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0화 〉340화
“오빠, 이것도 예쁘지? 내 보물인데 특별히 오빠니까 보여주는 거야!”
“응, 그래 이쁘네... 그래서 이건 또 뭐라고?”
“그러니까~”
자기 몸보다 커다란 조개껍데기를 들고서 어디서 주운거니 뭐니하는 이야기를 하는 아샤의 말을 들어주고 있을 때였다.
“이지경님, 이제 곧 도착이에요.”
“뭐, 벌써?”
꼬부기의 입안을 아샤와 아냐의 손에 잡아끌리면서 막 아샤가 어릴 적에 주웠다던 보물이라면서 보여주는 조개껍데기를 보고 있을 때 루시아가 건네온 말에 깜짝 놀랐다.
체감상 이제 몇 시간도 채 안 지난 것 같은데 벌써 도착이라니.
그런 나에게 쓴웃음을 지으면서 루시아가 말을 이었다.
“사실 마법도 없이 어떻게 이런 궁전을 입안에 만들었는지 살펴보는 동안 거의 다 도착했었어요.”
그게 그렇게 신기하셨었나요? 하고 묻는 루시아의 말에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리 섬만한 거북이라고 하더라도 입안에 궁전을 짓는다는 말도 안 되는 일을, 마법도 없이 저질러버린 것이 신기해서 살펴보는 동안 다 도착했었나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야 루시아가 말을 건네온 것은 이대로 있다간 또 며칠은 꼬박 구경이나 하고 있을까 싶어서 그런 거겠지.
아무리 그래도 배를 타고 며칠은 걸릴 거리를 몇 시간도 채 안 됐는데 와버릴 줄은 몰랐다.
“그래서 지금은 어디쯤인데?”
“천신교의 성지로 알려진 곳의 옆에 있는 해안 도시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서... 으음, 마법을 사용할 수 없으니 확실히 불편하긴 하네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세이렌들의 말로는 인간들이 사는 도시 근처의 바다라고 해요.”
“응? 그럼 아직 좀 더 갈 수 있는 거 아니야?”
“여기서부턴 어쩔 수 없지만, 이 아이로는 갈 수가 없어서요.”
“아, 그것도 그렇겠네.”
루시아의 말을 알아들은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아직 목적지랑은 거리가 좀 있었지만 꼬부기를 타고서 이동하는 건 여기가 한계라는 거겠지.
혹시라도 펼쳐져 있을지도 모르는 탐지 마법에 걸리지 않도록 수심 수천 미터는 가볍게 잠수할 수 있는 꼬부기를 타고 온 거였으니까. 그런데 그런 꼬부기를 그대로 타고서 육지로 상륙할 순 없는 법이였다.
꼬부기의 덩치라면 얼마나 떨어져 있든 간에 다 보일 테니까. 그럴 거면 그냥 대놓고 날아오고 말았지 굳이 꼬부기의 입안에 들어올 필요도 없었다.
“아무튼 아샤, 아냐. 다 도착했대.”
“에, 아직 보여줄 게 한참 남았는데?”
“아직 아냐꺼는 하나도 안 봤잖아, 오빠!”
아샤와 아냐가 칭얼거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음에 다시 보겠다는 약속까지 하고서야 둘을 달래준 내가 그런 우리를 쓴웃음을 지으며 지켜보고 있던 루시아에게 말했다.
“자, 그럼 갈까?”
“생각보다 너무 쉽게 들어왔는데?”
꼬부기 입 밖으로 나와서 망망대해를 어떻게든 건너기까지, 탐지 마법에 걸리지 않으려고 마력 하나 사용하지 않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쳐도 너무 쉽게 도시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계획대로 된거니 좋아하면 될 것도 같지만서도, 너무 쉽게 들어오다시피하니까 되려 수상쩍었다.
심지어 관문에서조차 무슨 통행증이라도 검사할 줄 알았는데 무수한 난민들 사이에 껴서 들어오니 별다른 일도 없었고 말이다.
물론 원체 일행이 일행이다 보니 시선이 쏠리는 등의 소란이 있기는 했었지만, 그런 소란에도 불구하고 순조롭게 도시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건 아무래도 이상하기 짝이 없었으니까.
제국 전역에다가 공간 전이를 교란하는 마법을 깔은데다가 국경마다 기사단을 파견하기까지 했으면서 막상 안으로 들어오는 건 이렇게 쉽다니, 뭔가 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웬걸, 들어온 건 사실이니까 뭐 어떻게 할 것도 없었다.
뭔가 특이한 것이 있다면, 도시로 들어오기 위해서 이상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 패를 받았다는 정도일까.
하지만 이렇다 할 마력도 느껴지지 않는, 그냥 그림만 이상할 뿐인 패일뿐이니까 뭔가 단서를 얻을 만한 것도 없었다.
결국, 도시에 들어와서 우리가 한 것이라고는 쇼핑이었다.
“자, 이건 어때?”
가슴골을 강조하듯 깊게 팬 하얀 드레스 차림의 크리샤가 허리춤에 손을 얹으며 자세를 취하고는 내게 물어왔다.
“어떠냐고?”
그런 크리샤의 물음에 당연하게도 진지하게 크리샤를 살펴봤다.
평소 크리샤가 입고 다니는 것과 달리 새하얀 색상인 건 둘째치고 허벅지 위까지 올라오는 짧은 치마에다가 등 뒤로는 살짝 몸을 굽히는 것만으로도 엉덩이골이 보일 지경이였다.
옷 자체만으로도 이런데 그걸 크리샤가 입고 있으니 당장 드레스를 들춰 올리고서 드래곤 슬레이어를 박아넣고 싶을 정도로 야했다.
그러니까 내가 할 말은 하나였다.
“당연히 최고지.”
“흐응, 그래? 그럼 이것도 챙기고. 거기, 다음 옷 가져다줄래?”
“예, 옙, 마님.”
자연스럽게 여점주를 턱짓으로 부리며 자신이 골랐던 옷을 가져오게 시키곤 입고 있던 드레스를 벗기 시작하는 크리샤를 보고서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여기에 있는 것이 여점주 외엔 우리 밖에 없다곤 해도 그렇게 훌렁훌렁 옷을 벗어버리는 건 지양해줬으면 좋겠다.
아니, 정말로.
여러모로 고통스러우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크리샤를 피해 고개를 돌렸는데, 그런 내게 새로 고른 옷으로 갈아입은 루시아가 보였다.
“이지경님, 저는 어떤가요?”
내 시선을 눈치채자 살포시 웃으며 팔짱을 끼며 묻는 루시아. 덕분에 루시아 역시 평소에 입는 드레스랑은 전혀 다른 타입의 옷차림이 된 것을 볼 수 있었다.
평소에는 잘 입지도 않는 검은색 드레스인 건 물론이거니와 쇄골 앞에서 교차하는 두 줄의 천으로 간신히 젖꼭지를 가리고 있을 뿐인 루시아를 말이다.
세상에, 이게 속옷이야 옷이야?
“네? 이지경님. 어떤가요?”
멍하니 루시아를 보고 있자, 그런 내게 루시아가 재차 물어왔다.
“그야...”
말을 이으려고 하는데, 입술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말이 간신히지 루시아가 살짝 몸을 트는 것만으로도 슬쩍슬쩍 모습을 비쳐 보이는 분홍빛이 날 미쳐버리게 하고 있었으니까.
안 그래도 크리샤만으로도 힘겨워죽겠는데 루시아마저 이러니까 돌아버릴 것 같았다.
당장에라도 저 천 쪼가리를 옆으로 제끼고서 루시아의 젖꼭지를 입에 물어버리고 쪽쪽 빨아대고 싶었다.
상상만으로도 입안이 바짝 타들어 가는 기분이었다.
달콤하기 짝이 없는 루시아의 모유를 마시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그랬다.
더군다나 이쪽도 허벅지 위까지 올라오는 상당히 짧은 드레스였다. 그것도 옆트임이 덤으로 있는. 옆트임을 통해 비쳐 보이는 루시아의 골반이 보였다. 새하얀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그렇다. 루시아는 지금 속옷 따위는 입지도 않았다.
젖꼭지를 빨리면서 드레스를 벗지도 못한 채 마구 박혀도 할 말이 없는 괘씸한 차림의 루시아를 보고서, 나는 어렵사리 입술을 뗐다.
당연히 이번에도 내가 할 말은 정해져 있었다.
“최고, 그 자체지.”
“후후, 그런가요? 그럼, 주인씨? 제 것도 챙겨주시겠어요?”
“네, 네엡...!”
크리샤와 마찬가지로 그렇게 말하고서 훌렁하고 옷을 벗는 루시아를 보는 즉시 눈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앞선 크리샤나 루시아와 달리 평소에도 상당히 엄한 옷을 즐겨 입던 아르카와 카르네가 한층 더 몸매를 드러낸 차림으로 내가 고개를 돌리고 있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흐흥~? 얼이 빠져버렸네~? 그렇게 내가 예뻐?”
“글쎄에, 너보단 내 덕분인 것 같은 데에?”
연보랏빛의, 이미 짧다는 영역에서 훨씬 벗어나서 골반에 겨우 걸쳐진 채 애당초 가리고 있어야 할 속옷을 훤히 드러내 보이는 드레스를 입고 있는 카르네가 보였다. 그나마 양심이라고 해야 할까, 평소 카르네에게 자주 입히던 중동풍의 옷처럼 반투명한 천으로 앞을 기다랗게 가리고 있긴 한데.
반투명한 천 너머로 비쳐 보이는 일자형으로 균열만 가리고 있는 속옷이라던가, 하얀 허벅지라던가가 오히려 배는 야하게 만들고 있었다.
거기에 아르카는 연파란색의, 옆트임을 넘어서서 허리 밑으로 오른쪽이 그냥 다 트여있는 밑단이 엉덩이 바로 밑에 닿을까 말까 한 짧은 드레스였다. 그런데도 이쪽도 루시아와 마찬가지로 속옷을 걸치지 않았는지 아무리 봐도 팬티의 팬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주제에 거기에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스타킹에 골반 바로 밑에 걸친 가터벨트가 연결되어있는 것이 장난 아니게 꼴렸다.
“쓰읍...”
당장 둘을 내 앞에 엎어놓고 뒤에서 마구 박아주고 싶었지만 굳세게 참아냈다. 무엇보다도, 하고 싶더라고해도 눈앞에 있는 아내들은 하나같이 본체가 아닌 골렘이라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가까스로 참아낼 수 있었다.
골렘만 아니였더라면...
아니, 그 전에 혼날 걸 알아도 그냥 그렇고 그런 부위까지 구현했었더라면...
쓰디쓴 후회가 찾아왔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어때, 나 예뻐~?”
“조오금 갑갑하긴 하지마안. 이런 옷도 꽤 괜찮네에. 네가 보기엔 어때애?”
쭈욱, 하고 몸매를 부각시키는 포즈를 취하며 묻는 카르네와 휙휙, 대놓고 아슬아슬하게 보이지 않는 범위에서 치맛단을 잡고 흔드는 아르카. 아무튼 그 둘의 물음에 대한 대답도 정해져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응, 둘 다 엄청나게 예뻐.”
“흐흥~ 그래~? 거기 너, 이거도 챙겨줘~?”
“내꺼도오.”
“아, 알겠습니닷!”
연이은 주문에 눈이 돌아가면서 대답하는 여점주에게 스윽, 하고 옷을 벗어 넘기는 둘에게서 다시 고개를 돌렸다.
어쨌거나, 이제 안심이었다.
엄청 힘들긴 했지만, 어떻게든 끝까지 참아낼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오빠, 오빠. 아샤는 어때?”
“아냐도 봐줘!”
그런 내게 다가와 안긴 아샤와 아냐가 나를 올려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둘은...
“...응, 엄청 귀엽네.”
프릴이 잔뜩 달린, 공주님 드레스라고 해야 하나. 더군다나 둘 역시 평소에는 입은 적도 없는 노란색이라서 더더욱 풋풋하고 색다른 것이 엄청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둘의 엄청나게 귀여운 차림의 둘을 보니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려버렸다.
덕분에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었던 드래곤 슬레이어가 벌떡하고 몸을 일으켜 세워버렸다.
“......”
애써 참아서 그런지, 그냥 발기도 아니고 풀발기였다. 꾸우욱, 하고 이미 바지 밑에서 우뚝 솟아오른 드래곤 슬레이어가 바지의 필사적인 만류에도 불구하고 밖으로 뛰쳐나와 내 배꼽 위로 찰싹 달라붙듯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씨벌.
워낙에 커서, 그냥 발기만하면 바지를 찢어버리던, 대놓고 뛰쳐나오던 해서 감추는 것도 불가능한 드래곤 슬레이어가 존재감을 드러내자, 그런 나를 쳐다보던 아샤와 아냐를 제외한 아내들의 눈빛이 바뀌는 것이 보였다.
일제히, 세로로 찢어지는 동공들이 보였다.
...존나게 무섭다.
내가 골렘에 저런 기능을 넣었던가? 그런 적이 없었는데.
“우후후...”
“흐응...”
“이건 또 걸작이네에.”
“헤에~?”
마치 우리가 그렇게까지 했는데, 다른 누구도 아니고 아샤랑 아냐한테? 그렇게 말하는 듯이 날 보고 있는 아내들이 보였다.
너무 억울하기 짝이 없는 오해였지만, 이미 발기할 대로 발기해서 쿠퍼액을 질질 흘려대는 드래곤 슬레이어가 껄떡대고 있는지라 변명할 방법도 없었다.
“흐응... 여점주씨? 그쪽부터 저쪽까지 전부 구매할테니까 포장해주시겠어요?”
“그리고, 우리는 이쪽에서 마저 옷을 보고 있을 테니까 넘어오지 말고.”
“그렇게 됐으니까아? 이것 좀 칠게에? 아, 쪼오끔. 이상한 소리가 날지도 모르지마안, 못 들은 척 해애?”
“이, 이걸 전부 포장... 네, 네 알겠어요! 그리고 저는 원래 잘 못 듣는 편이니까 아무쪼록! 부디! 네!”
애당초 귀족들을 대상으로, 이런 옷을 판매하는 곳이다 보니 지금과 같은 일이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였는지 갑자기 큰 손을 만난 여점주가 고개를 마구 주억거리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런 여점주를 보며 생글생글 웃은 아르카가 촤르륵하고 커텐까지 쳐버렸다.
“그래서~? 때와 장소도 구분 못 하고 시도 때도 없이 발딱 세워대는 이 못된 자지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너희가 유혹해서 그런 거잖아.”
이대로 가만히 있기엔 너무 억울해서 그렇게 한 마디 하자, 그런 내게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우린 그저 옷을 갈아입고, 이지경님의 의견을 물어봤을 뿐인데요?”
“딱히 유혹한 적 없거든?”
“뭐어, 아무리 유혹했다곤 쳐도오.”
“하필이면~ 아샤랑 아냐한테... 뭐, 아샤랑 아냐한테 뭐라고 하는 건 아니고~?”
본말도 못 찾았다.
그리고 그런 내 앞에 선 아샤와 아냐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흐흥,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오빠는 언니랑 아냐를 엄~청 사랑하니까!”
불타는 장작에 기름을 한 바가지 끼얹는 행위나 마찬가지인 짓을 해버린 둘을 아연하게 쳐다보자, 다른 네 명이 생긋 웃으면서 나를 쳐다봤다.
이전 세계의 다큐에서 봤던, 짝짓기를 해주지 않는 숫사자의 불알을 물어뜯던 암사자들을 봤던 기억이 왜 지금 떠오르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알 수가 없는데, 내가 지금 그 숫사자 꼴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