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39화 〉339화 (339/370)



〈 339화 〉339화

“아샤, 아냐.”

“응~”

“잠깐만 기다려, 오빠.”

그렇게 말한 아샤와 아냐가 숨을 들이켜더니 이내 입을 벌렸다.

““ㅡㅡㅡㅡㅡㅡ””

포효라고 해야 할까 뭐라고 해야할까. 둘의 작은 몸에서 나왔다고 하기엔믿기지 않을 만큼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란자크와 그를 호위하던 검주  명, 그리고 그 외의 고위 기사들마저도그런 아샤와 아냐의 포효에 휘청거릴 만큼 커다란 소리.

하지만 저들은 저 소리가 단순히 무언가를 부르는 소리일 뿐이란걸 알아듣지는 못했나 보다.

어떻게 이만큼 큰소리를 내는 게 가능한지 아샤와 아냐를 두려운 듯이 바라볼 뿐이였으니까.

그리고...

“ㅡㅡㅡㅡㅡㅡㅡ”

아샤와 아냐의 부름에 답하듯, 그것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거대하고 거대한.

어쩌면 루시아나 크리샤의 본신보다도  커다란.

거북이가.

머리를 들어 올리며 포효했다.

“꼬부우우욱ㅡㅡ!”

하늘에 떠다니는 천공섬만한 것이 몸을 일으키자 거대한 해일이 일었다. 그리고  십수 미터는 되는 해일이 그대로해안가를, 섬을 덮치려는 것을 가볍게 손을 휘젓는 것으로 막아낸 아내들이 아샤와 아냐를 흘겨보며 말했다.

“저 아이,제대로 교육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아샤, 아냐?”

“이렇게 가까운 데까지 나오게 하면 어떻게 해?”

“그치만, 이렇게 커졌을지는 몰랐는걸!”

“아냐는 조금만 먹으라고 했어!”

아샤와 아냐.

하나같이 넓은 땅의 지배자이자 주인들인 아내 중에서도, 넓이로만 따지자면 지구와 마찬가지로, 이 세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영역인 바다를 통째로 양분해서 지배하고 있는  소녀는 루시아와 크리샤의 꾸지람에 칭얼거리다가 이내 커다란 눈망울을 끔뻑거리고 있는 거대 거북이에게 말했다.

“너 때문에 혼났잖아!”

“그러니까 내가 조금만 먹으라고 했는데!”

“꼬부욱ㅡ”

살아 생전에 내 허리에도 미치지 않는 두 소녀의 질타에 잔뜩 주눅 들어서 눈치를 보고 있는 섬만한 거북이를 볼 줄은 몰랐는데.

“어, 어찌... 저 괴물을...”

“저, 저건 세계를 짊어지는 자 아냐? 전설 속, 아니 신화 속에서나 볼 만한건데...”

대대로 아드리아의 지배자였던 용들의 애완 거북이였던 거북이의 별명이 세계를 짊어지는 자였나보다.

이름  번 거창했다.

하지만 인간들이 절절매는 씨 서펜트나 크라켄들을 잡아먹는, 바다의 지배자들의 애완 거북이인 만큼 그런 별명이 있어도 이상할 건 없었다.

말이 애완 거북이지 나이만 보면 아드리아의 지배자였던 용들이 대대로 길러온 만큼 아샤와 아냐보다 훨씬 많을 테고.

“앞으로 조금만 먹어야 돼! 알겠지?”

“이 이상 커버리면 혼내줄 거야!”

“끼잉...”

그래 봤자 아샤와 아냐의 말에 답지 않게 낑낑대는 거북이였지만.

“뭐... 보다시피 배는 필요 없다. 저걸 타고 가면 되니까.”

“그, 그러십니까... 세계를 짊어지는 자를...  것으로...”

생각을 포기한 듯한 얼굴로 그렇게 중얼거리던 란자크가 이내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고왕관을 벗으며 머리를 바닥에 처박는 것이 보였다.

“저, 전하!”

그런 란자크를 보며 기겁하는 기사들이 보였다. 하기는, 갑자기 자신들의 왕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은 거다. 놀라지 않을 리가 없었다. 나도 놀랐고.

“감히 만마의 주인이자 모든 괴물들의 아버지. 마왕께 청하옵니다. 부디 저희 란자크 왕국을 가엾게 여기시고 저희의 충성을 받아주옵소서.”

그러면서 자신은 제국과 협력하지 않았느니 뭐니 주절주절 말을 하는 란자크.

이게 뭔가 싶었지만 이대로 가면 한참은 더 있어야 할  같았다.

“알았으니 일어나라.네 충성을 받아들이마.”

“그, 그럼...”

“그래, 란자크 왕국 역시 내가...”

내가 하긴 좀 그런데...

“곧 관리할 사람을 보내줄 테니 그렇게 알고 있도록.”

슈슈나 내려보내야겠다.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의 영지에 ‘란자크 해상왕국’이 추가됩니다. 해당 영지의 지배자에게 절대적인 공포와 충성을 받고 있습니다. 해당 지배자의 영향력만큼 ‘란자크 해상왕국’의 영향력을 추가로 얻습니다.]

[직업 ‘마왕’, ‘부덕의 왕’에 의해 새롭게복속한 자들의 능력치를...]

“...오, 능력치가 올랐네.”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기존에 있던 내 영지, 천공섬이 완성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내게 속해진 이들이 늘어나면서 일단은 왕인 마왕 직업과 부덕의 왕의 효과로 능력치가 올라갔다.

아무래도 왕국은 왕국이다보니까 보너스로 얻은 능력치가 꽤 됐는지 100을 넘는 거로도 모자라서 200마저 넘어가면서 이제 뭔 짓을 해도 거의 오르지 않게 되어버린 근력과 체력이 무려 1이나 올라갔다는 알림에 꽤나 기분이 좋아졌다.

거기에 민첩도 199가 됐고. 이걸 200을 뚫으려면 편린을 하나 더 흡수하던가 해야겠지만. 마력이나 지력, 매력 같은  오르지 않아서 여전했지만 사실 별로 체감도 되지 않고 필요도 없었다.

아무튼, 별로 예상하지도 않았던 능력치 상승에 기분도 좋아진 만큼 선물을 주기로 했다.

“기분이다. 자, 머리 좀 내밀어봐.”

“...머, 머리를, 말입니까?”

그런 내 말에 조심스레 머리를 들이미는 란자크가 보였다.누가 목이라도 베는  알겠네. 바짝 쫄아있는 란자크를 보면서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변혁시키는 자를 활성화시켰다.

“윽?! 으극...!”

“전하?! 괘, 괜찮으십니까!”

고통스러운  머리를 부여잡는 란자크를 보며 기사들이 그렇게 외쳤지만, 그렇다고 다가올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저 저만치 서서이쪽의 눈치를 볼 뿐이었다. 그렇게 무섭다는 듯이 쳐다보지 않아도 좋은데 기사라는것들이 겁이 많았다.

하물며 둘은 검주인데도 저 모양이니... 제국과의 전쟁이 일어났더라면 말이 아니였겠군.

뭘, 갑자기 자신들의 왕이 비명을 지르니 그럴 만도 한가.

어차피  나라도 아니라서 신경 끄기로 했다. 아니 이제 내 나라가 맞나? 아무튼.

“좀 아플지는 몰라도 참아.”

이걸 남한테 써보는 건 처음이니까. 나도약간 긴장되긴 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되겠지. 살짝 실수하는 정도는 아내들이 어떻게든 무마해줄 있을 테고.

...어디 보자.

생각보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가볍게 탈모만 어떻게 해주려고 했는데 비만은 기본에다가 각종 성인병이 당장이라도 일어날 법한 몸이었다. 무엇보다 엄청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모양인데... 역시 왕은 아무나 하는데 아닌가 보다.

차라리 가신으로 받아들여서 종족째로 바꿔버리는 게 더 쉬울 것도 같았지만, 원하지도 않았는데 인간에서 벗어나 버리면 꽤나 곤란해질 것 같아서 처음 계획했던 대로 적당히 주물러주기로 했다.

인간을 포기하면 강한 신체 능력은 기본에 긴 수명까지 딸려오지만. 그렇다고 바록이나 바크의 연인이였던 산악 엘프들에게 해줬던 것처럼 가신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도 없고.

우득, 우드득...

뼈와 근육을 시작으로, 어긋나거나 상처를 입은, 혹은 나이가 들어 노화되어간 부분들을 적당히 만져주고서 손을 떼어낸 내가 말했다.

“자, 끝났다.”

“끄... 끄으윽...”

“전하!”

손을 떼어내자마자 그대로 기절해버려선 풀썩 쓰러지는 란자크에게 달려간 기사들이 이내 식겁하는 것이 보였다.

“머, 머리가...”

“그보다 전하가 젊어지셨어!”

언제나 최적의 상태로  상태를 유지해주는 개변자가 몇차례 승급하면서 생긴 변혁시키는 자는 나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대상에게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진화했다. 여태까지는 몸의 구조를 만지는 능력이다보니 써볼 기회가 없었지만, 이번 기회에 좋은 연습을  것 같았다.

뭐, 연습이라고 해도 상대가 란자크의 몸은 확실히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고, 거기에 머리카락까지 다시 나게 됐으니 충분히 선물이 됐으리라.

“끝나셨나요?”

아무튼 아내들의 곁으로 돌아가자 루시아가 그렇게 물었다.

“응, 오래 기다렸어?”

“아뇨. 그보다... 그 정도의 은혜를 베푸시다니 그자가 마음에 드신건가요?”

“별  안했는데?”

조금 건강하게 만들어줬을 뿐인데?

“...육체를 그만큼이나 재구성시켜주셨으면서요? 검주만큼은 아니더라도, 저 정도면 어지간한 기사보다 더한 몸으로 만드셨는데요? 투기도 없이, 단순히 육체능력만으로요.”

내가 벌인 일이 생각보다 굉장했나보다. 진짜 별거 안했는데도 그랬다. 기본적으로 내 육체를 기준으로 잡아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남의 몸은 둘째치고, 내 몸은 골렘을 만들때부터 골격부터 시작해서 근육까지 하나하나 처음부터 짜내어본적이 있었으니, 익숙한 만큼 그렇게 구성시키는 것이 편했으니 말이다.

으음...

생각해보니 좀 과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기본 베이스가 됐던, 내 예전의 신체 역시 만인지체니 뭐니하는 특성이 붙어있던몸이였으니까. 그걸 베이스로 재구성한 란자크의 몸은 그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제법 좋아졌을 테니 말이다.

“근데 별 상관없지 않아?”

“...뭐, 그건 그렇죠.”

그래 봤자 인간이다.

몸 좀 좋게 만들어주고, 수명을 늘려줬다고 한들 란자크가 지금부터 열심히 검을 휘두르더라도 재능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끽해야 검주에 이르고서수명이 다할테니까. 검주가 돼서 수명이 늘어난다고쳐도 고작 200년을  살지 못하는 인간이 뭘 수 있을리는 없었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란자크는 내게 충성을 바치는 것을 맹세하는 것으로 내게 복속됐으니까. 내게 거스를 수 없었다.

목줄이나 그런  없이도 내 명령을 따라야만 하는 입장이니까 문제는 없었다.

“그나저나 아샤, 아냐 쟤 이름이 뭐라고?”

잠깐이지만, 탈것으로 사용할 거대한 거북이. 세계를 짊어지는 자니 뭐니 하는 거북이의 이름을 묻자 아샤와 아냐가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진짜 이름은 조금 긴데, 그냥 꼬부기라고 불러도 돼!”

“귀여운 이름이지?”

귀엽긴 하네.

“...그럼 꼬북아? 우리 좀 태워다 줄래?”

“꼬부우우우욱ㅡ”

알겠다는 모양이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 거대한 해일을 일으키는 꼬부기가이내 천천히 머리를 들이밀더니 입을 벌렸다.

쩌어억ㅡ

벌어진 꼬부기의 입 사이로, 푸른 빛의 수정으로 만들어진 궁전이 있었다.

바다를 지배하는, 아드리아의 용들이 대대로 지내왔던 궁전.

드넓은 바다를 지배하는 용들의 궁전답다면 궁전다웠다. 워낙에 넓은 바다를 지배하는 만큼,  곳에 고정된 궁전을 만드는  원체 귀찮음이 많은 용들로써는 써먹기 애매했을 테니까. 그러니까 섬만한 거북이의 입안에 궁전을 짓는다는 괴랄한 짓거리를 저지른 셈이였다.

수백, 수천년을 거쳐온 대대적인 동물 학대의 현장이였지만, 당사자인 꼬부기도 별 신경 안쓰는데 뭐라고 하고 싶진 않았다.

“오빠, 아샤가 예전에 모았던 예쁜  보여줄게~!”

“아냐도~!”

일단은 오랜만에 오게  집이라서 그런지 신이 나서 먼저 꼬부기의 입안으로 달려가는 아샤와 아냐를따라, 우리 역시 꼬부기의 입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