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8화 〉348화
하지만 그렇다면 어째서 직접 찾아오질 않는 것인가?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를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자 의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이어졌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적었다.
그런 와중에, 도마뱀이 자신이 있었던 드네아의 인간들의 영지에 나타났다.
그것도, 영지를 통째로 날려버릴 정도의 개입.
기껏 다시 수하로 들일 뻔했던 엘리시스를 포함해서, 드네아의 인간들을 모조리 날려버린 개입이 말이다.
명백하게 자신의 존재를 눈치채고 이쪽에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결국 그녀가 선택한 것은, 자신의 힘을 가장 강하게 사용할 수 있는... 처음으로 자신의 본거지로 삼은 곳에 틀어박히는 것이였다.
이렇게 된 이상 천신교를 믿는 인간들을 모두 제물로 삼아서 드래곤들과 싸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제물로 삼을 인간들을 보충하는 것은, 수백 년에 걸쳐 쌓은 제물들을푸는 것으로 충당할 수 있었고 말이다.
갑자기 새로운 제국이니 뭐니하면서 인간들끼리 내전을 벌일까말까하는 혼란까지 터지니 난민들을 들여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무튼, 그렇게 준비를 해가고 있던 와중에...
드래곤들이 찾아왔다.
하물며 간악한 찬탈자와 함께.
그제서야 깨달았다.
아버지의 힘을 빼앗아간 찬탈자는, 드래곤들이 만들어낸 챔피언이였던 것이다.
드래곤들이 자신의 곁에 두고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두는 수하인 가디언과 반대로 수호자니 질서자니 하는 겉멋만 든 칭호를 지키면서도 인간을 비롯한 종족들에게 개입하기 위해 수족처럼 존재가 부리는 챔피언이었다.
단지 이번에 만든 챔피언은 자신들에게 내려진 저주를 풀기 위해서, 세계의 법칙에 깃든 아버지의 힘을 모조리 빼앗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인 듯싶었다.
대체 뭘 어떻게 하면 아버지의 힘을 찬탈하는 존재를 만들어낼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음습하고 간악한 도마뱀들이라면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었다.
물론, 고작 그런 거로 아버지의 저주가 해주될 리가 없었다. 그러니까, 그다음으로 자신을 노리고 찾아온 것이였다.
위험했다.
명명백백, 그 음습하고 비겁한 도마뱀들이 무작정 찾아왔을 리가 없었다.
자신들이 이길 수 있으니까, 그럴만하다고 판단했으니까 찾아온 것이 분명했다.
오만하기 짝이 없지만, 자신들의 보신에 해당되는 일이라면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도마뱀들이니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수백 년간, 아버지의 저주로 타격을 받았던 도마뱀들은 모습을 드러낸 적도 없었고 말이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드마뱀들은 저마다 이상한 인형을 뒤집어쓰고 있는지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데다가 찬탈자라는 녀석도 행동이 이상했다.아무리 자신감이 넘친다고는 한들 마력을 풀풀 피워대면서 자신들이 왔다는 사실을 이렇게나 대놓고 표출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처음에는 함정인가 싶었다.
조금 조악하다 싶은 함정이긴 했지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함정은 아닌 것 같았다.
굳이 이상한 인형을 뒤집어써서스스로 약화된 채 찾아온 도마뱀들과 아무리 봐도 아무런 준비도 없이 들이밀고 온 것 같은데 더군다나 인간 따위를 살리기 위해 힘을 소모한 어쭙잖은 찬탈자.
본래대로라면 단순히 약화된 도마뱀들은 일단 내쫓고 자신은 자신대로 결전을 위해 서둘러서 준비를 마쳐야 했건만, 위기라고 생각했던 것이 단번에 일거양득을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마자 그녀는 당장에 거인의 시체를 일으켜 세웠다.
위기가 아니라 기회라고 생각한것이였다.
아무래도 도마뱀들은 제 안전을 위해 이상한 인형을 뒤집어쓴 모양이였지만 이건 악수였다. 평범한 상대라면 몰라도 용살에 특화된 무기를 사용하는 거인에게 공격당한다면 제아무리 인형이 부서지는 것뿐이라곤 해도 본신에게조차 피해가 갈 수밖에 없는 법이였다.
물론, 자신이 거인을 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저 도마뱀들이 알 수 있을 턱이 없었으니. 나름 안전을 위해서 저렇게 한 것이 분명했다.
그게 악수가 될지도 모른 채로 말이다.
하물며 도마뱀들과 함께 온, 힘을 소모한 찬탈자마저 죽일 수 있다면 마땅히 자신이 차지했어야 할 아버지의 힘을 모두 되찾을 수도 있었다.
원초 계획했던 대로, 수백만의 인간을 제물로 삼은 것은아닌지라 불완전하고 힘 또한 오랫동안 지속하는 것이 불가능한 부활이였지만...
이 정도만 해도 약화된 도마뱀들과 힘을 거의 소모한 찬탈자를 처리하는 것은 손쉬운 일이였으니.
더욱이 고작 수십만에 불과한 인간들을 제물로 썼다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엄청난 마력이였다.
이거면 충분하다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손쉽게 처리될 줄 알았던 망할 도마뱀들과 빌어먹을 찬탈자가 끈질기게 버티기 전까지만 해도!
“뭐 하는 건가요, 드래곤 슬레이어! 빨리, 빨리 저 빌어먹을 것들을 죽여버리세요!”
부웅, 부웅하고 자신의 명령을 받고 창을 휘두르는 거인의 팔이 맞을 듯 말 듯 하고 계속해서 찬탈자와 도마뱀들을 끝장내지 못하자 조급함이 일었다.
본래 계획했던 대로 완전한 부활이 아니라 그런지, 일일이 명령을 내려야만 움직이는 거인의 몸은 무척이나 굼떴다.
아니, 거인은 빨랐지만, 명령을 내리는 자신이 무척이나 굼떴다.
그런데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이 자신은 거인을 조종하는 것만으로도 거의 한계이기 때문이였다.
마력 자체는 인간들을 제물로 바친 것으로 충당한다지만, 그 마력을 거인에게 전해주는 것은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니 말이다. 덕분에 다른 마법을 사용하려 해도 도마뱀들과 망할 찬탈자들은 손쉽게 막아내는 데다가 그림자에서 때를 기다리고 있는 마수들을 뿌려대기도 쉬운 일은 아니였다.
주변에 뿌려둔 마수들을 불러서 공격을 시키는 것 정도가 한계인 셈이였다.
차라리 좀 더 기다려야했을까하는 그런 후회가 일었지만, 그것도 아니였다.
솔직히 지금 정도의 전력만으로도 눈앞에 있는 도마뱀들이나 찬탈자는 금방이라도 끝장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실제로도 그만큼 강한 전력이였다. 그런데 마력도 얼마 없어 보이면서도 엄청 얄미울 정도로 잘 피하고 다니니 열이 뻗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너무 느린 거 아니야?”
휙하고, 아슬아슬할 정도로 스치듯이 거인의 창을 피한 주제에 그렇게 말하는 찬탈자를 보면.
“이래서 스치기는 하나?”
촐랑거리며 휘두르던 날개를 스치기 직전에 없앴다가 다시 펼친 주제에 그렇게 말하는 찬탈자를 보면.
“여기서 좀 기다려줄까?”
말만 그렇게 해놓고 기다려주기는커녕 잽싸게 도망치는 찬탈자를 보면 열이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
게다가 마지막에는ㅡ
“ㅡㅡㅡㅡㅡㅡㅡ!!”
제국 전역에까지 들릴 정도로, 자신의 엉덩이를 후려치겠다고 선언하기까지!
“당장 저 빌어먹을 찬탈자를 꿰뚫어 죽여버리세요! 드래곤 슬레이어!”
이젠 도마뱀들이 문제가 아니라 저 빌어먹을 찬탈자의 아가리를 드래곤 슬레이어로 꿰뚫어버리고 심정이 된 그녀가 그렇게 외쳤다.
그리고 그녀의 명령대로 한층 더 흉악할 정도의 투기를...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안되는 마력을 뽑아쓰며 뿜어내는 거인의 창이 찬탈자에게 날아갔다.
그런데...
“자, 와라!”
이제까진 그렇게나 촐싹거리면서 피하던 그가, 양팔을 벌리며 거인의 창을 몸으로 받아내는 것이 보였다.
“......”
미친 건가?
갑자기 돌아버리기라도 한 건가?
아니면 무슨 계획이라도...?
하지만 그런 계획 같은 건 없었는지 거인의 일격을 몸으로 받아낸 찬탈자가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투기가 내뿜는 푸른 화염에 휩싸여 사라진 것이 보였다.
말 그대로, 아무런 흔적도 없이.
“하, 하하...”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찬탈자는 거인의 공격에 일말의 여지도 없이 분쇄된 셈이였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자, 입술을 비집고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 하핫! 아하하하핫ㅡ 죽었구나! 죽었어! 간악한 찬탈자!”
병신같은 찬탈자.
결국 패하고, 멸종했다고는 한들. 한때나마 도마뱀들마저 사냥하고 다니던 거인의 일격을 맨몸으로 받아내려 하다니. 도마뱀들이 찬탈자를 만드는 과정에서 무슨 하자가 있어서 지능에 많은 문제가 생겼던 것이 분명했다.
하긴, 필멸자가 자신이 태어난 세계를 그토록 증오하기란 힘든 법이니. 억지로 뇌를 헤집어서 개조했을 가능성도 있을 법했다.
아무튼, 어찌 됐든 간에 자신의 승리였다.
이젠, 숨을 허덕이고 있는ㅡ 저 도마뱀들만 처리하면...
“자, 이제 남은 도마뱀들을 모두 죽이세요, 드래곤 슬레이... 어?”
돌연, 눈앞에서 벌어진 균열로부터 피투성이인 손이 비집어 나오더니, 자신의 뿔을 붙잡는 것이 보였다.
웬 손이...?
피투성이가 된 손이 자신의 뿔을 붙잡는다는 초현실적이고 비현실적인 광경에 얼이 빠졌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눈앞에서 나타나는 광경은 더더욱 얼이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였다.
“아?”
빛을 뿜어내는, 역으로 돋아난 네 쌍의 날개를 등에 달고 있는 찬탈자가, 균열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보였다.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채로. 씨익하고 웃어 보이는 찬탈자의 모습이. 그런 찬탈자의 손이, 자신의 뿔을 붙잡고 있는 손이라는 것을 이해했을 때. 찬탈자가 입술을 비집어 웃으며 말을 걸었다.
“안녕?”
“드, 드래곤...!”
무슨 수작인지는 몰라도, 자신이 펼친 교란 마법의 위험을 감수하고서, 자신의 코앞으로 전이한 것이 분명한 찬탈자를 보고서 급히 거인을 움직이려고 하던 그녀는 깨달을 수 있었다.
‘너무 멀어...!’
찬탈자의 연이은 도발에 거인을 너무 멀리까지 보내버렸다는 사실을 그제야 눈치챘다. 아무리 거인이라도 저만한 거리에서 돌아오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읏...!”
거인을 부르는 것 대신에 펼친 마법이 빠르게 찬탈자의 심장을노리며 날아갔다.
키이이잉-!
무언가 보호막이라도 있었는지 마법이 닿기 직전에 가로막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까드득하고 깨져나간 보호막과 함께 마법이 그대로 찬탈자의 심장을 관통하는 것이 보였다.
푸슉, 하고 심장을 통째로 터트린 듯, 찬탈자의 가슴을 관통하며 뻗어 나가는 마법이, 그토록 아름답게 보일 수가 없었다.
“오...”
“아, 아하하...! 놀랐어요. 대체 무슨 짓을 한 건인지는 모르겠지만, 제 마법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올 수 있다니...! 칭찬해드리죠. 뭐, 그래 봤자 이미 끝났지만요.”
그렇게 말하며, 이제 힘을 잃고 쓰러질 찬탈자를 바라봤지만, 그녀의 눈앞에는 태연하게 서있는 찬탈자만이 보였을 뿐이였다.
“...어?”
“나도 놀랐어. 이게 뚫린 건 두번째거든. 생각보다 약하긴 약하네.”
너무 아무한테나 벌려주는 거 아닌가, 정조 없기는 그렇게 중얼거리듯 말하는 찬탈자만이 보였을 뿐이였다.
...뭔가 너무 태연하지 않나?
심장이 뚫렸는데도 태연하게 그렇게 말하는 찬탈자를 보고 그녀는 그제서야, 붙잡힌 뿔이... 여전히 단단히 붙잡힌 채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심장이 뚫린 주제에, 전혀 힘을 잃지 않고... 아니, 오히려 더욱 강하게 자신의 뿔을 움켜쥐는 찬탈자가 보였다.
“조금 아깝게 됐네. 이미 거긴 터져서 없거든. 그야 몰랐겠지만.”
“그게 무ㅡ”
그렇게 묻는 그녀의 눈앞에 보이는 무릎은, 더 이상의 질문을 허용하지 않았다.
꽈직!
“카흑ㅡ!”
얼굴 전체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충격에 정신이 혼미해졌지만, 붙잡힌 뿔에 의해 나가떨어지지도 못한 그녀가 손을 휘저었다.
우우우웅!
그녀의 주위로 수십 개의 마법진이 펼쳐졌다.
하지만...
“그보다 내가 안녕이라고 했잖아? 대답해야지? 응?”
마법이 채 완성돼서 펼쳐지기 전에 재차 무릎이 그녀의 안면을 강타했다.
콰지지직!
빠르게 펼쳐지고서, 겹겹이 쌓인 보호막들을 단숨에 분쇄하고서 다시 한번 얼굴과 충돌하는 찬탈자의 무릎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방금 자신의 머리가 통째로 분쇄됐다가, 동시에 복구를 마친 참이였으니 말이다.
‘무, 무슨 힘이...!’
마력이라고는 한 톨도 느껴지지 않았다. 방금의 전이문을 여는 거로 모든 마력을 소모한것이 분명했다. 투기 역시 두르지 않았다. 어째서 마력과 투기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지는 둘째치고서, 찬탈자는 투기 역시 마력만큼이나 소모한 뒤인 것은 확실했다.
근데 그 힘이 장난이 아니였다.
마력도, 투기도 없이.
순수한 힘으로 자신이 펼친 보호막들을 죄다 깨부수고, 막대한 마력을 품은만큼, 그만큼 강화된 자신의 머리를 깨부순 것이다.
거인에, 드래곤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몸인데. 저런 몸뚱아리로 휘둘러대는 힘이 무슨 본체로 돌아간 드래곤이 꼬리를 휘둘러오는 것과 동등할 정도였다. 아니, 본능적으로 몸에 두른 마력을 뚫고서도이 정도의 충격량이니, 어쩌면 거인과 비슷한 힘일지도 몰랐다.
위험하다.
파괴된 육신은 마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수복할 수 있었다.
자신의 의식이 채 끊기기도 전에, 도로 수복해버린 머리가 그 증거였다.
단지, 마력이 있다면 그렇다는 소리였다.
신체의 수복은 마력을 많이잡아먹는 행위였다. 그런데, 자신의 신체를 손쉽게 부숴버리는 존재가 바로 코앞에 있다는 사실은, 그것이 절체절명의 위기나 다름없었다.
‘도, 도망...’
머릿속에서 빨리 떨어져야 한다고 외치고 있지만, 단단히 붙잡힌 두 뿔 때문에 도망칠 수도 없었다.
억지로 뿌리치기엔 상대가 자신보다도 훨씬 더 강한 힘을 갖고 있었다.
대체 어쩌면ㅡ 사고를 이어가기도 전에, 그녀에게 찬탈자가 말을 걸었다.
“응? 대답하라니까?”
투쾅!
이번에는 무릎으로 복부를 찍어 올리자 허리가 기역자로 꺾였다.
“크훕...!”
하지만 미처 충격에서 헤어나올 새도 없이, 우드득하고 뿔을 붙들린 채 억지로 고개를 치켜세워진 그녀의 눈앞에 싸늘하게 자신을 내려다보는 찬탈자의 모습이 들어왔다.
단 한 번...
한 번만 빈틈을 만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잠깐의 굴욕은 감내할 수 있었다.
“...후, 후후. 이, 이제 보니 제법 잘생기셨네요? 어떠신가요? 저딴 도마뱀들이 아니라 저한테ㅡ”
마력을 절반 가까이를 써서 펼친 매혹안과 함께, 찬탈자에게 안기듯이 자신의 몸을 들이밀었다. 자신의 풍만한 육체가 몸에 닿자, 움찔하고 몸을 떠는 찬탈자가 보였다.
‘통했다...!’
굴욕을 무릎쓰고 일생 최초이자 최후의 유혹이였지만, 그것이 통한 듯한 찬탈자의 모습을 보며 환희에 찼다.
도마뱀들이 만들어낸 챔피언에게 이런 굴욕을 보인 사실은, 무척이나 통탄스러운 일이였지만 상관없었다.
이만큼 강한 전력을 지닌 자가, 자신의 수하가 된다면ㅡ
“아니, 씨발 인사하라니까 추파질이야. 안 그래도 존나 눈치 보이는데.”
자그마치 모든 마력의 절반을 쏟아부은 매혹이 통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아까보다 훨씬 싸늘한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찬탈자를 봤을 때였다.
그뿐만이 몹시 더러운 것이 몸에 닿았다는 듯이 황급히 몸을 뒤로 빼기까지 했다.
“내가 그런 거 아니야! 쟤가 나한테 달라붙은 거야!”
동시에 변명하듯이 그렇게 외치는 찬탈자를 보면서.
“아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찬탈자의 행동에 얼이 빠질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