천히 옥경을 빼자 이설이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온몸 마디마디가 끊어질 것 같고 숨을 쉬는 것도 힘에 부쳤지만 그래도 죽지는 않고 아직 살아 있다. 황제만 허락해 준다면 이 상태로 잠시만 쉬었다가 비은궁으로 돌아가 몸을 씻고 내일 늦게까지 한숨 푹 자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생각했다.

황제의 이름을 부르며 그 고결한 몸에 토정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순식간이었다. “폐하?” 하고 부르는 쉰 목소리를 황제는 듣지 못한 것 같았다. 눈 깜짝할 새에 몸이 그대로 뒤집히며 얼굴이 포단 위에 처박혔다. 등 위에 묵직하게 내려앉은 이는 보지 않아도 황제다.

귓가로 더운 바람이 내려앉았다.

“남은 밤이 아직 길다, 설아.”

허벅다리를 쓰다듬는 손가락이 엉덩이 사이를 갈랐다.

검은 밤, 이설의 소리가 끝없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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