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반전
문밖의 익숙한 목소리에 김주열이 본능적으로 이영훈과 눈을 마주쳤다. 더불어 힘껏 움직이던 허릿짓도 동시에 멈추었다. 정신없이 앞뒤로 당하고 있던 서재민이 갑자기 찾아온 정적에 잠시 정신이 든 듯 몸을 꼬물거렸다. 이영훈의 성기를 야무지게 물고 있던 엉덩이가 움직이자, 그때를 놓치지 않는 이영훈이 이내 서재민의 허리를 바짝 당긴다.
“흐으. 아파….”
아프다고 칭얼대며 입 안에 물고 있던 주열의 성기를 혀로 밀어낸다. 아, 씨발 꼴려. 문도현한테 걸려서 지금 아작 나게 생긴 와중에도 꼴리는 상황이 존나 아이러니하다.
아니, 지금 서재민이랑 이영훈이랑 이러고 있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 그 자체니까 뭐. 서재민 구멍은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 하고 꼴리는 대로 살살 허릿짓을 하고 있는 이영훈이 담당하고 있으니, 우선 주열 저라도 좀 정신을 차리고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하려는데….
씨발, 하늘 높이 서 있는 성기 아래에서 무방비하게 흔들리며 칭얼대는 서재민을 보고 있노라니, 문도현이고 뭐고 그냥 아까처럼 다시 입에 물려 허리를 흔들고 싶은 마음만 커져 갈 뿐이다.
“야. 야. 이영훈. 야, 시발 좀 멈춰 봐. 개새끼야.”
“…아, 왜요.”
주열이 용케 정신을 차리고 이영훈에게 말을 걸었더니, 인상을 확 찌푸리고는 왜요- 란다. 어이가 없어서 머리통을 한 대 내리치려다가, 지금 이 상황에서 자신과 영훈 둘 다 미친 새끼임은 다를 바 없어 꾹 참는다.
“미친 새끼가. 왜요? 야, 시발, 밖에 문도현 있다고. 너 지금 좆질 하다 보니까 상황 파악이 안 되냐?!”
‘문도현‘이라는 이름 때문인지, 허리를 천천히 움직이던 이영훈도, 김주열과 이영훈의 아래에서 땀인지 눈물인지 혹은 정액인지 모를 온갖 것들로 범벅이 되어 축 처져 있던 서재민도 움직임을 멈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문도현은 아직 방으로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아무래도 캔맥주라도 마시면서 소파에 늘어져 있는 것이 분명했다. 작게 들리는 핸드폰 게임 소리와, 그냥 켜 둔 것 같은 TV 소리가 증거였다. 씨발, 저러다 잠들면 따봉이지만, 절대 그럴 리 없었다. 차라리 밖에 나가서 아무것도 모르고 놀고 있는 놈들이랑 술이나 퍼마셨으면 했지만, 지금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어쩌지. 온몸에 힘이 다 빠진 건지 눈도 감지 못하고 색색거리며 숨을 내뱉는 서재민의 머리를 주열이 쓰다듬으며 이영훈을 쳐다봤다. 야. 이영훈. 어떡하지. 이영훈이 잠시 방문으로 힐끗 시선을 돌리더니, 주열과 서재민, 아니 서재민의 엉덩이를 양쪽 번갈아 가며 보다 머리를 쓸어 넘기며 입을 열었다.
“형. 선택지는 두 개예요.”
“…그렇지.”
“어차피, 이렇게 들키나 저렇게 들키나 좆 되는 건 마찬가지인데.”
이영훈의 목소리에 무슨 결의를 다지듯, 김주열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자신과 이영훈은 같은 배를 탔다. 여기서 이영훈이랑 같이 서재민이랑 끝까지 떡 치다가 결국 문도현한테 들켜서 나랑 이영훈만 좆 되든지. 문도현도 꼬드겨서 같이 떡 치자고 홍콩으로 가든지, 지옥으로 가는지 모르는 배로 탑승을 시키든지. 아니면 뭐 여기서 멈추고…. 아니, 멈추는 건 좀 이기적이지만 생각하기 싫다. 여기서 멈춘다고 서재민이랑 이영훈이랑 같이 씹질 한 게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니까. 아무튼, 어떻게 되든 간에 결말은 다 좆같으니까 한번 해 보자 이거야.
“흐으. 나. 나아….”
이영훈보다는 먼저 서재민을 건드린 제가 나서야겠다 싶어서 주열이 벌떡 일어났더니, 가만히 숨만 쉬고 있던 재민이 주열의 손을 꽉 붙잡았다. 잡힌 손에 고개를 돌렸더니 우는 것도 아니고, 웃는 것도 아닌 표정으로 재민이 주열을 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도현, 도현이…한테 안 돼. 진짜 안 돼.”
“응? 뭐가 안 돼?”
서재민이 작은 손으로 주열의 팔목을 꼬옥 붙잡고는 고개를 도리질한다. 퍽 표정이 간절해 보여 이상한 의구심이 피어올라 주열은 방문으로 향하던 몸을 돌려 침대에 다시 앉았다. 이영훈은 서재민의 구멍에 손가락을 넣었다 빼며 장난질하다, 침대에 다시 앉는 김주열을 힐끗 보더니 제 손가락을 서재민의 스팟에 푹 찔러 넣으며 조금 죽어 있는 자신의 성기를 다시 만지기 시작했다. 흐읏! 영, 후…ㄴ…. 주열의 손을 놓지 않고 꼭 잡고 있는 와중에 서재민은 이영훈이 성감대를 건드리자 대번에 앓는 소리를 냈다.
가만 보면 서재민 이 새끼도 존나 웃기다. 야, 하나만 해. 하나만.
“문도현은 알면 안 돼. 응? 주열아, 제발… 응? 흐읏…!”
“와, 진짜 이 형 진짜 대박이다. 싫다면서 왜 은근히 조여? 응? 형아. 말해 봐. 왜 조이는데.”
“흐으, 아파-, 훈… 훈아. ㅊ… 천천, 히. 응? 흐으….”
“천천히? 진짜 천천히 해? 진짜로?”
이영훈 이 개자식은 다시 불이 붙은 건지, 옆으로 누워 있던 서재민을 밀어 엎드리게 하고는 정신없이 허릿짓을 시작했다. 서재민은 정신없이 흔들리면서도 주열의 손을 놓지 않았다. 이상하다. 헉헉거리며 혹시나 신음이 새어 나갈까 베개에 고개를 처박고 소리를 참는 서재민을 보는데, 꼴리는 것보다 정말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만이 머리를 지배했다. 왜지. 왜 서재민이 문도현한테 지금 우리한테 당하고 있는 걸 알리지 않으려는 거지. 이영훈과 김주열로 이 괴상한 상황을 끝내려고 하는 건가. …아니면, 문도현이 알면 안 되는 뭔가가, 있는 건가.
“야. 서재민. 너 문도현이랑 뭐 있냐?”
아. 확실하다. 백 퍼다. 이건. 베개에 고개를 처박고 있던 서재민이 전기라도 맞은 듯 갑자기 벌떡 얼굴을 들었다.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이 와중에 존나 꼴린다고 생각하던 찰나, 흥분에 젖어 있는 재민의 동공이 순간 흔들린다. 주열의 팔목을 잡고 있던 서재민의 작은 손이 굳는 것도 느껴졌다. 이영훈은 존나 관심도 없는 듯 본인 좆질만 열심이었지만.
“윽, 주열아. 그, 으…! 아. 앗….”
“왜 나한테 박히면서 딴 놈 이름을 불러.”
서재민이 분명 뭔가를 말하려고 했는데. 아, 저 씨발 이영훈 발정 난 새끼가. 이영훈이 사정감이 가까워졌는지 허리를 잘게 흔들며 서재민의 머리채를 잡았다. 아파…아…! 서재민이 고개를 돌리며 벗어나려 하자, 그대로 들어 올려 서재민을 뒤에서 껴안는다.
이영훈이 힘이 빠져 그대로 엎어지려는 재민의 허리를 잡아채며 두 손을 잡아끌었다. 두 손이 잡혀 의지할 곳을 찾지 못한 채 서재민이 도리질했다.
“그만. 그마…안! 하, 으윽…!”
“와. 이 형 드라이로 갔다. 한 번도 안 만져 줬는데.”
서재민은 그만-이라고 몸을 비틀어 대더니 결국 사정했다. 한 번도 만져 준 적 없던 성기가, 이영훈한테 박히면서 느껴 그대로 갔다. 와, 시발 존나 꼴려. 이영훈이 재민의 젖어 있는 성기를 만지며, 남은 정액까지 죄다 뽑아내고는 이내 재민의 안에 사정했다. 이영훈이 잡고 있던 재민의 손을 놓자마자, 재민은 그대로 앞으로 기울어 침대에 엎어졌다.
“흑…. 흐으…. 미친, 새. 끼들….”
와, 나도 이제 좀 쉴게요. 내 거 너무 뽑아냈어. 이영훈이 아직 단단히 솟아 있는 제 것을 가리키며 붉어진 서재민의 엉덩이를 툭툭 쳤다. 반항할 힘도 없는지 재민이 눈물을 흘리며 이불에 얼굴을 묻었다. 흐으…. 이영훈은 대충 벗어 둔 팬티를 입더니, 책상 의자에 앉아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형- 형- 울지 마요. 싫었으면서 드라이로 왜 갔대? 얄미운 이영훈의 목소리에 재민의 웅얼거리는 울음소리가 좀 더 커졌다.
서재민이 서러운 눈물을 멎어 갈 때쯤, 그리고 서재민의 박히면서 가 버리던 모습을 자꾸 생각하며 주열의 좆이 다시 세워지고 있을 때쯤.
“어디서 담배 냄새…. 야. 너네 지금 뭐 하냐?”
쾌락에 잠시 잊고 있던 문도현이 방문을 열어 버렸다. 이영훈이 방 안에서 담배를 뻑뻑 피워 대더니 결국 거실까지 냄새가 새어 나간 것이 분명했다. 문도현은 방문을 열고 그저 멍을 때렸다.
김주열 역시 막상 이런 상황이 닥치니까 아무것도 못 하고 그저 눈만 껌뻑거렸다. 야, 이 새끼야 무슨 말이라도 해 봐…. 주열이 당황스러운 얼굴로 영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씨발. 저 개새끼는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다.
문도현이 문고리에 손을 떼지도 않는 그 상태로 가만히 서 있었다. 팬티만 입고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이영훈, 발기한 거시기를 서재민 머리맡에 두고 앉아 있는 김주열, 그리고 정액으로 범벅이 된 엉덩이를 보이고 엎드려 울고 있는 서재민의 머리통에 차례로 시선을 둔다. 담배 연기와 정액 냄새가 오묘하게 섞인 방 안에는 적막감만이 흘렀다.
시간이 이대로 멈추면 좋겠어요. 모 시트콤의 좆같았던 마지막 대사가 떠올랐다. 문도현이 무슨 말이라도 해 줬음 좋겠다. 왜냐하면 우리는 존나 할 말이 없으니까요. 시발.
“하, 지금 이거 내가 생각하는 상황, 맞지?”
드디어 문도현이 입을 열었다. 아무도 문도현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후우- 문도현이 한숨을 크게 내쉬더니, 다시 물었다.
“야. 지금 내가 생각하는 거 맞냐고.”
문도현 저거 화나면 존나 개새끼 되는데. 또 문도현의 말이 허공에 뿌려졌다. 도현이 정면으로 보이는 아직도 잔뜩 성이 난 주열의 성기를 보고는 결국 욕을 지껄였다.
하, 씨발. 씨발 진짜. 문도현이 어이가 없다는 듯 계속 화가 가득한 한숨, 그리고 욕을 내뱉는다.
쾅-
……? 뭐야. 저 새끼, 문을 왜 닫아?
문도현이 화가 난 얼굴로 성큼성큼 다가와 엎드려 고개를 숨기고 있던 서재민의 머리채를 잡았다.
“…내가 생각하는 거 맞냐고 물었잖아. 이 씨발 새끼야.”
…아, 우리가 아니라 서재민한테 물었던 거야?
눈물로 젖어 있던 서재민의 눈이 문도현을 향했다.
아니, 시발 이게 무슨 상황이야. 존나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모르겠는 주열이 건너편 이영훈을 봤다. 이영훈이 시선을 느끼더니, 본인도 모르겠다며 눈썹을 들었다 내린다.
“도현이 형…?”
“야 , 서재민. 이 걸레 같은 게 진짜. 씨발. 진짜 오냐오냐 봐주니까 완전히 개 돌았냐? 씨발, 니가 씨발!! 어!? 미친 새끼가 아주 씨발, 몇 명한테 대주고 다니는 거야!? 씨발 새끼가…!!”
말릴 새도 없이 문도현이 서재민을 그대로 밀어트린다. 침대로 다시 엎어진 서재민이 몸을 질질 끌어 문도현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핏줄이 보일 정도로 힘을 꽉 주고 있는 문도현의 팔을 꼭 잡는다. 야. 놔라. 문도현의 개 빡친 목소리에도 서재민의 손은 꿈쩍하지 않았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대체. 문도현이 걸어오면서 침대 옆에 앉아 있던 주열을 힘껏 밀었던 터라, 뒤로 밀려 있던 김주열이 엉거주춤하게 일어나 방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팬티를 서둘러 다리에 꿰었다.
씨발,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상황 파악이 도무지 안 되는데도 차마 묻기에는 이영훈이나 저나 처지가 안 되는 터라 입을 꾹 다물었다.
“흐으, 흑…. 아니야. 아니야! 도현아, 나….”
“서재민. 넌 내가 그냥 좆병신이지. 그냥 좆만이로 보이지.”
“아니야. 그런 거 아닌 거 알잖아. 응? 제발….”
“하, 아니라고? 그런 게 아니라고?! 씨발, 차라리 그냥 존나 문도현 너 좆만이라고, 개호구병신으로 보인다고!! 말을 해!! …차라리!! 어?! 씨발, 그러면 내가 존나 네가 이도진이랑 떡을 치든!! 이 개새끼들이랑 떡을 치든 상관!!! 상관 안 한다고 내가!!!!”
“도현아….”
“왜 씨발 나한테 이러는데…. 씹, 서재민, 이 씨발….”
문도현이 서재민의 손을 떼어냈다. 서재민도 더 이상 문도현을 잡지 않는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아무리 봐도 이해는 안 되지만, 우선 확실한 건 문도현의 반응이 정상적인 반응은 아니라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지금 우리가 하는 짓 자체가 존나 개 비상식적이긴 하지만- 누가 봐도 우리 화끈하게 섹스 했어요, 그것도 사내 셋이서 했어요, 하고 광고하고 있던 동아리 동기 놈들을 갑작스럽게 목격한 것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냥 뭐랄까. 핀트가 뭔가 어긋난 느낌. 서재민의 앞뒤를 박아 댔던 김주열과 이영훈을 족치기보다는, 힘없이 축 처져 있던 서재민의 머리채를 쥐어 잡는 건 진짜 존나 이상했다.
…아, 이거 촉이 좀 올 것 같은데. 아까 문도현이 뭐라고 했더라. 자기가 개호구병신이라고 했던가. 그리고 또 뭐라 했지. …아. 미친, 이도진. 맞다, 그래, 이도진이랑 떡을 친다고 했다.
헐 씨발, 설마.
…역시 이영훈. 이도진이랑 떡친다는 말을 곱씹으며 설마 하고 이영훈을 봤더니 이 새끼도 눈치를 깐 건지 슬쩍 입꼬리를 올린다. 아무튼, 존나 쓸데없이 잘 맞아. 저 새끼랑 나랑. 침대에 앉아 있는 문도현은 어디 무슨 실연이라도 당한 것처럼 축 처져 있다. 이거 냄새가 난다. 냄새가.
“야, 문도현.”
“…….”
“너 서재민이랑 잤지.”
“개씨발새끼들….”
“어허, 왜 욕은 하구 그래요.”
문도현의 절망적인 목소리에 이영훈이 멋쩍게 웃으며 다시 담배에 불을 붙였다. 김주열도 괜히 담배가 끌려 이영훈에게 손짓했더니, 금세 불을 붙여서 건네준다. 담배 한 모금에 괜히 다시 성욕이 도는 기분이었다. 야. 문도현. 너도 좀 피울래? 문도현에게 담배를 내밀자, 매섭게 주열의 손을 쳐 낸다. 시발, 안 피우면 말 것이지. 담배 아깝게. 떨어질 뻔한 담배를 잡아 다시 입에 갖다 댔다.
“…….”
문도현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눈을 껌뻑이며 자신을 보고 있는 서재민 머리를 다시 잡았다. 아! 아파아!! 서재민이 고통에 몸부림을 치자 금세 다시 손목에 힘을 푼다. 어쭈, 문도현 저거 뭐 해. 문도현이 엉거주춤하게 무릎을 대고 엎드려 있는 서재민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묘한 매력이 있는 서재민의 눈과 속눈썹이 깜빡였다. 뭐 어쩌려나 싶어 가만히 보고 있었더니, 문도현이 한숨을 내쉬고는 제가 입은 바지 지퍼에 손을 댄다.
“…뭐 해. 서재민. 네가 환장하는 좆인데 빨아야지.”
오, 예상치 못한 새로운 전개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