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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황홀경 (57)화 (57/300)

달의 황홀경

57화

순식간에 이설을 어깨에 들쳐 업은 황제가 침상으로 향했다. 회복이 덜 된 어깨가 찢어지는 통증은 성마른 육체가 견디는 고통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당장 이 차가운 바닥에라도 이설을 눕혀 몸을 덮은 옷들을 찢어발기고 하얀 나신 위에 온갖 제 흔적들을 남기고 싶은 충동이 참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포단 위에 내려놓고서야 제대로 마주한 이설은 달빛이 사라져 더 이상 아스름히 빛나지 않았다. 하지만 열에 들뜬 얼굴이 발갛게 물든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늘 허리끈을 조여 매 단단히 여미던 침의가 벌어져 납작한 가슴과 한쪽 유두를 훤히 드러내놓았다. 그렇게 색욕을 자극하는 야살스러운 자태로 앉아서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한 얼굴로 부끄러운 듯 황제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어딜 보는 것이냐.”

거추장스럽게 헤집어진 제 침의를 벗으며 황제가 물었다. 목이 잠긴 목소리가 낮고 위압적이다. 황제가 제 앞에서 상의를 벗고 맨몸을 드러내자 이설의 낯부끄러웠던 얼굴이 그제야 조금 굳어졌다.

“네가 눈 돌릴 곳은 이제 아무 데도 없는데.”

황제는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사나운 눈빛을 번뜩이며 침상으로 올라왔다. 이설은 달라진 황제의 기운을 알아차렸는지 본능적으로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지만 어차피 더 갈 곳도 없었다. 엉덩이를 뒤로 무르며 비단 포단에 발이 미끄러져 헛발질을 한 게 몇 차례. 벌어진 침의를 알아차리고 한 손으로 급히 여며 봐도 허리끈은 이미 풀어져 한쪽 허벅다리가 허옇게 드러났다. 제 몸 쪽으로 다리를 접어 당기기 전 황제에게 발목을 붙잡혔다.

“어딜 가려고.”

가볍게 당겼을 뿐인데 이설은 아래로 철퍼덕 눕혀져 속절없이 황제 앞으로 끌려왔다. 상체를 일으켜 세우려 하기에 그 위를 올라타며 어깨를 내리눌렀다. 그리 강하지 않은 힘이니 아프지는 않겠지만 표정은 그와 별개로 완전히 사색이 되었다. 뻐끔거리는 입이 전하는 말은 없다. 황제는 그 위에 고개를 숙여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입술에 다시 입을 맞췄다. 입술은 다시 거부 없이 벌어졌지만 조금 전 그랬던 것처럼 목에 팔을 두르며 안겨 들지는 않았다.

아까와는 반대편 목선에 이를 박아 세우며 황제는 붉은 낙인을 찍어냈다. 이설이 몸부림을 치며 어깨를 밀어내는 것이 성가셔 져서 옆에 풀어져 있던 허리끈을 가져다 손을 묶었다. 묶인 두 손과 제 몸 위에 올라타 앉은 황제를 번갈아 보는 이설은 아연실색하여 눈도 깜빡이지 못했다. 황제가 다시 상체를 숙여 침의를 억지로 벗기자 발버둥 치는 이설의 팔다리가 허공에 속절없이 흔들렸다.

“……가만히 있거라.”

“…….”

“후궁 된 소임을 다하는 것이다.”

귓가에 속삭이는 나직한 목소리에 이설이 발버둥 치는 것을 멈췄다. 겁먹은 눈동자는 여전히 황제를 향했지만 황제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쇄골 아래 드러난 속살에 넋을 빼앗긴 황제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약조 따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짓이긴 입술 사이로 빠져나간 혼잣말은 이설에게 닿지 않았다. 두려움과 수치로 점철된 검회색 눈동자만이 황제의 시선을 끌고자 노력했지만 모두 헛수고다. 욕정이 들끓는 황제의 눈은 이설의 가슴 두 개의 유두에 머물렀다. 하얀 맨 가슴에 유독 도드라지는 분홍색 돌기를 지분거리자 굳어 있던 몸이 튕겨 나가듯 몸부림쳤다. 힘으로 제압하며 황제는 다른 쪽 유두를 입에 물었다.

혀를 할짝이며 입안에 머금은 유두는 작고 말랑하다. 이로 잘근 씹어 거칠게 다루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밀어내며 세게 빨아 당기자 이설의 몸이 위로 펄쩍 튀어 올랐다. 황제는 제 무게를 이설의 위로 더 묵직하게 실어 올렸다. 단단해진 옥경이 이설의 허벅다리 위를 내리눌렀다.

그게 뭔지도 모르고 있었을 이설은 황제가 뭉근하게 허리를 돌리며 옥경을 맨 허벅다리 위에 비비자 묶인 손으로 황제의 어깨를 밀어냈다. 밀려 나갈 힘은 아니었지만 성가시게 구는 게 귀찮아 황제는 이설의 손을 옆으로 휙 밀쳤다. 반쯤 뒤집어진 이설의 귀 뒤에 몸을 숙였다.

“이설아,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 움직이지 말거라.”

조막만 한 귀는 저를 씹어 달라는 듯 붉게 물들었다. 귓불을 입에 물어 침을 잔뜩 발라 쪽쪽 빨아 대니 이설은 가쁜 숨을 토하며 어깨를 움찔거렸다. 이설이 움직이지 못하게 어깨를 단단히 고정하고 반대쪽 손으로 아직 다 맛보지 못한 유두를 만져댔다. 처음엔 작고 말랑하기만 하던 것이 피가 몰려 달아올랐는지 단단히 돌기를 세웠다. 가까이 몸을 맞댄 이설에게선 다른 후궁들에게 듣던 교태 어린 신음 대신 끅끅거리는 목 막힌 소리가 났다.

귀 뒤의 살에 이를 세워 긁자 흔들리던 작은 머리통이 굳어 움직이지 않는다. 대신 묶인 손의 손톱이 비단 포단 위를 긁어내렸다. 손톱이 단정한 탓에 비단 위를 미끄러지기만 몇 번. 가슴께를 주무르는 황제의 손이 거칠어지면 이설은 포단을 쥐어뜯으며 숨을 헐떡였다.

가느다란 목선과 그를 타고 내려오는 동그란 어깨까지 아무리 씹고 핥아 빨아도 목이 타는 갈증을 참을 수가 없다.

황제는 이설이 잠시라도 숨을 고를 쉴 틈조차 주지 않고 내의 안쪽으로 손을 넣었다. 다시 발버둥 치려던 이설은 황제가 세게 몸을 끌어안는 의미를 눈치채고 발길질을 그만뒀지만 떨림만은 멈추지 못했다. 말도, 비명도 아닌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목구멍에서만 웅웅거렸다. 다시 귓불을 잘게 씹으며 황제가 나직이 읊조렸다.

“쉬이…. 아랫것들을 모두 깨울 생각이 아니라면 조용히 해야지.”

황제는 이설이 목을 긁으며 내는 고요한 비명조차도 용납하지 않았다. 이설은 곧 입술을 다물었고 입술 사이 비집은 틈으로 가쁜 숨만 불규칙하게 들락날락했다. 황제는 그 위에 진득하게 입을 맞춘 뒤 손을 더 깊숙이 밀어 넣었다.

땀 때문이라 치부하기에는 금세 축축하게 젖은 살덩이가 손에 감겼다. 세게 쥐고 위아래로 쓰다듬으니 이설이 허리를 뒤틀며 몸을 꼬았다.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치고는 확실히 역효과였다. 이미 부풀 대로 부푼 황제의 옥경에 이설이 몸을 뒤틀며 제 엉덩이를 갖다 대니 황제의 숨소리만 거칠어졌다.

말랑했던 손안의 살덩이가 점점 뜨겁고 단단해진다. 이설이 괴로움에 더 크게 몸부림칠수록 파정이 가까워졌다는 게 느껴졌다. 제 품에서 쾌락의 정점을 찍을 이설 생각에 황제는 손의 움직임을 더 빠르게 했다. 자극이 강렬해질수록 이설은 정말 당장에라도 숨이 넘어갈 듯 헐떡였다. 더 이상 발버둥을 치며 도망갈 생각도 하지 못했다. 뒤로 젖혀 꺾일 듯 넘어간 목에 황제는 쉼 없이 입을 맞췄다.

어떻게 해서든 황제의 품에서 벗어나려 몸서리를 치던 이설의 팔다리가 일순 빳빳하게 굳었다. 동시에 황제의 손이 미적지근한 타액으로 젖어 들어갔다. 손안에 단단히 쥔 이설의 음경이 파정했다. 경련하듯 꿈틀거리는 음경에서 질퍽한 타액이 꿀렁꿀렁 흘러나온다. 희뿌연 체액으로 엉망이 됐을 음경이 얼마나 절경일지 생각하며 황제는 이설을 품에서 놓아주었다.

속박에서 풀려난 이설은 제 몸 가눌 줄도 모르고 황제가 놓아준 그대로 침상에 널브러졌다. 헝클린 머리카락이 얼굴을 모두 가려 눈을 뜨고 있는지, 감고 있는지조차도 알 수 없었다. 가늘게 떨리는 어깨만이 이설이 아직 정신을 잃지 않았다는 걸 알려 주었다. 황제는 이설의 파정액이 흐르는 손등을 혀로 가볍게 핥아 올렸다. 이설은 음경에서 파정한 타액마저도 꼭 저 같은 맛이 났다.

황제는 아래에서 이설의 몸을 제 쪽으로 당기며 돌려 눕혔다. 축 늘어진 몸은 황제가 바라는 대로 쉬이 넘어갔다. 반항할 여력도 없는지 무디게 누워 있는 몸이었지만 아래 내의를 완전히 벗겨 내자 죽은 듯 늘어져 있던 몸이 다시 반응하기 시작했다. 후들거리는 무릎과 팔꿈치를 세우더니 느릿느릿 침상 가장자리로 기어간다. 힘없는 몸이 침상에 세 번째 고꾸라지고 나서야 이설은 도망가는 것을 포기하고 포단 위에 얼굴을 묻었다. 온몸이 경련하듯 바들바들 떨렸다.

황제는 색욕에 지배당한 짐승의 눈으로 이설의 등 위에 무게를 실었다. 이설의 것을 쥐고 흔들어 축축해진 손을 성급히 아래로 내려 봉긋하게 솟은 엉덩이 사이의 틈을 쓸어내렸다. 생전 누구의 손도 닿지 않았을 곳에 느껴지는 이질감에 이설이 발을 밀어내며 저항했다. 허망한 발짓에 포단만 아래로 쓸려 내려갔다.

갈라진 틈을 가볍게 문지르며 황제는 이윽고 엉덩이 사이에 숨겨있던 비문(秘門)에 손가락을 뭉근히 문질렀다. 이설도 잠자코 있지는 않았지만 황제가 등 위에서 누르고 있는 힘을 어찌할 수는 없었다.

황제는 이설의 목덜미를 잘근잘근 씹으며 비문 안으로 천천히 손가락 하나를 밀어 넣었다. 타액에 질퍽하게 젖은 손가락이라 쉽게 들어갈 줄 알았는데 한 번에 들어간 건 겨우 손가락 한 마디 정도뿐이다. 들어갔다고 말하기도 민망한, 겨우 걸쳤다는 말 정도나 할 수 있는 접합인데 이설은 베갯잇을 쥐어뜯어 발길 기세로 괴롭게 몸부림쳤다. 꺽꺽거리는 목멘 처절한 비명 소리가 침소 안을 먹먹하게 울렸다.

“설아 조용히.”

“…….”

“황명이다.”

스산한 목소리와 함께 황제는 이설의 아래를 가른 손가락에 좀 더 힘을 주어 밀어 넣었다. 억지로 쑤셔 넣은 손가락은 이제 두 마디가 조금 넘게 들어갔다. 부푼 음경에 비하면 굵다 말하기도 어려운 손가락 하나를 달아오른 내벽이 강하게 조이며 더 깊숙이 빨아 당겼다.

손가락을 뒤로 조금 뺐다가 다시 한 번에 내벽 깊이 밀어 처넣었다. 이설은 자지러지며 발작하듯 몸을 떨었지만 좀 전처럼 꽉 막힌 절규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황제는 이설의 마른 등뼈를 따라 입을 맞추며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손가락이 깊이 처박힐 때마다 이설이 반응을 보이면 황제는 쾌감에 젖어 이설의 생살을 이로 짓이겨 씹었다.

성마른 조바심이 기세를 몰아치자 인내가 막바지에 다다랐다. 향유도 없이 옥경을 무자비하게 이설에게 박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걸 알지만 더 참기도 어려웠다. 당장에라도 뜨거워 터질 것 같은 이 열기를 손가락마저도 저릿하게 조이는 이설의 내벽에 박아 넣고 싶다. 후궁들에게는 한 방울 남기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던 제 씨들을 이설에게만은 남김없이 쏟아붓고 그 안을 채우고 싶어 숨이 막힐 지경이다.

가학적인 생각이 밀고 오는 흥분을 집어삼키며 황제는 이설의 아래 구멍 안으로 손가락 하나를 더 밀어 넣었다. 좁은 문이 더 벌어지면서 찌걱거리는 소리가 난다 느껴질 정도로 어느새 주위가 조용해졌다. 황제는 그 고요함에 기이함을 느끼지 못하고 쑤셔 넣은 손가락을 넣고 빼는 것에 집중했다. 아직도 뻑뻑한 내벽은 황제를 받아들이기에 아직 턱없이 좁고 메말랐다.

좁은 건 어쩔 수 없어도 메마른 곳은 적시면 그만인 것이다. 더 이상 손가락 따위를 쑤셔 넣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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