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2화 〉282화
그렇게 말한 나는 곧장 실천에 나섰다. 루시아의 가슴을 희롱하던 손을 뻗어 그녀의 엉덩이를 어루만졌다.
“잠깐만요, 이지경님... 읏...♥”
느릿하게 루시아의 엉덩이를 애무하며 스윽, 하고 옆으로 젖힌 드레스 너머로 과실이 보였다.
나긋나긋하게 쭉 뻗어있는 허벅지와 하얀 달처럼 둥그스름한 루시아의 엉덩이였다. 위쪽도 좋아했지만 당연히 이쪽도 좋아했다. 오랜만에 보는 거라 그런지 더더욱.
하지만 이번에는 좀 더 특별했다. 새하얀 살결과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검은 란제리에 감싸여있는 루시아의 엉덩이였기 때문이었다.
파괴력이 어마무시했다.
그리고 그런 루시아를 보면서 내가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내가 선물해준 거네?”
그랬다.
루시아가 입고 있는 란제리는 얼마 전에 에루나에게 부탁해서 루시아에게 전해줬던 그 속옷이였다.
내가 직접 고르고 고른 속옷이었던 만큼 구분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애당초 일반적인 속옷이랑 디자인 자체가 다른 속옷이였으니까 몰라볼 수도 없었다. 가느다란 끈 하나로 골반에 걸쳐져있는 검은 란제리는 애당초 그렇고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속옷답게 무척이나 야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자세가 자세다보니 내가 선물해준 란제리의 가장 중요하고도 멋진 포인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그래서 말했다.
“루시아, 잠깐만 일어나볼래?”
일말의 고민이라고는 없이, 순수하게 욕망에 충실한 내 요청에 루시아가 얼굴을 붉히는 것이 보였다.
“그, 알겠어요...”
그렇게 말한 루시아가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고선 날 바라보며 얼굴을 붉혔다. 흘끔, 내 눈치를 보며 팔로 가슴을 억누르는 모습이 마치 숫처녀가 신랑과의 첫날밤을 부끄러워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물론 루시아가 숫처녀일 리 없었다. 다름 아닌 그 숫처녀 시절을 종결 낸 것이 바로 나였으니까.
뭐, 그냥 그렇다는 거다.
아무튼, 내가 뭘 하려는지 예상이라도 한 듯이 얼굴을 붉히며 서있는 루시아의 모습에 나는 그녀의 바람대로, 내 욕망이 이끄는 대로 행동했다.
루시아의 드레스 끝자락을 잡고서 그대로 들어올렸다.
“오오.”
덕분에 위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란제리의 앞부분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끈부터 시작해서 팬티까지 하나의 소재로만 이루어져 전부 검은 와중에 음부를 가리고 있는 부분만 속이 비쳐 보이는 반투명한 살색인 란제리의 모습이 말이다.
누가 디자인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데려와서 포상이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기왕이면 아예 천공섬에 머물게 하면서 속옷만 만들게 하고 싶을 정도였다.
이렇게나 훌륭한 작품을 만든 장인이라면 마땅히 그런 대접을 받아도 좋았다.
“어디 보자...”
아무튼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속옷 장인이야 나중에 에루나에게 부탁해서 찾던 하기로 하고서 나는 우선 제일 먼저 확인해보고 싶었던 것부터 확인해보기로 했다.
두근두근, 기대감으로 심장이 뛰었다.
처음으로 부모님께 장난감을 선물받았을 때의 기분과 비슷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란제리로 고른 이유 중 하나가 그거였으니 말이다.
“읏...♥”
살짝 란제리의 끈을 잡아당기자 손끝이 골반에 닿은 루시아가 움찔하고 몸을 떠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살짝 잡아당겨진 만큼 약간 느슨하게 된 란제리의 모습도 보였다.
살짝 잡아당긴 것에 불과해서, 약간 헐렁해져도 제대로 흘러내리지 않고 고정되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손가락 하나 들어가지 않을만한 틈이, 잘만 보면 안쪽이 보일 정도로 벌어진 것도 사실이었다.
이 란제리가 훌륭한 점이 바로 이것이였다.
야한 건 야한 거고 기능성도 탁월한 것이다. 이대로 끈을 전부 잡아당기면 곧바로 벗겨지니까. 그러면 잔, 짜잔. 드레스만 한 벌만 달랑 걸친 세미 누드의 완성이였다.
그런 면에서 이 란제리는 여러모로 디자인의 정점에 선 작품이라고 해도 좋았다.
물론 디자인도 좋았다.
특히 애액으로 젖어 살갗에 달라붙은 곳은 굴곡진 루시아의 균열이 고대로 비쳐 보이고 있어서 벗은 듯 입은 듯 한 것이 최고였다. 비싼 돈을 주고 샀던 것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아무튼 연신 란제리를 만지작거리던 내가 다시 루시아의 드레스를 내리고서 올려다보니 얼굴이 완전히 새빨갛게 변해있는 루시아가 보였다.
무심코 열중해서 이리저리 만지는 김에 잔뜩 달아오른 루시아의 모습이였다. 얼굴만이 아니라, 눈처럼 새하얗던 허벅지나 엉덩이나, 이곳저곳 발갛게 붉어진 것이 보였다.
“...그, 끝났나요?”
그런 루시아를 보면서 내가 손을 멈추자 하아, 하고 숨을 내뱉은 루시아가 그렇게 말하길래 모른 척 말했다.
“괜찮아? 얼굴이 완전 빨간데.”
“괘, 괜찮아요. 이지경님이 좋았다면야... 그래서... 그...”
우물쭈물, 그렇게 말을 잇던 루시아가 눈에 띠게 몸을 꼼지락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그, 잘 어울리나요?”
그리고 루시아가 약간 부끄러운 듯이 몸을 움츠리며 물은 그 말은, 내 마음을 들끓게 만들었다.
“잘 어울리냐고?”
그야 당연했다. 솔직히 루시아라면 그냥 거적데기만 입혀놔도 어울렸다. 어쩌면 란제리도 란제리가 잘난 게 아니라 루시아가 잘나서 잘 어울리는 걸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루시아와 엄청 잘 어울렸다.
엄선해서 고른 보람이 있다고 해야 할까. 보통 상상과 실제로 보는 것은 다른 법이었다. 대개 그런 것들은 상상했던 것보다 어울리지 않고 실망하는 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루시아를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무척이나 딱 들어맞는 란제리는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실망은커녕 지금 감동까지 느끼고 있는 중이였다.
아무튼 내가 할 말은 정해져 있었다.
“엄청 잘 어울려. 무지 야해, 루시아.”
내 칭찬에 얼굴을 붉히는 루시아가 무진장 귀여워서 더 이상 참기 힘들었다. 하지만 무단하게 단련된 이성 쪽은 강고했다. 아무리 귀엽다고 해도 덥썩 덮칠 정도로 성욕에 굶주린 것도 아니고. 당장 이 몸은 방금 전까지 몇 번이나 사정한 직후였다.
머리는 냉정해서, 마치 현자와 같다고 해도 좋았다.
하지만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이 단단하게 발기한 드래곤 슬레이어가 당장이라도 자길 써달라는 듯이 자기주장해왔다. 안타깝게도 이쪽은 이성과는 별개였다. 차가워진 머리와는 달리 얘는 완전히 발기찼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쪽도 단련되긴 했지만 단련된 방향 자체가 다른 녀석이였으니까. 그렇게나 아샤와 아냐의 안에 싸질러놓고서도 아직 한참 부족하다는 듯이 껄떡거리고 있는 것이 가관이긴 한데, 이게 내게 달려있다는 게 문제였다.
알몸이라서 훤히 보이고 있다는 것도 문제고.
“아.....”
그리고 바로 그런 드래곤 슬레이어를 보는 루시아의 시선이 느껴졌다. 혈관이 도드라져서 잔뜩 튀어나올 만큼 맹렬하게 세워진 드래곤 슬레이어의 모습에 루시아의 허벅지를 타고 애액이 흘러내리는 것이 보였다.
아샤와 아냐가 내게 속옷이 벗겨지는 것으로 스위치가 올라가듯이, 루시아 역시 발기한 드래곤 슬레이어를 보고서 스위치가 올라간 거였다.
그리고 발정 스위치가 올라가버린 루시아의 행동은 보다 거리낌 없어졌다.
“...절 보고, 흥분하신 건가요.”
스윽, 하고 루시아의 눈꼬리가 휘어지는 것이 보였다. 천천히 루시아가 내게 몸을 숙였다.
“아샤랑 아냐가 옆에서 자고 있는데... 이렇게나 잔뜩 커져서는...”
호오, 하고 흥분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루시아의 숨결이 닿은 드래곤 슬레이어가 대답이라도 하듯이 껄떡이자 그녀의 눈빛이 몽롱하게 풀리는 것이 보였다.
“그래요. 괴로운 거군요... 괜찮아요, 제가 보듬어 줄테니까요...”
루시아의 손이 드래곤 슬레이어의 끝을 가볍게 쥐고서 애무하듯이 천천히 기둥을 훑어 내려갔다. 혈관을 타고서 천천히 내려간 루시아의 손끝에 반응하며 움찔거리는 드래곤 슬레이어의 가장 밑 부분을 움켜쥔 루시아가 입을 열었다.
“뜨거워... 손이 댈 것만 같이...♥ 가짜랑은 역시 다르네요♥”
아샤랑 아냐를 향한 질투에 살짝 이성을 잃었던 아까랑 달리 이리저리 드래곤 슬레이어를 만져보며 그렇게 중얼거리는 루시아의 말에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그럼 가짜도 있었어?”
가짜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그런 내 말에 루시아가 네?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말했다.
“...전에 이지경님이 주셨잖아요?”
...아, 그거.
내가 줬다기에 내가 언제? 라고 대답하려다가 루시아를 비롯해서 드래곤들에게 절찬리 딜도를 만들어 뿌렸던 걸 떠올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런 짓을 저질렀나 싶기도 한데. 일단 그때는 사정상 어쩔 수 없긴 했다. 에루나가 상품으로 건 내 성기를 본뜬 장난감 때문에 개판이 나던 와중이였으니까.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든 하려면 같은 걸 모두에게 뿌리는 것 밖에 답이 없긴 했다. 그렇게 했는데도 결국 개판이 나버리긴 했다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불행 중 다행인건 사상자라던가, 재산적인 피해라던가는 일단은 없다는 정도일까.
아무튼, 루시아의 말을 듣다보니 든 생각은 그거였다.
가짜랑은 다르다, 그 말의 의미는 즉, 그거였으니까.
...당연하게도 루시아에게도 줬던 그걸, 그녀가 애용했다는 것도 충분히 예상할 수도 있는 거였다.
일단, 내 대용으로 쓰라고 준 거기도 하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쓰라고 준 거니까 쓰는 게 당연한 거다.
그런데...
갑자기 기분이 팍 나빠졌다.
뭔가, 그냥 그랬다. 뭐라고 해야 할까... 그냥 기분이 나빠졌다. 아무튼 그랬다. 설명하기 매우 복잡했지만, 기분이 나빠졌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래? 그래서, 그거 써보니까 어땠어?”
그래서 그럴까, 내 입으로 그런 질문이 튀어나왔다.
“...네?”
“루시아가 말했지? 아샤랑 아냐랑 비교해서 어떻게 생각 하냐고... 나도 궁금해졌는걸. 진짜랑 가짜랑 어떻게 차이 나는지.”
“자, 잠깐만요? 이지경님...?”
말을 하다보니까 솔직히 많이 궁금하긴 했다.
그리고 조금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허구한 날 나랑 쟤랑 비교해서 누가 더 좋았어? 그렇게 묻는 것이 일상인 그녀들에게 내가 이런 말을 할 일이라곤 없었으니까.
그래서 그랬을까.
뭔가 억울했다.
심정은 이해한다. 그녀도 그걸 원해서 그런 것이 아니니까. 독점욕과 질투. 그것은 드래곤의 본능이였다. 스스로부터가 완전하기 그지없다고 여기는 고고한 프라이드를 지닌 최강의 생명체. 그렇기에 자신이 소유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본성이였다. 그러니까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이해하니까. 그녀도 이해해주리라.
나도 이제 반쯤은, 아니 그보다는 많이 드래곤에 가까워졌으니까.
“응? 얼마나 기분 좋았어? 응? 얼마나 자주 썼어?”
루시아의 뺨을 어루만지며, 상냥하게 그렇게 묻는다. 화난 건 아니니까. 짜증이 좀 나긴 한데, 결국 내 걸 본따 만든 걸 썼다는 걸로 화내는 건 좀 그렇지 않은가. 궤변이고, 말이 되질 않는 일이다.
그러니까 화내지 않고 상냥하게 그렇게 물었다.
로로에게 대하듯이, 마야나 니아를 대하듯이. 상냥한 어조로 그렇게 묻자 루시아가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그, 자주 쓰지는... 않았어요. 아주, 가끔씩만...”
“가끔씩이 몇 번인데? 일주일에 한 번?”
하루에 열 번이 넘도록 하면서도, 그 하루가 모자라서 날을 지새웠을 만큼 왕성한 성욕을 자랑한 것이 루시아였다.
루시아만이 아니라, 크리샤도 그렇고 아르카도 그렇고, 아샤나 아냐는 더블로 그렇긴 했지만, 아무튼 그랬다.
그런 만큼 그녀의 ‘가끔씩’이 대체 얼마나 되는지는 확실히 듣고 싶었다.
“......”
내 질문에 입을 꾹 다무는 루시아가 보였다.
“......”
나 역시 그런 루시아를 보고서 입을 꾹 다물었다. 자꾸만 내 시선을 피하려드는 루시아가 엄청 수상쩍었다.
“...하루에 한 번씩은 가끔이 아닌 거 알지?”
움찔, 하고 루시아와 닿아있는 곳. 드래곤 슬레이어에 닿아있던 루시아의 손이 떨리는 게 느껴졌지만 모른 척했다.
어쨌거나, 그녀는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있었으니까.
“...그래, 그렇단 말이지. 좋아, 뭐 별로 중요한 건 아니니까 더 이상 묻진 않을게.”
그런 내 말에 안도한 듯이 표정이 밝아지는 루시아를 보고서, 이성의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욕망의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따라 자기주장이 심한 드래곤 슬레이어가 껄떡이며 재촉해왔다. 본때를 보여주자고.
오랜만에 나와 이 녀석의 의견이 일치하는 순간이였다.