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22화 〉322화 (322/370)



〈 322화 〉322화


“...그게 이지경님의 선택이군요.”

이 모두를 지켜본 루시아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것이 보였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루시아라서 더욱 미안했다.


제일 먼저  연인이 되었던 그녀였기에. 그리고 그런 탓에 가장 많은 상처를 받았었던 그녀였기에. 거기에... 로로를 지켜준 그녀였기에. 또 다시 내가 선택한 결과에, 그녀가 상처를 받았을 것을 알기에.


모두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였지만, 루시아에게만큼은 차마 고개를  수 없을 정도로 미안했다.

그래도 후회하지는 않았다.


 또한 내가 선택하고, 그로인해 일어난 일들이였으니까. 마땅히 내가 거두고 책임져야하는 일이었다.

설령, 그로인해 루시아가 상처받는다고 하더라도. 이를 번복할 생각은 없었다.

“미안, 하지만...”

“아뇨, 이지경님을 탓하는 건 아니에요.”

단지, 하고 루시아가 활짝 웃어보였다.

눈이 부실정도로 주변이 환해지는 착각이 일정도로 밝은  미소에 어쩐지 등골이 오싹해졌다.


또각, 하고 루시아가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선약이 있으시던걸, 잊지는 않으셨겠죠? 이지경님.”

“...선약?”


“그래요, 로로와의 약속보다도 더 먼저. 이미 이지경님이 약속하셨던  말이에요.”


내가 그렇게 약속을 남발하는 남자였던가?


...생각해보니까 자주 그랬던 것도 같은데. 그전에 무슨 약속을 했었는지 떠오르지 않아서 문제였다.

“그보다 우선... 방해꾼들은 치워둘까요?”

내가 루시아의 말에 두뇌를 풀가동하는 동안에 스윽, 하고 주변을 살펴봤던 루시아가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루시아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엘리시스와 보레아스가 어딘가로 소환당하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였다.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초월자와 검주급의 존재가 둘이나 강제로 소환당한 것과 함께.

“...어?”


내 입에서 나온 소리가 아니였다.

내 옆에 있던 카르네가 내뱉은, 단말마 같은 그 소리와 함께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카르네의 몸이 뒤집혔다.

“꺄악~?!”


“......”

아니, 카르네만이 아니라 샤르도 어느 샌가 아르카가 소환해낸 나무줄기에 붙잡혀서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것이 보였다.

“이, 이게 뭐하는 짓이야~?! 루시아!”

뒤집혀서 흘러내리는 드레스 끝자락을 붙잡고서, 붉어진 얼굴로 빼액하고 소리를 지르는 카르네와 완전히 뒤집혀버린 드레스와 함께 그녀의 머리카락처럼, 눈처럼 새하얀 속옷이 훤히 드러났는데도 무표정한 얼굴로 다리를 붙잡고 있는 나무넝쿨을 보고만 있는 샤르의 모습이 대비되어서, 더더욱 두드러졌다.

“저기, 이게 무슨...”

“일인지는 보면  거 아냐?”


멍청하니, 사전에 얘기라도 해놓은 것처럼 동시에 일어난 갑작스런 상황에 아무리 나라도 냉정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인간을 버린 것과 다른 의미로 누구라도 당황할 법한 일이였으니까. 그래서 무심코 그렇게 물어버리자 짜증스런 얼굴로 크리샤가 대답해왔다.

뭔 일인지 봐도 모르겠으니 하는  아니겠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얻어맞을 것처럼 험악해 보이는 크리샤의 표정을 보고 그냥 닥치고 있기로 했다.

“후, 넌 어차피 바보였으니까... 눈치는 지지리 없어서, 떠먹여줘야지 눈치를 채겠지?”


그리고 닥치고 있기로  것이 정답이였는지 그런 나를 보고 한숨을 푹 내쉰 크리샤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손가락을 휘젓자 다급하게 탈출하기 위해 마법을 펼치려던 카르네의 입을 그림자의 손이 틀어막는 것이 보였다.


“으읍~?!”


어째서 자신의 영지 안에서 이런 꼴을 당하게 된 것인지 의문을 넘어서 당혹스러워 보이는 카르네의 표정이 보였다. 영창을 생략했다고는 하더라도, 여기는 카르네의 영지였다. 평소보다도 몇 배나 되는 효율의 마법을 펼칠 수 있는 장소란 거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무리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곤 하지만 반항조차도 못하고 구속당했다는 것은, 이 일들이 이미 사전에 모두 계획되고, 준비되어 있었다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였다.

아무리 자신의 영지에서 마법을 펼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같은 드래곤인 이상. 보다 준비를 많이 한쪽이 유리한 것은 마법의 상식이였으니까.

하지만 왜?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은 와중에, 크리샤가 더욱 충격적인 일을 벌였다.


스물스물, 카르네의 몸을 타고 움직이던 그림자의 손이 카르네가 필사적으로 부여잡고 있던 드레스조차도 부욱, 하고 찢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순식간에 속옷차림이 된 카르네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으으읍!!”


그리고, 속옷차림으로 몸부림치는 카르네와, 그런 카르네에게 다가가는 아르카가 보였다.

꿈틀꿈틀, 그녀의 곁에서 움직이는 나무넝쿨이 엄청나게 음흉하게 느껴지는 것은 내 착각이 아니였으리라.

실제로도 음흉한 짓을 하기 시작했으니까.


카르네의 팬티 너머로 기어들어간 나무넝쿨이, 그대로 카르네의 속옷을 뜯어냈다.

이게 불과 몇십 초도 되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란 것이 믿겨지지가 않았다.

“...뭐어, 예상은 했지만 말이지이.”

끝내는 카르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아르카가 소환한 나무넝쿨들에게 뜯겨나간 속옷 너머로, 갓 싸낸 정액을 잔뜩 머금고 있는 카르네의 균열이 보였다.

“흐으으읍~~!!”

붉어진 얼굴로 도리질치는 카르네와 그런 카르네의 균열을 펼쳐보는 아르카를 보고서 내가 황망하게 있자니, 아르카가 말했다.

“자안뜩, 그것도 엄청 진한 거얼? 이주동안 그 인간들이랑 사고치진 않았나봐아?”


“글쎄... 그건 모르지, 아까부터 젖만 더럽게 큰 년은 저 바보만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흐으응, 그건 큰일이네에. 역시 관리가 필요하겠는 거얼...”

“웁, 우웁! 으읍~!!”

그다지 사이도 좋지 않으면서, 무척이나 사이좋게 카르네의 몸을 이리저리 건드리며 크리샤와 아르카가 그렇게 말하다가, 동시에 나를 쳐다봤다.


움찔, 하고 아내들의 시선에 내가 뒷걸음쳤지만...


말캉~

“......”

뒤통수에 느껴지는 감촉. 익숙하다면 익숙한 그 감촉에 고개를 돌려보면 어느 샌가 포장이 뜯겨진 샤르가 있었다. 잘못 각도가 이상했더라면, 그대로 입에 닿을 뻔한 분홍빛의 젖꼭지를 보고서 굳어버린 나를 향해, 루시아가 미소 지으면서 다가왔다.

“선약... 이제는 기억 나셨나요?”


분명 미소 지으며 묻고 있는 루시아가  이렇게 무섭게 느껴지는 걸까.

“다시는 에네스타와 같은 사례는 만들 생각 없으니까요... 또, 이런 경우를 더 이상 허락할 생각도 없고요.”

이렇게까지 힌트를 주는데도,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눈치 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자, 저희 모두를 임신시켜주시겠다고 하셨던 선약을 지켜주세요. 이지경님♥”


쩌업~♥


크리샤와 아르카에게 억지로 붙들린 카르네의 균열을 검지와 중지로 펼쳐서, 열어 보인 루시아가 그렇게 말하며 재차 활짝 미소 지었다.

“......”

“빨리 안하면 카르네가 더욱 부끄러운 꼴이 될 거라고요?”


그렇게 말하는 루시아가 손짓하자, 쩌억하고 벌어지는 카르네의 두 다리가 보였다.

필사적으로 다리를 오무리려고 노력하고 있는 카르네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셋이나 되는 드래곤에게 제압된 상태로는 무리인 모양인지 얼굴만 더욱 붉어져가는 것이 보였다.

울먹울먹, 카르네의 눈망울에 가득 차오르기 시작하는 눈물과 함께 이쪽을 바라보는 애처로운 눈빛에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니, 내가 카르네를 걱정할 때가 아닌가.

“잘은 모르겠지만, 이렇게 하면 되는 거지?”


“도망치면 아냐가 혼내줄 거야, 오빠.”

그렇게 말하며 내게 다가오는 아샤와 아냐가 있었으니까.  팔로 모자라서, 어느새 용화한 그녀들의 푸른 꼬리가  허리에 감겼다.


아무리 내 근력이 오우거의 뺨을 좌우로 싸대기를 날릴 만큼 올라갔다고해도, 반쯤 드래곤 상태가 되어버린 아샤와 아냐의 근력을 감당할 정도는 아니였다.

뒤로는 샤르가, 알몸으로.


양 옆으로는 아샤와 아냐가.

앞으로는 루시아와 크리샤, 아르카... 거기에 상당히 망측한 모습의 카르네가 있었다.

사면초가라고 해야 하나, 사방으로 나를 둘러싼 드래곤들과 이를 지켜보는 로로의 시선에 옴짝달싹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아니, 몸을 빼려고 한다면야 가능하긴 했다. 모든 구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역치의 날개는,  그대로  어떤 상황에서도 ‘자유롭게’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문제는 이대로 몸을 빼더라도 상황이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거였다.

그때 로로가 내게 다가왔다.


구해주러 왔구나!


그렇게 생각했던 것도 잠시.

“난 괜찮아, 아버지. 그러니까...”

그리고 그렇게 말하면서 손을 뻗었다.

내 바지로.

어라, 하고 얘가  이러지 하는 생각이 미쳤을 때는 이미 상황이 끝나있었다. 부욱, 하고 한없이 가냘파 보이는 로로의 손이 순식간에  바지를 찢어버렸다.

“...어머나.”


“응?”

“어라아...”

당황해서 내 바지였었던 쪼가리를 손에 쥐고 있는 로로를 쳐다봤다.

나만이 아니라 곁에 있던 모두가 그런 로로를 쳐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로로가 나서서 이럴 줄은 아무도 몰랐으니까.


“...뭐, 그래도 순서는 아는 모양이네?”


로로의 갑작스런 행동에 모두가 말문이 막힌 와중에 크리샤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쟤도 괜찮다니까, 상관없지 않아? 어서 하고 끝내라고.”

“...엄청 간단하게 말하네.”

말만 저럴 뿐, 로로의 일로 크리샤 역시 상당히 감수하면서 말해준 거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알고는 있는데, 아니... 정말로?

“아, 진짜...! 아까부터 우물쭈물대기나 하고!”

결국 폭발한 크리샤가 성큼성큼 내게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로로의 손에 한꺼풀 벗어던지고 무장해제당한 내 속옷 위로 드래곤 슬레이어를 움켜쥐었다.

“평소처럼 빨리 빨딱 세워서 박고 끝내란 말이야!”


말이 너무 심하지 않나 싶었다.

그렇게 말하면 내가 꼭 조루인 것처럼 들리잖아...


안 그래도 카르네와 했었을 때, 처음에 너무 빨리 싸버렸던 것이 걸렸었는데 크리샤가 저렇게 말하니 자존심이 상했다.


그야, 카르네의 일을 크리샤가  턱이 없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말이다.


“...빨리 끝나?”


그런 나에게 고개를 갸우뚱하며 묻는 로로를 보면 더더욱 그랬다.

“빨리 안 끝... 윽...! 뭐, 뭐하는 거야 크리샤?”

“뭐하긴, 네가 바보처럼 우물쭈물거리니까 도와주려는 거지.”

그렇게 말한 크리샤가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답지 않게 추욱 늘어져있는 드래곤 슬레이어를 꺼내들었다.

“응, 오랜만이네♥ 그나저나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는 거야? 기운이 없는데?”


“아무리 나라도 이런 와중에 서지는 않거든...”

정말로.

아무리 나라도 이런 와중에 발기할 리가 없었다.


“헤에, 그래... 어디 그럼♥”

스윽, 하고 귀두를 스쳐오는 크리샤의 손가락에 움찔했다. 핀 포인트로 내가 느끼기 쉬운 곳을 어루만지는 크리샤의 손길이 무척이나 기분 좋았다.

하지만 드래곤 슬레이어 역시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싶었는지 요지부동이었다.

“흐으응, 뭐... 아주 거짓말은 아닌가보네... 어디, 시험해볼까나?”


아무리 애무 해봐도 꼼짝 않는 드래곤 슬레이어를 보고서 재미있다는 듯이 핥짝, 하고 입술을 핥으며 미소 짓는 크리샤가 보였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아니, 진짜로  된다니까? 아무리 나라도 불가능한 건... 읏...!”

“그건 지금부터 확인해볼 거니까, 넌 가만히 있어♥”

꽈악, 하고 드래곤 슬레이어를 붙잡은 크리샤가 나를 올려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확인하다니, 뭘로?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은 할 필요 없었다.


“아움♥”

익숙한 손놀림으로 늘어진 드래곤 슬레이어를 곧추세운 크리샤가 그대로 입 안에 머금듯이 삼켜버렸으니까.


순식간에 드래곤 슬레이어를 휘감은 크리샤의 혀의 감촉이 어마무시하게 기분 좋았다. 그대로 입술을 오물거리며 귀두를 자극해오는 크리샤의 펠라치오에 손으로는 까딱도 안했던 드래곤 슬레이어가 움찔거렸다.

“후훙, 벌써 움찔움찔거리고...♥ 쮸웁♥ 츄읍♥ 아까 한 말이랑 다르지 않아? 뭐, 다름아닌 나니까 어쩔 수 없는 거겠지만♥”

아, 아직은 괜찮다.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어떻게든 크리샤의 펠라치오를 버텨내고 있는 드래곤 슬레이어를 보고 안심해하고 있었을 때였다.

“자아, 그럼♥”

본격적으로 해볼까? 그렇게 말한 크리샤가 나를 올려다보며 미소지어보였다.

"네 말대로 정말로 서지 않는다면 이번은 봐줄테니까... 어디 힘내봐♥"

귀두를 핥짝이며 미소 짓는 크리샤의 모습을 보니 어째 조금 뒤의 미래가 예상되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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