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황홀경
97화
검은 시야를 밝히는 하얀 섬광이 번쩍하고 지나갔다. 성기 끝을 터뜨릴 것처럼 몰려 있던 무거운 느낌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들이마신 숨을 바로 뱉지 못하고 다시 길게 뱉어 내자 팔다리의 힘이 쭉 빠져나갔다. 포단 위에 녹아내릴 듯이 쳐지는 몸에 기운이 다 사라졌다.
방금 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힘없이 늘어진 팔이 얼굴을 가렸지만 흐르는 눈물을 다 막지는 못했다.
흐느껴 우는 소리가 침상을 떠돌았다.
“어찌 우느냐, 설아. 아프게 하지는 않았는데.”
황제는 이설의 반응이 다소 의아한 듯 물었다. 허벅다리 안쪽을 쓸어내리는 손길이 퍽 다정했지만 이설은 그 행동 자체를 견딜 수가 없었다. 제 성기가 토해 낸 뿌연 액이 황제의 손에 흥건했는데, 황제는 그 손으로 제 몸을 쓸고 있었다.
“……실수…, 흐읍, 폐하께 시, 실수를 한 것 같아…… 흐으……, 부끄럽고,”
정확히 말하자면 이설도 사실 왜 지금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지 몰랐다. 육체적인 고통을 느낀 것이 아니었다. 평소 느끼던 몸의 감각과 확연히 다른 이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감당할 수 없는 자극을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이 지금처럼 꺽꺽 우는 것 밖에 없는 것 같았다. 다만 한 가지 명확한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이 순간이 수치스럽다는 것이었다.
“이상하구나. 실수 같은 건 하지 않았는데.”
황제가 나른하게 말하며 축축하게 젖은 손을 혀로 길게 핥아 올렸다. 이설은 기겁을 하며 말리려고 했지만 그럴 만한 힘조차 없었다. 무겁게 들어 올린 손이 의미 없이 허공 위를 저었다.
“아, 네가 내 손을 더럽히긴 했구나.”
황제가 은근한 미소를 띄며 이설의 위로 올라와 말했다. 단단하게 부풀어 올랐던 이설의 성기는 한 번의 배출 뒤 힘이 완전히 빠진 듯 아래로 축 늘어졌다.
“송구, 흡, …송구하옵니…다아…….”
그만해 달라 발버둥을 치며 애원을 해도 그만두지 않았던 건 황제였지만 그것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꾸역꾸역 울음을 참으며 사죄한 뒤 겨우 눈을 부릅뜨자 황제가 제 옆에 허리를 비스듬히 눕혀 앉아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팔을 당겨 몸을 뒤집어뜨렸다.
“잘못을 했다면 응당 벌을 받아야지.”
“버, 벌이라니 무슨……?”
벌이라는 말에 울음이 쏙 들어간 이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몸을 뒤집어 놓으신 걸 보니 볼기짝이라도 호되게 때리시려는 걸까 생각이 들어 저도 모르게 엉덩이에 힘을 줘 바짝 쪼그라뜨렸다. 발가벗고 이리 엎드려 있는 것도 창피해 죽을 지경인데 황제에게 엉덩이까지 맞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황제는 대답 없이 허리춤에 손을 댔다. 느릿한 손동작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가 황제의 내의가 아래로 쑥 내려가고 나서야 놀란 이설이 급히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지만 황제가 어깨를 내리눌렀다.
“어리숙하지 않다는 네 말이 사실이라면, 무슨 벌을 받을지도 짐작이 가겠지.”
팔꿈치를 세워 겨우 상체를 뗀 이설이었지만 이 이상 황제에게서 멀어질 방법이 없었다. 황제와 몸을 떼는 건 고사하고 당장 황제가 옷 밖으로 꺼내 놓은 것에서조차 몸을 돌릴 수가 없었다.
이설은 어리숙하지 않았기에 황제가 하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방금 전 황제가 제게 해 주었던 일이기까지 하니 하는 방법을 모르겠다 변명할 거리도 없었다. 곤란함으로 범벅된 두 눈동자가 황제를 올려다봤다.
“어서.”
명을 번복할 여지가 없는 황제가 이설의 어깨를 다시 묵직하게 내리눌렀다. 이설은 종잇장처럼 황제 위로 엎어졌다.
옥경이었다. 황제가 제게, 옥경을 입에 물어 빨라고 시킨 것이었다. 행위에 대한 수치심은 둘째 치고 이 옥경이 제 입에 모두 담아질는지가 의심스러웠다. 입 어딘가가 찢어지지 않고서야, 이걸 어찌…….
“으, 으웁!”
차마 입에 넣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이설을 오래 참고 있을 황제가 아니었다. 한 손으로는 이설의 뒷머리를 잡아 고정한 뒤 다른 한 손으로는 성기를 잡아 이설의 입에 쑤시듯 구겨 넣었다. 놀란 이설은 반항도 못 하고 소리를 내려 벌린 입에 옥경을 가득 넣었다.
“으읍, 폐, 읏…… 하압, 하앗,”
“입을 더 벌려야지.”
말을 하려고 입술을 오므릴 때마다 황제가 허리를 튕겨 올리며 옥경을 목구멍 끝까지 밀어 넣었다. 그러면 이설은 저도 모르게 숨을 꽉 참고 입안 가득 찬 살덩이를 쭉쭉 빨아 당겼다.
이설은 이 행위의 본질적인 목적을 알 수 없었지만 황제가 체벌을 목적으로 제게 시키는 것이라면 대단한 효과라고 생각했다. 쥐어 잡힌 머리채가 위아래로 흔들리며 옥경을 목울대에까지 박아 넣으면 눈물이 줄줄 새어 나왔다. 이보다 더 확실한 체벌은 없을 것 같았다.
“하아―.”
그 와중에 놀랍게도 입안에 황제의 옥경이 더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설을 더 경악하게 했다. 더 이상 굵은 기둥 전체를 한입에 삼켜 내기가 버거워졌을 때 머리를 누르던 황제의 손이 사라졌다. 입에 든 것을 뱉어 내며 이설이 잔기침을 수차례 반복했다.
볼을 적신 눈물을 손등으로 대충 닦아 낸 뒤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나른한 숨을 고르던 황제가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마주한 눈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잔기침이 멎은 뒤 이설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황제가 강제로 시킨 대로 다시 옥경을 한입에 다 머금을 수는 없었다. 대신 끄트머리만 입에 넣어 쪽쪽 열심히 빨아올렸다. 황제가 다시 제 머리카락을 움켜잡기에 움찔하긴 했지만 위압적으로 누르는 힘은 없었다. 제 입에서 흐르는 침이 황제의 의복과 포단을 흥건하게 적셨다. 황제 몸에 침을 묻히지 않기 위해 중간중간 입을 떼고 허벅다리와 사타구니 주변에 흐르는 침을 계속해서 혀로 핥아 닦아 냈다.
“앗, 하읏!”
턱이 뻐근하게 아려 오기 시작할 때쯤 황제가 몸을 뒤척였다. 입에 문 것을 빼자 고여 있던 침이 왈칵 쏟아져 나와 턱을 타고 줄줄 흘렸다.
“폐하?” 하고 묻는 사이 몸이 뒤로 벌러덩 넘어가며 어깨가 짓눌렸다. 방금 이게 뭐였는지 알 겨를도 없이 황제가 그 위를 올라탔다. 배 위에 묵직하게 내려앉은 황제의 얼굴에 웃음기가 없었다.
갑자기 몸이 움찔 튕겨 오르기에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황제가 손가락으로 유두 위를 짓누르며 문지르기 시작했다. 뒤틀려 몸을 빼 보려고 했지만 어차피 힘으로는 안 되는 상대다. 포단을 쥐어뜯으며 자극을 참는 사이 신음이 비집고 나오는 입술 위에 황제는 입을 맞췄다.
입맞춤은 원 없이 다정하고 상냥했다. 하지만 온몸이 사르르 녹아내릴 듯한 입맞춤도 유두를 비벼 대는 자극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허리가 튕겨 오르는 몸부림을 황제는 힘으로 억눌렀다. 아랫도리에 다시 피가 몰리는 뭉근한 자극이 느껴졌다. 그 위에 올라탄 황제가 모를 리가 없었다.
“역시 곤란하게 됐어.”
“하으……, 소, 송구하…… 하앗!”
차갑게 내리까는 황제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나온 대답이었지만 끝을 잇지 못했다. 신음보다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천장으로 치솟았다.
몸이 반으로 찢어지는 고통이었다. 누군가 자신을 거꾸로 매달아 놓고 다리를 양쪽으로 벌려 당긴다면 이런 고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 다리를 오므리려고 애를 썼지만 온몸에 기운이 쭉 빠진 상태였고,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황제가 꽉 쥐어 잡은 다리는 이미 제 맘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하, 폐―에하아……, 읏…!”
“움직이면 천천히 들어가기 더 힘들어.”
허벅다리를 내리누르며 황제가 음산하게 말했다. 아직 들어올 게 더 남았다는 말로 이해하니 머리가 아찔해졌다. 스물스물 올라오는 고통의 강도가 점점 높아졌다.
“이 정도 향유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은데.”
억지로 손가락을 밀어 넣던 황제가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그제야 이설은 목욕 후 주 상궁이 건네준 향유를 제 아래에 바르는 둥 마는 둥 했던 안일함을 후회했다. 손가락을 깊이 넣어 잔뜩 발라야 한다는 말을 주의 깊게 듣지 않았다. 직접 발라 주겠다고 나서는 주 상궁을 말리는 것도 진 빠지는 일이었다.
향유라도 흥건히 발라 놓았으면 이렇게까지 아프지는 않았을까. 헉헉거리며 엉덩이를 바르르 떠는 사이 황제가 손가락을 쑥 뺐다. 들어가는 것도 아프더니, 빠질 때도 만만치 않았다.
황제가 침상 위를 벗어난 동안 이설은 몸을 헤까닥 뒤집었다. 팔을 세워 엉금엉금 기어 어디라도 도망갈 곳을 찾았지만 넓디넓은 침상 위에 이설이 숨을 곳은 없었다.
“어딜 가느냐?”
기척도 없이 다가온 황제의 목소리가 위에서 들렸다. 여태껏 몰랐는데, 이제 들으니 황제의 목소리에 젖은 숨이 가득했다. 이설은 사내의 젖은 숨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자신이 위험해 처해 있다는 것만은 직감적으로 알았다.
“갈 곳도 없지 않으냐.”
“흐으……,”
“설마 이 꼴로 밖에 나가려는 건 아니겠지?”
황제가 침상 위로 올라왔다. 손에 든 물건이 눈물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누구든 지금의 너를 보는 자가 있거든, 두 눈을 파고 사지를 잘라 불에 태워 죽일 것인데.”
황제가 가까이 다가왔다. 스산한 목소리에 장난기가 없었다. 다분히 진심이 느껴지는 말투에 소름이 끼치는 동시에 온몸이 바르작 떨렸다. 엉덩이 위로 미지근한 액이 줄줄 흘렀다. 향유인가? 알아차릴 새도 없이 황제가 그 위를 손으로 문지르며 등 위에 몸을 숙였다. 엉망진창이 된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며 발갛게 달아오른 귀 위에 입술을 가까이 갖다 댔다.
“설아.”
황제의 목소리와 함께 엉덩이 사이의 틈으로 손가락이 빨리듯 들어간다. 이설이 숨을 짧게 훅훅 들이마시며 이마를 포단에 문질렀다.
“대답해야지, 설아.”
“네에…….”
“지금 너를 안고 있는 게 누구인지 알고 있느냐.”
“폐하이시… 하읏! ……폐하이십니다.”
말하는 도중에 이설은 황제가 손가락 하나를 제 안으로 더 밀어 넣었다는 걸 깨달았다. 향유 덕에 손가락을 넣는 게 수월해진 황제와 달리 이설이 느끼는 고통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손가락이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는 것과 내벽을 건드리는 느낌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이설이 옴찔거리며 엉덩이를 조일 때마다 황제는 아랫입술을 이로 짓이기며 이설의 허벅다리에 닿은 제 옥경을 눌러 압박했다.
“앞으로 내가 아닌 다른 것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 줬다가는,”
“하아앗! ……폐, 폐하, 제발 그만……!”
“네가 무척 곤란해질 테니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구나.”
손가락이 아래에서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지며 내벽을 찌르는 힘이 더해졌다. 고작 손가락 두 개가 밀려 올라올 때마다 이설은 엉덩이에 힘을 바짝 주며 숨이 넘어갈 듯 신음 소리를 토해 냈다. 이설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황제 역시 숨소리가 점점 가빠지며 젖은 숨을 토해 냈다.
귓가에 황제의 젖은 숨소리가 스며들었다. 늘 단정하고 침착하던 황제가 들뜬 숨을 몰아쉬며 저를 붙들고 있는 이 상황에 난데없이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황제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순간 아래를 헤집고 있던 손가락이 쑥 빠져나갔다. 고통의 해방감과 동시에 아직 다 채워지지 못한 것을 갈구하는 안타까움이 강하게 들었다.
천장을 보고 누운 몸 위로 황제가 올라왔다. 여태 정신이 없어 몰랐는데 내의까지 벗은 황제도 완전한 나체였다. 세밀하게 조각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은 그 몸에 경탄할 새도 없이 다리 사이의 굵은 살덩이에 눈이 갔다.
어리숙하지 않은 이설이기에, 황제가 이제 무엇을 할지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