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37화 〉337화 (337/370)



〈 337화 〉337화

차례대로 마구 쓰다듬어주고서야 만족한 아내들과 함께 도착한 곳은 내가 처음  세계에 소환됐던 방이였다.

날 소환하는 용도의 마법진이였지만, 원래 목적을 달성한 뒤로는 전이용 마법진으로 사용중이던 마법진이 있는 방에 오자 대기중이던 에루나가 우리를 맞이하며 말했다.

“오셨습니까? 주인님, 그리고 아가씨들.”

“좀 어때?”

그런 내 물음에 슬쩍 마법진을 조작하는 에루나가 보였다.

파직!

그리고 잠시 뒤에 마력의 흐름이 뒤바뀌며 제 멋대로 마법진이 작동을 멈추는 것이 보였다.

“보다시피 검은 성녀가 위치한 곳으로 곧장 이동하는 마법진을 펼치려고 하면 좌표가 어긋나거나 마법진이 작동을 멈추고 있습니다. 아마 주위에 교란마법을 펼치고 있는 것이겠죠. 억지로 찢으라면 찢을 수는 있습니다만, 그럴 경우에는 저쪽에서도 상황을 알아차릴 겁니다.”

어쩌시겠습니까? 하고  의사를 묻는 에루나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돼지.

전이 마법은 편리하지만 그만큼 위험한 마법이였다. 이쪽에서 넘어가는 걸 눈치챈다면 그만큼 저쪽에서도 대비할 시간을 주게 된다는 건 둘째치고, 저쪽에서 전이 중인 상태인 우리들에게 방해마법을 펼친다면 상당히 일이 좋지 않게 된다.

나라면 몰라도 전이 중에 아주 조금이라도 좌표가 뒤틀리거나 하는 일이 생기면 이를 도중에 고친다고 하더라도 피해가 막심할 게 분명했다.

아무리 사전에 대책으로 골렘을 이용한다고 해도, 간접적으로나마 충격을 받게 될 아내들을 생각하면 약간의 위험이라도 감수하고 싶진 않았다.

“교란 마법의 범위는?”

하지만 그런 교란 마법을 무작정 늘리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였다. 그 정도의 대규모 교란 마법이 펼쳐져 있는 곳은 드래곤들이 몇 대에 걸쳐서 관리하고 결계를 펼치던 낙스정도였으니까.

드래곤들이 족히 수백년은 노력을 걸쳐야지 가능한 수준의 대마법인 셈이였다. 물론 낙스의 그것은 교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차단이니 궤를 달리하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의 범위를 넘어가는 교란 마법도 상당한 힘을 필요로 하는 일이였다.

하지만 에루나의 말에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번에 시험한 곳은 검은 성녀의 영지와 가장  제국의 끝자락에 있는 작은 영지였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란 마법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아마, 라이어스 제국 전역에 마법을 펼친 모양입니다.”

“…그게 가능한 거야?”

그에 대한 대답은 에루나가 아니라 곁에 있던 루시아가 대신 해줬다.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에요. 많은 준비를 해놨다면 더욱 쉬워지겠죠. 하지만 그 정도의 결계를 유지하려면 적어도 드래곤, 혹은  이상의 마력을 지니고 있어야 할 거에요. 그게 아니더라도, 적어도 고룡급의 드래곤 하트같은 매개체를 필요로 하겠죠.”

“으음…”

그럼 그 검은 뭐시기가 적어도 드래곤정도의 존재는 된다는 건가. 그게 아니더라도 고룡급의 드래곤 하트에 준하는 매개체를 가지고 있다면, 어느 쪽이던간에 상대가 허투로 보기엔 무리란 소리였다.

“아, 크리샤의 영지를 통해서 가는 방법은?”

라이어스 제국과 가깝게 붙어있는 곳이니까 일단 그쪽으로 넘어가서 가는 것도 방법이겠다 싶어서 에루나에게 묻자 고개를 젓는 것이 보였다.

“요정향에서 보내온 정보에 의하면 라이어스 제국 국경 곳곳에 천신교의 성전 기사단이 파견되어 있다고 합니다. 나름대로 천신교에서 갖춘 전력 중에서도 강한 편인 그들을 단순히 경계만을 위해 보내놓았을 리는 없으니 모종의 수단을 갖고 있다고 보는 편이 좋겠죠.”

무슨 입구 막고 존버하듯이 제대로 틀어막아 놨네.

덕분에 대체 뭔 짓을 꾸미고 있길래 이정도의전력을 낭비해가며 숨기려드는지 궁금해졌다.
이렇게까지하는 이유는 보통  가지 경우뿐이니까.

하나는 정말로 아무것도 없어서 필사적으로 방어하는 것이나그게 아니라면 대규모의 무언가를 준비중이거나.

상대가 상대다보니 이 경우에는 후자로 보는 게 좋겠지.

무슨 개짓거리를 벌이려고 하는 것이 분명했다.

“에루나, 지도.”

내가 말하자 에루나가 손가락을 튕겼다. 순식간에 나타나 눈앞에서 펼쳐진 지도를 살펴봤다.

제국, 제국하더니 정말로 제국의 영역에 드는 땅덩어리 한 번 거대하긴 했다. 제국의 영향 아래에 있는 여섯 개의 왕국까지 더한다면 아마 더욱 크게 봐야 될 것이다.

“드네아 공작가의 영향 아래에 있는 땅은 어디쯤이지?”

“드네아 공작의 영지였던 곳을 중심으로 제국의 서부와 남부 전역입니다.”

에루나가 가리킨 영지들을 제외하니 제국이 정말로반쪽이 나버렸다.

어쨌거나 드네아 공작가의 영향 아래에 있는 곳에도 교란 마법이 펼쳐져 있다고 하니 무슨 방법인지는 몰라도 외부에서도 영향을 끼치는 무언가가 있다는거겠지.

일단 이렇게만 봤을 땐 제국의 내부나 근처로 곧장 전이하는 것은 무리였다.

 외의 국경들도 성전 기사단이니 뭐니로 경계중이라고 하니까… 그나마 남아있는 길 중에서 가장 가깝고, 성전 기사단이란 놈들이 경계를 서기에도 애매한 곳은 하나뿐이였다.

“자주 보니 이제 정겹기까지 하네.”

이상하게 자주 엮이는 란자크 왕국으로부터 바다를 통해 그대로 검은 성녀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방법.

마침 해상과도 연결되어있는 곳의 근처라서 꽤나 괜찮은 방법이였다.

거기에 아무리 성전 기사단이 구석구석 경계를 한다고 하더라도 바다 전체를 감시할 수는 없는 법이였다.

문제는 상대도 이걸 모르지는 않을 거라는 건데…

“그래도 그나마 이쪽으로 가는 게 낫네.”

직접 위험을 감수하며 검은 성녀가 있는 곳으로 곧장 전이하는 거나, 육상으로 만반의 대비가 되어있을 성전 기사단을 뚫고서 가는 것보다는 이쪽이 훨씬 안전하기도 하고 걸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다.

뭐, 그렇게 됐으니까.

에루나를 대신해서 마법진의 좌표를 수정하고서 발동시켜보자 아무리 그래도 란자크 왕국까지 교란 마법을 펼치는 짓까지는 못했는지 무사히 전이문이 열리는 것이 보였다.

“아, 여기 알아.”

“혹시 이쪽으로 갈 생각이야, 오빠?”

이미 란자크 왕국과 여러모로 인연이 있는 아샤와 아냐가 열린 전이문을 보고서 그렇게 묻길래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럼 이번 기회에 오빠도 저쪽에서 먹어보면 좋겠네.”

“저번에는 바로 보내버렸으니까. 맞다, 아냐가 먼저 가서 아저씨한테 얘기해둘게!”

“앗, 아샤도!”

그리고 느닷없이 먼저 전이문을 통해 저쪽으로 건너가 버렸다.

“……”

미처 말릴 새도 없이 홀랑 건너가버린 둘을 보고서 할 말을 잃은 나를 보고서 에루나가 말했다.

“너무 늦으시면 두 아가씨께서 무슨 일을 벌일지 모릅니다만, 괜찮으시겠습니까?”

“…아니, 아무리 둘이라도 그 잠깐 사이에  짓을 하겠네.”

아샤와 아냐라면 가능하고도 남았다.

“후후, 어쩔  없죠. 그럼 둘이 사고치기 전에 어서 가서 말리자구요? 이지경님.”

“그래야겠지… 그나저나 루시아, 왜 그렇게 기분이 좋은 거야?”

“생각해보니 이런 식으로 이지경님과 다른 곳을 가보는 것은 처음이잖아요? 인간들의 말로는 이런 걸 데이트라고 한다죠?”

딱히 데이트라고 부를만큼 훈훈한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루시아가 좋아하는데 초치고 싶지는 않았다.

“흐응, 생각해보니 그렇네? 어서 그 검은 성녀인지 뭔지를 해결해버리고나면 며칠 정도는 구경이라도 할까?”

“며칠은 너무 길거든?! 또 그런식으로 내 시간을 까먹을 생각이지~ 크리샤?”

“그런건 됐으니까아, 빨리빨리 끝내고 돌아오자아? 슬슬 졸리거드은?”

아니, 아르카. 너 지금 본체는 내 방의 침대에서 자고 있잖아.

어차피 육체쪽은 이미 자고 있으면서도 졸리다는 아르카를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다가, 이 사이에도 사고를 치고 있을지 모를 아샤와 아냐가 떠올랐다.

“이크, 너무 늦게 가면 진짜 큰일나겠네.”

일단 투닥거리는 크리샤와 카르네에겐 데이트는 언제든   있다고 말리고서 하품을 하며 내게 기대려고 하는 아르카를 잡아끌며 전이문으로 향했다.

“그럼 에루나, 다녀올테니까…”

“이쪽은 저에게 맡겨주시길.”

에루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서 전이문을 건넜다.

“흐아아악! 또…!”

그리고 볼 수 있는 것은 웬 대머리의 아저씨가 아샤와 아냐에게 지나간 것으로 보이는, 난장판이 된 한 가운데에서 전이문을 통해 건너온 우리를 보고 새된 비명을 지르는 광경이였다.





혼비백산하는 대머리 아저씨는 알고 보니 이 나라의 국왕이였다.

그, 아샤와 아냐에게 삥 뜯… 아니 선물해줬던 그 왕 말이다.

지금 아내들이 사용하고 있는 골렘들의 모티브가 되어준 리얼돌이라던가 감사하게  써먹었던 야한 속옷의 제공자라서 대충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내가 듣기로는 꽤나 젊은 국왕으로 알고 있었는데 비질땀을 흘리면서 자꾸만 흘러내리려는 가발을 머리 위로 올리는 모습을 보니 측은지심이 일었다.

젊은 나이에 고생이라도 했는지 얼굴도 꽤나 삭았는데 탈모라니. 왕이나 됐는데도 탈모인걸 보니 마법이 있는 이 세계에서도 불치병인가보다.

다행히 언제나 최상의 상태로 몸을 조정해주는 나는 머리가 빠질 일이 없지만, 눈앞에 있는 탈모를 보자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 왕의 맨들맨들한 머리에 아샤와 아냐가 해놓은 듯한 낙서가 있다면 더더욱.

“그래… 그…”

“란자크라고 불러주십시오!”

그래, 그런 이름이었지.

바닥에 머리를 처박듯이하면서 이름을 밝혀온 란자크를 내려다봤다.

반짝반짝이라던지, 빛나리라고 적어놓은 낙서가 눈에 들어와서 차마 보기 힘들었다.

일단 머리에 해놓은 낙서라도 지워줄까 싶어서 그림자의 손을뻗어보냈다.

“흐아… 흐아아…”

뽀득뽀드득…

왠진 모르겠는데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란자크가 부들부들 몸을 떠는 것이 보였지만 신경 쓰지 않고서 낙서를 지우고나니 반짝반짝했다.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얼마든지 하문하소서!”

 말에 질겁하며 고개를 처박고 그렇게 말하는 란자크. 왜 저러나 싶었지만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먼저 지나간 아샤와 아냐는 어디로 갔지?”

우선 고작  분 만에 란자크의 반짝거리는 머리에 낙서를 남기고 홀랑 사라져버린 둘의 행방을 묻자 란자크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두, 두 분께서 궁중 요리사를 데리러 주방장으로 가셨습니다.”

대충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행동력 한 번 빨랐다. 그게 그렇게 맛있었나? 에루나의 요리로 입이 길들여진 둘이 이렇게까지 호들갑인  보면 나도 궁금해지긴 했다.

뭐, 일단 그건 아샤랑 아냐가 알아서  같으니 넘어가기로 하고…

“그래, 그럼 다음… 요즘  어떻지?”

“요즘이라 하시면…?”

“제국과의 전쟁 말이다.”

그런  말에 아아, 하고 반짝이는 머리를 품에서 꺼낸 손수건으로 닦은 란자크가 말했다.

“처음에는 당장 전쟁이 일어날 듯 싶었사옵니다만 지금은 성전을 부르짖는 천신교의 인물들을 제외하면 많이 누그러졌다 들었습니다. 물론 당장 전쟁이 일어난다고 치더라도 바다에 도사리고 있는 그 괴물들을 뚫으려면 설령 검주들이 함선에 가득 타고 있더라도 무리일겁니다.”

“오… 그래?”

“바다에 깔린 것들,  중에서도 가장 흔한 바다괴물인  서펜트도 일생에 한 번 보기 힘든… 아니, 보면 반드시 죽는 전설 속의 괴물이니 당연한 일입니다. 가죽은 검주의 칼날이 아니면 상처도들지 않을 테고, 아무리 검주라해도 바다 깊숙히서 헤엄치며 날뛰는 씨 서펜트를 잡을 수단이 없습니다. 하물며  씨 서펜트를 잡아먹는다는 크라켄마저 세 마리나 있으니…”

 몰랐는데 아샤랑 아냐가 지배하고 란자크 왕국을 지키기 위해 풀어놓은 괴물들이 조금 세긴 센가보다. 아샤랑 아냐에게 듣기론 그냥  좀 센 애완 물뱀이랑 귀여운 문어라고 했었는데.

드래곤의 감각은 어딘가 뒤틀려있는 게 분명했다.

그 밖에도, 란자크 왕은 내가 묻는 질문에 대답해줬다. 대체로 에루나에게 듣던 것과 크게 다른 건 없었다. 하기야 에루나가  일인데 틀릴 리가 없기도 했다.

“거기에 말씀해주셨던 대로 인어들이 일주에  번씩 물고기들을 가득 날라오고 있기에 식량 역시 큰 문제가 없으니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할지... 간혹 인어들에게 덮쳐지는 남자가 있긴 합니다만.”

어쨌거나 다소의 문제가 있는 걸 제외하면 사후처리도 확실히 되고있는 모양이긴 했다. 아니, 아직 한창 진행중인 상황이니 사후처리는 아닌가. 아무튼 대충 궁금한  전부 물어봤기에  것도 없어졌을  란자크가 조심스레 날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허, 헌데 감히 묻사옵니다만 옆에 계신 분들은...?”

아, 이 새끼 설마.

 옆에 있는 아내들을 흘끔 쳐다보면서 묻는 란자크를 보고서  새끼가 허튼 생각을 하나 싶었다. 그도 그럴게 아내들의 미모는 하나같이 경국지색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니까.

하물며 이 새끼 전과범이다.

아니 전과는 없지만 여성용의 야한 속옷을 수십 벌에 리얼돌까지 가지고 있던 놈이니 심증은 없어도 물증은 차고도 남는 새끼란 거였다.

밤마다 자기 인형에 야한 속을 입힌 채로 나체로 몸을 부비는 대머리 변태.

혹은 자기가 입는 쪽일지도 몰랐다.

어느 쪽이든 변태 새끼인 건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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