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크리스마스는 달콤하게!
“기준 씨, 밥은 해 놨고 반찬도 있으니까……! 읍!”
갑자기 입술을 덮치는 기준에 희원의 눈이 동그래졌다. 놀란 토끼처럼 된 희원에게 금방이라도 커다란 하얀 귀가 불쑥 나올 것만 같았다. 입술을 뗀 기준이 말했다.
“그런 거 안 해도 돼요. 내가 알아서 해서 애들하고 챙겨 먹을게요. 그냥 편하게 나가서 놀다 오면 되지 왜 집안일을 희원 씨가 다 챙겨 두고 나가려고 해요? 평소 내가 그렇게 못 미덥나?”
기준이 불퉁한 표정을 지으며 얼굴로 잔뜩 불만을 표출하고 있었다. 희원이 순한 얼굴로 헤헤 웃으며 기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고마워요.”
“내가 희원 씨 나가서 노는 것을 뭐라고 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박 여사가……!”
“또! 또 그런다. 내가 다른 사람들 만나러 나갈 때는 아무 말도 안 하면서 왜 이렇게 어머니랑 희영이 형이랑 만날 때만 못마땅해해요?”
기준은 희원이 아이들 맡겨 두고 놀러 나가거나 자기 볼일을 보러 가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유독 같이 시간을 보내는 멤버가 그 두 사람일 때만 툴툴거렸다.
그도 그럴 게 자꾸 박 여사는 희원을 희영과 같이 불러내곤 했는데 그게 꼭 기준이 같이 있었으면 하는 주말이나 특별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박 여사는 꼭 뭔가 파장을 가지고 왔다. 예를 들면 기준의 옛날 앨범이라든가 지나가듯 말한 기준의 학창 시절이라든가, 회사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다든가, 기준이 질색하는 일화들을 흘리곤 해서 매우 곤란했다.
그건 희영도 마찬가지였다. 희영은 희원하고 루세와는 다른 면에서 박 여사와 쿵짝이 맞았다. 그리고 기준은 자기 형이 그런 인간인 줄 몰랐는데 의외로 이이준은 자기 연인에게 미주알고주알 모든 것을 다 말하곤 했다.
기준 본인에게는 흑역사이거나 희원에게 있어 멋있지 못하다고 판단되는 이야기를 둘이 마구마구 흘렸다. 물론 그래서 희원이 그걸 갖고 비웃거나 그러지는 않지만 은근히 재미있어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 남자 앞에서는 늘 멋있어 보이고 싶은 심리랄까?
“희원 씨, 가서 쇼핑만 하고 와요. 알았죠? 또 이상한 이야기 하려고 하면 귀를 막아요.”
“어떻게 그래요.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이 뭐가 이상한 이야기예요? 나는 재미있기만 하던데.”
희원은 기준에게 삐치지 말라며 발꿈치를 들어서 다시 입술에 입을 맞췄다.
“기준 씨,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거나 내가 얼른 와서 애들을 봐야 하거나 그러면 꼭 전화해요!”
“랑일이는 이제 혼자 알아서 잘 놀고, 귤희도 잘 자고 잘 노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가서 박 여사한테 좋은 옷이랑 신발, 가방 다 사 달라고 해요. 그리고 형수한테는 비싼 밥 사 달라고 해요. 보니까 형수 있는 집 막내아들이더라고. 그거 아니더라도 어차피 형 카드 들고 나올 테니까 나가서 희원 씨가 다 뜯어먹고 와요.”
돈 많기로 유명한 이기준 이사의 말씀이었다. 희원은 그저 입을 벌려서 순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랑일아, 마미 다녀오세요, 해!”
방에서 귤희랑 뭐라 뭐라 이야기 중이던 랑일이가 벌떡 일어나서 방 밖으로 나왔다.
“마미!”
“응, 우리 랑일이.”
“다녀오세요! 큰마미한테 쿄우 사진 보여 달라고 해요.”
“응, 쿄우 사진 전송받아 올게! 아빠랑 귤희랑 재미있게 놀고 있어.”
희원은 랑일이를 품에 꼭 끌어안고는 이마에 입을 맞춰 주었다. 그러고는 기준에게 다시 입을 맞췄다. 기준은 희원의 차가 집에서 빠져나가 뒤꽁무니가 안 보일 때까지 서서 손을 흔들었다.
차 안에 타서 거울을 보며 희원은 중얼거렸다.
“참 한결같아, 우리 기준 씨.”
운전을 하는 희원의 얼굴이 싱글벙글 웃는 모습이었다.
* * *
“희원아!”
백화점으로 올라갔을 때 박 여사는 희영과 루세와 함께 신발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매장에 들어서는 희원을 박 여사가 반갑게 맞이했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박 여사가 희원을 품에 안으며 등을 토닥여 주었다. 옆에 있던 희영과 루세도 따라서 손을 흔들었다.
“희원아, 신발 골라 봐.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 줄게.”
박 여사의 말에 희원이 손을 저었다.
“아니에요, 어머니. 저번에 생일 선물로 사 주신 것도 있잖아요.”
희원이 지금 자기가 신은 신발을 가리켰다. 지난달에 희원의 생일을 맞이해서 박 여사는 명품 운동화를 선물했다. 기준과 사귄 첫해에는 명품 시계를 선물해 줘서 깜짝 놀라게 해서 이번에는 제발 약소한 것으로 해 달라고 사정사정한 게 이 신발이었다.
“얘, 희원아. 너는 배포를 좀 키워야 해. 엄마가 생일 선물로 운동화 보내 놓고는 얼마나 마음에 걸렸는지 아니.”
“어머니도 참……. 평소에 아무 날도 아닐 때도 마구 퍼 주시잖아요.”
“그래도 얘, 희영이만큼만 좀 되어 봐라.”
그때 희영이 박 여사를 와락 껴안더니 말했다.
“엄마, 나 운동화 하나만 사 주세요. 자꾸 이사님이 못 사게 해요.”
희영이 눈썹을 팔자로 누이고 말하자 박 여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 사고 싶은 거 다 사. 걔는 왜 자꾸 쇼핑을 못 하게 한다니. 그래도 기준이랑 해준이는 애들 나가서 콧바람도 쐬고 쇼핑도 하게 해 주는데 이이준은 왜 그런다니.”
“그러게 말이에요.”
희영의 얼굴을 박 여사가 어루만지며 마치 막내아들에게 하는 것처럼 다정하고 따듯한 시선을 보냈다. 옆에서 희원이 작게 웃었다.
희원은 기준에게서 이준이 왜 그러는지에 대해서 들었다. 일단 콧바람치고 너무 잦다는 것이다.
희영은 희원과 루세보다 더 자주 박 여사를 만나곤 했다. 둘이 성격이 너무 잘 맞는 탓이었다. 희영은 이준과 싸우고 난 뒤에도 박 여사를 만난다고 했다. 그러니 희영이 외출할 때마다 이준이 학을 뗀다는 거다.
그리고 만나서 들어갈 때마다 두 손을 무겁게 하니 이준이 그것 역시 진저리를 낸다는 거였다. 하지만 희원은 그런 희영이 윗사람이지만 귀엽게만 보였다. 그런 면이 박 여사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았다.
“희원아, 이거 신어 봐. 보다가 이거 너한테 어울릴 것 같아서 기다리고 있었어. 엄마, 이거 희원이한테 어울리죠? 루세야, 이거 희원이한테 딱이지?”
희영이 희원을 끌어다가 신발을 신겼다. 희영은 워낙 쇼핑을 좋아하니 그만큼 물건을 고르는 데에 센스도 있었다. 어디서 그렇게 찰떡인 걸 가지고 나타났다. 그러니 박 여사의 지갑이 열릴 수밖에 없었다.
“희원아, 이거 사자. 이거 정말 우리 희원이한테 딱 어울려. 이 신발 주인 찾았네.”
“네? 아니 그게…….”
이미 신어 본 이상 어쩔 수 없었다. 주위에서 이렇게 부채질을 하고 나서면 희원은 그 신발을 신고 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다. 신발뿐만이 아니었다. 옷도, 가방도 하물며 시계, 머플러 같은 소품들도 마찬가지였다.
“엄마, 희원이 봐 봐요. 애가 피부가 하얘서 이렇게 분홍색도 잘 받는다니까요. 조금 있으면 봄인데 이거 니트 입으면 너무 예쁘겠죠.”
희원보다 피부가 더 하얀 희영이 말했다. 그에 박 여사는 얼른 들어가서 한번 입어 보라고 부추겼다. 희원이 피팅 룸에 들어가서 옷을 입고 나오면 그걸 루세가 사진을 찍어서 가족 단톡방에 올렸다.
모든 가족이 다 들어가 있는 단체 채팅방이 있었다. 하지만 그 채팅방에서 활발히 움직이는 이는 고정되어 있었다. 며느리들만 왁자지껄 말을 했고 정작 이씨 집안 아들들은 그저 읽는 정도였다.
[우리 희원 씨, 핑크 잘 어울리네요.]
하지만 이렇게 희원이 밖에 나와 있으면 기준이 언제부터 그렇게 답을 했다고 칼처럼 대답을 해 왔다.
“희원아, 이기준 칼처럼 대답하는 것 좀 봐. 너 나와 있어서 꽤나 심심한가 보다.”
박 여사의 말에 희원은 자기가 창피해서 귓불이 붉어졌다. 그에 옆에 있던 루세가 크게 웃었다.
그도 그럴 게 루세는 희원보다 더 일찍 결혼해서 해준은 박 여사가 루세를 불러내는 것에 이제는 포기 상태였다. 한동안 기준이 주말에 희원을 빼 가는 데에 경기를 일으킬 듯 싫어해서 그 기세에 해준도 몇 마디 했는데, 희영이 함께하면서 이제 전의를 상실했다.
“어머니, 놀리지 마세요.”
“뭘 놀려? 사실이잖니. 나는 우리 차남이 이렇게 팔불출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
희원이 복숭앗빛으로 물든 뺨을 손바닥으로 꾹 누르며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박 여사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준은 희영에게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둘은 평소에도 꽤나 투덕거리는 것 같았다. 집 안에서 보는 이준은 이래도 흥, 저래도 흥, 별 반응이 없는 사람 같은데 희영과는 소란스러운 모양이었다.
해준은 루세보다 연하라서 그런지 아무리 의젓하게 행동한다고 해도 그 이면에 연하남의 정석 같은 게 보였다. 해준 역시 루세한테 잘하지만 오히려 루세한테 의지하는 부분이 있었다.
반면 삼 형제 중에서 가장 유난스럽고 극성인 사람은 기준이었다. 기준은 식구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도 희원이 불면 날아갈까 쥐면 터질까 전전긍긍했다. 오히려 랑일이에게는 그러지 않는데 희원에게는 주변에서 진저리 칠 정도로 심한 수준이었다.
그걸 랑일이가 그대로 닮았다는 게 문제였다. 랑일이는 어린 기사처럼 굴었다. 제 마미가 어떻게 되기라도 할까 봐 기준과 똑같이 굴었다. 그리고 귤희에게는 더 심했다. 귤희가 엉덩방아라도 찧으면 랑일이가 놀라서 달려왔다.
과보호의 대표 주자인 이기준은 희원이 나가 있으면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게 놀림거리가 되는 걸 알면서도 고칠 생각이 없는 듯했다.
한바탕 명품관을 털고 랑일이와 귤희 선물까지 산 뒤 맛있는 음식까지 먹은 희원은 박 여사의 차가 빠져나가는 것을 본 뒤 차에 올랐다.
“희원이 조심히 가고 우리 새해 주말에 보자!”
“네. 형, 생일 잘 보내고 우리 새해 주말에 봐요. 그때는 내가 맛있는 것 해 갈게요. 만날 이렇게 모이면 나는 받기만 하는 것 같아.”
희원이 미안한 마음에 주먹으로 옆머리를 만졌다. 그에 루세가 말을 이었다.
“형님, 그 마음만으로 된 거예요. 형님이 주방에 서는 순간 랑일이 아버님 놀라서 쫓아온다고요.”
“루세 씨까지 놀리지 마 쫌.”
희영이 희원을 꼭 끌어안았다.
“아, 귀여워. 내 동생. 우리 새해에 또 만나서 맛있는 것 먹자. 운전 조심하고!”
희영은 희원의 차가 먼저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보며 루세와 함께 손을 흔들었다. 희원은 두 사람을 거울로 보며 잔잔한 웃음을 지었다.
주차를 하자마자 차 문이 벌컥 열렸다.
“아, 깜짝이야!”
“희원 씨.”
기준이 희원을 꼭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속삭였다.
“애들 다 잠들었어요. 내가 희원 씨 오기 전에 다 재웠어. 우리 같이 씻을래요? 같이 씻으려고 욕조에 물도 받아 놨어요.”
욕실 문을 연 희원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이, 이게 뭐예요?”
기준이 입꼬리를 올리고 쌩긋 웃었다. 아직 시간은 9시밖에 안 되었는데 도대체 언제 애들을 재우고 이런 걸 준비한 걸까?
욕조에 풀어놓은 입욕제, 그리고 옆에 준비된 와인 한 병.
“오랜만에 분위기 좀 내려고요.”
“오랜만이요?”
희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오랜만이라고 하기에는 이런 이벤트가 종종 있긴 했다. 더군다나 희원의 생일 때도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 이건 데자뷔일까? 어리둥절해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희원이 그저 귀여워서 기준은 입술에 도장 찍듯 쪽쪽 맞추고는 그대로 희원을 안아 들었다.
“잠깐, 잠깐만요!”
아직 옷도 벗지 못한 채였다. 희원이 버둥거리자 기준은 희원의 얼굴 전체에 입을 맞춰 가며 욕실로 들어갔다.
“자, 만세!”
마치 랑일이와 귤희에게 하듯 기준이 웃으며 말했다. 희원은 벌써부터 볼이 발그레해져서 고개를 푹 숙였다.
“얼른요. 옷 입고 들어갈 거예요?”
“그치만…….”
“뭐를 아직도 부끄러워하고 그래요. 그럼 내가 먼저 벗을까?”
기준이 팔을 교차해서 윗옷을 훌렁 벗었다. 희원이 커다란 눈을 데구루루 굴렸다. 그게 귀여웠다. 볼 빨간 토끼 같았다.
“어때요? 남편 몸 죽이죠?”
희원이 침을 꼴깍 삼켰다. 새벽마다 운동을 하고 오는 기준을 보며 희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하고 랑일이 데리고 나가기에도 바빠 보이는데, 그 와중에도 기준은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하곤 했다.
잘 짜인 근육이 가슴을 콩닥콩닥 뛰게 했다. 기준의 몸을 볼 때마다 희원은 여전히 설레기도 하고 자기 관리 철저한 기준에 놀랍기도 했다.
“응? 대답해 봐요. 어때요? 몸 멋지죠?”
희원이 입술을 꾹 물고는 고개만 끄덕였다. 복숭앗빛 볼이 예뻐서 기준은 꽉 깨물어 주고 싶었다.
“이제 희원 씨도 벗어요. 만세!”
기준의 말에 따라 희원이 소심하게 팔을 들자 기준이 훌러덩 희원의 옷을 벗겼다.
“읏!”
“벌써 선 거 봐요. 기대하고 있었구나?”
“그건 추워서!”
바짝 선 젖꼭지를 기준이 기다란 손가락으로 톡 건드렸다. 기준이 물고 빨아서 희원의 젖꼭지는 분홍빛을 띠고 있었다.
“얼른 들어가요. 춥겠다.”
기준은 하의도 훌훌 벗고, 희원의 옷도 마저 벗겼다.
“어때요? 따듯하죠?”
“으응, 네.”
기준의 너른 가슴에 등을 기댄 희원은 자꾸만 뒤에서 자기 엉덩이를 찌르고 있는 무언가가 신경 쓰였다. 기준이 풀어 놓은 입욕제의 향이 은은하게 퍼져 있어서 몸이 나른하던 차였는데 그보다 자꾸 엉덩이를 단단한 게 찔러 대서 졸음이 싹 가셨다.
“희원 씨, 와인도 맛있죠?”
희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희원을 기대게 하고는 기준은 희원이 직접 잔을 드는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자기가 직접 와인을 따라 주고 입에 대 주기까지 했다.
“근데 내가 더 맛있다?”
“응?”
희원이 화들짝 놀라서 붙이고 있던 등을 떼고 허리를 꼿꼿하게 폈다. 그에 기준이 귓가에 대고 낮게 웃었다.
“사실 내가 희원 씨를 잡아먹는 것 같지만, 생각해 봐요. 희원 씨가 나를 매번 잡아먹는 거잖아. 희원 씨 거기가 내 거를 먹고서 오물오물하는 거잖아요. 그쵸?”
희원의 어깨에 턱을 괴고는 나긋나긋 말하고 있지만 그 말의 내용이 차마 제정신으로는 들어 줄 수가 없어서 희원이 움찔거렸다.
“어딜 도망가요!”
움직이는 희원을 단단한 팔이 끌어안았다.
“아니, 그게… 다 씻었으니까 이제 나가 볼까 싶어서…….”
“왜 내 말에 하나도 대답을 안 해 줘요. 응? 내가 희원 씨를 잡아먹는 게 아니라 희원 씨가 나를 잡아먹는 거 맞잖아요. 그쵸?”
“그런 얘기 좀…….”
“그럼 무슨 얘기 하지? 그럼 넣게 해 줄 건가?”
기준이 희원의 허리를 잡고는 그대로 자기 위에 앉혔다. 꼿꼿하게 서 있는 성기가 희원의 엉덩이 사이를 긁었다.
“읏!”
“왜요? 벌써부터 못 참겠어? 내가 왜 거품은 안 내고 꽃잎만 띄워 놨는지 알아요?”
희원이 뒤로 손을 뻗어서 기준을 밀어냈다. 하지만 기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남자가 운동을 죽어라 하더니 근력을 키웠는지 원래도 기준이 이렇게 작정하고 잡으면 꼼짝을 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더 심해졌다.
“거품을 내면 좆질하는 게 거품에 가려서 안 보이잖아.”
“그럼 말 좀 하지……!”
“이렇게 물이 투명해야 희원 씨 빵실한 엉덩이가 내 걸 잡아먹는 게 다 보이거든. 얼마나 맛있게 잡아먹는지 모르죠? 보여 주고 싶어. 나 보고 내 위에 앉아 봐요. 크리스마스 선물로 허리 흔드는 거 보여 줘.”
기준은 작정이라도 한 듯 야한 말을 귓가에 흘려 댔다. 낮은 목소리가 끈적끈적 꿀을 잔뜩 발라 놓은 것 같았다. 안 그래도 기준의 목소리에 약한 희원은 온몸이 발그스레해져 터질 것만 같았다.
“크리스마스 선물 따로 있어…….”
아까 나가서 랑일이랑 귤희, 그리고 기준의 크리스마스 선물까지 다 준비해 놓았단 말이다.
“으응, 그런 거 말고 그냥 희원 씨가 내 위에서 하면 그게 크리스마스 선물이에요.”
“그렇게 아무렇게나 갖다가 붙이지 말라고요.”
“원래 선물은 받고 싶은 거 주는 거예요. 응? 응?”
기준이 아이처럼 졸라 댔다. 랑일이도 희원에게 이렇게 조르지 않는데 도대체 이 남자가 오늘 뭐를 먹었기에 이러는지 희원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희원은 기준의 음담패설과 조름을 견디지 못하고 얼굴을 푹 숙인 채 기준과 마주 봤다.
“이제 넣어 봐요.”
기준이 페로몬을 풀면서 희원의 눈가에 입을 맞췄다. 숲의 향이 희원의 몸을 휘감으며 심장을 콩닥콩닥 뛰게 했다. 기준이 희원의 가슴을 커다란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며 귓가에 입을 맞췄다. 가슴을 만지고 있는 손에 심장박동이 느껴졌다.
“어, 어떻게…….”
기준과 몇 년을 살아 놓고도 희원은 섹스하는 순간은 매번 부끄러워했다. 물론 기준은 희원이 뻔뻔하지 않고 할 때마다 이렇게 볼을 붉히고 온몸이 화르르 불타는 것 같은 그 순간을 귀여워했다.
“내 좆을 잡고 희원 씨 구멍에 맞추면 되잖아요. 그리고 앉으면 돼요.”
그건 안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으니까 그렇지. 희원이 자기 입술을 질겅질겅 씹었다.
“아무튼 귀여워. 그럼 내가 도와줄게요.”
희원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기준이 도와준다고 하는 건 순수한 호의가 아니라는 것을 희원이 누구보다 잘 알았다. 기준이 희원의 허리를 잡고는 들어서 제 좆 위를 앞뒤로 마구 문질렀다.
“흐읏! 읏!”
희원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하지, 하지 마아!”
“왜? 도와준다니까요.”
기준이 큭큭거리며 웃었다. 예뻐 죽을 것만 같아서 기준은 더욱더 페로몬을 풀었다. 페로몬에 반응한 희원의 뒤로 왈칵왈칵 뭔가가 흘러나왔다. 희원이 기준의 팔뚝을 밀어냈지만 기준은 희원의 가슴에 자기 얼굴을 마구 비비며 더 짓궂게 자기 좆을 주름에 대고 비비댔다.
“흐윽! 기준, 기준 씨!”
“형이라고 불러 봐요. 그럼 내가 천천히 할게.”
“그놈의 읏, 형은!”
꼭 이렇게 희영을 만나고 온 날은 기준이 유독 형 소리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도 안다. 욕실에 기준이 내뿜은 페로몬과 희원의 달콤한 페로몬이 온통 섞여서 희원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차라리 정신을 잃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준이 페로몬이 자기 몸을 온통 휘감는 게 느껴졌다.
“응? 얼른요. 크리스마스인데 내 선물 안 줄 거예요?”
“그러니까 선물은 밖에 있다…….”
“선물이 왜 밖에 있어요? 여기 눈앞에 있는데. 내 선물.”
기준은 희원더러 하라고 해 놓고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순전히 자기 멋대로 하고 있었다. 기준이 이렇게 정신이 나가 있을 때는 희원이 아무리 얘기를 해도 듣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기준의 귀두가 자꾸만 구멍 입구를 찔러 대고 있어서 이제 희원도 못 참을 것 같았다. 희원의 성기도 바짝 서서 까딱까딱 움직이는 게 물 아래에서 보였다.
희원이 눈을 질끈 감고 기준의 어깨에 이마를 박고 중얼거렸다.
“혀엉.”
“으응? 뭐라고요? 잘 못 들었는데?”
희원이 부끄러움에 몸서리쳤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혀엉, 기준이 혀엉.”
“아, 예뻐. 예뻐 죽겠어!”
“아앗!”
기준이 오물오물 입을 움찔거리는 구멍 입구에 자기 좆을 대고 그대로 갖다 박았다. 물하고 함께 내부로 거대한 몽둥이 같은 성기가 주르륵 들어찼다. 희원이 질겁을 하고는 기준의 목을 허겁지겁 끌어안았다.
“예뻐 죽겠어요. 크리스마스라고 하늘에서 천사가 떨어졌나 봐. 어디서 이렇게 예쁜 천사가 내 품에 떨어졌지? 응?”
기준이 희원을 꼭 끌어안고는 귓가에 속삭였다.
“원래 천사는 하늘로 못 돌아가게 애를 셋을 낳아야…….”
희원이 또 시작된 천사 타령에 더 이상 못 들어 주겠다는 듯 기준의 입술에 제 입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