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03화 〉303화 (303/370)



〈 303화 〉303화

“골치 아픈데, 이거.”


고대에 일어난 드래곤과 거인들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당연히 드래곤들이였다.

드래곤들은 지금은 멸종위기라곤 하나 아직 남아있는 반면, 거인들은 멸망해버렸으니까 당연히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하물며 그들의 남은 마지막 흔적들마저. 지금은 마누라들에 의해서 내 보약으로 쓰이고 있는 실정이었다.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거인의 멸망으로 혜택을 톡톡히  만큼 그들의 멸망을 부정할 순 없었다.

아무튼 패배한 거인족들을, 승자인 드래곤들은 철저하게  세상에서 잊혀지도록 했다. 고작 남편의 보약으로 사용하는 건 약과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말이다.


나뉘어져있던 대륙들을 한곳으로 모아, 뭉치고 본래 거인들의 땅이었던 기간토피아를 둘로, 아투스와 낙스로 나눴다.


그리고 거인들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낙스만을 분리시켜서 모두의 기억 속에서, 기록 속에서 없어지도록... 오랜 과거로부터, 오랜 시간동안 버려버렸다.

그래서 버림받은 땅.


아니, 버려진 땅이 낙스였다.

엘리시스와 보레아스가 그런 낙스에 떨어졌다는 것은, 그녀들이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절대로 돌아올 수 없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물리적으로도 망망대해나 다름없는 아드리아로 가로막힌 데다가, 마법적으로도 수십 겹의 결계로 둘러져서, 드래곤들조차도 특별한 방법이 아닌  함부로 이동할 수 없는 곳이니 말이다.

뭐, 그렇다고 아주 방법이 없는 건 아니였다.


에루나가 로로와 다른 아이들을 데려왔던 것처럼, 그 특별한 방법을 통해서 직접 넘어가서 데리고 오면 그만이니까.

문제는 명분이였다.


루시아가 무의식적으로 낙스로 둘을 날려버린 것도 맞고, 분명 그 책임의 소재가 있긴  것도 사실인데... 낙스는 드래곤들도 함부로 열지 못하게 되어있는 땅이었다.


쓰레기통에 뭔가 던져 넣는 건 상관없는데, 설령 잘못 버린 물건이라해도 쓰레기통에서 도로 꺼내긴 꺼림칙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그거랑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아무튼 그랬다.


하여간, 드래곤들은 낙스를 여는 것을 꺼려했다.


드래곤들의 치부 역시, 그곳에 전부 묻혀있으니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드래곤들의 로드였던 루시아도, 낙스에서 아이들을 데려오기 위해서 다른 드래곤들의 허락을 받아야 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골치가 아팠다.

이유야 어쨌건, 낙스에 떨어진 그녀들을 데려오기 위해서는 드래곤들, 아내들의 허락이 필요했다.

근데 둘의 성별이 성별이다 보니 허락해줄지 안 해줄지 애매했다.


이미 공략이 끝난 아내들에게 부탁한다면, 어지간한 부탁이라면 전부 들어주겠지만 둘을 꺼내기 위해서 낙스를 열어달라는 부탁까지 들어줄지는, 아니 오히려 그런 이유로 낙스를 열어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공략전이였다면 몰라도, 이미 과반수 이상의 드래곤과 연인이  지금은 모르겠다.

나야 떳떳하긴 한데, 어째 아내들은 내 주변에 여자가 늘어나는 꼴을  봤다. 드래곤 특유의 질투심 때문에 그런 것이리라.

조금만 남편을 신뢰해줬으면 좋겠다...


“너무 뻔뻔해지신 거 아닙니까? 주인님.”

“시끄러.”

그런 나를 보고서, 에루나가 딴죽을 걸어왔지만 대충 흘리고서 물었다.

“그래서,  둘을 구해오면... 어떻게 될 것 같아?”

“...그 둘이라면, 현재 모인 제국군 중에서도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드네아 공작가의 사병 및 용병들과, 제국군의 필두 기사단인 용갑 기사단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곰곰이 생각하던 에루나가 말했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전쟁을 막을 수단이 늘어나게 됩니다. 아니, 주인님께서 확실히 그 둘에게 ‘지지’를 얻으신다면, 더욱 간단하게 일이 해결될 겁니다.”

“그냥 설득만 할 거니까 그렇게 보지 마라.”


“그렇습니까? ‘설득’입니까?”


 제 1시녀라 주장하는 에루나도 날 믿지 않아준다. 세상에,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그런 나에게 에루나가 말했다.

“카르네 아가씨도, 다른 아가씨들도 안을 수 없어서, 이렇게 매번 몰래 저한테 성욕을 해소중인 주인님께서 하실 말은 아니라 봅니다.”


꽤나 그럴듯한 논리였지만, 나도 할 말은 있었다.

“카르네가 워낙 눈치가 빠르니까. 일단 조기교육은 최대한 유지하고 싶거든. 그러려면 카르네랑 그럭저럭 친해진 에오시스 자매들도 건들기 어렵고... 어쩔 수 없잖아.”

“그것도 그렇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에루나를 보고서, 그런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어쨌거나, 일단 둘만 꺼내올 수 있다면... 에루나의 생각대로라면 전쟁도 어떻게든 할 수 있는듯한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그 둘을 약간의 귀찮음을 감수해서라도 낙스에서 꺼내와야 할 이유가 조금 늘어난 셈이였다.


그렇게 생각하다가, 문득 아이들이 떠올랐다.

낙스에서  아이들.

내가 거두고, 자식이라 여기기로 했던 아이들.

“그러고 보니... 요즘 로로는 뭐하고 지내?”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자주 찾아보겠다는 약속도 까맣게 잊고서 방치하다시피 했던 로로의 일이 떠올라서 그렇게 묻자 에루나가 대답했다.


“얼마 전에 에네스타에게 검주, 아니... 로로의 경우에는 조금 다르게 불러야겠죠. 어쨌거나, 투기를 다루는데 있어서 검주급에 이르렀다고 인정받은 모양입니다.”

“어? 진짜?”


이미 육체능력을 비롯해서, 여러모로 가진 능력만으로도 하위 검주는 가볍게 이길  있다고 에네스타와 에루나에게 공인받은 로로였다. 근데 이젠 경지마저 검주급에 이른 모양이었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성장이 엄청 빨랐다. 아니, 나이 문제가 아니라 재능의 차이라고 하는   옳겠지만. 확실히 로로는 재능이 넘치는 아이였다.


그 나이에 나는 뭘 했더라...

나도 아직 검주급에 이르진 않았는데 로로가 먼저 검주급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꽤 충격이었다.


“일단 나도 초월자긴 한데...”

물론 검술로는 검주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긴 했다. 베헤모스 검술이 A랭크에 이르긴 했지만, 당장 에네스타만해도 그보다 윗줄인 S급의 검술을 두 개나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검주는 그런 것보단 투기를 다루는 능력이 더욱 중요했다.

신체능력을 뻥튀기 해주는 거야 불멸자의 심장으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투기 자체를 다루는 것은 아직 초급 마법을  개와  밖에 몇몇 정도만 다를 줄 아는 마법 쪽보다도 못한 수준이었다.

나름 열심히 익혀온 검술이였는데, 얼결에 아내들의 마력과 함께 흡수한 마법 쪽이 훨씬 다루기 쉽다고 해야 하나.


그러나 신체만큼은, 하반신만은 초월해서 이미 초월자가 되어버렸다.


전투력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금의 내 몸은 초월자였다.

그것만이 아니였다.

만 명 중에 한 명의 재능을 가지게 되는 만인지상에서 한 단계 상승한 무결지체. 그 특성의 효과는 재능이라고 해야 할까, 성장의 한계가 사라지는 것이었다.


어디까지나 육체에 한정되는 성장한계의 돌파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것이었다. 육체만큼은 얼마든지 계속해서 성장한다는 의미였으니까.


그런 육체를, 개변자... 항상 최상의 상태로 육체을 최적화, 변화시켜주던 개변자에서 한 단계 성장해서, 최상의 상태와 더불어 계속해서 조금씩 강화시켜주는 특성인 개혁가 덕분에 지금도 내 신체는 실시간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이었다.

성장방향이 그런 쪽이다 보니, 전투력 자체는 초월자가 되기 전과 비교해서 전투력은 그리 강해졌다는 실감은 들진 않았지만. 정력 쪽은 과거랑 비교조차 불가능했다. 체력도 장난아니게 높아진데다가, 심지어 지금의 나는 숨만 쉬어도 정력이 강해지는 중이였다.

애당초 내가 필요로 하는 능력의 대부분이 그쪽이니, 개혁자가 그쪽으로 개발하는  당연한 수순이긴 한데, 뭐랄까 참 볼품없는 초월자다.

강해지는 정력만큼이나 성욕도 왕성해져서, 이러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


“아, 그래. 마야랑 니아는? 슈슈도 요즘 뭐하는지 듣지 못했고... 바록이랑 바쿠는 건강하겠지 뭐.”


가볍게 아이들의 근황을 에루나에게 묻자, 에루나가 단조롭게, 하지만 쉬지 않고서 내게 아이들의 소식을 전해주기 시작했다.

“마야의 경우에는 이제 제가 없어도 주인님의 식사를 준비하는데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가슴만큼이나 성장이 빠르더군요. 니아의 경우에는 현재 웨어울프 족들을 규합하고, 통제 중에 있습니다. 생각보다 그녀의 통솔력이 뛰어나더군요. 종족의 영향이 크게 영향을 끼치는 것 같기는 합니다만, 부족한 점은 과거 그들의 족장이였던 카울이 그런 니아를 보좌해서 보충하고 있으니 당장은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슈슈는... 주인님이 대체 언제쯤 새로운 관리자들을 뽑아주실 건지 묻더군요. 당장 힘들다면 아리스라도 다시 돕게 해달라고 저에게 몇 번인가 요청했습니다만, 때가 때인지라 일단 물려 보냈었습니다.”

“아...”

그것도 까먹고 있었네.

슈슈의 이야기를 듣고서 아차 싶었다.


“또, 바록과 바쿠는...”

“아니, 걔네는 별로 안 궁금...”


“궁금하시지 않습니까?”

...응, 솔직히 궁금하긴 했다. 전에 들었던 여자 친구들이랑은 잘 되고 있는지 엄청 묻고 싶긴 했다.

전에 같이 씻었을 때.


오해 말고, 그냥 같은 성별이니 같이 씻었을  본 둘의 그것은, 확실히 반거인족이란 이름의 종족다웠다.


 드래곤 슬레이어만은 못했지만, 몽둥이만은 하다는 거다. 그래서 둘에게 '크기'에 구애받지 않는 방법을 전해줄까, 그런 고민도 한적이 있기는 했다. 둘이 여자친구로 삼은 엘프들... 정확히는 산악엘프인 그녀들은, 평범한 인간의 여성이나 다를바 없는 신장이였으니까.

3미터에 달하는 바록과 바쿠를 감당하기 힘들테니, 둘에게 나름대로 조언해줄 생각이었다.

그것도 까먹긴 했지만 말이다.


“보십시오, 궁금하지 않습니까?”


“그래, 역시 내 시녀장답다. 그래서, 둘은 어떤데?”


“바록과 바쿠는...”

아무리 아닌 척해도, 에루나에게는 여전히 소용없었다. 내 표정을 보고서, 바록과 바쿠의 이야기마저 하기 시작하는 에루나가 보였다.

“으음...”


에루나에게서 전해 받는 아이들의 소식에 몸이 근질거렸다.

절대로 마야의 가슴의 성장이니 뭐니하는 얘기에 혹한 것은 아니였다. 바록과 바쿠의 여자친구가 그 두 놈의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에 그런 것도 아니였다.


아니, 로로의 성장에 깜짝 놀랐는데 로로보다 더 빨리 ‘성장’한 녀석들이 따로 있을 줄은 몰랐지.

경지보단, 어른 쪽의 성장이긴 했다만. 이제 겨우 스무살도 안된 놈들이 누굴 닮아서 그렇게 발랑까진 건지 모르겠다.

“......”


빤히 나를 쳐다보는 에루나가 보였다.

가신들.

내가 이 거둔 아이들은, 모두 내 영향을 받았다. 에네스타와 에오시스 자매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로로를 비롯한 다른 아이들 역시 그러했다. 그러니 누굴 닮았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나일 것이다. 그렇게 주장하는 듯한 연보랏빛의 눈동자가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억울했다.

진짜로.

“정말로, 많이 뻔뻔해지...”


“아무튼, 그 이야기는 이쯤하고. 떠오른 김에 그냥  번 볼까?”

에루나의 말을 자르며, 그렇게 말했다.

엘리시스와 보레아스의 일도 있고, 낙스 출신의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로 물어봐야겠다 싶었다.


변명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도망치는  아니였다.


“그렇습니까?”


“그래.”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에루나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쯔우웁~♥

에루나의 균열에 삼켜져있던 드래곤 슬레이어가 밖으로 드러냈다. 아침에 카르네에게 이미 한 번 쌌음에도 불구하고, 에루나의 안에 십여 번은 더 사정한 드래곤 슬레이어가 여전히 단단하게 발기중인 모습을 내게 보여줬다.

에루나의 애액과 내가 싸낸 정액으로 잔뜩 더럽혀진 드래곤 슬레이어를, 새하얀 손가락이 감싸왔다.

“그럼, 우선 이것부터 깨끗하게 정리해야겠군요. 설마 ‘자식’들의 앞에서, 냄새를 풍길 생각은 아니실 테니 말입니다.”

“그래, 니아랑 마야... 아니, 로로도. 셋  코가 좋으니까.”

그런 내 말에 어깨를 으쓱인 에루나가 말했다.


“그것보다, 카르네 아가씨부터 걱정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평소보다 ‘목욕’시간이 오래 걸리셨습니다.”


에루나에게 이야기를 듣느라 몰랐는데 벌써 그렇게 됐나...


“...후딱 끝내자.”


“알겠습니다. 주인님.”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에루나가 천천히 입술을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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