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13화 〉313화 (313/370)



〈 313화 〉313화

“저걸 맞추네.”


로로가 던진 창이 정확히 머리를 날려버린 것을 보고서 감탄했다. 이번이 두 번째 투창이였는데도 우리 딸의 재능이 엄청나게 무서웠다.  깔끔하게 창이 통과해버린 머리 잃은 낙시안이 엎어지는 것을 보면서 나는 옆에 있던 바록과 바쿠에게 말했다.

“바록, 바쿠. 급하니 서둘러라.”

고개를 끄덕인 바록과 바쿠가 포효했다.


“크아아아아아ㅡ!”

“카아아아악ㅡ!”

쩌렁쩌렁, 반쪽뿐이라고는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무려 반이나 거인인 바록과 바쿠의 포효는 어마무시하게 컸다.

단지 소리가 크다는 의미가 아니였다. 저릿저릿하고, 효과의 범위 밖에 있었는데도 몸이 저린 기분이 들었다. 물론 나는 어디까지나 그냥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소리때문에 그런거지만.

우리 일행을 제외한, 바록과 바쿠의 포효를 그대로 직격한 낙시안들은 얘기가 달랐다.


휘청하고, 바록과 바쿠의 포효에 어디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몸이 흔들거리는 낙시안들이 보였으니까.

당연한 일이였다. 바록과 바쿠의 포효에는 투기가 담겨있었다.


소리에 담긴 투기가, 한 명을 제외한 모두의 육체를 억압하는 것이 보였다. 이 세계를 만들었다는 신들. 그들이 마법의 종주로써 드래곤을 창조했듯이, 그 반대격으로 투기의 종주로써 창조된 거인의 혈통을 잇고 있는 바록과 바쿠다운 투기의 활용법이였다. 소리에 투기를 담는다라, 나라도 저거까진 따라하기 힘들 것 같은데. 일단 그럴 필요도 없고. 원한다면 바록과 바쿠에게 시키면 그만이지 내가 소리를 지를 필요는 없으니까.


아무튼 포효의 영향을 받았는지 어그로가 끌린 낙시안들의 시선들이 바록과 바쿠의 거대한 몸뚱이에 꽂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전부 그런 것은 아니였다. 둘의 포효에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녀석도 보였으니까.

바록과 바쿠의 포효에도 영향을 받지 않은 한 명은...


“저거, 지 부하가 죽었는데도 저러네.”

여전히 미친년에게 다가가는 놈을 보고서 얼굴을 찌푸렸다.


솔직히 말해서 엘리시스에게 좋은 감정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어디까지나 나와 내 마누라들의 기준으로 생각해서 생긴 감정이란 것도 알고 있었다.


나로써는 마냥 귀찮게 구는 녀석이란 감정이 있었지만, 엘리시스로써는 실종된 자기 딸을 찾으려고 했을 뿐이니 말이다.


일종의 역지사지란 거다. 나라도 로로나 니아, 마야들이 어디가서 사라져버린다면 눈이 돌아갔을 테니까. 그런 만큼 엘리시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아니였다.


무엇보다, 어찌됐건 지금은 엘리시스와 보레아스를 구출하기 위해 여기까지  것이였다. 그것도 이틀을 꼬박, 쉬지도 않고서 여기까지 왔다.


그런 만큼, 내버려둘 순 없었다.


“로로야.”


“응.”


내 부름에 옆으로 다가온 로로의 머리카락을 쓸어주고서는 말했다.

“천천히 따라오렴. 니아도, 바록이랑 바쿠랑 놀고 있어.”


“알겠어요, 주인님~!”

기운차게 대답한 니아가 달려드는 투르크 부족의 전사들의 머리를 으깨고 있는 바록과 바쿠를 돕기 위해 뛰쳐나가는 것을 보고서 나 역시 날개를 펼쳤다.

촤아악!


그림자의 손들을 엮어 만든 거대한 날개가 등 뒤로 펼쳐졌다. 그와 동시에,  몸이 빠르게 엘리시스를 향해 날아갔다.

불멸자의 심장.

개혁가.

수 배로 뻥튀기된 능력치가, 개혁가에 의해 모두 민첩으로 옮겨진다. 그만큼 더욱이 가속이 붙은 내가 순식간에 거한의 앞에 올 수 있었다.


감각을 수십 배로 늘어뜨렸는데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서 순식간이였다. 내가 그렇게 느낀 만큼 상대는 더했을 것이다.


내가 바로 눈앞에 내려왔는데도, 음흉한 얼굴로 찢어 벗긴 엘리시스의 갑옷과 함께, 다른 한손으론 자신의 성기를 붙들어 잡고 있는 놈의 얼굴이 보였다.

흉측할 정도로 발기한 성기가 눈에 들어와서, 눈이 썩을 것만 같았다. 저렇게 작으면서 자랑스럽게 흉물을 들이미는 저의가 궁금하다. 나같으면 쪽팔려서 몇겹으로 감춰두고 있을 텐데. 아무튼, 그랬던 녀석이 뒤늦게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실제로는 어떨진 몰라도,  체감상으로는 대략 10초 만에 내가 자신의 앞에 서있다는 것을 알아챈 녀석이 아주 느릿하게 주먹을 휘두르려는 것이 보였다.

“확실히 하는 게 좋겠지.”


상태는 영 말이 아니었지만, 괴물딱지나 다름없었던 엘리시스를 쓰러트리고 깔아뭉개려고 들었던 놈이었다.


내가 보기엔 그리 강해보이지는 않지만, 확실히 해두기로 했다.


다시 개혁가를 통해서, 민첩으로 돌렸던 능력치의 일부를 근력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단죄자.

날카로운 검과 같이 벼려진 날개의, 깃털들이 더욱 검게 물드는 것이 보였다.


깃털 하나하나마다, 악성향을  이에게 몇 배에 달하는 데미지를 추가시켜주는 단죄자의 힘이 깃들은 날개를 매개체 삼아서.


“베헤노스 검술.”


양익에 달려있는, 제각각의... 수백 개의 깃털들을 검으로 삼아서, 베헤노스 검술을 펼쳤다.

베헤노스 검술에 합쳐진 라이어스 제국 검술의 21개의 초식과 시오니스 검술의 8개의 초식. 그리고 베헤노스 검술이 되면서 추가된 12개의 초식들이 동시에 펼쳐졌다.

하나의 깃털이 하나의 검이 되어서, 수백 개의 깃털이 모두 합쳐 41개나 되는 검초들을 펼쳤다.

정해진 이름은 없다.

그저, 내가 익히고 배워왔던 검술들을. 내가 익히고 다루는 수많은 날개들을 검과 손으로 삼아서 마구잡이로 휘두를 뿐.


그래, 그냥 모조리 때려박을 뿐인, 그런 단순무식한 검술.


아마, 굳이 이름붙이자면 이렇게 붙일  있을 거다.


“난도.”

단일의 대상에게, 단일이 펼치는 수백의 검술에. 내게 주먹을 뻗어 보내던 녀석의 몸이 갈기갈기 찢겨나갔다.


시작을 알리는 라이어스 제국검술의 21초식에 휘어 감긴 놈의 팔의 가죽이 벗겨지고, 그 뒤로 이어지는 검술에 살점이 찢기고, 근육과 인대가 잘려나가고, 뼈가 발라져 떨어져나갔다.


뻗어 보낸 주먹 그대로, 통째로 썰려져나간 놈이 휘엉청하고 쓰러지려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급소를 노리며 찔러 들어간, 시오니스 검술을 펼치는 깃털들이 녀석을 곤충을 액자에 고정시키는 핀처럼, 놈이 쓰러지지 않게 고정시켰다.

“커흑...!”

녀석이 검게 죽은 피를 토했다. 심장에만 꽂힌 깃털이 21개에 됐다. 심장을 노려서 찔러 넣는 시오니스 검술을 펼친 깃털만 21개에 달했기 때문이었다.


그것만이 아니였다.


가죽을 벗기는 검술을 펼친 깃털도 서른이 넘었고, 살점을 도려내는 검술도, 인대를 찢고 잘라내는 검술도, 뼈를 잘라내는 검술도, 그만큼 이어져서 펼쳐진 뒤였다.

팔뿐만이 아니라, 놈의 몸 전체에 말이다.

그래도 안심할 수는 없었다.

상대가 무슨 능력을 갖췄는지  길이 없었으니까. 초재생같은 거라도 달려있으면 이 정도의 상처는 금방 나을 수도 있었다.


“흐음...”

그러니까 몇 번 더 난도를 휘두른다.


깃털에 의해 고정된 몸에 몇 번이고 날개를 휘둘렀다.

썰고, 베고, 뼈 마디마디에 붙어있던 살점과 힘줄마저 모조리 해체한다.

꿈틀, 그때마다 몸을 움찔거리는 녀석이 피거품을 토했지만. 아직 안심하긴 일렀으니 이를 재차 반복했다.


그렇게  분. 아니 몇십 배로 가속된 사고 중에서 몇 분이니까   정도려나. 아무튼 그 정도의 시간이 끝나고서 놈을 바라보니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상태에서 갑자기 재생하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도축장에 걸린 채 모든 것이 벗겨져버린 고깃덩이마냥 깃털에 걸려져 있을 뿐.


응, 이정도면 되려나?

가죽과 살점이 벗겨져서, 뼈만 남은 갈비뼈 사이사이로 꽂혀 들어가 놈을 고정시킨 깃털을 천천히 뽑아냈다.

 아래로 뼈만 너덜너덜하게 남은 녀석이 천천히 쓰러졌다.

“이게, 대체... 크흡... 이, 내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쓰러져서 나를 올려다보는 놈이 보였다. 스스로 느끼기엔, 아주 잠깐 사이에 온몸이 해체당한 셈이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숨통이 끊어지지 않은 것은 솔직히 경이로울 정도의 생명력이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21개의 구멍이 뚫린 녀석의 심장은 연거푸 피를 게워내며, 그때마다 더욱 상처가 벌어지며 찢어지고 있었으니까.

주륵, 주륵하고 피를 토해내는 심장이 빠르게 상처를 회복시키려고 노력은 했지만, 벌어지는 상처의 속도가 더욱 빨랐다.


아마, 아무리 오래 버텨도 곧 죽을 것이 분명한 놈을 내려다보다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광휘를 뽑아들었다.

단죄자의 힘이 깃들어서, 어둠속에서도 찬란하게 빛을 내뿜던 칼날이 검게 물들기 시작하는 광휘가 보였다. 그런 광휘를 손에 쥐고서 입을 열었다.


“그만 버티고 죽어라.”


그리고 그대로 놈의 미간에 찔러 넣었다.

검술이고 자시고 펼칠 것 없이, 그냥 푸욱하고 찔러 넣었다.

얇은 얼굴 거죽을 찢고, 두개골을 가르고, 안쪽에 있는 물렁한 무언가를 뚫는 감각과 함께 놈의 눈동자가 빛을 잃었다.

검주급, 아니 여기서는 대전사급이라고 해야하나. 그보다는  더 강해보이는 녀석이였는데 이정도면 충분했던 모양이였다.


본신의 몸으로, 전력으로 무언가를 한 적이 최근에는 없다보니까 힘의 가감을  모르겠다.

그래도 뭐,  됐으니까 그러려니하기로 하고서.

부르르, 두터운  살을 떨며 경련하다가 뻗어버린 놈에게서 다시 광휘를 뽑아내고서 몸을 돌렸다.


그러자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는 엘리시스가 보였다. 커다랗게 멍이 들은 얼굴과, 무너진 광대뼈 때문에 더더욱  좋게만 보였다.

한쪽 눈은 터졌는지 주륵주륵, 하고 희멀건하게 수정체까지 흘러나오고 있었다.


 봐도 중상인데. 이런 몸으로 버티고 서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역시나 초월자라고 해야할까.


“쿨럭... 너는, 그때...”

그나마 멀쩡한 눈으로 나를 보며, 간신히 입을 여는 엘리시스를 보고서 내가 말했다.


“응, 오랜만이네. 그보다 일단 치료부터 하자.”

아리스를 안아서 생긴 칭호, ‘성녀를 굴복시킨 자’를 통해 하루에 한  사용할  있게 된 치유를 펼치자, 빠르게 엘리시스의 얼굴에 시퍼렇게 퍼져있던 멍이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터지고 망가졌던 눈도, 아물기는 했다.


성능 확실하구만...

엘리시스 역시 빠르게 나아가는 상처들을 보고 감탄한 듯 호오, 하고 소리를 내고 있었다.


지금 자신을 치료하고 있는 능력이 자기 딸을 강간해서 얻게 된 걸 알게 된다면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했다만, 점점 사고의 어느 쪽이 귀축화되는 것 같으니까 그만두기로 했다.


아무튼 치료가 끝나자 엘리시스가 자신의 몸을 살펴보는 것이 보였다. 여전히 빛을 보지 못하는 듯, 죽은 생선 눈알처럼 흐리멍덩하긴 했지만... 치유만으로는 거기까지 치료하는 건 무리였다.


적어도 대치유는 있어야지 엘리시스를 치유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나는 대치유를 사용할 수 없었다.

“나머지는 돌아가서 치료해 줄테니. 자, 손잡고.”

물론 내가 그렇다는 거지, 아내들과 에루나는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었다. 엘리시스에게 치료를 약속하며 엉거주춤하게 주저앉아있던 엘리시스에게 손을 뻗자, 그런 내 손을 바라보던 엘리시스가 입을 열었다.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뭔데?”


“어떻게 그렇게 강해진 거야? 그땐 분명...”


이와중에 그런 거나 물어보다니 어지간히 미치광이였다. 전투광이라고 부르는 것도 아깝다. 진짜배기 미친년 그 자체였다. 아니, 엘리시스정도 되니까 이미 상황파악이 끝난 걸지도 몰랐다. 아무튼, 그렇다고 해도 초롱초롱 빛나는, 멀쩡한 눈동자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묻는걸 보니 방금까지 강제로 당할 뻔 했던 여자인가 싶었다.

조금 전만해도 강간당할 뻔 했던 여자가 구해준 사람에게 처음으로 묻는 말이  그렇게 강해졌냐니.

역시 미친년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내가 말했다.

“...그땐 진심이 아니였거든. 말했잖아? 니 딸 쩔었다고.  딸의 어머니인 너한테 진심으로 싸울 순 없잖아?”


사실대로, 그땐 골렘의 몸이여서 본신의 1할도 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설명해주긴 엄청나게 귀찮았으니까 대충 대답했다.

“......”


그런 내 말에 할 말을 잃은 듯한 엘리시스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그림자의 손으로 덮었다.


찢어진 갑옷 사이로 보이는 음부와 젖가슴 때문에 눈을 둘 데가 없어서 그랬다. 그나마 내가 만드는데 익숙한, 시녀복차림이 된 엘리시스를 보자니 한결 나았다.


아무튼 엘리시스에게 그림자로나마 옷까지 만들어 입혀놓자  뒤로 펄럭이는 날개를 갈무리하며 내려온 로로가 말을 걸었다.


“...너무 빨라, 아버지.”

“급했으니까 어쩔  없잖니.”

혼자만 휙하고 와서, 휙하고 끝내버리니까 심통이 난 듯한 로로를 대충 달래고서 말했다.

“일단 이 녀석  챙기고 있어보렴. 나는 또 할 일이 있으니.”


로로에게 엘리시스를 맡기고선, 나는 아직 한창 투닥거리고 있는 바록과 바쿠, 그리고 니아를 도우러가기로 했다.

로로도 금방 해치운 것들을 붙잡고 아직도 고생중이라니 바록과 바쿠도 아직 한참 멀었구나.


니아는 귀여우니 됐다.


뭐... 일단 일부터 끝내자.



아이들을 도와서 남아있던 투르크 놈들을 처리하고서, 포식자로 시체도 정리하고 나자 내게 다가온 보레아스가 보였다.


어깨부분이 뜯겨나간 은빛으로 빛나는 갑옷차림의 여기사가 내게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어머니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그래, 꼭 갚아라.”

안 그래도 시킬 일이 많았으니까. 그렇게 대답하자 얼굴을 붉힌 보레아스가 말했다.


“지, 지금은 아무것도 없으니... 제 몸으로라도...”

“아니, 전에 말하지 않았나? 나 아내 있다니까.”

“당신 같은 영웅이라면 아내에 첩 하나 둘 정도는 그리 흠이 되지 않지 않습니까? 두 번째, 아니 세 번째라도 좋습니다. 당신에게 거슬리는 일도 하지 않을 테니까...”


챙겨야할 아내만 일곱인 사람한테 헛소리를 하고 앉아있었다. 솔직히 보레아스가 저렇게까지 나오니까, 좋은 게 좋은 거겠거니하고 그대로 안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그랬다간 돌아가서 아내들에게 붙잡혀 반으로 갈라질 게 분명했다.

그리고 아내들은 내 하반신을 놓고, 전쟁을 일으킬 거다.


반은 농담이었지만, 반은 진심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반으로 갈라지진 않겠지만, 그에 준하는 뭔가가 있을  분명했다.


“일 없으니까 네 어머니나 챙겨라.”

여전히 로로에게 부축을 받고 있는 엘리시스를 가리키며 그렇게 말하자, 한발 물러선 보레아스가 거듭 감사를 표하고는 엘리시스에게 향했다.


아무튼 보레아스도 떼어내고 한숨 돌린 내가 품에서 손거울을 꺼냈다.


“루시아, 들려?”

톡톡, 루시아에게 들었던 대로 손거울에 마력을 부여하고서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말을 걸자, 이윽고 거울에 루시아의 얼굴이 비쳐보였다.

ㅡ네, 이지경님. 잘 들려요.

그렇게 말하는 루시아의 표정에 서운하다는 감정이 엿보였다. 이틀 만에 연락한 탓일 것이다.

하지만   없었다. 낙스와 유일하게 연결되어있는 통로인 거울과 연결된 이 손거울은 지금의 내가 사용하기엔 마력 소모가 너무 컸다.


이걸 잠깐 사용하는데 드는 마력으로만 그림자의 손을 수십 개는 뽑아 쓸 수 있었다.

언제나 곁에서 마력을 채워주던 아내들이 없는 지금은 곤란할 정도로 많은 마력이 드는 물건이였다.

일일이 연락하는 용으로 쓰기엔 적합하지 않은 물건이란 소리였다. 뭐, 이제 돌아갈 수 있게 됐으니 마력을 아낄 필요는 없지만.


아무튼, 근 이틀 만에 보는 루시아에게 내가 물었다.

“몸은 좀 어때? 아샤랑 아냐는? 그리고... 카르네는?”


ㅡ왜 내가 마지막인건데~?!

손거울 너머로 카르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지막으로 불린 것이 불만인 듯 한 카르네의 목소리에 쓴웃음을 짓자니 그런 나를 보며 루시아가 말했다.

ㅡ저희 모두 괜찮아요. 카르네도... 조금 외로워하는 것만 빼면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ㅡ외로워하지 않았거든~?! 저기, 루시아. 저 녀석한테 이상한 소리하지 말아줄래~?


ㅡ거짓말이야, 오빠. 지금 카르네 얼굴 엄청 빨개!

ㅡ카르네, 거짓말은 하면  써!

ㅡ거짓말 아니거든~?!


카르네와 아샤와 아냐가 투닥거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루시아는 그런 셋을 보고 있는 듯 조금 멋쩍은 듯이 미소 짓고는 내게 말했다.

ㅡ그렇다는 모양이네요. 그래서... 이지경님, 용건은 끝나신 건가요?

“응, 엘리시스도 보레아스도 제대로 찾았어. 이제 돌아가고 싶은데.”


그런  말에 고개를 끄덕인 루시아가 말했다.


ㅡ그럼 바로, 이쪽으로  수 있도록 통로를...

그렇게 말하며 통로를 열 준비를 하려는 루시아가 비쳐보였을 때였다.


“...잠깐만, 루시아.”

ㅡ네?

기묘한 느낌, 아니 익숙한 기척이 느껴졌다.

이미 알고 있는 것.

그것의 정체를 눈치  내가 고개를 돌렸다.


모든 것이 황폐한, 사막이라고도 부르기도 뭐한 죽음의 대지 너머로 기운이 느껴졌다.


“저쪽인가.”


ㅡ무슨 일이신가요? 이지경님.

“이상하다 싶었지. 루시아, 너희들이 찾으려고 해도 찾을  없었다는 게 말이야. 몇 개씩이나 모아둔  생각하면, 딱히 찾을 능력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생각해보면 간단한 거였다. 드래곤이 찾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찾지 않은 곳에 있었다면 간단하게 설명되는 것이였으니까.


내가 갖게 된 첫 편린.


그건 로로에게 깃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로로는 낙시안, 낙스에서  존재였다.


하나가 있다면, 둘, 셋이 있어도 이상할 건 없다는 거였다.


애당초 그런 거다. 이 세계는 처음에는 하나였다. 버려진 땅이니 뭐니하더라도, 낙스 역시  세계를 이루고 있는 땅 중 하나였다.


“여기 다 있었나본데.”


어림잡아서 셋, 내가 갖고 있는 편린과 같거나, 혹은 그보다 많은 숫자의 기운이 느껴졌다.


감춰져있는 듯 기운이 미약하긴 하지만... 이미 몇 개나 되는 편린을 흡수한 내가 의식하면 못찾을 것도 없었다.


“미안, 루시아. 돌아가는  조금 미루자.”

ㅡ네?


마음 같아선 당장 돌아가고 싶은데, 무리일 것 같았다.


“나중에 설명할테니까...”


그렇게 말하고서 손거울을 도로 집어넣은 나는 날개를 펼쳤다. 퍼트린 감각에 겨우 걸치듯이 잡힌 편린의 기척이 다시 멀어지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움직이는 무언가에게 달라붙어있거나... 아니면 나처럼 흡수한 케이스인가?


뭐, 확인해보면 그만이다.

“로로야.”


“응, 아버지.”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봐.”

그렇게 말하고서, 나는 날개를 휘두르며 편린의 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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