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7화 〉327화
물론 지금 당장 찾아갈 생각은 없었다. 시간도 늦었고 예정보다 일주일이나 넘게 낙스에 있었던지라 좀 쉬고 싶었으니까. 게다가 할 일도 잔뜩 있었다.
“아응...♥”
“주인님...♥”
“하아아...♥”
하룻밤 동안 일주일이나 미뤄둔 마력을 듬뿍 공급받은 에네시스 세자매들이 움찔움찔하고 몸을 떠는 것을 바라보면서 내 옆구리를 끌어안고서 잠들어있는 에네스타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사르륵사르륵.
부드러운 금발이 손가락에 감기는 감촉이 기분 좋았다.
꼬옥, 하고 내 허리를 끌어안으며 자고 있는 에네스타의 커다란 젖가슴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임신 중인 그녀와 하는 건 좀 그래서, 가슴이랑 입으로만 잔뜩 했더니 정액으로 잔뜩 더럽혀져 있었다.
대충 마법으로 에네스타나 에네시스 자매들의 몸을 깨끗하게 만들어주고선 몸을 일으키자 뒤척이는 에네스타가 보였다.
“으음... 나의 주...?”
“아, 깼어?”
“어디를...”
“어제 데려왔던 녀석들한테 뭐 좀 물어보려고. 피곤할텐데 더 자고 있어.”
“죄송합...”
스윽스윽, 하고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있자 채 말을 맺기도 전에 다시 꿈나라로 향한 에네스타를 뒤로하고서 곧장 대욕탕으로 향했다.
“좋은 아침이에요, 이지경님.”
“하룻밤내내 아내들을 나 몰라라하던 남편씨가 왔네에?”
선객이 있었다. 활짝 웃으며 인사하는 루시아와 조금 틱틱거리는 말을 하는 아르카를 보고서 어깨를 으쓱였다.
“좋은 아침이야, 루시아. 아르카도 너무 그러진 말아주라. 어쩔 수 없는 거잖아?”
“알고 있으니까 봐주는 거야아.”
그렇게 말하며 둘 사이에 앉자 내 뺨을 아르카가 꼬집었다. 살짝 아팠지만 아르카가 진짜로 꼬집는다면 살짝 아픈걸로 끝나진 않으니 그냥 장난이였다.
나도 장난 삼아 그런 아르카의 가슴을 주무르며 물었다.
“다른 애들은?”
“크리샤는 로로와 같이 있고, 아샤와 아냐, 카르네는 아직 자고 있어요. 그런데, 이지경님?”
내 물음에 대답하며 빤히 쳐다보는 루시아가 스윽, 하고 가슴을 앞으로 내밀었다.
“으응...♥”
그래서 루시아의 가슴도 주물렀다.
커다란 루시아의 가슴을 그러쥐면서 꼭지를 만지고 있자 작게 신음을 내뱉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루시아가 보였다.
그나저나...
“둘 다 가슴이 더 커졌네.”
루시아도 그렇고 아르카도 그렇고 한 사이즈씩은 더 커졌다. 어제는 그러려니 했는데 만져보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덕분에 말이지이. 그래서어, 싫은 거야아?”
“이지경님은... 너무 큰 건 싫으신가요?”
다른 한쪽 가슴을 주무르며 말하는 아르카와 나를 올려다보며 그렇게 묻는 루시아를 쳐다봤다.
싫냐고?
“...그럴 리가 있나.”
크고 작고를 떠나서, 사랑하는 아내들의 가슴이었다. 사이즈가 어떻고 뭐고 중요하지 않고 다 좋았다.
“흐으응, 그래애?”
“...그렇다면.”
그런 내 대답에 루시아와 아르카가 서로 쳐다보더니 입술을 핥는 것이 보였다.
“....루시아? 아르카?”
꼬옥, 하고 양쪽에서 내 팔을 껴안은 둘이 내 귓가에 속삭였다.
“그렇다면 그 증거로...”
“너 때문에 잔뜩 무거워진 우리 가슴, 책임져 줄래애?”
아침부터 잔뜩 책임진 덕분에 배가 빵빵해졌다. 아침 식사 대신에 아내들의 모유로 배를 채워버리다니.
이게 행복이지.
덕분에 밤새도록 음마들에게 시달렸던 피로가 싹 가셨다.
아무튼, 슬슬 시간도 됐겠다 엘리시스와 보레아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뭘, 그 둘이 있는 곳은 아리스가 있는 곳이였다.
아무래도 외딴곳에 오게 된 거니만큼 가족끼리 있는 편이 좋을 테니까.
천공성을 나서서, 아침부터 부지런한 천공섬의 주민들의 인사를 받아가며 아리스가 있는 곳으로 향하자, 귓가에 날카로운 소음들이 들려왔다.
“......”
이 검에 미친 년들이?
검과 검이 부딪혀대는 소리를 따라서 향한 곳에는, 찾고 있던 엘리시스가 있었다. 그냥 있는 것도 아니고, 한쪽 팔을 뒤로하고서 한 손으로만 단검을 들고 있는 엘리시스가 완전히 무장한 아리스와 보레아스를 상대하고 있었다.
아리스와 보레아스는 온몸에 투기를 두른 채인데도 엘리시스는 그딴거 하나 없었다.
투기를 두른 기사들을 상대로, 맨몸으로 대응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미친년의 행태였지만, 웬걸 먼지투성이에 상처투성이인 아리스와 보레아스와는 달리 엘리시스는 무척이나 깔끔했다.
그리고 그 이유도 곧장 알 수 있었다.
땅을 박차고서 제각각 다른 형태의 검술을 펼치며 엘리시스에게 돌격하는 아리스와 보레아스가 한 손으로만 단검을 휘둘러오는 엘리시스에게 얻어맞고 그대로 내 옆으로 날아갔으니까.
그런 둘을 그림자의 손으로 잡아채고서, 땅에 눕히자 그제서야 이쪽을 본 엘리시스가 히죽하고 웃는 것이 보였다.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찾아올 줄은 몰랐는데?”
“가정폭력은 나쁜 거야.”
“가정폭력이라니? 오랜만에 딸들과 놀아준 것뿐인데? 그나저나 아리스 녀석... 생각보다 여기서 잘 지낸 모양이야, 전보다 훨씬 강해졌는걸?”
대견스럽다는 듯이 그림자의 손에 매달린 채로 기절해있는 딸을 바라보는 엘리시스의 모습은 정말로 딸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모습이라서...
“조금만 더 수련한다면 날 베어버릴지도 모르겠는걸. 뭐, 아직은 멀었지만.”
저 미친년이 하는 말이 도통 이해가 가질 않았다.
“...딸한테 진짜로 베이고 싶어서 하는 게 말이 되냐?”
“언젠가 자식은 부모를 이겨야하는 법이잖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게 진짜로 이긴다는 의미였나?
“그래서? 여기에 온 이유는 뭐야? 우릴 돌려보내주려고?”
“그건 좀 나중일이고, 하나 묻고 싶은데 있어서.”
“묻고 싶은 거?”
대충 어제 에루나한테 들은 사정들을 엘리시스에게 이야기했다. 제국에서 마수가 나타났다는 이야기에 살짝 눈을 동그랗게 뜬 엘리시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서 내가 물었다.
“뭔가 아는 거라도 있는 거야?”
“글쎄, 어떨까?”
씨익, 하고 웃으며 엘리시스가 말했다.
“아는 게 있다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걸 내가 알려줘야 할 이유라도 있어?”
“...엉?”
아니, 씨발?
알려줘야 할 이유가 있냐고?
“...니네 나라 일이거든?”
“그래, 내 나라의 일이지. 너랑은 아무 상관도 없는. 거기에...”
스윽, 하고 단검으로 날 가리키며 엘리시스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나는 나보다 약한 녀석의 말은 들어줄 생각이 없는 걸? 전에 한번 붙었을 때, 방해가 있긴 했지만 내가 이겼었지?”
“......”
머리를 벅벅 긁었다.
미친년인 건 알았지만 단단히 미친년이였다. 그냥 미친 것도 아니고 개싸이코년이였다. 이런 년을 보고 컸으니 아리스 그 년도 다짜고짜 사람한테 칼빵이나 먹였겠지.
“그래서... 알려주기 싫다고?”
“날 이긴다면야 얼마든지 말해줄 순 있는데? 네 아내들이라던... 드래곤들이랑 한 번 붙어보고 싶기도 하고.”
응, 이 싸움에 미친년이 뭘 원하는지 알겠다.
드래곤이랑 한 판 붙어보고 싶다는 거겠지.
뭐 심정은 이해한다. 초월자, 그것도 검으로 초월한 존재라면 다른 인간과 비교하면 아득하게 위에 있는 존재다. 넘사벽으로 강한 만큼, 자기보다 강한 사람과 싸워보고 싶을 수도 있었다.
심지어 지금은 멀쩡해졌지만, 당장 엘리시스의 팔을 그녀가 아무런 저항도 못하는 사이에 잘라버린 루시아, 드래곤에 대한 호승심도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녀로써는 처음인 경험이고, 이 미친년에게 있어선 그게 엄청나게 즐거웠을지도 모르겠지.
그래, 이해는 한다. 납득은 별개지만.
“미안하지만, 내 아내들은 바빠서. 대신 내가 하지.”
“흐응, 이미 한 번 나한테 져놓고서?”
“그때 내가 진짜로 한 것도 아니란거 알고 있지 않아? 아니면 일부러 자극하는 건가?”
“글쎄다?”
그렇게 말하며 입술을 핥는 엘리시스가 보였다.
응, 아내들이 날 바라보면서 입술을 핥을 때랑 비교하면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좋아, 뭐... 대충.”
휙하고 인벤토리에서 꺼낸 검 하나를 엘리시스에게 던져줬다.
이름은 기억 안나지만, 루시아에게 받았던 것 중 하나인만큼 명검 중의 명검인 녀석이였다. 내가 던져준 검을 한 손으로 받아 챈 엘리시스가 입가에 호선을 그리는 것이 보였다.
“좋은 검이네. 내가 이기면 받아가도 될까?”
“내 아내가 준거라서... 아니다, 이길 수 있다면야.”
“자신감이 넘치는 걸.”
“넘칠만 하니까.”
그렇게 말하며 나 역시 광휘를 꺼내 쥐자, 엘리시스가 자세를 잡는 것이 보였다.
이미 한번 붙어본 만큼, 저쪽도 내 역량을 대충 알고 있는지 아리스나 보레아스를 상대했을 때보다는 훨씬 본격적이였다.
검주 둘보다는 더 진지하게 대해준다니, 고맙다고 해야 하나...
그래봤자 얕잡아보고 있는 것이 보이지만.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시 엘리시스와 상대했던 골렘은, 마지막을 제외하고선 내 전력의 3할을 채 미치지 못했기도 하고...
“자, 그럼 간다?”
“그래, 얼마든지.”
지금의 내 전력이 어떤지, 엘리시스가 알아볼 일도 없을 테니까.
불멸자의 심장이 활성화되면서, 온몸에 활기가 깃들기 시작했다.
그림자의 손으로 근육을 엮어내고, 마력수로 동력을 대신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힘이 온몸에서 맥동했다.
“헤에, 그때처럼 변신하진 않을 생각인가 봐?”
“필요 없으니까.”
정말로 필요가 없으니까.
「상태창」
「이름 : 이지경(베헤노스)」
「칭호 : 차원을 넘은 자, 단죄하는 자, 벌레만도 못한 자, 부덕의 군주, 드래곤들의 연인, 마왕, 릴리스의 아버지, 음마들을 굴복시킨 자, 초월자, 반신」
「성별 : 남성」
「나이 : 27세」
「직업 : 부덕의 왕, 마왕, 반신」
「종족 : 반룡반신)
「근력 : 231(SSS)」
「민첩 : 198(SS)」
「체력 : 242(SSS)」
「지력 : 101(SS)」
「마력 : 271(SSS)」
「매력 : 101(S)」
「행운 : 1(F)」
「생명력 : 242000/242000」
「마나력 : 198000/198000」
「지구력 : 98%」
「고유 특성 : 차원을 지배하는 자(SSS), 변혁하는 자(SSS), 반신의 신체(SSS)」
「보유 특성 : 반신(SSS), 백금률(SS), 배덕의 군주(SS), 예속 각인 : 에루나 투아레(A), 마왕(S), 조교사(A), 검사(A)」
「보유 기능 : 주시자의 눈(EX), 불멸자의 심장(EX), 헤아리는 자(EX), 무지한 자의 진리(EX), 역치의 날개(EX), 전능자의 손(EX), 카마수트라(SSS), 베헤노스 검술(S), 용린갑주(S)...」
시야의 한편으로 보이는 내 상태창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때랑 비교해서, 비교하는 것조차 미안해질 정도로 너무 차이가 나는 스텟들이 눈에 들어왔다.
“자, 알고 있는 거 다 토해낼 준비나 해.”
그렇게 말하며, 광휘를 휘둘렀다.
아무렇지도 않게, 검술조차 아닌, 그저 휘두르기.
하지만, 그게 불멸자의 심장의 효과로 수배 뻥튀기된 근력과 민첩이 함께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단순히 스텟상만으론 지금의 나는 본신으로 돌아간 아내들이랑도 힘겨루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상태였으니까.
"뭇...?!"
단지 검을 휘두르는 것으로 생긴 풍압에 급히 투막을 펼치는 엘리시스가 보였지만, 이미 늦었다.
쩌적!
초월자가 펼쳐낸 두터운 투기는, 그저 종잇장처럼 찢겨져나갈 뿐이었다.
“크읏...!”
그와중에 몸을 비틀면서 피한 건 대단한데...
“어딜 보는 거야?”
급하게 자세를 고치는 엘리시스에게 물었다.
“뭣, 언제...?”
“처음에 검 휘두르고서, 그 뒤로 계속.”
대충 10초가량 여기서 엘리시스 혼자서 바람에 날아가는 봉지마냥 흐느적거리는걸 구경했다.
“자, 아무래도 그른 것 같으니 도로 압수.”
엘리시스에게 쥐여줬던 검을 도로 뺏어서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황망한 얼굴로 날 쳐다보는 엘리시스의 이마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정신 차려 이년아.”
깝치지 좀 말고.
빠아악ㅡ!
불멸자의 심장을 해제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 스텟만 200이 넘어가는 근력이 담긴 딱밤이였다.
투기조차 두르지 못한 채로 그대로 이마빡에 딱밤을 맞은 엘리시스의 두 눈이 위로 뒤집히는 것이 보였다.
“......”
좀 심했나.
풀썩하고 그 자리에서 쓰러져서 부들부들 전신을 경련하고 있는 엘리시스를 보니 너무 심했던 것 같았다.
“아니, 심한 건 얘지. 그러게 그냥 곱게 말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하루에 한번 쓸 수 있는 대치유를 엘리시스에게 걸어줬다.
초월자라 그런지 원체 튼튼하니 이거면 충분하리라.
“자 그럼...”
엉망진창이 된 주변이나 정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