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6화 〉336화
“흐응, 뭐 좋아. 그래서 이걸로 뭐 어쩌려고?”
팔짱을 끼며 묻는 크리샤의 말에 나는 재차 인벤토리에서 내 골렘을 꺼내 들었다.
엘리시스가 한번 개박살을 낸 적이 있지만, 지금은 말짱해진 내 골렘을 보고서 헤에, 하고 신기하다는 듯이 날 똑닮은 골렘을 쳐다보는 아내들이 보였다.
이미 한 번 골렘을 본 적이 있는 루시아는 쓴웃음을 짓고 있긴 했지만.
그보다 아샤랑 아냐는 갑자기 내 골렘의 옷을 벗기려 들지는 말아줬으면 좋겠다.
“아, 이것도 없어.”
“생긴 건 오빠랑 똑같은데... 아깝네.”
뭐가 아깝다는 건지... 슥, 하고 바지 속을 살펴보더니 그렇게 중얼거리는 둘을 골렘에서 떼어내고서 다시 아내들을 바라봤다.
기분 탓이겠지만 어째 아샤와 아냐의 말을 듣고서 조금 아쉬워하는 기색이 보이는데...? 착각이였는지 금새 평소랑 같은 모습으로 변하긴 했지만.
아무튼, 그래서 그 골렘이 뭐? 그런 표정으로 쳐다보는 아내들을 보면서 뭐라고 설명할까 고민했다.
그러다가 이런건 설명하는 것보다 먼저 보여주는 게 편할 것 같았다.
“이걸… 이렇게.”
전에 했던 것처럼, 자아를 나눠서 골렘에 옮겼다. 그러자 나를 본뜬 골렘이 눈앞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직접 가는 건 위험하니까, 이렇게 골렘에 자아를 옮겨서 따라와주는게 내가 거는 조건이야.”
골렘의 입을 빌어서, 그렇게 말하자 고개를 끄덕인 크리샤가 스윽하고 손을 뻗는 것이 보였다.
그런 크리샤를 보며 나도 시범을 보여줬으니 도로 골렘에서 벗어났다.
응, 뭐랄까 이것도 로망이라면 로망이지.
아내에게 자동차 운전을 가르쳐준다거나 하는 거. 이번에는 자동차가 아니라 골렘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이런 건 백의 구십은 싸움이 난다고는 하지만 난 그런 남자가 아니였다.
배려심으로 똘똘 뭉친 남자란 소리였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먼저 골렘을 움직여본 남편으로써 차금차금 알려줄 생각이었다.
대충 골렘에 손을 대고서 조금 살펴보던 크리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흐응, 대충은 어떻게 하는지 알겠네.”
스으윽, 하고 크리샤의 골렘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이렇게 말이지?”
“응… 잘하네…”
난 저거 하려고 몇 번이나 연습했는데 한 번에 성공시키는 크리샤를 보니 조금 기분이 착잡했다.
로망이고 자시고 뭐든 잘하는 아내를 두면 아무 소용도 없구나…
그래도 혹시 크리샤만 성공한 걸 수도 있으니 살펴봤지만 그런 것도 아니였다.
크리샤를 시작으로 각자 자신의 골렘을 어렵지 않게 조종하기 시작했으니까.
“오빠, 이렇게 하는 거지?”
폴짝하고, 내 앞으로 나온 아샤의 골렘이 빙그르르 몸을 돌리고는 그렇게 말했다. 문제는, 그 뒤에서 골렘을 조종하는 아샤 본인도 같이 돌고 있었다.
마침내 로망을 성공 시킬 기회가 생겼다고 좋아하며 아샤에게 말을 걸려던 찰나, 아냐가 먼저 그런 아샤에게 말했다.
“언니, 지금 진짜 몸도 같이 움직이고 있어.”
“아, 진짜다.”
아냐의 말에 몇 번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아샤가 약간의 조정을 거쳤는지 이번에는 제대로 골렘을 움직였다.
“짠~ 오빠, 어때?”
그게 드레스를 걷어 올려서 골렘이 입은 팬티를 보여주는 행위기는 했지만. 일단 아샤에게 뻗으려던 손을 도로 집어넣고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아샤도 잘하네.”
아무튼 내 로망과는 별개로 생각보다 다들 골렘을 조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하는 모양이니 일단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조금 아쉽긴 해도 어디까지나 조금일 뿐이니까.
“그치~? 에헤헤♥”
그보단 내 칭찬에 신난다는 표정으로 헤헤 웃어 보이는 아샤가 귀여워서 저절로 그런 아샤의 머리 위로 손이 올라갔다.
귀여워라.
대체 누구길래 이렇게 귀여운걸까?
“아, 쓰담쓰담해주게? 자~”
그런 날 보고는 스스로 손바닥에 머리를 부벼오는 아샤를 보며 마구 쓰다듬었다.
슥슥, 손이 움직이는 대로 아샤의 푸른 빛의 머리카락이 물결치듯이 찰랑거리는 것이 무척이나 이거라면 몇 시간이고 쓰다듬을 수 있다고 생각될 만큼 좋은 느낌이였다.
“아, 치사하게. 오빠, 아냐도 쓰담쓰담해줘?”
“그래그래.”
아샤만 쓰다듬어주자 볼을 부풀리며 다가온 아냐의 투정에 놀고 있던 손으로 아냐의 머리카락도 쓰다듬어줬다.
아샤와 마찬가지로 부들부들한 아냐의 머리카락을 마구 쓰다듬으면서, 또 아샤의 머리카락도 마구 쓰다듬었다.
“에헤헤~”
“히히힛~”
뭐지 갑자기 바빠졌는데.
양 사이드에서 머리를 비벼오는 둘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주려니까 양 손이 바빠졌다.
그래도 단련을 거듭한 끝에 마스터한 내 쓰다듬 스킬에 영락없이 머리를 맡긴 채로 행복하다는 얼굴로 헤실거리는 둘을 보니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뭐하고 있는 거야?”
아무튼 둘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는데 한참이리저리 저골렘을 조종하며 상태를 파악하고 있던 크리샤가 이쪽을 짜게 식은 눈으로 보고 있었다.
“어… 보다시피?”
아샤랑 아냐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고 있는데요.
그런 내 반응에 한숨을 푹 내쉰 크리샤가 말했다.
“그걸 몰라서 묻는 게 아니잖아. 지금 그런 걸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니까 말하는 거잖아? 아샤랑 아냐, 너희 둘도 확실히 확인은 한 거야? 혹시 모르니까 제대로ㅡ”
다시 잔소리를 시작하려는 크리샤의 말을 자르며 아샤와 아냐가 말했다.
“그치만, 오빠가 쓰다듬쓰다듬해주면 기분 좋은걸~?”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크리샤가 원하면 양보해줘도 되는데~?”
움찔하고 아샤와 아냐의 말에 몸을 떠는 크리샤가 보였다. 하지만 이내 입술을 짓씹으며 크리샤가 말했다.
“따, 딱히 그런 건 상관없거든?!”
아 저거, 조금만 밀어붙이면 그대로 넘어올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한 건 나만이 아니었는지 아샤와 아냐가 서로 쳐다보더니 이내 씨익하고 웃는 것이 보였다.
아 저건 장난칠 생각으로 잔뜩인 표정이다.
“자자, 크리샤 너무 그러지 말고~”
“응응, 크리샤는 오랜만이기도 하고~?”
“자, 잠깐! 뭐하는 짓이야?!”
아샤와 아냐가 잡아끌자 무력하게 끌려 나오는 크리샤가 보였다.
뭐… 원래의 몸이라면 몰라도, 골렘의 스펙은 다 거기서 거기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자, 오빠. 어서~”
“크리샤도 잔뜩 쓰담쓰담해줘?”
“…어, 뭐. 그렇게 됐으니까.”
아샤와 아냐에게 붙들린 채로 내 앞에 끌려온 크리샤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확실히 크리샤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것은 오랜만이였지만, 그래도 몸이 기억하고 있는 대로 크리샤가 좋아하는 순서대로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볍게 정수리부터 머리 끝까지 쓸어내린 다음에…
“우냐아…”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샌가 완전히 풀어져서는 내게 몸을 맡긴 채 쓰다듬을 받는 것을 만끽하는 크리샤가 있었다.
응, 여전히 내 쓰다듬 스킬은 쓸만했다.
“크리샤는 여길 좋아했었지?”
“으응… 거기… 조아♥”
“그런가요? 크리샤는 그렇게 하는 게 좋았군요.”
그렇게 한참 배부른 고양이 같은 표정을 지으며 내게 쓰다듬을 당하고 있던 크리샤가 루시아의 말에 정신을 차리더니 핫, 하고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주변에서 도중부터 모여들어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모두의 시선을 눈치채고는 얼굴을 붉혔다.
“이, 이건 그러니까… 그, 그래! 어디까지나 얼마나 감각이 공유되는지 확인했을 뿐이야!”
“헤에에, 그래애? 뭐어, 그렇다칠게에?”
그런 크리샤의 반응에 재밌다는 듯이 키득거리는 아르카와 그런 아르카의 모습에 귀까지 새빨개지는 크리샤가 보였다.
뭐지.
귀여워. 이렇게 귀여워도 되는 건가 싶어서 와락 크리샤를 끌어안고서 쓰다듬 공격을 시전했다.
“잠, 깐…! 갑자기 뭐하는 짓… 흐냐앗♥”
덤으로 뾰족한 크리샤의 귀 끝을 깨물고서 오물오물해주니까 내게서 떨어지려던 크리샤가 귀여운 소리와 함께 침몰하는 것이 보였다.
“그만… 히읏♥”
몸을 움츠린 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크리샤가 정말로 귀여웠다.
여기냐, 여기가 좋은 거냐?
내친김에 크리샤의 약점을 공략해가기 시작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확인의 일환이었다. 제대로 감각을 공유하는지 확인하는 셈이란 거다.
어디까지나 골렘이긴 했지만 감각은 그대로 본체와 공유되니까, 이를 제대로 확인하려면 성감대를 공략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감각이 그대로 공유된다면, 다른 곳을 만질 때보단 성감대인쪽을 만져보는 것이 확인하기 더 쉬운 법이니 말이다. 다른 곳과는 확연하게 차이를 보일 테니 말이다.
음, 방금 생각해낸 것 치고는 논리적으로 완벽한 변명이였다.
그런 의미에서 은근슬쩍 크리샤의 가슴으로 손을 뻗으려던 순간이였다.
“내가, 그만, 하라고, 했지?!”
그대로 뒤로 박치기를 시전한 크리샤한테 거하게 얻어맞았다.
“아야야…”
일절 가감 없이 전력으로 부딪힌 것인지 상당히 아팠다. 내가 콧잔등을 찡그리고 있을 때, 휙하고 품에서 벗어난 크리샤가 나를 째려봤다.
장난이 너무 심했나…
그래도 후회는 없었다.
“그나저나 크리샤의 반응을 보아하니 감각 쪽은 문제없는 것 같네요.”
“오히려 예민한 것 같기두 하고오? 뭐어, 크리샤는 워낙에 오랜만이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마안.”
“흐응? 그럼 확실히 하기 위해서라도 교차 검증이 필요하겠네요?”
“헤에, 그렇게 말하니까아 그것도 그렇네에?”
“…나도, 조금 흥미 있을지도.”
“잠깐만 다들 순서란 걸 지킬 생각 없는 거야~?”
어…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더니 이내 아직 내 차례란말이야~!를 연발하며 전가의 보도처럼 명분을 휘두른 끝에 카르네가 내 품에 풀썩 앉으며 날 올려다 보며 말했다.
“자, 잔뜩 쓰다듬어줘도 된다구~?”
스윽, 하고 내게 머리를 기대오는 카르네.
기대 어린 얼굴로 올려다보는 카르네와 그와중에 차례가 정해졌는지 차례대로 앞에서 줄을 서기 시작하는 아내들을 보고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