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2화 〉332화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이 ‘카르네오스 듀락시아’를 임신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위대한 업적! 현존하는 대부분의 드래곤을 임신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추후의 업적에 따라 칭호 ‘드래곤의 아버지’를 획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칭호 ‘드래곤의 종마’의 효과가 더욱 강화됩니다. 모든 드래곤에게 호의를 받습니다. 더더욱 호감도를 올리기 쉬워집니다. 드래곤을 임신시킬 확률이 크게 증가합니다.]
[능력치가...]
귓가에 그런 알림 소리가 들려온 것은 참지 못하고서 카르네를 안기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가 흐른 뒤였다.
뭐랄까, 기다리던 알림이였지만 막상 알림을 듣게 된 나는 무척이나 난감했다.
상황이 조금 그랬기 때문이였다.
“후후~ 오늘도 잔뜩 짜내줄 테니까, 각오하라고~?”
보지를 훤히 드러내고 있는 야한 속옷 차림의 카르네가 마침 꼿꼿하게 우뚝 서 있는 드래곤 슬레이어 위에 올라타려던 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음, 일단 진정하고서 지금의 상황을 살펴봤다.
바로 조금 전까지 카르네가 열심히 펠라치오해줘서 단단히 발기한 드래곤 슬레이어와 그런 드래곤 슬레이어에 보지를 문지르며 카르네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여태껏 쥐어짜내기는커녕, 매번 기절할 때까지 당해왔던 주제에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찬 카르네의 모습이 무척이나 사랑스럽기 그지없긴 했지만, 아무튼 그거랑 별개로 이걸로 대충 내가 처한 상황이 차마 뭐라고 말하기 힘든 상황이란 것을 설명하기엔 충분했다.
“......”
그야 임신이라는 게 싼다고 바로 되는 게 아니란 것도 알고 있고, 드래곤은 특히 그런 쪽으론 오래 걸린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음식이든 정액이든, 일단 체내에 들어오는 것들을 전부 마력으로 바꿔버리는 것이 드래곤이란 생물이니 말이다.
그런 만큼 어지간한 정력이 아니면 드래곤을 임신시키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평범한 수준의 인간이 한 번에 싸는 정액 수준이라면 싸는 즉시 질내에 닿기도 전에 마력으로 바꿔버리고 말 테니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종족적으로도 격이 맞지 않으면 정액이 어떻게 마력으로 바뀌지 않았더라고 해도 수정 자체가 불가능했다.
물론 나야 이 세계에 넘어온 뒤부터 이상할 정도로 사정량이 늘어났고, 그 뒤에도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가며 늘어난 정력이 있었다. 거기에 인간을 관둬버리고 반용이자 반신까지 된 지금은 종족이라던지 격이라던지의 문제는 완전히 해결한 셈이 됐다.
물론, 그 전부터 부분적으로 용화를 한다는 꼼수를 쓰기도 했지만.
아무튼 그런 문제도 없어진 데다가 일주일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카르네의 질내에 사정하고 있었으니 언제 카르네가 임신해도 이상할 건 없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딱 지금 타이밍에 카르네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알림이 들려올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뭐가 어쨌거나, 나는 보지에 드래곤 슬레이어를 문지르며 삽입하려 허리를 내리려는 카르네의 손을 붙잡았다.
“응~? 뭐야~ 갑자기 왜 그래~?”
아직 상황파악을 못 해서 어리둥절해하는 카르네를 바라봤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면 카르네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잘 모르겠다.
뭐라고 해야 할까, 카르네의 입장에선 한창 신혼인 상황에서 덜컥 애가 생긴 느낌에 가까울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상황이 상황이였던지라 그랬지만 하필이면 카르네 차례에서 여러모로 밖에 나돌아다닌 것도 사실이고, 그만큼 카르네와 함께한 시간이 적은 것도 사실이였다. 거기에 다른 아내들과 달리 일주일 만에 덜컥 임신한 것도 있어서 좀 그랬다.
게다가 오늘도 나랑 잔뜩 할 생각으로 저렇게나 기대하고 있는 카르네에게 이젠 못한다고 말하는 거나 부담감이 장난이 아니였다.
생각해보면, 여태까지 어떻게든 임신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다 보니 아이가 생겼지 이렇게 덜컥 생겨버린 건 에네스타를 제외하곤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알려주지 않을 수도 없었다.
드래곤이니 다를지도 모르지만, 임신 초기에 하는 것이 안 좋다고 알고 있는 데다가 막상 내가 여기서 카르네를 그대로 안아버려도 다른 아내들에게 면목이 없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
그래도, 이럴 때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대신 카르네를 꼭 끌어안아 줬다.
“가, 갑자기 끌어안고 뭐야~?”
처음도 아니건만 매번 껴안을 때마다 부끄러워하며 얼굴을 붉히는 카르네가 보였다. 그러고 보면 다른 아내들 전부 이상하게 남의 정액을 짜내니 뭐니하는 말은 잘만하면서 안아주거나 키스하는 것은 무척이나 부끄러워했었다.
야한 말이나 섹스를 졸라오는 건 잘만하면서 정작 키스라던가 포옹은 부끄러워하다니.
뭘, 그게 귀엽고 사랑스러우니 상관은 없었다.
그렇게 몇 분인가 안고 있었더니 내 품에서 꼼지락거리던 카르네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별일 없으면 슬슬 참기 힘드니까 계속해도 될까~?”
“아니, 잠깐만. 할 말 있으니까 기다려봐.”
그새를 못 참는 카르네에게 일단 그렇게 말하고서 머리를 굴렸다. 굴리다가, 역시 이런 건 그냥 말하는게 제일 낫다는 결론이 나왔다.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 없을 테고, 숨길 일도 아니였으니까.
“...고마워, 카르네.”
“고맙다니 갑자기 뭘~?”
얼굴을 붉히며 갑작스러운 내 말에 어찌할 줄 몰라하는 카르네를 마주 봤다.
그러자 꼼지락꼼지락, 내 품에서 눈치를 보던 카르네가 느릿하게 나를 마주 껴안아 왔다. 그러고는 살짝 눈을 내리깔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 나야말로 고마워. 날 사랑해줘서... 정말로, 고마워.”
그러고는 속삭이듯 그렇게 말해오는 카르네를 보였다.
이게 아닌데.
게다가 저 말은 내가 해야 할 말이었다. 근데 괜히 늦장을 부리다가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여기서 또 늦으면 정말로 멍청한 짓을 하는 셈이겠지.
“아니... 나야말로, 내 아이를 가져줘서 고마워. 카르네.”
딱 한 마디. 그것뿐인데도 카르네는 대충 어떻게 된 건지 알아들은 모양이였다.
처음에는 벙 찐 얼굴로 날 바라보던 카르네가 두 눈을 끔뻑끔뻑하는 것이 보였다. 알아듣기는 했지만, 아직 머리로만 알아듣고 이해하지 못한 얼굴의 카르네가 곧 당황해하며 입을 열었다.
“어... 그러니까, 그... 진짜~?”
뭐가 진짜냐고 묻는 건진 말 안 해도 알았다.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자, 꽈아악하고 나를 껴안았던 카르네의 팔 힘이 강해졌다.
“아, 으~ 자, 잠깐만... 이게... 왜, 왜 이러지~? 이, 이상하다~?”
더듬더듬 말을 잇던 카르네가 이내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정말로, 정말로...?”
조심스레 확인하듯 내게 물어오는 카르네에게, 재차 내가 말했다.
“응. 정말로.”
그런 내 말에 활짝 웃으며 나를 올려다보던 카르네가, 이내 훌쩍이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나는 꼬옥 끌어안았다.
임신한 사실은 알게 된 카르네가 어쩔지 고민했던 것이 바보 같아질 정도로. 진심으로 기뻐하는 카르네를 보면서,
“정말로 고마워, 카르네.”
진심을 담아서 카르네에게 그렇게 말해줬다.
“에루나, 밖에 있지?”
카르네를 안아주고 달래고 나서 한참이 지난 뒤에 에루나를 부르자 방문을 열고 보랏빛 머리카락의 에루나가 여느 때와 같은 시녀복 차림으로 방으로 들어왔다.
그러고선 눈가가 붉어진 카르네와 그런 카르네를 꼭 안아주고 있는 나를 보던 에루나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주인님. 그리고 카르네 아가씨.”
별다른 말도 안 했는데 바로 상황을 파악한 에루나의 말에 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고마워, 그보다 확인 좀 해줄래?”
이미 알림을 통해 알고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나만 그런 거다. 내 말을 신뢰하는 카르네야 믿어주긴 했지만, 그래도 불안하긴 할 거였다.
뜬금없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들었으니 말이다. 그야 중간에 스스로도 확인하기는 했지만, 이런건 직접 보는 것도 보는 거지만 남이 확인해주는 것이 더 신뢰가 가는 법이였다. 그런 점을 고려해서 에루나에게 말하자 고개를 끄덕인 에루나가 카르네에게 다가갔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카르네 아가씨.”
“으응...”
에루나가 말하자 조심스레 손을 내민 카르네가 보였다. 그런 카르네의 손을 붙잡은 에루나가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렇게 몇 초, 괜히 나까지도 긴장되는 시간이 지나고 눈을 뜬 에루나가 재차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카르네 아가씨.”
그 말에 눈에 띄게 안도한 카르네가 이내 베시시 웃었다.
“응, 고마워~ 에루나.”
에루나의 확인까지 더해지자 미소 지으며 기뻐하던 카르네가 조심스레 배를 어루만졌다.
“응... 진짜구나, 너의... 아이가 정말로...”
“카르네의 아이기도 하지.”
“그치~? 응, 너랑 내 아이...”
여전히 실감이 잘 안 되는지 어색하게 배를 문지르고 있는 카르네를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훌쩍인 덕분인지 눈가가 빨개진 카르네가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배를 어루만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미 몇 번인가 보아온 광경.
내 아내가, 내 아이를 가지고서. 그 사실로 기뻐하는 광경.
이제 한두 번 보는 것도 아니건만 볼 때마다 어쩐지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분이였다.
아마 앞으로도 익숙해지지 않겠지. 그런 기분을 느끼며 카르네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딸이면 아데시오르, 아들이면 카르데오르. 어때?”
“으응~?”
그런 내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카르네가 보였다.
응, 역시 당황스럽긴 한 모양이다. 평소라면 바로 내가 한 말의 의미를 알아차렸을 카르네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나를 쳐다봤으니까.
뭐, 나도 크리샤가 처음 임신했을 때... 그러니까 내게 첫 아이가 생겼을 땐 정신이 하나도 없었으니 충분히 카르네의 심정이 이해되었다. 크리샤나 나나 서로 당황해하고 있을 때 일을 정리해준 건 에루나의 몫이였지. 그때의 일을 떠올린 내가 살짝 미소 지으면서 천천히 카르네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우리 아이 이름 말이야.”
“아...”
그 말에 그제야 내 말의 의미를 이해했는지 멍한 표정을 짓는 카르네에게 물었다.
“어때? 마음에 들어?”
크리샤나 아르카, 아샤와 아냐에 이어 에네스타와 루시아까지. 아이의 이름을 고민하느라 바가지도 긁혀가며 고생했던 것을 떠올리며 미리 생각해뒀던 이름이였다.
끝없이 타오르는 불길이란 이름을 가진 카르네오스에서 태어날 아이이기에.
따스한 온기란 이름의 아데시오르와 뜨거운 열기란 이름의 카르데오르란 이름으로 지었다.
불에서 태어났으니까 온기니 열기니 따져보면 단순한 이름이긴 했지만 내 나름으로 열심히 고민한 이름들이었다.
그러니까, 카르네도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카르네를 쳐다봤다.
“아데시오르... 카르데오르...”
곱씹듯이 이름을 중얼거리던 카르네가 배를 어루만졌다. 아까의 어색함은 이제 가신 듯 소중한 것을 만지는 것처럼 배를 어루만지던 카르네가 이내 밝게 미소 짓는 것이 보였다.
“응, 정말로... 정말로 마음에 들어.”
좋은 이름 고마워, 하고 내게 말해오는 카르네를 바라보며 나 역시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