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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황홀경 (96)화 (96/300)

달의 황홀경

96화

반쯤 드러난 맨가슴을 가리기 위해 옷을 당겼다가 황제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손을 내렸다.

“이번에는 마음을 단단히 먹은 모양인데.”

느긋하게 허리끈을 풀던 황제가 피식 웃고는 풀린 끈을 도로 묶은 뒤 침상 앞에 섰다. 이설이 영문을 모른다는 표정으로 올려다보자 앞으로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네가 벗겨 보거라.”

당황스러운 명에 주춤하기는 했지만 말귀는 제대로 알아들었다. 무릎걸음으로 황제 앞에 가까이 가서 일단 허리끈을 붙잡았다. 황제가 다시 매듭을 지으며 어찌나 꽉 묶어 놓았는지, 이설이 안간힘을 쓰며 매듭을 푸는 동안 황제는 여유롭게 이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겨우 허리끈 하나 풀었을 뿐인데 벌써 기진맥진했다. 시키는 대로 하고 난 뒤 다음은 어떻게 일이 진행되는지 몰라서 양손이 허공을 헤맸다. 일단 황제가 시키는 것만 한다면 어려운 일은 없을 거라던 주 상궁의 말에 토를 달았어야 했다.

허리끈만 풀면 옷이 알아서 벗겨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평생에 옷시중을 들어 본 적 없는 손이 서툴게 황제의 상의 저고리를 당겼다. 정교하게 조각된 듯한 상체의 근육을 타고 침의가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드러난 맨몸을 피해 시선을 아래 내리깔았다.

“네 것도 직접 벗거라.”

벗는 시늉을 할 만한 옷도 없었지만 팔만 겨우 끼어 있는 옷을 느릿느릿 벗느라 애를 먹었다. 손가락 구부러지는 동작 하나하나까지도 황제가 다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머릿속이 아찔해졌다.

홑겹의 침의를 벗고 나자 아래에 내의 하나만 덜렁 남았다. 이것마저 스스로 벗을 용기는 없었는데 다행히 그 위에 손을 대고 갈팡질팡하던 중에 황제가 손을 뻗었다.

“흐읏!”

목선을 타고 내려온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 주는 줄 알았던 손의 방향이 곧장 가슴팍으로 향했다. 납작한 가슴에 볼록 튀어나온 유두가 황제 손끝에 가볍게 튕겼다. 낯선 감각에 놀란 이설이 얕은 신음을 터뜨리며 어깨를 움츠렸다. 손끝이 닿은 정도의 접촉이었는데 뒷덜미에 소름이 쭈뼛 솟았다.

“아팠느냐?”

“아닙……하읏……!”

대답을 듣기도 전에 황제가 유두를 다시 꼬집듯 잡아 틀었다. 낯선 감각에 이어 손끝이 찌릿한 아픔을 느끼기까지 한순간이었다. 높아진 신음 소리에 황제가 마른 입술을 혀로 쓸어내렸지만 눈을 질끈 감은 이설은 보지 못했다.

이설은 반사적으로 황제의 손을 밀치려고 하다 곧 그럴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벗어 놓은 홑겹 침의만 꽉 움켜잡았다. 눈에 안 보일 모습이 아닌데도 황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손끝에 쥔 유두를 꼬집듯 문질거리며 아픔을 참는 이설의 얼굴만 뚫어져라 내려다봤다.

“겨우 이 정도에 그런 표정이라니.”

혀를 차는 황제의 목소리는 이설이 밭은 숨소리와 함께 내는 신음 소리에 묻혔다. 꿇어앉은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도록 애를 쓰긴 하지만 상체를 꼿꼿하게 유지하는 것도 점점 힘에 부쳤다. 자극이 계속되면 익숙해져야 하는데 제 몸은 도무지 그럴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조금만 살살…… 제발… 흣,”

참다 참다 토하듯 뱉어 내는 애원과 동시에 상체가 옆으로 낙엽 날리듯 가볍게 넘어갔다. 황제가 무릎으로 짚어 침상에 올라오며 이설의 어깨를 밀어 버린 결과였다. 황제 손이 떨어져 나가자 겨우 한숨 돌리나 싶었는데 맨 허리를 둘러 안은 황제의 팔이 느껴졌다. 앗, 하는 새에 공중에 몸이 붕 떴다. 정신을 차려 보니 자리에 누운 황제의 배 위를 자신이 올라타 앉아 있었다.

“폐, 폐하……!”

제 엉덩이를 뭉개 앉은 자리에 아연실색한 이설과 달리 황제는 태연했다. 한 손에는 이설의 하얀 허벅다리를 꽉 움켜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옆구리를 위아래로 느릿하게 쓸어내렸다. 황제가 손으로 쓸어 만질 때마다 엉덩이가 위로 들썩들썩 튀어 올랐는데, 그때마다 황제는 허벅다리를 아래로 꾹 눌러 고정시켰다.

제 실수로 황제의 위에 올라타 앉은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편한 건 아니었다. 그럴 정신도 없었다. 여유롭게 손을 쓸었다 올렸다 하는 황제에 비해 이설은 엉덩이를 움찔거리며 몸을 바르르 떨었다.

흔들리는 상체를 가누지 못해 앞으로 쓰러지려는 걸, 아래를 손바닥으로 받쳐 겨우 지탱했다. 손 짚은 곳이 황제의 맨 가슴이라는 걸 알았지만 제 몸이 그 위로 쓰러지는 것보다는 낫다 생각했다.

“……하아,”

터지는 숨과 함께 뜬 눈이 황제와 마주쳤다.

“폐하”

더운 숨이 뒤섞인 목소리로 내뱉는 한 마디에 온갖 애원과 긴장이 녹아 있었다. 뼈가 부러져나갈 듯 황제의 손이 다리를 움켜쥐었지만 옆구리를 배회하는 손이 가져다주는 아찔한 감각에 비할 바가 못 됐다.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온몸을 지배하고 있었지만 정작 그 갈증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이제는 두 팔로도 몸을 지탱하기가 힘들어졌다. 팔이 점점 구부러지며 상체가 아래로 한껏 기울어지자 황제의 손이 고민 없이 아래를 향했다. 얇은 내의에 가려진 은밀한 부위로 타인의 손이 난폭하게 들어왔다.

“하읏!”

황제는 이설의 엉덩이를 한 손에 움켜쥔 것과 동시에 허리를 당겨 끌어안았다. 맞닿은 두 가슴이 서로 어긋나는 박자로 쿵쾅거렸다. 놀란 이설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제 소리를 멈췄을 때 황제도 저와 같이 짧고 밭은 숨을 낮은 소리로 쉬고 있는 걸 들었다.

그 순간 생전 느껴 보지 못한 자극이 아래쪽에 느껴졌다. 묵직하고 해야 할지, 찌릿하다고 해야 할지, 이설로서는 접해 본 적이 없는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무의식중에 하체를 황제 쪽으로 꾹 누르며 숨을 헐떡였다.

“지금 뭘 하는 것이냐, 설아?”

“모, 모르겠습니다, 제 몸이 너무…… 하아…,”

두 손을 모두 내의 안으로 밀어 넣어 이설의 엉덩이를 주무르던 황제가 별안간 손을 멈췄다. 태연하지만 어딘가 음험한 기운이 짙게 깔린 목소리였다. 그 이상함을 느끼지 못한 이설이 젖은 목소리로 울먹였다.

“네 몸이 어떻다는 거지?”

“제 몸이 너무 뜨겁고, 이상, 하여……. 폐하, 제발 그만……. 흐응, …하앗!”

상냥하게 되물어 오는 황제에게 바른대로 고하면 이 행위를 멈춰 줄 거라는 안일한 기대를 했다. 그러나 황제는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는 듯했다. 이설은 아래 깊숙이 들어오는 황제의 손이 제 성기에 닿는 순간 비명 같은 신음을 내지르며 허리를 들썩 튕겼다.

좁은 공간을 비집고 들어온 황제의 커다란 손이 이설의 성기를 한 손에 움켜잡았다. 귀두부터 뿌리까지 천천히 움직이는 손의 감촉과 압박감이 생생하게 느껴질수록 이설은 참을 수 없는 기분에 온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어떻게 몸을 빼고 돌리고 움직여 봐도 결국은 황제가 가둬 놓은 팔 안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헉헉거리는 신음 소리가 창피한 줄도 모르고 침과 함께 새어 나와 황제 가슴에 쏟아졌다.

“나도 참 곤란하게 됐구나”

“…하아, 하앗…, 하읏! ……그으…마, 흐으……,”

“내 하나뿐인 정인이 이리 음란해서야.”

“아니, ……아닙니, 하앙……, ……닙니다……,”

“아니기는. 지금 이 꼴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느냐? 네 속곳이 이리 젖었는데.”

그제야 이설은 축축하게 젖은 제 아랫도리를 깨달았다. 땀에 젖었다고 하기에는 속곳이 젖은 흥건함이 달랐다.

어째서?

당황으로 할 말을 잃은 이설이 몸이 굳은 사이 황제가 이설을 끌어안아 몸을 돌렸다. 순식간에 자세가 바뀌어 이설은 아래로, 황제가 그 위를 올라탔다.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된 이설은 흐트러진 포단에 누워 숨을 고르려고 했지만 황제는 그럴 틈조차 주지 않았다. 젖은 내의가 찢어지듯 벗겨지고 이설은 완전한 나체가 됐다. 발치에서는 황제가 감상하듯 그 모습을 훑어 내렸다. 욕정을 눌러 담은 눈동자에 비친 자신을 보았다.

이설은 저도 모르게 팔꿈치를 세워 몸을 뒤로 질질 끌었다. 이전에 겪었던 것과 같은 상황. 그래서 이설은 이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더욱 잘 알고 있었다.

“어딜 가느냐.”

발목을 움켜쥔 황제가 힘주어 당기자 이설이 포단과 함께 아래로 쓱 미끄러지듯 내려왔다. 그리고 황제가 그 위로 상체를 숙이는 것과 동시에 이설은 그만 저도 모르게 발버둥을 쳤다.

“아흣!”

색정에 듬뿍 젖은 소리가 침전을 울렸다. 이설은 그런 게 제 입에서 나오는 줄도 몰랐다. 온몸의 모든 감각과 신경이 아래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황제가 제 성기에 입을 가져다 대는 순간 그 입안으로 성기가 뿌리까지 빨려 들어갔다. 축축한 점막으로 꽉 조여진 제 성기가 그 안에서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형용할 수 없는 자극과 수치심으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발버둥 치는 발은 황제가 누르는 힘에 무용지물이 됐다. 가만히 있으라는 무언의 협박처럼 황제가 이설의 성기를 세게 조이며 빨았다. 이설은 몸을 뒤집으려 애썼지만 허리만 양옆으로 비틀릴 뿐 황제의 행위에는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

“제, 하아…, 제발, 폐하아…… 하으……, 흣!”

온몸 구석구석이 불꽃처럼 타들어 가는 것처럼 몸의 열이 달아올랐다. 하도 몸을 비틀고 꺾어서 더 이상 저항할 힘도 남아나지 않았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행위의 끝을 기다리며 황제에게 구걸하듯 애원했다.

그러나 바라는 대로 행위의 끝은 없었다. 성기를 감싼 압력이 느슨해지는 순간 이설은 엉덩이에서부터 정수리까지 등 선을 따라 올라가는 고통을 맛봤다. 젖꼭지를 유린당하거나 성기를 빨릴 때와는 전혀 다른 신음 소리가 목을 찢고 나왔다.

“쉬이……. 그러다 목 상한다, 설아.”

성기에서 살짝 일은 뗀 황제가 어르듯 말했다. 다정한 걱정과 달리 이설의 근본적 고통의 원인인 황제의 손가락은 자비 없이 이설의 아래에 난 구멍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이설이 고음으로 신음을 지르자 황제가 성기 끝을 세게 빨았다. 이설의 신음이 뚝 끊기고 짧고 밭은 숨이 헐떡였다.

이설은 제 아래에서 일어나고 있는 두 가지의 자극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숨이 넘어가기 일보 직전이었다. 쾌감과 고통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었다. 황제가 제 성기를 입에 물고, 아래에 난 구멍에 손가락을 쑤셨다 뺐다 반복하고 있는데, 이 비정상적인 행위 중에 이따금 쾌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밑이 찢어질 것 같은 원초적인 고통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쾌락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반복되는 행위에서 고통이 아닌 다른 감각이 깨어날 때마다 이설은 수치심에 더 크게 울먹이며 눈물을 쏟았다.

“괴로워 보이는구나.”

성기에서 입을 뗀 황제가 웃음 진 얼굴로 말했다. 이 육체와 정신의 괴로움은 황제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이설은 우는 소리로 황제에게 애걸복걸했다. 제발 그만해 달라고.

“네가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닌 것 같은데.”

황제는 다시 이설의 성기를 입에 넣는 대신 손에 말아 쥐었다. 앳된 사내아이의 것처럼 보얗던 성기는 어느새 불그스름한 색을 띠고 있었다.

황제가 손에 힘을 주며 위아래로 문지르기 시작하며 동시에 아래 구멍에 손가락 한 개를 더 밀어 넣었다. 이설은 어떤 자극 때문인지도 모르고 숨넘어가는 신음을 내질렀다. 황제의 굵고 단단한 손가락이 제 아래에 쑤셔 박히는 자극도, 성기가 뽑혀 나갈 듯 만져지는 것도 모두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때 아랫배가 간질간질하는 기분이 들더니 그 자극이 점점 커지며 어느 순간 성기 밖으로 배출하고 싶다는 욕구가 간절해졌다. 황제의 행위는 처음과 다른 게 없는데도 그랬다.

몸을 이리저리 꼬고 비틀며 황제를 피해 도망가려고만 하던 이설은 이제 허리를 튕기며 포단을 쥐어뜯었다. 비명 같은 신음 소리 대신 열에 젖은 소리는 그만하라는 애원이라기에는 갈구에 더 가까웠다.

“더 참아 봐야 너만 힘들어진다, 설아.”

자신이 뭘 참고 있는지 황제가 알고 있다. 형용할 수 없는 수치심이 온몸을 감쌌지만 황제가 제 성기를 쥐고 흔드는 속도가 빨라지자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 터질 것 같은 배출 욕구가 성기 끝에 간신히 걸려 있었다. 수치심 따위로 참을 수 있는 자극은 기준점을 지나쳤다. 인내심은 여기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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